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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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2023년 01월 19일 12시 33분  조회:235  추천:0  작성자: 남춘애
 
      우리는 흘러간 세월의 이야기로 지은 집을 보통 추억이라 부른다. 그런데 인생살이는 지나간 일을 되살리는 일을 하는 이 식량을 떠나 도저히 버텨내기가 불가능하다고나 할까, 나이와는 무관하게 삶의 터전에 예상치 못한 난이 들이닥치거나 하면 인간은 힘이 담긴 어제의 영양으로 충전하고 새 삶의 그림을 그려보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속에 살아있고 현재는 미래속에 살아간다고 하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고 보이지도 않고 마닐수도 없는 추억이 과연 무엇인니가 궁금해진다.
  
      추억은 인간이 주는 신호에 따라 존재의 역을 달리한다. 제아무리 좋은 추억감이라도 해도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두울 때는 괴물로 나타나 심기를 괴롭힐것이고 마음을 확 열고 있을 때는 찜통더위의시원한 바람이 되여 마음의 습기를 확확 몰아낸다. 이처럼 추억은 어떤때는 인간을 울리는 일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람의 마음에 영양을 공급하는 예스맨으로 산다. 그래서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언제나 우리곁에 머물면서 필요할 때마다 힘이 되여 가벼운 표정을 짓고 나타나주는 것이 그 이름의 숨은 뜻이 아닌가싶다. 우리가 매일매일 열어봐도 낡을줄 모르는것도, 또 그래서 전혀 지겹지가 않은것도 다 이때문일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새파란 왕초보삶의 길에 있거나 황혼을 업고 누른 가을길에 있거나를 불문하고 누구든 그의 집에서 한숨씩 쉬여가게 되여있다. 그에게는 릴레이하는 재주가 있다. 열아홉 꽃시절에는 대여섯살 소꿉놀이 떠올려게 하고 이립에는 꽃나이때의 아름다움을 떠올려보게 하며 볼혹에는 이립의 땀을 밑거름으로 딛고 지천명으로 비틀거림없이 행진하게 떠밀어준다. 이처럼 그는 엄마의 약손같은 성품이 있다. 그가 있기에 인생의 지적밧데리가 늘 충전이 도ㅕ있는데 인생 예순이라 칠순에도 이는 변함이 없다. 바로 그가 숨쉬고있음으로 하여 무병장수 100세 시대에 사는 우리가 백발 팔순이 되여서도 꿈과 꿈너머 꿈을 곁에 두게 되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인생의 씨나리오는 그가 만들어 띄워주는 동풍을 타고 바야흐로 여물어가고 완성작으로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 라 하겠다.
  
      이 신비의 집은 설맞이를 할 때면 평소에 비해 퍼그나 많은 식구들이 생겨서 지난 한해의 세상만사 이야기식구들로 충만된다. 그리고 새 한해를 맞으면서 설계했던 인생의 새 공사들이 한해를 마치는 순간 다시 그의 집에 찾아든다. 재산을 마다할 사람 없듯이 누구나 추억으로 변신한 옛 인생사는 조금도 마다함 없이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 뿐만아니라 월세전세없이 무료로 그 식구들을 재워주고 먹여주고 영생을 누리게 한다. 그리고 인간이 필요하면 그는 아량을 베풀어 자기 식구들을 한번씩 나들이시켜주는 셈치고 무료제공을 해준다. 이 큰 재산을 마음껏 누리는건 인간이니 이 얼마나 대운대복이 터진것인가! 지구촌이 다할때가지 우리가 필요할때마다 언제나 냉큼 찾아와주는 이축복의 면전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량반 상놈 없이 똑같은 문명인의 자격증을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지난 세월에 지어놓은 추억의 집들에 행복이란 두 글자를 크게 써놓고 영생할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는데 습관이 되였다.
    
      인간으로 말할진대 세월우선의 리치를 따른다. 그래서 물리적시간에 일단 먼저 예속된후에야 비로소 나름의 마음시계를 자작할수가 있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지난 한해의 희로애락을 다 챙겨담게 하고 새 한해의 좌판을 펼치게 하는 설이란 물건은 세월의 배를 타고 인간에 왕림하여서는 가장 큰 손님으로 추억의 집에서 거듭 난다.
     인간에는 옛것이란 구식옷을 입어도 팔 벌려 반겨주는 추억의 집이 있으니 천차만별의 마음으로 만별천차의 자헤로 새날을 맞이하는 일을 끊임없이 하여 천추만대를 이어갈수 있게 되는것이다. 앞으로만가면 옛것으로 된 뒤일들은 알아서 챙겨담아주는 그 그릇의 크기를 우리는 다 알길이 없다. 낡은 것은 고스란히 쌓여서 령혼의 보물로 거듭나게 해주는 해결사가 있고 새것에 대한 추구심이 시키는대로 힘주어 달리면 된다. 이것이 이른바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지평이 이루어지는 일개의 룰일것이다. 그리고 이 지평선우에는 종착역이 없고 지정된 모양새가 따로 없어 언제나 천만개의 새 과거들로 수북히 쌓여가게 되는것이다.
 
    어쨌거나 이 천사는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나 한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머문다. 당신의 삶이 칙칙하다면 아름다운 색옷을 입혀줄것이고 당신의 삶의 길에 기쁨만 펼쳐져있다면 그 기쁨이 오래오래 갈 수있도록 겸손함을 심어줄것이다. 당신이 갈팡질팡 사거리에서 헤메고 있다면 그는 온고지신하라며 마음의 축을 잡아줄것이다. 당신이 오늘의 삶이 여의치 않다고 한탄한다면 현재 향유하고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깨우쳐줄것이다. 당신이 실수쟁이라면 그는위안보다는 침묵으로 묵묵히 지켜봐주면서 당신에게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인내력과 극복의 의지를 심어줄것이다. 그래 그렇게 천신만고 무릅쓰고 일년내내 지키고섰다가 다음 설을 맞이할 떄가 되여 당신이 새것을 디자인하는 축제마당에도 기꺼이 함께 해줄것이다.
 
      그는 이렇게 언제나 옛이야기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한페이지를 만들고저 행장을 하고 나선 인간을 따라서는 존재이다. 월급 46원으로 코구멍같은 월세집 시절에도 따라나섰었고 배부르고 넘쳐나 이제는 세상천지가 산 허물고 바다매립의 공사장이 되여버린 시절에도 그는 우리를 멀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절개는 거의 만신창이 된 지구가 건강을 되찾는 날이 오든, 인간이 우주로 이사를 가는 날이 오든 변함이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인류가 하루아침에 맛있는것이 없어지고 먹고싶은것이 없어지고 가지고싶은것이 없어지고 하고싶은것마저 없어져서 인간이야기가 종말을 고한다고 해도 한번 먹은 마음 변함이 없을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타고 또 하나의 설을 금방 넘기게 되었다. 나이를 한살 더 먹고나니 어쩐지 이처럼 우리를 위하는 그 추억이란 이름의 본연이 더더욱 궁금해진다.
  사전을 펼쳤다. 사전에는 “지난 일과 기억이 한덩어리로 되여 사람 사는 동네에서 이리저리 쓰이는것”이라고 풀이되여있다. 그 해석이 그가 행하고있는 일에 비해 어딘가 좀 창백하고 지극히 소박하기만 했지만 그나마 마음에 차악 와닿는 맛이 있어 그리 싫지는 않다.
 
       아무쪼록 고마운 흉금의 소유자다! 인간 삶의 조각들을 남김없이 챙겨담은 후 거기에 무한 류통기한이란 옷을 입혀주는 일에 만족해하지 않고 금전을 저울삼지 않고 누구나 필요하다고 신호 보낼 때마다 아름다운 얼굴 내밀어 즐거움을 선물하는 복주머니와 같은 존재가 바로 추억이다.!
   
     참말로 그렇다! 오늘도 나는 어떤 과거의 이야기를 담아줘도 만족심 하나만으로 반겨주는 그의 집문을 열어본다. 파릇파릇 따끈따끈한 바닥에 청춘이 흘러간 자국이 예쁘게 그려져있다. 거기엔 물고기 밸 따던 손에 받아들었던 대학입학통지서가 웃고있는가싶더니 또 첫하랑의 편지를 받아들고 캠퍼스 앞마당에 선 모주석동상뒤로 몸을 숨기며 콩콩 뛰는 가슴을 진정하던 옛 청춘의 랑만이 흐로고 있다. 그가 있어서 새치머리 고개에 선 이 마음은 새들의 노래잔치에 미소짓고 새싹이 봉긋 웃는 봄의 환호소리를 듣는다. 아, 인생의 고운 조각들이여!




                                         발표내역: < 장백산>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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