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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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파아란 꿈을 안고
2023년 02월 02일 13시 49분  조회:244  추천:0  작성자: 남춘애
     현대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는 21세기에 임한 오늘, 사람들은 부지런한 개미마냥 삶의 터전을 제나름대로 꾸며가고 있다. 나의 부모님과 우리 칠남매중 오남매는 호미자루에 매달려 살아왔지만 개혁개방덕에 옛 농군의 꾀죄죄함을 벗어던지고 여유작작함을 누려가고 있다 하지만 나만은 변함없이 궁한 때자국 그대로이다. 형제들의 윤택 흐르는 사림에 부러움과 질투를 악물면서도 “나도 한번”하는 식으로 뛰여나가 볼념을 종내 굳히진 못했었다. 직업병이 몸에 스며들어 이미 뽑아버릴수 없는 고약한 “암”이 도사렸기때문이라고 한스러움도 터놓아본다. 허나 그런 상념은 사냥군 만난 재빠른 토끼의 자취마냥 거저 언뜰 할뿐이다.
 
    15년전이다. 내가 애티나는 오또기얼굴로 교육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정경은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 순박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모습과 더불어 원시적 북대황의 진펄과 같은 서글픔도 가슴 아프게 안겨왔었다. 46원이 고작인 매달 봉급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교원인가-, 아?” 하며 얕잡아 보는 야릇한 표정에서 사회의 최하층임도 쓰겁게 핥을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고리타분한 지식분자의 울타리에서 몸부림쳐볼 역사상을 내미는 사람은 중대가리우의 머리칼과도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 였다. 어쩌다 연구생시험에 걸린 젊은이가 머리를 추켜들고 가슴을 내밀었다가도 “NO”하는 신호앞에서 당금 말 잘 듣는 애숭이가 되여 다시금 백묵으로 생활의 구석구석을 본장하여 갔었다.
 
      파란 수박을 짜개보면 빠알간 속살이 드러난다. 한가지 무형신념에 마음을 전당잡히운 교원들이야말로 수박의 됨됨이를 숭상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듯도 싶다. 그들은 키돋움하고 있는 미래 주인에게 매일같이 자신의 진한 영양즙을 뽑아 고루고루 나누어주곤 휘청거리는 걸음세속에 넘쳐오는 장한 감과 생의 봉우리에 서있는 청춘감에 취하여 산다. 지식의 대분가에 서성거리고 있는 철부지들에게 밝음을 가져다주는데서 삶의 원동력을 얻고 차오르는 신생감속에 래일을 보며 산다.
 
      등잔불은 작아도 어둠을 쫓는다. 그것은 심지가 곧고 수요되는 시각엔 서슴없이 배속기름을 발산하는 인격적고상함을 갖우었기 때문이 아닐가!
물론 찰나적유혹에 깜똘 아둔해지는 때도 없지 않다. 시들시들한 생활의 초목에 무성한 잎을 피울가 하여 사막의 금광 찾아 아프리카에 출동했다가 귀로를 잃은이도, 자가용몰고 삶의 다른 한 봉우리를 톺고 있을 때 어찌하여 무연한 흑토길에 진땀만 뿌리며 하냥 심어야 하고 가꾸기만 해야 하는가고 원망하는이도, 외국의 달만 쳐다보며 올리뛰고 내리뛰는 사람이 부쩍 늘고있을 때에도 배움에 빠진 아기의 기진한 모습에서만 자신의 희로애락을 찾아보아야 하는가오 짜증부리는이도, 왜 나에게도 갓난아기 남의집 문간에 던져버릴수 있는 랭혹함과 지독함이 없는가고 부르짖는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나도 간혹 밀물마냥 갈마드는 이런 생각때문에 자아가 보이지 않는 천길 자비의 심연속에 굴러떨어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허나 이러루한 회색자비는 밥지을때의 뜬김마냥 리성의 문짬을 통해 귀신마냥 날아가 버리고 심중에 똬리를 틀고 앉는것이란 두눈 또렷해 설치는 야들야들한 초목들에 대한 미련과 애착과 신성불가침의 책임감뿐.
 
     해는 빠져도 서쪽하늘을 물들이고 새날아침의 찬란함을 기약하는 법이다. 나는 오늘까지도 뭇사람들의 권고를 물리치고 교원이란 직업에 몸을 적셔왔음을 다행으로 안다. 한그루의 나무를 가꾸어 놓으면 그 그늘밑에 앉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를 통해 만들어지는 무색한 오늘이 래일엔 노을이 되여 해빛이 되여 인민교사란 이름에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입혀주지 않을까!...
 
  나는 이런 내일이라는 희망에 물든 파아란 꿈을 하얀 삶의 천에다 한뜸한뜸 수놓아가며 산다.
 







                                      발표내역 <료녕조선문조> (2001년 1월 5일 압록강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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