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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호수 * 진응송
2012년 04월 24일 14시 10분  조회:1990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들고양이호수

진응송 
 
 
 
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어쳤다. 호수물과 갈대잎이 바람을 타고 호수가에 기여올랐고 창살은 기승스럽게 흔들렸다. 대지가 신음하고 하늘은 슬픔에 울부짖는듯싶었다. 대살같은 비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뒤에 있는 수림은 윙윙 무서운 소리를 내고있었는데 마치도 망령들이 일제히 울부지는듯했다. 그 순간 산과 들은 모든것이 신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오기를 고대하고있었다. 그녀—장언니를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그녀는 장언니에게 전화를 하고싶었지만 두손이 전화에 닿기만 하면 전기가 통하는듯하고 지어는 마비까지 되여 그렇게 할수도 없었다. 그녀가 안절부절 못하고있을 때 뜻밖에도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장언니였다.
“향아니? 내가 갈가? 집에 돌아간거지? 그놈은 돌아왔니?”
장언니의 목소리는 매우 따뜻했다. 그 목소리가 귀전에 울려서 향아는 조금이나마 두려움을 몰아낼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향아는 종래로 두려움을 몰랐을수도 있다. 누구도 향아앞에서 “두려움”이란 말을 꺼낸적이 없었던것이다. 누가 곁에서 특별히 “두려움”이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도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모를것이였다. 어쩌면 생활이란 워낙 그런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것이다.
향아의 아들 오자는 진의 기숙제학교에서 공부하고있었다.
향아네가 사는 마을앞의 호수는 아주 컸다. 반면에 향아네 마을에는 사람들이 매우 적었다. 하여 마을은 누군가 던져버린 우렁이껩데기 같아보였다. 마을 여기저기에 한 가구씩 널려있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수 없었다. 여기에 웅뎅이, 저기에 물곬이요, 여기에 물줄기, 저기에 언덕이였다. 호수물이 불면 그것들이 깜작 자취를 감추기까지 하여 언제나 시름을 놓고 살수 없었다. 오직 천년의 황페한 호수만이 시름 없이 노래를 부르고 들고양이들이 청승스럽게 울어댈뿐이였다. 한무리 또 한무리의 들고양이들은 호수를 따라 들어앉은 들고양이도랑을 따라 움직이면서 기승스럽게 표호하고 미친듯이 날뛰였다. 그 모든것은 실로 마을의 밤을 공포에로 몰아가는 잔혹한 노래소리라고 할수 있었다.
  장언니의 목소리는 언제나 쉰듯 했다. 하지만 그는 열정적이고 붙임성이 좋았으며 친절하고 성격이 곧았다. 향아와 장언니는 전에 락막교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다가 이곳—들고양이호수마을에 시집을 오게 된것이다.
“언니, 오지 마세요.”  
“너 정말 무섭지 않겠니? 뭐? 정말 무섭지 않다구? 야웅—”
장어니는 들고양이울음소리를 흉내내보였다.
비방울은 후둑후둑 떨어져내렸다. 그바람에 길은 진작 잠겨버렸다. 향아는 모종들도 이미 물에 잠겼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이 물에 싹 잠긴것을 보면 그것은 두말할것도 없는 일이였다. 향아네 밭은 지형이 낮은 곳에 자리 잡고있어서 “랭돌”이라고 불리웠다. 지난해 향아는 그 밭에 올방개를 심었었다. 한해 동안 “랭돌”과 씨름을 하고나니 향아와 남편 삼우의 손톱은 거의 번져질 지경이였지만 수확은 그닥지 않았다. 하여 올해는 조로 바꾸어 심었다. 올해 남편 삼우마저 집에 없어서 혼자 올방개를 심는다는것은 힘에 부쳤던것이다. 삼우는 돈푼이나 벌어보려고 도회지로 들어갔던것이다. 사실 조를 심으려는것은 향아의 뜻이 아니였다. 향아는 사실 조를 심는데도 자신이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장언니가 나서서 극구 조를 심으라고 권했던것이다.
“남정네가 없다고 그래 손을 동여매고 있겠니? 보란듯이 뭔가를 심어야지. 남정네들이 생각하지 못하는것을 심어서 보란듯이 키워야지.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당당해야 하거든.”
향아는 소를 보러 우리로 나갔다. 요즘 마을에는 소도적이 성하여 집집마다 뒤숭숭해 있었던것이다.  소는 뒤뜰에 있는 나무로 지은 우리안에 있었다. 향아네 집은 바로 주방 하나에 소우리 하나 그리고 변소 하나인 전형적인 시골농가였다. 뜨락에는 밥상 하나에 걸상 두개가 놓여져있었는데 전에는 삼우와 함께 그 밥상을 마주 하고 식사를 했었다. 볕좋은 날에는 훈훈하게 불어보이는 남풍에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에는 총총한 별무리를 볼수 있었다. 가끔 밥상우에 일부 잡물들을 올려놓기도 했다.
소는 어둠속에서도 용하게 여물을 찾아 씹었고 가끔 새김질을 하기도 했다. 마치도 나이를 먹은 령감처럼 자기의 전생과 금생을 생각하고있는지 다른 소리는 내지 않고있었다. 그 모양은 매우 침착해보였는데 두눈만은 그래도 빛나고있었다. 소는 사람이 다가가도 아무 반응이 없이 자기가 할 일만 열중하고있었다. 향아는 소도 생명이며 그것도 매우 큰 생명이기에 소도적들이 눈독을 들인다고 나름대로 추측하고있었다. 일단 소가 도적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기만 하면 인차 도살장에 팔려가게 될것이라고 믿었다. 소 한마리에 3천 5백원좌우를 받을수 있다고 했다. 도살장에 넘기지 않고 자비로 잡아서 팔면 5천원도 가능했다.
소는 이렇게 귀한 동물이였다. 소 한마리를 도적질하면 4, 5무의 밭을 다룬것과 수입이 같았다. 하지만 밭 4, 5무를 다루자면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려야 하는가? 한해 농사를 마루리하고나면 사람들은 저마다 가죽이 한벌 벗겨졌다고들 했다. 비록 요즘은 기계화가 실현되기는 했지만 농사를 짓기란 여전히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농사를 짓는데는 웃음도 노래소리도 필요 없었다.
소는 향아를 바라보고 향아는 소를 지켜보았다. 서로 마음속으로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고있는듯 했고 또 서로를 위해 일종의 련민을 느끼고있는듯싶었다. 비가 내리고있었지만 우리안의 소는 비 한방울 맞지 않아 마른 털 그대로 있어서 향아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향아는 물을 길어들고 뜰을 지나 집으로 들어갔다. 그바람에 머리는 비에 젖어버렸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쏟아지고있었다.
향아는 침대에 올랐다. 발정기의 들고양이들은 비속에서도 청승스럽게 울어대고있었다. 비속을 뚫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들고양이의 울음소리는 그처럼 처량하게 들렸는데 마치도 깊은 밤의 검은 장막을 오리오리 찢어버리려는듯싶었다.
  향아는 아침에 일어나자바람으로 바깥부터 살폈다. 밤새 하늘은 검은 장막을 벗어내친듯 했고 대지는 찬연한 빛을 만방에 뿌리는듯싶었다. 날이 개였다. 천만갈래의 붉은 노을빛이 인간세상에 쏟아지고있었다. 훈훈한 남풍이 불어와 사람들로 하여금 금방 머리를 쳐드는 새싹처럼 저도 몰래 기지개를 쭉쭉 켜게 하여 호흡마저 파아랗게 피여나는듯한 기분을 선물했다.
장언니는 푸릇푸릇한 곡식처럼 생기있는 모습으로 향아를 찾아왔다. 장언니의 손에는 참죽나무싹 두묶음이 들려있었다. 장언니는 마을어구의 오동나무아래에서 남새와 과일을 팔고있었다. 참죽나무싹은 붉으스름한 색을 띠고있어서 홍목에서 돋아난듯한 착각을 주었다. 장언니가 참죽나무싹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닭알에 볶아먹으면 맛이 좋거든. 너 유채는 먹니? ”
“땅에서 나는 남새야 다 먹지요. 저절로 뜯어도 될걸요.”
향아의 말에 장언니가 사람좋게 웃으며 말했다.
“번개가 쳐가면 어쩔라구?”
“그럴수 있겠어요? 내가 무슨 남 보기 미안한 일도 한것이 없는데요.”
“그걸 누가 알아? 보자, 네가 간밤에 잘 잤는가?”
“언니가 어찌 내가 잘 잤는지 못 잤는지를 알아요?”
“알지, 너의 눈덩이가 처졌는가 안 처졌는가를 보면 알게 아니냐?”
장언니는 향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차츰 향아의 눈까풀에 옮겨갔다.
“너 간밤에 한잠도 못 잤구나.”
“아니요, 죽은 돼지처럼 업어가도 모르게 잘 잤는걸요. 못 자다니요.”
그 말에 장언니가 정색해서 말했다.
“거짓말, 눈확이 거멓게 죽어있잖아. 눈확이 검은 년들은 남의 사람을 홀려내는 불여우라던데.”
“아니, 그 입은 헐어떨어지지도 않나봐. 나를 이렇게 헐뜯으면서도 뭐, 언니라구?”
향아는 악의 없이 주먹을 쳐들어 장언니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장언니가 입을 열었다.
“너 얼마나 오래 하지 않았니? 너 하고싶지?”
장언니는 잠간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벌써 몇년이나 그 일을 잊고 살았단다. 나 인젠 남자로 된것 같아. 내가 너의 남정네를 대신해줄가? 나에게 너같이 예쁜 녀편네가 있다면 절대 도시에 들어가지 않을거다. 날마다 품에 안고 즐겨야지.”
장언니는 말을 마치자마자 향아를 끌어안고 애무를 하려고 했다. 향아는 본능적으로 장언니를 품에서 밀어냈다. 그러자 장언니가 입을 열었다.
“너의 밭이 물에 잠겼더구나. 그래도 괜찮아. 다시 올방개를 심으면 되지 뭐.”
그 말에 향아가 중얼거렸다.
“그래요, 언니. 차라리 나를 죽으라고 주문을 하세요.”
장언니는 향아와 함께 논으로 나갔다. 논은 과연 물바다였다. 향아는 너무도 억이 막혀 당금이라도 울고싶었다. 장언니가 입을 열었다.
“내 밭도 3무가 넘게 잠겼는데 뭐, 그래도 나는 울지 않잖아. 그런데 너는 왜 당나귀상을 하고 그러니? 울지 마, 넌 울면 곱지 않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밭이 물에 잠겼지, 물은 뺄 방법이 없지… 그래 논에다가 고기라도 기를 셈인가요?”  
향아는 그 길로 “마파람”을 찾아갔다. 마파람은 마을의 촌장이였다. 촌장이라면 자기에게 좋은 방도를 대줄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 마파람은 대답대신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며 향아의 아래우를 쓸어보았다. 어쩌면 향아의 젖무덤을 탐닉하는듯 했고 또 어쩌면 향아의 젖꼭지를 빨려고 시도하는것 같기도 했다. 마파람은 땅에 떨어진 개똥을 내려다보것처럼 하다가 다시 향아의 가슴에 도적눈을 박았다. 그 눈길은 초점없이 허망에서 들들 구을고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마파람은 마을 대부분 녀인들의 젖꼭지를 빨아보았다고 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빼놓지 않고말이다. 마파람은 늘 이렇게 씨벌이고 다녔다.
“내 닭을 먹이면 어떻고 나를 먹이면 어떻고… 청고한체 하기는…”
마파람은 과연 마을에서 첫 손 꼽히는 “닭우두머리”라고 할수 있었다. 마을에는 8, 9호의 양계전업호가 있는데 모두 마파람이 관리하고있었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마파람을 “닭우두머리”라고 불렀던것이다. 마을에서 마파람네 양계장이 제일 컸는데 닭이 만여마리는 되였다. 그의 양계장으로 가면 늘 닭울음소리에 하늘땅이 맞붙는듯 했다. 마파람은 그 닭울음소리를 들으며 흥겨워 이렇게 중얼거리군했다.
“들어보라구,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 멋에 산다니까.”
마파람은 이렇게 많은 닭을 치면서 마을의 다른 양계호들에게 병아리를 넘겨주고 사료를 공급해주었으며 예방주사를 맞히는 일도 직접 나서 해결해주었다. 촌민들이 일을 하고싶어하면 양계장에 받아들여 최저로임을 주어 부려먹군 했다.
마파람의 병아리를 외상으로 가져간 집들에서 닭을 키워 출하시키면 수입은 대부분 마파람의것으로 되였고 닭을 길러준 사람들은 보잘것 없는 수입밖에 얻을수 없었다. 하지만 마파람은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이 자기가 촌민들을 이끌고 치부의 길로 달린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파람은 병아리 한마리를4원에 사양호들에 넘겨주었다. 그러니 천마리면 4천원이 되는것이다. 마파람은 이 일도 “부녀창업”을 돕는다면서 녀자들에게만 주었다. 마을사람들은 뒤에서 마파람을 두고 그야말로 “쪽제비가 닭에게 세배를 하는격”으로서 절대 좋은 심보를 품은것이 아니라고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마을에서 일손을 놀릴수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녀인들밖에 없는것도 사실이였다. 힘꼴이나 쓴다는 남정네들은 모두 도회지로 가서 돈을 버느라고 했지 누구도 마을에 남아 촌장 마파람네 닭을 키우려고 하지 않았던것이다. 힘이 약하고 별 다른 재간이 없는 불쌍한 녀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마파람네 닭을 먹이면서 호구를 이어가고있었던것이다.
녀인들이 닭을 기르고 촌장이 닭 마리수에 따라 돈을 셈해주는 이 방법은 촌장 마파람으로 하여금 녀인들을 손에 넣기 쉽게 했다. 어쩌면 마파람이 슬쩍 당겨도 녀인들은 품에 안기게 되여 있었던것이다. 정말이지 마파람을 위해 “닭도 먹여주고 젖도 먹여주는격”이였다.
“자네가 밭 4무를 다룰수 있나?”
마파람이 향아에게 물었다. 향아는 마파람의 뜻인즉 “닭 4천마리를 기를수 있느냐?”라는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밭 한무를 다루어봤자 천원 남짓한 수입을 얻을수 있는데 그것도 일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야 얻을수 있는 수입이였던것이다. 남편 삼우는 도회지로 떠날 때 향아에게 절대 마파람네 닭을 먹이지 말라고 경고를 한적이 있었다. 그래도 마파람네 닭을 먹인다면 자기가 돌아와서 몽땅 몰살을 시키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았던것이다. 향아는 그때 삼우가 닭을 몰살시키겠다는 뜻인지 사람을 몰살시키겠다는 뜻인지 모호하다고 생각했었다.
“안돼요. 삼우가 못 먹이게 해요.”
향아의 말에 마파람이 한술 떴다.
“삼우가 자네더러 똥을 먹으라면 그래 똥까지도 먹을셈인가? 예쁜 년들은 모두 머리통에 물이 들어갔다니까.”
향아는 다가오는 마파람을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만약 제때에 자리를 뜨지 않으면 마파람에게 젖무덤을 잡히게 될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마파람의 손가락은 그만치 힘이 좋았다.
마파람을 낳을 때 마파람의 아버지는14살이였고 엄마는 13살이였다. 13살 나는 엄마에게 젖이 있으면 얼마나 있었으랴. 마파람은 어릴 때 젖이 나오지 않는 엄마의 젖무덤에 매달려 손으로 젖무덤을 마구 당기면서 앙탈을 부렸다. 참지 못한 엄마는 마파람을 집어다가 개다리밑에 처박아놓았다. 그때로부터 마파람은 개젖을 먹고 자랐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마파람의 손아귀는 아주 억세였다. 그리고 녀자의 젖무덤만 보면 눈알을 붉히며 달려들었다.   지어는 아들이 먹는 젖을 빼앗아 먹기도 했다. 그바람에 아들은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서 어릴 때 얼굴이 누르끼레 하고 볼품없이 여위였다. 불쌍한 아들의 몰골을 보면서도 아비라는 사람은 여전히 녀편네의 젖꼭지를 물고 놓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혈지가 높고 혈당이 높고 혈압이 높은” 삼고(三高)에 이르게 되였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마을에서 촌장이라는 대권을 쥐고있으니 과연 어디가서 도리를 따진단 말인가.
  향아는 도랑옆에 있는 묘비석우에 앉아 볼품없이 수재를 입은 논밭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늘은 당금 무너져내리려는듯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있었고 태양은 언제 빛을 뿌린적이 있었냐는듯 검은 구름에 가리워 얼굴을 감추고있었다. 흐리터분한 날씨는 숨이 턱턱 막히게 찌물쿠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시원한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후덥지근해서 사람들을 침울하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향아는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면서 “논이 물에 싹 잠겼는데 어찌 천근이 나기를 바라겠는가?”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순간 향아는 웬 일인지 사무치게 아들이 보고싶어졌다. 아들이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독침을 쏘아 개를 훔치는 놈들과 맞띄울가봐 더럭 겁이 났다. 만약 그놈들이 분 독침이 잘못 돼서 아들의 몸에 꽂히기나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향아는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것 같아 견딜수 없었다. 남편이라는 량반은 도회지로 간후 집에 련락 한번 없었다. 남편을 생각하면 향아도 집이고 밭이고 아들이고 다 뿌리치고 어디론가 정처없이 도망가고싶어졌다. 향아는 자기에게도 발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도망갈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때 웬 사람 둘이 어슬렁어슬렁 향아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첨에는 그림자가 멀리서 보이다가 차츰 모습이 크게 들어났다. 향아는 첨에 그들이 촌의 파견을 받고 자기의 밭에 들어온 물을 빼주려고 오는가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것을 보아 그런것 같지 않았다. 그럼 고기잡이군인가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같지 않았다. 그러자 독침을 불어 소를 훔치는 놈들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그중 한 사람은 뱀껍질로 만든 자루를 메고있었던것이다. 둘중 한 사람은 키가 크고 한 사람은 키가 작았다. 가까이 온것을 보니 키가 큰이는 우랄자라고 부르는 안면있는 사람이였지만 키가 작은이는 처음보는 사람이였다. 그의 키는 우랄자의 가슴에 닿을가 말가 했는데 얼굴이 무척이나 거칠어보였다. 그들은 들고양이를 잡으러 온것이였다. 우랄자는 당시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있었는데 평소에도 늘 게으름을 피웠었다. 그의 눈은 언제나 팽글팽글 돌았는데 마치도 목표물을 찾는 도적놈의 눈을 방불케 했다.   우랄자는 불편한 다리를 끌며 걷다보니 걸음이 온당치 못했다. 전에 그는 엉뎅이가 꽤 컸지만 후에 불편한 다리를 끌고 사처로 싸다니다보니 차츰 엉뎅이가 싹 줄어서 걸을라치면 물에서 흐늘거리는 조롱박을 방불케 했다. 우랄자는 자기보다 키가 절반이나 작은 그 남자를 꾸짖었다. 그 남자는 웬 일인지 정신이 흐리마리해 있었다. 그리고 피부는 군데군데 허옇게 번져있었는데 보매 백전풍을 앓고있는것 같았다. 어깨에 멘 뱀가죽주머니가 짧다란 그의 다리에 맞혀 달랑이고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 맵시로 부지런히 우랄자를 따르고있었다.
그들은 향아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지만 향아를 발견하지 못한것 같았다. 향아는 풀밭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개사철쑥우에 앉아버렸던것이다, 개사철쑥은 비를 맞아 놀랍게 커버렸다. 수림처럼 빽빽하게 높이 자라있었던것이다.
이어서 향아는 공포를 자아내는 들고양이의 비명소리를 듣게 되였다. 향아는 소리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려보았다. 우랄자네는 과연 들고양이 한마리를 잡았는데 잠간 봅고 서있다가 자루에 집어넣고는 흥이 나서 유사(揉麝)를 하고있었다.
얼마전, 그러니까 반년전쯤에 우랄자는 역시 이 골에서 고양이를 잡아 유사를 하다가 개사철쑥을 베고있던 마파람 아버지의 눈에 띄웠던것이다. 마파람의 아버지는 미친듯이 낫을 휘둘러 우랄자의 다리를 찍어버렸다. 하지만 우랄자는 감히 파출소에 이를수도 없었다. 우랄자는 도시에서 살다가 남들의 돈을 많이 꾸고 이곳으로 도망왔던것이다. 그번에 마파람의 아버지가 휘두르는 낫에 찔린후 우랄자는 상처를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서 다리가 위축되였던것이다. 우랄자는 실로 벙어리가 황련을 씹은격이 되고말았다. 우랄자는 결김에 마파람네 닭을 한 트럭 도적질하여 도시에 가져다 팔았다. 마파람은 분명 우랄자가 저지른 짓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어쩌지를 못하고 그저 허허 웃어버리고말았다. 아버지에게 효도를 한 셈 치자고 스스로를 달랬을뿐이였다.
들고양이를 붙들어 유사를 하는것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일이였다. 어쩌면 사람을 죽이는것과 같다고 해야할것이다. 사실 살인을 해도 그보다는 잔인하지 않을것이다. 정말이지 뢰공(雷公)이 그들에게 천벌을 내리지 않은것이 놀라울 지경이였다. 우랄자와 그의 뒤를 따르던 “백전풍”은 고양이배를 미친듯이 주물러댔다. 들고양이는 야성을 그대로 간직하고있었다. 들고양이는 뱀가죽주머니안에서 마구 몸부림을 치면서 뛰쳐나오려고 최후의 발악을 했고 하늘이 찢어질듯 처참하게 소리를 질렀다. 우랄자는 큰 소리로 “백전풍”을 훈계했다. 뜻인즉 고양이를 꽉 누르고있으라는것이였다. “백전풍”이 갑자기 새된 소리를 지르며 자루에서 손을 뗐다. 그때 “백전풍”의 의 손에서는 선지피가 줄줄 흐르고있었다. 들고양이는 자루안에서 “백전풍”의 손을 물어뜯었던것이다. “백전풍”은 너무도 아파서 엉엉 소리내여 울었다. 커다란 몸집의 갈색 들고양이는 기회를 타서 자루를 찢고 나와 어딘론가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우랄자는 그때 향아를 발견하게 되였다.
“향아야, 너 담이 대단히 크구나.”
향아는 흠칫 놀라면서 일어나 못 박힌듯 선자리에 굳어졌다. 우랄자는 한손으로 다른 한손을 꼭 붙잡고있었는데 그도 어느때 상처를 입은것 같았다.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우랄자는 음침한 눈길로 향아를 바라보고있었다. 향아는 속으로 흠칫 놀라면서 생각했다.
(저 놈이 나에게 나쁜 심보를 품은게 아닌가?)
향아는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들고양이생식기는 뽑아서 약국에 넘길수 있는데 한번에 몇백원을 받을수 있다고 했다.
우랄자는 향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불렀다.
“향아야.”
우랄자의 부름에 흠칫 놀란 향아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우랄자는 이미 그의 앞을 가로막고있었다. 순간 향아의 머리속에서는 마을의 소를 이놈이 다 도적질한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났다. 그리고 개에게 독침을 쏘아 죽인것도 우랄자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을의 소들은 괴상하게도 눈 깜빡 할 새에 잃어지군 했다. 하여 파출소에서 길목마다 보초를 세웠지만 밤만 되면 소는 여전히 감쪽같이 살아지군했다. 실로 귀신에게 홀려간듯 하늘에 솟은듯 했다. 이 일은 파출소 소장으로 하여금 머리를 쳐들수 없게 했다. 어느한번, 소장은 모터찌클을 타고 개에게 독침을 쏘는자를 쫓아가게 되였는데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그만 콩크리트바닥에 넘어져 얼굴에 큰 상처를 입게 되였다. 하여 파출소 소장은 엉뎅이의 가죽을 뜯어서 얼굴에 붙이게 되였는데 그바람에 40여살을 먹은 나그네의 피부가 애기피부처럼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게 되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엉뎅이의 피부인지라 백성들은 뒤에서 그를 “엉뎅이소장”이라고 불렀다. “엉뎅이소장”은 가끔 마을을 돌아보면서 “소들이 그래 하늘로 날아올랐단 말인가?” 하고 중얼거렸다.
 우랄자는 온몸으로 들고양이와 죽은 물고기의 비릿한 냄새를 풍기면서 시물시물 웃는 얼굴로 향아를 향해 다가왔다. 그 모양을 보면 인차 우랄자가 향아에게 무슨 짓을 하리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도망치려고 마음 먹은 향아는 절름거리며 다가오는 우랄자를 쏘아보았다. 우랄자는 향아의 그런 심사를 모르는지 여전히 사뭇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우랄자는 입가에 허연 거품을 달고서 한걸음 한걸음 향아를 조여왔다. 우랄자는 녀자가 강렬하게 반항하면 그 힘이 얼마나 크다는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것 같았다. 만약 녀인이 무엇인가에 반감을 가진다면 다른 사람의 그 어떤 노력도 쓸모 없는것으로 될수 있는것이였다. 하지만 마을의 남정네들은 웬 일인지 그런 도리를 모르고있는것 같았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가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되면 녀자들과 집쩍거리면서 비린내를 맡아보려고 맴돌이를 쳤던것이다.
누구를 불러도 쓸모 없는 짓이였다. 향아는 이 황량한 들판에서 우랄자와 최후의 결판을 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랄자는 들고양이를 잡던 손을 쫙 펴들고 향아를 향해 다가왔다.
“오지 말아요. 소리치겠어요.”
우랄자는 향아의 절망에 가까운 표정을 보지 못했던지 아니면 불타는 향아의 눈길을 의식하지 못했던지 여전히 걸음을 조여왔다. 정서가 극도로 악화된 정황에서 향아가 과연 그 짓을 할수 있을지에 대해 우랄자는 근본 생각조차 하지 않는듯싶었다. 아무리 성욕에 미친 남자라 해도 그 짓은 감정을 동반해야 한다는것을 모를수는 없으련만 우랄자는 완전히 짐승처럼 돌변해있었다.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는 돼지요 개로 돌변해있었던것이다. 눈을 지긋이 감고 목표물을 찾기만 하면 올라탈 자세였다. 향아는 너무도 분해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시각 분노는 당금 폭발할것만 같았다. 우랄자는 끝내 향아에게 덮쳤다. 비록 다리를 절름거렸지만 남자는 그래도 남자였다. 두 사람은 서로 붙어서 물어뜯고 할켜댔다.
바로 그때 장언니가 나타났다. 장언니는 밭에 배수구를 파려다가 그만 이웃과 말싸움을 하게 되였던것이다. 이웃은 촌장을 불러다가 시비를 가르겠다고 했다. 그바람에 장언니는 아예 향아까지 불러다가 함께 밭에 고인 물을 처리할 방도를 토론하려고 했던것이다. 장언니는 먼저 향아네 집으로 찾아갔지만 향아가 보이지 않자 밭으로 나왔던것이다.
“우랄자, 너 이 좆 같은 놈아. 뭐 하는거야?”
석쉼한 목소리를 내는 장언니의 목은 매우 굵었고 몸매도 거쿨졌다. 장언니는 운동복웃도리 팔소매를 썩 걷어부치고 손발을 잽사게 날려 우랄자에게 강타를 퍼부었다. 우랄자는 당금 향아를 따 먹으려고 하다가 그만 풀치고 만것이다. 우랄자는 정신을 가다듬어서야 대방이 장지화(장언니의 이름)라는것을 알아보고는 내꼴 봐라 하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때까지 곁에서 우랄자와 향아네를 훔쳐보던 “백전풍”도 악을 쓰고 우랄자를 따라 도망갔다.
향아와 장언니는 숨이 턱에 닿아 밭으로 뛰여갔다. 장언니네 이웃은 늙은이였는데 그는 여전히 자기네 밭에 물돌을 낼수 없다고 잡아뗐다. 로인은 장언니를 보고 물이 흐를수 있게 배수관을 묻으라고 했다. 로인은 자기의 땅에 도랑을 판다는것은 자기 선조의 맥을 파내는것과 같다고 엄포를 놓았다. 로인은 어떻게 말해도 듣지 않는 고집쟁이였다.   화해를 시키려고 찾아왔던 마파람도 분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였다. 마파람은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질렀다.
“이것도 촌의 일이란 말이요?”
장언니도 그에 못지 않게 높이 소리쳤다.
“개같이, 누가 나를 건드려?”
“청상과부 같으니라구, 누가 너를 건드려? 너 하구는 말도 섞기 싫어. ”
“청상과부면 어째? 내가 좀 실팍할뿐이지. 욕심나? 꿈이나 깨라구. 아무리 임자 없는 고기덩이라도 네 놈은 안줘!”
그 말에 마파람이 받아쳤다.
“흥, 너 같은 비게덩이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 나는 삼고(三高)가 있거든.”
그 로인은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싶어서 마파람에게 말했다.
“촌장, 뭐라고 말 좀 해보소. 배수관을 묻더라도 촌장이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소? 장지화는 아녀자라 그 일이 쉽지 않을거요.”
그 말에 마파람은 석자나 올리 뛰면서 소리질렀다.
“뭐요? 나를 보고 배수관을 도적질해 오라는거요? 내 일년 로임이 5천원밖에 안되오. 상급에서 날마다 검사를 내려와 거저 먹고 마시고 사람마다 담배 한보루씩 가져가는것은 명문처럼 되였소. 그래도 나는 그 돈을 어디가서 해결 받을데가 없소. 그들이 나의 닭을 몇마리나 먹어치웠는지 알기나 하오? 그것도 수탉으로 말이요. 거기다가 산초에 형주두부볶음까지 그게 얼만지 아시오? 나라의 돈은 다 먹어버릴수 없어도 나 이 마영재(마파람의 본명)의 재산은 굽이 나게 생겼다오. 붉은것(红道), 흰것(白道), 검은것(黑道) 어느 하나를 건드릴수 있겠소? 그들과 사이 좋게 지내자면 얼마나 힘든지 아시오? 당신들, 누가 나를 리해해주려고 하오? 누가 나때문에 속을 태워주나 말이요. 올해 나는 이미 배수관 500메터를 사서 묻었소. 그런데도 당신들은 나더러 5천메터를 묻어달라는거요? 촌의 사무경비가 고작 5천원밖에 안되오. 부촌장이 마을의 상점들을 돌면서 담배나 남새를 외상으로 가져다 쓰는것을 보지 못하오? 비렁뱅이들처럼 말이요. 내가 촌장으로 된 3년래 길을 얼마나 닦았고 배수관은 얼마나 묻어주었소? 모두들 량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란 말이요. 우리 마을에는 적어도 3개의 배수로와 수문을 앉혀야 배수문제를 해결할수 있소. 하지만 배수로와 수문을 하나 앉히자면 적어도 30만원은 있어야 하오. 나라에서 돈을 주지 않으니 난들 무슨 방법이 있겠소?”
그 말을 장언니가 받아쳤다.
“그렇다고 촌장이 나 몰라라 한단 말이요? 만약 올해 농사를 망쳐 먹으면 우린 누구를 찾아 손을 내민단 말이요? 그리고 향아네도 그렇지, 너도 올해 아무것도 남을게 없지? 마을의 소며 개며 양이며… 도적 맞힐것은 도적 맞히고 독침을 맞을것은 독침을 맞고… 사람이고 짐승이고 어디 하나 시름 놓고 살수 있소? 그런데도 당신은 어디 하나 관심이라도 하오?”
마파람은 장언니의 격한 목소리를 맞받아 이렇게 소리쳤다.
“아니, 내가 그래 관심하지 않았단 말이요? 왜 그렇게 말하는거요? 더 이상 관심을 하고싶어도 돈이 없어서 문제지. 당신들은 알기나 하오? 파출소에서 사건을 조사해도 촌에서 돈을 내라고 하는 판이요. 그들이 촌에다 보초소 두개를 앉혔는데 일군들은 촌의것을 거저 먹고 촌의것을 거저 마시고 지어는 촌에서 차를 세내여 자기들을 싣고 형주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발까지 씻게 하라고 하니 낸들 쉬운줄 아시오? 사실 말이지 마을의 남정네들이 다 떠나가 마을이 빈것과 다름이 없지 않소? 자네 같은 아녀자들이나 환자들 그리고 어린이며 늙은이들이 도적놈들에게 놀라서 병이 날 지경이라는것을 나도 알고는 있소. 장지화, 자네도 쩍하면 모할아버지께 선서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모할아버지 그 세월에야 어디 지금처럼 도적놈들이 날뛰였소? 간혹 도적놈이 있었다고 해도 잡아서 늘씬하게 때려주고 투쟁대회를 몇돌개 하면 인차 곰상곰상해졌더랬지. 하지만 휴— 점점 가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할려고 이러는지… 나쁜 놈들이 더 판을 친단 말이요.”
마파람은 장언니가 로인에게 “황학루”표 담배 한보루를 사드리기로 하고 일을 한단락 매듭 지었다. 그제야 로인은 자기의 밭으로 도랑이 지나갈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그날 장언니는 향아를 보고 진에 가서 애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약속대로 하면 이날은 장언니가 애들을 데리러 진에 가야했다. 금요일에 애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는 일을 한 사람이 한 주일씩 맡아서 하기로 했던것이다.
장언니와 향아의 애들은 진에 있는 학교에 주숙하며 공부했다. 장언니도 향아처럼 늘 개를 잡아가는 사람들의 독침에 애들이 잘못 맞을가봐 근심했던것이다. 만약 정말 그 독침을 맞기라도 한다면 영낙없이 목숨을 빼앗기게 될것이였다. 그놈들이 독침에 묻힌것은 “삼불도(三步倒)라고 하는 비상이였던것이다.
진으로 가는 길에 또 한차례의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는 왜 끊이지 않고 진종일 내리는지.
향아는 거무튀튀한 공공뻐스에 오르자 공교롭게도 마파람을 마주하게 되였다. 정말 원쑤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격이였다.
“허허허… 향아야, 너희들이 재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너희들보다 더 재수가 없거든.”
마파람은 향아네 일을 금방 조해한후 병아리를 사려는 사람에게 직접 병아리를 전해주러 갔다가 그만 그집 개에게 다리를 물렸던것이다. 다리에는 둥그렇게 깊은 개이발자리가 났다. 개이발자리는 붉으스름하게 변해있었는데 어딘가 목단꽃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다 큼직한 목단꽃을 피운 마파람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있었다. 마파람은 진병원으로 광견왁진주사를 맞으러 가는 길이였다. 마파람이 얼굴을 찡그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를 웃지 말거라, 누구나 재수 없을 때가 있는거다. 너의 유채나 결협(结荚)도 그닥 자람새가 좋지 않더라. 붕소나 생명소 같은 비료를 뿌려야 할것 같더라. 배수문제는 비록 내가 어쩔수 없었지만 내가 너에게 닭을 줄테니 네가 한번 길러봐라. 나는 그렇게라도 너를 돕고싶으니까.”
마파람은 잠간 말끝을 끊었다가 계속 이어나갔다.
“삼우가 그렇게 너를 돌보지 않는데 너는 또 내가 돕겠다는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니. 참 뭐, 내가 너를 잡아먹기라도 한다니? 그래 내가 사람을 잡아먹는 촌장이라도 된단 말이냐?”
마파람은 말을 하면서 기어코 향아의 곁에 비비고 들어앉았다. 뻐스는 이미 낡을 때로 낡아서 자리와 등받이의 해면은 진작 어느 손 빠른 놈이 다 뽑아가버려 자리에 앉았다고 해도 마치 쇠덩이우에 앉은듯한 느낌이였다. 게다가 길까지 좋지 않아 한번 차가 들출라치면 엉뎅이가 들썽거리고 척추가 아래로 눌려 여간만 불편한것이 아니였다. 언젠가 이 뻐스에 앉았다가 척추가 부러지면서 사지마비가 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거저 자신이 재수없다고 탓했뿐이였다.
마파람은 개에게 물려 광견왁진주사를 맞으러 가면서도 신혼차에 앉은 사람처럼 벙글거렸다.
우뢰가 울자 운전수도 잔뜩 긴장해 했다. 그가 한시 바삐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허둥대다보니 차는 정신나간 황소처럼 허둥지둥 질주를 해야 했다. 운전수는 말라꽹이였는데 어쩌면 “길이 험하고 차가 아무리 들추어도 기껏해야 누군가의 갈비뼈가 나갈것이고 더 험하면 차바퀴가 떨어지겠지.” 하는 배짱을 가지고있는것 같았다. 차가 앞으로 질주하자 흙탕물이 사처로 튕겼다. 차안에 숨어있던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 손님들의 몸에 내려앉았고 하 벌린 입으로 날아들었다. 그바람에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이보시오. 좀 천천히 몰면 안되오?”
손님들은 대부분 운전수와 익숙한 사이였는데 그는 진에서 고기를 파는 류할머니의 남편이였다. 그들의 가정생활은 그리 행복한 편이 아닌것 같았고 성생활도 그다지 조화롭지 않은것 같았다. 운전수의 눈확은 언제나 푹 꺼져들어가 있었고 두눈은 뭔가에 놀란듯 늘 불깃불깃해 있었던것이다.
향아는 입을 꼭 다물고있었다. 마파람이 자꾸 옆으로 밀어서 몹시 불편했다.
“삼우는 언제 돌아온다니? 삼우가 마음이 변하면 어쩔라구? 그래도 너는 삼우를 위해서 이렇게 정조를 지키고있구나. 너는 어쩌면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줄도 모르니? 밤이면 밤마다 독수공방을 하지? 몸은 너의것이니 너의 맘대로 할수 있는것이 아니냐?”
마파람은 끝도 없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향아에게 치근거렸다.
차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그의 부하라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마파람은 그중에서 유독 향아를 편히 놔두려고 하지 않았다. 차안의 사람들은 모두들 웬 일이냐는듯이 마파람과 향아를 바라보았다. 마파람은 누군가 권하는 담배를 받아서 피우기 시작했다. 향아는 마파람이 내 뿜는 담배연기에 질려 연신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향아는 자리를 바꿔 앉으려고 생각했다. 그때 차창으로 비가 스며들었다. 향아는 그것이 기회라싶어서 인차 몸을 일으켜 다른 자리에 가 앉았다. 마파람은 대번에 얼굴을 찡그렸다. 마파람은 향아의 그 거동이 자기의 자손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때 향아보다 더 이쁘장한 녀인이 차에 올라왔다. 마파람은 그 녀인을 향해 소리쳤다.
“막자야, 이리 와 내곁에 앉아라.”
그리고는 향아를 보면서 말했다.
“저 애는 초대언덕의 막령감네 딸이란다. 진초대소의 복무원이지.”
향아는 못 들은척 잠간 서있다가 차가 멈춰서자 나는듯이 차에서 내려버렸다.
향아는 붕소와 생명소를 사주겠다는 마파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절로 그것들을 샀다.
향아는 또 우유와 꿀과 검은 들깨가루도 샀다. 그것들은 락막교에 살고있는 새언니에게 선물할것이였다. 향아는 후에 시간을 타 락막교에 가서 새언니를 보고오리라 벼르고있었던것이다.
  락막교의 새언니는 오래전부터 앓고있었다. 원인도 모르게 말이 똑똑치 않고 두다리에 맥이 빠져 제대로 길도 걸을수 없게 되였던것이다. 이미 2, 3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새언니를 두고 귀신에게 홀린것이 아니냐고 뒤공론을 했만 향아는 그렇게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향아는 절대 그럴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기의 새언니만은 그런 병에 걸릴수 없다고 확신했던것이다. 그래서 향아는 어느때 시간을 타서 락막교에 가 새언니를 보려고 생각했다. 가는 걸음에 맛나는 음식을 사서 새언니에게 대접하려고 마음 먹었던것이다.
향아는 새언니가 매우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하여 가을까지 새언니가 살아있으면 꼭 해쌀 한마대를 메다가 새언니에게 드리려고 계획했다. 전에 새언니는 걸핏하면 향아에게 쉰 밥을 먹으라 했고 지어는 아예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향아가 심은 품종은 잡교종이였다. 잡교종은 비교적 품질이 좋았는데 흠이라면 다른 품종들보다 산량이 적은것이였다. 한무에서 1, 2백근이 적게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집에는 자기 밖에 없는지라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있었다.  
사촌오빠는 새언니를 맞은지 벌써 12년철에 접어들었는데 자식도 벌써 10살에 났다. 하지만 새언니는 겨우 28살 밖에 안되였다.
“그 나이에 애는 어떻게 낳았대?”
사람들이 궁금해서 이렇게 물으면 새 언니는 “녀자가 애를 못 낳아?”라고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향아가 어릴 때 그의 아버지는 강물에 빠져 익사했고 그의 엄마는 어느날 친척집에 간다고 나간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엄마가 재가를 했을것이라고 수근댔다. 하여 향아는 그후로 쭉 사촌오빠와 새언니에게 얹혀서 살게 되였다. 향아가 초중을 졸업하게 되자 새언니는 사처로 다니면서 혼사자리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사촌오빠는 그러는 새언니를 말렸다. 하여 새언니는 늘 이를 갈면서 사촌오빠를 미워했다.
“저 년을 당금 시집보내요. 그래 그냥 끼고서 첩이라도 만들 셈인가요?”
향아는 어느날 사촌오빠가 주방에서 식칼을 들고 두눈이 벌겋게 충혈되여 부들부들 떨고있는것을 직접 본적이 있었다. 향아는 사실 사촌오빠나 새언니가 자기를 위해 무엇을 해줄것이라는 희망조차 가지지 않고있었다. 하여 어릴 때부터 자기의 일은 자기로 해결하려고 애써왔다. 첫 달거리가 왔을 때도 그랬다. 그후로 옷을 사도 저절로 어떤 옷이 어울릴가를 따져가면서 직접 샀다. 좀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향아는 그런 일들을 모두 스스로 익히게 되였다. 학교 음악선생님이 향아를 두고 아쉽다는듯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다.
“오향아, 너의 손가락은 바로 피아노를 칠 손가락이거든. 참 아쉽구나.”
선생님도 부러워할만치 향아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던것이다. 향아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얼굴에 약간 수집은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천만에요. 저는 아직 놀음감피아노도 본적이 없어요.”
봄이 되면 향아는 사람들을 따라 호수가에 가서 쑥을 뜯었고 가을이면 갈대를 꺾었다. 그리고 또 남자애들을 따라가 고기를 낚거나 반두를 가지고 고기를 건져내기도 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되면 진에 가서 잔일을 찾아 돈벌이를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조카들에게 얼음과자를 사주었고 옷이나 책가방 같은것들도 마련해주었다. 향아는 그처럼 헴이 들고 눈치가 빨라서 사촌오빠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며 새언니가 함부로 트집을 잡지 못하게 했다. 후에 새언니는 자기의 사촌동생을 향아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새언니는 향아가 자기의 사촌동생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향아는 별 소리 없이 새언니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향아의 눈에 새언니의 사촌동생 삼우는 그래도 괜찮은 인물이였던것이다. 향아는 삼우가 사촌누나인 자기의 새언니처럼 그렇게 마음씀씀이가 나쁘지는 않다고 느꼈던것이다. 향아는 나이를 세살이나 불궈가지고 삼우와 결혼을 했다. 그제야 새언니는 앓던 이를 빼버린것처럼 속이 후련해 했다.
아이를 낳은후 향아는 형주에 가서 시름 놓고 시내구경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 향아는 악기상점앞을 지나게 되였다. 상점안에는 빛이 번쩍번쩍 나는 피아노가 진렬되여 있었다. 향아는 그 피아노를 만져보고싶어서 한달음에 상점안으로 들어갔다. 피아노앞에서 향아는 저도 몰래 자기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향아는 그 손으로 피아노건반을 한번 눌러보고싶었다. 하지만 그때 향아의 손은 거친 일때문에 벌써 흉측하게 변해있었다. 그때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있었는데 그 피아노소리는 그렇게도 아름답게 들렸다. 향아는 피아노소리가 울리는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피아노를 치는이는 동그스름한 얼굴을 가진 귀여운 녀자애였다. 녀자애의 손가락은 길지 않았다. 적어도 자기의 손가락보다는 길지 않다고 향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향아는 그 녀자애의 모습에서 어릴 때의 자기를 보는것 같았다. 향아는 녀자애의 곁으로 다가가 피아노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향아의 두볼에서는 저도몰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향아는 으스러지게 자기의 손가락을 꼭 잡았다.  
장언니도 향아의 손가락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다.
“너의 손가락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것을 나는 진작 봐냈다. 넌 전생에 꼭 도시에 사는 규수였을거다.”
삼우도 첫날밤에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 손가락이 참 예쁘다니까. 손가락이 길어서 쓰리군이 되여 남들의 돈가방을 집어내면 제격이겠다니까.”  
향아는 물건을 다 산후 또 류아주머니네 가게에 들러 소고기 서근을 떴다. 사촌오빠는 언젠가 향아에게 새언니가 지금은 푹 삶은 소고기밖에 먹지 않는다고 말해준적이 있었던것이다. 새언니가 소고기를 즐겨 먹는다니 의례 몇근 떠다드리는것이 당연하다고 향아는 생각했다. 어쩌다가 찾아가는데 새언니가 군소리를 못하게 해야 했던것이다. 전에 새언니가 자기를 어떻게 대했던지 자기는 그 일을 되새기지 않을것이라고 향아는 마음 먹었다. 향아는 진심으로 새언니를 잘 대해주려고 했다. 그러면 이웃들은 시누이가 셈이 들었다고 할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향아는 만족할것이였다.
새언니에게 줄 선물을 산후 향아는 또 집에서 쓸 강두(豇豆)며 조롱박이며 당지의 빛이 나는 오이도 얼마간 샀다. 장언니는 빛이 나는 오이를 미꾸라지에 넣어 푹 고면 맛이 참 좋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향아는 장언니를 생각하면서 빛이 나는 오이를 샀던것이다. 그후 향아는 학교에 가서 아이 둘을 마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우가 즘즉해지기 시작했다. 폭우도 잠간 쉬려는것 같았다. 폭우가 끊자 전야는 온통 물바다로 변해버렸다.
“죽은 개가 있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바람에 차도 놀라서 올리 솟는듯싶었다. 모두들 눈길을 길섶에 돌렸다. 수삼(水杉)나무 아래의 진흙탕에 커다란 황둥개 한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쓰러져있었다.
“번개에 맞은게 아닌것 같군. 분명 독침에 맞은거야.”
“저기도 한마리가 있네.”
누군가 또 소리쳤다. 그 바람에 사람들은 죽은 개를 두고 분분히 의론을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몇만원을 들여 산 장오(藏獒)도 얼마전에 독침을 맞아 죽었다고 했다. 독침을 맞아 죽은 개는 인차 내장을 들어내고 식당에 넘겨주는데 한마리에 2백원은 실히 받을수 있다고 했다. 길에는 미처 끌어가지 못한 독침을 맞은 개들이 쓰러져있었던것이다.
향아는 손으로 애들의 눈을 가리워주었다. 그러면서도 향아는 자기가 더 무서워 부들부들 떨었다. 죽은 개의 몸뚱이에 꽂혀있던 록색의 독바늘이 자꾸 향아의 머리에서 맴돌이 쳤던것이다.
향아는 집에 돌아가서 저녁을 해먹으려고 했지만 장언니가 기어코 향아네를 눌러앉혔다. 하여 향아는 오자와 함께 장언니네 집에서 한끼를 해결하게 되였다. 향아는 새언니에게 주려던 우유를 한봉지 꺼내 장언니앞에 내놓으면서 언제 시간을 타서 친정에 한번 다녀오자고 청을 들었다. 그러자 장언니가 향아에게 “함께 가지 말고 따로 다녀오자.”고 말했다. 둘이 함께 가면 집에서 기르는 소들을 누가 돌보겠는가 하는것이였다. 하긴 소도적들이 웃실거리는 판에 누군가는 집에 남아서 소들을 지켜야 할것이였다. 장어니는 또 친정으로 자주 가면 자기의 시어머니가 의심을 할것이라고 근심했다. 아직도 10여만원이나 되는 부양비가 시어머니의 손에 있었던것이다.
장언니의 남편은 남방에 가서 일을 하다가 삼년전에 차사고로 돌아갔던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언니는 향아와 별 다른 관계가 없었다. 그저 향아도 락막교에서 들고양이호수로 시집왔기에 비슷한 말투를 쓴다는것 정도로 알고있을뿐이였다.
어느한번, 향아는 진에 가서 신분증을 수속하게 되였다. 그가 순서를 기다리고있는데 누군가 파출소청사 꼭대기에 웬 남자가 죽어있다고 알렸다. 그바람에 사람이 우르르 파출소로 구경을 갔었다. 향아는 그때 장언니가 “엉뎅이소장”의 사무실에 있는것을 보았다. 장언니는 그때 “엉뎅이소장”과 한창 말다툼을 하고있었다. 오가는 말을 들어보니 장언니의 남편이 무슨 불행을 당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열변을 토하는 장언니는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고 피부색마저 뿌옇게 변해있었다. 장언니는 “엉뎅이소장”을 보고 증명자료를 떼달라는것이였다. 그래야만 남편이 일하던 곳으로 가서 배상을 받아올수 있다는것이였다. 하지만 웬 일인지 “엉뎅이소장”은 기어코 증명을 떼주지 못한다고 잡아떼는것이였다.
“자네의 남편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내가 어찌 안단 말이요? 혹시라도 무슨 범죄전과가 있다면?”
대방에서는 이곳 파출소에서 당사자가 아무 범죄전과도 없다는것을 증명해오라는것 같았다. 장언니 남편의 호구가 여전히 이곳에 있으니 형식적으로 이같은 증명서류를 요구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마저 죽은 마당에도 “엉뎅이소장”은 여전히 원칙을 내세웠다.
“만약 자네의 나편이 무슨 범죄전과라도 있으면 어떻게 하냐 말이여. 살인이나 방화 같은 죄라도 저지른적이 있다면 누가 책임질겨?”
“사람이 다 죽은 마당에 왜 죽은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당신을 찾을가 걱정인겨? 그들 보고 돈이나 배상하라고 할건데 사람도 없는 판국에 소장까지 되는 사람이 순례대로 증명서에 도장 하나 찍어주면 그만이지, 그러면 어디가 덧 나는겨?”
그날 장언니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파출소의 책상을 번져버렸다고 한다. “엉뎅이소장”은 장언니가 공무방해죄를 졌다고 해서 일주일이나 구류소에 가뒀다는것이였다. 남편까지 죽은 사람이 구류소에 갇힌다는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라고 향아는 생각했다. 그후 향아는 늘 장언니네 가게에 가서 남새를 샀다. 친정이 같은 고장이라 차츰 서로는 마음을 나눌수 있는 좋은 친구로 되였던것이다.
장언니는 료리를 참 잘 볶았다. 그덕에 향아는 맛나게 한때를 먹을수 있었다. 그날 먹은 료리는 황고어(黄古鱼)에 쑥갓나물을 넣어 곰한것이였다. 마을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산해진미 생각없네, 황고어에 쑥갓나물을 넣고 고면 제격이라네”
금방 머리를 쳐들 때의 쑥갓나물의 연한 약냄새가 황고어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황고어의 비린내가 또 쑥갓나물의 약냄새를 눌러주어 묘한 조화를 이루어냈던것이다. 거기다가 고추와 마늘을 약간씩 다져넣으니 국 또한 맛이 진해서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판이였다.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맛 좋은 음식을 구경하지 못했던 두 아이는 금방 감옥에서 나온 사람인양 황고어를 한마리씩 손에 들고 하모니카를 불듯이 한쪽으로 쓱 당겼다. 그러자 손에는 고기 한점 없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쑥갓나물에도 황고어의 냄새가 푹 배여있었다.
향아는 락막촌으로 새언니를 보러가면서 열쇠를 장언니에게 맡겼다. 그리고 소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장언니는 밤에 향아네 집에서 자면서 소와 집을 지키겠다고 했다.
새언니는 간신히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몸은 너무도 여위여 겨릅대를 방불케 했다. 향아는 새언니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새언니는 병으로 말도 하지 못했다. 새언니는 눈물이 그렁거렁해서 시누이를 힘없이 바라보고있었다. 사람은 아마도 병이 들어야 얼굴에 선량함을 담을수 있는가보다. 향아는 새언니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나를 알아볼수 있나요?”
새언니는 간신히 머리를 끄덕였는데 그바람에 입귀를 타고 멀건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향아는 새언니의 입귀에서 흐르는 침을 닦아준후 영양품과 소고기 등 식품을 가방에서 꺼내놓았다. 사촌오빠는 또 “저 사람은 소고기를 즐겨한다니까. 보드랍게 찢어 줘야 해. 고추는 넣지 말구. 고추를 조금만 먹어도 한참이나 구역질을 한다니까.” 하고 말했다. 향아는 직접 새언니에게 음식을 끓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촌오빠가 말했다.
“여보, 향아가 당신을 주자고 소고기를 가져왔다오.”
향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새언니의 무릎을 덮은 낡은 솜저고리를 잘 여며주었다.
향아는 주방으로 가서 고기를 삶기 시작했다. 향아는 사촌오빠의 명도 참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면 어찌 젊어서 안해가 이렇게 힘든 병을 얻을수 있단 말인가? 주방에는 온통 때자국이 꾀죄죄한 식기들이였고 구석구석 거미줄이 드리워있었다. 가시지 않은 사발이며 쟁반이 가득 쌓여있었다. 녀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그렇게 첫눈에 티가 나는 모양이였다. 그 주방은 전에 향아가 관리했었다. 향아는 사발이나 쟁반을 알른알른하게 닦았고 남새를 깨끗하게 다듬었었다. 도마에 남새를 올려놓고 썰 때면 칼소리가 여간만 절주있고 흥겹지가 않았다. 그야말로 주방엔 생기가 차넘쳤다고 할수 있었다. 소고기를 씻어 넣은 가마가 불렁불렁 끓는것을 보고난 향아는 새언니를 해볕 좋은 창턱아래로 안아다가 볕쪼임을 시켰다.
마을사람들이 향아가 온것을 보고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또 새언니의 병에 대해 말을 주고받았다. 모두들 향아의 사촌오빠가 매우 힘들게 사는데 참으로 불행하다고 가슴 아파했다.
향아의 사촌오빠는 늘 날 밝기전에 밭으로 나가는데 남들이 밭으로 나가면 벌써 밭 두무가량을 갈아엎은뒤라고 했다. 마을사람들은 또 새언니가 너무 린색하다고들 나무랐다. 그래도 사촌오빠는 아무말도 못하고 산다는것이였다.
“너의 오빠는 실로 너무 로실해서 탈이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집에 남아 녀편네를 보살피고있단다. 오줌똥을 받아내면서 말이다. 너의 새언니가 어디가서 네 오빠 같은 사람을 만날수 있겠느냐? 너희들 오씨네 식구들은 실로 법이 없어도 살 사람들이란다.”
향아는 푹 삶은 소고기를 잘게 찢어서 새언니에게 먹였다.
3일후, 향아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떠날 때 사촌오빠는 향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밭은 나도 어쩔수가 없구나.”
사촌오빠네 집에 도착했던 날 향아는 사촌오빠를 보고 밭에 들어온 물을 빼는 일을 도와달라고 청을 들었던것이다. 사촌오빠는 향아의 손을 잡고 또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면 저 사람은 누가 돌보겠느냐?”
새언니네 친정에서는 아예 새언니를 죽은 사람으로 치부했는지 한달이 다 가도 얼굴 한번 들이밀지 않는다는것이였다.
“너네 그 밭 말이다. 넘 작아서 양수기를 동원하면 애 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것이다. 올방개를 심을수 없다니까 미나리를 심어보렴. 저 사람이 삼우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지? 나는 그저 삼우가 도시로 돈 벌러 갔다고만 했단다.”
향아는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동나무아래의 장언니네 매대가 비여있는것을 발견했다. 문에는 자물쇠가 잠궈져있었다. 향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으로 장언니를 찾았다. 그때 장어니는 밭에 있다고 했다.
향아는 그 길로 밭에 나갔다. 향아는 그만 깜짝 놀라고말았다. 뜻밖에도 그때 장언니는 어디에서 빌려왔는지 작은 양수기로 밭의 물을 뽑고있었다. 배수관은 밭으로부터 백여메터나 길게 늘여져있었다. 얼마나 물을 뽑아냈는지 묘들이 이미 머리를 내밀고있었다. 향아는 장언니가 너무도 고맙게 느껴져 목이 메여올랐다. 장언니는 머리를 들어 향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너를 보고 심으라고 하지 않았니? 네가 낟알을 걷우지 못하면 내 마음도 편치 못하지. 내 재간에 배상할수도 없구. 하하하…”
장언니는 양수기를 빌어왔다고 했다. 그러니 기름값이나 좀 쥐여주면 될것이라고 했다.
  입에 발린 말을 할줄 모르는 향아는 정말 뭐라고 더 이상 고마움을 표시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향아는 장언니에게 식사를 했는가고 물었다. 아직 식전이라고 장언니가 말하자 향아는 주저하지 않고 곧추 마을어구에 있는 식당으로 달려가 볶음밥을 시켜다 밭두렁에 앉아서 먹었다. 향아는 올 때 맥주도 한병 들고왔다. 장언니는 술을 참 잘 마셨는데 웬간한 남자들보다도 주량이 컸다. 성격도 남자들처럼 거칠었다.
그들의 뒤는 푸르른 물결이 출렁이는 들고양이호수였다. 차츰 밤장막이 드리우고 달빛이 어슴푸레 대지를 비추기 시작했다. 들고양이가 물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내는 눈빛은 마치도 고기배에서 반짝이는 등불같아 보였다. 들고양이들이 아우성치는 소리는 그처럼 높고 앙칼스러웠다.
들고양이소리와 어울려 퍼지는것은 언제나 끊을줄 모르는 개구리울음소리였다. 두가지 소리는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사뭇 조화를 이루고있었다. 그바람에 양수기가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는 그처럼 단조롭고 작게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도 어쩌면 밤장박이 드리운 전야에서 들려오는 여러가지 소리들에 진작 조화된듯싶었다.
향아는 개구리울음소리를 좋아했다. 들고양이호수에 시집을 와서부터 향아는 개구리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마을에 마음을 붙이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러고보니 개구리울음소리는 향아가 들고양이호수에서 살아가는 리유라고 할수 있었다. 개구리울음소리는 봄에 뾰족뾰족 머리를 쳐드는 새싹들과 함께 시작되였다. 개구리울음소리는 마치도 흠입력이 풍부한 자연의 호소와도 같았다. 그 울음소리는 사람들이 묵묵히 살아가는 동력과도 같은것이였다. 이밤, 산간의 고즈넉한 전야에서 들려오는 원시적인 음악은 바로 그 작은 생령들의 장엄한 합창이였다. 물의 따스함, 바람의 훈훈함, 심록색의 수초와 파아란 벼모들 그리고 아름다운 련잎과 수련초(水帘草)는 개구리들의 장엄한 합창과 어룰려 뭔가를 이야기 하는듯싶었다. 향아에게 있어서 개구리울음소리는 시골의 꿈의 한자락이였다. 훈훈한 바람으로 보아 계절은 5월에 들어선듯싶었다. 바람은 지심의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것이라고 향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바람은 소년소녀들의 마음의 웨침 같은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물에 들어서서 물속의 수초를 건져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풀잎이 양수기에 말려들어가 사고가 날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또 도랑을 깊이 파서 물이 잘 흘러내리게 했다. 그후 그들은 밭두렁에 올라가 발과 다리를 씻었다.
“너 곤하지? 잠간 나의 다리를 베고 누워 눈을 붙여라.”
장언니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땅에 비닐쪼박을 펴서 습기를 막았다. 장언니는 아까 맥주 한병을 대부분 마시고 향아에게 몇 모금 맛을 보라고 했다. 향아는 근본 술을 마실줄을 모르기에 몇 모금만 마셔도 취기가 돌았다.
“술도 그냥 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시면 돼.”
장언니는 웃으면서 향아에게 말했다. 향아는 머리가 몹시 무겁고 아프다고 생각되였다. 향아는 두눈을 지긋이 감고 장언니가 가까이에서 오줌을 누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향아는 눈까풀이 자꾸 내려오는감을 느꼈다. 진종일 너무 힘들었던것이다. 장언니가 다리를 쭉 폈다. 향아는 장언니의 다리를 베개 삼아 베고 누워 인차 눈을 감았다. 자는지 마는지 향아는 일종 혼미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향아는 자기가 장언니에게 새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고 생각했다.
들고양이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손전지를 들고 향아네를 향해 오고있었다. 향아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미 향아네를 지나가버린 뒤였다. 그들의 거친 목소리만 여전히 바람에 날려올뿐이였다. 장언니가 뭐라고 말하느것 같았는데 향아에게는 똑똑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때 장언니의 손은 향아의 어깨에 올려져있었다. 이어 장언니는 손으로 향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향아는 또 장언니의 손이 자기의 목쪽으로 천천히 미끌어져 내려온다는것을 느꼈다. 그 느낌은 비몽사몽간에 전해지는것이였다. 그때 향아는 아직 완전히 잠을 깨기전이였다. 누군가 자기를 애써 꿈속에서 끌어내는듯한 그런 환각이 들었다. 그때 장언니의 목소리가 향아의 귀전에 울렸다.
“향아야, 너의 피부는 정말 귀신도 놀랄지경이구나. 아마 마을에서 제일 좋을거다. 새끼를 낳은 녀인네라면 누가 믿겠니?”
그때 향아는 머리를 장언니의 사타구니쪽에 묻고 그곳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있었다. 향아는 어릴 때 엄마의 품에 머리를 박고있는 자신을 보는것 같았다. 장언니의 손은 얇은 적삼 하나를 사이두고 가슴으로부터 천천히 복부쪽으로 미끌어오고있었다
“향아야, 넌 배가 하나도 안 나왔구나. 처녀애들 같다니까. ”
간간히 들려오는 장언니의 석쉼한 목소리는 그때 웬 일인지 달콤한 자장가처럼 들렸다. 장언니의 얼굴이 차분하게 향아의 얼굴에 대였다. 이어 장언니의 입술이 향아의 입술우에 포개졌다. 그때 장언니의 동작은 거칠지 않았다. 마치도 그 모든 동작이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것 같았다. 향아는 첨에 자기의 몸뚱이를 장언니에게 맡겨버린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언니의 입술이 자기의 입술에 포개지는 순간 향아는 일종의 짜릿한 느낌이 온몸에 쫙 펴지는것 같아 흠칫 몸을 떨었다. 장언니는 향아가 추워서 그러는것이라고 생각한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웃옷을 벗어서 향아의 몸에 덮어주었다.
향아는 완전히 잠에서 깨여있었다 하지만 향아는 그대로 누워서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나를 이처럼 따뜻하게 만져주었던가? 향아는 영원히 그대로 누워 잠들고싶었다.
개구리울음소리는 여전히 전야에 울려퍼지고있었다. 교교한 달빛아래에서 우렁찬 개구리울음소리는 짙은 안개와도 같이 밤장막을 칭칭 감싸고 향아의 꿈을 보듬어주고있었다. 장언니의 부드러운 손은 여전히 가담가담 향아의 몸을 더듬고있었다. 향아는 수정을 가득 담은 큰 솥이 자기의 몸에 그대로 엎어진듯한 묘한 느낌을 마음껏 향수하고있었다. 반디불이 주변에서 깜빡깜빡 빛을 뿌리고있었는데 마치도 별똥이 떨어져내리는것 같았다. 향아의 웃몸은 장언니의 운동복에 가리워져있어서 아주 따듯했다. 세상은 그 순간 장언니의 손을 감지하지 못하고있는것 같았다. 그 손이 바야흐로 한 사람의 일생을 다시 쓰고있다는것을 모르고있는것 같았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계절을 알리느라 신나있었다…  
땅에 습기가 돌자 향아는 씨를 뿌리려고 서둘렀다. 향아는 먼저 오이를 심으려고 작심했다. 모종은 형춘(荆春)40호였다. 그 모종은 당지에서 나온것으로서 오이의 모양새가 아주 름름했고 잔가시도 털도 없었다. 향아는 또 강두도 심으려고 준비했다.
향아는 그때까지도 그날밤의 야릇하던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종 꿈속을 헤매는듯한 환영에 시달리고있었다.
그날아침, 향아는 눈을 뜨고서야 이슬에 옷이 흠뻑 젖은것을 발견했다. 향아는 그날 누군가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떴던것이다. 그때 장언니는 양수기임자와 결산을 하느라고 목소리를 높였던것이다. 양수기임자는 그때 벌써 양수기와 배수관을 정리하여 차에다 실은 뒤였다. 향아는 뛰여가서 돈을 물었다. 물이 밭에서 빠진것을 보니 기뻐서 날것만 같았다.
장언니가 먼저 뚱뚱한 몸뚱이를 움직이며 떠났다. 빨리 가서 남새매대를 열어야 한다는것이였다. 하기야 남새나 과일을 제때에 팔지 않으면 못 쓰게 될수 있었던것이다. 장언니는 가면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던지 향아에게 소리쳤다.
“너 빨리 집에 가서 휴식 좀 해라. 몸이 그렇게 허약해가지구서야.”
양수기임자는 돈을 세여본후 향아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충해를 입지 않을거요. 이렇게 물에 말끔히 씻겼는데 어찌 해충이 남아있겠소.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된거지. 올해 대풍을 거두기를 바라오.”
양수기임자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어쩌면 그가 논에 있던 모든 번뇌를 다 달고 가버렸는지 논은 또다시 옛날의 고요를 되찾은듯 했다. 향아는 다시 두눈을 감았다. 오래동안 남에게 만지워 본적이 없던 몸, 물거미마냥 자유로이 움직이던 장언니의 손 그리고 그의 가벼운 발걸음…
장언니는 과연 무엇을 하려는것일가?
  그런것들을 생각하자 향아는 온몸이 굳어지는듯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해볕이 따스한 어느날이였다. 향아는 혼자 남새밭에 나갔다. 주변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가득 자라있었다.
형춘40호도 사실은 장언니가 향아를 보고 심으라고 한것이였다. 모든것이 어쩌면 장언니와의 계약이 아닌가 생각되였다. 그 계약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향아를 향해 다가온것이였다. 향아는 일이 어떻게 될지를 알수 없었다. 하지만 향아는 형춘40호를 심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맞춤하게 습기를 먹음은 폭신폭신한 땅을 밟고선 향아는 곡식들이 땅에서 머리를 밀고 나올것 같은 뜨거운 느낌을 온몸으로 감수할수 있었다. 그 계절, 파종을 하고 김을 매느라면 사람들은 바로 그 땅의 한부분으로 된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것이였다. 그래서 사람은 더구나 땅을 떠날수 없어 하는 모양이였다.
이 낯선 호수가에서 향아는 스스로 십여년을 소리없이 살아왔다. 자매도 없고 부모도 형제도 없이 그리고 장엄한 의식도 없이 묵묵히 살아왔던것이다. 마치도 바람에 날려온 이름 없는 풀씨처럼 이 곳에 떨어져 싹이 트고 뿌리를 박았던것이다. 향아는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똑똑히 알지도 못하고 세상살이에 허둥거리다가 아들을 보게 되였다. 그렇게 가정이라는것을 일구어냈지만 향아는 여전히 자기는 가정이 없는 혼자의 몸으로 여기졌었다. 누구도 눈 여겨 보아주지 않는 삶, 누구의 관심도 자아내지 못하는 녀인, 급히 이 땅에 왔다가 급히 늙어가는 인생, 호미와 낫과 소고삐와 밥주걱을 동무하여 늙어가는 생명, 혼자서 흙과 씨름하는 사람―향아는 자신이 마치도 오라지 않아 두 동강이 나게 될 지렁이와 같다고 생각되였다.
  향아는 침대에 늘 자기의 냄새가 배여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크면서 품을 떠나자 향아는 당연히 혼자서 침대를 쓰고 살았던것이다. 향아는 언제나 남이있는 절반 침대를 슬프게 생각하고있었다. 향아는 언제나 자기의 자리에서만 잘뿐 삼우가 눕던 그쪽은 다치지 않았다. 어쩐지 그 자리는 자기에게 속하지 않는것처럼 생각되였던것이다. 어쩌면 그 자리는 다치기만 해도 아픔이 느껴질것 같았다.
향아는 침대보를 반듯하게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소도 배가 불룩하게 먹였다. 집을 다 거둔후 지어는 변소까지도 깨끗하게 청소해놓았다. 두통의 봉선화화분에도 물을 주었다. 희딘흰 들냉이꽃은 훈훈한 바람에 시름없이 날리고있었다.
집 뒤뜰에 있는 못에서 련은  해볕을 받아 노르스름하게 번지고있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동에서 서쪽으로 분주히 헤여가고있었다. 전에 종래로 눈길 한번 준적이 없는 물고기들이였다.
삼우는 전에 물고기들이 노니는 그 못을 죽은 물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 배수구나 논밭에서 남생이나 드렁허리를 주어다가 못에 던져주기도 했다. 련뿌리는 파내여 설에 먹기도 하고 가끔은 사촌오빠네 집에 보내주기도 했었다.
닭들이 구구구 기분좋게 울어댔다. 그것들은 마파람촌장네가 가두어서 기르는 닭이 아니라 이웃들이 밖에 내놓고 기르는 닭이였다. 닭들은 대가리를 건뜻 쳐들고 자유롭게 뛰여다녔다.  
그날밤에 장언니가 향아를 찾아왔다. 한손에는 과일구럭이 들려있었고 다른 한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는데 안에는 미꾸라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향아는 전에 장언니와 뒤뜰안의 못에다가 미꾸라지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한적이 있었던것이다.
“너 래일 오이를 심는다고 하지 않았니? 종자는 물에 불궜니? 미꾸라지와 오이를 한데 고면 황고어에 쑥갓나물을 한데 곤것보다 더 맛있단다.”
그들은 손전지를 찾아들고 뒤뜰에 들어갔다. 청개구리들이 놀라서 풀떡풀떡 뛰였다. 향아가 자루아구리를 풀었다. 자루에는 물도 얼마간 들어있었다. 미꾸라지들은 자루에서 꾸불떡거리다가 못으로 들어갔다. 미꾸라지들은 한껏 몸을 흔들어대며 못속으로 사라졌다.
향아가 장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이것들이 내것인가요? 아니면 언니의것인가요?”
장언니가 잠간 생각을 굴리다가 말했다.
“물론 내것이지. 네가 나를 대신해서 기를뿐이야. 그러니 내가 두마리를 먹을 때 넌 한마리만 먹어야 해. 게다가 내가 너보다 더 뚱뚱하니까.”
“알았어요. 좋아요.”
“만약 늙은 오이에 미꾸라지를 고으려면 내가 나서는게 나을거다.”
그 말에 향아가 대답했다.
“언니가 만든 료리는 정말 맛있어요.”
이때 장언니가 말머리를 돌렸다.
“향아야, 넌 청바지를 입으면 더 멋져보인다. 바지가 엉뎅이를 꽉 조이고 다리가 길어서 말이야.”
그들은 오래도록 컴컴한 못가에서 한담을 했다. 향아는 여러번이나 장언니가 만든 료리가 맛있다고 치하했다. 그러자 장언니는 자기 남편도 살았을 때 자기가 만든 료리가 맛이 좋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밤에 남편이 자기를 찾아와서 장에 조린 생강을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장언니는 또 남편이 자기가 사는 곳의 화식이 너무도 차하다고 불평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장언니는 염라대왕도 탐오부패를 일삼고있는 모양이라고 했다면서 하하하 웃는것이였다. 향아가 그러는 장언니를 보고 물었다.
“벌써 몇년이 지났잖아요? 왜 다른 사람을 찾지 않아요?”
“찾기는, 시끄럽기만 하지. 혼자 사는게 얼마나 편해. 그리구 내가 무슨 남자 손을 빌 일이 있니.”
“남자들의 손을 빌 일은 없지만 그래도 가정은 있어야 하잖아요?”
“가정? 나와 내 새끼가 있으면 가정이 아니냐? 다른것은 필요 없어. 만약 내가 다른 남자를 찾아봐라. 나는 이 들고양이호수에 더는 남아있을수 없을거다. 시어머니는 당장 나를 쫓아내려고 할것이다. 나는 아직 애의 부양비로 만원밖에 받지 못했단다. 지금은 더 이상 생활비를 주지 않지만 우리 애가 대학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게 되면 주겠지. 사실 나는 그들과 생활비를 달라고 징징거리기 싫단다. 만약 내가 마음 먹고 소송이라도 걸면 그들은 무조건 지고 나앉을걸. 생각해보면 그들도 불쌍하지 뭐. 그들은 아들을 잃지 않았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니? 내 마음이 여린거야. 될대로 되라지 뭐. 나는 그래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다른 남자도 찾지 못하는거야. 그리고 사실 남자를 찾아서는 뭘 하겠니.”
향아도 장언니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되였다. 장언니가 또 입을 열었다.
“애 아버지가 살았을 때 내가 얼마나 그에게 맞으면서 살았는지를 너 아니? 그가 죽으니 내가 해방을 받은거지 뭐. 봐라, 애 아버지가 없어도 나는 여전히 살고있잖니? 어쩌면 더 잘 산다고 할수도 있지.”  
들어보면 장언니도 사실은 힘들게 사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기가 힘들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던것이다. 장언니는 무엇이나 남들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였다. 향아는 장언니에게 어딘가 영웅적인 기백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언니처럼 파출소 소장의 책상을 뒤집어 엎은 남자가 마을에 또 있는가?
잠간후 그들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장언니는 갈 때 세면도구와 전에 씻어서 널었던 옷을 가지러 왔다고 했다. 향아는 그것들을 찾아서 곱게 포개여 장언니의 손에 들려주었다…
 
 
진응송: 1956년 호북에서 출생. 장편소설, 소설집, 수필집, 시집 30여부를 출판. 중편소설 “어치는 왜 지저귈가?”는 “로신문학상”을 받음. 현임 호북성작가협회 부주석, 호북성문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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