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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비오는 계절 댓글:  조회:1331  추천:1  2020-06-17
1   민머리를 한 남자애가 주먹을 쳐드는 순간 빈이는 쏜살같이 뛰여가 그 애의 허리를 겨냥하고 오른발을 날렸다. “윽” 하는 소리와 함께 민머리를 한 남자애가 보기 좋게 옆으로 나가 널부러졌다. 빈이는 순간 몸으로 녀자애를 막아서면서 괴성을 지어올렸다. “뭣들 하는 거냐?”  “이…이건 어디서 굴러온 놈이냐?” 민머리를 한 남자애의 옆에 서있던 남자애 둘이 빈이에게로 달려들었다. 왼쪽에 선 남자애는 머리에 노란 물감을 들였는데 키가 늘씬했고 오른쪽에 선 남자애는 상고머리를 했는데 가슴이 탁 튀여나온 것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해보였다. 달려드는 품이 례사롭지가 않았다. 단번에 빈이를 짓뭉개버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빈이는 오른손으로 녀자애를 보호하면서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섰다. 남자애들은 빈이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숨막히게 앞으로 박근해왔다. 민머리를 한 남자애가 기신기신 기여일어나면서 소리쳤다. “죽여라, 당장 잡아 죽여라.” 그 소리에 힘을 입었던지 머리에 노란 물감을 들인 남자애가 빈이에게 달려들었다. 빈이는 슬쩍 옆으로 몸을 뽑았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오른주먹을 번개같이 날려 머리에 노란 물감을 들인 남자애의 가슴에 한주먹을 안겼다. 머리에 노란 물감을 들인 남다애가 삽시에 손바닥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아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빈이는 오른발을 날려 오른쪽에 선 상고머리를 한 남자애의 배를 걷어찼다. 민머리를 한 남자애는 그 기세에 지레 겁을 먹었던지 연신 “죽여라, 죽여라.” 하고 소리치면서도 감히 빈이에게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짜식들, 그 재간을 가지고 뭐…” 빈이가 옆에다 “퉤” 하고 침을 뱉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썩 꺼져라.” 남자애들은 대단한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던지 간신히 기여일어나 “씨발, 재수 없군.” 하고 씨벌이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놓았다. 빈이는 오른주먹을 왼손바닥에 대고 썩썩 비비면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짜삭들, 까불고 있네…” 빈이는 말하다 말고 머리를 돌려 목석처럼 굳어져있는 녀자애에게 눈길을 돌렸다. 녀자애의 두 눈동자는 당금 튀여나올 것만 같았다. 얼굴에 경이로움이 가득차있었다. “너 몹시 놀랐지?” 빈이가 히쭉 웃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좀… 와— 대단하다. 멋졌어!” 녀자애가 갑자기 손벽을 짝짝 치더니 빈이의 앞으로 다가섰다. “대단하구나. 싼다(散打)를 배웠니?” “아니, 이 정도야 뭐… 방금 너 아는 애들이니?” 빈이가 멋스럽게 주먹으로 코 밑을 쓱 쓸면서 물었다. “아니. 모르는 애들이야. 하학하여 집으로 가는 길이였어. 저 굽인돌이를 금방 돌아서는데 걔들이 앞에서 마주오는 거야, 나는 그저 길 가는 애들이겠지 하구 관심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 뺀뺀대가리를 한 애가 나의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하다가 나와 부딪치더니 팔을 상했다면서 치료비를 내라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돈이 없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랬더니 그 애들이 나의 팔이며 옷섶이며를 잡아쥐고 돈이 없으면 보내주지 않겠다는 거다.” 녀자애는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꼬리를 이어갔다. 빈이는 방금 아무 일도 당한 적이 없는듯 너무도 태연한 녀자애를 살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조금도 무서워하는 눈치가 없구나.” 녀자애는 그제야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머리를 숙였다가 다시 얼굴을 쳐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짜식들, 걔들이 셋이였으니 내가 참은 거지, 딴따(单打)를 했더라면 흥, 이래뵈두 난 태권도를 배운 녀자란다.” 녀자애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면서 자부심에 넘친듯 말했다. “와— 우!” 빈이는 일부러 과장스러울 정도로 두 팔을 쫙 폈다가 두 손바닥을 탁 마주치면서 함성을 지어올렸다. “고마웠어, 너두 참 대단했다. 멋졌다구. 나는 은지야, 서은지, 5중에 다닌단다. 3학년이야, 넌?” 은지가 도전적으로 물어왔다. 빈이는 다시 한번 히쭉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제1고중에… 1학년이야.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멀리서 걔들이 너를 에워싸고 있길래 필경 무슨 일이 생겼겠다 싶어서… 아니나 다를가… 녀자애가, 아무리 태권도를 배웠다고 해도 혼자 다니지 말아라.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오늘 너 운이 좋은 줄 알아라.” “하하하… 그 말투 제법이네, 어쩜 내 오빠라도 되는 것 같단 말이다. 줘봐라.” 은지가 빈이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뭘?” 빈이는 은지에게 눈길을 돌리면서 모르겠다는듯 물었다. “모르겠니? 우리 저 쪽에서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은지는 말을 마치고 빈이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개울 가로 걸어갔다. 빈이는 은지의 뒤모습을 잠간 지켜보다가 소리없이 은지를 따라섰다. 파란 풀이 미풍에 하느작이는 개울가는 유난히도 고요했다. 졸졸졸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가끔 “삐쭁—삐쭁—삐삐—쭁—” 하는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올 뿐이였다. 은지가 먼저 개울가의 펑퍼짐한 돌 우에 엉뎅이를 붙아고 앉았다. 빈이는 앉지 않고 은지의 뒤에 다가서며 다시 물었다. “뭘 줘보라는 거니?” 은지가 빈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말했다. “위챗이지. 앞으로 우리 친구하자.” 빈이는 깜짝 놀라는듯 순간적으로 야릇한 눈길을 은지에게 주었다가 당기면서 말했다. “녀자애가 겁도 없이. 가져라.” 빈이는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꺼내 위챗을 찾아 보여주면서 말했다. “네가 스캔해라.” 빈이는 은지에게 핸드폰을 넘겨주고는 옆에 앉으면서 자기의 QR 코드를 열심히 스캔하는 은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국보급 보호동물이라도 지켜보는듯 진지했다. 은지가 핸드폰을 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인젠 물리지 못한다. 워이신 까지 추가했으니까.” “뭘? 너 3학년이라면서? 오라지 않으면 고중입학시험인데 이렇게 한가하게 돌아다녀도 되니?” 빈이가 근심스러운듯 물었다. 그러자 은지가 얼굴에 활짝 웃음을 띠우면서 말했다. “이런 샌님이라구야. 고중입학시험은 너 같은 글벌레들에게나 어울리구. 난 이미 결정했다. 직업고중에 가려구.” “직업고중? 왜? 너, 공부는 별로구나…” 순간 빈이는 자기가 실수했음을 느꼈던지 혀를 홀랑 내밀어보이고는 자기의 말을 중둥무이했다가 이렇게 얼버무렸다. “직업고중도 괜찮지 뭐. 꼭 고중에 가야 맛이냐? 사실 나도 지루해, 고중 공부가…” “공부에 소질이 있으면 계속 공부하는 게 원칙이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소학교 때 부터 공부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은지가 괴물이라도 되는듯 빈이는 잠간 그를 살펴보다가 물었다. “너의 어머니는 뭐라구 안하니?” “어머니가? 말루야 공부를 잘하면 나를 류학까지 보내준다고 하지. 그래서 내가 일곱살 때 나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놓구 한국에 갔단다. 내 류학경비를 벌어온다구 말이다. ‘네가 아니면 내가 왜 이러구 다니겠니?’ 이게 우리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란다. 흥…” 은지는 남의 말을 하는듯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빈이는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너의 어머니두 한국에 가셨구나. 무척 고생하셨겠네. 쯧쯧…” 빈이는 제법 성숙된 이웃집 아저씨마냥 혀까지 찼다. “그런데 내가 직업고중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요즘 돌아왔다. 개고생을 한 보람이 없대, 벌어온 돈으로 호강하며 여생을 산대. 내가 우리 엄마 로후를 위해 돈을 절약해준 셈이지. 하하하…” 은지가 막무가내라는듯 사람 좋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를 이어 빈이가 한술 떴다. “너의 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구나. 어머니가 돌아와서.” “아버지?” 은지의 어조가 뒤끝이 높아졌다. 빈이는 흠칫하면서 은지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없어. 인젠 그 사람의 얼굴도 기억 나지 않아.” “아, 미안. 너의 어머니가 더욱 고생 많았겠구나.” “고생은 뭐, 그 녀자가… 우리 외할머니가 고생했지, 나 때문에.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외할머니를 내처 못 살게 굴었거든. 어느 날인가 내가 또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발버둥질을 치니 외할머니가 큰 마음을 먹고 어머니에게 국제전화를 한 거다. 나는 전화가 통화자마자 외할머니의 손에서 수화기를 빼앗아들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어. 어머니는 전화 저 쪽에서 ‘뭘 갖고 싶니? 엄마가 돈을 보내줄 게 갖고 싶은 것을 다 사가져라.’라고 말하면서 나와 함께 펑펑 우는 것이였어. 그 후부터 어머니는 진짜 많은 돈을 보내주었구. 그 덕에 나는 돈을 펑펑 쓰면서 호강을 하긴 했지만…” 침 한번 삼키지 않고 술술 내리 엮는 은지를 바라보면서 빈이는 풍상고초를 다 껶은 어느 할머니의 인생담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은지도 그러는 빈이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하다고 생각했던지 말끝을 흐리면서 말했다. “내가 참, 웬 주책이냐, 오늘 처음 보는 애한테. 그래도 네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 어쩌니. 나의 구명 은인!” “뭐? 구명 은인?” “아니니? 넌 1대 3으로 나서서 남모르는 녀자애를 위험에서 구해준 호걸인데.” “뭐? 어… 하하하…” 빈이는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소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 은지가 빈이의 곁으로 한뽐 다가 앚으며 말했다. “인젠 너도 말해야지.” 빈이가 무슨 말이냐는듯 되물었다. “뭘?” “우리 공평해야지. 내가 나의 신상을 이 정도 밝혔으니 너도 너의 신상을 털어야지.” 은지는 당연하지 않느냐는듯 빈이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빈이는 쑥스러운듯 눈길을 돌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저 그렇지 뭐. 별루 없어. 털 게.” “내가 어머니에 대해 말했으니까 너도 그 쯤은 털어야잖아?” 은지가 뚱겨주었다. “어머니?” 빈이가 잠간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평범한 사람이야, 고정 직업이 없어. 개인 식당에서 주방보조로도 일했구 슈퍼에서 물건도 팔았댔다. 그러나 지금은 잠간 집에서 쉬고 있어.” “오, 넌 그래두 어머니 곁에서 자랐으니 사랑은 듬뿍 받았겠네. 생활은 유족하지 못해두.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크는 애들이 제일 부러웠단다. 사는 게 좀 힘들어두 어머니 곁에서 자란다는 게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니? 외할머니도 물론 의지가 되지만… 지금은 나도 괜찮아.” “왜?” “뼈가 굵어졌거든. 그래서 어머니의 품이 아니래두 외할머니의 품이 아니래두 홀로 날 수 있으니까.” “홀로 날 수 있다구?” “왜 아니니? 너 자신 없니? 마음 여려가지구. 너 아까 걔들 셋을 족치던 용기는 어디갔니? 하하하… 하긴 너의 얼굴에 쓰여져있단다.” “뭐가?” “난 첫눈에 너의 얼굴에서 흐르는 사랑을 보아냈단다.” “그런 것두 얼굴에서 보이니?” 빈이는 모르겠다는듯 은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눈이 말해주거든. 너의 눈은 내 눈 같지 않아.” 은지가 자기의 두 눈을 끔뻑거리면서 말했다. “너의 눈이 어떤 데?” 은지를 바라보는 빈이의 눈이 기대에 차보였다. “나의 눈? 하하하…” 은지는 잠간 통쾌하게 웃어제끼고는 정색해서 말을 이었다. “날카롭겠지. 난 말이야, 누가 나를 업신 보면 사정을 두지 않아, 애비 없는 년이라구 애들이 놀리면 목숨을 걸구라두 덤벼, 그래서 태권도도 배웠구. 그런데 넌 아니잖아… 분명 사랑 받으면서 자란 아기염소 같은 눈이잖아…” 빈이는 도도하게 열변을 토하는 은지를 이윽토록 살펴보다가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잠간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은지는 빈이의 다음 말에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듯 초조한 눈길로 머리를 숙인 빈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졸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삐쭁…삐삐쭁…” 이름 모를 새들이 빈이와 은지를 내려다보면서 뭐라고 지저귀였다. 빈이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 지저귀는 새들을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늦었네. 그만 가봐야겠다.” “아, 그래… 오랜만에 동지가 생겼다구 한참이나 너스레를 떨었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갔네. 오늘 즐거웠다. 우리 다시 만나는 거지?” 은지가 빈이를 따라 일어서면서 물었다. “글쎄, 만날 수도 있겠지. 아니, 꼭 만날 거야. 우린 다시 만나야 해.” “하하하…빈이야, 너 말투를 봐서는 무척이나 인연을 믿는 것 같다. 좋아. 다시 만나자. 내 먼저 갈 게. 너 나의 뒤 모습을 바라봐라. 영화에서처럼.” 말을 마친 은지는 길지도 않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멋스레 빗어넘기면서 몸을 돌렸다. 은지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워보였다.   … 열일곱살 그 해의 비오는 계절에 흘러간 동년을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커가고 있음을 알았네. 열일곱살 그 해의 비오는 계절에 우리는 공동의 기대가 생겼네 …   향항 가수 림지영이 부른〈열일곱살 그 해 비오는 계절에〉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였다. 그린듯이 굳어진 채 은은한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멀어져가는 은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빈이의 얼굴에 착잡한 기운이 괴여올랐다.       2   “아빠—” 챙챙한 목소리가 빈이의 귀구멍으로 날아들었다. 빈이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 목소리의 임자를 찾았다. 목소리는 빈이로 부터 서너메터 밖에 있는 개울에서 들려오는 것이였다. 남자애는 개울가에 서있는 중년 남자를 향해 까르르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였는데 실로 입이 귀에 가 걸릴 지경이였다. “아빠두 내려와요, 물이 하나도 차지 않아요. 완전 시원하다니까요.” 남자애가 재촉했다. “조심해라, 넘어질라. 넘어지면 무릎을 상한다.” 중년 남자가 짐짓 근심스러운듯 남자애에게 소리쳤다. 남자애가 손바닥으로 물을 떠서 중년 남자에게 뿌리면서 소리쳤다. “해해해… 아빤 겁쟁이, 겁쟁이구나.” 남자애의 웃음소리가 너무 맑아서 빈이는 귀에 거슬렸다. 괜히 부아통이 터지는 것 같았다. ‘뭐가 저렇게 좋아. 오줌줄기 같은 개울에서 청개구리처럼 첨벙대면서두…’ 빈이는 그림과도 같은 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 두 눈을 지긋이 감으면서 잔등을 풀밭에 대고 큰 대(大)자로 누워버렸다. 온몸이 나른해나면서 저도 몰래 몹시 피곤하게 느껴졌다. 빈이는 고통스럽게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가? 아버지는 워낙 그런 사람이였을가?’ 갑자기 얼굴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빈이는 두 눈을 번쩍 뜨면서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쫙 펴 얼굴을 만져보았다. 찐득찐득한 것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빈이는 손바닥을 눈 앞에 당겨다댔다. “앗, 재수가…” 빈이는 벌떡 일어나 앉아 눈길을 공중으로 날렸다. 이름 모를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 중 어느 놈이 대담하게도 빈이의 얼굴에 똥을 쐈던 것이다. 빈이는 부랴부랴 호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얼굴에 묻은 새똥을 닦았다. 저도 몰래 두 눈에서 맑은 것이 괴여올랐다. 빈이는 무기력하게 다시 풀밭에 등을 대며 벌렁 누워버렸다. 고통스럽게 두 눈을 꽉 감았다. 하지만 퍼런 불이 뚝뚝 떨어질 것 같던 아버지의 그 눈길만은 도무지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토요일이라 빈이는 실컸 늦잠을 자고 싶었다. 어머니가 들어와 이불을 당기면서 “일른 일어나 밥 먹어야지.” 할 때까지 이불을 다리 사이에 끼고 누워 실컸 어리광을 치고 싶었다. 그 때 객실에서 아버지의 괴성이 들려왔다. “쌍년이, 점점 담이 배 밖으로 나오고 있구만. 남정 무서운 줄도 모르는 년.” “왜 또 욕해요? 내 말이 틀렸어요?” 어머니도 몹시 화가 났던지 호락하락하지 않았다. “짤랑” 하고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건은 왜 메쳐요? 내 말이 과분한가요? 한국에서 돌아와 두달간 여태까지 밖으로만 돌지 않았어요? 아침밥술이 떨어지면 밖에 나갔다가 밤 늦게야 들어오지 않구 어쨌나요? 그 새 가시집에는 시퍼런 바나나 서너근 사가지고 한번 다녀온 게 고작이 아니구 뭐예요. 오늘 가시집 가서 밭일이나 좀 돕자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 우리 아버지 인젠 허리가 다 나가서 밭일이 힘들단 말이예요.” 어머니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감수 같은 것은 뒤전이라는듯 이죽거렸다. “왜? 둥글소 같은 당신의 오빠가 곁에 있지 않소? 그 황소가 어련히 알아서 돕지 않을라구. 출가집 외인이 웬 오지랍이 그렇게 넓어서 본가집 일까지 신경 쓰는 거요.” “이 사람아, 말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네.”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렸다. “어마이는 좀 가만 있습소. 무슨 도움이 된다구.” 아버지가 할머니를 향해 고함치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빈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리치는 것은 그냥 부부싸움이겠거니 하고 지나치려했지만 할머니에게까지 큰 소리를 치는 것은 그냥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빈이는 침실 문을 차고 나가면서 버럭 소리쳤다. “모두 그만하세요, 아침부터 왜 이러세요.” 모두들 깜짝 놀라 빈이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 자식이, 너야 말로 아침부터 어른들에게 웬 훈계냐?” 아버지가 민이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아버지가 뭘 잘했다구 그러세요? 이 집에 관심이나 있어요? 엄마 생각 조금이나 하세요? 량심에 꺼리끼지도 않아요?” “뭐가? 뭐가 어쩌구 어째?” 아버지가 빈이의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조심해요, 아버지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는 줄 아세요? 지난 번에…” 빈이는 무엇인가를 더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순간 아버지의 손이 번쩍 하고 빈이의 얼굴에 날아올랐다. “짜식, 소처럼 벌어 기껐 키워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버지는 분을 사기지 못하겠다는듯 힘겹게 모두숨을 몰아쉬였다. “왜 아침부터 애는 때리고 그래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에잇, 참 시끄러워 못 살겠다. 이렇게 살 게면 갈라지자.” 아버지가 바닥에 놓인 맥주병을 걷어차면서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저걸, 저것 좀 보우. 아무 소리나 하는 것을…” 할머니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후둘후둘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겨 밖으로 나가는 것이였다. 아버지는 못 마땅한듯 할머니의 뒤모습을 찍어보다가 다시 어머니 쪽에 눈길을 돌렸다. 어머니를 쏘아보는 아버지의 눈길에서 퍼런 불꽃이 탁탁 튀여나오는 것 같았다. 빈이는 더럭 겁이 났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길에서도 저런 불꽃이 튈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여태 집이라 믿고 살아온 그 곳이 당금 자기를 삼켜버릴 심연처럼 느껴져 온몸으로 소름이 끼쳤다. 빈이는 홱 몸을 돌려 어머니의 손을 와락 잡아끌고 침실로 들어가면서 소리쳤다. “상대하지 말아요, 엄마, 저런 사람을…” “이…이것들이…” 아버지는 실망한듯 빈이와 어머니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악청을 뽑았다. “탕” 하고 문을 차는 소리와 함께 빈이는 자기의 가슴을 지지누르던 돌덩이가 떨어져나가는 느낌이였다. 또 한고개를 넘겼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눈길을 돌렸다. 어머니는 그 시각 걸상에 주저앉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엇이라고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일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빈이는 “어머니…” 하고 불러놓고는 잠간 주밋거리다가 말 없이 몸을 돌려 어머니의 침실에서 나왔다. 지난밤에 아버지가 텔레비죤을 보면서 비운 맥주병이며 안주로 했던 명태껍질 같은 것들이 객실바닥에 그대로 널려있었다. 빈이는 허리를 굽혀 맥주병과 명태껍질을 주어들고 주방으로 갔다. 아침반찬으로 감자채를 볶으려고 했던지 썰다만 감자가 그대로 도마 우에 놓여있었다. 빈이는 퀭하니 두 눈을 뜨고 멀거니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맥 없이 걸상에 주저앉았다. ‘어쩌면 좋아, 아버지를 과연 어쩌면 좋아.’ 아들로서 빈이는 자기가 어떻게 해야 금이 가는 이 가정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빈이가 아버지의 외도를 발견한 것은 너무나도 우연한 기회였다. 그 날은 일요일이라 빈이는 친구들과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갔었다. 5월에 접어든 공원은 곳곳에 록음이 짙었다. 풋풋한 록음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런 곳이면 옆에 큰 양산을 세워놓고 아래에 상 몇개와 걸상을 마련한 간이점들이 보였다. 혹은 한두 사람이 혹은 서너 사람이 상에 둘러앉아 음료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있었다. 그 날 빈이는 공원 뒤산의 미니광장에 갔다가 간이점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아버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앞에는 생머리를 어깨까지 내리드리운 통통한 얼굴의 한 녀인이 앉아있었다. ‘누굴가?’ 빈이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친구들 뒤에 몸을 숨기고 아버지와 그 녀인을 지켜보았다. 녀인은 새물새물 웃으면서 휴지로 아버지의 입가를 닦으면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무엇이라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버지는 분명 벙글써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이더니 귀여워 죽겠다는 식으로 주먹을 내밀어 녀인의 이마에 꿀밤을 한대 먹이는 것이였다. “아우- 닰살, 다 늙은 것들이.” 함께 갔던 친구 민호가 그 장면을 보고 심사가 꼬였던지 입속으로 씨부렁거렸다. “왜, 보기 좋기만 하구먼. 너의 아빠, 엄마는 저런 애정표현을 하지 않니?” 친구 수호가 민호를 보면서 도전적으로 물었다. “짜식, 너의 눈엔 저게 정상으로 보이니? 너의 아빠, 엄마면 공원에 와서 저러구 놀겠니? 저건 무조건 불륜이야.” 정민이가 자신 있다는듯 찍어말했다. “맞아, 정민이의 눈이야 말로 레이저라니까. 척 하면 문제의 정곡을 찔러내거든, 하하하하…” 민호가 과장스럽게 머리를 뒤로 하면서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하긴, 세상이 어쩌자구 저러는지, 쯧쯧쯧…” 수호가 애들에게 뭐라고 한칼 더 박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너무나 순순히 수긍하는 것이였다. “그러게, 봐라, 좋단다. 흐흐흐…” 정민이가 뒤에 선 빈이의 어깨를 톡 치면서 말했다. “가자, 짜식들. 뭐 볼 게 있다구.” 빈이는 친구들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픽 돌려 씨엉씨엉 걸음을 옮겨놓았다. 친구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씨구 좋네, 바람이 났네 온 세상이 모두 바람이 났네 신바람 났네 색바람이 났네 …   수호가 괴상하게 목소리를 뽑아댔다. ‘누굴가? 그 녀자는… 설마 아버지가 정말 바람이 난 걸가?’ 빈이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원에서 보았던 그 장면은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빈이는 사실 아버지에 대해 잘 몰랐다. 빈이가 열살 나던 해 한국으로 나간 아버지가 그 사이 서너번 집에 다녀간 외에 빈이가 열일곱살을 먹도록 밖으로 돌기만 했던 것이다. 그 사이 어머니는 집에서 빈이를 키우고 할머니를 돌보면서 뒤바라지를 해왔었다. 눈치로 보아 아버지는 집에 생활비도 얼마 보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그 사이 대부분 시간을 바삐 보냈다. 집안일을 하랴, 출근을 하랴 하루도 편히 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아버지가 두달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말로는 일을 하다가 허리를 상했는데 더 이상 한국에서 중로동을 할 수 없어 돌아왔다는 것이였다. 아버지는 집에 와서 사흘 후인가 어머니와 함께 외가집에 한번 다녀온 후로는 어머니의 말처럼 거의 밖으로 돌았다. 어머니는 처음에 아버지가 그 새 만나지 못한 친들을 만나러 다니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차수가 너무 잦아지자 어머니가 아버지의 행적을 캐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차츰 어머니의 관섭을 못 마땅해 하는 눈치더니 차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필경은 어른들의 일이라 빈이는 남들이 말하는 ‘부부싸움’이겠거니 하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낮에 우연하게 보게 된 그 장면은 너무나 보기 좋게 정면으로 빈이의 머리를 들이쳤던 것이다. 아버지는 분명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이였다. 빈이는 그래도 믿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우리 집에 발생하다니?’ 빈이는 사실을 똑똑히 밝혀내고 싶었다. 그 날부터 빈이는 기회만 되면 아버지의 뒤를 밟았다. 아버지가 거울 앞에 마주서서 머리를 다듬고 옷을 손질하고 나가는 날이면 거의 번마다 그 녀자를 만나고 있었다. 코스도 거의 비슷했다. 아버지가 하남 공공뻐스정거장으로 가면 그 녀자가 기다리고 있었고 함께 39선 공공뻐스를 타고 공원으로 가서는 진종일 춤도 추고 음료도 마시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던 것이다. 빈이는 그 녀자가 어디에 사는 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그 녀자의 뒤를 밟은 적도 있었다. 녀자는 제3소학교 뒤골목에 있는 서원아빠트에 살고 있었다. 얼마전에는 빈이 또래의 녀자애와 함께 아빠트에서 나오는 것을 보기까지 했었다. ‘흥, 딸까지 있는 년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려고 해?’ 빈이는 지대한 분노를 느꼈다. 생각 같아서는 당금 달려나가 그 녀인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였다. 아버지도 성인 군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쳤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분을 풀 수 있을가?’ 빈이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날마다 하학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이 생각 밖에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녀자가 아버지에게 꼬리질을 하는 것 같았고 순진한 아버지는 꼬리가 아홉개 달린 그 불여우한테 놀아나는 것 같았다. 빈이는 밤이면 밤마다 어떻게 그 녀인에게 복수하고 가정을 지켜내며 어머니를 지켜낼 것인가만 궁리하였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곬은 점점 더 깊어지고 아침에는 끝내 갈라지자는 말까지 아버지의 입에서 튀여나왔던 것이다. 빈이는 더 이상 복수계획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손을 쓰지 않으면 가정이 그 녀자의 손에서 정말 파탄 될 것 같았던 것이다. ‘내가 우리 가정을 지켜야 한다. 내가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 갈라진다구? 안된다. 갈라지면 할머니는 어쩌구? 아버지와 어머니가 갈라지면 할머니가 더 이상 나의 할머니가 아닐 수도 있다.’ …   “아빠, 새들이 노래하고 있는 게 맞지?” 개울물 흐르는 듯한 소리가 빈이의 귀를 파고 들었다. 아까 물놀이를 하던 남자애와 그 애의 아버지가 어느새 개울가에 올라와 앉아 “삐쭁—삐쭁—” 노래하면서 날아지나는 새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넌 어떨 때 노래하니?” 남자애의 아버지가 사랑이 듬뿍 담긴 눈길로 남자애를 바라보면서 자애롭게 되 묻는 것이였다. “난…난 선생님이 노래하라고 할 때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 “그럼 저 새들의 선생님도 쟤들 보고 노래하라고 했겠지, 아니면 쟤들이 무척 기분이 좋으나…” “그렇구나, 그런데 쟤들은 왜 기분이 좋을가?” 남자애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치하기는…” 빈이가 괜히 중얼거리고 있을 때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으로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빈이는 인차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은지가 보낸 메시지였다. “안뇽? 이 토요일엔 뭐하구 있니? 나의 구명 은인.” 은지는 거의 매일 한번 꼴로 문안 메시지 같은 것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래, 오늘이야.’ 빈이는 결심을 내린듯 건반에 대고 손가락을 놀렸다. “은지야, 오늘 만나자. 나 지금 우리 지난번에 만났던 그 개울가에 나와 있다. 너 당금 달려오는 거지?”     3   “빈이야—” 반가움에 한껏 들뜬 목소리가 바람결에 날려왔다. 빈이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은지였다. 은지가 빈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이였다. 무척이나 랑만적으로 느껴졌다. 빈이는 다가오는 은지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빈이야—” 은지가 빈이의 앞에 달려와 서면서 다시 한번 불렀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빈이가 짐짓 눈을 흘기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급하게 뛰여오기는… 다 큰 계집애가. 몹시 힘들지?” “아니, 한시가 급했어.” 은지가 말하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은지의 손에는 분명 연분홍 꽃 몇송이가 들려있었다. 산이나 들 그리고 개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꽃이였다. 은지가 빈이의 옆으로 다가서서 어깨를 들먹이며 쌕쌕 숨을 고르는 소리가 귀전을 스쳤다. 얼굴이 발가우리하게 상기되여있었다. 은지가 연분홍 꽃을 쥐고 있는 손을 약간 떨면서 빈이를 향해 방긋 웃었다. “오다가 꺾었어.” 은지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렸다. “꽃은 왜? 너의 얼굴이 꽃보다 더 예쁜데.” 빈이의 롱담에 은지가 까르르 웃으면서 말했다. “내 얼굴이 꽃보다 더 예쁘다구? 하하하… 너 참 선수구나.” 은지가 머리를 약간 외로 돌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찔레꽃이야.” “뭐, 찔레꽃이라구?” “맞아. 찔레꽃. 개울가에 듬성듬성 꽤 많이 피여있더라.” 은지의 얼굴이 행복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너 찔레꽃을 좋아하니?” 빈이가 한발 다가서며 물었다. 얼굴에 왠지 모를 야멸찬 웃음 같은 것이 스치는 것 같았다. 은지는 빈이의 표정을 살피지도 않고 꽃송이를 내려다보면서 여전히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하지 그럼, 나도 녀자거든. 나는 꽃 중에서도 찔레꽃을 더 좋아해.” 은지는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면서 제법 녀성스러운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고운 줄도 모르겠구나 뭐, 찔레꽃이.” 빈이는 한마디 던지고는 힐끗 은지의 표정을 살폈다. 은지가 타는 듯한 눈길로 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빈이의 입가에서 묘한 웃음이 피여올랐다. “그새 어떻게 지냈니? 우리 지난번에 만난 것이 한 사나흘 전인가?” “오늘이 여드레째야.” 은지가 확실하게 대답했다. “벌써 그렇게 됐니? 난 며칠 안되는 것 같은데.” “우리 날마다 메시지를 주고 받았잖아. 속에서 서로를 잊지 않고 있은 때문이겠지.” 은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잊지 않고 있었어? 속으로…” 은지가 말 없이 빈이를 쳐다보면서 머리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빈이야. 너 찔레꽃 꽃말이 뭔지 알고 있니?” “찔레꽃 꽃말? 뭔데?” 은지가 방긋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이래.” “고독?” 빈이는 너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듯 ‘독’자를 길게 뽑아올렸다. “왜? 나는 고독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니?” 은지가 풀바닥에 엉뎅이를 대고 앉으며 물었다. “고독은 아무나 하는 줄 아니?” 빈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은지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이번에는 빈이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은지는 분명 그 목소리의 변화를 감지한 것 같았다. 은지는 빈이의 곁으로 다가앉아 손에 든 찔레꽃을 빈이의 얼굴에 가져다대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너에게는 어울릴가?” “어울리겠지. 나, 지금 정말 고독해. 고독해서 미칠 것 같아.” 빈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왜? 왜왜왜?” 은지가 흠칫 놀라면서 ‘왜’자를 수없이 반복했다. “고독해서 말동무를 찾고 싶었다. 분출구를 찾고 싶었다. 마음속의 울화를 털어놓을 상대를 찾고 싶었다…” “왜왜왜, 왜냐구?” 은지가 찔레꽃송이를 꽉 움켜잡으며 급히 물었다. “울 아버지가 바람 났어.” “뭐라구?” 은지가 벌떡 일어섰다. 눈길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아, 누구에게 이 울화를 털어도 못 놓구… 오늘 너 나의 상대를 해줘라.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 우리 오늘 두번째 만남이지. 그러니 남과 같은 사이잖아. 내 이 속마음을, 내 이 고독한 심정을, 내 이 터지려는 울화를 네가 싹 다 쓸어서 안아주란 말이다. 그런 다음 툭툭 털구 가버리란 말이다. 그럼 내 속이 좀 가벼워질 것 같다.” 빈이가 열변을 토했다. 은지는 미처 말꼬리를 잡을 새가 없어서인지 한마디 께끼지도 못하고 빈이의 입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였다. “미치겠다. 다 그 나쁜 년 때문인 것 같아. 울 아버지, 그 정도로 형편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니, 울 아버지가 워낙 그렇게 형편 없었을 수도 있어. 아니, 아니, 울 아버지 한국에서 나쁜 물을 먹었을 거야…” “너 뭘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잖니?” 은지는 그제야 사태의 엄중성을 실감했던지 손에 들려있는 찔레꽃을 한켠에 던지면서 한술 더 떴다. “어른들의 일이잖아? 우리는 아직 애들이구. 어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하잖아?” “하지만 그 사람은 나의 아버지란 말이다. 지금 우리 엄마와 가라진다고 하잖니? 리혼한다고 하잖니?” “어른들은 왜 그러는지 참…”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돌아온 뒤 쭉 그랬어. 밖으로만 나돌았단 말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부터 그 녀자랑 만났던 것 같아.” “너의 어머니는 어쩌니?” “울기만 하지, 악에 받쳐 바락바락 소리만 지르지. 아버지는 어머니와 리혼할 거래. 오늘 아침에 대판 싸우고 나갔어.” 빈이는 말을 마치고 두 손을 옆구리에 찌르면서 머리를 쳐들었다. 하늘 저쪽으로부터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비가 오려는가 봐.” 빈이가 중얼거렸다. 은지도 빈이의 눈길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비오는 계절이잖아. 그런데 너 어쩔 건데?” 은지가 근심스러운듯 넌지시 물으면서 빈이의 팔을 잡았다. 빈이가 은지에게 잡힌 팔을 빼서 휘두르며 소리쳤다. “복수 할 거야.” “어떻게?” 은지가 빈이 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몰라.” 빈이는 한마디 던지고 다시 풀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에서 후둑후둑 비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지가 웃옷을 벗어 빈이와 자기의 머리를 가리며 말했다. “정말 떨어지네, 비방울이…” 은지가 빈이의 곁으로 좀더 다가앉으며 엉뚱하게 물었다. “아버지가 널 사랑하니?” “사랑? 아버지가?” 빈이가 의아한 눈길로 은지를 건너다보면서 되물었다. “그러잖아, 사람들이. 바람나면 새끼도 모른다구.” 은지는 말하면서 살그머니 바지가달을 걷어올렸다. 오른다리 종아리에 반뽐 쯤 되는 상처자국이 나있었다. 빈이가 웬 일이냐는듯 은지의 얼굴을 찍어보았다. “우리 아버지도 사실 내가 여섯살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단다. 나는 지금도 그 날 아침만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쳐.” “…” 빈이는 말 없이 은지의 기색만 살폈다. 은지가 잠간 입술을 감빨더니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나를 봐서라도 가정만은 깨지 말자고 그렇게 매달렸는 데도 아버지는 기어코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집을 나갔지. 그것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짙게 드리웠던 어느 오전이였어. ” 은지는 또 그 소름이 끼치는 오전을 생각하는지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회억을 더듬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가방을 들고 객실에 나왔어. 그 뒤로 어머니가 따라서구. 어머니는 제발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울면서 비는 것이였어. 하지만 아버지는 옷섶을 잡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쳤어. 늦었다고 말이야, 모든 것이 만구할 수 없다는 거야. 어머니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어깨를 들먹이는 것이였어.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집을 나가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소리쳤어. 아버지를 가지 말라고 말이야, 앞으로는 아버지 말도 잘 듣고 어머니 말도 잘 듣겠다고 하면서 애걸했지. 아버지는 처음에 잠간 머뭇거리는 것 같았어. 하지만 인차 허리를 굽혀 자기의 다리를 안은 나를 뜯어 옆에 던져놓는 거야. 나는 엉금엉금 기여가 다시 아버지의 다리를 부여잡았더랬지. 그러자 아버지가 인내심을 잃었던지 그대로 다리를 날려 나를 한쪽에 팽개치는 거야. 나는 허망 뿌리워나가 유리로 된 차탁 우에 떨어졌어. 일이 커질라고 그랬던지 차탁이 그만 깨지면서 유리 쪼각이 나의 종아리를 찔렀어. 나는 새된 소리를 질렀지. 어머니가 달려와서 나를 품에 안았어. 나의 종아리에서는 피가 샘솟듯 솟아올랐어. 어머니는 너무도 당황스러워 나를 안은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였어. 애가 다 죽어간다고 미친듯이 소리치는 것이였어. 하지만 아버지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나가버렸어.” 말하는 은지의 눈에서 독기가 서려올랐다. “아버지는 내가 죽든 살든 관계하지 않았어. 그렇게 집을 나간 아버지는 한번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구. 설상가상으로 유리에 긁힌 나의 상처가 곪으면서 진물이 흘렀어.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다니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그 때면 나도 어머니를 따라 펑펑 눈물을 쏟아더랬지. 시간이 흐르면서 종아리에 난 상처가 차츰 아물었고 그 날 오전의 그 악몽도 차츰 색이 바래졌어.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옅어지지 않았어. 그 어린 가슴에서도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이 꿈틀꿈틀 했어.”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니?” 빈이가 다잡아 물었다. 은지가 잠간 생각을 굴리는듯 싶더니 입을 열었다.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사람을 붙잡고 지금도 미워해서는 뭘 하니? 지금은 아버지라는 그 이름이 그저 담단하게 느껴질 뿐이야. 하지만 아마 지금 그런 일을 당한다면 너처럼 이를 갈고 복수를 꿈꾸었을지도 몰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 은지는 자기를 버린 아버지가 앞에 있기라도 하듯 이사이로 한마디한마디 내뱉었다. “복수 할 거야.” 빈이가 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 “세상 일이란 그런 것 같아.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근심하면 근심할수록 점점 더 커지고 현실로 다가오 것 같아.” 은지가 머리를 가렸던 웃옷을 활 내치면서 말했다. “우리 아예 이 비를 다 맞고 말자. 실컷 맞아보자. 비물이 너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들을 말끔히 씻어가라지 뭐.” “결심했다, 난 어떤 수를 써서라도 복수 할 거야.” 빈이가 또박또박 말에 그루를 박았다. “그래, 복수해라. 그럼 나는 너를 도와 무엇을 할 수 있을가?” 은지가 빈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몰라.” 은지는 더 이상 빈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결심한듯 말했다. “속시원히 망신주자, 그 녀자를. 감히 머리를 쳐들구 다니지 못하게 사람 많은 곳에서 톡톡히 망신을 주잔 말이다.” “어떻게?” 빈이가 머리를 돌리면서 다급히 물었다. “몰라.” 은지가 머리를 흔들었다. 빈이가 피식 웃으면서 입을 다셨다. “나는 또…” “하지만 확실해, 망신을 주는 거야. 그 녀자가 다시는 그런 일을 못하게 확실하게 경고하는 거야.” 은지의 목소리에는 빈이에 대한 동정과 련민과 관심 같은 것이 다분히 담겨져있는 것 같았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가? 빈이는 복잡한 눈길로 은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불렀다. “은지야.” 빈이가 으스러지게 은지를 품에 안아주었다. 은지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빈이는 은지를 안은 채 한참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은지는 놀란 토끼처럼 빈이의 품에 안겨있었지만 목소리에만은 예리한 가시를 품고 있었다. “그 녀자를 찾아가 시비를 거는 거야. 사람들이 가득 구경하러 모여들었을 때 그 녀자가 남의 가정을 파괴했다고 소리치는 거야. 아무리 개방된 세상이라 하지만 여전히 바람 나서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녀자에게는 그렇게 관대하지 않아.” “그래?” 빈이는 품에 안겨 앙칼지게 쏘아대는 은지를 내려다보았다. “난 말이야, 누가 나를 업신 보면 사정을 두지 않아, 애비 없는 년이라구 애들이 놀리면 목숨을 걸구라두 덤벼, 그래서 태권도도 배웠구…” 지난번에 은지가 하던 말이 다시 귀전에서 쟁쟁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빈이의 입가에서 가는 웃음이 스쳐지났다. 빈이는 방불히 그 어떤 장면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좋아, 그게 참 좋을 것 같아. 매장해버려야지. 완전히 이 세상에서 그년을 매장해 버려야지.” 빈이가 으드득 이를 가면서 품에 안았던 은지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섰다. 빈이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확실하게 그 어떤 결심을 다지는 것 같았다. 푸들푸들 떨리는 두볼을 타고 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하하…” 은지가 빈이의 몰골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웃느라 약간 흔들리는 은지의 얼굴에서도 비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빈이가 손가락으로 은지의 얼굴에서 흐르는 비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완전히 물병아리가 되였구나.” “비오는 계절이잖아.” 은지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그러나 괜찮아, 인차 비가 그칠 거야.” “그치겠지. 그쳐야지…” 빈이는 중얼거리면서 몸을 돌렸다. 비 속을 걷는 빈이의 모습이 은지의 눈에 클로즈업되는 것 같았다. 은지도 빈이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개울가에 피여난 찔레꽃들이 비 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다…     4   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 제법 진지한 빛이 어려있었다. 그는 잠간 친구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너희들의 도움으로 나는 이번 복수계획을 원만하게 완수할 수 있었다. 자, 들자.” 빈이는 말을 마치고 잔을 높이 쳐들었다. “축하한다!” “마시자!” “통쾌하게!” 빈이를 빼고 나머지 세 친구의 잔에는 맥주가 들어있었다. 민머리를 한 남자애가 먼저 맥주잔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단숨에 굽을 냈다. “와— 민호, 대단하다.” 그러자 민호가 머리에 노랑물감을 들인 남자애를 향해 소리쳤다. “정민아, 넌 뭐 빠질 수 있을 것 같니? 소리만 치지 말구 쭉 굽을 내라.” 정민이가 감히 술잔을 들 생각을 못하고 고수머리를 한 남자애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호가 먼저 내면 나두 내지.” “자식, 튕기기는. 자, 봐라.” 수호가 잔을 들어 꿀꺽꿀꺽 마셔댔다. 그러자 정민이도 따라서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빈이야, 이렇게 기쁜 날에 너도 맥주를 마셔야 하는데.” 민호가 빈이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빈이가 민호의 눈길을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도 마시고는 싶지만 아직 학생이니 별 수 없지. 그만 사정을 봐줘라. 대신 나도 이 음료를 굽 낼게.” 빈이는 말을 마치고 잔을 입가에 가져다댔다. “그래서, 그년이 제 에미를 부르고는 기절했다구” 정민이가 빈이에게 물었다. “아니, 빈이는 걔가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냥 돌아섰다고 하지 않았니?” 수호가 한술 떴다. 빈아가 입가에 실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그 애가 ‘어머니!’ 하고 피터지게 소리치더니 어디론가 허둥지둥 달려가는 것이였어. 그 뒤로 걔 엄마가 쫓아가면서 걔 이름을 부르구. ‘은지야, 은지야—’ 하구 말이다…” “하하하하…” “에잇, 통쾌해.” 민호가 짝짝 손벽을 쳐댔다. 빈이가 그러는 민호를 멀거니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내가 정말 통쾌한지는 잘 모르겠다. 너희들에게 무지 고맙기는 하지만.” 빈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민호의 눈길이 확 도는 것만 같았다. “너 그게 무슨 말이니? 너 진짜 통쾌해 해야 정상이 아니니? 그년들을 완전히 철저히 무너뜨려야 정상이 아닌가구?” 민호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빈이의 심성이 여리다고 탓하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빈이야, 넌 진짜로 통쾌하게 생각해야 해. 그 애 엄마가 너네 가정을 파탄시키려고 작정하고 달려든다면서.” 정민이가 빈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빈이야, 그 복수를 위해서 우리 함께 머리를 짠 게 아니니?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 수호의 말에 정민이가 또 한술 떴다. “그러게, 너는 또 얼마나 열심히 은지 그년을 거기까지 끌어갔구.” 말이 길어지는 것 같자 민호가 손을 저었다. “그만해라, 이 좋은 자리에서 술이나 실컷 마시자.” 말을 마친 민호가 친구들의 술잔에 맥주를 붓기 시작하였다. 친구들은 웃고 떠들면서 다시 맥주잔을 쳐들었다. 하지만 빈이는 진짜 그 순간을 통쾌하다고 해야 할지, 허무하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은지가 피터지게 “어머니!” 하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칼이 되여 자기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무시로 뇌리를 치고 들어왔던 것이다.   그 날도 빈이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그 녀인이 사는 제3소학교 부근으로 갔었다. 그 녀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가 해서였다. 그 녀인의 활동반경도 사실 그렇게 넓은 것은 아니였다. 채소 사러 시장으로 가지 않으면 아버지와 함께 공원으로 가서 춤을 추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이 고작이였다. 분명 그 녀인이 풍류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빈이는 그 녀인을 단번에 때려엎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꼭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이다. 빈이가 학교 담장에 기대서서 별 기대가 없이 주변을 두리벙두리벙 살피고 있을 때 제3소학교 서쪽 골목으로부터 한쌍의 모녀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빈이는 첫눈에 나이들어보이는 그 녀인이 바로 아버지와 사귀는 녀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녀인이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옆에 선 소녀에게 뭐라고 말하는 품이 얼핏 보아도 모녀 지간이 틀림없었다. 순간 빈이는 몰려오는 거대한 분노를 느꼈다. ‘흥, 딸까지 있는 년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겠다구? 렴치 없는 년, 량심 없는 년, 칼탕 쳐 죽일 년…’ 빈이는 당금 달려나가 그 녀인을 족쳐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였다. 하지만 빈이는 인차 자기도 다치지 않고 그 녀인에게도 더 큰 타격을 주려면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어떻게 복수하면 좋을가?’ 순간 떠오르는 이들이 바로 고중에 붙지 못한 초중 때의 동학들인 민호와 정민이와 수호였다. 그들은 모두 한 동네에 살고 한 학급에서 공부했던지라 초중에 대닐 때는 아주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공부에서 뛰여난 성적을 자랑하는 빈이와는 달리 그 애들은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결과 빈이는 고중입학시험에서 순리롭게 제1고중에 입학하였지만 그 애들은 결국 고중에도 붙지 못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 사회와 접촉해서였던지 엉뚱한 궁리를 하거나 사회교제에서는 빈이를 찜 쪄 먹을 정도였다. 빈이는 할 일이 없이 맨날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그들이라면 엉뚱한 방법으로 그 녀인을 골탕먹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발한 생각이 들었다. 빈이는 인차 민호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했다. “뭐야? 우리 대수재님께서 무슨 일로 우리 같은 건달들을 다 보자구 하니?” “보구 싶어서, 청 들 일도 있구.” “좋지, 좋구말구.” 민호가 기다리기나 했다는듯이 정민이와 수호를 데리고 인차 빈이를 찾아왔다. 빈이에게서 대충 사연을 듣고난 친구들은 중구난방 떠들어대기 시작하였다. 그 녀인네 집에 돌멩이를 뿌리자는둥, 골목을 지키다가 랍치를 해서 산 속에 가져다 버리자는둥, 지어는 그 녀인에게 쥐약을 넣은 음식을 먹여 죽여버리자는둥… 그들이 내놓은 복수방법은 실로 여러가지였다. 하지만 빈이는 결코 그 방법들이 어느 한가지도 실행이 가능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빈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는 그림이 바로 그 녀인이 딸과 나란히 걸어오던 장면이였다. ‘딸이 상처받는 것을 가슴 아파하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에 있을가?’ 빈이는 자기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았다. “바로 그거야, 그 녀인의 딸을 리용하는 거야,” 정민이가 무릎을 탁 쳤다. “어떻게?” 민호가 빈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다잡아 물었다. “몰라, 그것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 녀인의 딸에게 무서운 고통을 주어 그 녀인도 곁에서 끙끙 속을 앓다가 우리 아버지와 헤여지게 하는 거야.” 빈이의 말에 수호가 동을 달았다. “내 생각에는 됨직하다. 빈이야, 너 그 녀인의 딸과 련애해라.” 정민이도 수호의 말에서 계발을 받았던지 한술 떴다. “맞아, 살살 잘 구슬려서 그 녀인의 딸이 너와 떨어지면 죽겠다고 할 때 너는 짠 하고 너의 아버지를 데리고 그 녀인 앞에 나서란 말이다. 그러면 그 녀인이 기혼해서 쓸어질 게 아니니? 하하하… 에미 딸이 함께 너네 부자간과 련애할 수는 없을 거니까.” “하하하… 지독한 자식, 소설을 써라.” 민호의 핀잔에 수호가 두덜거렸다. “왜, 좋기만 하구만. 그래야 그 녀자들의 가슴에 아물 수 없는 큰 상처를 줄 수 있을 게 아니니?” 빈이는 수호의 말이 그럴듯 하게 생각되였다. 자기의 인물이나 체격에 제1고중 학생이라는 간판이면 얼마든지 그 녀인의 딸을 쟁취할 자신이 있을 것 같았고 깊은 련애를 하는 척 하다가 그 애가 자기를 떨어질 수 없어할 때 아버지와 함께 은지 어머니 앞에 나타나면 은지 어머니의 두 눈이 휘딱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되였던 것이다.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지난번에 처음 은지를 만난 후 은지의 다혈적인 기질을 보아낸 빈이는 복수계획을 좀더 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자 은지의 가슴에 그 녀인에 대한 반감을 가득 심어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인에 대한 은지의 반감을 빌어 그 애가 직접 어머니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한다면 은지에게도 은지 어머니에게도 더욱 큰 타격으로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빈이는 어느 기회에 어떤 방법으로 은지의 가슴에 어머니에 대한 반감을 심어줄 것인가를 두고 시종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 날 아침에 아버지가 어머니와 갈라지자고 하면서 문을 차고 집을 나서는 순간 더 이상 계획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던 것이다. 비 내리던 그 날 찔레꽃의 꽃말이 ‘고독’아라고 하면서 자기의 고독을 빈이에게 열어보일 때 빈이는 잠간 동병상련 비슷한 알알한 감정이 가슴속을 치고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빈이의 가슴속에 쌓여진 원한과 상처는 한순간의 그 감정을 무찌르기에는 족한 것이였다. 빈이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 주먹을 부르쥐였다. … 빈이는 일부러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저녁무렵에 은지를 불렀다. 자기는 어떤 환경에서라도 은지 어머니를 첫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저녁무렵이고 근본 그런 장면을 그려본 적이 없는 은지로서는 주의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뒤모습을 첫눈에 알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빈이는 은지를 데리고 은지 어머니가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골목길에 들어섰다. 이제 은지 어머니가 그들의 앞을 스쳐지난 다음 은지에게 뒤를 따르다가 부딪치는 척 하면서 시비를 걸라고 할 생각이였다. 일은 생각대로 척척 진척이 되여갔다. 사람들 속에서 시름놓고 걸어오는 은지 어머니의 모습이 저 멀리로 보였다. 빈이는 일부러 은지를 당겨다 길을 등지고 서게 한 다음 열심히 작전계획에 대하여 늘어놓았다. 빈이의 일장연설을 들을수록 은지는 더 열광하는 것 같았다. “지켜봐라. 내가 어떻게 그 년을 망신주는가? 오늘 내 손에 잘 못 걸린게지.” 은지가 주먹을 휘둘러보이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너만 믿는다.” 빈이가 은지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은지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골목 앞을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빈이는 은지를 끌고 골목어구에 다가섰다. 은지 어머니의 뒤모습만 보였다. 빈이가 슬쩍 은지를 밀며 말했다. “저 사람이다. 저 회색웃옷을 입은 녀자…” 은지는 빈이의 손길을 따라 희미하게 보여오는 회색웃옷을 입은 녀자의 뒤모습을 잠간 바라보더니 자신 있다는듯 다시 한번 주먹을 흔들어보이고는 종종걸음을 놓기 시작했다. 은지가 먼저 가서 그 녀자에게 시비를 건 후 빈이가 달려가서 시비를 가려주는 척 하면서 그 녀자를 더욱 난처한 궁지에 밀어넣는다는 게 그들의 작전 방안이였던 것이다. 빈이는 그 녀자의 뒤를 급히 쫓아가는 은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긴장하게 하회를 기다렸다. 은지가 어깨로 그 녀자의 등을 툭 치는 것이 보였다. 시름없이 걸음을 옮기던 그 녀자가 잠간 멈추더니 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은지가 흠칫 하는 것이 멀리서도 똑똑하게 보여왔다. 이어 “어머니!” 하는 괴성이 터졌다. 그 소리는 사냥군의 화살을 맞은 어린승냥이의 비명 같았다. 그 소리는 무너져내리는 하늘 밑에서 절망을 부르짖는 어느 소녀의 마지막 통탄 같았다. 빈이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놀랍게도 머리가 하얗게 바래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였다. 기쁜지, 통쾌한지, 허전한지,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되였다. 정상적인 정서대로라면 응당 더없이 통쾌하고 승리의 희열을 느껴야 할 것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은 그런 기분만이 아니였다. 비오던 그 날 보았던 은지의 모습이 눈앞을 스쳤던 것이다. “너 찔레꽃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니?”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이래.” 빈이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은지도 사실은 고독한 애구나 하고 잠간 생각했었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이나 애틋한 사랑 같은 것은 없지만 적어도 어머니의 덕분에 자기가 돈이나마 ‘펑펑 쓰면서 살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 애라고 생각되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기로부터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파렴치한 녀인으로 극대화된 그 ‘나쁜 녀자’가 바로 자기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타격이 얼마나 클가 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빈이였다… 빈이는 생각지 못했던 찜찜한 기분으로 골목길을 나와 자기를 위해 방도를 내주고 각자 악역까지 담당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복수계획을 완성한 후 빈이가 한 때 거나하게 쏘기로 친구들과 약속을 했던 것이다. “자자자, 우리의 진정한 우정과 달콤한 래일을 위하여 ’진달래’는 해야지?’ 민호가 잔을 높이 들고 제기했다. “진—달—래—” 친구들의 흥분에 들 뜬 소리를 들으면서 빈이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뇌를 쳤다. 빈이는 그대로 엎어져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었다. 그렇게 한잠 자고 나면 괴로움도 고통도 모두 잊혀질 것 같았다. “진—달—래—” 친구들이 또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5   빈이가 잠에서 깬 것은 아침 5시 30분 정도였다. 사실 잠에서 깼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빈이는 긴긴 밤을 깊은 잠에 들지 못하였던 것이다. 엉뎅이에 꼬리가 아홉개 달린 불여우를 쫓아다니는가 싶다가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 심연에서 헤여나오려고 두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눈을 뜨니 가슴에 식은땀이 흥건히 내돋아있었다. 빈이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아파났다. 밤새 큰병을 앓고난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도 지난밤에 은지는 어떻게 보냈을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치는 것이 야속스러웠다. 그 생각을 털어버리려고 했지만 점점 더 얄궂게 머리속을 파고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인젠 나하고 상관 없는 애야, 한평생 다시 만날 필요가 없는 애라구. 그런데 왜 자꾸만 …’ 빈이는 어제 질러올리던 은지의 그 “어머니!”라는 소리가 그대로 다시 귀전을 치는 것 같았다. 빈이는 정통편이라도 찾아 먹으려고 객실로 나갔다. 어머니가 아침 준비를 하는지 주방에서 똑딱똑딱 칼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 왜 벌써 일어났냐?” 할머니가 객실바닥을 닦다 말고 빈이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주름이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얼굴을 반나마 가리고 있었다. 빈이는 피발이 선 할머니의 멀건 눈동자를 잠간 들여다보다가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억지로 띄우면서 말했다. “머리가 아파서요, 정통편을 먹으려구요.” 할머니의 멀건 눈동자가 커지고 있었다. “어메— 빈 속에 먹으려는 거냐? 그럼 속을 버릴 텐데.” “괜찮아요.” “그래두 속을 버릴 텐데, 에미야— 빈이가 정통편을 찾는다—” 할머니가 주방에 대고 길게 소리쳤다. 주방으로부터 슬피퍼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머니의 얼굴이 나타났다. 언제보아도 부석부석한 얼굴이였다. “왜? 감기에 걸렸니?” “몰라요.” “좀 기다렸다 아침을 먹은 후에 정통편을 먹어라.” “한알만 먹겠는 데요 뭐.” “애두 그새를 못 참고.” 어머니는 빈이를 향해 눈을 흘기는 체 하더니 말했다. “어머니 침실의 경대 서랍에 있다.” 빈이는 그 소리가 떨어지자 주저없이 아버지, 어머니가 쓰는 침실문을 밀었다. 침대가 란잡했다. 어머니가 빠져나간 이불이 바닥에 끌려있었고 베개도 아버지의 발치에 놓여있었다. 아버지는 웃통을 들어낸 채 다리 사이에 이불을 끼우고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그 때까지 자고 있는게 분명했다. 빈이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볌발볌 다가가 경대 서랍을 열고 정통편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아버지의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인차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아버지도 진작 깨나 눈만 감고 있은 모양이였다. “뭐라구? 딸애에게 큰 일이 생겼다구?”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두 눈이 거슴푸레 했지만 목소리는 급하게 들렸다. 전화 저쪽에서 뭐라고 급히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 알았소. 급해하지 말고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요. 시병원 급진처라구 했지. 1층이지? 기다리오, 내가 인차 갈 테니.” 아버지가 핸드폰을 이불 우에 던지고 용수철 튕기듯 일어나 문을 차고 세면실로 달려갔다. 빈이는 허둥대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이불 우에 던져진 아버지의 핸드폰을 주어들었다. 방금 통화를 한 전화번호 앞에 ‘곰돌이’라는 세글자가 박혀있었다. ‘곰돌이? 분명 애들과 하는 통화는 아닌 것 같았는데?’ 순간 빈이의 머리에는 통통한 모습의 그 녀인이 떠올랐다. 그 녀인이라면 아버지가 ‘곰돌이’라고도 애칭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 빈이는 가슴에서 무엇인가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 녀인에 대한 원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자기가 근심하던 일이 터진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여들었던 것이다. ‘그래, 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빈이는 정통편을 찾다 말고 자기의 침실로 달려들어갔다. “정통편은 찾았냐?” 할머니가 물었다. “네, 좀 있다 먹을 게요.” 빈이는 급히 옷을 주어입기 시작하였다. 잠간 지나 객실에서 또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에 어디로 가려구 그러냐?” “네, 친구 딸내미 병원에 입원했대요. 지금 혼자라서 도와달래요.” 아버지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저런, 저런, 어쩌면 좋다냐? 몹시 상했다냐?” “그런 것 같아요. 다녀올게요.” 그 때 어머니가 주방에서 객실로 나오는 것 같았다. “친구라니요? 누군데요? 어떻게 아프대요?” “누구라면 아오? 한국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요. 삐치지 말구 저리 비키오.” 아버지가 퉁명스럽게 쏘아부치는 소리였다. “이른 아침부터 참…” 어머니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는지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빈이는 그 새 옷을 다 입고 조용히 침실문을 밀어열었다. 아버지가 출입문을 밀고 나가고 있었다. 빈이는 잠간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다가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쳤다. “저, 동네를 한바퀴 돌고 들어올게요.” 어머니가 주방에서 소리쳤다. “일찍 들어오너라. 따가운 밥을 제때에 먹게.” “네.” 빈이는 외마디 대답을 하면서 문을 나섰다. 하늘에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있었다. 빈이는 숨 쉬기조차 힘든 것 같았다. “당금 폭우라도 쏟아질 것 같네.” 빈이는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들어 길어구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한창 택시에 오르고 있었다. 빈이도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빨리요. 저 앞에 가는 택시 뒤를 따라주세요.” 운전수는 웬 일이냐는듯 빈이를 힐끔 겻눈질 해보고는 소리 없이 차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라 길에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택시는 순리롭게 시 병원 문 앞에 달려가 멈춰섰다. 아버지가 먼저 택시에서 내려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빈이도 택시에서 내려 아버지의 뒤를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빈이는 대청의 정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아버지가 대청에서 웬 녀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녀인이였다. 그 녀인이 진작 대청에 나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은 것 같았다. 빈이는 잠간 주저하다가 서쪽에 난 작은 문으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고 몸을 돌렸다. 문 옆으로 주사실 두개가 나란히 있었다. 빈이는 성인주사실이라고 쓴 문 앞에 다가서서 안을 살폈다. 침대 여덟개가 두쪽으로 갈라져 놓여있었다. 맞은 켠 침대에 두 눈을 꼭 감고 누워있는 은지가 보였다. 얼굴이 해쓱해진 것 같았다. 왼쪽 팔목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있었다. ‘설마…’ 빈이는 온몸으로 속름이 쫙 끼치는 것 같았다. 악몽 같은 환영들이 빈이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슴을 진정하자 차츰 어지럽게 흩어졌던 그림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대략 사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빈이는 지난밤에 은지가 무엇으로 팔목을 그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슴이 갑갑해왔다. 눈앞이 아찔해났다. 고통에 모대기다가 끝내는 헤여나오지 못하고 면도칼을 찾아 자기의 손목을 긋는 은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모두 내 탓이다.’ 크나큰 죄의식이 홍수처럼 빈이의 머리를 치고 들어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시각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빈이는 감히 주사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자기가 은지를 사경에 밀어넣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대로 그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 . 매정하게 그 자리를 뜨게 되면 영원히 그 죄책감에서 헤여나오자 못할 것 같았다. 벗어내칠 수 없는 굴레를 쓰고 힘겹게 살아가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머리를 쳐들었다. 빈이는 두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았다가 풀면서 끝내 주사실 문을 살며시 밀어열었다. 빈이는 발볌발볌 은지가 누운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은지는 미동도 없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돋아있었다. 빈이는 망설이지 않고 침대궤 우에 놓인 휴지통에서 종이를 뽑아 은지의 이마에 돋아난 땀을 닦아주었다. 은지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후—” 빈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은지를 보았으니 한시 급히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래야만 그 가슴 막히는 분위기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빈이의 발자국은 대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대청에는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 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와 그 녀인이 대청남쪽에 놓인 걸상에 앉아있을 뿐이였다. 녀인은 몹시 지쳤던지 아버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두 눈을 살풋이 감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금실이 좋은 부부간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빈이는 곧추 아버지와 그 녀인을 향해 걸어갔다. 발걸음소리에 머리를 쳐든 아버지가 흠칫 놀라면서 몸을 떨었다. 그 바람에 녀인이 아버지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아버지와 빈이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대청에는 잠간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너…너… 여기는 웬 일이냐?” 빈이는 아버지를 쏘아보면서 한마디한마디 뱉어냈다. “미안하지 않습니까? 아버지, 나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어머니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저기…저 침대에 누워있는 은지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너… 네가…” 아버지는 너무도 놀라 후들후들 떨기만 할 뿐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행복합니까? 어머니를 속이고 나를 속이고 할머니를 속이고 여기서 행복합니까? 저분의 딸이 저기에 누워있는 것을 보면서 행복합니까?” 빈이는 말하면서 눈길을 그 녀인에게로 돌렸다. 녀인의 두 눈이 화등잔이 되고 있있다. “아들인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부인은 세상 뜬지 10년이라면서요?” “네?!” 빈이가 억이 막혀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고독하다면서요, 고독해서 말동무나 찾는다면서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녀인의 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지…진정하오. 내가 설명할게. 사실은… 사실은…” 녀인이 물 먹은 담벽처럼 무너져내렸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힘들 때 기대자고 만났더랬어요. 여섯살부터 아버지를 불러보지 못한 은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만한 사람이라도 찾아주려고 만났어요.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예요. 명년에 아들애가 대학에 가면 두 가정을 합치자면서요, 훌륭한 남편으로 훌륭한 아빠로 되여주겠다면서요? 그리고 방금까지도…” “어머니!” 어느새 왔는지 은지가 뒤에서 녀인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다. 녀인이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두 눈으로 콩알 같은 눈물이 둘둘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어머니, 미안해요,” “은지야…” 녀인이 으스러지게 은지를 품에 끌어안았다. 당금 누가 빼앗아가기라도 할가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영원히 품에서 놓지 않으련다고 맹세하는 것 같았다. 은지가 녀인의 품에 머리를 묻었다가 천천히 쳐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의 그 마음이면 저는 만족이예요. 저는 행복해요. 그 줄도 모르고 저는 지난밤에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불결한 어머니의 배에서 나왔다는 생각에 당장 죽어버리고 싶었어요. 새날이 밝는 것을 보기 두려웠어요. 세상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 같아 소름이 끼쳤어요.” 녀인이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아버지를 쏘아보면서 소리쳤다. “당신, 당신… 벌을 받을 거예요. 천벌을 받을 거예요.” 녀인이 벌떡 일어나 아버지 쪽으로 다가섰다. 아버지가 비실비실 뒤로 물러서면서 더듬거렸다. “나는 진진…진정으로 그 쪽을 사랑하오. 사랑해서 그렇게 말한 거요. 그 쪽을 잃을 것 같아서 그런 거요.” “그만하세요, 듣고 싶지 않아요.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본댁을 두고 어찌 죽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나요? 집에서 새끼 키우고 당신의 어머니를 봉양하는 본댁의 감수는 생각이나 해보았나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서 그랬다구요? 그 말을 저더러 믿으라구요?” 녀인의 입에서 뜨거운 침이 탁탁 튕겨나오고 있었다. 그 서슬에 아버지는 주눅이 들었는지 감히 머리도 제대로 쳐들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나는 그 쪽하구 만날 때…때마다 진정이였소. 쟤 엄마는 나의 마음을 도무지 익을 줄을 모르는 녀자요. 황소처럼 우직해서 따…땅을 뚜질 줄 밖에 모르는 시골녀편네란 말이요. 갑갑했단 말이요. 나를 리해하는 녀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요…” “꺼져요, 썩 꺼져요.” 녀인이 악에 받쳐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아버지는 사태의 엄중성을 느꼈던지 더 이상 변명을 못하고 잠간 멍하니 서있다가 힘 없이 몸을 돌렸다. 밖에서 “우르릉 꽝—꽝—” 하고 우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대살 같은 비줄기가 유리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은지는 빈이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빈이도 말 없이 창문가에 다가섰다. 은지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지금은 비 오는 계절이야…”      
567    연변대학 최민 석사연구생, 리육사문학상 大賞 수상 댓글:  조회:1475  추천:1  2017-09-28
뉴스 전체기사 종합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스포츠 경기 인천 포커스인수원 사람과사회 TV연예 오피니언 기획특집 포토뉴스 지면보기 피플   홈 > 뉴스 > 연변일보 연변일보 연변대학 최민 석사연구생, 리육사문학상 大賞 수상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2016년 09월 29일  20:15:22   전자신문  8면 22일, 제6회 중국조선족대학생 리륙사문학제가 연변대학 예술학원 음악홀에서 펼쳐졌다. 학술세미나 및 문학상 시상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사)리륙사추모사업회에서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와 한국 리륙사문학관,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에서 주관했으며 한국 안동시, 안동병원과 안동간고등어에서 후원했다. 제1부 리륙사문학세미나에서는 ‘리륙사의 시 ‘절정’, ‘강철로 된 무지개’와 terrible beauty’와 ‘일제강점기의 저항시인 리륙사, 윤동주 비교론’을 주제로 한국 창원대학교 도진순교수와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 김관웅교수의 발표, 한국 주병률시인의 문학강연이 있었다. 이어서 펼쳐진 시상식은 조선어를 외국어로 배운 학생들을 상대로 한 한국어문학상과 조선어를 모어로 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리륙사문학상으로 나뉘였는데 사천외국어대학의 진정학생이 ‘외할아버지의 습관’, 복단대학교 한국어학과 대준기학생이 ‘한국영화와 문화전파’, 산동대학교 록미교학생이 ‘나의 할아버지’, 산동대학교 왕가의학생이 ‘나는 가고있다’로 한국어문학상 금상을 수상했고 연변대학 2015급 석사연구생 최민이 ‘때아닌 한기’로 리륙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변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문학제중 문학후비군 양성을 주목표로 하는 문학제는 리륙사문학제가 유일하다. /신연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566    단편소설* 때 아닌 한기 댓글:  조회:1461  추천:6  2017-05-15
제6회 전국조선족대학생 이육사문학상 대상수상작품   단편소설     때 아닌 한기 최민(연변대학 2015급 석사연구생)     내가 허융의 전화를 받은것은 10시 40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허융의 목소리는 웬 일인가싶을 정도로 한껏 들떠있었다. 나는 또 "사업"때문이겠지 하고 생각을 굴리면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허융은 자기가 어제 연길에 왔고 초중 동창 몇을 청했으니 함께 술이나 한잔 마시자는것이였다.  "화끈하게 쏠테니 얼른 나와라. 너 거기 누기 있는지 아니?알면 좋아 입이 쩍 벌어질게다." "누가 있는데?" 제법 롱담까지 섞어가며 고아대는 허융의 말에 어딘가 호기심이 끌린 나는 저도 몰래 목소리를 높여 다잡아 물었다. 사실 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북경에 있는 모 한국회사에서 보내온 자료번역을 하느라 컴퓨터앞에 앉은것이 그때까지 화장실 한번 다녀오지 않았던지라 온몸이 뻐끈해남을 느끼고있었던것이다. 나는 자기에게 휴가 한번 주는셈 치고 나가보기로 작심했다.  입추가 지나 처서를 바라보는8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찌물쿠었다. 할머니 몇분이 길옆에 빨간 고추를 널어놓고 앉아 밭고랑같은 주름살이 얼기설기 지나간 얼굴에 함뿍 해볕을 받아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모습이 그림처럼 한눈에 안겨들었다.  "볕이 얼매나 좋소그래, 고치(고추)사 점심 볕에 빠짝 말려야 색이 빨가니 좋게 나오지그래." "그렇당게. 무시게나 시간을 놓지지 말그 제때에 바짝 해야제. 아이, 더버라." 귀속에 날아드는 할머니들의 말을 되네이며 나는 저도 몰래 왼손바닥을 펴들고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이마를 닦았다.  (휴- 정말 덥네.) 나는 이마를 닦던 왼손을 내려다 티셔츠자락을 당겨 흔들며 허융네가 모여있다는 "오발탄"을 향해 잰걸음을 놓았다. 허융이 전화에서 알려주던 오발탄 "90번째" 방에는 허융을 제외하고도 두 사람이 더 있었는데 한명은 초중때 우리 학급 부반장이였던 김서희였고 다른 한명은 무슨 일에서나 체면을 앞서우고 지나치게 자존심을 세워 걸핏하면 얼굴을 붉히군 하던 정문이였다.  상우에 저가락 4 쌍이 올라있는것으로 보아 손님은 우리 넷뿐인것 같았다. 내가 미처 자리에 앉기도전에 허융이 서희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 최민아. 저게 누기야? 내 말했지. 알기만 하면 입이 쩍 벌어질게라구." 그 말에 나는 서희를 힐끗 훔쳐보고는 인차 눈길을 허융이쪽으로 돌리며 말없이 입만 쩝쩝 다셨다. " 서희는 초중때 얼굴이 이쁘장한데다 공부까지 잘해서 사춘기를 앓는 우리 학급 남자애들의 눈길을 한몸에 받아안았던 학급의 꽃이였다. 서희의 몸에는 물론 나의 눈길도 더 박힐 자리가 없이 찍혀져있을것이였다. 초중때 그 이쁘장하고 똑똑하던 녀자애는 어느새 예쁘고 지적인 녀자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서였던지 "90번째"방도 바깥 못지 않게 더웠다.  "야- 이게 몇년만이니? 반갑다야. 돈은 걱정 말구 오늘 실컷 마셔라. 服务员,这个的给个吧.还要这个,然后再拿一箱九度,要凉的,不给钱啊不凉的话(복무원, 이것을 주세요. 이것두요. 9도맥주도 한상자 올리구요. 시원하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을겁니다).” 큰 소리로 음식을 주문하는 허융을 바라보면서며 서희와 정문은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왜 웃니?” 그들의 웃음 포인트가 무엇인지 미처 감을 잡지 못한 허융이서희에게 물었다.  “상해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애가 어쩌면 한족말이 하나도 늘지 않았니?” “참, 나는 무슨 개판인지 한족말은 어떻게 해두 늘지 않더라야, 소학교까지 조선족만 모여 살던 시골에 박혀있었대나서 그런가? 근데 뭐 어떠야, 이렇게 말해두 상해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데 뭐.” 허융의 말에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허융이 구사하는 "연변식 한어"는 그렇게 이상한것이 아니였다. 어릴 때 한족사람들과 거의 접촉할수 없는 시골 조선족마을에서 자라다보면 혀가 순수한 우리 말에 굳어지는지 어른이 되여서도 한족말에 습관이 잘 되지 않았던것이다. 하지만 상해에서 거의 10년을 산다는 허융이 어릴적 그대로 "연변식 한어"를 구사하는것은 실로 웃지 않고 넘길수 없었던것이다. 우리가 웃고 떠드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상에 오르고 맥주도 들어왔다. 허융이 맥주컵을 높이 쳐들고 말했다. “돈은 걱정 말구 실컷 마셔라. 오늘 련계할수 있는 동창들은 다 부르자 했는데 딱 너희들뿐이구나. 반갑다야, 우선 동창들을 위해서, 특히 나의 '사업파트너'를 위해서 그리구 나의 이름이 박힌 책이 출판된것을 위해서 깐베이(干杯).”  말을 마친 허융이 먼저 맥주 한컵을 입에 쏟아넣었다。 그때 서희가 맥주컵을 살짝 입에 댔다가 떼면서 말했다.  “동창들을 위한다는것은 알겠는데 '사업파트너'는 뭐고 너의 이름이 박힌 책이 출판됐다는것은 또 무슨 말이니?” 서희의 말에 허융이 시물거리며 옆에 놓인 가방을 열더니 안에서 책 세권을 꺼내여 우리앞에 내밀며 말했다.  "별것 아니다, 한개씩 가져라." 허융의 손에서 급히 책을 받아 표지를 들여다본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나는것 같았다. "실용번역연구"라는 제목밑에 작자의 이름과 "허융 역"이라는 글자가 똑똑히 박혀있었던것이다.  "세상에, 세상에. 이 책을 진짜 네가 번역한거니?" 서희도 나만치나 놀랐던지 한껏 동공을 키웠다.  "왜? 글을 모르는 애들처럼." 허융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쪽에 눈길을 돌렸다. 나는 뭔가 짚히는데가 있어서 조용히 입가에 허거픈 웃음을 피워올렸다.  허융은 워낙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지라 초중을 졸업하고 겨우 직업고중에 진학하였었는데 그것도 1년쯤 다니다가 사회에 나왔었다. 뭐라도 배우고 익혀야 할 한창 나이에 집에서 허송세월하는 허융을 두고 그 애 부모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하루 또 하루 거세져가는 부모들의 잔소리에 진저리가 날대로 난 허융은 "출세하여 본때를 보인다"면서 무작정 상해로 떠났었다. 하지만 초중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허융을 채용하려는 회사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것은 허융의 잔머리가 베어링 돌아가듯 팽팽 잘도 도는것이였다. 허융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상해에 진출한 한국사람들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보따리장사나 다름없는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그들은 높은 로임을 주고 전업통역을 청할수 없는 처진지라 허융과 같이 "연변식 한어"를 구사해도 대체적인 뜻은 전달할수 있는 사람들을 헐값으로 청하려고 했던것이다.  통역은 그런대로 응부할수 있었지만 번역은 실로 허융에게 무리가 아닐수 없었다. 그러한 수요에 만족을 주기 위해 허융이 생각해낸것이 바로 "사업파트너"였고 그 "사업파트너"로 지목한 적임자가 바로 나였던것이다.  초중을 졸업하고 순리롭게 연변1중에 입학한 나는 그때 여가시간을 타서 한국드라마번역실무를 취급하는 "천사드라마번역회사"에 이름을 걸어놓고 드라마번역을 했는데 허융이 누구에게선가 그 소식을 접했던것이다. "천사드라마번역회사"의 일은 번역비 한푼 못 받고 그저 스크린에서 "번역: 최민"이라는 네 글자를 보는 재미에 만족해야 하는것이였다. 그 와중에 허융이 천자당 인민페로 20원씩 번역비를 주겠다고 하니 나는 이게 웬 떡인가싶어 쾌히 동의했던것이다. 당시 고중 2학년 학생이였던 나는 제 재간으로 돈을 번다는게 그렇듯 자부심이 차넘칠수 없었고 천자당 20원이라는 그 액수도 사실 적은것이 아니였다. 그때는 스마트폰이나 위채트와 같은 현대적인 통신수단이 없었던지라 우리는 매번 휴대폰으로 “사업”에 대한 문제를 토론했고 메일로전자파일을 주고받았다. 허융이 보내준 전자파일을 받은 날이면나는 연변1중옆에 있던 만화방에 가서 1장에 1원씩 주고 프린트를 해서는 집으로 가지고 와 밤을 패가며 번역을 했다. 매번 “사업” 한건을 완성하면 허융은 언제나 내가 응당 받아야 할 번역비보다 100원을 더 보내면서 프린트비용이나 휴대폰료금으로 쓰라는것이였다. 그때마다 나는 허융이 참 통이 크고 인정미가 넘친다고 생각했었다.  “사장 이름을 뗐으믄사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개는 있어야 재? 내 아래에 지금 통역이 셋이나 있다. 챠… 내 처음 상해에 갔을때 번역 일감이 얼마나 많던지 너네는 아마 상상두 못할게다. 그기다 값으두 톡톡하지, 그때 가격으로 통역은 하루에 이삼백원씩 했구 번역으는 천자당 칠십원씩 했는데, 그기다 번역할수 있는 사람까지 적으니… 내사 돈으 비잘기(비자루)로 막 쓸어담았지야…” (뭐, 70원?) 허융은 흥이 나서 두팔을 내두르며 자기의 사업에 대해 늘어놓았지만 나는 "천자당 70원"이라는 말을 되네이며 가슴이 오그러드는것만 같았다. 허융은 순간 나의 표정이 흐려지는것을 발견했던지 잠간 말을 멈추고 내 컵에 맥주를 따르며 힐끔 내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다 지난 일이야, 그때는 그 돈도 감사했었지.) 나는 속으로 애써 자신을 달래며 맥주병을 당겨다 그의 잔에 부어주었다. 그러자 허융이 나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잔은 내가 단독으로 너에게 찡(敬)하마." 허융은 맥주를 한모금 크게 마시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미안했다야, 그때는 나도 살아야 했으니. 아이 그러야?” “다 지나간 일을 가지구 뭐… 리해한다, 당연히.” 따지고보면 사실 허융을 그렇게 원망할것도 없을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낯선 도시에 들어가 혼자 생활하려니 돈이 그만큼 필요했을것이고 그 필요한 돈을 벌려니 그 어떤 방법과 수단도 가릴수 없었을것이였다. 2년후, 어느 한 통화에서 내가 대학에 입학하니 고중때보다 용돈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말말간에 비쳤는데 그후부터는 천자당 70원씩 올려주는것이였다. 자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번역을 맡겨주는 회사를 설복하여 천자당 70원씩 받기로 했다는것이였다. 그후 대학에 다니던 4년 동안 나는 천자당 70원이라는 번역비를 받으면서 줄곧 허융의 "사업파트너"를 충당했었다. 비록 시간이 흐르면서 일감이 전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생기는 번역비가 나의 대학생활에 큰 보탬이 된것만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였다.  (그래, 감사하게 생각하는거야. 역시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였는것을.)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다시 기분이 개운해졌다.  나와 허융이 "미안하다.", "리해한다" 하면서 주거나 받거니 하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정문이 우리들 사이에 맺혔던 오해가 풀려간다고 생각했던지 갑자기 맥주컵을 들면서 말했다.  “자- 너희들의 리해를 위하여, 그리구 나의 휘황찬란한 앞날을 위하여 깐베이!” 정문이 단숨에 맥주컵을 비웠다. 나도 따라서 맥주컵을 비워 상에 내려놓고는 정문의 얼굴에 눈길을 박으며 물었다.  “그래 연길보다 낳니? 너희 중경이.” 나는 무슨 오기때문이였던지 일부러 "너희 중경"이라고 표현했다.  나와 정문은 대학교 4학년때 실습기지에서 한번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초중을 졸업한후의 첫 만남이였다. 허융은 비록 초중때보다는 성격이 좀 활달해진것 같았지만 체면을 중시고 일마다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는것은 그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는 평범하게 고중 공부을 마치고 어느 평범한 대학의 신문전업에서 공부를 하다가 졸업실습을 위해 그곳에 온것이였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평범하게 졸업실습을 끝마치게 되였다. 우리가 떠날무렵에 실습기지에서 나와 정문을 찾아 그곳에취직할 생각이 없는가고 묻는것이였다. 사업단위초빙시험을 통과하면 인차 편제를 가질수 있다는것이였다. 나는 그때 이미 연구생공부를 하려고 결정하였던지라 단연히 그 청을 거절하였다. 하지만 정문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게 놀라왔다. 정문이 그 곳에 취직할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주되는 원인은 바로 로임이 대도시들보다 적다는것이였다.  "로임을 연길보다 많이 받으면 뭐하니? 그만치 많이 써야 하는데. 남들의 흉내만 내자구 해두 내 막 미치갰다." 정문이 맥주컵을 상에 탁 내려놓으며 이마살을 찌프렸다. 나는 인차 정문에게도 여의치 않은 일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힘들면 연길에 와 살지? 그때 실습하던 단위에서 사업편제까지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재야? 한번 가서 물어보면 될것도 같은데.” “로임두 얼마 안되는 그 단위에서 무슨 일 할 재미가 있다구.” “로임은 천천히 오를게 아니야? 어디서 처음부터 높은 로임을 주는데?” “아무리 처음부터 높은 로임을 받을수 없다해두 연길 로임은대도시에서 받는 최저로임보다두 적을게다, 내 지금 중경에서 4000원은 받는데야, 물론 그기서 그 돈으루 먹고 살기는 힘들지만… 그래두 누가 로임을 얼마 받는가, 어디서 일하는가 물어보믄 연길에서 일하고 2000원씩 받는다고 말하기보다야 체면이 서지야.” 나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사실 정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내놓으라면 젊음밖에 없는 청춘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자존심일것이다. 물론 나이들면 허영에 들뜬 자존심 같은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것을 깨달을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야 알수 있는 도리이고 젊은 청춘들에게는 젊은 오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될것이였다.  “야- 참, 한심하다. 겨우 4000원을 받으면서 그 잘난 곳에서 고생하니?" 허융이 갑자기 손바닥으로 탁 소리나게 상을 내리치면서 말을 이었다.  "상해 와서 내밑에서 일해라. 그러잖아두 이번에 내 통역하는 애들 몇을 더 데려가자구 왔다. 니 일을 잘하믄 내 급두 줄게." 그 말에 정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천자에 70원밖에 아이하는 번역으 해서 언제 돈으 번다구. 우리 중경에서도 천자에 80원은 한다드라. 급하무 막 100원까지 뛴다든데 뭐.” 이에 허융도 질세라 열을 올렸다.  “천자에 70원은 7,8년전 일이구 그새 그냥 오르다가 2, 3년전부터는 천자당 200원으로 올랐는데야. 번역비 오르는 속도 아무튼 보통사람은 놀라 까무러칠게다." 침을 탁탁 튕기며 호기스럽게 소리치던 허융은 또다시 뭔가를 생각했던지 급기야 말을 멈추고 힐끔 나의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순간 나는 두 어깨가 와뜰 떨리고 두팔에 온통 닭살이 돋아올랐다. 그 동안 허융을 고맙게 생각해온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괘씸한 기분이 칭칭 갈마들었다. 하지만 허융은 아까 처음에 천자당 70원이였다고 말했다가 나에게 미안한 기색을 짓던것과는 달리 제법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담이 크고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 이기는게지무. 내 회사에 지금 본과졸업생두 하나 있다. 내 회사 비록 지금은 사람이 몇이 안 되지만…" "회사라면 법인등록은 했니?" 서희가 못 믿겠다는듯 허융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뭐라구? 범인등록? 범인이라믄 나쁜놈이재야?" "세상에 어쩜, 공상국에 가서 등록했는가 말이다." "그거 해서 뭘하니? 돈만 잘 벌면 되지. 내 회사 이제…" "그래, 맞다. ㅋㅋㅋㅋ… 허융아, 너의 '회사' 날로 발전장대해 지기를 위하여 그리고 나의 자격증을 위하여 깐베이!" 서희가 히물히물 웃으며 맥주컵을 들고 소리쳤다.  “뭐? 자격증이라니? 네가 사법고시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은것 같은데." 나는 맥주컵을 집으며 웬 소리냐는듯 서희를 건너다보았다.  서희는 우수한 성적으로 북경에 있는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였고 졸업하면서 사법고시를 통과하였다고 했다.동창들을 통해 그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그의 앞날이 탄탄대로일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서희가 나를 향해 서글프게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네일아트자격증을 따려구 준비중이다.” “뭐?” 나의 놀란 표정을 살피면서 서희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인차 취직하려 했는데 그게 쉬운게 아니였지. 우리에게는 법원, 검찰원이 제일 좋은 선택이구 다음은 변호사, 그 다음은 회사의 법률고문이나 비서 같은것도 괜찮았지만 한족말이 서툰 나는 그런 기회를 잡기가 여간만 힘든게 아니였지.” 서희의 목소리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갔지만 나는 웬 일인지 그가 행복한 고민을 하는것 같이 느껴졌다.  “사법고시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사람이 아무려면…” “사법고시 통과했다고 다 되는게 아니거든. 사법고시는 사실 준비만 철저하게 하면 누구나 넘을수 있는거야, 그 다음이 문제지. 사회생활이라는게 어디 그리 쉽데? 특히 검찰원, 법원 같은데는 사업단위초빙시험도 통과해야 되는데.” “시험을 치면 되지야, 너네는 공부하기가 제일 쉬운게 아니니?” 허융이 웬 일이냐는듯 서희의 말을 가로챘다.  “물론 그 시험도 통과했었지. 필답은 큰 문제가 아니였거든.근데 면접에서 문제가 생기는거야. 나처럼 한족말이 서툴구 또 당지에 인맥 하나 없는 사람이 그 오묘한 면접을 어떻게 통과하겠니?” 서희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수 없었다. 서희의 현실이 바로 연변의 조선족 시골미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요행 연길에 들어와 아글타글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간 대부분 조선족대학생들의 현주소였던것이다.  “그럼 변호사나 하지그러니?. 변호사두 돈으 엄청나게 버는 직업 아니니? 무스거보다 돈이 중요하지. 돈 많이 벌어야 체면두 서구.” 정문은 또 돈으로 화제를 돌렸다. 사실 나도 정문의 말에 공감이 갔다. 변호사도 확실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어. 면접에서 떨어진후 나도 변호사사무소에 취직하자고 했었지. 근데 아무리 어째도 변호사는 말발인데 한족애들하고 말로 이긴다는것은 불가능하더라, 준비를 아무리 많이 해가도 급하면 한족말이 잘 나오지 않았거든. 몇곳을 다니면서 면접을 거쳤는데 번마다 떨어지자 자연히 맥을 버릴수 밖에… 이 길두 아니구나싶더라.” “그럼 비서나 법률고문은? 그런 일은 특별한 말발이 필요한것두 아니구. 법률지식만 제대로 장악하면 될것 같은데?” 내 말에 서희가 호- 하고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렇게 물었다.  “니 지금 연구생공부 한댔지? 그럼 한가지 물어보자. 한어에서 '的, 地, 得'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너 정확하게 아니?” 나는 서희의 그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할수 없었다. 사실 이 문제는 한어에서 가장 기초적인 문제 같지만 완벽하게 사용하려면 여간만 까다로운것이 아니였다. 내가 인차 대답하지 못하자서희가 말을 이었다.  “기실 나도 비서나 법률고문으로 일해보려고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다. 한 회사에 들어가 인턴으로 있는 기간에는 여러명이 함께 한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지. 법률지식이나 일상 대화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 필력에서는 역시 문제가 생기는거야.한어를 모어로 어릴 때부터 배워온 애들과 경쟁하려니 필력에서 그 애들을 따를수 없는거야. 주어진 문장을 외우고 쓰라면 괜찮은데 주어진 시간내에 한자로 몇천자씩 보고서나 법률문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참 힘들더라…” 대도시에서 리상적인 일자리를 구할수 없게 된 서희는 새로운 꿈을 안고 한국에 진출했다고 한다. 그때 서희의 부모도 한국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있었던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중국 법률을 전공한 서희의 지식으로는 근본 한국의 법조계에 발을 붙일수 없는 형편이였다. 서희는 진로때문에 다시 방황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네일아트를 접촉하게 되였던것이다. 새롭게 접촉한 그 분야는 서희에게 그처럼 유혹적이였다고 한다. 누군가의 손톱에 섬세하고도 화려한 생명을 불어넣는 그 일이야말로 자기의 적성에 꼭 들어맞는것 같았다는것이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거야.) 서희는 뒤늦게야 자기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알게 되였고 진정한 미래를 찾게 되였다고 했다. 서희는 웃으면서 말하고있었지만 나는 그를 위해 내심 아쉬운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는 어떻게 말해도 명문대학을 나오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법률학 전문인재라고 생각되였던것이다.  “밖에서 안되면 연변에 돌아올수도 있지 않니? 여기서는 조선족 법관이나 변호사를 수요할텐데. ” “그렇긴 하지. 내가 한국에 나간 후, 연변 어느 시의 법원에서 조선족인재를 초빙한다면서 전화로 내 의향을 묻더라.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왜?" 나는 제일처럼 안타깝게 생각되여 다잡아 물었다. "왜는? 싫어서지. 연변에서 20년을 살았는데 대학공부를 하구 다시 이 촌구석에 온단 말이니? 따져보면 법학이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도 아닌것 같았구. 법학을 배우는 내내 힘들었거든. 네일아트를 배울 때처럼 흥겹고 즐겁지 않았단 말이야. ” "서희 말이 맞다. 참, 너네 대학 공부 해서 뭘 하니? 서희야. 너두 생각 있으믄 내밑에 들어와 일하면서 번역으 배워라. 내 다른 애들보다 돈으 더 주마." 허융의 말에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허융은 우리가 왜 웃는지를 알지 못하는것 같았다. 너무도 당당한 허융의 모습에 억이 막혔던지 서희가 한마디 내쏘았다.  "니밑에서 일하라구? '这个的给个吧'라구 말하는 니밑에서 번역을 배우면서 일하라구?” 하지만 허융은 기가 꺽일대신 제법 어깨까지 으쓱하면서 자신만만한 어투로 말했다. “야, 이래뵈두 내 그기서는 번역에서 배태랑이다.” “배태랑이 아이라 베테랑이겠지, 니 이 수준두 베테랑이라니 상해 번역수준 빤히 들여다보인다야.” 서희는 허융이 자기를 제밑에 들어와 일하라고 하는 말에 사뭇 자존심이 깎였던지 얼굴을 붉히며 톡 내쏘고는 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최민아, 너 연구생공부를 한다고 했지? 무슨 전업이니?" "조선어학. " 나는 여기서 말을 멈추고 컵에 약간 남아있던 맥주를 다 마셔버린후 정색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박사공부까지 끝내고 연변에 남으려구.” "연변에?"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 "연변에?" 하고는 외계인을 바라보듯 나의 얼굴에 눈길을 꽂았다.  “야, 미쳤니? 조선족이 조선어를 못할라구 연구까지… 그것두 박사까지나…” 허융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문도 한술 떴다. “로임두 이렇게 낮은데서 무슨 재미루? 그것두 박사까지 한후에 연길에서 살겠다니…” 서희도 빠질세라 한마디 했다. “한평생 연변에서 산다는게 생각만 해두 지루한 일 아니니?” 나는 연거퍼 날아오는 물음에 어느것부터 먼저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들 셋을 번갈아 살피다가 앞에 놓인 맥주병을 들어 그대로 입에 털어넣고는 이렇게 말했다.  “다 나가면 어찌니, 누구라도 이곳을 지키고 건설해야지. 그래야 이곳에서두 진정한 베테랑이 나올수 있을게구 돈때문에 무작정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두 적어질게구 언젠가는 떠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올게 아니니?” "생각 한번 와늘 매짜게 한다야, 니 혼자 그렇게 생각해서 무슨 쓸데 있니? 나르 봐라. 상해 가서 10년이 채 아이 돼서 번역회사 차린거. 연길에서 내 이렇게 출세할수 있니? 앞으로 내 우리 회사르 와늘, 와늘… ” 쫙 펼쳐 든 허융의 두팔이 하늘 너른줄 모르고 넓어져갔다. “얌마, 벌만큼 벌었으면 연변에 돌아와 조용히 살아라. 그곳에서 계속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업파트너'들이 다 떠나버리면 어떻게 하려구?" “연변에?" 허융이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  "이 촌구석에 뭘 할게 있다고그러니? 이제 내 번역회사가 이렇게, 이렇게 커지는 날이면…" 허융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상우에 올려놓은 그의 휴대폰이 울기 시작했다. 허융은 말을 끊고 점잖게 휴대폰을 주어 귀에 가져댔다. "여보세요? 내가 서사장입니다." 허융은 제법 어험 하고 건가래까지 떼면서 얼마 나오지도 않은 배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네?" 허융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져 이마를 쳤고 쑥 내밀었던 배도 움찔 들어갔다. "김선생, 그그… 그게 무슨 말임까? 내가 번역비를 다 주지 않았슴까? 그런데뭐뭐… 저저… 저 무슨 권을 침범했다구? 내 번역비를 다 줬으면 내 이름으 책에 박을수 있는게지. 내 돈으주구 그 원고를 샀는데…" 나는 대충 허융의 뜻을 알것 같아 머리를 끄덕이면서 서희를 건너다보았다. 서희도 알겠다는듯 입가에 쓴 웃음을 짓고있었다.  "자 어째 저래니? 무스거 침범했다구? 쟤 법에 걸렸재?" 정문이 나와 서희를 번갈아 살피면서 황급히 물었다. 서희는 정문의 말을 못 들은듯 맥주컵을 들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그때 허융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상우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야- 미치갰다. 이게 와늘 아다모끼다. 내 돈으 주구 번역시켰는데, 내 돈으주구 원고르 사서 거기다 내 이름으 박았는데…저저 저 무스거 침범했다구 와늘 란리다… 야, 최민아. 세상 어디에 이같은 아다모끼 다 있니? 니 말해봐라, 최만아." 허융이 내쪽을 향해 홰홰 손을 저어댔다. 나는 그러는 허융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고싶지 않아 창밖으로 머리를 돌렸다.  할아버지 몇분이 가로수아래에 쪽걸상을 놓고 앉아 부채질을 하면서 한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그림처럼 한눈에 안겨들었다.  밖은 여전히 무더운 모양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온몸으로 때 아닌 한기를 느끼고있었다…
565    《허삼관매혈기》한역본에 대한 번역매개학 댓글:  조회:2745  추천:4  2017-05-15
       최민(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 2015년급 석사연구생)     1. 들어가는 말   여화(余华,1960-현재)의 장편소설 《허삼관매혈기》는 1995년에 창작된 작품으로서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독서》잡지에서는 “이 작품은 예술성이 뛰여난 작품이자 소박함과 심원한 의의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1]라고 평가했고 미국《Boston Globe 》에서는 “이 작품은 간단한 민간이야기와 같은 쓸데없는 단어나 화려한 틀이 없는 간단한 이야기일뿐이다. 가난한 가정이 가지고있는 빈곤과 굶주림 그리고 곧 발생할 문화대혁명… 이 가혹하고 혹독할만도한 이야기를 여화는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동원하여 센티멘털리즘적이 아닌 구수한 방법으로 엮어나갔다. 이야기는 보기에 간단하지만 교묘한 구조와 우아한 문자가 조합되여 독자들이 거절할수 없게 한다.”[2]라고 평가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인생》과 《허삼관매혈기》에 담긴 고난과 생존의 서사는 잔인함과 련민에 대한 잊지 못할 이미지를 남긴다. 두 작품에는 섬광과도 같은 폭력과 풍자에 상처 입은 멜로드라마, 끓어오르는 분노, 진정한 눈물이 가득하다.[3]”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세계문단의 극찬을 받은 이 소설에 대한 번역도 여러차례 이루어졌는데 이미 중문본(中文版), 한역본(韩译版), 영역본, 독일어본, 이탈리아어본 등 다섯가지 판본이 나왔다. 이중 한역본은 2007년에 출간된 최용만(1967년—현재)의《허삼관매혈기》와 지난해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된 최동일(1965—현재)의 《허삼관매혈기》등 두개 판본이 있다. 기존 《허삼관매혈기》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문화적인 방면에서 진행되였을뿐 번역학이나 역계학적으로 진행된것은 아주 적다. 특히는 번역매개학적으로 진행한 연구는 단 한편에 불구하고 그 또한 영역본을 기초로 하였다. 즉 본 론문에서 한역본을 통하여 번역매개학적연구를 진행하는것은 《허삼관매혈기》에 관한 수많은 연구중 처음이라고 할수 있다. 본 론문에서는 《허삼관매혈기》중 1장부터 19장까지에서 나타난 비교적 대표적인 오역과 창조성적반역을 례로 들어 비교를 진행하려고 한다. 번역매개학은 19세기 30년대에 출현하여 19세기 중기에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번역매개학은 비교문학과 번역학 사이에서 분리되여 나온 학과이다. 번역매개학에서의 번역은 이미 단순한 번역학본연을 벗어났다고 볼수 있는데 이 번역이 가지고있는 문화적효력에 중점을 두고있다.[4]이와 같이 번역매개학은 번역학과 불가분리의 관계를 가지고있는바 그들은 모두 번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공톰점을 가지고있다. 하지만 부동점도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그들의 착안점이 부동한것이다. 즉 번역매개학은 그 중점을 변역에 두는것이다.   2《허삼관매혈기》 한역본에 대한 번역매개학적연구   우에서 말한것과 같이 번역이란 단순한 언어기호의 전환이 아닌 문화적요소를 내포한 출발어를 도착어로 변역하는 작업이다. 다른 말로 하면 문화의 변역이라고 할수 있다. 이 과정에 “창조성적인 반역(创造性叛逆)”이 나타날수 있다. “창조성적반역”이란 프랑스 문학사회학자 에스카르피(Robert Escarpit)가 제출한 문학용어이다. 그는 일찍 “번역의 창조성적반역은 항상 존재하는것이다[5]”라고 제출하였다. 문학번역의 창조성적반역은 문학번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산생되는 번역을 포함한 창조성적이고 반역적인 일종의 실천활동을 가리킨다. 문학번역에는 창조성이 있다. 언어와 언어 사이, 문화와 문화 사이는 많은 부동한 점들을 가지고있다. 그러므로 번역을 할 때 역자는 기계화적으로 글자만 옮겨서는 안된다. 이러할 경우 독자들은 작품에 대해 리해하기 힘들어하거나 그것을 오해할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자는 도착어중에서 출발어와 상응한 정감이나 련상을 가지고있는 단어를 골라 사용하여야 한다. 아래 필자는 역자가 《허삼관매혈기》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중한문화차이로 하여 초래한 일부 오역과 창조성적인 반역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3.《허삼관매혈기》 한역본에 나타난 오역      본 장절에서는 《허삼관매혈기》한역본에서 나타난 오역을 사례로 문자층면에서 나타난 두 역본의 부동점에 대해 론술하고자 한다.   1)원문: 觉得他们喊叫时手拍着桌子很神气[6]   번역문 1: 허삼관은 소리칠 때 손으로 탁자를 치는 모습이 신기해… (최용만)   번역문 2: 허삼관은 그들이 소리칠 때 상을 탁 내리치는 동작이 참 그럴듯하다고 생각되였다.(최동일)  (이하 모두 동일한 순서로 론술함.)   원문에서 사용된 “神气”는 “으스대다, 뽐내다, 우쭐대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번역문 1에서는 “신기해”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神奇”를 말하는것이다. 즉 번역문 1에서의 번역은 한자어로 인한 오역인 비교적 저급적인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번역문 2에서는 “그럴듯하다”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원문에서 사용된 “神气”와 비교적 접근하였다. 즉 이는 한자어를 정확히 번역한것이다.   2)원문: 许三观的手举在那里,想了一会儿还是没有想起来,就对跑堂说:“我想起来再叫你。”        跑堂答应了一声:“哎。”[7]    번역문1: 허삼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여의치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생각나면 다시 부르지”             “에이참.”    번역문2: 허삼관은 괜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먼저 가보라구. 내 생각나면 다시 부를테니.”         “알았어요.”   원문에서 사용한 “哎”는 “경악이나 불만족을 나타내는 (에이참)”, “응당할 때 사용하는 (예)” 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원문을 분석해보면 종업원은 불만스러운 감정이 없는것을 알수있다. 그러므로 번역문 1에서 “에이참.”을 사용한것은 의미 파악이 부족한 관계로 나타난 오역이다. 번역문 2에서 “알았어요.”를 사용한것은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여 번역한것이다.   3)원문: 再说,我也给家里节省出了钱[8]   번역문 1: 다시 말하면, 나도 절약해서 우리 집에 돈을 보태는 게다 이 말이에요.   번역문 2: 하지만 나두 집에다 돈을 절약해주지 않나…   원문에서 사용한 “再说”는 “한 뒤에 하기로 하다”, “ 다시한번 말하다”, “게다가, 덧붙여 말할것” 세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번역문 1에서는 “다시한번 말하다”로 잘못 번역하였다. 이는 의미 파악이 부족한 오역이다. 번역문 2도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오역을 하였다.   4.《허삼관매혈기》 한역본에 나타난 문화적변화   본 장절에서는 《허삼관매혈기》 한역본에 나타난 문화적변화에 대하여 분석하면서 두 역자가 번역을 함에 있어서 문화에 의하여 산생한 창조성적반역에 대하여 론하고자 한다.   1)     원문: 我儿,你身子骨结实吗?[9]  번역문 1: 아들아, 네 뼈대는 좀 쓸만하냐?(최홍만)  번역문 2: 아들아, 네놈은 아직 몸뚱이가 쓸만하냐?(최동일)   “身子骨”는 “체격이나 신체”를 가리키는 명사성을 띤 단어이다. 번역문1에서는 중국어 “身子骨”에서의 “骨”자를 중심단어로 보고 “뼈대”라 번역한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어에서 “뼈대”란 골격을 주로 가리키고있고 나아가서는 신분이나 지위 등도 나타낸다. 이는 의미상 “身子骨”와 아무런 련계가 없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뼈대”로 번역한것은 역자가 중국의 문화적요소를 인지하지 못하여 오역한것이다. 번역문 2에서는 “身子骨”를 정확히 리해하고 “몸뚱이”로 번역하였다. 문자의 층면에서 보면 이는 오역이라고 볼수 있지만 중국에 생활하고있는 조선족으로서 역자는 한족문화에 대하여 상당한 리해를 가지고있는것 같다. 그가 “몸뚱이”로 번역한것은 사실상 중한문화의 차이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번역한 창조성적인 반역이다.      2) 원문: 你们早晨是不是吃了很多咸菜?[10]  번역문 1: 새벽에 짠 음식을 많이 드셨나 보죠?  번역문 2: “아침에 짠지만 먹었나요?”   “咸菜”는 “소금 혹은 된장, 간장에 절여 오래동안 먹도록 보관해둘수 있는 반찬”이다. 번역문1에서는 “짠 음식(咸的菜)”으로 번역하였다. 역자는 중국의 “咸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문자의 층면에서는 번역의 원칙에 충성하였다고 할수 있으나 이는 역자가 중국의 문화적요소를 인지하지 못하여 오역한것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중국의 “咸菜”문화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그 기원조차 찾기 어려울정도로 시간이 오래되였는바 로신의 작품 《풍파(风波)》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보편화된 음식이다[11]. 그 종류도 저그만치 80여종에 달하는바 각 지방마다 먹기 좋아하는 “咸菜”의 종류가 다르고 만드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번역문2에서는 “짠지”로 번역하였는데 “짠지”란 “무를 소금으로 짜게 절여 만든 김치”를 말한다. 고려 후기의 문장가 리규보(李奎報)의 시에 겨울을 위하여 무를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갔다는 기록이 있는것으로 미루어 짠지는 우리가 먹는 김치류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고 할수 있으며 그 력사가 김치류중에서 가장 길다고 할수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의 김치를 보고 중국의 “咸菜”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개념이다. 만약 조선문화와 중화문화에 대하여 모두 상세하게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咸菜”란 “짠지”와 같은것이지 절대로 김치가 아님을 알수 있다. 이와 같이 번역문2에서는 중국문화와 한국문화에 대하여 상세한 료해를 가지고있음으로 하여 이렇게 창조성적 반역을 할수 있은것 같다.   3)원문: 我爹死了以后她嫁给了一个国民党的连长[12]  번역문1: 아버지가 죽고 나서 어머니는 국민당 연대장에게 시집을 가더니…  번역문2: 아버지가 세상 뜬후 어머니는 국민당부대의 한 련장에게 시집을 갔었는데…   “连长”이란 “부대에서 련급편제의 최고지휘관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대위 혹은 중위가 맡는다[13]”. 번역문 1에서는 “连长”을 “연대장”으로 번역하였는데 “연대장”이란 “연대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보통 대령(上校)이 맡는다.[14]” 때문에 “连长”과 “연대장”은 같은 직위가 아님을 알수 있다. 중국 군부대의 등급서렬은 한국이나 서방과 일부 다른 점이 존재하지만 대령과 대위, 중위와 같은 등급에서는 한국이나  서방국가와 같다. 중국에서 대령의 견장은 선 2개와 오각별 3개로 이루어지고 대위의 견장은 선 1개와 오각별 3개로 이루어진다[15]. 간단히 말하면 대령은 대위보다 높은 급수이다. 중국 군등급으로 부터 볼 때 대령이 맡는 직위로는 “团长”이 보편적이다. 그러므로 한국 군등급으로부터 볼 때 대령이 맡는다는 “연대장”은 중국의 “团长”과 상응하고 대위 혹은 중위가 맡는 직위로는 “중대장”이 상응하다. 그러므로 원문에서 나타나는 “连长”은 한역본에서 응당 “중대장”으로 번역되여야 한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볼 때 번역문 1의 역자는 중국 군등급문화에 대하여 상세하게 료해하지 못하고있는것 같다. 문화의 범위는 폭넓은바 역자는 출발어와 도착어를 사용하는 부동한 나라의 여러가지 문화를 잘 파악해야 문화적차이로 인한 오역을 피면할수 있다. 번역문2에서는 “连长”을 “련장”으로 번역하였다. 이는 “连长”을 발음 그대로 음역(音译)한것으로써 중국 조선족내부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방식이다. 뜻을 표달하는 방면에서는 정확하다고 할수 있으나 이 또한 한국의 독자들이나 한역본을 읽는 다른 나라 독자들한테는 일정한 어려움을 가져다주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히 표기하려면 응당 주해를 달아주거나 번역을 한뒤 중문으로 다시한번 써주어야 한다. 례문3에서 나타난것과 같이 번역문 1은 오역이고 이를 정확하게 수정하려면 “중대장”으로 번역하여야 한다. 번역문 2에서는 련장으로 번역하였는데 이 또한 정확하다고 볼수 있다.   4) 원문: 那手套上的断线和一截一截的断头就像拨浪鼓一样晃荡起来[16]  번역문 1: 다 풀어진 실밥과 꿰맨 실밥이 장난감 북채처럼 흔들렸다. 번역문 2: 실밥들과 동강동강 끊어진 부분들이 땡땡이북처럼 흔들거렸다.   원문에서 나타난 “拨浪鼓”란 “구사회에서 도부장수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흔드는 작은 북”으로서 아이들의 놀이감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번역문1에서는 “拨浪鼓”를 “장난감 북채”로 번역하였다. “장난감 북채”란 “북을 치는 조그마한 방망이(玩具鼓槌)”를 가리키는것으로써 “拨浪鼓”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역자가 중국문화에 대해 정확한 인식이 없어서 생긴 실수로써 비교적 엄중한 오역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 네이버사전으로 “拨浪鼓”를 찾아보면 “딸랑이”와 번역문2에서 사용한 “땡땡이북” 두가지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먼저 “딸랑이”와 “땡땡이북”의 한국어 해석을 보자. “딸랑이”란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게 만든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을 가리키고 “땡땡이북”이란 “흔들면 땡땡하는 소리가 나게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을 가리킨다. 해석을 놓고보면 “딸랑이”와 “땡땡이북”은 나타내는 소리에서 조금 다를뿐 기타 해석은 똑같다. 한층 깊은 분석을 위해 “딸랑이”와 “땡땡이북”을 그림으로 비교해보자.       그림1. 딸랑이                                그림2. 땡땡이북   단어해석과 그림을 통해 분명히 알수 있듯이 “딸랑이”와 “땡땡이북”은 해석이 비슷하지만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있다. 《례기 왕제(礼记·王制)》중에는 “天子赐伯子男乐,则以鼗将之。又一作鞀。”라는 기재가 있는데 이중 “鼗(tao,二声)”[17]가 바로 “拨浪鼓”를 상징한다. “鼗”를 한국 한자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땡땡이”로 해석되여있는데 그 뜻은 “1. 땡땡이(북자루를 잡고 돌리면 량쪽끝에 단 구슬이 북면을 치게 만든 북), 2. 소고(농악에 쓰는 작은 북)”로 표기되여있다. 고구려시대 안악 3호분의 악사2가 사용한것이 바로 “拨浪鼓”인데 한국 “문화원형백과”에서는 이를 “한 사람은 땡땡이북을 치고있다.”고 설명하였다.         고구려시대 안악3호분의 악사2   이로부터 “땡땡이북”은 “拨浪鼓”와 같은 종류임을 알수 있다.   5)원문: 三十多岁的那个人叫阿方[18]      번역문 1: 서른 몇쯤으로 보이는 방씨라는 사람이 말을 덧붙였다.      번역문 2:서른살 푼해보이는 아방이 흥겹게 말을 이었다.   원문에서 나타난 “阿方”은 중국에서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칭호의 일종이다. 중국에서 “阿+()”형식으로 친한 사람한테 칭호를 정해줄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것은 이름에서 마지막 글자를 사용한다. 례를 들면 “许三观”을 “阿+()”형식으로 정한다면 “阿观”으로 칭해야 한다. 이는 중국문화에서 규정한바가 없지만 관습이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실천속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일반 대중에 접수된것이다. 번역문 1에서는 “방씨”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阿+()”형식과 같이 한국문화에서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실천속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일반 대중에 접수된 관습과도 같은 것이다. “( )+씨(氏)”형식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阿+()”형식과 다른 점은 “( )+씨”형식은 주로 성씨를 앞에다 놓는다. 례를 들면 “허삼관”을  “( )+씨(氏)”형식으로 사용하면 “허씨”가 되여야 하는것이다. 하기에 이는 오역이다. 중국문화중  “( )+씨(氏)”형식으로 성씨를 사용하는 간단한 칭호가 있는데 주요하게 “老许(로허)”혹은 “小许(소허)”와 같은 형식을 사용한다. 번역문 1은 중국문화에 대하여 일정한 료해를 가지고는 있지만 정확한 료해가 없음으로 초래한 오역이다. 번역문 2에서는 “아방”으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한자어로 번역한것이다. 이는 중국문화에 대하여 정확한 리해를 가지고 번역하였지만 응당 각주를 달고 더 한층 해석을 해야 했다.   6)원문:许三观已经做了九年乌龟了,   번역문1: 허삼관은 이미 구 년이나 자라 대가리(중국에서 남자에게 하는 최대의 욕으로, 무능하고 바보 같은 자를 일컫는다)노릇을 하지 않았느냐구.   번역문2: 허삼관은 억울하게도 이미 9년동안 오쟁이를 지고 살았던거야   원문에서 나오는 “乌龟”는 “거북이”를 말한다. 중국문화에서 “乌龟”는 “다른 남자와 간통한 안해를 둔 남편”이라는 다른 뜻을 가지고있다. 번역문 1에서는 “자라 대가리”로 번역하였고 뒤에는 역주를 달아주었다. 문자층면으로 보면 “자라”는 “甲鱼”를 말하는데 이는 “乌龟”와 다른 종류이다. 번역문 1은 문자층면에서 원작과 접근하려고 하였지만 오역을 범하였다. 문화층면에서는 중국문화에서 “乌龟”에 내포된 뜻을 설명하려고 역주를 달았지만 이 역주도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 남자에게 하는 최대의 욕”이란 설명은 부정확한 해석이 아니지만 구체적인 의미를 확실하게 밝혀주지 못해 다소 일관적인 느낌을 준다. 번역문 1은 중국문화에 대하여 일정한 료해를 가지고있지만 그 료해가 깊지 않고 역자의 필력 또한 내포된 뜻을 해석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번역문 2에서는 “오쟁이”로 번역하였는데 이는 문자층면에 놓고보면 오역으로 판정된다. 여기서 “오쟁이”란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이란 뜻을 가지고있다. 하지만 한국문화에서 “오쟁이 진 남편”이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른 남자와 간통한 안해를 둔 남편”이라는 뜻으로써 중국문화중 “绿帽子”로 번역되기도 한다. 중국문화에서 “乌龟”, “绿帽子”, “绿毛龟” 등은 모두 같은 뜻을 가지고있다. 즉 번역문 2에서 “오쟁이”로 번역한것은 중국문화와 한국문화 사이의 전변을 실현한 창조성적반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7)원문:伟大的领袖伟大的导师伟大的统帅伟大的舵手毛主席万岁万岁万万岁。一共有三十个字,这些都要一口气念下来,中间不能换气。[19]     번역문1: 위대한 영도자이시며, 위대한 원수이며, 위대한 스승이자 위대한 조타수인 모 주석, 만세 만세 만만세. 다 합쳐서 마흔 자도 넘는 걸 한번에 일어야 한다구.     번역문2: 모주석의 이름이 얼마나 긴지 아오? 잘 들어보오. 위대한 령수, 위대한 도사, 위대한 통수, 위대한  키잡이 모주석 만세, 만세, 만만세. 이 얼마나 대단하오? 이렇게 긴 모주석의 이름을 단번에 숨을 쉬지 않고 읽어야 한다오.   원문에서 사용된 “三十个字”는 문화대혁명시기 모주석의 이름의 글자수를 말하는것이다. 문화적인 내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번역문 1에서는 이를 “마흔 자”로 번역하였는데 문자층면에서는 오역이지만 이는 실정에 맞게 번역한것으로써 창조성적반역이고 정확한 번역이다. 번역문 2에서는  “三十个字”를 번역하지 않았다. 이는 무단변화에 의한 오역으로 볼수 있지만 “이렇게 긴”을 앞에다 사용하면서 원문에서 나타나는 뜻을 정확히 전달하였기에 창조성적반역으로 볼수 있고 정확한 번역이다.   5. 번역본에서 나타난 차이점 산생원인   우에서 진행한 분석과 같이 여화의 장편소설 《허삼관매혈기》의 한역본에는 보편적으로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함을 알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차이를 직면하였을 때 두 역자는 비교적 큰 차이점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점은 아마도 두 역자의 생활환경과 관계있을것이다. 최용만은 1967년생, 1990년 한림대학교 중국학과를 졸업하였고 2000년에는 북경대학 중문과 대학원에서 중국 당대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최동일은 1965년 7월,길림성 화룡현 룡문촌에서 출생하여 1982년 10월부터 7년간 중국인민해방군 81250부대에서 복역하였다. 현재 연변인민출판사에서 근무하고있다. 두 역자의 생활환경을 보면 최용만은 한국인으로써 중국에서 류학한 경험을 가지고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이였다. 이는 최용만이 번역한 《허삼관매혈기》의 한역본에서 비교적 많은 오역을 찾을수 있는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최동일은 중국 조선족으로써 어려서부터 조선족과 한족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지역에서 생활하였기에 중국과 한국문화에 대하여 모두 상세히 료해하고있다. 그러므로 최용만과 비교하면 오역이 확연히 적다. 또한 중국인민해방군에서 복역하였던 경험이 있기에 2.1.2의 례문 3에서 나타난 군문화에도 일정한 료해를 가지고있는것이다. 번역본 전체를 놓고 본다면 최용만이 번역한 《허삼관매혈기》는 원작을 문화의 층면이 아닌 문자의 층면에서만 정확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한 관계로 비교적 딱딱하다. 최용만이 번역한 장편소설 《허삼관매혈기》와 비교하면 최동일이 번역한 《허삼관매혈기》는 문자층면에서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문화의 층면에서도 깊은 연구를 시도하여 역문이 최대한 원작의 심미적 정감과 사상을 전달할수 있게 하였고 문자층면 내지 작품내포에서도 비교적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동일이 중국문화에 대하여 깊이 료해하고있는 동시에 작가로서의 문자적표달능력도 갖추고있기때문일것이다.   6. 나가며   여화의 장편소설 《허삼관매혈기》의 한역본에 대한 번역매개학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구체적인 작품 및 번역매개학적인 작품들은 보편적으로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것을 알수 있게 되였다. 또한 역자가 문화차이를 직면하였을 때 자아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진행한 창조성적반역이 작품의 전파와 구독성에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론술하였다. 마지막으로 두 번역본에 존재한 차이점에 대하여 간단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그 리유에 대하여 론술하였다. 이상에서 볼수 있다싶이 문화차이는 문학번역에 대해 거대한 영향을 일으키고있는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문학번역연구자들이 참답게 연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원작과 역본에 대한 연구는 부동한 언어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리해하고 부동한 문화사이의 부동한 점들을 장악하게 한다. 이러한 차이점을 장악하면 번역자들이 문학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더욱 정확하게 원작을 리해할수 있을것이고 나아가서는 원작의 내용을 더욱 완벽하게 전파할수 있게 될것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번역매개학연구는 우리들로 하여금 문화차이가 번역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더욱 잘 파악할수 있게 도와준다. 더욱 많은 학자들이 번역매개학연구에 뛰여들어 중국문화가 세계로 전파될수 있도록 노력할것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 [2]. 최홍만, 《허삼관 매혈기》, 푸른숲 도서출판사 [3]. 谢天振, 《译介学:比较文学与翻译研究新视野》, 渤海大学学报, [4]. 张宁,《比较文学“译介学”的性质及其对象》,学术月刊 [5]. 김금희, 《여화 소설의 대중성 연구 : , 를 중심으로 = The popularity study of YUHUA's works》,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학위논문(석사), 2011 [6]. 李玲茜, 《许三观卖血记》的韩译本误译研究, 天津师范大学, 硕士论文,2015 [7]. 赵婉彤, 《余华长篇小说《许三观卖血记》和《兄弟》英译本的译介学研究》, 兰州大学, 硕士论文, 2011 [8]. 艾斯卡批著,王美华,丁沛译,《文学社会学》,安徽文学出版社,1987 [9]. 汪曾祺,《咸菜与文化》,读书文摘,2015 [10]. 刘岩,《当代中国军队的等级制度发展沿革概况》,中国人民解放军军事科学院,2004年, [11]. 김용탁, 송재천,《兵役制度와 實務》, 啓明社, 1977 [12]. 徐力钧,《拨浪鼓文化”的传承和弘扬》,浙江学刊,2003 [13]. 유천,《여화 소설의 한국적 수용: 번역과 연구를 중심으로=On Translation and Studies of YuHua's Novels in Korea》, 성균관대학교, 학위논문(석사), 2007   [1]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 [2]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 [3] 최홍만, 《허삼관 매혈기》, 푸른숲 도서출판사 [4] 谢天振, 《译介学:比较文学与翻译研究新视野》, 渤海大学学报, 2008 [5] 艾斯卡批著,王美华,丁沛译,文学社会学,安徽文学出版社,1987年,第137页 [6]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15页   [7]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80页 [8]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113页 [9]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1页 [10]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8页 [11]汪曾祺,《咸菜与文化》,读书文摘,2015年,第32页 [12]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24页 [13] 刘岩,《当代中国军队的等级制度发展沿革概况》,中国人民解放军军事科学院,2004年,第112页 [14] 김용탁, 송재천,《兵役制度와 實務》 ,啓明社, 1977 [15] 刘岩,《当代中国军队的等级制度发展沿革概况》,中国人民解放军军事科学院,2004年,第112页 [16]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42页 [17] 徐力钧,《拨浪鼓文化”的传承和弘扬》,浙江学刊,2003年 [18]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7页 [19] 余华,《许三观卖血记》,作家出版社,2012年,第132页
564    최민 제6회 리륙사문학제 대상 수상 댓글:  조회:1816  추천:4  2016-09-23
좌로부터 리륙사선생의 딸 이옥비, 최민, 리륙사추모사업회 권부옥리사장. 9월 22일, 한국리륙사추모사업회가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와 한국 리륙사문학관,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이 공동주관, 한국 안동시, 안동병원과 안동간고등어에서 후원한 제6회 “중국조선족대학생 리륙사문학제”가 연변대학 예술학원 음악홀에서 개최되였다. 이번 행사의 제1부로 진행된 리륙사문학세미나에서는 한국 창원대학교 도진순교수가 론문 “리륙사의 시 ‘절정’, ‘강철로 된 무지개’와 terrible beauty”을, 연변대학 조선-한국학원 김관웅교수가 론문 “일제강점기의 저항시인 리륙사, 윤동주 비교론”을 발표하고 한국 주병률시인이 시창작에 대하여 문학강연을 하였다. 2부로 진행된 시상식은 조선어를 외국어로 배운 학생들을 상대로 한 한국어문학상과 조선어를 모어로 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리륙사문학상으로 나뉘여 진행되였다. 18개 대학교의 386명 학생들이 이번 문학상에 응모하였는데 시상식에서는 우수상, 동상, 은상, 금상, 대상 도합 72명이 수상의 영예를 지녔다. 사천외국어대학 진정, 복단대학교 한국어학과 대준기 등 4명 학생이 한국어문학상 금상을 수상하고 연변대학 2015급 석사연구생 최민이 “때 아닌 한기”로 리륙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리륙사문학관 관장 조영일(좌)과 연변작가협회 주석 최국철이 금상을 시상하였다. 현재 연변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문학제중 문학후비군양성을 주목표로 대학생을 상대로 하는 문학제는 리륙사문학제가 유일하다. 저항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리륙사(李陸史)는 1904년 5월 18일 한국 경북 안동에서 출생, 본명은 리원록(李源綠),이원삼(李源三)이며 아호 리륙사는 한국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를 때 수감번호인 264에서 취음한것이다. 북경대학 사회학과를 다녔으며 한국 광주학생운동 등으로 17차례 옥고를 치렀다. 1932년 북경에서 로신을 만나 동양의 정세를 론하기도 했고 후일 로신이 사망하자 조선일보에 추도문을 게재하고 그의 작품 “고향”을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던중 일본경찰에 체포되여 중국으로 송치된후 1944년 북경감옥에서 숨졌다.
563    연변방송 문학살롱 2015. 10.19 댓글:  조회:2083  추천:1  2015-10-24
  문- 오늘도 문학살롱 초대석에 중국조선족소년보사 편집부 주임이며 연변작가협회 리사,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으로 계시는 림철선생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준비되셨는지요? 답-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겸직부주석이며 아동문학창작위원회 주임이신 최동일선생을 소개해드리렵니다. 문- 그럼 먼저 최동일선생의 프로필에 대하여 말씀해주시지요? 답- 그러지요. 최동일선생은 1965년 7월 17일 화룡현 룡문촌에서 출생. 1982년에 중국인민해방군 입대. 1989년 6월부터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에서 사업. 현재 연변인민출판사 문예편집부에서 부주임으로 아동문학을 주관하고있습니다. 문- 창작성과도 대단하다던데요. 답- 최동일선생은 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 아동소설집 《민이의 산》, 산문집《엄마의 별》, 중편성장소설집《아직은 초순이야》, 동시집 《외롭지 않아》 를 출판했습니다. 문- 번역작품도 있다던데요. 답-번역저작으로는 명작 아동장편소설 《15소년 표류기》, 장편소설《하늘을 나는 교실》,  장편소설《안마》, 장편소설《허삼관 매혈기》 등 30여부가 있습니다. 문- 요즘에는 성인소설창작도 하는것으로 알고있는데요? 답- 아동문학창작을 위주로 하던 최동일선생은 요즘은 성인소설도 쓰고있습니다. 연변작가협회 주최로 진행된 제2회 “가야하”인터넷문학상 시상식에서 최동일씨의 성인소설 “짙어가는 어둠”이 성인조 수림문학상대상을 수여받았습니다. 문- 그럼 최동일선생의 구체적인 프로필을 소개해주시지요? 답- 그러지요. 화룡에서 태여난 최동일선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싶은 충동에 밀려 아동문학총서 《시내물》3호에 아아동소설 “나의동생”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때 초중 3학년 학생이였구요, 16살이였습니다. 그후로 참군하게 됩니다, 복원한후 연변라지오방송국 청소년부, 연변텔레비방송국 청소년부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 전근했습니다, 장편소설《천사는 웃는다》는 제8회 연변작가협회문학상(2008년)을 아동단편소설집 《민이의 산》은 제6회 연변진달래문예상 창작상을, 아동소설 “강변에 심은 꿈”은 제2회 연변작가협회 화림신인문학상을, 아동소설 “백조와 부체육위원”은 제9회 “백두아동문학상을, 아동소설 “진달래꽃 필 때까지”는 제17회 한국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 로신문학원에 연수도 다녀오셨다 하던데요. 답- 2007년 5월부터 8월까지 로신문학원에서 3개월 연수하였습니다. 그번 학습은 그의 전반 문학에 대한 리해를 깊이 해주었습니다. 또한 아동문학을 뛰여넘어 성인문학창작에로 전환하는 기초로 되였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1년 반 가까이 《연변문학》잡지 소설편집으로 있게 되였는데 이때 성인소설에 익숙해야 하는 과제를 갖게 되였고 이러한 사명감은 성인소설창작에로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것 같습니다. 문- “살아남기 위하여 그리고 더 훌륭하게 사업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이것은 아마 최동일선생의 신조인것 같네요? 답- 여기에 그의 부대생활 일화가 있습니다. 1982년 10월에 입대. 신병으로 된 그에게 하루는 련장이 명령. 단시일내 5000근의 배추김치를 담그라는 것. 아무리 조선족이 김치를 즐긴다고 그때 갓 10대 후반인 그에게는 한차례 도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뚝심 하나를 믿고 4일간 전련 60여명 병사들을 지휘하여 5000근의 배추김치를 담그었답니다. 문- 참 재미나는 일화군요. 아동소설을 쓰면서 성인소설도 창작할뿐더러 근간엔 또 동시집도 출간하였다던데요? 답- 그렇지요. 2013년에 최동일선생은 200수의 동시를 수록한 동시집 《외롭지 않다》를 출간했습니다. 그는 이 동시집에 “아롱다롱 칠색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한석윤선생은 그의 평론 “동심에 빠진 소설가”에서 “화림신인문학상과 한국 계몽아동문학상이라는 쌍중 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하던 그의 화려한 경력도 경이스럽고 13년 동안이나 잠적해있다가 “연변작가협회문학상”을 받아안은 아동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를 단방에 터뜨린 그의 폭발성적인 문학재능도 경이스럽고 문단복귀후의 짧은 4년 사이에 4부의 아동문학작품집을 쏟아내며 일약 아동소설계의 중견작가로 자리잡은 그의 눈부신 도약도 경이스럽다.”고 평가하고있습니다. 문- 들을수록 최동일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해 알고싶네요. 그럼 먼저 그의 아동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를 살펴보지요. 답- 그러지요. 최동일선생은 우선 탄탄한 문학재능과 넘쳐나는 창작성과로 문단의 찬탄과 기대를 모으면서 새별처럼 떠오른 소설가입니다. 아동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는 당대 흔들리고있는 중국조선족동포사회에서 몸부림치는 우리 아이들의 군상을 창조한 우수한 작품으로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작가 최동일은 당면 우리 조선족사회를 거시적으로 조명하고있습니다. 우리 중국조선족동포사회는 개혁개방이래 심각한 지각변동을 겪고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사람들의 관념이 갱신되고 그에 따르는 가치판단기준이 달라짐에 따라 금전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과 욕심이 전에 없이 팽창되고있습니다. 하여 돈을 벌기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외국으로 로무송출을 가거나 국내 대도시로 진출하였습다. 지금 한국에 나간 우리 동포들이 70만명을 웃돌고있으며 국내 큰 도시로 진출한 사람도 30만명이나 되는 상황입니다. 말로는 200만명을 헤아리는 중국 조선족동포사회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인구는 140만면 안팎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조선족집거구가 날따라 축소되고 조선족마을이 황페화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있습니다. 작가 최동일은 이런 흔들리는 조선족동포사회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의 심리세계를 미시적으로 분석하고있습니다. 사람은 흔히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입니다. 말로는 듣기 좋게 “자식들을 위하여” 돈 벌러 떠난다고 하지만 그렇게 떠나서 오래 지내는 동안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에 금이 가고 그 금이 리혼으로 이어져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늘어나고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이고 가정적인 환경에서 고생하는것은 인간으로 태여난 우리의 불쌍한 아이들입니다. 돈을 주고 “집”을 살수는 있지만 돈을 주고 “사랑”을 살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바로 이런 현실에서 사는 사랑에 굶주려 몸부림치고있는 세대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아동소설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워 울고불고하는 그런 가련한 아이들의 형상을 창조하여 사회적인 동정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 최동일은 이런 흔들리는 사회에서 용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군상을 창조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본보기를 제공해주고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림이는 자립자강하는 아이로서 그 의의가 자못 큽니다. 미림의 아버지는 로씨야로 돈 벌러 갔다가 깡패무리싸움에 말려드는데 후에는 종무소식이 됩니다. 미림이는 “깡패의 딸”이란 말을 듣고싶지 않아 아버지가 “미국에 가서 일한다”고 거짓말을 꾸미면서까지 자기의 설자리를 옳게 찾아 생활하는 강자로 형상화되고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규호는 새엄마가 삼륜차부 아버지와 리혼하려 할 때 처음에는 증오하면서 “죽여치우겠다”고까지 하나 나중에는 현실을 정시하고 이미 마음이 변한 새엄마와 사회 밑바닥에서 사는 아버지 사이에 더 이상 사랑이 없다는것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리혼을 권장하고 새엄마가 떠나간후에도 어딘가에서 잘 살기를 바라는 아이로 등장합니다. 작품의 주인공 군이는 아버지를 굳게 믿던데로부터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에 금이 생긴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를 미행하여 다방에서 승화 엄마와 만나는것을 확인하고 아버지를 의심하고 미워하나 나중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아버지를 리해하게 되며 가족의 화목에 한몫을 톡톡히 하는 아이로 등장합니다. 이같이 등장된 아이들 모두가 우리 독자들에게 예술적가치를 가지고 가까이 다가서고있습니다. 이 작품은 부모사랑에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예술적으로 해답해주고있습니다. 이 작품은 또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모들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 부모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남겨주고있습니다. 진정 어떤것이 아이들을 위하는것인지, 아이들앞에서 어떻게 처신하는것이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주는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 진지하게 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작가 최동일은 작품을 통해 흔들리는 동포사회에서 사랑에 굶주리며 몸부림치는 우리 아이들이 더는 고민과 고통에서 방황하지 말고 아름다운 꿈을 가진 “웃는 천사”로 티없이 자라기를 안타까이 바라고있습니다. 문- 그럼 계속하여 최동일작가의 “변신”에 대하여 담론해봅시다. 한석윤선생의 말씀처럼 “더 경이스러운것은 요즘 최동일의 변신이다. 소설로 상승가를 부르던 최동일이 갑작스레 “동시인 최동일”로 변신”하고있다고 했지요? 답- 그렇지요. 소설이나 시의 문학적본질은 같다하더라도 이 두 쟝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작품을 창작해낸다는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요즘 최동일은 동시에 빠져있고 그 열정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문- 근래에 최동일선생이 쓴 창작수기를 보면 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는 누군가의 자극에 의하여 오기로 시작한것이였기에 창작과정에서 별로 기쁨 같은것을 느낄수 없었다고 했더군요. 하지만 이번 동시쓰기는 동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자기도 뭔가를 쓰고싶다는 충동으로 시작한것이기에 더 없는 행복감을 느끼고있다고 했지요. 동시창작의 동기부터 심상치 않은것 같습니다. 답- 그렇지요. 그런 매력, 그런 충동, 그런 행복감에 빠져 동시를 쓰고있기때문이겠지요. 반년 사이에 최동일은 “아롱다롱 칠색이야기” 200수를 쏟아내고 그것을 묶어 동시집 《외롭지 않다》를 내놓았습니다. 정말 찬탄을 보내지 않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 없지요. 문- 그러면 그의 동시집은 어떤 독특한 풍격을 갖고있는가요? 답- 최동일의 동시집 《외롭지 않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풍격을 가지고있습니다. 한석윤선생의 말씀을 인용한다면 “그의 동시집을 보면서 내가 흥분했던바는 동시의 소재나 형식면에서 보여준 새로운 시도였는데 그것이 바로 당대 어린이들에게로의 적극적인 접근”이라 말할수 있습니다. 개혁개방이후 우리의 동시는 본질적인 면에서 새로운 차원에 올라섰지요. 동시가 정치성, 교육성, 설교성에서 탈피하여 문학본연에로 회귀한것입니다. 문학성에 한한 우리의 동시는 그 어느 쟝르보다 떳떳하고 이것은 또한 전반 문단이 공인하는바이지요. 문- 그러나 동시가 동시문학의 주체대상인 어린이들한테서 멀어져가고있는 뼈 아픈 현실도 직시하지 않을수 없지요. 동시가 자기의 존재가치를 잃어가고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어떻게 하여야 우리의 동시가 문학성을 고양하면서도 주체대상인 어린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을가? 이것은 우리 동시인들의 고민이 아닐수 없겠지요? 답- 바로 이면에서 최동일작가는 이번 동시집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시적탐구를 하고있다고 한석윤선생은 말합니다. 문-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요? 답- 첫번째 시도가 당대 어린이들의 생활속에서 시적소재를 발견했다는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동시를 보면 소재 대부분이 자연이라든가 자연친화적인것이 아니면 과거회상적이거나 과거지향적인 시인들의 신변이야기가 대부분이여서 독자의식이 동시접근에 난점을 만들어놓고있지요. 그러나 최동일의 동시집 《외롭지 않다》를 보면 대부분의 동시들이 당대 어린이들의 생활주변에서, 그들의 고민과 희열과 생생한 꿈속에서 시적소재를 발굴하고있기때문에 어려움이 없이 어린이들한테로 다가가서 시적감응을 일으킬수 있습니다. 그 시도가 단연 돋보이지요. 다음 두번째는 형식면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법과 대화체기법을 동시창작에 대담하게 응용하고있다는것입니다. 이런 기법은 지난세기 90년대 이후 한국의 동시단에서 동시의 난해성해결의 대응책으로 널리 리용되고있는데 그 우점은 동시의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시켜 어린 독자들이 쉽게 동시에 다가설수 있도록 할수 있고 동시의 친근감과 정다움을 느낄수 있게 할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문- 최동일선생은 동시창작에서 이런 기법을 대담하게 활용하여 어린이들의 가슴에 닿을수 있는 동시들을 창작해내고있는데 이런 탐구자체가 우리 동시단에 주는 계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답- 이런 기법은 자칫하면 동시의 산문화경향을 낳을수 있고 동시의 미학인 단순성, 간결성, 명쾌성, 음악성을 잃어버릴수 있기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하고 가배의 노력을 전제로 해야 할것입니다. 동시가 시로 되여야 한다고 하여 동시의 주체대상인 어린이를 잃어버려서도 안되고 동시의 주체대상인 어린이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하여 동시의 본질인 문학성을 버려서는 안되기떄문이라고 한석윤선생은 주장하고있습니다. 문- 그러니 최동일선생은 이번 동시집을 통하여 동시인으로의 새로운 변신을 완성하였군요. 최동일선생의 동시창작에 큰 기대를 가지고싶고 다시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싶습니다. 중앙민족대학의 최학송선생이 “동심으로 쓰는 이야기”라는 평론을 써서 최동일선생의 이 동시집을 조명하였다던데요. 답- 중앙민족대학의 최학송선생은 최동일선생이 “동심”에 다가가는 또 다른 길을 찾았다고 말하면서 구체적인 해석을 주었습니다. 문- 청소년들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서 진실하게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현장감 넘치는 성장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신념으로 필을 잡았기에 최동일선생의 글쓰기는 여직 이를 가장 잘 표현할수 있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진행되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작가의 주장이나 견해, 감수, 인식을 론리적으로 폭넓게 드러냄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나 작가의 미세한 감정이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데서는 비효과적인 일면이 없지 않아 있지요. 소설이라는 산문적글쓰기를 통하여 표현하지 못하였던 “동심”을 최동일선생은 이번에 동시라는 쟝르를 통하여 표현해냈다고 생각되는데요. 답- 그렇지요. 최동일선생은 소설은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쓴것이지만 동시는 순전히 마음으로 써보고싶어 시작한것이라고 말합니. 개인취미로 시작한 문학카페(동심여선: http://cafe.daum.net/ybcdr)에 동시를 옮겨오면서 한국의 동시들을 접촉하게 되였고 차츰 동시의 매력에 빠지게 되였으며 자신도 무언가를 써보고싶다는 충동을 받고 시작한것이 동시 쓰기라고 합니다. 문- 최동일선생은 동시는 “짓는것이 아니라 줏는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상속 곳곳에 숨어있는, 머리속에서 반짝이는 그것들을 주어 글줄에 꿰면 가장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동시가 된다는것이겠지요. 때문에 최동일선생은 자신의 동시가 특별히 예쁠것을 바라지 않으며 그냥 자신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조용하고 해맑기만을 기대한다고 했지요? 답- 그렇지요. 그럼 아래에 구체적으로 최학송선생의 평론에 대하여 말씀올리지요. 첫째는 “동심으로 보는 세계”입니다. 동시의 가장 큰 특점이 바로 어린이 특유의 감각과 목소리를 통하여 시적효과를 발생하는것이지요. 최동일선생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어린이들을 둘러싼 사물과 환경 그리고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는 모든것을 바라봄으로써 동심에 공명과 감동을 주는 동시를 써내고있습니다. 아래는 동시 “속구구”의 전문입니다.   조 꽃을 똑 따서 엄마를 주고 조 꽃을 똑 따서 아빠를 주고 조 꽃을 똑 따서 …… 속구구를 하는 새에 녹아버렸다 창문을 가득 메운 성에꽃들이 ―“속구구”전문   답- “속구구”는 성에라는 한 사물을 소재로 하고있습니다. 성에란 령하의 기온에서 수증기가 사물에 부딪쳐 맺힌 덩어리를 말하지요. 북방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창가에서 쉽게 볼수 있지요. 이 동시는 성에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어린이다운 발상과 이런 속구구를 하는 사이에 성에꽃이 녹아버렸다는 간단한 이야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침이 되여 해살이 비추면 성에가 녹아내리는 자연현상을 동심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게 합니다. 성에꽃을 따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에 있어서도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 순서입니다.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사람들 순서로 성에꽃을 “선물”하겠다는 그 마음에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숨겨져 있는것이지요. 아래는 동시 “밤”의 전문입니다.하늘아   왜 까만 천으로 얼굴을 가렸니? 부끄러워그래 낮에 나쁜 일을 했었거든 밝은 얼굴로 세상을 볼수 없거든 ―“밤”전문   답- 동시 “밤”은 하늘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취하고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밤은 “본래 어두운것”이라는 형상으로 자리잡고있지요. 우리는 이것을 상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시적화자는 이러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합니. 모든것에 의문을 달고 사는 어린이다운 발상이라 할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원인을 “하늘이 낮에 나쁜 일을 하고 부끄러워 까만 천으로 얼굴을 가렸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다운 질문에 어린이다운 해답이 아닐수 없지요. 보다 중요한것은 이 어린이다운 해답에는 “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도리가 내재되여 있다는것입니다.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가져다주고있다고 해야겠지요. 문- 이처럼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단풍, 눈, 성에꽃, 태양, 가로등, 시계 등 우리의 주변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면서도 또 무심코 지나쳐 버리던 사물들을 설교가 아닌 동심으로 다시 바라봄으로써 어린이들의 공감과 취미를 유발하며 그 과정에 일정한 교육적효과도 가져오고있다고 할수 있겠지요. 그 형식에 있어서도 현란한 수사적기법의 사용보다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비유, 의인 등 가장 간단한 수사적기법의 활용을 통하여 형상성을 확보하고 있겠지요. 이 동시집의 두번째 특점은 “동심으로 보는 어린이의 일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동심으로 주변의 사물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또 어린이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래는 동시 “나는 대장”입니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내앞으로 달려오는 짝궁 엉뎅이차주기 계집애들 놀래우기 시간에 발언 잘하기 간식 날라오기 오늘도 나 보고 놀아달라 조른다 어느 놈을 선택할가? 나는 고민 많은 대장이다 ―“나는 대장”전문   답- 매일 아침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놀것인가를 “고민”하는것이 어린이입니다. “나는 대장”은 이런 행복한 “고민”에 빠진 개구쟁이를 주인공으로 하였고 그 “고민”의 내용을 시로 다루었습니다. 이처럼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천진란만한 어린이들의 모습, 어른이 보기에는 조금 엉뚱해 보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진지하면서도 엄숙한 문제와 고민들을 포착하여 려과없이 보여주고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린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있는것입니다. “매롱 매로롱”, “낮잠”, “나는 부자다”와 같은 동시들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문- 최동일선생에게 있어 어린이들은 천사라고 할수 있겠지요. 천사로서의 어린이는 천진란만하며 개구쟁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해맑은 내면을 가졌기에 그들의 시선으로 본 세계도 밝고 명랑하겠지요. 답- 이는 최동일선생의 동시의 기본구조입니다. 그러나 그의 동시가 우리 조선족어린이들이 직면한 현실적고뇌를 전부 비켜간것은 결코 아닙니다. 해맑은 동심을 그리는 동시에 그 동심에 비낀 어두운 그림자도 보여줍니다. 이는 흔히 “어머니의 부재”라는 형식을 통하여 나타나고있습니다. 아래는 동시 “주룩주룩”의 일부입니다.   엄마가 떠나가신지 5년철 그해 네살의 철부지가 인젠 아홉살의 소녀로 자랐습니다 ……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주룩주룩 엄마가 내립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면 나는 밖으로 달려나가 엄마를 찾습니다 비를 맞습니다 ―“주룩주룩” 일부   답- 동시는 9살나는 소녀가 비 내리는 날이면 한국으로 떠나간 어머니를 더욱 그리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있습니다. 어머니는 한국에 간지 5년이 되였지만 아직도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이제 소녀에게 남은것은 막연한 그리움뿐입니다. 최동일선생의 동시중에는 이처럼 한국에 나간 어머니에 대한 소녀의 그리움을 다룬것이 적지 않습니다. 문- 동시에서 어린이가 멀리 떨어져있는 어머니를 그린다는 설정은 어쩌면 이제 너무나 식상한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조선족사회와 만날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동년을 부모와 함께 보내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일이 오늘날 조선족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되고있지 않습니까? 다년간 계속된 한국행의 결과인것이겠지요. 한국행은 조선족들에게 경제적풍요와 함께 많은 사회적문제들을 가져다주었지요. 이런 부작용은 어린이들에게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있지 않습니까? 답- 소설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나타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다루어온 저자는 동시에서는 “그리움”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이 부모님 사랑의 결여에 있다면 “그리움”은 사랑의 결여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수 있다고 보기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부재”와 그에 따른 “그리움”은 “빈집”, “정답”, “누구네 집일가”와 같은 동시에 와서는 “조선족사회의 해체”와 “집을 잃은 어린이의 고민”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이를 통하여 최동일선생은 조선족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있습니다. 이 동시집의 세번째 특점은 “동심으로 본 어른의 세계”라고 할수 있습니다. 아래는 동시 “나그네의 꿈” 전문입니다.   배가 아프다 빠질빠질 식은 땀이 돋도록 병원에도 가기 싫고 약 먹기도 싫고 엄마, 나 배 아프오― 한소리 지르고싶다 여섯살의 까까머리 머슴애처럼 뜨개 뜨던 엄마가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엄마손이 약손이다 노래하면서 아픈 배를 스리슬쩍 만져주면 좋겠다 나그네의 꿈도 ㅋㅋㅋ 요렇게 야무질 때가 있다 ―“나그네의 꿈” 전문   답- 이 동시에서 나그네는 식은 땀이 돋도록 배가 아프나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 않습니. 전날 폭음한 후유증이기에 시간이 지나야만 완치된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이지요. 그러기에 약보다는 “엄마”의 관심과 리해를 더 바라는거지요. 이 엄마는 애 엄마 즉 “안해”를 가리키는것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나그네의 꿈”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 보기 어렵습니. 다루고있는 내용이 어린이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기때문이지요. 최동일선생의 동시에는 술, 커피, 빼빼로데이 등 어린이의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물을 소재로 한것이 적지 않습니다. 어린이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술, 커피, 빼빼로데이를 바라보는 작품도 있지만 “나그네의 꿈”처럼 직접 어른의 이야기를 다룬 어른을 독자대상으로 한 작품들도 가끔 보입니다. 문- 동시 리론서에서는 “시적화자는 어린이가 될수도 있고 어른이 될수도 있으나 그 독자는 흔히 어린이에 한정해두고있다.”고 쓰고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동시는 소재나 주제도 어린이와 관련되며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는것을 우선으로 하겠지요. 그러나 오늘날 갈수록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림영화나 만화의 관중, 독자가 되는것처럼 어른도 동시의 독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져있는것이아닐가요. 어른들의 내면에도 동심이 살아 숨쉬기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른들의 삶의 이야기도 그들 내면에 숨겨진 동심을 만나면 동시가 되기때문이겠지요. 답- 그렇지요. 최동일선생은 동시라는 형식을 통하여 이런 어른들의 동심에도 말을 걸고있습니다. 그 점에서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읊을수 있다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매일 접하기에 무감각해져 무심코 지나쳐 버리던 사물, 현상들로부터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찾아내여 그것을 동시로 쓰고있습니다. 천사와 같은 동심을 가진 개구쟁이들의 일상이 곧 최동일선생의 동시로 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소박하지만 친근감이 다분합니다. 문- 어느덧 또 약속된 시간이 다 되여가는군요. 오늘도 림철부회장을 모시고 아동소설가로부터 동시인으로 변신한, 또 성인소설가로 변신한 최동일선생에 대하여 많은 료해를 가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오늘의 문학살롱 초대석을 가름합니다. 이시간 문학편집에 정호원이였습니다.  
562    잡초 댓글:  조회:1891  추천:0  2015-09-03
잡초     1.   잡초였다. 분명 잡촌줄을 알면서도 정우는 꺾고싶었다. 자기가 꺾지 않으면 누군가 꺾어서 되는대로 짓뭉개고 팽개칠것만 같았다. 정우는 급히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카톡!” 하는 소리가 울린것이다. “카톡!” 하는 그 소리가 자기의 입에서 나간것 같기도 하고 저 멀리 남쪽 하늘끝자락에서 울린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습관적으로 왼손을 쑥 내밀었다. “꿈 꿨어요?” 정우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끌려 눈을 떴다. 안해가 정우의 곁에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밀랍같았다. 솜씨 서툰 어느 예술가가 급히 빚어놓은 밀랍같았다. 안해는 그 순간 거친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정우의 얼굴에 안해의 코구멍에서 뿜기는 단김이 아물아물 스쳐지났다. 정우는 잠기 어린 두 눈으로 안해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가슴이 섬찍해났다. 이마에 벌써 주름까지… 정우는 급히 두눈을 감았다.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보는게 두려웠다. 두오리였던가? 아니, 그 사이에 가는 주름이 한오리 더 있었어. 그럼 세오리? 큰 주름우에 한오리 더 있은 것 같기도 하고… 정우는 그 순간 그러한 수자들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자신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면서도 웬 일인지 안해의 이마에 패인 그 주름의 개수를 꼭 짚어 똑똑히 알고싶었다. 정우는 왼쪽눈을 가늘게 뜨고 살그머니 안해의 얼굴을 살폈다. 안해는 그때 두눈을 감고있었다. 웃쪽 눈까풀이 파들파들 떨리고있었다. 뭔가 깊은 상념에 잠긴듯 했고 또 뭔가를 애써 누르는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목구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것 같았다. 입술도 말라들었다. 정우는 아래입술을 적시고는 혀끝을 쳐들어 웃입술에 가져다 댔다. 바로 그때 또 그 소리가 울린것이다. “카톡!” 정우는 흠칫 놀라며 벌떡 일어나 앉아 벅벅 거렸다. “한국에서라면 이이… 이때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조조조…종로3가를 누누… 누비고 있을 텐데.” 안해가 아무말 없이 정우앞에 핸드폰을 내밀었다. 정우는 또 한번 힘칫 놀라며 안해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로챘다. “중국은 이래서 안된단 말이요. 길에만 나서면 정신 없다니까. 훙떵(红灯)이 켜져두 막 꿰질러 다니구, 사람들 수준이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발바닥이지 뭐.” “카톡, 참 좋죠?” 안해의 목소리가 낮았지만 정우는 웬 일인지 분명 그 목소리에 날이 서있다고 느껴졌다. “좋기는? 당신두 참 한심하오.” “잡초는 어디나 다 있어요. 저 화분을 좀 봐요.” 안해가 눈으로 창턱에 올려놓은 화분을 가리켰다. “뭐, 잡초?” 정우는 또 한번 흠칫 놀라며 안해에게 눈길을 돌렸다가 천천히 화분통이 놓여있는 창턱을 바라보면서 짐짓 성난체 목소리를 높였다. “기막히지. 한국에서 돈 잘 벌구있는 나그네를 이렇게 감쪽같이 속여 들어오게 하는 법이 어디있소?  “보구싶었어요. 너무 보구싶었어요.” 안해의 목소리가 떨리고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또 “카톡!” 하고 울었다. 정우는 더 이상 안해와 말씨름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손에 든채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2.   잡초라고 생각되였다. 너무도 여려서 자칫하면 누군가의 발에 짓밟혀 이슬처럼 사라질것 같았다. 정우가 그녀를 만난 것은 종로3가의 어느 골목 커피숍에서였다. 커피숍 이름이 “잡초”였다. 그날 정우는 그 커피숍에 커피 마시러 들어간것이 아니라 짜장면을 배달하러 들어갔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나훈아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짜장 왔슴다.” 정우는 노래 같은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안에 들어서며 소리쳤다. 아담한 몸집의 얼굴색이 눈처럼 하얀 녀자가 카운터에 앉아있다가 일어섰다. “짜장 왔슴다.” “잡초예요.” 녀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네?” 정우는 짜장 그릇을 손에 든채 굳어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쌍겹눈이 울고있었다. “짜장…” “나훈아는 모를게예요. 무엇을 잡초라 하는지. 모르면서 아는것처럼 그 큰 몸집을 떨며 저러는거예요.” “떨어요? 왜요?”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텐데   그 시각 정우는 나훈아의 목소리가 정말 떨린다고 생각되였다. “잡초를 안다고 생각해서겠죠. 짜장 잘 먹을게요. 그리구 탕수육두요.” 녀자는 정우의 손에 만 2천원을 건네주며 속삭이듯 말했다.   3.   잡초였다. 바로 그날 밤, 그녀는 정우의 핸드폰에 “잡초”라는 아이디로 뛰여들었던것이다. 정우는 별로 깊이 생각지도 않고 낮에 들렸던 “잡초”라는 이름의 커피숍을 떠올렸고 그 커피숍 카운터에 앉았다가 일어서서 나훈아가 잡초를 모른다고 나무라던 그녀의 눈처럼 하얀 얼굴을 떠올렸다. 정우는 별로 깊이 생각지도 않고 잡초로부터 날아온 카카오톡을 접수하라는 메시지를 체크했다. 핸드폰에 “잡초님이 대화상대로 추가되였습니다. 채팅을 시작하십시오.”라는 문자가 떴다. 그 문자를 보면서 정우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이마가 빤질빤질했다고 생각되였다. 빤질빤질한 이마가 눈처럼 희다고 기억되였다. -뜻밖이죠? 잡초로부터 날아든 첫 물음이었다. “뭐가?” 그 순간 정우의 머리를 파고든 첫 생각이였다. -세상은 이렇게 살만한데 사람은 왜 점점 더 살기 힘들가요? 정우는 일시 뭐라고 답변을 할지 몰라 “…………” 찍어보냈다. -내가 잡초라면 어떻게 될가요? 누구도 마구 꺾으려 하겠죠? -조선족인가요? -남편이란 놈이 바람났어요. 다른 년과 붙었대요. -아. -살자고 바득거린 죄밖에 없어요, 전… -네. -그 사람 몸이 허약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나왔어요. 3년철이예요. -그랬네요. -돈을 벌어 꼬박꼬박 보냈어요. 어제 언니가 전화했어요. 그 사람 바람났대요. -참… -미칠 것 같아요. 아무에게나 털어놓지 않으면 터질것 같아요.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멀게만 느껴지고… 정우는 핸드폰 액정에서 얼굴을 돌리며 지긋이 두눈을 감았다. 눈까풀에 가려진 눈앞에 그녀의 쌍까풀눈이 나타나 흐느끼고있었다… 불쌍한 녀자야. 그놈, 와이프가 보내주는 돈으로 다른 년을 끼고 놀아? 거지 같은 놈, 무골충 같은 놈,단매에 사등뼈를 쳐죽일놈… -어떻게 죽으면 제일 편할가요? -네? 무슨 말씀을? -행복해요. 이렇게 하고싶은 말을 다하고 떠나게 되여. -잠간, 잠간만요. 정우는 저도 모르게 무엇에라도 끌린듯 벌떡 일어나 급히 옷을 주어입었다.   4.   -재미 좋아요? 저 질투나 어쩌죠? -애들처럼. -어머, 우리 벌써 석달이네요. 아마 열번은 했겠죠? 아니, 그 정도는 안되겠다. 듣기 좋게 여덟번이라 하죠 뭐. -다시는 카톡 보내지 마오. 내가 여기 있을 동안. -아, 잡초도 독이 있대요. -롱담은… -위선자! 정우는 급히 그녀에게서 받은 메쎄지를 지워버렸다. 심장이 튀여나올것 같았다. 꿀단지를 들추다 잡힌듯한 심정이였다. “위선자”, 세글자였다. 그 세글자가 비수처럼 정우의 가슴을 찔렀다. 왜 그처럼 떨리고 아픈지 몰랐다. 누구를 위해 떨리고 누구를 위해 아픈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시각 정우는 자기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깊숙히 숨기고싶었다. 왜서일가? 구경 무엇때문일가? 정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해가 그같이 엉뚱한 거짓말로 문뜩 자기를 불러들인 원인을 알수 없었다. 며칠전 안해로부터 대학에 간 아들이 차사고를 당해 경각을 다툰다는 전화를 받았던것이다. 안해는 울기만 했고 아들의 핸드폰은 내내 꺼져있어 따로 련락할 방법이 없었다. 하여 정우는 부랴부랴 청가를 내고 귀국했던것이다. 집에 들어서서야 정우는 그 모든것이 안해가 꾸며낸 거짓말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정우는 성난 사자처럼 올리뛰며 무엇때문이냐고 소리질렀다. 안해가 입가에 가는 웃음을 띠우며 “너무 보구싶었어요.”하고 속삭였다. 속에서 열불이 일었지만 다른 한면으로는 “너무 보구싶었어요.” 하는 말에 코끝이 시큰해나기도 했다. 이게 전부일가? 과연 이게 전부일가? 정우는 핸드폰을 잠옷소매에 숨겨가지고 객실로 나왔다. 안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안해의 핸드폰만 당그라니 차탁우에 놓여있었다. “여보-” 정우는 객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서도 안해의 대답은 없었다. 핸드폰까지 두고 어디로 갔지? 정우는 잠간 생각을 굴리며 차탁앞으로 다가가 안해의 핸드폰을 주어들었다. 악! 순간 정우는 숨이 꺽 막히는것 같았다. 핸드폰액정에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정우의 라체가 떠있었다. 이게, 이게… 정우는 너무도 억이 막혀 입을 떡 벌린채 다물줄을 몰랐다…    
561    중편소설*꽃이 떨어지는 소리 댓글:  조회:1900  추천:0  2014-10-09
꽃이 떨어지는 소리 최동일 1 꽃이 스러지고있었다. 여기저기 되는대로 너부러지고있었다. 뭇꽃들이 아파서 파르르 떨고있는 그속에서 민우는 실성한듯 소리쳤다. “내 신, 내 신…” 제딴에는 급해서 소리 지르느라 안달을 떨었건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민우의 가슴은 터질것만 같았다. 민우는 반듯이 누운채 주먹으로 가슴을 북 치듯 쿵쿵 쥐여박다가 두눈을 번쩍 떴다. 꿈이였구나! 민우는 가볍게 “후—”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비록 꿈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기분이 씁쓸해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무슨 꽃이였더라? 왜 꽃모양이 이렇게 아리송하지? 과연 무슨 꽃이였더라? 집마당이라고 하는 그곳에서 갑자기 괴성이 터졌던것이다. 민우는 무엇인가 큰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그 공간을 벗어나려고 허둥댔다. 헌데 그 순간 발에신이 신겨져 있지 않았던것이다. 민우는 급해서 허둥거리며 자기의 람색 “N”표 운동신을 찾아헤맸다. 아무리 찾아도 신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선가 또 괴성이 터져올랐다. 쓰러진 꽃들이 흐느끼고있었다. 민우는 두려움이 가득찬 목소리로 “내 신, 내 신…”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깨여난것이다. 부잇한 시선을 뚫고 하얀것이 눈에 비쳐들었다. 순간 “여기가 어딜가?”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지났다. 민우는 두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하얀것을 쳐다보았다. 분명 하얗게 회칠을 한 천정이였다. 민우는 두눈을 퀭하니 뜨고 한참이나 천정을 쳐다보다가 맥없이 두눈을 슴뻑거리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옆에는 몸만 쏙 빠져나간듯한 이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기분 나쁘게 코를 자극했다. 땀냄새 같으면서도 또 몇해나 찌들어버린 먼지냄새 같기도 했다. 민우는 그 냄새를 의식하기 바쁘게 인차 손바닥을 오무려 입과 코를 막으며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자굽에 듬성듬성 피여있는 이름모를 꽃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꽃들이 피여있는 바자옆에서 축구뽈을 굴리고있는 몇몇 남자애들이 보였다. 민우는 그제야 자기들이 2학년 후학기의 기말시험을 마친 기념으로 어제 왕우구에 여름캠프를 왔고 밤에 여준이랑 몇몇 “N사단” 성원들이 민박집을 빠져나가 맥주를 마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의 눈앞에는 어제밤에 있었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났다. 그들이 맥주를 사들고 찾은 곳은 개구리울음소리가 신나던 개울가였다. 그들은 개울가에 나란히 앉아서 한 사람이캔맥주 한통씩 뜯어들었다. 돌돌 노래하며 흐르는 시원한 개울물에 두발을 담그고 개구리울음소리를 반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민우의 기분은 선경에서 노니듯 걷잡을수 없이 설레이였다. “자, 우리 ‘N사단’의 번영발전을 위하여!” 민우가 선창을 하자 여럿은 한결같이 건배를 불렀다. 첫 통은 그렇게 기분 좋게 배속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밤이라 녀성인 담임선생님이 찾아올 념려도 없었다. 기분이 떠오르자 그들은 히히닥닥 권커니작커니 시름 놓고 맥주를 마셔댔다. 가지고 갔던 맥주를 다 마시고난 그들은 또 개울물에 들어서서 가슴이 뻥 뚫리게 물싸움을 하다가 늦어서야 숙소에 들어왔다. 민우는 두손 엄지로 태양혈을 지그시 누르고있다가 밑둥 잘린 나무처럼 훌렁 누워버리며 이불을 머리우까지 활 당겨 썼다. 2 사실 민우는 어제 처음 맥주를 마셔본것이 아니였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자기들 “N사단”성원들과 함께 강변이나 산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는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겼었다. 알콜이 몸에 배면서 사지가 나른해나고 몸뚱이가 파아란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듯한 그 느낌은 한주일간 교정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하늘로 날려보내는것 같았다. 민우는 늘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있었다. 하지만 맥주가 늘 그렇게 고마운것은 아니였다. 혹시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고 과음을 하고난 이튿날이면 속이 메슥메슥해나고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팠었다. 그럴 때면 민우는 세상만사가 귀찮아지고 당금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려는듯한 두려움 비슷한것이 엄습해와서 괜히 짜증이 나고 불안스러웠다. 그때면 민우는 이불속에서 머리만 빠끔히 내민채 “아줌마, 물!” 하고 신경질적으로 주방을 향해 소리지르군 했다. 그때쯤이면 집에 가정도우미로 일하는 아줌마만 남아서 설겆이를 하고있으리라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잠간 지나면 아줌마는 꿀을 탄 시원한 물을 담은 고뿌를 쟁반에 받쳐들고 민우의 침실로 들어온다. 어머니보다도 나이가 한참이나 이상인분이였지만 민우는 그에게 심부름을 시키면서 조금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시세무국 국장으로 있는 아버지도 시공상국에서 어느 부서의 주임으로 사업하는 어머니도 민우의 이런 행실을 나무란적이 없었던것이다. 민우네 집에서 가정도우미로 일하는 아줌마도 민우의 시중을 들면서 투정을 부리는 자기 집 막내에게 심부름을 해주는것만치나 당연한것으로 생각하고있는지 조금도 기색이 흐려진적이 없었다. 민우는 이렇게 가정의 우월한 생활환경을 당연한것으로 알며 “작은 황제”로 커가고있었던것이다. 가정의 우월한 생활조건은 학교에 와서도 민우를 무서운것이 없는 “왕자”로 나서게 했다. “N사단”은 민우가 제일 자부감을 느끼는 동아리였다. 민우네 학급은 학교에서 소문난 “부자반”이였다. 학부모들중에는 장사를 하는분들이 많았다. 비록 공부와 장사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였지만 웬 일인지 세무국 국장과 장사군이라는 학부모들 지간의 오묘한 관계가 민우네 학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학급에서 민우의 말은 신비하리만치 잘 통하고있었다. 특히 부모들이 시내중심에서 큰 식당을 경영하고있는 여준이는 민우의 충실한 팬이였다. 민우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애였다. 그래서인지 민우도 여준이를 노복 다루듯 하지만 그래도 제일 믿어주고 아껴주는 편이였다. 민우가 로따(老大)로 불리우는 “N사단”은 사실 여준이가 민우을 내세우기 위해 만들어낸 “부자집”자식들의 동아리였다. 언제부터인지 학교에서는 일률로 교복을 입게 되였다. 하기에 평소 입는 옷으로는 “부자집” 애들이나 “평민집” 애들을 구분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어떻게 돈자랑을 할가 궁리하던 여준이는 신을 가지고 문장을 짓기로 했던것이다. 학교에 신에 대한 규정은 없으니 명표신을 신고다니며 돈자랑을 해보자는 심사였다. 여준이는 며칠이나 인터넷을 뒤져 “N”이라는 브랜드가 류행이며 값도 여러가지로 소비수준을 나타낼수 있다는것을 알고는 제일 처음으로 사신었다. 여준이는 N표 운동신을 신고 학교에 가서 민우를 보자마자 자랑을 늘어놓았다. “민우야, 그래도 신은 고급이 다르더라. 봐라, N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신이래. 특히 롱구를 할 때 편해서 제격이라나? 660원을 주고 샀어. 진짜 편하다니까.” 여준이는 N표 운동신을 신은 발을 들어보이며 시뚝해서 말했다. “N표? 그게 그렇게 좋은거냐?” “그럼, 나 인터넷을 다 뒤져보았는데 운동신 치구는 N표가 제일이래. 그래서 한컬레 샀는데 진짜야. 한번 신어볼래?” 여준이가 당금 신을 벗을 자세를 취하며 민우의 기색을 살폈다. 민우의 기색이 확 변했다. “짜식, 제까짓게 있으면 얼마나 있다구? 그잘난 신을 신어보라는거야? 암튼 좋다니까 한컬레 사기는 하겠다만.” 그날 민우는 하학후 곧추 백화상점으로 갔다. 아니나다를가 N표전용신매대가 따로 있었다. 가격도 백원좌우로부터 1200원에 달하는것까지 없는것이 없었다. 민우는 두말없이 제일 비싼 1200원짜리를 찍었다. 판매원이 신을 민우앞에 내밀었다. 민우는 판매원앞에 발을 들이밀었다. 판매원은 민우앞에 꿇어앉아 정성스럽게 신을 신겨주었다. “자, 인젠 걸어보세요.” 민우는 어깨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감각때문인지 발이 날듯이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민우는 판매원을 향해 히쭉 웃고는 돈가방에서 카드를 꺼내여 판매원앞에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저기 가서 싸인해주세요.” 판매원이 민우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카운터를 가리켰다. 민우는 신을 신은채로 판매원을 따라 우줄우줄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이튿날아침, 민우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애들이 욱 몰려들었다. “진짜 괜찮은 신이야. 제법 편안하다니까.” “정말 좋아보이는구나. 얼마를 줬니?” 누군가 부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비싸지 않아. 제일 비싸다는게 겨우 1200원이였어. 좀더 비싸야 하는건데.” “1200원?” 누군가 덴겁하여 소리쳤다. “짜식 놀라긴.” 민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씩 하고 입가에 찬웃음을 피워올렸다. 이튿날부터 학급에는 한컬레 또 한컬레의 N표 운동신이 나타났다. 며칠사이에 십여컬레나 되였다. N표를 신은 애들은 대부분 평소 민우를 싸고돌던 “부자집” 애들이였다. 어느날 롱구를 끝내고 상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여준이가 별안간 엉뚱한 제안을 했다. “봐라, 우리 모두 N표를 신었잖니? 똑같이 롱구를 즐기구. 민우야, 우리 ‘N사단’을 묶는것이 어떻니?” “뭐? ‘N사단’?” 민우가 웬 소리냐는듯 눈을 올롱하게 치뜨며 여준이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우리가 바로 우리 학급의 중심이란 말이다. 특히 민우, 네가 우리 학급의 로따(老大)가 아니니? 그러니 우리의 힘을 합하자는 의미에서 N표 운동신을 신은 애들 동아리를 묶자는거다. 함께 롱구도 하고 등산도 하고 그리고 다른 학급 애들이 까불어치면 힘을 합쳐 대적도 하고말이다. 애들아, 우리 민우를 로따로 모시는것이 어떻니?” 여준이의 말에 곁에 있던 애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동시에 좋다고 소리쳤다. 민우는 이렇게 얼결에 ‘N사단’의 로따로 군림했다. 당연히 여준이는 이인자가 되였고 민우의 눈치를 보아가며 애들을 손아귀에 거머쥐였다. 어떻게 무어진 동아리였든지간에 여럿이 힘을 합치니 정말 무서운것이 없었다. 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무리를 지어 롱구를 쳤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되면 가까운 산으로 등산도 갔다. 그들이 한마음이 되여 모여다니는것을 보고 그 동아리에 들지 못한 애들은 못내 부러워했다. 생각 같아서는 누구나 그 무리에 들고싶지만 “N사단”의 첫째 조건인 N표 운동신을 사는것부터가 부담으로 느껴지는 애들이 많았었다. 게다가 롱구를 치고는 모여서 음료를 사 마시고 등산을 간다며 돈을 모아 식료품을 사고 차비를 모으고 하는 소비를 웬만해서는 따라갈수 없었던것이다. 하여 “N사단”은 학급의 일부 애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요, 가깝고도 먼 “당신”으로만 여겨질뿐이였다. 3 민우는 속이 쓰리고 가슴이 침침해났다. 목에서 심한 갈증이 몰려오면서 겨불내가 확확 풍겼다. 민우는 습관적으로 누구에게라 없이 소리쳤다. “물, 물물!” 애들이 뽈을 차는데만 정신이 팔려 민우의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누구 하나 뛰여오는 애가 없었다. 민우는 뽈을 굴리는 애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야, 못 들었냐? ” 뽈을 차던 애들이 못박힌듯 굳어져서 소리나는쪽을 바라보았다. 민우의 눈이 가늘게 찢어지고있었다. “로따!” 여준이가 창문쪽으로 달려오며 얼굴에 웃음을 담았다. 민우는 그러는 여준이를 거들떠보는체도 하지 않고 여전히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귀들 먹었냐? 물, 물!” “귀가 멀었냐? 로따가 물을 떠오라지 않냐?” 여준이가 민우의 말을 받아 누구에게라 없이 재방송을 했다. 애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차…찬물을 달래?” 석이가 나서서 민우와 여준이의 눈치를 번갈아 살폈다. 민우와 여준이의 눈길이 일제히 석이의 얼굴에 가 꽂혔다. 순간 석이는 흠칫 몸을 떨면서 머리를 푹 숙였다. 일찍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석이는 사실 평소 민우네를 따라다닐 엄두조차 못 내는 애였다. 동네시장에서 콩나물장사를 하는 어머니의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석이는 N표 운동신은 고사하고 20원짜리 헝겊신이라도 발가락이 나가지 않는것을 다행으로 알고있었다. 하지만 석이에게도 “N사단”은 선망의 대상이였다. 하여 가끔 민우네들이 롱구를 칠 때면 곁에서 롱구뽈을 주어 바치군 했다. 그러던 석이가 오늘 민우앞에 나선것이다. 여준이가 씽하고 석이쪽으로 잰걸음을 놓더니 오른다리를 날려 석이의 엉뎅이를 걷어찼다. “야, 돌대가리.” “알았다, 알았어. 시…시원하게 찬…찬물이지.” 석이가 더듬거리며 말꼬리를 흐리우자 민우가 꽥 소리질렀다. “돌대가리, 왜 그리 어정거려?” “아…알았다니까. 미…민우야, 잠간만…” 석이는 민우가 서있는 집안으로 달려들어가 수도가에서 비닐바가지를 찾아들고 수도꼭지를 틀었다. “쏴—” 소리를 내면서 물줄기가 쏟아져내렸다. 석이는 그렇게 한참이나 물을 뽑아버린후 바가지를 수도꼭지에 가져다 댔다. 민우는 수도옆에 서서 오른손으로 아래배를 슬슬 문지르며 거슴츠레 내리 뜬 두눈으로 석이를 찍어보고있었다. “마…마셔라, 시원할거다.” 석이는 애써 얼굴에 웃음을 바르면서 민우앞에 두손으로 물바가지를 내밀었다. 민우는 그러는 석이의 얼굴에 눈바늘을 꽂으며 물바가지를 받아들어 꿀꺽꿀꺽 서너모금 마셨다. 석이는 굳어진 입술을 실룩거리며 민우의 표정을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시원하지? 파…파는 광챈수이(矿泉水)보다 더…더…” “그래, 더 시원하다.” 민우는 입가에 묻은 물방울을 손등으로 쓱 닦더니 물바가지를 든 손을 천천히 석이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석이가 민우앞에 한발 다가서며 물었다. “어째? 한 바가지 더…더 달라니?” “아니. 너나 마셔, 마시라구. 흐흐흐…” 민우는 바가지를 우로 들어올리더니 바가지에 남은 물을 천천히 석이의 머리에 쏟아부었다. 준비없이 찬물을 머리에 들쓴 석이는 어깨를 옹송그리며 오스스 몸을 떨었다. “어이, 돌대가리. 시원하지? 그치, 시원하지? 하하하…” 민우가 바가지를 수도꼭지아래에 있는 물독에 철렁 뿌려넣으며 너털웃음을 했다. “얌마, 돌대가리. 너 로따께 인사 안해? 손 안 쓰구 샤와했으면서.” 여준이도 민우를 따라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동을 달았다. 석이는 찬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연신 훔치면서 어깨가 축 처져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문어구에 서서 친구들과 함께 집안 광경을 구경하던 상필이가 석이의 뒤통수를 찰싹 갈기며 소리쳤다. “얌마. 너 이 대가리두 돌덩이지?” “맞아, 이 대가리두 공골(콩크리트)일게다.” 곁에 선 친구들이 “와—와—” 괴상한 소리를 치면서 석이의 어깨며 엉뎅이를 찰싹찰싹 갈겨주었다. “짜식, 둔해빠져가지구.” 민우는 그제야 베개옆에 널린 바지며 런닝그를 주섬주섬 주어입고는 신을 신으려고 바닥쪽으로 어정버정 내려왔다. “아—악!” 바닥을 내려다보던 민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굉장하게 기분 나쁠 때나 터지는 고함소리였다. 애들은 숨을 죽이고 민우의 표정을 살폈다. 민우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고있었다. “민우야, 왜? 왜 그러니?” 여준이가 목소리를 한껏 깔고 조심스럽게 민우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민우의 눈길이 여준이 쪽으로 홱 탈렸다. 여준이는 민우의 눈길을 피해 머리를 숙였다. 민우가 그러는 여준이를 일별하며 혀끝을 이발에 눌러 바닥에다 찍 하고 침을 쏘았다. 분위기가 당금 폭발할듯 긴장해졌다. 석이는 불똥이 또 자기에게 튈것 같아 비실비실 뒤걸음을 치면서 연신 여준이를 훔쳐보았다. 드디여 우뢰가 터졌다. “어느 놈이냐? 어느 놈이냐구!” “왜…왜? 민우야, 왜 그러니?” 여준이가 민우앞에 한발 다가서서 말까지 더듬으며 다급히 물었다. 민우가 그러는 여준이를 쏘아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눈깔이 멀었어? 내 신, 내 신이 없어졌잖아? 내 신!” 그제야 친구들은 신을 벗어두었던 바닥에 눈길을 박았다. 아니나다를가 바닥에는 끌신 두짝이 달랑 놓여있을뿐 1200원을 주고 샀다는 N표 운동신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서로서로 눈길을 날렸다. 갑자기 누군가 소리질렀다. “야, 삐리삐리. 너 미쳤어?” 그 소리에 친구들의 눈길이 일제히 상필이에게로 쏠렸다. 그 바람에 상필이는 깜짝 놀라 굳어졌다. 여준이가 상필이쪽으로 다가가더니 엉뎅이에 발길을 날렸다. “너 간이 밖으로 밀밀 나왔구나. 너, 감히?” “왜…왜 그러니? 너희들…” “왜라니? 너 감히 로따의 신을 신었어? 이게 미쳤나?” “아닌데, 아…아니라니까.” “아니라구? 네깟것이. 그러면 그 N표는 뭐야?” 여준이가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친구들이 웬 일이냐는듯 여준이와 상필이를 번갈아보았다. 아니나다를가 상필이의 발에는 파르스름한 색상의 N표 운동신이 신겨져있었다. “너…너…” 민우는 분해서 말까지  더듬더듬거렸다. 그 바람에 상필이는 너무도 놀라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민우는 그러는 상필이를 향해 버럭 소리질렀다. “야, 쌍삘이. 너 뭘 하고 섰어. 빨랑 그 신을 벗지 못하겠니?” “미…민우야, 이 신은 내 신이다.” “뭐라구? 네 신이라구? 네가 하루새에 금봉황이 됐다는거야 뭐야?” 여기서 잠간 말끝을 맺은 민우가 별안간 여준이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짭새야.” 그 바람에 여준이가 깜짝 놀라며 민우를 쳐다보았다. 민우가 흥분해서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여준이를 다그쳤다. “이 짭새야, 너 뭐하는 놈이야? 빨랑 저…저 쌍삘이 발에서 나의 신을 벗겨오지 못하겠니?” “알았다. 아…아…알았다. 새끼들, 뭘하구 있니?” 여준이가 친구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 광경을 구경하고있던 친구들이 여준이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상필이한테 욱 몰려들었다. 상필이는 뜻밖에 터진 사태에 너무도 놀라 선자리에 퐁당 물앉으며 한껏 몸을 옹송그렸다. 하지만 애들은 상필이의 정서는 웬 개떡이냐는듯 살피지도 않았다. 어떤 애들은 상필이의 팔을 잡았고 어떤 애들은 상필이의 다리를 붙들었으며 또 어떤 애들은 허리를 굽혀 상필이의 발에 신겨진 신을 벗겨내려 했다. 상필이는 그 와중에도 신만은 빼앗기지 않으려는듯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신을 부여잡고있었다. 누군가 그러는 상필이의 손을 꽉 밟아버렸다. 상필이는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뗐다. 그 순간 누군가 상필이의 발에서 신을 벗겨냈다. 여준이가 그 애의 손에서 신을 받아 급히 민우앞에 가져갔다. 민우는 신경질적으로 여준이의 손에서 신을 받아들고 유심히 살폈다. 갑자기 민우가 손에 들었던 신을 상필이앞에 뿌려던지며 두덜거렸다. “아니잖아. 내 신이 아니란 말이야,” “아니라구?” 여준이가 두눈을 올롱하게 뜨며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래, 아니야. 내 신은 끈을 저렇게 매지 않았어. 저렇게 매지 않았다구.” 말을 마친 민우가 상필이쪽에 머리를 돌렸다. “야, 쌍삘이, 너 저 신, 어디서 났어?” 상필이는 한옆에 서서 입을 실룩거리고있다가 억울함을 당한 신하가 상전을 향해 진정을 호소하듯 말했다. “그렇지, 민우야. 난 정말 너의 신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 “듣기 싫어. 내가 묻잖아? 너 저 신, 어디서 난거냐구?” “산거야.” “뭐 샀다구? 네가 N표를 샀다구? 하하하…” 상필이의 말이 천방야담이라도 되는듯 민우가 두눈을 크게 뜨며 너털웃음을 했다. 그 바람에 상필이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진짜 사…산거다. 서…서시장에서 50원을 주고 산거다.” 별안간 애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하하하… 쌍삘이, 너도 우리 ‘N사단’에 가입하고싶다 이거지?” “허허허허… 삐리삐리도 생활이 꽃펴나는 모양이구나.” 상필이가 애들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너희들과 같이 롱구도 하고 등산도 하고… 그러고싶어서…” “삐리삐리, 생각은 야무지네. 너 그래 저따위 짝퉁 N표를 신으면 우리 ‘N사단’ 성원으로 될수 있을줄 알았니? 우리 ‘N사단’이 그래 저 같은 짝퉁인줄 아니? 하하하하… 내 잃어진 신은 1200원짜리다. 1200원.” 상필이는 숨을 죽이고 잘근잘근 아래입술을 씹으면서 머리를 들지 못했다. “야, 너희들 빨랑 내 신을 찾아놓지 못하겠니? 집주변이구 어디구 다 돌아보란 말이다? 어제밤에 분명 이 바닥에다 벗어놓았거든. 너희들도 내가 신을 벗는걸 보았댔지?” 애들은 민우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끄덕였다. “새끼들, 빨리 나가 신을 찾지 못하겠니? 나가자.” 여준이는 누구에게라 없이 한마디 하고는 자기가 먼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애들은 집주변에 널려 민우의 N표 운동신을 찾기 시작했다. 4 신이 어디로 갔을가? 민우는 바닥에 있던 끌신을 끌고나와 마루에 놓여져있는 쪽걸상에 앉아서 신을 찾느라 사처로 뛰여다니는 애들을 멀거니 바라보며 속궁리를 했다. 하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밤 친구들이랑 함께 돌아온후 분명 바닥에다 신을 벗어놓았던것이다. 십여명의 친구들이 한 구들에 누웠는지라 무더워 창문이며 출입문이며를 닫지 않았었다. 다른 애들의 신은 다 있는데 유독 민우의 신만 사라진것이다. 민우는 모르기는 해도 자기들이 단잠에 든후 마을의 좀도적이 와서 제일 눈에 뜨이는 자기의 신을 훔쳐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쳇, 누가 내 신이 제일 멋있으라고 했나? 참… 민우는 혼자 시무룩이 웃으며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애들이 하나 둘 풀이 죽어 돌아왔다. “없어, 신이 어디에도 없구나.” “민우야, 어쩌니 그 좋은 신을 잃어버려서.” 애들이 민우의 눈치를 살피며 한마디씩 했다. “괜찮아, 괜찮다구. 집에다 전화를 해서 운전수를 보고 신을 한컬레 사오라면 되지 뭐.” 민우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제법 손사래까지 하며 대답했다. “집에 운전수까지 다 있구… 참 대단하다, 민우야.” 상필이가 민우옆에 한발 다가서며 부러운듯 말했다. “그렇지, 이 시내에 운전수까지 두고 사는 집이 얼마나 된다구. 민우니까 되는거지.” 여준이가 민우앞에 손가락을 내두르며 침을 날렸다. 민우는 시뚝한 눈길로 그러는 애들을 쓸어보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말했다. “참 우리 시내가 정말 작단 말이다. 제일 큰 백화에 가봐도 1200원짜리 신밖에 없거든. 큰 도시에는 몇천원짜리 신도 다 있다는데…” “뭐? 신 한컬레를 몇천원씩 한다구?” “왜? 첨 듣는 소리냐? 촌뜨기 같은게.” 민우는 허허허 웃으면서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을 담고 핸드폰을 귀가에 가져가서 대방의 신호를 기다리던 민우의 얼굴이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애들의 얼굴도 민우와 함께 굳어져갔다. 민우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다시 핸드폰번호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대방에서는 여전히 핸드폰을 받지 않는 모양이였다. “씨팔, 다 뒤져버린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왜? 너네 집 운전수가 전화를 안 받니?” 여준이가 민우앞으로 다가섰다. 민우는 신경질적으로 여준이를 째려보다가 머리를 돌렸다. 어쩜 여준이가 뭐나 다 알고있으면서 일부러 자기를 간지르는것 같이 생각되였던것이다. 사실 민우가 자기네 집 일군처럼 부리는 운전수는 아버지네 단위의 운전수였던것이다. “좀 있다가 다시한번 해봐라. 혹시 핸드폰을 두고 나갔는지 아니?” “씨팔, 이래서 안된다니까. 운전수인 주제에 핸드폰을 두고다니다니.” 민우는 마치 핸드폰을 두고나간 운전수를 옆에 둔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애들은 그러는 민우를 바라보면서 동감이라는듯 머리를 끄덕였다. “집합이다. 등산하러 간다—” 앞집에 주숙을 잡았던 부반장 나리가 민우네를 향해 오다가 마루앞에 모여서 민우를 둘러싸고있는 애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어쩌니? 민우야, 너 신이 없어서 등산을 못하겠구나.” 상필이가 걱정되는듯 민우를 향해 한마디 했다. “할수 없지 뭐. 그렇다구 이 끌신을 끌고 등산을 할수는 없는거구. 가자, 가서 선생님께 청가는 맡아야지.”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끌신을 고쳐 신으며 누구에게라 없이 말했다. “그래, 가서 잘 말하면 선생님이 청가를 줄거다.” “물론이지, 내가 뭐 가기 싫어서 안 가자는것도 아니구. 허허허… 암튼 너희들, 오늘 잘해야 한다.” “여부가 있니? 알았다. 시름을 놔라, 민우야.” 여준이가 안심하라는듯 민우를 향해 자신있게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그래야지, 오늘 등산에서 1등을 해야 우리 ‘N사단’의 얼굴이 서지?” “그래. 등산 하면야 물론 우리가 일등이지. 우리는 ‘N사단’이니까.” 애들은 서로 민우의 눈치를 살피며 너 한마디 나 한마디 들까불어댔다. “좋아, 제씨들 어서 가자구—” 민우가 어깨를 으쓱하고 두팔을 쩍 벌리며 말했다. “가자— 등산이다.” 애들은 소리치며 집합장소를 향해 뛰여갔다. 마당에는 벌써 많은 애들이 모여있었다. 먼저 달려간 누가 담임선생님에게 민우가 신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한것 같았다. 애들속에서 뭔가 열성스레 이야기를 하고있던 담임선생님이 민우를 향해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민우야, 어쩌니? 신을 잃어버렸다구?” 민우가 그러는 담임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인차 새 신을 사서 가져오라고 운전수에게 전화를 치겠어요. 금방 올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너의 신이 참 좋아보이던데.” “수수해요. 까짓 1200원 밖에 안하는건데요뭐.” “그래도 그렇지, 1200원이 어리냐? 암튼 남아서 천천히 구석구석 잘 찾아봐라.” 말을 마친 담임선생님은 동학들에게 눈길을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들 들었죠? 민우동무가 어제밤에 신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동무들도 시간나는대로 찾아보세요.” “네—” 애들이 길게 소리를 뽑았다. 5 민우는 서쪽으로 사라져가는 대오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민박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 굽인돌이를 돌아서자 큰 비술나무그늘밑에 앉아서 한담을 하는 몇몇 할머니들이 보였다. 할머니들은 손에 든 삶은 옥수수에서 알을 뽑아 입에 넣고 호물호물 씹으며 무엇이 그렇게 우스운지 호호호 소리나게 웃음을 날리고있었다. 시내에서는 좀처럼 볼수없는 풍경이였다. 또 시내에서라면 그런 풍경에 눈길을 돌릴 민우도 아니였다. 하지만 한적한 시골에 와서 신까지 잃어져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띄워 보는 장면인지라 저으기 호기심이 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민우는 끌신을 줄줄 끌면서 어슬렁어슬렁 할머니들쪽으로 다가갔다. “로친은 어제밤에 땐스(电视)를 봤수?” 앞이가 홀랑 나가버린 할머니가 입을 호물거리며 눈웃음을 했다. 그러자 코등에 꺼먼 기미가 큼직하게 박힌 할머니가 손사래를 하며 말했다. “봤지. 로친은 뭘 보구 그러우?” 앞이가 나가버린 할머니가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어제밤에두 땐스서 영 높은데 있는 놈을 붙잡았다우. 숱한 돈을 받아먹구 탐오했다우. 쳐죽일 놈, 먹을만 하무 되지 돈 그리 많아 무에 쓴다우?” “그러게 말이우. 옛말에두 ‘혼자 먹다가 배 터져 죽으라’했재이우?” “그러게. 그놈 애비, 에미는 그런 말두 안 배워줬는게랑게.” “그럼그럼, 그놈 에미는 태몽에 두더지 땅굴 파는것만 봤는게라이.” “그러게. 호호호…” “옳소. 흐흐흐…”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비술나무밑에서 터져올랐다. 코등에 꺼먼 기미가 있는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태몽에 언제 두더지 굴을 파는거랑 나오는 법이 있다우? 나는 금시초문이우.” “그게사 그놈이 하두 쳐죽이구싶게 미워서 그러는게지. 그 돈이면 저 아래마을 장령감이나 구제 좀 해주겠소. 그 집 로친 늘그막에 한국 가서 아예 안 오는게 아잉가?’ “돈 많은 한국령감 해서 사는가보지비. 암튼 장령감을 어이 한다우?” “그러게, 옷이랑 입구 다니는 꼴을 보믄 영 말이 아닙데.” “밥두 먹구 다니는 모얘 아닙데. 맨날 알딸딸해서 노들강변 부르는걸 보므느…” “이 문뒤(문둥이)들아, 왜 더운 밥 먹구 동네집 령감 걱장서꺼늘 하멘서 주책들인가? 좋은 아침뱁(밥) 처먹구서리 그리 할 일도 없능가?” 두 할머니가 찧고빻고 하는것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몸집이 한국 력도선수 장미란만치나 실한 할머니가 금가락지를 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나무랐다. 민우는 한참이나 할머니들의 입씨름을 지켜보다가 피뜩 어제밤 꿈 생각이 나서 할머니들곁에 바싹 다가서며 허리를 굽석했다. “안녕하세요?” “뉘집 총객(총각)인지 음전하기두 해라.” 앞이가 홀랑 나간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민우는 그 할머니에게 한번 더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할머니, 꿈이 맞나요?” “호호호… 총객두 꿈을 꿨수?” “저 나이에 꿈이라믄사 호호호… 살마대(팬티) 젖는 꿈이겠지.” “호호호… 보오, 저 총객이 낯이 빨개지는걸. 말해보우. 무슨 꿈을 꿨나?” “저 어제밤 꿈에 신을 잃어버렸는데요.” “미시게라꼬(무엇이라고)? 코등에 꺼먼 기미가 박힌 할머니가 두눈을 화등잔처럼 키우며 물었다. 민우는 그러는 할머니에게 눈길을 돌리며 반복했다. “할머니, 저 어제밤 꿈에 신을 잃어버렸다구요. 발에 신는 신이 사라졌더라구요.” “저런, 꿈에 신이 없어지면 안 좋은디.” “네? 안 좋아요?” “저런, 문뒤야. 웬 새 빠진 소리를 하노? 거야 다 옛날에 미개해서 하던 소리지. 지금 젊은이들이야 무슨 좋고 안 좋고가 있누? 꿈이사 다 도투(돼지)자리에 개꿈이디.” 몸집이 실한 할머니가 코등에 검은 기미가 있는 할머니를 나무랐다. 그러자 코등에 검은 기미가 있는 할머니가 얼굴 표정을 늘어뜨리며 입을 열었다. “내사 괜히 말해보는게지. 옛날에는 꿈에 신이 사라지면 부모상을 당한댔수. 말이사 바른대루 해야디.” “할머니, 부모상이라는게 뭔데요?” “그게사 부모 돌아간다는 얘기지, 지금 젊은이들은 그런 말을 안 쓰는감?” 코등에 검은 기미가 있는 할머니가 그것도 모르냐는듯 민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 민우는 할머니의 눈길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흠칫하다가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그럼 꿈이 마…맞아요? 할머니.” “맞기는 뭐가 맞는겨? 로망 난 할망구들이 할일없어 씨벌이는게지. 총객, 근심 마우, 근심을. 지금이 어느땐데. 우리 아들은 미국이라는데를 다 갔소. 호호호… 비행기를 타구 갔다우. 흐흐흐…” 몸집이 실한 할머니가 아들 생각만 했도 좋은지 걸걸하게 웃어제꼈다. 민우는 그러는 할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들의 꿈얘기가 괜히 귀전에 맴돌아 기분이 잡쳤다. 민우는 기울어지는 기분을 돌려세울 양으로 휙휙 휘파람을 불면서 어정버정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들이 건들건들 춤을 추고있었지만 민우는 찜통속에 몸을 던진듯 괜히 숨쉬기마저 가빠났다. 민우는 연신 주먹을 들어 땀도 흐르지 않는 이마를 닦았다. 갓 오금을 뜬 알락강아지 두마리가 어미개를 따라나와 재롱질을 하고있었다. 민우는 걸음을 옮기다말고 어미개와 강아지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아지들은 앙증맞은 다리를 옮겨 어미개의 뒤를 졸졸 따랐다. 어미를 따라나오니 그렇게 좋니? 민우는 문득 강아지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들처럼 아장아장 걸음마를 옮길 때부터 민우는 보모의 손에서 커야 했다. 민우의 인상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님이였다. 아버지, 어머니는 일년사시절 아침 일찍 나갔다가는 밤 늦게야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오기가 일쑤였다. 그때면 민우는 한잠에 빠져있군 했다. 간혹 민우가 자지 않을 때 들어왔다 해도 아버지, 어머니는 피곤 어린 얼굴을 대충 씻고 자리에 들어버리군 했다. 유치원에 다닐 때 민우는 자식들을 마중온 부모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량쪽으로 부모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도 “장백산이 돌아간다—” 하고 소리치며 몸을 빙 돌려 곤두박질을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럽다 못해 한번 때려주고싶은 생각까지 들군 했었다. 그렇게 심기가 불편해진 날이면 민우는 자기를 데리러 유치원에 온 보모를 보고 이것도 사내라 저것도 사내라 떼질을 쓰군 했다. 보모는 불평 한마디 없이 민우가 사달라는 놀음감을 사고는 령수증을 뗐다. 보모가 건네주는 놀이감을 품에 안고 령수증을 호주머니에 넣는 보모를 바라보면서 저 네모난 종이는 무엇일가 하고 생각을 굴려보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민우로서는 도무지 그 네모난 종이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날 보모에게 그 네모난 종이장을 어디에 쓰는것인가고 물었다. 그러자 보모는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부자집도련님이 다르긴 다르구나. 벌써부터 그게 궁금해지는게. 그 네모난 종아장은 령수증이라고 하는건데 이 물건을 얼마에 샀습니다 하고 증명을 하는거란다. 그런 령수증이 없으면 사람들이 민우네 돈을 마음대로 뜯어먹어도 모를테지. 안 그래?” 민우는 어찌 그럴수 있느냐는듯한 눈길로 보모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나쁜 놈이 되잖아? 왜 그 네모난 종이장을 안 가지면 사람들이 우리 돈을 뜯어먹어?” “호호호… 요 총명한걸… 물어보는것을 좀봐. 례를 들어 그렇다는 말이지.” “례를 들어 아줌마도 그 네모난 종이장이 없으면 우리 돈을 뜯어먹을거야?” “이런, 얘가 무슨 소리를 이렇게 하니? 생사람을 잡겠네.” 보모가 민우를 째려보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 순간 민우는 보모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부터 민우는 보모에게도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있어도 속에 두고 오래오래 혼자 생각할뿐이였다. 민우는 갑자기 무척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콩콩콩—”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강아지들이 괜히 미워지기 시작했다. 민우는 길섶에서 돌멩이를 주어 강아지를 향해 힘껏 뿌렸다. 그 바람에 여유작작 산책을 하던 강아지들이 놀라 허둥댔다. “씨팔.” 민우는 영문없이 욕지거리를 하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운전수의 핸드폰은 신호가 통하는데 여전히받지는 않았다. 민우는 이상하게 생각되였다. 전에는 종래로 이런 일이 없었던것이다. 어디에 있다가도 민우가 전화를 해서 “아저씨 데리러 오세요.” 하고 한마디만 하면 운전수는 곧 달려와서 민우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던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 핸드폰을 두고 어디 나갔나?” 민우는 애써 제 좋은 생각을 골라하며 모를 일이라는듯 머리를 뱅뱅 젓다가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원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넣을가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머니가 신경질을 부리면서 다 큰 놈이 신까지 잃어버렸느냐고 핀잔을 할것 같아 인차 생각을 고쳐먹었던것이다. 민우는 집에 전화를 넣으면 보모가 전화를 받을것이고 그러면 보모에게 신을 사서 운전수에게 보내라고 통지를 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와이—” 신호가 가서 한참만에야 대방의 석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모의 목소리인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귀에 선것 같기도 했다. “저 민운데요, 아줌마 맞아요?” “그래, 나다.” “아버지네 단위 운전수아저씨 있잖아요, 왜 전화 안 받아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보모의 목소리가 많이 시큰둥하니 잦아들어있었다. 민우는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그렇지 내가 누군데 감히 이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심통이 불편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민우는 핸드폰에 대고 꽥 소리질렀다. “웬 일인데 그래요? 모두들 미쳤어요? 나 신을 잃어버렸단 말이예요, 신을. 신이 있어야 집에 가든지 말든지 할게 아니예요?” “뭐, 신을? 이걸 어쩌니? 신을 잃어버리다니…” 보모의 목소리가 떨리고있었다. “어쩌긴요? 운전수아저씰 보고 빨리 한컬레 사오라면 될걸 가지구. 날마다 와서 아버지를 모셔가는 운전수아저씨 말이예요.” “인젠 안될것 같구나. 거기서 방법을 대봐라.” “왜 안돼요?” “집에 돌아오면 알게 될거다. 이만 놓는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보모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덜컥 들려왔다. 핸드폰에서는 인차 “삐—삐—” 하는 단절음이 날아왔다. 민우는 벙어리가 된 핸드폰을 퀭— 하니 내려다보다가 마루에 덜렁 던져놓고는 분해서 씩씩 모두숨을 몰아쉬였다. “웬 일이야, 이것들이 모두 웬 일이야?” 민우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두눈을 꼭 감아버렸다. 눈까풀에 너무 힘을 주어서인지 눈동자가 아파나면서 노란 별똥 같은것이 톡톡 튀여올랐다. “저걸 어쩌니? 신을 잃어버리다니…” 하던 아줌마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아프게 귀전을 자극해왔다. 신을 잃어버렸다는데 아줌마는 왜 그렇게 놀랄가? 아줌마도 “신을 잃어버리면 부모상을 당한다”는 옛말을 들어서일가? 말 못할 근심이 스멀스멀 민우의 신경을 건드렸다. 머리속에서 아물아물하던 어제밤의 꿈자리가 확연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분명 집앞이긴 했지만 지금 민우네가 사는 호화로운 집은 아니였다. 그 집앞으로 아버지랑 어머니랑 뭔가를 열심히 나르고있었는데 얼굴들이 꼭 어느 만화책에서 보았던 새앙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뭔가를 나르느라 분망한 어머니의 팔을 잡고 물었다. “지금 나르는게 뭔가요?” “얘를 봐라, 지천에 먹을것 천지인데 생겼을 때 숨겨둬야지 이따가 없으면 숨기자 해도 안될걸.” “헹여라차, 헹여라차. 날라들이세. 힘을 합쳐 남모르게 날라들이세.” 아버지가 뭔가를 자루에 넣어 등에 지고 문앞을 지나며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민우는 그 뒤를 따랐다. 아버지는 화사하게 웃고있는 뭇꽃들 밑에 난 컴컴한 굴속으로 들어갔다. 굴안에는 번쩍번쩍 빛이 나는 금궤 같은것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민우는 너무도 신기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마음껏 그것들을 만지다가 아버지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대지가 작렬하는듯하던 괴성은 바로 그 순간에 터졌다. 괴성과 함께 아버지, 어머니는 한순간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내가 왜 해괴망측한 그런 꿈을 꾸었을가? 도대체 집에 무슨 일이 있다는것일가? 내 신은 누가 훔쳐갔을가? 민우는 이상해지는 기분을 달래며 민박집으로 돌아와 마루우의 쪽걸상에 쪼크리고 앉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기를 둘러싼 애들때문에 여간만 흥성거리지 않던 마당에서졸지에 사람을 괴롭히는 괴괴함이 흐르는것만 같았다. 민우는 몰려오는 외로움을 뼈속까지 느끼며 불안해지는 눈길을 두리번두리번 사처에 날렸다. 푸름을 자랑하며 너울너울 춤을 추는 키다리 옥수수의 설레임소리도 그 순간에는 부정을 피우다 쫓기워 도망가는 바람난 아낙네의 숨 가쁜 헐떡임처럼 부산하게 들렸다. 처마자락을 스쳐지나며 지지배배 노래하는 청제비의 구성진 지저귐소리도 그 순간에는 건침을 탁탁 튕기며 네거리에서 악담을 퍼붓는 어느 아낙네의 거친 목소리처럼 구질구질 성가시게 들렸다. 바자굽에 피여난 이름모를 꽃들이 찌는듯한 무더위에 기를 상했는지 가녀린 목을 갸웃이 숙이고 우는듯 웃는듯 바람에 하느적이고있었다. 민우는 “무더위에 지친 저 꽃들이 죽지는 않을가?” 하는 근심이 머리속에 자리를 잡아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민우는 피곤한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대는 모든것을 피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민박집아줌마가 들어와서 거두었는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몸만 쏙 빠진대로 구들에 널려있던 이불들이 반듯하게 포개여져 벽밑에 놓여있었다. 민우는 이불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누워 멀거니 천정을 쳐다보다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민우는 약간 떨리는 손가락으로 어머니의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지금 거신 핸드폰은 꺼진 상태입니다.” 아무 감정도 없는 안내음이 민우의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민우는 입술을 감빨며 핸드폰을 퀭 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핸드폰에 손가락을 가져가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 “지금 거신 핸드폰은 꺼진 상태입니다.” 똑같이 덤덤한 안내음이 날아와 귀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민우는 온몸이 나른해나면서 전에 없던 피곤기가 몰려왔다. 민우는 이불에 등을 기댄채로 스르르 두눈을 감았다. 6 민우는 갑자기 밖에서 와짝 떠드는 소리가 들려 두눈을 번쩍 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등산하러 갔던 애들이 돌아오며 좋아라 떠들어대고있었다. 민우는 애써 정신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에 붙어섰다. “민우야, 봐라. 이게 뭐게?” 손에 뭔가를 들고 뛰여오던 여준이가 멀리서 민우를 발견하고 휘두르며 소리쳤다. “뭔데?” 민우가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크게 물었다. 어느새 민우가 서있는 창문가로 뛰여온 여준이가 손에 든것을 민우의 눈앞에 흔들어보이며 시뚝해서 말했다. “봐라. 내가 잡은거다. 이놈이 글쎄 스르르 오솔길을 지나가지 않겠니? 척 보니 독사 같더라. 그래서 돌멩이를 찾아들고 쫓아가 대가리를 명중하고 내리쳤지. 하하하… 아무리 독사면 뭐래. 내 돌 한매에 쭉 뻐들어지는거야. 어디라구! 이 어른의 손에서, 하하하…” 여준이는 민우를 보라는듯 억지로 너털웃음을 하며 아래말을 이었다. “민우야, 이놈을 껍질 벗겨 저녁에 구워먹자. 뱀고기가 그렇게 맛있단다. 쫄깃쫄깃한게. 아, 근데 너희 집 운전수 신을 가져왔니?” 여준이가 뱀에 대한 말을 하다가 화제를 픽 돌려 신에 대해 물었다. 민우는 여준이의 물음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오겠지 뭐.” 하고 한마디 얼버무려버렸다. 그 바람에 여준이는 아직도 오지 않았나 하는듯한 눈길로 민우를 바라보다가 인차 얼굴에 웃음을 바르며 화제를 돌렸다. “뱀고기중에서도 독사고기가 제일 맛있대. 뱀고기는 구워서 소금에 살짝 찍어먹어야 제맛이래. 하하하… 이놈아, 오늘 우리의 안주나 돼봐라. 야, 돌대가리.” 여준이가 너털웃음을 웃다가 갑자기 석이쪽으로 머리를 픽 돌렸다. “왜…왜? 여…여준아.” 석이가 여준이의 옆으로 다가서며 더듬거렸다. 여준이는 손에 들었던 뱀을 석이에게 던져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돌대가리, 너 이 뱀껍질을 벗겨 잘 건사해둬라. 오늘밤에 로따랑 맛있게 구워먹을거니까.” “뭐? 내…내가 이 뱀 껍질을 버…벗기라구?” “왜? 못 알아들었니? 한번 더 말해줘?” “아…아니, 난 뱀껍질을 버…벗길줄 모르는데…” “그래서?” “아…아니다.” 석이는 여준이가 던져준 뱀을 주어들고 집뒤로 사라졌다. 그제야 여준이는 애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가자, 우리 강변에 가서 물놀이나 하자. 등산을 하느라 온몸이 땀벌창이 되였구나.” “그래, 민우야. 여준이가 등산에서 개인1등을 했단다. 여준이가 어찌나 빨리 오르던지…” 상필이가 여준이앞에 한발 다가서며 목청을 한 옥타브 높였다. 여준이가 그러는 상필이의 어깨를 툭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시뚝해서 한술 떴다. “까짓걸 가지구. 내 N두 괜찮은거라니까? 산을 오르는데 어찌나 발이 가볍던지…” 여준이는 기다렸다는듯 N표 운동신을 신은 발을 친구들에게 들어보였다. 민우는 그러는 여준이를 아니꼽게 쏘아보다가 성가신듯 날이 선 목소리로 “빨랑 꺼져!” 하고 소리쳤다. “아니지, 아니지. 우리 어찌 로따를 두고 갈수 있겠니? 상필아, 너의 신을 벗어 민우를 줘라.” 여준이가 제옆에 선 상필이에게 크게 소리쳤다. “나…난 신을 더 가져오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까짓 짝퉁두 아깝다는거니? 왜? 몸이 근질거려나니?” “아…알았어.” 상필이가 못마땅한듯 여준이를 흘끔 건너다보고는 호— 한숨을 내쉬면서 신을 벗었다. “얌마, 뭘해? 빨랑 민우에게 신을 신겨주지 않구?” 여준이가 다시 상필에게 눈총을 쏘았다. 상필이는 신을 주어들고 민우앞에 다가가 신을 내려놓았다. 이때 따르릉 여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빨랑 신겨주라니까.” 여준이는 다시한번 상필이를 닥달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응, 엄마. 그래, 잘 놀구있지. 우리 금방 등산을 하구 내려왔어. 그래, 내가 일등을 했지? 엉? 뭐…뭐라구? 정말이야?!” 여준이가 입을 떡 벌리며 민우쪽에 눈길을 주었다. 모두들 여준이의 거동에 놀라 잠간 굳어졌다. “엄마, 그게 정말이야? 정말 잡혀들어갔어? 쇠고랑을 차구? 수쇄까지 찾단 말이야? 그럼 완전 망한거잖아?” 여준이가 다시한번 민우쪽에 눈길을 가져갔다. 번쩍이는 여준이의 두눈동자가 얼음같이 차겁게 느껴졌다. “뭐가 쇠고랑을 찼다는거야? 망하긴 뭐가 망해.” 민우가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흐흐흐흐…” 여준이가 웃고있었다. 친구들은 더구나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여준의 얼굴에 눈길을 박았다. “상필아, 롱담을 한거야. 그 새끼 뭐가 대단하다구 네가 신까지 신겨주겠니? 그만 둬.” “뭐? 뭐라구?” 상필이가 굳어졌다. 친구들도 굳어졌다. “이 새끼, 너 방금 뭐라 했니?” 민우가 씽하니 다가가 여준의 엉뎅이를 걷어찼다. “이 새끼 봐라, 오냐오냐 해줬더니…” 여준이가 민우의 배를 향해 오른다리를 날리고는 소리쳤다. “민우 저 새끼, 수뢰범의 아들이다. 저 새끼 애비, 오늘아침 검찰에 잡혀갔다.” “뭐뭐, 뭐라구?” “이 수뢰범의 새끼 같은게. 방금 우리 엄마 전화에서 똑똑히 말했다. 너네 애비 손목에다 쇠고랑을 차구 끌려가는걸 직접 봤다구.” “죽여라, 요 죄범새끼.” 평소 민우에게서 귀뺨깨나 얻어맞은적이 있는 애들이 우야 달려들어 민우를 치고 밟았다. 워낙 주먹이 세서 친구들의 “로따”로 군림한것이 아닌지라 친구들이 함께 달려드니 도무지 당해낼 힘이 없었다. 등이며 엉뎅이며 지어 머리에까지 발길이 날아들었다. 민우는 이대로 맞아죽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잘 튀겨진 새우처럼 잔뜩 몸을 옹그려붙이고 두팔로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만해라. 인젠 강변에 가서 물놀이나 하자.” 여준이가 친구들을 향해 크게 소리를 쳤다. “그래, 여준아. 가자.” 상필이가 여준이앞에 한발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여준아, 인젠 네가 우리 로따를 해라.” “짜식, 내 원래 저새끼보다 힘이 더 세거든. 가자.” “가자.” 애들이 여준이를 따라 강변쪽으로 우르르 쓸어갔다. 민우는 그때까지도 죽은듯이 땅에 쓰러져있었다. 누구의 발길에 채웠던지 입술이 터져 퉁퉁 부어올라있었다. 애들이 멀리로 살아진후에야 민우는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이게 사실일가? 어쩌면 이런 일이 다 생긴단 말인가? 아버지가 수뢰범이라니? 무엇을 잘못하면 수뢰범이 되는걸가? 민우는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파나서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미…민우야.” 이때 낮다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민우는 지긋지긋 아파나는 목을 간신히 돌렸다. 석이가 왼손에 껍질을 바른 뱀을 들고 오른손에 N표 운동신을 들고있었다. “김석아.” 민우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민우야, 일어나라. 안에 들어가자” 석이가 다가와 민우의 발밑에 N표 운동신을 내려놓았다. “이…이 신을 어디서?” 민우가 동공을 키우며 석이를 바라보았다. 석이가 민우의 기색을 힐끔 살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나 새벽에 소변 보러 나왔다가 여준이가 이 신을 집뒤 장작더미에 숨기는것을 우연히 보았댔다.” “뭐라구? 그런데 너 왜 아까는…” “여…여준이가 무서워서…” 석이는 낮은 목소리로 버벅거리다가 뒤말을 잘랐다. 민우도 진작 석이의 뒤말을 듣고싶지 않았는지 머리를 픽 돌려버렸다. 아까 길에서 보았던 어미개와 알락강아지들이 배를 땅에 붙이고 엎드려 두눈을 살풋이 감고 볕쪼임을 하고있었다. 순간 그놈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민우의 머리를 치고들어왔다. 부러울 지경으로 시름없이 엎드려있는 어미개와 강아지들을 보는것이 심통이 터질것 같았다. 민우는 땅에서 흙덩이을 주어 그놈들에게 뿌렸다. “깨개갱—” 어미개와 강아지들이 와뜰 놀라 일어나 웬 일이냐는듯 왕왕 짖으며 꼬리를 착 내리뜨리고 집뒤로 도망갔다. “아까 등산하러 가면서 여준이가 애들에게 말했어.” 석이의 가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민우는 석이쪽에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석이는 여전히 왼손에 껍질을 바른 뱀을 들고 오른손에 N표운동신을 들고 서있었다. 민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랬는데?” 석이가 민우를 다시한번 힐끔 훔쳐보고는 아래말을 이었다. “여준이가 말이다. 아까 너네 아버지가 가능하게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구… 검찰원이라는데서 얼마전부터 너네 아버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구…” “돌대가리. 너너, 너는 왜 여준이 꼬랑대질 안하구…” 민우가 석이의 멱살을 와락 거머쥐였다. “미미, 민우야, 나…난 웬지 네가 불쌍해보여서…” 석이가 다시 뒤말을 동강냈다. “개소리 말구 아가리 닥쳐.” 민우가 별안간 석이의 귀뺨을 올리부치고는 집뒤를 향해 걸어갔다. 민우의 두다리가 휘청거리고있었다. “민우야, 신, 신을 신어야 집에 가지.” 석이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민우는 두손바닥을 쫙 펴 귀를 막고 허둥지둥 걸음만 옮겼다. 방금 민우에게 쫓겨 집뒤에 들어온 강아지들이 아르릉아르릉 건가래를 끓이면서 물어뜯기를 하고있었다. 방금까지 어미개와 함께 볕쪼임을 하던 강아지들 같지 않게 송곳이를 드러내고 결투를 벌리고있었다. 결투를 하는 강아지들이 갓 피기 시작하던 뭇꽃들을 어지럽게 쓸어눕혔다. 꽃잎이 찢어지고 꽃봉오리들이 떨어져내렸다. 민우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떨어진 꽃송이를 주어들었다. 민우의 두눈에서 콩알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있었다. “미, 민우야.” 석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민우를 불렀다. “떨어지긴 왜 떨어져, 왜왜… 왜 떨어지냐구.” 민우는 왼손으로 꽃송이를 꽉 움켜쥐였다가 입에 막 쑤셔넣고 와작와작 씹어댔다. 민우의 두입귀로 뻘건 꽃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시각 석이는 분명 어디선가 들려오는 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560    중편소설* 대치 댓글:  조회:2211  추천:1  2014-09-11
중편소설 대치 왕족 1 다어르한과 러흐한이 돌아간후, 마씨는 련속 담배 두가치를 태우고는 끝내 흰갈기늑대를 쫓아가려고 결심했다. 마씨는 다어르한과 러흐한을 마뜩지 않게 생각하고있었다. 며칠전, 마씨는 늑대잡이대원들과 함께 흰갈기늑대 한마리를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렸었다. 하지만 흰갈기득대는 놀랍게도 함정에서 기여올라 어둠속으로 도망쳐버렸던것이다. 마씨가 참기 어려운것은 다어르한과 러흐한이 흰갈기늑대가 바로 늑대왕이라는 말을 근본 입밖에 내지 않은것이였다. 만약 그들이 흰갈기늑대가 늑대왕이라는것을 말만 했더라면 늑대잡이대원들은 긍정코 함정에 빠진 흰갈기늑대에게 총을 갈겼을것이다. 다른 늑대잡이소대에서 잡은 늑대는 모두 보통 늑대에 불과했었다. 만약 마씨네가 흰갈기늑대를 잡았더라면 늑대왕을 잡은것으로 되여 빠이하바현성에 돌아가 한껏 으시댈수 있었을것이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말을 타고 인차 테레크목축구에 들어섰다. 테레크목축구는 너무도 고요해서 아무 소리도 들을수 없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이 들어서자 목축구는 삽시에 소란스러워졌다. 말발굽소리는 협곡에 메아리쳤는데 마치도 누군가 골짜기에서 웬 일이냐고 기나긴 물음을 던지는듯싶었다. 마씨의 속에는 커다란 의문이 서리고있었다. 그도 사실 흰갈기늑대를 쫓아잡을수 있을지 의문이였던것이다. 마씨는 반드시 흰갈기늑대를 쫓아 잡으리라 마음을 굳혔다. 흰갈기늑대가 눈앞에서 꼬리를 사려버렸는데도 만약 잡지 못한다면 목민들이 늘 하는 말처럼 그와 그의 늑대잡이대원들은 “그림자가 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릴것이였다. 목민들이 말하는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란 바로 낯이 깎이는 일을 저질러놓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몸을 사리는이들을 말하는것이였다. 마씨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흰갈기늑대를 잡으리라 결심했다. 마씨는 절대 “그림자가 없는사람”으로는 될수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이렇게 결심을 내리자 마씨는 말등이 한결 든든하게 느껴졌고 걸음걸이도 사뭇 온당하게 생각되였다. 두차례의 비가 내려서였던지 산은 푸름이 더 짙어진듯싶었고 나무움도 제법 터올라 완연한 모습을 들어내고있었으며 땅에서 갓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애기풀들도 파릇파릇 잎눈을 틔워가고있었다. 다른 목장이라면 이 무렵에 소나 양을 볼수 없고 따라서 방목군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것이였다. 아직 대지가 푸른 단장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였던것이다. 하지만 테레크목장에서는 이미 새해의 방목을 시작했었다. 흰갈기늑대가 도망을 가고 늑대잡이대원들이 철수하자 테레크목장은 조용해졌다. 목민들은 시름놓고 소나 양을 방목할수 있어서 여간만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십여일이 지나면 테레크목장은 목초들로 바다를 이룰것이였다. 소나 양들은 목초의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며 마음껏 배를 불리울수 있을것이였다. 마씨와 목민들의 생각은 늘 이렇게 한 곬으로 흐를수 없었다. 목민들은 늑대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늑대의 그림자가 영원히 비끼지 않아야 소나 양들이 시름을 놓고 설레이는 풀바다에서 마음껏 자맥질을 할수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마씨는 늑대들이 날마다 초원 여기저기에 출몰하기를 소원했다. 늑대의 마리수도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되였다. 그래야만 마씨는 통쾌하게 늑대잡이를 할수 있었던것이다. 한필의 말을 두 사람이 탈수 없고 하나의 칼집에 두자루의 칼을 넣울수 없는것처럼 같은 늑대라 해도 그놈을 바라보는 목민들과 늑대잡이대원들의 태도는 엄연히 다른것이였다. 하기에 목민들과 늑대잡이대원들은 서로 대방을 바라볼 때 눈에서 이름할수 없는 복잡한 빛을 내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십여일만 지나면 어미늑대들이 새끼를 낳기 시작한다는 말을 얻어들은 마씨는 저으기 머리를 쳐드는 흥분을 눅잦힐수 없었다. 흰갈기늑대는 새끼를 밴 암컷이였던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흰갈기늑대도 새끼를 낳게 될것이였다. 하기에 흰갈기늑대를 찾아내고 그놈을 잡는 일은 시간문제일뿐이지 그렇게 힘든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였다. 한 늑대잡이대원이 마씨에게 이 계절의 늑대는 잡기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잡기 쉽다고 하는것은 어미늑대가 곧 새끼를 낳게 되기때문에 주의력이 분산되여있고 체력이 고르지 않기에 포획에서 성공률이 높다는것이였다. 하지만 이 계절에 늑대는 곧 새끼를 낳아야 하기에 암컷은 물론이고 수컷도 새끼에 대한 보호심에서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생사를 잃고 대항한다는것이였다. 마씨는 그런것들에 대하여 그리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직 흰갈기늑대를 찾아내기만 하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살피다가 그놈이 새끼를 낳기 시작하면 총을 쏠 예산이였다. 그때면 흰갈기늑대는 도망칠수 없을것이요, 반항할 맥도 없어 끝내는 늑대잡이대원들의 포획물이 되고말것이였다. 늑대잡이대오는 테레크목장을 금방 벗어나자 한가지 소식을 듣게 되였는데 어제 카나스하곡에서 늑대로부터 큰 재난을 당했다는것이였다. 늑대무리가 빠이하바촌의 몽크네 양을 여러마리나 물어죽였는데 그 늑대무리속의 한마리가 목에 흰 털이 있더라는것이였다. 다른 늑대들이 양무리를 향해 달려들 때 목에 흰 털이 있는 양은 한옆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었는데 어쩜 그 늑대무리의 우두머리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마씨는 그놈이 긍정코 흰갈기늑대일것이라고 단정했다. 흰갈기늑대는 그 무리의 우두머리일뿐만아니라 산속의 늑대왕이다. 마씨는 그 소문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대원들을 이끌고 카나스하곡을 향해 걸음을 재우쳤다. 어제 빠이하바촌의 몽크는 양을 널따란 풀밭에 몰아넣은후 말을 타고 카나스호로 갔다. 몽크는 카나스호에 큰 홍어며 “호수괴물”이 실고있다는 소문을 들었던것이다. 몽크는 운수가 좋으면 큰 홍어나 “호수괴물”을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었다. 카나스호에 살고있는 홍어나 “호수괴물”은 근년에 늘 사람들의 입에 오르군 했었는데 그 내용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수록 더욱 신비하고 자극적이였으며 그에 대한 설법도 여러가지로 갈라졌다. 그중의 한가지가 “호수괴물”이 몇년전에 나타난적이 있다는것이다. 그때는 카나스호가 아직 개발되기전의 처녀지였다. 어느날, 한무리의 양들이 호수가에 소담히 자란 잔풀을 뜯고있었다. 그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디푸르렀는데 광활한 초원과 어울려 한폭의 태고연한 그림을 펼쳐보이고있었다. 갑자기 호수물이 반공중에 올리솟다가 갈라지면서 웬 괴물의 몸뚱이가 뿌옇하게 모습을 들어내더니 양 몇마리를 붙잡아 호수에 끌어들였다. 목민이 호수가로 달려와보니 수면에는 한고패 또 한고패의 잔잔한 파문만 일어났다가 사라질뿐이였다. 나머지 양들은 너무도 놀라 연신 “매매매…” 하고 당황스럽게 울어대고있었다. 다른 한가지는 큰 홍어에 대한 이야기인데 몇년전 홍어도 호수에 나타난적이 있다는것이다. 어느날, 한 사람이 호수가의 큰 돌판에 앉아 낚시질을 하고있었다. 온 오전이 다 지났지만 낚시군은 물고기 한마리도 낚지 못하였다. 낚시군은 기분이 잡쳐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깔고 앉았던 돌판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차츰 호수중앙으로 움직여갔던것이다. 낚시군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온 오전을 깔고 앉았던 “돌판”은 돌이 아니라 큰 물고기였던것이다. 그후에도 큰 홍어가 나타났었는데 맞은켠의 산마루에 있던 한 사람이 똑똑히 보았다는것이다. 그 사람이 본 홍어의 길이는 10여메터가 실히 되였다고 했다. 그놈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수면에 큰 파도가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옹근 호수가 흔들리는듯싶었다는것이다. 잠간후 그놈이 갑자기 수면에 솟아올랐는데 물고기모양의 대가리와 아가미, 날개, 배, 꼬리를 똑똑히 가려볼수 있었다. 그놈은 한번 수면에 솟았다가 인차 다시 물속에 들어갔고 수면은 따라서 평온을 찾았다는것이다. 몽크는 오래도록 호수가에서 서성이였지만 호수에서 아무런 이상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몽크는 자기가 때를 맞춰오지 못해 홍어와 “호수괴물”이 바닥에서 잠을 자고있는것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몽크는 호수가에 예쁜 조약돌들이 널려있는것을 보고 몇개 주어가지고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다. 그때 몽크가 타고왔던 말이 갑자기 호용하면서 불안하게 발굽을 모래를 파서 사처에 튕겨놓았다. 일종의 불안한 에감이 몸크의 머리를 치고들어왔다. 몽크는 자기의 양들이 근심되여 말을 타고 양무리를 찾아 풀밭으로 달려갔다. 양무리는 조용히 풀을 뜨고있었는데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몽크의 말은 여전히 불안하게 울어댔다. 어쩌면 큰 위험이 그놈곁에 도사리고있기라도 하는듯싶었다. 혹시 늑대라도 있는것일가? 말은 령성이 있는 동물로서 늑대에 대한 감각이 아주 정확했다. 늑대가 아직 모습을 들어내지도 않았는데 말은 벌써 늑대를 감지하고 경각성 높이 소리를 지르군 했다. 경험이 풍부한 목민들은 말이 한번 소리를 지르는것은 달리겠다는 뜻이고 세번 소리를 지르는것은 긍정코 늑대가 왔다는 뜻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몽크는 늑대가 다가오고있다고 확신하고 급히 말에서 내려 양들을 한곳에 몰아세웠다. 몽크는 양을 몰고 카나스강을 건너 맞은켠에 있는 산기슭으로 가려고 게획했다. 양무리는 강기슭으로 가더니 웬지 좀처럼 물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말이 또 몇번 울어번졌다. 몽크는 속으로 못내 긴장해서 있는 힘을 다해 양들을 강에 몰아넣었다. 몽크는 지레 긴장했던 탓으로 양들이 강에 들어서기를 저어하고 맗이 불안하게 울부짖는다는 점에 주의를 돌리지 못했던것이다. 양무리가 금방 강중심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맞은켠으로부터 히스테리적인 울부짖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늑대무리가 산언덕에서 달려내려와 강기슭을 닿았다. 양무리는 허둥지둥 강중심에 몰켜섰다. 늑대들은 강역에 붙어서서 호시탐탐 양무리를 지켜보고있을뿐 급히 강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몽크는 늑대들이 무엇때문에 인차 강에 들어가 양무리를 덮치지 않는지를 알수 없었다. 몽크는 돌멩이를 주어 양무리를 향해 뿌렸다. 양무리로 하여금 빨리 강을 건느게 하려는 심사에서였다. 돌멩이가 한놈의 등을 맞혔다. 그와 함께 양무리가 또 강에서 허둥거려 일대 혼란을 이루었다. 이때 늑대무리에서 아치러운 울부짖음이 터졌고 이어서 늑대 한마리가 무리앞에 나섰다. 몽크는 앞에 나선 늑대의 목에 흰털이 있는것을 보아냈다. 그 시각 흰털은 웬지 음침한 빛을 뿌리면서 몽크로 하여금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게 하였다. 몽크는 전에 마을의 로인들로부터 목에 흰털이 있는 늑대가 바로 흰갈기늑대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던것이다. 흰갈기늑대는 늑대세계에서 제일 흉맹한 품종이였다. 몽크는 덮쳐드는 공포로 하여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흰갈기늑대가 한마디 울부짖기만 하면 강역에서 서성거리는 늑대들이 양을 향해 덮쳐들것만 같았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흰갈기늑대가 한마디 울부짖자 늑대들이 첨벙첨벙 강에 뛰여들었다. “세상에, 끝장이야!” 몽크는 흠칫 몸을 떨면서 절망적으로 소리치고는 인차 양무리를 강변으로 되돌아오라는 뜻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몽크의 부름소리는 늑대들의 울부짖음에 눌려 양무리에 닿지 못하는듯싶었다. 양들은 진퇴량난이 되여 강중심에서 갈팡질팡할뿐이였다. 몽크는 양들이 강중심에 다달은후 공격을 개시하려고 늑대무리들이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때를 기다렸다는것을 알것 같았다. 양은 물에서 빨리 달릴수 없기에 늑대들이 손 쉽게 양을 잡을수 있었던것이다. 삽시에 강물은 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늑대들이 양을 물어죽이기 시작했던것이다. 몽크를 더욱 놀라게 한것은 늑대들이 자유자재로 헤염을 친다는것이였다. 늑대들은 목숨을 잃은 양을 물고 유유히 강변을 향해 헤여왔던것이다. 몽크는 자기의 양들이 늑대에게 한마리 또 한마리 죽어가는것을 두눈을 펀히 뜨고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몽크로서는 그야말로 어쩔수 없는 상황이였다. 모든 늑대들이 저마다 죽은 양을 물고 강역에 오르자 다행히도 목숨을 건진 나머지 몇마리 양이 몽크의 곁으로 다가왔다. 몽크는 양들을 몰아 강변을 떠나게 했다. 그때에야 몽크는 말이 발굽으로 땅을 차서 큼직한 웅뎅이를 만들어놓은것을 발견했다. 이 소문은 점심에 빠이하바촌에 전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늑대의 창궐함과 교활함에 놀라마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은 늑대의 적수가 될수 없다고 회의를 느끼는이들도 있는것 같았다. 사실 사람이 적수공권으로 늑대무리를 만나면 운수사납게도 고스란히 변을 당할수 밖에 없을것이였다. 하지만 빠이하바촌의 많은 사람들은 결코 늑대에게 손을 들려고는 하지 않았다. 황차 늑대잡이대원들이 마을에 도착했는지라 그들과 힘을 합쳐 늑대무리를 소멸하려고 마음을 다졌다. 늑대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늑대잡이대원들의 총알만큼은 빠르지 못할것이라도 믿고있는 그들이였던것이다. 만약 늑대무리에서 먼저 한마리만 잡는다면 다른 늑대들은 사람들이 살상력이 대단한 무기로 자기들을 데처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될것이고 그러면 더 이상 사람을 향해 덮치려고 하지 못할것이였다. 어떻게 하면 늑대무리를 깡그리 소멸할수 있을가? 이 문제는 사람들이 오래동안 참답게 계획해야할것이였다. 목민들은 그제야 상급에서 늑대잡이대오를 무은것은 참말 잘 된 일이라고 긍정했다. 늑대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탄알보다는 많지 못할것이였다. 어미늑대가 새끼를 배서 낳기까지는 4, 5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사람은 이 시간이면 수천수만매의 탈알을 만들어낼수 있을것이였다. 하기에 사람은 늑대를 깨끗이 소멸하지 못할가봐 근심을 할 필요는 없는것이였다. 다어르한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있었다. 동네사람들은 모두 올해 늑대가 너무 많아 머리를 앓고있었다. 그들은 어느날 늑대무리가 갑자기 빠이하바촌을 덮칠가봐 두려워하고있었다. 그 며칠, 동네사람들은 모여앉기만 하면 어떻게 늑대무리를 대처할것인가를 의논했다. 그때 늑대잡이대오가 카나스하곡으로 늑대잡이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였던것이다. 목민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모두들 기뻐마지 않았다. 한 목민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부터 늑대가 많아지기 시작했지. 하다보니 지금은 늑대를 막을래야 막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니까. 만약 더 이상 늑대를 잡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살아갈수 없을거네.” 다른 한 사람은 또 이렇게 말했다. “이 몇년간의 침통한 교훈이 증명하다싶이 늑대와의 싸움을 통해 남은것은 늑대와 사람간의 원한뿐이죠. 이런 원한은 생기기 쉽지만 지워지기는 어렵지요. 늑대들의 성화에 앞으로는 더욱 살기 어려워질것이요.” 모두들 그 말에 참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이 증명하다싶이 날마다 늑대가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받는 피해도 늘어가고있으니 하루속히 늑대를 섬멸해야함은 천만 지당한것이였던것이다. 다르어한은 늑대 한마리를 잡으면 열마리가 달려들어 복수를 할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것은 다르어한의 억측에 불과한것이라고 믿었다. 혹시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은 썩 후에 생길수 있는것이니 급한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것이라고 판단했던것이다. 하면서도 사람들은 한번도 그 말을 긍정하는것은 잊지 않았다. “다르어한의 말은 참 도리에 맞다니까.” “이 도리는 실로 옛말이 그른데 없다는것을 증명하는것이요. 예로부터 늑대는 령성을 가지고있다지 않았소?” “그렇지. 늑대는 천성적으로 령성을 가지고있지.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달을 바라보며 포효할수 있겠소. 늑대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것은 그놈들이 하늘에 두고온 고향이 그리워서라는거요. 몽골족로인들이 세상을 뜬후 사람들은 우차에 그 시신을 싣고 초원에서 한없이 달린다오. 그렇게 달리다 시신이 우차에서 떨어지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시신을 관계하지 않는는데 밤에 어둠을 타서 늑대들이 먹어버리는거지. 역시 그들은 늑대가 하늘이 내린 령물이라고 믿기때문이겠지. 늑대가 시신을 먹어버리면 그 령혼은 늑대와 함께 하늘에 올라간다고 믿는것이지.” “늑대에게 그런 령성이 있다니… 과연 사람은 늑대의 적수가 될수 없는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늑대잡이대오까지 있어데 두려울게 없지. 그들에겐 총까지 있는데야 뭘.” 몽크는 겨우 살아남은 6마리의 양을 몰고 빠이하바촌으로 돌아갔다. 그는 사람들이 의논하는 소리를 듣고 거친 숨을 톺으면서 말했다. “괜히 입들만 살아가지구 거기서 상아가 돋아날것 같소? 손가락으로는 말안장을 들어내릴수 없는거요. 만약 늑대가 당신들의 양을 잡아먹었다면 당신들이 이렇게 편히 앉아서 입방아들을 찧을수 있겠소?” 모두들 사실 몽크를 동정하지 않는것은 아니였다. 그들도 늑대들이 몽크네 양을 다 잡아 먹고 겨우 6마리만 남겼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몽크네 양은 늑대들에게 놀라 혼이 나가있었고 몽크는 늑대들이 자기네 양을 숱해 잡아먹었다는것에 놀라 넋을 놓고있었다. 그때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몽크는 늑대에게 혼을 빼앗긴 불쌍한 양을 방불케 하였다. 몽크는 늑대에게 혼을 빼앗긴 6마리의 양을 우리에 몰아넣은후 문에큼직한 자물소리를 잠그고는 다시 집을 나서지 않았다. 2 이튿날아침, 마씨는 늑대잡이대원들을 인솔하여 카나스하기슭에 이르렀다. 그들은 멀리에서부터 한 사람이 강기슭에 앉아 가딱 움직이지 않고 넋을 잃은듯 수면을 응시하고있는것을 보았다. 그 사람이 바로 몽크였다. 그는 늑대무리에 숱한 양을 잃은후 빠이하바촌에 돌아가 장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그는 자기가 이 몇년사이 늑대에게 양을 제일 많이 잃은 사람으로 되였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동네사람들앞에서 머리를 들고다닐수 없을것 같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생각할수록 분한 생각만 들었고 그 분노가 속에서 사나운 파도로 되여 아픈 가슴을 후려쳤다. 몽크는 장밤 눈 한번 못 붙이고 낡을 밝혔다. 몽크는 큰 칼을 찾아들고 늑대를 찾아 복수를 하려고 길에 올랐다. 하지만 어데 가서 득대를 찾는단 말인가? 설레이는 파도는 쏴—쏴— 청승스럽게 울어대고있었는데 어쩌면 쉬지 않고 몽크를 비웃는것만 같았다. 몽크는 떨어버릴수 없는 굴욕을 느끼고있었다. 늑대는 이곳에서 배를 불리고 이미 다른 곳으로 양무리를 찾아 떠난듯싶었다. 몽크는 차츰 그곳에서 비애에 차 넋없이 양무리를 기다린다고 해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것 같았다. 몽크는 실망한 나머지 바위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싶었다. 이때 늑대잡이대오가 왔다. 몽크는 한줄기의 희망을 보는것만 같았다. 늑대잡이대오는 총으로 손쉽게 늑대를 쏘아 잡을수 있을것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몽크는 단번에 가슴속에 서리고 서렸던 원한을 풀수 있을것 같았다. 몽크는 저도 몰래 힘이 솟구쳐 선뜻이 늑대잡이대오의 길안내를 하겠다고 자진해나섰다. 길에서 몽크는 늑대잡이대원들이 의론하는 말을 들었는데 다어르한이 있다면 긍정코 늑대를 단번에 쏘아죽일수 있을것이라는것이였다. 몽크는 빠이하바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다어르한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다어르한은 40여년이나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 그만치 솜씨도 좋았다. 그의 손에서 목숨을 잃은 늑대가 얼마나 되는지 그도 모를것이였다. 몽크는 다어르한처럼 뛰여난 솜씨로 늑대를 족쳐버리고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늑대에게 목숨을 잃은 양들의 복수를 단번에 해치울수 있을것 같았다. 마씨는 몽크에게 어제 있은 일에 대하여 상세하게 물었다. 몽크가 입을 열었다. “늑대무리에서 한 놈은 목에 흰털이 둘러져있었어요. 다른 늑대들은 모두 그놈의 눈치를 보며 행동했구요. 나의 양들이 강에서 늑대들에게 물려죽을 때 그놈은 강역에 서서 흥미있게 지켜보고있었어요. 마치 큰 령도가 부하들이 일하는것을 지켜보는듯 했지요.” 마씨는 목에 흰털이 둘러져있는 그놈이 긍정코 흰갈기늑대일것이라고 다시한번 판단했다. 마씨는 총가목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마치도 흰갈기늑대가 곁에 숨어서 수시로 덮쳐들 위험이 있을가 잔뜩 긴장한듯한 태세였다. 흰갈기늑대에 대한 정확한 소문을 들은 마씨는 일면 기쁘기도 하고 일면 근심스럽기도 하였다. 기쁘다면 흰갈기늑대가 어디에 있는줄을 끝내 알아낸것이였다. 하기에 마씨에게는 정확한 공격목표가 생겼던것이다. 반면에 근심스러운것은 흰갈기늑대가 생각하던것보다 더 사나울수도 있을것이라는 점이였다. 마씨는 정말 흰갈기늑대를 마주한다면 어떻게 응부해야 할가를 두고 참답게 생각을 굴려보았다. 단번에 그놈을 쏘아죽인다는것은 어쩜 생각처럼 쉽지 않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만약 총을 쏘아 단번에 그놈을 죽여버리지 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전반 늑대잡이대오의 수치로 될것이 번연했다. 그렇다고 흰갈기늑대를 잡자던 계획을 포기할수는 없었다. 만약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굴욕적인 그 소문은 아얼타이의 구석구석을 파고들것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씨와 그의 늑대잡이대원들은 진짜로 명실공히 사람들앞에 얼굴을 들고다닐수 없는 “그림자가 없는 사람”으로 될것이였다. 마씨네는 손쉽게 늑대들이 양을 감춰둔 곳을 찾아냈다. 늑대는 확실이 교활한 짐승이였다. 그놈들은 죽은 양을 강에 있는 돌멩이밑에 감춰두었던것이다. 그렇게 감추면 새나 다른 동물들이 쉽게 발견할수 없었고 죽은 양에서 나는 냄새도 공기중에 떠돌지 않을수 있었던것이다. 그야말로 하나의 실수도 없게 보관했다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전날밤에 한차례의 큰 비가 내려 물이 붇는바람에 양꼬리 하나가 돌밑에 삐쭉이 들어나왔다. 늑대잡이대원들이 한눈에 그 양꼬리를 발견하고 힘껏 잡아당기자 죽은 양 한마리가 통째로 끌려나왔다. 그들은 다른 돌멩이밑에서 죽은 양 몇마리를 순식간에 찾아냈다. “당나귀 밑구멍에서 빠져나온것 같은 늑대란 놈, 교활하기는 도둑놈들 찜져먹겠네.” 마씨가 걸쭉하게 한마디 욕설을 퍼부었다. 몽크는 늑대들이 인차 죽은 양을 먹어버릴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그는 죽은 양들을 돌밑에서 빼내여 강역으로 끌어올렸다. 몽크는 늑대들이 그곳으로 돌아와 못내 실망할것이라 생각하며 저도몰래 잘코사니를 불렀다. 그때 마씨가 몽크를 막으며 입을 열었다. “인젠 이곳이 바로 늑대무리가 죽은 양을 숨긴 곳이라는것을 확인할수 있소. 그러니 우리는 이곳에서 조용히 그놈들을 기다려야 하오. 늑대란 놈들은 모두 교활하기 그지없소. 하기에 죽은 양들을 모두 제자리에 가져다놓아야겠소. 자칫하면 그놈들이 의심하고 꼬리를 뺄수도 있으니까.” 몽크는 마씨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되였다. 하여 그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죽은 양들을 가져다 물속의 돌멩이밑에 밀어넣었다. 마씨는 자세히 지형을 관찰했다. 산등성이뒤에 있는 몇개의 큰 바위는 그럴듯한 매복처로 될것 같았다. 늑대들이 돌아와 죽은 양을 먹으려고 할 때 늑대잡이대원들은 높은 지대에 서서 아래에 대고 총을 쏘아 늑대들을 소멸하기 쉬울것이였다. 계획이 서자 그들은 인차 몸을 움직여 매복지점으로 들어가서 총에 탄알을 제우고 늑대무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늑대들의 청각이 아주 민감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만약 늑대들이 죽은 양을 찾아 다가올 때 격발기를 노리쇠를 당긴다면 늑대들은 그 동정을 듣고 인차 도망칠것이였다. 하기에 늑대들이 죽은 양을 숨겨둔 곳으로 오기전에 탄알을 재워두었다가 늑대들이 다가들기만 하면 총을 쏠수있어야 했던것이다. 온 오전을 기다렸지만 늑대들의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았다. 점심때, 몽크의 부친 아칸이 말을 타고 찾아왔다. 아칸은 아들 몽크네 양을 늑대가 물어갔다는 소문을 들은후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가만히 앉아만 있을수 없었던것이다. 아칸 역시 동네에서는 한다하는 오랜 사냥군으로서 30여년의 사냥경험이 있었다. 하기에 빠이하바에서 사냥을 꼽으라면 다어르한과 비슷하게 이름을 올릴수 있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늑대란 놈들들이 감히 아칸 아들네 양을 잡아먹었으니 아칸이 어찌 가만히 앉아만 있을수 있으랴. 아칸은 도무지 진정할수 없었다. 오랜 사냥경력이  있는 아칸으로서는 도무지 그같은 릉욕을 받아당할수 없었던것이다. 아칸은 오래동안 간수하여두었던 사냥총을 내리워 잘 닦아들고 단숨에 말을 달려 쫓아왔던것이다. 문을 나설 때 마누라가 아칸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어디로 가슈? 태풍을 만난 나무잎처럼 씽—씽— 날아서.” 아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카나스하루 가오. 늑대 잡으러.” “안가면 안 돼요?” 마누라도 올해 늑대가 수없이 많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지라 모름지기 근심이 나서 애원하듯 소리쳤다. “안되지. 안가면.” “왜 안돼요?” “늑대란 놈들이 우리 몽크네 양을 잡아먹었다우. 그 애 겨우 20살을 넘겨서 바람할애비두 아직 그 애 머리에 쓴 모자를 날려보지 못했는데… 눈령감두 아직 그 애 신은 장화에 얼음 한번 얼궈보지 못했단 말이우. 그런 애숭이가 그래 이같이 엄청난 일을 혼자 받아당할수 있단 말이요? 그러니 애비인 내가 가서 그 애를 위로해야 할게 아니요? 그 애와 늑대잡이대원들을 도와 늑대를 잡아야 한단 말이우.” “그런 일이네요. 좋아요. 그럼 가보세요.” “그러이, 나는 가오.” 아칸은 소리치면서 말등에 뛰여 올라 두 다리를 말배에 딱 부쳤다. 말은 인차 마을을 벗어났다. 말이 껑충껑충 뛰여가는바람에 아칸은 발이 말등자에 비틀려 몹시 아파났다. 아칸은 잠간 발을 움직여 아픔을 달래다가 다시 두 다리로 말배를 꽉 조이며 채찍을 날렸다. 말은 눈 깜빡 할 새에 멀리로 뛰여갔다. 몽크는 그때까지도 카나스하기슭에 있었다. 몽크나 마씨는 모두 사냥에 깊은 경험이 없기에 늑대의 상대가 못되였다. 그들이 만약 맹목적으로 늑대와 대적을 한다면 의외의 일이 생길 가능성이 많았다. 카나하기슭에 다달은 아칸은 머리를 들어 저멀리 설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슴속밑자락에서 한줄기의 힘이 솟구쳐오르는듯싶었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 박절하게 늑대를 잡으려고 하는가? 가슴이 후둑후둑 뛰게 아칸의 등을 미는 답안은 바로 원한때문이였다. 늑대들이 아들 몽크네 양을 물어죽였기때문이였다. 하기에 아칸은 늑대를 잡아 아들 몽크를 위해 복수를 해야 했던것이다. 그외 또 다른 원인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수 없는 비밀 같은것이 한가지 있기는 했다. 근년에 와서 아칸은 늑대가죽이나 이발, 늑대대퇴골 같은것을 밀매하여 적지않은 돈을 벌었던것이다. 며칠전에 하바하현성의 장사군들이 인편에 소식을 전해왔는데 올해는 늑대가죽이나 늑대이발 그리고 늑대대퇴골이 모두 값이 폭등했다는것이였다. 거기다 올해 늑대들이 사처에 출몰한다는 말까지 얻어들은 아칸은 재간껏 솜씨를 펴서 늑대를 잡아 목돈을 벌어볼 생각이였다. 올해 수많은 늑대들이 출몰하여 목민들에게 일종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있지만 어쩜 아칸에게는 돈을 벌수있는 절호의 기회로 되는지도 몰랐다. 아칸은 이 기회를 놓지지 않고 늑대를 잡으리라 결심했던것이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제발로 찾아온 아칸을 보고 모두 기뻐마지 않았다. 어쩌면 물이 드디여 강에 흘러들고 양무리에 마침내 선두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아무튼 그들에게는 든든한 의지가 생겼던것이다. 아칸은 늑대들이 물어죽인 양을 물속의 돌밑에 숨겼다는 말을 들은후 한껏 량미간을 찌프렸다. 아칸마저도 늑대들이 그처럼 교활할줄은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만약 강물이 불면서 양꼬리를 밖에 들어내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늑대들이 물속에다 꿍꿍이를 꾸며놓았다는것을 몰랐을것이다. 마씨가 아칸에게 물었다. “어쩌면 좋을가유? 우리는 이미 반나절이나 기다렸는데 늑대란 놈들이 여직 나타나지 않는구만유.” 아칸이 입을 열었다. “그놈들이 어제 우리 아들네 양을 잡아 만포식했으니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거겠지. 그러니 이렇게 반나절을 열번 더 기다려도 그놈들은 오지 않을거네.” 마씨는 얼굴에 짙은 근심을 담아들고 아칸을 바라보면서 다급히 물었다. “그럼 우리 어찌하면 좋을가유?” 아칸이 시무룩히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그놈들은 스스로 어찌해야 할지를 잘 알걸세. 그놈들은 진작 자네들이 찾아올것을 짐작했을걸.” 늑대잡이대원들은 모두 이상한 눈길로 아칸을 바라보았다. 자기들이 길에서 발자국도 저겨디디며 그렇게 조심했는데 늑대들이 어떻게 그 동정을 알수 있는가 하는 의아한 눈길들이였다. 그들은 마씨의 충고대로 길섶에다 오줌을 누지 않았고 침 한방울 뱉지 않았으며 지어는 길에 난 발자욱마저 나무잎으로 살살 쓸어서 지우며 왔던것이다. 그런데도 늑대가 그들의 동정을 알아냈단 말인가? 아칸이 마씨네를 보고 물었다. “자네들, 바람에는 신경을 썼댔나? 사냥군이라면 응당 첫해에 바람소리를 든는법을 배워야 하고 구름을 보는법을 배워야 한다네. 자네들은 바람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늑대란 놈들은 아닐걸세. 그들은 바람을 자기들의 생명의 끈으로 생각하고 단단히 잡고있다네. 어쩌면 바람에 의지해 살아간다고도 할수 있지.” 늑대잡이대원들은 그제야 자기네들이 근본 바람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았다는것을 의식하게 되였다. 하지만 늑대잡이대원들은 응당 어떻게 바람에 주의를 돌려야 하는지를 모르고있었으며 바람을 방심하면 어떤 후과가 초래된다는것도 알지 못했다.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을 보고 두손을 높이 쳐들어 손으로 바람을 느껴보라고 했다. 잠간후 그들은 모두 손을 내리우고 손에 바람이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바람은 어느새 그들의 손을 차갑게 해주던것이다. 아칸은 바람을 마주하고 섰다. 어쩌면 바람을 향해 일종의 경건한 의식을 하는것만 같았다. 누군가 바람을 알고있다면 그것은 그가 바람을 존경하기때문일것이다. 누군가 바람을 알고 그 바람을 존경한다면 곧 바람을 리용할줄 할게 될것이다. 누군가 바람을 잘 리용하기만 한다면 그는 바람으로부터 크나큰 보답을 받게 될것이다. 아칸은 손으로 카나스하곡아래쪽에 있는 산기슭의 평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를 보라구. 얼마나 평탄한가. 바람은 저기까지 불어간후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구 자취를 감출걸세. 그래서 늑대들은 저 부근에 숨기를 좋아할거구. 그것은 자기들의 냄새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 퍼지는것을 막기 위해서겠지. 다른이들이 냄새마저 맡지 못하는 곳에 숨에서 태평성세를 누리려는거겠지. 어쩌면 그놈들이 지금 어딘가에 숨어서 자네들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리고있을지도 몰라.” 한 늑대잡이대원이 물었다. “늑대들이 어떻게 우리가 이 곳에 있는줄을 알가요?” “자네들은 지금 바로 바람이 통하는 길목에 있지 않는가. 바람이 자네들의 냄새를 실어다준거지. 늑대들은 그렇게 자네들의 냄새를 맡고 자네들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것을 아는거구. 그놈들은 긍정코 저 평지부근의 어느곳에 숨어있을걸세.” 바람도 사람들의 행적을 폭로할수 있구나. 늑대잡이대원들은 갑자기 뭔가를 터득하는듯싶었다. 따라서 늑대들의 교활함에 다시한번 놀라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늑대야말로 신출귀몰하는 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웬간해서 늑대를 쫓아잡을수 없겠지만 늑대는 어느 순간 어느곳에서 불쑥 뛰여나와 사람을 공격할수도 있는것이였다. 참으로 다행이였다. 만약 아칸이 이런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늑대잡이대원들이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늑대란 참으로 무서운 짐승이구나. 마씨는 스멀스멀 밀려드는 공포를 떨쳐버릴수 없었다. 하지만 또 반면에 강한 승부욕이 파랗게 머리를 쳐드는것도 어쩔수 없었다. 흰갈기늑대도 꼭 저 무리에 있을것이다. 바로 저기서 늑대무리를 지휘하여 사람들과 싸워이기려고 할것이다. 마씨는 산기슭의 넓은 평지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나무와 돌멩이와 흙언덕 외에 다른 물건이라고는 없었다. 늑대는 어디에 숨은것일가? 마씨는 이미 테레크목장에서 흰갈기늑대의 흉악함을 경험한적이 있는지라 만약 정말 그놈이 이 늑대무리를 지휘한다면 긍정코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을 교묘한 곳에 몸을 숨겼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씨는 늑대들이 비록 눈에 뜨이지는 않지만 꼭 평지부근의 어느 곳에 몸을 숨기고있을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마씨의 눈앞에는 또 흰갈기늑대의 교활한 눈길이 떠올랐다. 그 눈길은 마씨를 다시 공포에로 몰아갔다. 어쩌면 머리우에서 한들거리는 예리한 보검이 당금 머리에 떨어질것만 같이 조마조마한 심정이였다. 마씨는 흰갈기늑대가 속시원히 눈앞에 나타났으면 그래도 숨통이 트일것 같았지만 일면 또 흰갈기늑대가 정말 자기들을 덮칠가봐 두렵기도 했다. 흰갈기늑대가 나타나면 마씨는 잽싸게 방아쇠를 당길것이지만 단번에 그놈을 명중하지 못할가봐 두려웠던것이다. 아칸은 마씨의 복잡한 심사를 환히 꿰뚫어보는것 같았다. 그는 벙글써 웃으며 마씨에게 물었다. “자네, 두려운거지?” 마씨는 아칸이 자기를 겁쟁이라고 할것 같아 인차 발뺌을 했다. “아, 아니요.” 아칸이 말을 이었다. “말의 심사는 발굽에서 보이고 사람의 심사는 얼굴에서 보이는거라네. 자네의 얼굴에 지금 나 무섭수 하구 쓰여져있다네.” 마씨는 더 이상 아칸을 속이고싶지 않아 속내를 들어내보였다. “그래유, 웬지 흰갈기득대가 정말 무섭단 말이예유, 그놈은 보기 드물게 흉악하거든요.” 아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테레크목장에서 이미 그놈을 만났더랬다지? 나두 그 소문을 들었네.” “그래요, 우리는 그때 그놈을 함정에 빠뜨렸댔어유. 총으로 단번에 그놈을 쏴죽일수도 있었쥬. 하지만 그놈은 끝내 도망친걸유.” 아칸이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어르한이 떠난후 그놈이 곧 도망을 쳤더랬지?” “그래유.” “음… 만약 다어르한이 떠나지 않았더면 그놈이 도망치지 않았을수도 있었겠네. 다어르한이 떠나자 마자 그놈이 도망친걸보면…” “다어르한 그 사람의 몸에서는 늘 흉악한 빛이 흐른다니까요. 흰갈기늑대도 그 점을 느꼈던가봐요. 그래서 다어르한이 떠나자마자 시름놓고 도망친것 같아유.” 아칸이 다시한번 머리를 끄덕이며 “아마 그럴걸세.” 하고 말했다. 아칸은 그런 점까지 인차 터득하는것을 보면 마씨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였다. 마씨가 아칸에게 말했다. “나는 꼭 흰갈기늑대를 잡을거예유. 그놈이 바로 저 아래에 있을거니까.” 아칸이 마씨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럴수도 있겠지.” 마씨는 애원하는듯한 목소리로 아칸에게 물었다. “어서 말씀 좀 해보세유, 우리 지금 어떻게 해야 할가유?” 아칸이 대답했다. “방법이라… 아마두 먼저 그놈을 유인해내야 하겠지?” 늑대잡이대원들은 그 말에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 흰갈기늑대를 유인해낼수 있다면 그들은 그놈에게 통쾌하게 총알세례를 안겨줄것이였다. 흰갈기늑대가 아무리 교활하다고 해도 비발치느듯 날아드는 총알은 피할수 없을것이니까.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을 바라보며 모두들 자기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말 그대로 흰갈기늑대를 대처하기 쉽지 않을것이요, 만약 그놈을 정말 쏘아죽인다고 해도 그렇게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놈이 죽으면 자칫 사람과 늑대 간의 기나긴 혈전이 시작될수도 있다는것이였다. 지난날일을 돌이켜보아도 사람은 언제나 원한에 찬 늑ㄹ대들의 보복적인 진공을 받아당할수 없었던것이다. 만약 늑대들이 정말 원한이 골수에 사무쳐서 사람에게 보복을 할라치면 사람은 십중팔구 목숨을 보존하기 어려웠던것이다. 하기에 흰갈기늑대를 죽이지 않고서도 늑대무리를 쫓아버릴수 있으면 극력 그 방법을 택하는게 명지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놈들을 쫓아서 더 이상 양을 손해보지 않으려는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것이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아칸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를 알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칸은 강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협곡쪽을 바라보았다. 뽀얀 안개가 산을 먹어버려 산에 난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산에 워낙 길이 없는듯 느껴지기도 했다. 목장을 드나드는 소와 양은 반드시 그 산길을 지나야 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면 산길은 눈속에 누워 묵묵히 이듬해 다시 나타날 소나 양을 기다렸다. 평소 산길은 늘 고요했다. 오직 늑대가 나타나야만 산길은 잠간씩 북적거렸다. 늑대는 문뜩문뜩 나타나서 소나 양을 덮치군 했다. 하기에 해마다 몇마리의 소나 양들이 이 길에서 목숨을 잃군 하였다. 길은 소리없이 멀리로 뻗어가고 그 길을 오가는 적지 않은 소와 양들이 해마다 늑대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마씨가 아칸에게 물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가요?” 아칸은 잠간 생각을 굴리더니 몽크와 한 늑대잡이대원을 불러다가 방법을 대서 양 몇마리를 그곳까지 몰아오라고 분부했다. 양이 있으면 늑대들을 유인해낼수 있다는것이였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말을 타고 마을로 돌아갔다. 두시간후, 그들은 다시 카나스하곡아래쪽에 나타났다. 그들은 몽크네 집에 남아있는 여섯마리 양을 몽땅 몰아왔다. 그들은 떠날 때 아칸이 분부한대로 양을 카나스하곡에 몰아넣고 걸음을 멈추었다. 양들은 유유히 풀을 뜯기 시작했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그곳에서 아칸의 기별을 기다렸다. 딱히 할 일도 없는지라 그들은 한담을 시작했다. 몽크와 늑대잡이 대원이 하곡에 들어서서 얼마 안되여 아칸과 늑대잡이대원들은몽크네 뒤를 따라 하곡에 들어가는 늑대무리를 발견하게 되였다. 20마리는 실히 될것 같았다. 그놈들은 몸을 한껏 낮추고 어슬렁어슬렁 몽크네를 따랐던것이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바로 아칸이 늑대를 유인하기 위해 던진 미끼였던것이다. 늑대들이 나무잎과 바위에 의지해 몸을 숨기며 따라왔기에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오래동안 그놈들을 발견하지 못했던것이다. 아칸과 늑대잡이대원들은 진작 늑대무리를 발견하고 주시하고있었다. 늑대무리가 비록 조용히 몽크네를 따라왔지만 행동만은 여간만 날렵하지 않았다. 그놈들은 한 굽이를 에돌자 삽시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늑대무리가 안 보여요.”     한 늑대잡이대원이 놀라 소리쳤다. 잠간후 그들은 늑대무리가 길 다른쪽에 있는것을 발견했다. 늑대무리는 굽이를 돌면 자기들의 행적이 발견될가봐 눈 깜빡 할 새에 길 다른쪽에 들어섰던것이다. 늑대무리는 산등성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행동이 날렵했던것이다. 마씨는 늑대무리에 흰갈기늑대가 있는가를 살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똑똑히 볼수 없었다. 그때 한 늑대잡이대원이 또 소리쳤다. “늑대무리가 또 없어졌어요.” 모두들 도정신해서 여기저기를 살폈지만 늑대무리는 과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곡에는 몽크와 그와 함께 간 늑대잡이대원과 몽크네의 6마리 양이 어렴풋이 보여올뿐이였다. 한참후에야 아칸네는 늑대무리가 로반아래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기는것을 볼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자기들의 뒤를 따르는 늑대무리를 의식하지 못하고있었지만 그놈들은 고도의 경각성만을 가지고있었다. 그놈들은 길 한쪽으로 한동안 걸음을 옮긴후 인차 로선을 바꾸어 들어서군 했다. 늑대무리는 그 같은 경계심으로 자기들에게 미칠 어떠한 상해도 미연에 방비했던것이다. 늑대무리는 천친히 수림속에 들어섰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아칸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늑대들이 참으로 창궐하단 말이요, 창궐해. 분명 사람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기어코 양을 잡아먹으려고 뒤를 따릊니 말이요. 마씨는 여진히 흰갈기늑대가 생각나서 아칸에게 물었다. “저 놈들속에 흰갈기늑대가 있을가요?” 아칸이 입가에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보통 늑대도 대처하기 힘들어하면서 흰갈기늑대를 찾다니…” 마씨가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아래말을 이었다. “며칠전에 테레크목장에서 다어르한은 흰갈기늑대가 바로 늑대왕이라는것을 알고있었어유. 하지만 그는 나에게 그 점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그놈과 어깨를 스쳐지났을뿐이쥬. 나는 기어코 그놈을 죽여버릴거예유. 맹세해유.” 마씨의 말을 듣고 아칸이 입을 열었다. “맹세는 그렇게 쉽사리 하는게 아니라우. 이발은 어떻게 해도 칼로 변할수 없거든. 맹세만으로는 하늘을 떠받칠수 없는거라우. 하물며 그놈이 흰갈기늑대인데야. 어쩌면 자네는 며칠전에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흰갈기늑대를 만난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라우. 후에는 다시 흰갈기늑대를 만날수 없을지도 있다는거지. 나는 30여년이나 사냥을 했지만 한번도 흰갈기늑대를 본적이 없다우.” 아칸의 말을 들으며 마씨는 가슴속밑자락으로부터 머리를 쳐드는 잔잔한 아픔을 느꼈다. 그 시각 마씨는 다어르한이 흰갈기늑대를 바라볼 때의 그 고통스럽고 차디찬 눈길을 떠올리고있었던것이다. 다어르한은 40여년이라는 사냥경력을 가지고있었다. 하기에 그 자신도 자기의 총에 맞아 죽은 늑대가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릴수 없었다. 그런데도 다어르한은 왜 흰갈기늑대를 보면서 얼굴에 그 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을가? 마씨는 눈길을 수림에 들어선 늑대무리에게 돌렸다. 마씨는 더 이상 다어르한이 늑대를 바라볼 때의 그 눈길을 떠올리고싶지 않았다. 마씨는 속으로 다어르한의 종잡을수 없었던 그 눈길은 일종의 무서운 사실을 예고하는것이였을것이라고 짐작했다. 마씨는 그 무서운 사실이 무엇인지를 딱히 찍어 말할수는 없어도 심리적인 예감은 아주 강렬했으며 그 느낌 또한 사뭇 불길한것이였다. 마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속으로 자신을 달랬다. 그래, 더 이상 그놈을 생각하지 말자. 흰갈기늑대란 그 존재 자체가 상세롭지 못한것이니까.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그것은 다어르한이 당해야 할 몫이니까 나하구는 아무 관계도 없는거야. 마씨는 수림에 있는 늑대무리를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목에 흰갈기를 가진 늑대를 발견할수 없었고 그의 눈앞에도 다시는 다어르한의 착잡한 눈길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씨는 그 늑대무리에 흰갈기늑대가 없다고 단정하려고 애를 썼다.  마씨는 이번 걸음에 꼭 흰갈기늑대를 잡겠다고 맹세했었지만 도무지 희망이 없을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잡자 마씨는 어딘가 실의감 같은것이 몰려왔다. 늑대잡이대원들은 한시급히 늑대무리를 향해 공격을 개시하고싶어했지만 아칸이극력 막아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급해할것 없소. 아직 그놈들이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만약 지금 뛰쳐나간다면 자네들이 아직 그놈들곁에 다달으지도 못했을 때 그놈들이 먼저 알고 도망갈거요. 그놈들은 소나 양이 목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려 긍정코 오래동안 수림에 매복해있을것이요. 올해 날씨는 늦도록 그렇게 따듯해지지 않는구만. 그래서 양무리들이 며칠 늦게야 목장에 들어가게 되는게지. 늑대들은 목장에 들어오는 양무리들을 기다리느라 진작 굶주림에 처해있을것이요. 그래서 어제는 미친듯이 몽크네 양을 잡아먹은거구.” 마씨가 아칸에게 다잡아 물었다. “그놈들이 어제 양고기를 배불리 먹었겠는데 왜 오늘도 물러가지 않는거죠?” “그놈들이 어제 양을 잡아 배불리 먹고서도 아직 물러가지 않는것은 올해 여름나이준비를 하기 위해서라오. 그놈들은 수많은 양무리나 소무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것이지. 만약 양무리나 소무리가 나타나면 방금처럼 슬그머니 꽁무니를 따라서 그들이 어니 목장으로 가는가를 살피는게지. 그놈들은 소나 양무리가 목장에 들어서기를 기다렸다가 긴긴 여름을 가면서 한마리한마리 잡아먹으려는것이지.” “참, 늑대 그놈들이 흉악하기도 하군요.” “그럼, 늑대들은 바로 그 흉악함으로 이 세상에 살아남는거라오. 그놈들이 방금빠져나온 그 수림은 바로 협곡우에 있는것이라오. 소나 양들은 목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협곡을 지나야 하지. 늑대들은 소나 양이 그곳을 지날 때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따라서는거라오. 올해는 날씨때문에 소나 양이 목장에 들억서는 시간이 여느해보다 늦어진것이지. 하지만 그놈들은 여전리 이곳에서 지나가는 양이나 소무리를 기다리려고 할것이요. 만약 소나 양들이 목장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며칠 더 연기된다면 그놈들은 어제 물속에 숨겨놓은 양고기를 다 먹어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것이요. 그럼 그놈들은 저마다 맥이 빠져서 몸을 지탱하기마저 힘겨울테지. 하지만 그놈들의 눈길만은 여전히 평소와 꼭같이 서리발칠것이요. 그놈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가슴에 심어둔 신념을 불꽃처럼 활활 불태울것이니까. 늑대들은 곤난에 처할수록 더욱더 야성을 들어낸다오. 하기에 아무리 굶주린 상태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목표를 향해 맹공격을 할수 있는것이지. 하지만 그놈들은 몸을 숨기고있을 때는 굶주림에 당장 쓸어질듯싶어도 아무 소리 내지 않는다오. 가끔은 적당한 기회를 노리기 위하여 바람이 불어치고 폭풍우가 쏟아져도 지어는 겨울에 한기가 뼈속까지 슴여들어도 꼼짝하지 않는다오.” “그점에서 늑대들은 사람과 비슷하쥬?” “어쩜 사격수들이 늑대들에게서 일종의 계발을 받았는지도 모르지. 전장에서 사격수들은 매복하고있을 때 어떤 일이 있어도 꼼짝 움직이지 않는다오. 목표물이 나타날 때까지 말이요.” “그럼 우리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가요?” “물론 조심해야지. 워낙 그놈들은 한자리에서 계속 소나 양무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려고 했을것이요. 몽크네와 6마리의 양이 나타나기전까지는 말이요. 하지만 몽크네 일행을 보고 그놈들은 목장에 들어가는것이라 착각하고 따라붙은거지. 그래서 늑대들을 너무 창궐하다고 하는것이요. 분명 사람이 함께하는것을 보면서도 그렇듯 대담하게 따라붙는것을 보면 그놈들이 꼭 무슨 음모궤계를 꾸미고있는것이요.”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왔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일순 온몸을 오스스 떨었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듯싶었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양을 몰고 아칸네가 매복해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때 토끼 한마리가 마른 풀속에서 뛰여나왔다. 그놈은 부근에 늑대가 어슬렁거리는것을 모르고있었다. 하기야 늑대무리가 줄곧 바기의 몸을 숨겨왔으니 토끼가 늑대의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토끼가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늑대무리에 들어선 다음이였다. 토끼는 늑대가 제일 잡아먹기 좋아하는 작은 동물이였다. 토끼의 속도가 비록 아주 빠르다고는 하지만 늑대앞에서는 그야말로 번데기앞에서 주름잡기였다. 늑대는 잠간 새에 토끼를 따라잡아서는 그 예리한 발톱으로 죽어라 토끼를 눌러 숨도 바로 쉴수 없게 만들었다. 토끼는 비록 몸뚱이가 작지만 그 고기는 아주 맛이 있었다. 늑대는 토끼를 잡아먹은후 오래도록 그 고소한 고기맛을 며칠씩 음미하군했다. 마른 풀속에서 뛰여나온 그 토끼는 실로 스스로 늑대아가리에 들어간셈이였다. 하지만 이상한것은 늑대들이 그 토끼를 인차 닾치지 않고 되려 못본듯이 강가의 수림으로 들어가버리는것이였다. 늑대무리는 그렇게 또 한번 수림에 몸을 숨겼다. 아칸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실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었더라면 그 기회를 빌어 그놈들의 약점을 파악할수 있을것이고 그놈들을 소멸할수 있다는 신심을 굳혔을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늑대들이 스스로 찾아든 먹이를 놓아버린것이다. 아칸은 수림속으로 들어간 그 늑대들이 초능력을 가진 킬러처럼 느껴졌다. 그놈들은 소리없이 위험에서 벗어났던것이다. 늑대도 아칸도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늑대도 아칸도 이미 보이지 않는 전술을 쓰기 시작했던것이다. 마씨가 감탄했다. “늑대가 참 침착하게 행동하네유.” 아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놈들의 무리에두 침착하지 못한 놈이 있을거네. 그놈은 꼭 눈앞에서 들까부는 저 토끼를 잡아먹고싶겠지. 그러나 다른 놈들이 랭정하고 분노에 찬 눈길로 자기를 쏘아보고있으니 감히 손을 쓰지 못하고있는거지. 지슴쯤은 토끼도 사실 무엇인가를 느끼고 놀라서 혼이 구중천으로 올라갔을걸세. 묘하게도 그놈 역시 약은 놈이라  진작 늑대들이 오늘은 자기를 잡아먹지 않을거라고 판단한거야. 그래서 도망칠 용기가 생긴거구. 생각해보게. 토끼가 얼마나 시름놓구 뛰여서 인차 종적을 감추던가. 늑대가 일부러 토끼를 놓아준것은 바로 무리들속에서 절대적인 안정을 유지하려는 심사에서이지. 그리구 또 한가지, 그놈들은 자기들이 토끼를 잡으려고 허둥거리는 사이 바람이 자기들의 냄새를 멀리로 실어갈것이라는것까지 예측한거야. 그러면 미각이 예민한 동물들은 멀리에서도 늑대냄새를 맡을수 있거든. 수림에 사는 새들도 늑대를 보고 당황망조해서 우짖어댈거구. 이러한 상황은 모두 늑대들의 정체를 세상에 알리게 되는거지. 그러면 며칠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으니 그놈들은 바로 그것을 미연에 막으려는것이지. 늑대는 어떤것을 놓아서 어떤것을 얻어야 한다는 리해득실을 제일 잘 아는 동물이라고 할수 있는거지. 이 같이 관건적인 시각에 늑대들은 작은 토끼를 놓아서 큰것을 얻으려는 장원한 타산을 한거지.” 마씨는 아칸의 분석에 진심으로 탄복하는듯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아칸의 사냥솜씨가 전혀 다어르한에 짝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마씨는 자기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고  멀리로 가버린 다어르한에 대하여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황차 진심으로 자기를 도와주려고 찾아온 아칸이 곁에 있는데야. 아칸이야 말로 자기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진실한 사냥능수였던것이다. 산골짜기를 가로 지난 오솔길에서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잠간 걸음을 멈추고 양들이 풀읋 뜯게 하였다. 아칸이 생각하건대 늑대는 양들이 길에서 움직일 때는 절대 덮치지 않을것이였다. 하지만 양들이 걷지를 않고 머리를 숙여 풀을 뜯는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되는것이였다. 양들이 풀을 뜯느라 경계심을 늦춘 그 기회를 타서 늑대는 손쉽게 양들을 물어죽일수 있는것이였다. 그런 생각에서 아칸은 몽크에게 길에서 양들을 산골짜기에 몰아넣어 풀을 뜻게 하라고 미연에 분부를 해두었던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늑대무리를 사격이 가능한 구역에 유인해드릴수 있는것이였다. 비록 늑대무리를 유인해들인다고 해도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이 꼭 늑대무리를 소멸할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의 솜씨를 그닥 믿지 않았던것이다. 하기에 아칸은 딱히 늑대무리를 소멸하려는 생각보다도 그놈들을 크게 놀래워 목장이 보다 안정되게 하려는 타산을 더 많이 했다. 갑자기 한 늑대잡이대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빨리 저기 늑대무리뒤쪽을 보세유, 흰갈기늑대가 있어유.” 모두들 그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늑대무리뒤쪽에 있는 바위우에 늑대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목에 둘러진 흰털이 유표하게 눈을 파고들었다. 흰갈기늑대가 틀림없었다. 모두들 흥분으로 들끓었다. 흰갈기늑대가 관연 늑대무리에 있었던것이다. 그놈은 쉽사리 무리를 떠날수 없었던지 멀리로 도망가지 않았던것이다. 마씨는 흰갈기늑대를 뚫어지게 쏘아보며 일행의 의론을 들었다. 하지만 마씨는 정작 한마디도 삐치지 않았다. 흰갈기늑대는 마씨에게 굴욕을 안겨준 원흉이였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그놈을 쏘아죽이고싶었다. 하지만 마씨는 사실 단번에 그놈의 명줄을 끊어버릴 자신이 없었다. 하기에 그는 스스로 “참자, 참아!”  하고 자신을 달랬다. 참기만 하면 어느땐가 확실핟게 그놈의 명줄을 끊을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수 있을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생각을 고쳐먹자 흰갈기늑대를 바라보는 눈길이 약간 순해졌다. 마씨는 흰갈기늑대가 바위우에 허리를 납짝 붙이고 누워있는 모양을 이윽하니 바라보았다. 흰갈기늑대도 어딘가 불쌍한데가 있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속에 떠올랐다. 워낙 그놈도 다른 어미늑대들처럼 굴에 들어가 새끼 낳을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것이다. 하지만 흰갈기늑대는 테리크목장에서 함정에 빠지는바람에 수컷이 파놓은 늑대굴을 잃고 이렇게 류랑의 길에 오르게 되였던것이다. 하지만 그놈은 필경 늑대왕인지라 이 무리에서도 여전히 다른 놈들의 보살핌을 받을수는 있는것이였다. 흰갈기늑대는 바위우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른 놈들도 수림에 엎드려 움직이지를 않았다. 늑대는 보통 오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각 늑대들은 그런것은 고려없이 흰갈기늑대의 명령을 조용히 기다리고있는것 같았다. 그놈의 명령에 따라 뭔가를 기다리고있는듯싶었다. 몽크와 그와 함께 한 늑대잡이대원은 어딘가 조급증이 일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수시로 아칸과 다른 늑대잡이들이 매복해있는쪽을 곁눈질 했다. 하지만 아칸은 여전히 가타부타 말이 없는지라 얼지로 아무 큰심도 없는듯한 강가에서 한담을 했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들은 그때까지도 뒤에 늑대무리가 따른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하지만 아칸은 양을 발견한 늑대무리는 언젠까지라도  그들을 따르다가 갑자기 앞에 나설것이라고 판단했다. 늑대들은 몽크네를 따르기만 하면 언젠가는 더 많은 양들이 있는 목장이 나질것이라고 믿고있을것이기때문이였다. 만약 수많은 양들이 욱실거리는 목장을 찾지 못한다손쳐도 조용히 몽크네를 따르기만 하면 그들이 몰고가는 6마리의 양을 잡아먹어도 수지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늑대들에게 있어서 이 시각 양은 제일 큰 유혹으로서 어느놈이든 군침을 흘리지 않을수는 없을것이였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아칸이 뭐라고 지령을 내리기를 내심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산골짜기는 여전히 그처럼 조용했다. 아칸네는 어쩌면 새로운 계획을 짜고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다가 조용히 그들을 스쳐버렸다. 카나스하도 출렁출렁 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 급히 흘러가고있었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자기들의 모든것이 늑대들을 유인하기 위한것이라는것이 들통 나는것을 두려워하는듯 일부러 목소리르 높여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가도 애들처럼 쫓거니 쫓기거니 분주히 돌아치기도 했다. 그들의 목적은 늑대들로 하여금 자기네가 늑대무리를 발견하지 못하고있다고 착각하게 하려는것이였다. 그렇게 해야만 늙대무리가 자여스럽게 자기들이 느린 올가미에 머리를 들이밀것이라 생각했던것이다.    늑대무리는 수림에서 오래도록 다른 동정이 없었다. 늑대와 사람은 서로 자기들만의 기나긴 기다림에 지쳐있었다. 물론 늑대들이 기다리는것은 사람이 기르는 양일것이고 사람들이 기다리는것은 그 양을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무리에 통쾌하게 총을 쏠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것이다. 적막한 기다림속에는 서슬 푸른 살기가 숨어 숨쉬고있었다. 3 아칸과 마씨는 한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아칸은 마씨가 이미 60살을 넘겼다는 말에 놀랐다. 마씨는 이번에 늑대잡이대오의 대장을 맡게 된것은 사실 자기가 소원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마씨는 이미 60살을 넘긴 사람으로서 응당 생명을 죽이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집에서 차분히 여생을 보내면서 건강관리나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령도들이 기어코 자기를 대장으로 뽑는바람에 어쩔수 없이 늑대잡이에 나서게 되였다고 했다. 이번에 늑대잡이를 시작한후 마씨는 늑대를 잡기 쉽지않고 자칫하면 목숨마저 잃을수 있다는것을 다시한번 절감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마씨는 이번 걸음이 점점 더 속수무책으로 느껴졌다. 어제밤, 마씨는 사실 빠이하바로 다녀왔었다. 가서 아칸에게 어떻게 하면 늑대를 소멸할수 있는가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던것이다. 동네사람들은 아칸이 30여년이나 사냥을 했ㄷ기에 경험이 매우 풍부하여 빠이하바촌에서는 또 하나의 다어르한이라고 할수 있다고 긍정했던것이다. 하기에 아칸을 늑대잡이대오의 코치로 모실수 있다는것이였다. 마씨는 사실 투바인과 카자흐인의 생활에 대하여 깊은 료해가 없었다. 마씨는 즉시 아칸네 집을 찾아가 늑대잡이대의 코치로 되여달라고 간청하려고 했다. 그때 동네의 한 목민이 마씨를 막아나서며 “하늘의 구름도 흘러가면 그림자를 보이는데 사람이 친구네 집을 찾아가면서 어찌 아무 뜻도 보이지 않을수가 있는가”고 말했다. 뜻인즉  절대로 빈손으로 찾아가면 안된다는것이였다. 그 목민은 마씨를 도와 설탕과 전차 그리고 흰술을 마련해주었다. 마씨는 그것들을 들고 아칸을 찾아갔었다. 마씨는 아칸을 만나자마자 조심스럽게 늑대잡이대오의 코치를 맡아달라고 말을 꺼냈다. 그때 아칸은 한창 늑대가 몽크네 양을 물어죽여서 끌고 간 일을 두고  상심해하고있었다. 하여 다른 일이 귀찮게 느껴져서였던지 “생각이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버렸다. 마씨가 아무리 간청을 해도 아칸은 여전히 머리를 저으며 “안돼, 싫다구.” 하고 잡아뗐다. 마씨는 돌아가서 어떻게 대원들의 얼굴을 마주할가를 생각하니 근심이 앞서서 다시한번 아칸에게 말했다. “만약 정말 친히 나설수 없다면 방법이라도 대주면 안돼유? 그것두 안된다면 내 이 대장노릇을 어떻게 해먹으란 말이쥬? 돌아가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란 말인가유.” 마씨의 간청에 잠간 뭔가를 생각하던 아칸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 카나스하쪽에 가서 살펴보게. 늑대들이 몽크네 양을 잡아갔는데 절대 다 먹어치웠을수는 없네. 그러니 긍정코 어디엔가 숨겨두었을테지. 그놈들은 배가 고프면 그리로 가서 먹을것이네. 자네들은 늑대들이 죽은 양을 숨겨둔 곳을 찾아내여 그 부근에서 늑대들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네. 어쩌면 자네들은 늑대무리를 손쉽게 만날수도 있을것이네.” 아칸의 말을 들으며 마씨는 보물이라도 얻은듯한 심정으로 연신 감사하다고 사례했다. 아칸은 마씨에게 정말 늑대무리가 나타나더라도 꼭 시기가 성숙되였을 때 공격을 개시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시기가 아닌되도 공격을 시작했다가는 적잖은 시끄러움을 초래할것이라고 했다. 아칸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던지 날아나간 탄알은 돌아올수 없으니  꼭 자기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마씨가 아칸에게 어떤 정황하에서 능히 공격할수 있고 어떤 정황하에서 공격하면 안되는가고 물었다. 아칸이 시무룩히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나도 여기서 알수 없지. 그런것은 정황을 봐가면서 판단해야 하니까.” 그 바람에 마씨는 더 이상 캐여물을수도 없었다. 마씨는 아칸에게 다 한번  사례하고는 돌아와 대원들을 이끌고 인차 카나스하로 왔던것이다. 한편 마씨를 돌려보낸후 아칸은 아무리 생각해도 몰려드는 근심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카나스하쪽에서 늑대의 화를 입었다는 엄연한 사실은 뾰족한 송곳으로 되여 아칸의 가슴을 찍어댔던것이다. 아칸도 지난 가을부터 올해 봄 사이에 놀랍게도 많은 늑대가 창궐하게 활동한다는 풍문을 들던것이다. 하지만 아칸을 포함한 빠이하바촌의 모든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늑대들이 어떻게 설쳐대고있느지를 잘 모르고있었다. 아칸은 진짜 “놀랍게도 많은 늑대가 창궐하게 활동”해서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지 아니면 그냥 “놀랍게도 많은 늑대가 창궐하게 활동”한다는 소문에 그냥 두려움에 떠는지도 확신할수 없었다. 하지만 테레크목장에 흰갈기늑대가 출몰했었고 카나스하쪽에서 늑대로부터 화를 입을 입었다는 소문을 들은다음부터는 진짜 늑대무리가 눈앞에까지 왔다는것을 직감하게 되였다. 어쩌면 늑대의 거친 숨소리가 당금 귀를 치게 될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늑대란 놈들이 정말 왔구나. 아칸은 내심으로부터 스멀스멀 몰려드는 공포를 누를길이 없었다. 아칸은 늑대때문에 공포에 떨고 공포에 떠는 자기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것이였다. 아칸은 웬지 늑대잡이를 하다가 큰일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칸은 아까 마씨를 만났을 때 어떻게 위안했으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하여 늑대는 그렇게 잡기 쉬운 동물이 아니므로 자네들이 한여름을 산에서 보내도 결국 늑대 한마리 잡을수 없으리라는 애매한 말만 했던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늑대도 잡지 못하고 사람도 상하지 않으면 제일 좋은 결과일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었다. 당시 마씨도 아칸의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정말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늑대무리는 계속 기회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놈들은 기다림속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까딱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기다림이 끝나면 갑자기 뛰여나와 손쌀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들수도 있을것이였다. 늑대는 속도가 빠르고 기세가 흉맹하기로 상상을 초월한다. 한번 늑대에게 놀라고나면 평소 관심없이 지나치던 바위며 나무들이 모두 흉맹한 늑대로 되여 옹근 세상을 다 삼켜버리려는것만 같이 느껴질것이다. 사람들도  계속 기회를 노리고있었다. 오직 늑대무리가 계속 기다리고있다면 사람도 그놈들을 주시하며 계속 기다리고있을것이였다. 갑자기 늑대무리가 숨어있는 수림ㅇ[ㅔ서 거친 웨침소리가 울려나왔다. 그 소리가 아주 높아서 사람들은 누군가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는듯한 착각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늑대잡이대원들이 아무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그렇게 큰 소리를 낼만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간후 아칸과 한 늑대잡이대원이 수림속에서 한 검은 그림자가 언뜰거리는것을 동시에 발견했다. 머리가 놀랍게 큰 놈이였는데 곁에 있는 나무를 떠박질렀다. 나무는 탄성에 의해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며 그놈의 머리를 냅다갈겼다. 그 바람에 그놈은 분노했던지 다시 머리로 나무를 들이박았다. 나무는 순식간에 뚝 부러져나갔다. 그놈은 나무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가 천천히 기여일어났다. 그놈은 덩치 큰 반달가슴곰이였다. 멀리 않은 곳에서 늑대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들어내여 반달가슴곰을 쏘아보고있었다. 방금 그 반달가슴곰이 그처럼 거칠고 큰 소리를 질렀던것이다. 반달가슴곰은 늑대들이 들어간 수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빈 나무속에 들어있었던것이다 .동면하고있던 반달가슴곰이 동면할 때가 된것이였다. 긴긴겨울을 잠만 자느라 반달가슴곰은 몸에 저장해두었던 지방을 대부분 소모해버린터였다. 따듯한 날씨와 훈훈한 바람은 반달가슴곰으로 하여금 인차 굶주림을 느끼게 하였다. 그 굶주림은 참기어려운것이였다. 반달가슴곰은 급급히 빈 나무속에서 기여나와 몇번 사지를 놀린후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금방 머리를 내민 애기풀만 보일뿐 먹을만한것은 찾을수 없었다. 반달가슴곰은 별수 없어 마을부근으로 내려가 먹을것을 찾기로 했다. 반달가슴곰은 사람들이 이 계절에 감자를 심는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비록 땅에 묻힌 감자쪼각이 작기는 해도 찾아내기만 한다면 그런대로 기아는 달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긴긴 겨울을 동면으로 보낸 반달가슴곰은 금방 잠에서 깨여나 촉각이 둔했기에 먼저번의 그 작은 토끼처럼 스스로 늑대무리가 숨어있는 수림으로 찾아들었던것이다.  늑대무리를 발견한 반달가슴곰은 갈음을 멈추었다. 반달가슴곰은 늑대무리를 두려워할 대신 되려 거칠게 소리를 질러대면서 늑대무리를 쏘아보았다. 반달가슴곰은 마을에 내려가 감자쪼각을 파서 기아를 달래려던 생각을 바꿔 늑대를 한마리 잡아 만포식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늑대무리에서는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뜻밖에 나타난 불청객 반달가슴곰으로 하여 늑대들은 커다란 시끄러움에 부딪치게 된것이다. 늑대들은 자기들의 존재를 들어내지 말아야 하기에 섣불리 반달가슴곰과 대결을 벌릴수도 없는것이였다. 하여 늑대들은 반달가슴곰이 스스로 그곳을 떠나기만을 바랐던것이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은 세상 무서운것이 없다는듯 괜히 거친 소리를 크게 질러대면서 늑대들과 맞장을 떠보려는듯한 태세를 지었던것이다. 늑대들은 반달가슴곰의 거동에 약간 긴장감을 느끼면서 슬금슬금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어느때 날아들지 모를 반달가슴곰의 두텁고 큼직한 발을 힘을 합쳐 막아보려는것이였다. 늑대들이 철석같이 모여서자 반달가슴곰은 일시 어떻게 공격했으면 좋을지 궁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반달가슴곰은 두눈 가득 분노를 담아 늑대들을 쏘아보았다. 늑대와 반달가슴곰 간의 긴장한 대치상태가 형성되였다. 반달가슴곰은 성격이 거칠기로 유명한데 동물들중에서 인내력이 제일 차하다고 할수 있었다. 시간이 잠간 흐르자 반달가슴곰은 차츰 지루하고 숨막히는 기분을 주체하기 어려웠던지 앞발을 들어 나무를 갈겨댔다. 순간 나무는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불거지고말았다.  반달가슴곰은 수림이 찢어지라 소리를 질러대며 허리 부러진 나무를 다시한번 쳐서 저쪽으로 날려보냈다. 그 바람에 수림에서는 잠간 요란한 소리가 울러퍼졌다. 반달가슴곰의 거친 거동으로보아 얼마 안 있으면 늑대무리와 혈전을 벌릴것만 같았다. “그놈 늑대들의 운수도 불길하구려.” 아칸이 한숨을 푸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니나다를가 늑대무리들이 불안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놈들은 서로 눈길을 주고 받으면서 뭔가를 의논하는듯싶었다. 갑자기 늑대 한마리가 뢰성같이 소리를 질러댔다. 늑대잡이대원들은 깜짝 놀라면서 모두 소리나는쪽을  바라보았다. 흰갈기늑대가 눈에안겨들었다. 보매 방금 소리를 지른 놈이 바로 흰갈기늑대인것 같았다. 흰갈기늑대는 늑대무리를 지휘하여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마음 먹은것 같았다. 흰갈기늑대의 포효가 멎자 늑대 한마리가 갑자기 무리에서 나와 반달가슴곰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위곁까지 뛰여가 분노에 찬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 거동에 더욱 진노한 반달가슴곰은 수림이 떠나갈듯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더니 쏜살같이 늑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늑대는 몸을 돌려 산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분통이 터져버린 반달가슴곰이 어찌 포기할수 있으랴. 반달가슴곰은 앞에서 달리는 늑대를 쫓아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여갔다. 이것이 바로 흰갈기늑대가 바라는 효과였다. 흰갈기늑대는 방금 도망치기 시작한 그놈을 제물로 반달가슴곰을 유인하여 그곳을 떠나게 하려는것이였다. 오직 그렇게 해야만 다른 놈들이 더 이상 시끄러움을 받지 않고 그곳에 남아 사람들과 양무리의 동정을 살필수 있다고 판단했던것이다. 늑대들로 말하면 이 나날은 정말 너무 힘들어 숨쉬기마저 힘든 시간들이였다. 늑대들은 벌써 며칠이나 먹이를 찾아 헤맸지만 수림에 사는 동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지어는 토끼 한마리도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던것이다. 하기에 눈앞에 있는 여섯마리의 양은 그처럼 소중한것이였고 그놈들은 바로 그 소중한 양을 놓지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하여 뒤를 따르고있었던것이다. 늑대무리는 될수 있는한 그놈들을 따라 목장에 들어가 더 많은 양이나 소를 잡아 기아를 달래려는것이였다. 그 시각의 늑대는 사람을 방불케 했다. 사람처럼 사색하고 판단하고 견지할줄 알았다.  더 큰 리익을 위해서는 장원한 타산을 할줄도 알았던것이다. 사람들은 늘 늑대를 교활한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 교활함은 사람들과의 겨룸에서 양성된것일수도 있다. 늑대는 그렇게 양성된 교활함을 무기로 사람들과 또 새로운 겨룸을 시작하는것이다. 어느 목민은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늑대에게는 사람의 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늑대의 사유가 없는거죠. 하기에 사람은 결코 늑대를 당해낼수 없는것입니다.” 그놈은 반달가슴곰앞에서 나는듯이 달려 눈 깜빡 할 새에 수림을 벗어나 작은 도랑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놈을 쫓는 반달가슴곰의 속도도 그에 못지 않았다. 반달가슴곰도 나는 돌멩이처럼 도랑에 뛰여들어 늑대에게 덮쳤다. 산골짜기는 비교적 넓은편이여서 늑대는 네다리로 활개치며 손쉽게 그곳을 벗어날수 있었다. 하지만 늑대는 산골짜기밖의 그 넓다란 평지가 자기의 생명이 마감할 자리로 될줄은 몰랐을것이다. 반달가슴곰의 속도가 놀랍게도 빨라지더니 삽시에 크 바위처럼 늑대의 등을 내리눌렀다. 늑대가 몸을 빼려고 할 때 반달가슴곰은 그 커다란 발로 늑대를 후려쳤다. 늑대는 눈앞에서 무수한 오각별들이 번쩍이는듯한 환영을 느끼면서 한옆으로 나가넘어졌다. 반달가슴곰은 인차 따라가서 또 한번 늑대의 등을 후려쳤다. 늑대의 허리가 우지끈 소리를 내면서 끊어졌다. 늑대는 극심한 동통을 느끼며 산천이 떠나갈듯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러올렸다. 하늘땅이 까맣게 변하며 흔들리고있었다. 갑자기 땅이 꺼지며 커다란 심연으로 되여 자기의 몸뚱이를 집어삼키는것만 같았다. 늑대무리들은 그놈의 애절한 부르짖음을 듣고있었다. 반달가슴곰을 유인하는 임무를 맡고 나간 자기들의 동료가 마지막 숨을 톺고있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하지만 늑대무리는 여전리 움직이지 않았다. 숨소리 한번 크게 내쉬지 않고 땅에 그린듯이 누워있었다. 반달가슴곰은 다시 몇번이나 앞발로 늑대를 후려쳤다. 그 바람에 늑대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흰 뇌즙과 붉은 피가 사처에 튕겨나갔다. 하지만 몸뚱이는 굳어진듯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소리없이 늑대무리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를 지켜보고있었다. 흰갈기늑대가 파견해보낸 그놈은 자기의 목숨으로 자기들 무리가 계속 기회를 기다릴수록 비장한 생명의 찬가를 엮어놓았던것이다. 그놈은 무리를 떠나 죽음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약간한 주저심마저 보이지 않았었다. 그놈은 반달가슴곰의 발에 얻어맞아 목숨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떳떳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것이다. 아칸은 그놈이 반달가슴곰의 발밑에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다시한번 그 당당함에 놀라지 않응ㄹ수 없었다. 그놈은 죽음의 방식으로 자기가 소원하는바를 이루어내려했던것이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도 그때 자기들 뒤에서 나는 거친 동정을 감지하고있었다. 하지만 아칸의 지령을 받지 못하였기에 어떻다할 행동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강가에서 한담을 해나갔다. 그들 두 사람이 떠나올 때 아칸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늑대무리가 모두 모습을 들어낸 후에야 그곳을 떠날수 있다고 당부했던것이다.  하기에 늑대무리가 모습을 들어내지 않으면 그들은 바위처럼, 나무처럼 그곳을 지키고있어야 했다. 몽크는 자기에게 남은 마지막 6마리의 양마저 늑대들의 먹이로 될가봐 근심했었다. 그러자 아칸은 “걱정말어, 늑대가 양무리에 덮치기전에 우리가 총을 쏠것이나까.” 하고 위안했기에 몽크는 다소 근심을 덜수 있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늑대의 동정을 살폈다. 하지만 늑대들은 이미 동료를 잃은 아픔을 가지고있으면서도 좀처럼 수림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늑대들이 기다리는것이 도대체 어떤 판국인지를 짐작할수 없었다. 그러니 그놈들이 어느때 6마리의 양을 향해 공격을 개시할지는 더구나 모르는 일이였다. 하기에 늑대잡이대원들은 바질바질 속을 태우며 늑대들의 눈치를 보아가는판이였다. 늑대의 인내력에 대하여 누군가는 “서서 3일, 웅크려 3일, 엎드려 3일”이라고 묘사한적이 있다.  오후가 되자 산골짜기에는 안개가 자오록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수림은 뽀얀 너울을 뒤집어쓰게 되였다. 도랑도 돌돌 하는 물소리만 들릴뿐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레태산속에는 늘 안개가 서려있었는데 중할 때에는 전체 산맥을 모두 안개속에 삼켜버리군 했었다. 태양이 솟아오르자 안개는 차츰 걷혀지기 시작했고 땅우의 파란 풀잎들에는 수정같은 물방울이 맺혀 반짝반짝 해살을 반사했다. 이때 한무리의 양과 소들이 카나스하변의 산골짜기로 들어섰다. 그들의 뒤를 따라는이들은 올해 제일 처음으로 목장에 들어가는 목민들이였다. 목민들은 아침 일찍 길에 올랐기에 벌써 산골짜기에 이르렀다. 소나 양의 울음소리가 고요하던 산간을 일시 소란스럽게 울려주었다. 목민들은 먼곳에 있는 목장을 바라고 길에 올랐던것이다. 그들은 산골짜기 하나를 지나서 또 다른 산골짜기에 들어섰다. 목민들은 길을 좋이는 내내 말 한마디없었고 얼굴에 그렇다할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들은 묵묵히 하루 또 하루 걸음만 재촉할뿐이였다. 어쩌면 목민들은 그 모습으로 한해 또 한해 걷는 자세마저 변함이 없이 산길을 걸었을것이고 그들 발밑에 뻗어나간 산길은 해해년년 그 모습 그대로 목민들을 맞아주었을것이다. 목민들의 생활은 그렇게 조용히 이어져가고있었다. 아칸과 늑대잡이대원들은 비록 아직 목민들의 대오를 보지 못하였지만 산간을 울리는 소와 양의 소란스러운 울부짖음에 근 무리가 자기들을 향해 다가오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아칸은 대개 천여마리정도는 될것이라고 짐작했다. 아칸과 늑대잡이대원들은 어딘가 긴장해났다. 목민들이 소와 양을 몰고 늑대들이 숨어있는 곳을 지나간다면 긍정코 어딘가에 숨어있는 늑대무리를 놀래울것이였다. 하지만 아칸과 늑대잡이대원들은 이;ㄹ시 그 목민들의 걸음을 제지시킬만한 방법이 없었다. 아칸은 목민들이 별고없이 산골짜기를 벗어나고 다시 평온이 찾아들기를 속으로 빌었다. 아칸은 수림속 어딘가에 숨어있을 늑대들이 진작 목민들 일행에 대하여 주시를 돌렸을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을 리용하여 수림속에 숨어있는 늑대들을 끌어낼수는 없을가? 아얼태일대에서 목민들은 해마다 5월이면 목장으로 들어가는데 늘 늑대들이 몰래 그 뒤를 따르군 했었다. 목민들은 긴긴 겨울을 숨막히는 움에서 갑갑하게 보내야 했고 양들은 겨우내내 마른 사료만 먹어야 했으며 늑대들도 기아를 달래며 양무리들의 도래를 기다려야 했다. 봄을 맞은 소와 양은 한시바삐 목장에 도착하여 야들야들한 풀을 마음껏 뜯고싶어 잰걸음을 옮겼고 흐르는 소와 양무리를 바라보는 늑대들은 당금 그놈들을 잡아먹고싶으면서도 적당한 기회를 노리느라 부지런히 그놈들의 뒤꽁무니만 따랐다. 겉으로보면 목민들 일행의 이동은 순탄한것 같았다. 하기에 목민들은 누구도 자기들의 뒤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있다는것을 생각조차하지 못하고있었다. 목민들 일행은 빠이하바에서 오는 길이였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아주 늘였는데 한시간이 지나서야 산골짜기에 들어설수 있었다. 소와 양의 발굽에서 흙먼지가 일어나 골짜기를 뽀얗게 덮었다. 산골짜기는 차츰 소란스러워졌다. 평소 양들은 동네 각 집들에 분산되여있었다. 하기에 목민들은 동네에 그렇게 많은 양들이 있는줄을 모르고있었다. 하지만 함께 산골자기에 모이고보니 양무리가 놀랍게 커서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양무리뒤에서 걸음을 옮기는 목민들은 각별히 경각성을 높이고있었다. 그들도 진작 올해는 늑대무리가 처처에 타나난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있었던것이다. 목민들은 산골짜기에 들어선지 소리없이 수림이며 하곡이며 도랑이며 풀숲이며를 살펴보았다. 늑대는 왕왕 그런 곳들에 몸을 숨겼다가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뛰쳐나와 공격을 개시했던것이다. 늑대들은 단번에 몇마리의 양을 물어갔고 목민들은 자기의 살점같은 양을 물고 달아나는 늑대들을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든 걸쭉한 욕들을 퍼부었다.  이러한 사고는 해마다 목장으로 이동하는 길에서 몇번씩 일어나군 했다. 하기에 목민들은 이런 사연을 상기하기만 하면 얼굴색부터 달라졌다. 목민들은 이런 끔찍한 사연이 남겨준 고통과 비애를 감출수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이번 길에 목민들이 이상하게 느낀것은 오는 길 내내 너무 조용했다는 점이였다. 수림이나 하곡 그리고 도랑이나 풀숲을 막론하고 아무 동정도 없었던것이다. 옛말 같은 이 평화에 목민들은 되려 불안함을 감지하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은 올해 늑대무리가 왕년보다 많다더니 그 놈들도 다른해와 다른 방법으로 구석진 곳에 숨어서 양무리를 노리는것이 아닌가 속구구를 했다.  목민들은 소와 양을 몰고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몽크는 부근에 늑대무리가 숨어있으며 그놈들을 잡으려고 늑대잡이대원들이 매복해있다는 사실을 목민들에게 알려주었다. 목민들은 늑대잡이대오와 배합하여 늑대를 족칠 타산으로 산골짜기에 소와 양무리를 멈춰세워 늑대무리를 유인하기로 했다. 그들은 날이 어두우면 늑대무리가 꼭 양무리에 다가붙을것이라고 짐작하고있었다. 이것은 늑대가 양을 잡는 일반적인 방법이였다. 그놈들은 소나 양이 가는 방향을 확정한후 조용히 뒤를 따르다가 기회를 타서 공격했던것이다. 어느해, 몇몇 목민들이 소와 양을 몰고 목장으로 들어가고있었는데 한무리의 늑대가 슬금슬금 뒤를 따랐다. 그들이 처음 도착한 목장은 풀들의 자람새가 그닥 좋지 않았다. 하여 목민들은 흩어져 풀의 자람새가 더 좋은 곳을 찾아떠났다.  그날밤, 늑대무리는 그중 한 목민의 양무리를 습격하였다. 그놈들은 여러마리의 양을 물어죽인후 수림으로 끌고들어가 만포식을 했던것이다. 며칠이 지나 늑대들은 또 다른 한 목민의 양을 습격하여 수림으로 물어갔다. 한차례 또 한차례의 늑대의 습격으로 하여 그 몇몇 목민들의 양은 한마리도 남지 못했다. 가을이 되여 마을로 돌아갈 때 그 몇몇 목민은 얼굴에 수심을 가득 띄우고 말했다. “마을을 나올 때는 양이 가득했지만 돌아갈 때는 양 한마리 없구려. 올해 우리의걸음은 마치도 늑대에게 먹이를 가져다 바친격이라니까. 목장을 찾아가던 길에서 우리는 진작 늑대들에게 발견되여 목표로 지목된거지. 그래서 그놈들이 한번 또 한번 우리의 양들을 습격한것이라니까.” 그때로부터 목민들은 목장으로 들어갈 때면 늑대가 뒤를 따르지 않는가 하고 특별히 조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늑대들은 사람들이 자기들에 대하여 방비하고있다는것을 의식했던지 으슥진 곳에 숨어 목민들이 어느 목장에 가는가를 살폈고 공격할수 있는 기회를 노렸던것이다. 지금 며칠이나 수림에 숨어서 사람과 대치상태에 있는 늑대무리가 바로 이점을 설명하고있는것이였다. 늑대를 유인하기 위하여 몽크와 목민들은 소와 양을 풀어놓아 땅에서 금방 돋아오르는 애디풀을 뜯게 하였다. 그렇게 하면 늑대들은 그 소와 양들이 그곳에서 떠나지 않을것이라는 착각을 할것이고 따라서 경각성을 늦추게 될것이였다. 마씨는 다시한번 흰갈기늑대를 바라보았다. 그놈은 시종 늑대무리의 맨 뒤에 있었다. 만약 그놈의 목에 있는 흰갈기가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면 쉽게 가려볼수 없을것이였다. 마씨는 흰갈기늑대를 쏘아보면서 중얼거렸다. “네놈이 내 눈에서 벗어날수는 없지. 날개가 달렸대도 안될걸.” 하지만 그것은 근근히 마씨의 생각일뿐 얼마 지나지 않아 흰갈기늑대가 보이지 않았다. 마씨는 늑대무리를 참빗질했다. 그는 흰갈기늑대가 절대 멀리로는 도망가지 않을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마씨는 흰갈기늑대가 새끼를 가지고어서 절대 무리를 떨어지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한참ㅎ루 흰갈기늑대가 다시 나타났다. 마씨는 그놈을 더 눈박아보면서 중얼거렸다. “감히 내 눈을 벗어나려구? 어림도 없지. 좀 있다가 총을 쏠 시기가 성숙되면 나는 네놈 먼저 처단해버릴것이다. 그때 네놈이 어쩌나 어디 한번 두고보자.” 흰갈기늑대는 그렇게 마씨의 눈에서 살아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결코 시종 마씨의 시야에서 벗어난것은 아니였다. 마씨는 정력을 집중하여 늑대무리를 소탕할 가장 적당한 시기를 노리고있었다. 시간은 느리게도 흘렀다. 목민들은 겉으로 아무 근심이 없는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소와 양 무리가 걷잡을수 없이 흩어질가봐 마음을 조이고있었다. 만약 소나 양 무리가 사처로 뿔뿔이 헤쳐지면 늑대들에게 공격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것이나 진배없어 사처에서 달려들것이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와 양 무리는 드디여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목민들은 마른나무를 모아 불을 지펴놓고 노래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불은 하늘 높이 황황 솟아올랐다. 늑대는 천생 불을 두려워 하는 동물로서 절대 그 순간에는 소나 양 무리를 습격하지 못할것이였다. 그날 밤이 깊어지자 몇몇 목민은 한결같이 그곳을 떠나려고 마음 먹었다. 그들은 밤이 이슥하도록 늑대들이 나타나지 않는것을 보면 웬 만해서는 결코 늑대무리를 유인해낼수 없을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던것이다. 지어는 늑대무리가 진작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까지 하는것이였다. 하기에 그들은 그곳에서 결과가 없는 기다림을 더 이상하지 않으려는것이였다. 몽크가 간절하게 만류해도 목민들은 기어코 떠나려고 했다. 몽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제 나는 그렇게 많은 양을 손실보고도 겨우 남은 6마리의 양을 미끼로 내놓았네유. 그런데 당신들은 참, 두려운게 뭐유?” 몽크의 말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이미 떠나려고 마음 먹은 목민들의 마음을 돌릴수는 없었다. 목민들은 어둠을 타서 소와 양 무리를 몰고 급급히 길을 떠났다. 사실 목민들은그곳에 있기를 두려워했던것이다. 날이 어두워진후 목민들은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이 무엇인가를 획책하는것을 듣고 이들의 방법으로 과연 늑대무리를 유인해낼수 있는가 의심을 품게 되였던것이다. 그들은 몽크네의 방법으로는 근본 늑대무리를 유인해낼수 없다고 판단했던것이다. 자정이 지나자 한 목민이 말했다. “이 무렵은 늑대들이 양을 덮치기 제일 좋은 때가 아니유? 이때면 사람들은 단잠에 빠지구 양들은 곤해서 모두 격강성을 상실하기에 늑대들은 손쉽게 목적을 달성하게 되지유. 이것이 바로 양들이 자정에 자주 잃어지는 원인이지유. 하지만 늑대들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것으로보아 이곳에 근본 늑대가 없다는것이 아닐가유?” 이 말을 들은 목민들은 저마다 한풀씩 꺾이는듯한 표정들이였다. 그들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고는 인차 그곳을 떠나자고 합의를 보았다. 목민들이 떠나려할 때 몽크는 자기의 6마리 양마저 없어진것을 발견했다. 6마리의 양이 천여마리의 양무리에 섞였으니 있다고 해도 어찌 인차 찾아낸단 말인가? 몽크는 목민들에게 목장에 도착하여 양을 나누고나서 남는 6마리는 자기의것이니 며칠뒤에 꼭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목민들은 밤도와 길을 떠났다. 새벽녘에 늑대 한마리가 길게 울부짖었다. 그 바람에 늑대무리에는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깊은 잠에 들었던 마씨는 련이어 들려오는 늑대의 포효에 놀라 두눈을 번쩍 뜻고 인차 총을 찾아들었다. 마씨는 처음에 소리지른 그 늑대가 바로 흰갈기늑대일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씨는 테레크목장에서 수차나 흰갈기늑대의 포효를 들었던지라 그 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있었다. 마씨는 벌떡 일어서서 늑대무리가 숨어있는 곳에  총부리를  돌리고 묘준을 했다. 늑대무리가 즉시 뛰쳐나올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왔던것이다. 어둠이 너무 짙어서 마씨는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볼수 없었지만 그 흰갈기늑대가 바로 눈앞에 서서 흉악한 두눈으로 자기를 노려보고있을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긴 포효와 함께 달려들어 단숨에 그의 목줄을 물어 끊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방아쇠를 건 식지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몇번인가 자칫 먹칠을 한듯한 하늘에 대고 방아쇠를 당길번하기까지 했다. 마씨에게 있어서 흰갈기늑대는 그렇게 위압적인것이였다. 그놈이 나타나든지 나타나지 않든지 그놈의 그림자는 늘 마씨의 머리속에서 맴돌고있었던것이다.  대낮이든 밤이든 마씨는 언제나 그놈의 그림자를 보고있었던것이다. 마씨는 자기는 좀처럼 그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꼭 그놈에게 패배하게 될것이라는 우려가 머리속을 치고들어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4 동녘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산골짜기에 눈부신 해살이 내려앉았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고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엎드려있었으며 강은 여전히 그 맵시로 흘러가고있었다. 몽크와 그와 함께 갔던 늑대잡이대원은 아칸의 곁으로 돌아왔다. 하곡에는 목민 한 사람도 남지 않았고 소나 양 한마리도 없었다. 지난밤의 소리없는 대치는 하곡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었다. 흰갈기늑대는 천천히 바위우에 올라서서 위엄있게 포효했다. 다른 늑대들도 절망적으로 몇번씩 울부짖고는 몸을 돌려 강변의  낮은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태양이 솟아오르자 하곡의 모든것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하곡의 모든 사물도 조용한 기다림속에서 무슨 일인가 발생하기를 묵묵히 기다려온것 같았다.  아칸은 늑대무리의 동정을 관찰한후 몽크와 그와 함께 했던 늑대잡이대원에게 말했다. “늑대들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것 같구나. 우리 조심해야겠다. 그놈들이 양을 따라오다가 갑자기 목표물을 잃고나서 갑자기 기아를 느끼게 될것이다. 더욱이 그놈들은 이번 실수로 하여 다른 무리들앞에서 부끄러워 머리를 쳐들지 못할것이다. 이때로부터 저놈들은 굴욕을 짊어진 늑대무리로 되는것이지. 지금 저 낮은 수림이 저놈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저놈들은 저 곳에서 숨어서 잠시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결코 오래는 있지 않을것이다. 저놈들은 우리가 여기에 매복해있다는것을 알것이지만 결코 어제밤에 잃어진 양들을 포기하려고는 하지 않을것이다. 하기에 끝까지 우리를 따라 목장까지 가려고 할것이다.” 몽크는 늑대들이 무슨 방법으로 어제밤에 잃어진 양무리를 찾아낼수 있을가 잠간 생각을 굴렸다. 아칸이 말핮 않으면 누구도 모를것이였다. 잠간후 흰갈기늑대가 무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놈은 눈길을 자기와 가까이에 있는 한마리 늑대에게 박았다. 그러자 그놈은 흰갈기늑대를 향해 낮은 소리를 짓더니 무리를 떠나 수림을 지나서 카나스하곡상류를 따라 뛰여갔다. 그 장면을 보고 아칸이 입을 열었다. “흰갈기늑대가 저놈을 보내 소식을 탐문하려는것이다. 늑대무리는지금부터 저놈의 소식을 기다리게 되겠지. 이것 역시 늑대들이 늘 쓰는 방법이란다. 나가서 소식을 탐문할 때는 반드시 한마리가 단독으로 나가게 된단다. 뽑혀서 나가는 놈은 용감하고 지혜로와야 하겠지. 만약 목표를 찾게 되면 저놈은 주변의 구뎅이에 주둥이를 대고 소리를 쳐서 소식을 전하지. 늑대무리는 그 소리를 들은후 인차 그쪽으로 몰려간단다. 하지만 소식을 탐문하러간 늑대가 위험에 봉착했을 때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혼자서 그 위험을 뚫고나와야 한단다.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무리에 돌아갈수 있지만 만약 위험을 벗어날수 없다면 황야에서 외롭게 목숨을 잃는것이지. 그래서 홀로 임무를 맡아 나가는 놈은 늑대무리의 결사대원이라고 할수 있단다. 결사대로 뽑힌 놈은 응당 몸집이 건장한단다. 건장한 신체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제일 가는 조건이니까. 일단 결사대원으로 뽑히면 달통되지 않아도 나갈수밖에 없단다. 무리의 다른 늑대들이 칼날같은 눈길로 쏘아보고있으니까. 하여 속으로 얼마나 싫어도 겉으로는 묵묵히 머리를 숙이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거지. 우두머리가 결사대로 뽑힌 놈에게 낮은 소리로 몇마디 중얼거리는데 그것은 바로 명령이란다. 그놈은 명령을 받은 즉시 무리를 떠나 목적지로 뛰여가야 하는거지. 앞서도 말했지만 늑대들은 아주 총명하단다. 그들은 목민들이 해마다 다음과 같은 두가지 곳에서 방목을 한다는것을 알거든. 첫번째는 물론 풀밭이겠지. 그것은 전적으로 소나 양을 위한 선택이라고 할수 있지. 풀밭에는 소나 양이 필요로 하는 모든 먹이가 있으니까. 두번째는 아마 강가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것은 사람과 짐승을 모두 위한 선택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두 물을 먹어야 살수 있으니까. 두가지를 비교할 때 물은 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수 있지. 풀은 어디든지 다 있지만 물은 그거 아니잖아? 만약 어느 한 곳에 풀만 있고 물이 없다면 목민들은 아마 그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을수 밖에 없을걸. 하기에 늑대들은 우선 목민들이 물이 있는 곳을 찾을것이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래서 아까 결사대로 뽑힌 그놈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목민들의 그림자를 찾기 시작한거야. 저놈들은 이미 자기들의 눈앞에서 사라진 소와 양을 꼭 찾아내려는거지. 절대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거니까. 일단 찾기만 하면 그놈들은 일체 방법을 다하여 그 소와 양무리를 도륙내려고 할거다.” 아칸의 말을 들으며 몽크와 그 늑대잡이대원은 늑대들이 그 어떤 곤난에 부딪쳐도 갖은 방법을 다하여 목적한바를 이루고야마는 늑대들의 견정불이함에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몽크네는 온밤 눈 한번 붙이지 못했지만 그닥 피곤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늑대무리를 제거할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뿐이였다. 결사대로 뽑힌 그 늑대는 천천히 모습을 감췄다. 아칸은 몽크와 한 늑대잡이대원을 파견하여 그놈의 뒤를 밟으며 그놈이 어떤 상황에 부딪치는가를 관찰하라고 했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에 부딪쳐도 절대 그놈을 놀래우지 말고 즉시 돌아와 정황을 알리라고 당부했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조용히 앞서간 늑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늑놈은 인차 한 소택지에 도착하여 몸을 바위뒤에 숨기고 조용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바람에 날려오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몽크네는 앞에 있는 늑대도 꼭 그 괴상한 냄새를 맡고 급히 바위뒤에 몸을 숨긴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놈도 그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는 알수 없어도 소택지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것만은 틀림 없었다. 잠간후 그놈은 소택지를 에돌아서 앞으로 달려갔다. 그놈이 방금 얼마를 가지 못했을 때 소택지곁의 나무뒤에서 검스레한 몸뚱이의 짐승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놈은 거쿨진 몸뚱이를 가진 메돼지였다.  메돼지는 길게 거친 소리를 지르며 늑대를 쫓아갔다. 방금 공기속에 떠돌던 그 괴상한 냄새는 바로 그 메돼지에게서 풍기는것이였다. 메돼지는 바로 그 소택지에서 사는것 같았다. 늑대가 자기의 령지에 들어와 부산을 떠는 까닭에 메돼지는 대단히 노했던지 당장 늑대를 깔아뭉개여 분풀이를 하려는것 같았다. 사람들은 늘 돼지가 첫째요, 곰이 둘째이며 호랑이가 셋째라고 말한다. 그만치 메돼지의 이발은 아주 예리하다. 어떠한 동물이든지 메돼지에게 물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솟아나오게 되였다. 결사대로 뽑힌 늑대는 길에서 메돼지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지 메돼지가 덮쳐들 때 일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있다가 당황해서 한쪽으로 비켜섰다. 평소라면 늑대가 되려 메돼지를 공격했을것이다. 행동상에서 메돼지는 늑대들보다 령활하지 못했던것이다. 늑대들은 메돼지의 그 치명적인 약점을 리용하여 신속하게 목줄이나 고완 같은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여 메돼지가 쓰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두머리로부터 명확한 임무를 받아가지고 가는 그놈은 메돼지와 싱갱이질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놈은 메돼지의 공격을 피해 갑자기 강에 뛰여들더니 맞은켠대안을 향해 헤여갔다. 매돼지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음을 감지한 늑대는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목민들의 발자취를 찾았다. 그놈은 오래동안 걸어서야 산뒤에 있는 큰 목장에 들어섰다. 몇몇 목민들이 확실히 그곳에 멈추어있었다. 소와 양은 한창 풀을 뜯느라 여념이 없었다. 목장의 풀은 자람새가 좋았는데 한여름 내내 소와 양들이 배를 불리고도 남을것 같았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은 멀리서서 늑대가 계속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를 살폈다. 늑대는 천천히 발걸음을 얾겨 목장곁에 있는 수림속으로 들어가 여유작작 풀을 뜯고있는 소와 양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리는것이였다. 그놈은 올 때보다 속도를 더 빨렸다. 그놈이 풀숲에 들어가자 숲은 작은 파도를 일으키는것만 같았다. 풀숲을 스쳐가는 그놈은 하나의 그림자로 되여 언뜰거렸다. 그놈은 어느새 강역까지 와서 흠칫 걸음을 멈추었다. 물속의 돌밑에 숨겨둔 죽은 양의 나리 하나가 물우에 들어난것을 보았던것이다. 그놈은 양다리를 누른 돌우에 뛰여올랐다. 그러자 물밑에 있는 죽은 양이 돌들틈에 끼워 있는것이 통째로 보였다. 그놈은 잠간 죽은 양을 내려다보더니 돌에서 내려 강에 들어갔다. 하지만 죽은 양을 다치지 않고 다시 강가에 올라와 무리를 찾아 달려갔다. 그놈은 비록 배가 곺았을테지만 임무를 수행하는것이 더 급했던지 죽은 양에 입한번 대지 않고 다시 길을 재촉했던것이다. 몽크와 늑대잡이대원도 대오를 찾아 돌아갔다. 그들은 아칸에게 결사대로 나갔던 늑대가 목장에서 목민들과 소 그리고 양을 발견한후 눈앞에 놓인 죽은 양도 먹지 않고 신속히 돌아갔다는 정황을 알렸다. 아칸의 예측과 다름이 없이 결사대로 나갔던 그놈은 목장의 목민들과 소, 양의 수자 그리고 주변의 지형을 상세하게 관찰하고 돌아갔던것이다. 그는 이 소식을 흰갈기늑대를 비롯한 무리의 다른 늑대들에게 상세하게 알렸을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강에서 보았던 물우에 떠오른 양다리에 대한 이야기도 했을것이다. 사람들이 그 양다리를 발견하기만 하면 돌밑에 감춰둔 죽은 양들을 들춰내기는 식은 죽 먹기일것이니까. 마씨가 한 늑대잡이대원을 파견하여 물우에 들어난 양다리를 다시 돌밑에 감춰두라고 시켰다. 그러자 아칸이 막아나섰다. 이미 그럴 필요가 없게 되였다는것이였다. 늑대무리가 이제 곧 목장을 향해 떠나게 될것인데 대오는 정력을 집중하여 늑대들의 동정을 살피면서 그놈들이 사격범위에 들어서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모둗,ㄹ 도정신을 해서 낮은 수림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결사대로 나갔던 그놈이 돌아간후 늑대들이 십분 흥분에 들뜨면서 즉시 헤쳐지는것을 발견하였다.  그놈들은 저마다 쏜살같이 낮은 수림에서 뛰여나왔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누구나 늑대들이 무슨 궁리를 하고있다는것을 다 짐작하고있었다. 그들은 당금은 강에 숨겨둔 몇마리의 죽은 양외에 더 이상 기아를 달랠 방법을 알았던것이다. 그들은 서ㅏ로 먼저 뛰여가서 죽은 양을 차지하려는것이였다. 저마다 달리는 속도가 놀라왔다. 늑대들의 검은 그림자는 언뜰언뜰 사람들의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늑대무리는 카나하로 향한 산길을 꽉 메우고있었다. 누군가 전에 늑대가 달릴 때의 속도를 자세하게 관찰한적이 있었다. 늑대들은 먹이에 덮칠 때의 속도가 제일 빨랐는데 보통 이동할 때 속도의 3~4배에 달했다. 늑대가 뒤를 쫓는다는것을 알게 되면 앞에서 달리는 목표도 속도가 자연히 빨라질수밖에 없을것이였다. 늑대무리는 아무것도 고려할 새 없이 오직 먹이만을 바라고 달리고있었다. 하다보니 그 속도는 도무지 상상할수 없이 빨랐다. 그놈들은 어느새 늑대ㅑ잡이대원들의 사격범위에 들섰다. 마씨가 드디여 사격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동시에 사격을 시작했다. 귀청을 째는듯한 총소리가 산골짜기를 메우며 울러퍼졌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처음으로 반자동보총을 늑대잡이에 리용하는지라 총 사용이 그닥 령활하지 못했고 게다가 어제점심무렵부터 계속 땅에 엎드려있었기에 손발이 굳어져있어서 누구도 늑대를 명중하지 못하였다. 총알은 땅에 떨어져 뽀얀 흙먼지를 파올리기만 했다. 늑대들의 반응은 아주 빨랐다. 총소리가 나자 그놈들은 재빨리 바위뒤에 몸을 숨기고 늑대잡이대원들이 숨은 곳을 바라보았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저마다 얼굴에 긴장한 빛을 띠웠다. 그들은 며칠이나 애타게 기회를 기다렸건만 정작 늑대무리가 나타나니 저마다 헛총질을 할줄은 누구도 생각 못했던것이다. 마씨는 분을 삼키지 못하고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대원들을 원망했다. “당황해 하지 말라니까. 묘준을 잘하고 쏘란 말이야. “ 말을 마친 마씨는 총을 들어 늑대를 향해 열심히 묘준하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것 역시 땅에 떨어져 애꿎은 흙먼지만 피워올렸다. 마씨마저 명중을 하지 못하자 대원들은 모두 풀이 죽어 한숨만 풀풀 내쉬였다.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의 그닥지 않은 사격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워낙 한 사람도 훈련을 거친적이 없이 겨우 총을 다룰줄이나 아는 정황이였던것이다. 개미는 궁전을 지을수 없고 참새는 설산을 날아넘을수 없는것이다. 늑대잡이대원들의 그 사격솜씨로는 진종일 총을 쏘아도 늑대 한마리 명중할수 없을것이였다. 하지만 늑대잡이대원들은 저마다 락심하지 않고 분분히 늑대를 향하여 열심히 묘준했다. 두번째 사격이 시작되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너도나도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여전히 늑대 한마리 넘어지지 않고 골짜기에 뽀얀 흙먼지만 타래쳐 올랐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사격을 멈추고 실의감에 빠져 바위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있는 늑대무리들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저마다의 눈길이 탄알로 되여 날아가 늑대무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왔다. 마씨도 긴 한숨을 내쉬였다. “술잔이 없으면 술을 마실수 없고 좋은 사격술이 없으면 늑대를 잡을수 없는것이지. 탄알만 랑비하지 말고 사격을 그만둡세.” 이때 늑대 한마리가 바위뒤에서 여유작작 걸어나왔다.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는듯, 늑대잡이대원들 같은이는 근본 눈에도 차지 않는듯한 표정이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너무도 분해 저마다 몸을 떨었다. 저놈은 그래 목숨도 아깝지 않단 말인가? 지나친 분노로 하여 늑대잡이대원들은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총을 꼬나들고 늑대를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칸이 늑대잡이대원들을 제지시키려고 했지만 이미 총알이 날아버린후였다. 앞에 나섰던 늑대는 비발치는듯한 탄알을 등지고 산비탈로 뛰여올라갔다. 그놈의 거동은 더구나 늑대잡이대원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우리가 그래 저놈마저 놓친단 말인가? 기어코 쏴죽이고말리라. 그들이 이를 옥물고 방아쇠를 당겨댔지만 그놈은 여전히 털끝 하나 손색이 없이 산비탈을 주름 잡았다. 늑대잡이대원들의 사격솜씨는 그야말로 형언할수 없이 차했다. 무시로 뒤에 떨어지는 탄알에 흥분했던지 늑대는 전보다도 더 날쌔게 산등성이를 톺아올랐다. 그놈이 큰 바위에 올라섰을 때 아칸은 그놈의 목에 흰갈기가 둘러져있는것을 발견하였다. 그놈의 다리에 난 흰털은 발톱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칸은 놀라서 소리쳤다. “저놈, 흰갈기늑대다.” 그제야 마씨와 다른 늑대잡이대원들도 그놈의 목에 둘러져있는 흰갈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놈은 이미 사격권을 벗어나 산꼭대기를 톺아오르고있었다. 하지만 마씨와 일부 늑대잡이대원들은 진작 까만 점으로 변해버린 흰갈기늑대를 향해 마구 불질을 해댔다. 그 기세는 마치도 그놈이 그림자로 변해도 끝까지 총을 쏘겠다는것만 같았다. 아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하구 저쪽을 보게. 늑대무리가 총 출동을 했네.” 모두들 머리를 돌려보니 바위뒤에 숨어있던 늑대들이 모두 뛰쳐나와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있었다. 한마리 또 한마리 뛰여가는 늑대들의 모양은 마치도 날아가는 하늘의 구름송이가 땅에 검은 그림자를 늘여놓은듯싶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그제야 흰갈기늑대가 대원들의 눈길을 끌어 자기를 향해 총을 쏘게 하고 다른 늑대들은 반대방향으로 도망치게 한것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늑대들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늑대무리는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아칸을 포함한 모든 늑대잡이대원들이 늑대에게 속은것이다. 모두들 풀풀 한숨을 톺았지만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을 유인하여 산꼭대기에 오른 흰갈기늑대는 머리를 돌려 아칸네를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여우작작 산아래를 내려다보며 인간의 아둔함을 비웃는것만 같았다. 늑대잡이대원들도 스스로가 아주 아둔한것만 같이 느껴졌다. 사실 오늘 흰갈기늑대가 사용한 방법은 어제 반달가슴곰에게 보였던 방법과 비슷했던것이다. 반달가슴곰은 미끼로 던져진 늑대를 때려죽였지만 사람인 늑대잡이대원들은 흰반달가슴곰을 두고 어찧랄 방법이 없었던것이다. 사람은 그야말로 반달가슴곰보다도 못핸 존재인듯싶었다. 아칸은 멀리 바라보이는 설산에 눈길을 박고서서 아무말도 없었다. 흰갈기늑대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후부터 아칸은 마씨와 다름없이 이제 곧 불길한 일이 일어날것이라는 예측을 했던것이다. 아칸이 늑대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는 남몰래 늑대의 몸에서 돈이 될만한것들을 사들이고 또 남몰래 팔았던것이다. 아칸은 이 같은 일을 이미 2년이나 이어왔는데 모두 아주 순리로왔다. 하기에 아칸은 직접 늑대를 잡고싶은 생각이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던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늑대들이 자기 아들 몽크네 양을 잡아먹은 일을 생각하니 괜히 분통이 터져서 말을 타고 늑대잡이대원들을 따라왔던것이다. 하지만 이 며칠 아칸의 속은 그렇게 편한것이 아니였다. 늘 꿈속에서 어렴뭇한 얼굴의 동물을 보고있었던것이다. 아칸은 그 어렴풋한 얼굴들이 긍정코 늑대일거쇼이라고 판단했다. 그 얼굴은 시종 그렇게 흐릿한것만은 아니였다. 간혹 그 모습이 또렷할 때도 있었는데 마치도 자기에게 무엇인가를 암시하려는것만 같았다. 그 암시란 무엇일가? 아칸은 가끔 자기가 나중에 늑대의 아가리에서 목숨을 끝맺지 않을가 하는 우려가 갈마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칸은 망연한 눈길로 다시한번 저멀리 설산을 바라보았다. 설산은 티 한점 묻지 않은듯 희고희였다. 어쩌면 영원히 그렇게 오염없이 도고하게 그 자리를 지킬것만 같았다. 결백한 설산을 바라보는 아칸의 마음은 칼로 저미는듯 아파났다. 아칸은 깨끗한 설산을 바라볼수록 얼룩이 져서 볼품이 없는 자기의 마음을 읽는것만 같아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아칸은 그 두려움이 어디로부터 오는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아칸은 스스로 어지러워지는 그 마음을 다스릴수 없었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사라져버린 늑대무리를 찾아떠난다고 윽별렀다. 그놈들을 찾아서 기회를 보아 도륙을 낸다는것이였다. 아칸은 괜히 흥분에 끓는 늑대잡이대원들을 바라보며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이다. 아칸은 몽크를 데리고 ㅃ짜이하바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굳혔다. 떠날 때 아칸은 늑대잡이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은 길을 걸어 바닥이 나야 영광스러운것이요, 늑대는 함정에 빠져야 고분고분해지는것이지. 자네들은 급해하지 말고 늑대의 습관을 더 많이 익히고 늑대를 잡는 재간을 더 련마해야 진정 늑대와 제대로 되는 겨룸을 할수 있을거네. 키가 채 크지 못했는데 말을 타려 덤벼치고 칼날이 채 벼려지지 않았는데 고기를 썰려고 다가든다면 결국은 헛고생만 하게 되는것이지. 늑대들이 자네들을 웃을거네.” 늑대잡이대원들은 진정 자기들을 비웃는것이 늑대가 아니라 아칸이라는것을 알고는 괜히 분통이 털져올랐다. 아칸은 몽크를 데리고 돌아갔다. 떠날 때 아칸은 눈길을 돌려 카나스하변의 그 오솔길을 바라보았다. 늑대무리의 냄새마저 사라진뒤였다. 오솔길은 개미 한마리 없이 비여있었다. 오솔길을 바라보는 아칸의 마음도 구멍이 펑 뚫리는것만 같았다. 아칸은 며칠간의 늑대와의 대치에서 자기가 철저하게 패했다는것을 승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비단 패했을뿐만 아니라 가슴에 그들먹하던 자신감마저 송두리채 뽑혀버리고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카나스하변을 따라 늑대의 자취를 찾아헤맸다. 그들은 몽크네가 보았던 목장에 이르렀고 소와 양을 방목하는 목민들을 보게 되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방금 지나간 한시간안에 이곳에서 또 한차례의 심금을 울려주는 장면이 연출되였다는것을 짐작하게 되였다. 목장은 아주 넓었는데 중감으로 한줄기의 강이 흘러지나고있었다. 강물은 해볕에 반짝반짝 빛을 뿌리고있었다. 이곳은 실로 리상적인 방목지였다. 못민들은 목장에 텐트를 쳐놓았었다. 파아란 연기가 텐트우로 날아올라 조용한 목장의 하늘을 감돌고있었다. 늑대무리는 늑대잡이대원들의 총구멍을 피해 도망친후 인차 이 목장을 찾은것 같았다. 하지만 그놈들은 인차 양무리에 덮친것이 아니라 목장곁에 있는 모리언덕뒤에 숨어서 목장의 동정을 자세히 살폈던것이다. 늑대의 랭정함은 동물계에서 첫손을 꼽아야 할것이였다. 늑대는 어떠한 정황에 부딪쳐도 자기들의 존재를 쉽사리 들어내려고 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자기들의 타산이 대방에게 알려지게 하지 않았다. 하기에 늑대는 새로운 곳에 도착한후 먼저 자기들을 깊숙이 숨겨둔후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늑대들은 목민들이 아직 자기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다고 의식한후에야 천천히 목장에 다가들어 기회를 노렸다가 양무리를 덮쳤던것이다. 결사대로 뽑혀 정황을 알아보러 왔던 그놈은 수림한쪽에서 풀을 뜯고있는 양 한마리를 발견하게 되였다. 그놈은 자기가 무거운 사명을 훌륭하게 완성하여 이 목장을 찾아낸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있었다. 하여 그놈은 다른 늑대들이 목장의 동정을 조용히 살피고있을 때 감히 무리를 떠나 목장주변을 맴돌면서 빠른 시간내에 배를 불릴수 있는 더 좋은 먹이를 찾아헤맸던것이다. 목민들의 소와 양은 목장 깊은 곳에서 여유작작 풀을 뜯고있었다. 만약 그놈이 무작정 소나 양무리를 습격한다며 인차 목민들에게 종적을 들어낼수 있을것이였다. 하여 그놈이 어떻게 할가 망설이고 있을 때 목장주변에서 풀을 뜯고있는 양 한마리를 발견하게 된것이다. 그놈은 솟구치는 흥분을 주체할수 없어했다. 이 뜻밖의 발견은 그놈으로 하여금 더 없는 자호감을 느끼게 했던것이다. 그놈은 풀을 뜯는 양을 한참이나 자세하게 관찰했다. 양은 아무 위험도 느끼지 못하고 풀을 뜯는듯싶었다. 파릇파릇 돋아오르는 애기풀에 모든 근심을 날려보낸것 같았다. 그놈은 무리들에 이 기쁜 소식을 알려 다시한번 자기의 능력을 자랑하고싶었다. 그놈은 급히 수림으로 달려가 이 소식을 무리에 알렸다. 다른 놈들은 한창 어떻게 하면 목장 깊은 곳에 있는 소와 양무리를 덮칠것인가를 고민하고있던참이라 모두들 그 소식에 여간만 흥분해 하지 않았다. 그놈들은 목장곁의 수림에서 시름없이 풀을 뜯는 양은 자기들을 의식하지 못할것이고 목민들도 그곳이 시선밖이라 그닥 경각성을 높이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하기에 그깟 양 한마리를 잡아먹는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것이였다. 이른바 기아에서 해방되는것이요, 욕망을 실현할수 있는 자극적인 순간인것이였다. 늑대무리는 엉금엉금 양이 있는 곳으로 다가들었다. 결사대로 나갔던 그양은 더욱 흥분에 날뛰였다. 기나긴 기다림과 간고한 수색작업이 드디여 달콤한 결실을 맺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만문한 양고기로 배곺음을 달래면서 동료들은 모두 그놈의 공로를 치하할것이고 그로 하여 그놈은 무리에서 위신이 하늘처럼 올라갈것이였다. 하지만 일이란 왕왕 그렇게 간단한것만은 아니였다. 겉으로 보건대 여유작작 풀을 뜯고있는 그 양은 사실 목민들이 뿌린 미끼였던것이다. 목민들은 진작 늑대들의 생활습관을 알고있었기에 늑대들을 대적할 방법을 미리 강구하여 늑대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고 계획하고있었던것이다. 목장에 들어선후 목민들은 늑대무리가 꼭 뒤를 따라올것이라는것을 예견했던것이다. 하여 목민들은 일부러 양 한마리를 목장주변에서 풀을 뜯게 풀어놓았던것이다. 늑대들은 필경 목민들의 그 심사까지는 알수 없었고 드디여 올가미에 걸려들게 되였던것이다. 늑대들이 그 양에게 덮쳐들려던 찰나 그중 한마리가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발목에 덫을 맞았던것이다. 그놈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면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외 다른 두마리의 늑대는 뛰여오나다 그만 몸뚱이를 흠칫하더니 함정에 빠져버렸다. 함정안에는 예리한 나무송곳이 박혀있었던지라 늑대는 떨어지며 찔려서 황천으로 가고말았다. 덫과 함정은 목민들이 목장에 들어선후 놓고 판것이였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늑대무리를 대처할만한 효ㅕ과적인 방법이 없다면 한두날후 진짜 늑대무리가 몰려들 때 속수무책으로 그놈들의 아구리에 소나 양을 잃고말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목민들은 덫을 놓고 함정을 판후에야 시름을 놓고 목장에 소와 양무리를 풀어놓은후 시름놓고 텐트에 들어가 우유차를 끓여마셨던것이다. 그 두가지 방법은 늑대무리를 대처하는데 모두 좋은 효과가 있었다. 눈 깜빡 할 새에 함정에 빠진 늑대 두마리를 잡았고 덫에 치인 한놈도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었던것이다. 그놈들의 끝장을 본 늑대무리는 놀라 돌아서서 뿔뿔이 도망쳤다. 그놈들은 종래로 그 같은 정황에 부딪친적이 없었던것이다. 늑대들은 목장 어디에나 덫이 놓여있고 함정이 파져있는것처러 느껴져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그때 목장곁의 수림에서 늑대의 포효가 들려왔다. 흰갈기늑대가 소리치는것이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소리는쪽을 바라보았다. 흰갈기늑대의 포효가 분명하건만 그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전에 테리크목장에서 그놈의 포효를 간담이 서늘하게 들어서 귀에 익었던것이다. 흰갈기늑대는 시종 몸을 숨기고 늑대잡이대원들을 노려보고있었던것이다. 당황망조해 하던 늑대들은 흰갈기늑대의 포효를 듣고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놈들은 인차 목장에서 물러나 수림으로 들어갔다. 늑대는 걸음을 옮길 때 보통 나무숲에 몸을 가리기를 좋아한다. 될수있는한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늑대무리는 수림에 들어간후 인차 어딘가에 종적을 감추었다. 잠간후 수림에서 또 쩌렁쩌렁한 울부짖음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멎은후 수림에서는 다른 동정이 없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흰갈기늑대가 마씨의 곁에서 그같이 큰 소리를 질렀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그때 마씨는 목장주변에서 서성이고있었다. 그는 속으로 시종 흰갈기늑대를 생각하고있었다. 마씨는 갑자기 섬뜩한 기운이 목에 닿는것을 느꼈다. 마씨는 홱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흰갈기늑대가 뒤에 서있었다. 마씨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놈이 어느때 이곳에 와 섰단 말인가? 마씨는 흰갈기늑대가 뒤를 따른다는것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것이다. 흰갈기늑대는 마씨를 쏘아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마씨는 흰갈기늑대가 그 모습으로 자기의 뒤에 서있은지 한참 된다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흰갈기늑대의 숨소리는 비록 거칠었지만 비교적 절주가 있었던것이다. 마씨의 눈길이 흰갈기늑대의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그놈은 수림이 떠나갈듯 괴성을 질러올렸던것이다. 마씨는 마치도 갑자기 그 무엇엔가 뒤통수를 얻어맞는듯한 충격을 느꼈다. 온몸에서 맥이 쑥 빠지는것만 같았다. 마씨는 그때 손에 총가목을 틀어쥐고있었다. 하지만 그는 웬 일인지 그 총에 대하여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마씨는 이번 걸음에 흰갈기늑대를 꼭 잡으려고 했던것이다. 하지만 그놈의 포효소리는 마씨의 머리에서 그놈을 잡으려던 생각마저 깡그치치워버린듯싶었다. 마씨는 순간 자기가 그놈을 잡으로 왔다는 생각마저 떠올리지 못했다. 흰갈기늑대가 마씨의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약간 벌려진 흰갈기늑대의 입으로 아래우 네개의 길다란 이발이 들어나 차디찬 빛을 번쩍이고있었다. 그놈의 목에 둘러진 흰갈기는 하나 또 하나의 바늘로 되여 꼿꼿이 일어나있었다.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왔지만 바늘로 살아난 흰갈기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마씨는 더 이상 흰갈기늑대를 바라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또 감히 그놈의 곁을 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의 눈길은 마치도 흰갈기늑대에게 든든히 꼬리를 잡힌듯 임의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흰갈기늑대는 마씨의 앞으로 바짝 다가들었다. 마씨는 이제 곧 흰갈기늑대가 자기에게 덮칠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굴렸다. 그러자 이름 못할 공포가 가슴속밑자락으로부터 머리를 쳐들었다. 마씨는 한오리의 희망마저 놓아버린듯 그 자리에 무너져내릴것만 같았다. 순간 마씨는 자기의 이번 걸음을 두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60살을 넘겨먹은 사람이 무엇을 더 바랄게 있다고 늑대잡이대오의 대장까지 맡아가지고 산에 와서 이 같은 모험을 한단 말인가? 당금 흰갈기늑대에게 물려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지만 소리 한번 칠만한 맥도 없는것이 아닌가? 마씨는 두눈을 으스러지게 꼭 감았다. 삽시에 세상 만물이 어둠속에 빠져드는듯싶었다. 마씨는 자기의 목숨마저 포기하고싶었다. 황차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질 쳐도 이제 곧 흰갈기늑대의 입에 들어가버릴 생명인데야. 하지만 흰갈기늑대는 뜻밖에도 마씨를 힐끔 훔쳐보더니 대가리를 번쩍 쳐들고 앞을 걸음을 옮겼다. 그놈의 속도는 바람처럼 빨랐다. 눈 깜빡 할 새에 수림속에 종적을 감추고말았다. 늑대잡이대원들이 둘러쌌을 때에야 마씨는 간신히 두눈을 떴다. 그제야 방금 흰갈기늑대가 눈앞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손에 시종 총이 들려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간후 마씨는 늑대잡이대원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바바…방금 흰갈기늑대가 나타났었네.” 한 늑대잡이대원이 말했다. “그래유, 확실히 흰갈기늑대가 나타났댔지유,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고 없어요.” “그놈이 도도…도망을 갔어?” “그래요. 도망갔어요, 그놈이. 우리는 헛걸음을 한거지유.” 마씨는 여전히 공포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도망갈라면 가라지뭐.” 한 늑대집이대원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인젠 돌아가는건가유?” 마씨가 대답했다. “돌아가야지.” 마씨는 늑대잡이대원들에게 방금 있었던 꿈 같은 일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랐다. 마씨는 총이 천근 무게나 되는듯 느껴져 더 이상 들고있을수 없었다. 마씨는 돌아오는 길에서 넋을 놓은듯 내내 중얼거렸다. “흰갈기늑대 그놈 말이여… 그놈이 글쎄… 그놈 말이여…” 마씨의 두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씨는 필경 마씨일뿐이여서 다어르한처럼 손이 떨릴 때 칼끝으로 손가락을 꼭 누르고있으면 인차 멎는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손은 오래동안 후들후들 떨리다가 겨우 멈추었다. 마씨는 몸은 겨릅대처럼 걸음을 옮겨디딜 때마다 좌우로 흔들거렸다. 목민들은 우야— 솔히치며 쓸어나와  덫에 치인 늑대에게 몽둥이를 날렸다. 늑대의 대가리는 몽둥이에 낮아 산산이 부서지고말았다. 그들은 분풀이를 할겸 그리고 다른 목장 목민들에게 자기들이 늑대 3마리를 잡았다는것을 알릴겸 더욱이는 늑대들에게 보여줄겸해서 늑대대가리를 베여내여 목장부근의 나무에 걸어놓았다. 늑대 대가리나 시체를 나무에 걸어놓는것은 목민들이 늑대를 잡은후 늘 치르는 의식 같은것이였다. 늑대잡이대원들은 목민들의 성과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총도 없는 목민들이 맨손으로 늑대를 3마리나 잡았으니 늑대잡이대원들이 부러워할만도 한 일이였다. 늑대잡이대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손에 총까지 잡은이들이 저마다 십여발의 탄알을 쏘고서도 늑대 털 한대 건드리지 못했으니 부끄러워 어찌 얼굴을 들고다닌단 말인가. 그날오후, 늑대잡이대원들은 수림에서 늑대 시체 하나를 발견했는데 몸뚱이가 산산히 부서져있었다. 겨우 남은 늑대가죽에는 늑대들의 날카로운 발톱자욱이 가득 나있었다. 늑대잡이대원들은 저마다 한가지 참혹한 장면을 그려보고있었다. 늑대무리는 황급히 목장에서 도망쳐나온후 저주의 눈길을 결사대원으로 나가 소식을 탐지했던 그놈에게 박았을것이다. 그놈들은 결사대로 나갔던 그 늑대가 자세하게 정황을 살피지 않고 돌아와 거짓 정보를 제공했기에 동료 셋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그 늑대를 찢어죽이는것으로 분풀이를 했을것이다. 그 늑대는 억울해서 원망에 가득차 울부짖었을것이고 다른 늑대들은 더구나 살기에 넘쳐 그 늑대를 물고 찢었을것이다. 야성이 스쳐간 황량한 초원에는 제 명에 눈을 감지 못한 그 늑대의 찢어진 시신이 처량하게 널리게 되였을것이다. 왕족(王族),감숙 천수 사람. 1991년말에 입대하여 서장 아리로 감. 후에 신강으로 전근. 2002년에 전업. 현재 우루무치 모 출판사에서 사업함. 저작으로는 산문집 《첫페지》, 《황제의 채찍》, 《짐승부락》 장편산문《낭떠러지락원》, 《투바의 서》, 《늑대의 경계》등이 있음. 총정치부 제9회 “해방군”문예상”, “빙심”산문상, “천산”문예상 등 여러가지 문학상을 을 획득.
559    나의 위대한 어머니 댓글:  조회:1931  추천:0  2014-07-27
나의 위대한 어머니   풍립삼     나의 어머니 왕문진은 2012년 3월 7일 12:10분에 인생려정을 끝마쳤다. 그이는 인생의 사명을 완수하고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는데 향년 92세였다. 어머니는 1920년 1월 23일에 탄생하셨다. 원적은 산동성 창락현 왕가장이다. 18살에 나의 아버지 풍지강과 가정을 이루어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는데 아들들로는 풍립삼, 풍립성, 풍계량이고 딸들로는 풍금영, 풍금아이다. 어머니께서 눈을 감으실 때 둘째아들 풍립성과 사위 최청산이 곁을 지켰다. 어머니는 해방전쟁당시 심양에서 아버지를 엄호하여 지하혁명을 하셨다. 당시 아버지의 지하당령도는 해방후에 시공안국 국장을 지냈던 우정파이다. 신분이 폭로된후 아버지와 우정파는 함께 북경으로 도망가 신가구에 거처하면서 해방을 맞았다. 북경이 해방된후 아버지는 중앙재정학원전신인 중앙세무학교의 설립에 참가하셨다. 그후 어머니는 줄곧 북경에서 생활하다가 세상을 떠나신것이다. 어머니의 아버지 즉 나의 외할아버지는 20여세에 촌장으로 되여 무장으로 토비들의 습격을 막아내다가 영용하게 몸을 바쳤다. 그때로부터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한무남짓한 밭에 매워서 겨우 목숨을 이어왔다. 어머니는 전쟁의 풍운을 겪으셨고 갖은 환난을 다 맛보면서 주린배를 끌어안고 류리걸식도 하셨다. 극좌로선이 판을 치던 년대에는 억울하게 기시와 굴욕을 당해야 했다. 한 사람이 출세를 하면 닭개짐승도 하늘에 오르고 한 사람이 사고를 치면 온 가정이 곤난에 허덕이게 된다고 했다. 천당과 지옥은 눈 깜빡 할 사이에 오갈수 있는것이다. 이러한 고험은 어머니의 강인한 성격과 응변능력 그리고 위대한 인격을 키워주었다. 만약 종교가들이 묘사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천국이 정말 있다면 어머니의 령혼은 반드시 천사들에게 받들려 생화가 가득 펼쳐진 천국의 길을 따라 천당으로 가게 될것이다. 어머니는 인격이 위대하고 품덕이 고상했으며 고생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즐겨 도우셨다. 그이는 3대를 키워내셨다. 간난신고를 다 겪으셨지만 어떠한 곤난도 그의 강인한 성격을 개변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덮쳐드는 곤난을 전승하면서 많은 업적을 쌓으셨는데 그야말로 인간사회의 모범이요, 어머니들의 본보기라고 할수 있다. 어머니의 인생행로는 그대로 높고 우렁찬 어머니의 노래를 구성했다고 할수 있다. 인간세상에는 많은 죄악과 추악과 불공평이 존재한다. 그들은 어머니와 그리고 어머니와 비슷한 필생의 심혈을 조금도 남김없이 아들딸들의 성장에 쏟으신분들의 공로와 희생을 보지 못한듯이 홀시할수 있지만 천국은 그들을 포상할것이다. 동시에 인간세상에서 징벌을 받지 않았거나 징벌할수 없는 일체 죄악, 추악과 불공정을 지옥에 보내여 심판할것이다. 나의 친구이고 저명한 작가와 평론가이며 인문문학출판사 전 부총편집이였던 하계치선생이 보내온 대련에는 이렇게 씌여져있다.   위대한 어머니 앞길을 밝게 비춰주니 우수한 아들딸들 후세의 본보기 되네   전련은 십분 맞는 말이지만 후련은 나로 하여금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한다. 계치의 기대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진정으로 선을 지향하는 목적을 가슴에 담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책을 읽어야 할것이며 사고하고 자생하고 자률해야 할것이다. 또한 어머니를 따라배워야 할것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제일 가깝고 친절하고 순결하고 소박하고 원견성이 있으며 기초적인 효응이 있고 발전공간이 있고 봄날의 따스한 바람처럼 령혼을 어루쓰러주고 키워낼수 있는 교육은 우리 어머니들이 제일 먼저 실시하고 또 나중에 완성한다. 당년에 동승인민공사에서 살 때 누군가 어머니의 손에서 나 어린 계량이를 사가겠다고 했다. 그때 우리 가정은 이미 파탄될 지경에 이르렀던것이다. 어머니는 그 사람의 청을 단마디에 거절해버렸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더 이상 영위해나갈수 없는 가정이지만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결심했던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속에서 계량은 하루하루 커갔고 오늘의 인재로 자라났다. 이것이 그래 어머니가 창조해낸 기적이 아니란 말인가? 이 아름찬 양육의 정을 무엇으로 다 보답한단 말인가! 금아는 소학교에 다닐 때 간염에 걸린적이 있는데 얼굴이 누르끄레 하고 몸집이 아주 가냘파보였다. 집에 돈이 없어 공공뻐스를 탈수 없었기에 나는 해전문 사도구로부터 우안문외 제2전염병원까지 금아를 업고 갔다. 하지만 200원이나 되는 입원담보금은 어디 가서 구할데가 없었다. 나는 끝내 금아를 입원시키지 못한채 겨우 약 한봉지를 받아가지고는 금아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금아의 병은 따로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저절로 나아버렸다. 어머니께서 어떻게 금아의 병을 다스렸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고있다. 지난세기 삼년재해 때, 산동 창락의 농촌에 사시던 나의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선후로 굶어서 돌아가셨다. 하지만 북경 해전의 작은 방에서 겨우 연명을 해가는던 어머니와 우리 다섯 오누이는 뜻밖에 조금도 몸을 상하지 않았다. 우리는 천민이라 빈하중농들처럼 혁명적구호를 부르면서 인민공사의 곡식을 훔쳐올수는 없었지만 신근하게 로동하고 절약하고 참아내면서 이를 악물고 목숨을 이어왔던것이다. 어머니는 주어온 낡은 삽으로 집뒤에 있는 벽돌이며 돌멩이가 구을던 땅을 밭으로 개간했다. 그밭에다 옥수수를 심고 공장에서 나오는 페수구에서 물을 떠나다가 뿌려주었다. 가을이 되자 놀랍게도 그밭에서 수확을 할수 있었다. 인민공사에서 가을걷이를 할 때면 우리 온 식구는 아침일찍 나가서 이삭주의를 했다. 농민들이 떨어뜨린 고구마며 당근이며 콩꼬투리며 밀이삭을 광주리에 주어담았다. 돈이 없어 석탄을 살수 없었기에 립성은 늘 기차역전에 가서 코크스를 주었다. 립성은 가끔 그 지역에서 왕처럼 우쭐거리는 역전마을 애들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멍들고 옷이 찢겨져 돌아올 때도 있었다. 그런날 밤이면 어머니는 못내 가슴 아파하시며 찢어진 옷을 한땀한땀 기워주셨다. 풀을 베여 팔아 푼돈을 벌어들이던 그해, 립성은 겨우 12, 3살이였을것이다. 어느 토요일이였는데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벌써 날이 어두워져있었다. 하지만 립성이는 그때까지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었다. 나는 손전등을 들고 오솔길을 따라가 립성을 마중하러 갔다. 멀리서 립성이 머리를 푹 숙인채 풀을 가득 실은 밀차를 끌고 망아지처럼 힘겹게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나는 앞으로 달려가서 낮은 소리로 “립성아.” 하고 불렀다. 그때 립성의 두눈에는 맑은 이슬이 맺혀 반짝이고있었다. 나는 소리없이 립성의 손에서 밀차를 빼앗았다… 년세가 지긋하신분들은 개혁개방이전의 북경골목에서 늘 못사는 집 아이들이 고물을 줏는 사륜차를 끌고 다니는 풍경을 보셨을것이다. 나무판에 쇠바퀴로 된 사륜차의 페달을 두발로 밟으면서 휙휙 소리나게 나는듯이 달리는 모습들을 말이다. 어머니는 강철학원부근에서 보모를 하신적이 있는데 혼자서 두집을 돌보셨다. 어머니는 아침일찍 나갔다가 날이 어두워야 돌아오셨다. 힘들어도 앉거나 누울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약간 허리를 펴서 움직이면 그게 곧 휴식이엿다. 그야말로 숨 돌릴 기회마저 따로 없었던것이다. 다리에 부스럼이 나고 피가 흘렀으며 고름이 흐르고 부식되여 구더기가 생기기까지 했다. 그 지경이 되여도 어머니는 쉴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이면 어머니는 급히 소금물로 상처를 씻어내고 헝겊으로 꽁꽁 감싸버렸다. 이튿날아침이면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는듯 또 출근을 하셨다. 어머니는 주인집에서 상처가 곪아나는 냄새를 맡고 자기를 해고시킬가봐 제일 겁나하셨다. 어머니는 우리들을 먹여살리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셨을뿐만 아니라 또 우리의 학습에도 갖은 심혈을 다 기울이셨다. 하여 우리는 모두 소학교, 중학교에 다닐수 있었고 나는 대학까지 나오게 되였다. 나는 어머니께서 겪으신 그 고생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늘 사는게 힘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오직 자식들만 곁에 있으면 희망이 보인다는것이 어머니의 삶의 신조였던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역시 한순간에 귀전을 스치는 바람과 같다는것이였다. 금영은 12살좌우부터 늘 공사에 달려가 보조금을 요구했다. 공사에서는 어머니가 다섯 오누이를 힘겹게 키우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들은 또 총명한 금영이를 아주 좋아했다. 공사에서는 종래로 우리 가정을 난처하게 굴지 않았다. 금영은 매번 공사로 갈 때마다 10원, 15원 지어는 20원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금영이는 북경녀자3중학교의 3호학생이였다. 그해 금영이는 초중이를 졸업하고 나는 고중을 졸업했다. 가정을 꾸려나가고 나를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금영이는 16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참가할수밖에 없었다. 금영이는 사업에 참가하자마자 교육국에 가서 포황유에 있는 20평남짓한 아빠트를 얻어왔다. 하여 우리는 사도구의 나무판대기로 뒤벽을 막아 바람이 크게 불면 수시로 넘어갈수 있었던 주인이 워낙 창고로 쓰려던 창문이 없는6평도 되지 않는 그 흙벽돌집을 떠날수 있었다. 나는 사도구의 그 흙벽돌집이 당시 중국에서 제일 좁고 초라하고 위험하고 어두워서 누구도 감히 거주하려 하지 않는 또 사실상 누구도 거주했던적이 없었던 “집”이였다고 말할수 있다. 비가 오면 집이 무너질가봐 들어갈수 없었고 우뢰가 울면 네벽에서 흙이 투둑투둑 떨어져내렸다. 그야말로 가축우리보다도 못했고 “백모녀”에서 양백로가 살던 집보다도 못했었다. 아마 희얼이 살던 산굴보다는 좀 나았다고 할가. 하여 집주인도 우리에게 집세를 내라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사실 그곳을 “집”이라고 말하는것은 그곳에 대한 감사의 마음때문에 약간 높이 대우를 해주고 과장을 한것뿐이지 절대 “집”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기에는 과분한 곳이였다. 그처럼 악렬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확신하고있었다. 나는 정말 나 자신의 위대한 락관주의정신에 대하여 자호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그처럼 초라하고 비천한 환경을 벗어나 하루아침에 넓고 밝고 따스하고 명실공히 사람이 거처할수 있는 능히 금영이가 학가만소학교에서 빌어온 네개의 낡아빠진 학교에서 한쪽에 밀어놓았던 손질하면 그런대로 쓸수 있는 접이침대를 놓을수 있고 손님이 오면 앉을 자리가 있는 “고층아빠트”에 이사를 오게 한것은 금영이가 평생에 느낀 제일 큰 성취감이였고 행복이였을것이다. 금영이가 우리 가정을 위하여 나를 위하여 한 희생을 나는 영원히 잊을수 없다. 후에 금영이는 학력이 낮다는 관계로 교단을 떠나 농민, 공인을 거쳐 사무원으로 되였다가 공회주석이라는 중임을 짊어지기도 했다. 념원과 현실, 재능과 출로는 현제한 차이가 있어 우울할 때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언제나 우리로 하여금 가슴아프게 하고 어떻게 그것을 보상할가를 두고 갈피를 잡을수 없게 한다. 그때 나는 책꽂이가 욕심이 났지만 집 형편으로는 살수 없었다. 어머니는 어디에서 주어왔는지 모를 나무판대기를 칼로 깎아 못을 박아서 네모난 책꽂이를 만들었다. 칠도 올리지 않아 네면의 색갈마저 다른 책꽂이였지만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광명일보》에 입사할 때까지 그것을 썼다. 후에 이사를 하다가 잃어버리고말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쉽기 그지없다. 구차한 집에서 효자가 난다고 했다. 물론 집이 구차하면 모리배도 나올수 있다. 리익이 있으면 정을 쏟고 리익이 없으면 돌아설수 있는것이다. 사리사욕에 정신이 팔려 불효를 저지를수 있는것이다. 대학에 올라간후 나는 본분을 지키려 했을뿐 그렇게 힘들여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대신 많이 사고하고 습작에 열중했다. 그것 역시 워낙은 정상적인 행동들이였지만 정치지도원은 “반동학생”들의 언행과 습관으로 느낀것 같았다. 나는 흑백이 전도되고 단장취의하며 없는 사실을 날조하고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는 등 굴욕을 다 당하면서도 뭐라고 항변할수마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단잠에 든 밤에도 나는 복도의 전등불아래에서 밤을 패가며 검토서를 써야 했다. 당시 나는 죽도록 글을 읽어 “반혁명”이 된것을 한탄했고 금영이로 하여금 공부를 그만두게 한것도 뼈저리게 후회했다. 하늘이시여 왜 이렇게 사람을 알아주지 못하나이까! 나는 옥연담의 그 황량한 가을 물가에 벌써 다가서고있었다. 수면우에 갑자기 한줄로 나란히 선 어머니와 네 형제자매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충신으로 될수 없으면 효자나 되자.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혔고 락엽이 가득 땅에 떨어져내렸다. 발걸음이 무거워나며 처량하기를 이를데 없었다. 나는 그 얼굴들이 그때 왜 거기서 떠오르는지 알수 없었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나를 위험에서 구하려는것은 아니였을가? 중학교, 대학교 때의 동학들이 우리 가정에 대한 동정과 관심을 나는 영원히 가슴에 아로새길것이다. 4중에 다닐 때 류소지는 산서가에서 우리 집으로 와 논적이 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간후 나는 상우에서 돈 5원을 발견했다. 사실 한잔의 물로 한수레의 장작에 붙은 불을 끌수 없듯이 당시 가난에 허덕이던 우리에게는 그 돈이 별로 큰 도움은 없었지만 정만은 부유한 사람들이 천금을 던져주는것보다 더 진하고 깊었다. 북경사범학원식당에서는 매주 금요일아침에 기름에 튀긴 떡을 하나씩 주었다. 그것은 당시 사범학원학생들이 제일 즐겨먹는 음식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먹지 않고 남겼다가 나어린 계량과 금아에게 주었다. 두군휘가 그것을 알고는 떡을 먹지 않고 남겼다가 나에게 주며 말했다. “한 사람이 반개라니, 썰썰이나 일으킬게 아니냐? 한 사람이 하나씩 먹게 해라.” 두군휘는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후의 3년간 계속 나에게 떡을 남겨주었다. 두군휘는 그렇게 매주 금요일만 되면 온 오전을 배고픔속에서 보냈던것이다. 3년, 그 기나긴 나날을 견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을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늘 우리에게 “사람이라면 꼭 정의가 있어야 하고 은정에 보답할줄 알아야 한다.”고 타이르셨다. 황경발, 왕경산과 같은 선생님들, 류소지, 두군휘와 같은 동학들, 진진, 악건일과 같은 친구들, 호춘계, 양배군 등과 같은 학생들은 영원히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는것이 없었다. 공부를 더 하려고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계량이는 춥고 배 고프고 고독해서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계량이는 젊었지만 이미 갖은 고생과 단련을 다 거친후였다. 계량이는 아주 총명했고 또 매우 견강했다. 환경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계량이는 꼭 헤쳐나오려고 마음 먹었다. 아무도 바랄이가 없는 그곳에서 새로운 천지를 열려고 결심했던것이다. 개학을 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들을수 없어 계량이는 어리둥절하긴만 했다. 이듬해에 계량이는 우수를 했고 그 다음해에는 안해를 미국으로 데려갔다. 5년만에 또 어머니를 모셔갔고 6년철에는 장모님을 데려내갔다. 어머니는 미시시피강변의 청풍명월을 향수하기 힘들어하는것 같았고 미니애폴리스의 황유로 튀겨낸 닭구이를 자시기 버거워하시는것 같았다. 어머니는 얼마 안되여 산서가 7호의 16평밖에 안되는 두칸짜리 작은 집으로 돌아와 만두며 밀국수며 오이며 가지며를 자셨고 공동변소에 다니셨다. 어머니는 이웃을 방문하고 그들과 한담을 나누는것을 락으로 아셨다. 어머니는 어디에 사시나 시종 그렇게 만족을 하셨고 종래로 자신의 생활조건을 개선할데 대하여 아무런 요구도 제기한적이 없다. 어머니는 천생 남들과 비길줄을 모르시는것 같았다. 어머니의 함의는 바로 모든것을 자식들을 위해 바치는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였다. 그만치 어머니의 념원은 오직 자식들의 평안과 행복인것 같았다. 그이는 자식들이 사업때문에 고민을 하지 말기를 바라셨고 큰 일을 할수 있기를 희망하셨으며 날마다 진보하기를 기도하셨다. 어머니는 자신이 자식들의 짐으로 되지 않는다고 이웃들이 칭찬한다며 그렇게 기뻐하셨다. 어머니는 보는 말을 서슴없이 하셨고 또 그 말씀에 책임을 지셨다. 어머니는 정직하고 용감함을 좋아하셨고 권세에 아부하는것을 제일 하찮게 보셨으며 언제나 약자를 동정했다. 1964년, 북경사범학원 정치보도원은 군중들을 동원하여 나를 “반동학생”으로 몰아갔다. 나는 그것이 나에 대한 무함이며 시비를 전도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검토서를 쓰지 않았고 자료에 서명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정치보도원은 이렇게 나를 위협하였다. “자료에 서명만 하면 능히 인민내부모순으로 처리할수 있다. 하지만 서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아간의 모순으로 처리하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상적으로 졸업을 할수 있을지는 미결이다.” 나는 하늘을 치솟을것 같은 분노를 누르면서도 머리를 숙여 서명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정상적으로 졸업을 해야 했고 취직을 해야 했으며 월급을 받아 가정을 살려야 했다. 나는 포황유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누에콩 반사발에다 집에 올 때 사가지고 온 작은 병에 넣은 “얼궈터우”술을 마셨다. 술독이 피자 나는 잠이들고말았다. 꿈에 내가 억울하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어머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어머니는 거의 명령에 가까운 어조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고발하거라. 지금 바로 가거라. 네가 없으면 집이 돌아 못갈거라고 생각하느냐? 금영이 한달에 2, 30원씩은 벌어드리고 나도 보모를 하여 2, 30원씩은 나온다. 그게면 된다. 빨리 가보거라. 지금 가라는데두. 승인할것은 승인하고 승인하지 못할것은 때려죽인대두 승인하지 말거라. 너의 아버지의 교훈을 잊었느냐? 《참두아(斩窦娥)》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있다.” 나는 학교를 찾아갔다. 하지만 원이나 계에서는 근본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착오를 견지한다고 비평하지 않았고 내가 자신을 변명한다고도 책망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내가 쓴 자료만 남겨놓고는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다. 나를 접대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라고 할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제일 근심하던 로동실습을 할 자격은 박탈하지 않았다. 인민내부모순으로 처리된것 같았다. 나는 “조직”과 맞서서는 절대 이길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것은 권리를 장악하고있는 전제자의 오만하고 광기에 가까운 권위에 도전하는것으로 되기때문이였다. 전제자가 실패를 달가와 하지 않는 도전자에게 돌려주는것은 더 거센 핍박과 박해와 굴욕과 진압일뿐이였다. 하지만 나는 실패가 정해놓은것일지라도 인격상에서 더욱 굴욕감을 느끼고 운명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기가 꺾여서 투지를 상실하고 스스로를 철저히 아Q식으로 만들수는 없었다. 하지만 닭알로 바위를 치는 식으로 고생을 사서한 결과는 어머니도 생각지 못한것이였다. 어머니는 백성을 위하여 단비를 뿌려주는 청관에 대한 극을 너무 많이 보셨던것이다. 어머니는 이 시대에 포공이 너무나 적으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절대 복종하는 관리들이 너무나 많다는것을 모르셨다. 어머니는 또 시비야 어떻게 되여있든 이른바 “조직”의 리익, 영예, 존엄과 권위는 절대 모독을 당하면 안되고 “조직”을 대표하고 “조직”에 속하는 사람의 사고와 실천이 곧 최고의 원칙으로 된다는것을 알지 못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정치지도원은 학교에서 “조직”을 대표하여 학생들에게 사상교육을 진행하고 정치적감독을 실시하는 간부라는것을 모르셨고 “조직”은 아무 재간도 없는 보잘것 없는 사람도 위세가 당당해지게 하고 비할수 없이 강대해지게 하기에 절대 그와 평등해질수 없으며 반드시 그들이 말하는 “진리”에 굴복해야 한다는것도 알지 못하셨다. 어머니는 학교가 더 이상 “도리를 전도하고 학업을 전수하며 의혹을 풀어주는 곳”이 아니며 이미 행정급별이 있는 “무산계급혁명사업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국가기구와 “계급투쟁리론”을 리용하여 “의식형태령역의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전쟁마당이라는것도 알지 못하셨다. “조직”에서 어느 학생에게 “생각과 행동이 같지 않다”는 모자를 씌우면 그 학생은 아무리 학습성적이 좋아도 어쩔수 없는것이였다. 한장의 졸업감정이 그 학생의 일생을 결정하게 되는데 절대 스스로 그 모자를 벗어내칠수 없었던것이다. 내가 온 가정의 생사가 불구하고 결사적인 각오로 달려들어도 정치보도원들은 최종적으로 승리를 쟁취할수 있게 되여있는것이였다. 사회주의공유제도와 로동취업권이 나라에 장악되고 정치, 경제, 문화가 일체화 된 체제하에서 중국에는 정부에 목숨으로 대항하는자들이 나타나기 어려울것이다. 나는 나에게 억지로 씌워놓은 “반동학생”이라는 결론을 반대하고 나의 력사적인 진면모를 회복해달라고 요구했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자 나는 “우경번안급선봉”으로 몰리워 감금을 당했고 구타를 당했으며 비평과 투쟁을 받았다. 나중에 맞아서 허리가 부러져서야 “특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을수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워낙 머리칼이 검으셨는데 백날도 안되는 사이에 귀밑머리가 하얗게 세여버렸었다. 어머니도 놀라셨다. 어머니가 급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어머니는 큰 근심에 빠져버렸다. 아들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머니! 나는 두무릎을 꺾으며 고통스럽게 어머니를 불렀다. 눈물이 얼굴을 적셨고 목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어머니께서 나를 당겨시며 날이선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게 다 너의 아버지라는 그 물건짝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나는 어머니가 사람을 욕하는것을 그때 한번밖에 본적이 없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셨다.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용감성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때 응당 누구의 책임을 추궁해야할지를 모르고 계셨다. 이것은 어머니의 비애였다. 어머니는 평생을 정직하게 로련하게 도리를 따지면서 존엄있게 살아오셨다. 그이는 종래로 다른 사람을 업신보지 않았고 다른 사람도 당신을 업신보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의 그같이 소박한 독립과 민주의적인 정신은 나로 하여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감화되게 하였다. 나는 어머니의 그 이신작칙하는 가르침을 깊이깊이 머리속에 기억하고있다. 어머니께서 멀리로 떠나가신다. 우리는 그이와 작별인사를 나누어야 할 때가 되였다. 이것은 우리가 어머니를 더욱 깊이 료해할수 있는 적당한 기회이다.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하여 전통리론도덕이 가정에 대한 제약과 합리성 및 필요성을 인식해야 할것이다. 이것은 우리 가정의 임무일뿐만 아니라 지어는 우리 전반 민족이 짊어져야 할 임무라고 해야할것이다. 어머니의 일생을 회고하면 나는 위안도 느끼지만 가슴이 아프고 부끄럽기도 하다. 어머니는 흉금이 넓으시고 패기가 있으며 결단성이 있는분이셨다. 어머니의 패기는 내성적인것이였고 겸손한것이였다. 하기에 분노했을 때나 즐거우실 때 절대로 초조해하거나 거만하지 않으셨다. 전쟁으로 혼란스럽던 40년대에도 그이는 비발치는듯한 초연탄우를 무릅쓰고 애어린 금영이를 품에 안은채 남편을 찾으러 천리길에 올랐었다. “3반운동”시기에도 어머니는 도리에 의거하여 자기의 권리를 찾으려고 중앙세무학교에 찾아가 다시 아버지의 사건을 심리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같은 곳에 감금되여 심사를 받던 류초는 누구도 관심을 돌려주는 사람이 없은데서 고민을 하다가 실망하고 동맥을 끊어 자살을 하고말았다. 삼년재해시기, 극도로 되는 기아때문에 사람마다 몸이 부어나던 때에도 어머니는 놀랍게 백여근이나 되는 전국통용량표를 모아서 급할 때를 대비하셨다. “문화대혁명”의 광란속에서도 어머니는 금아와 계량이 면회를 오는 기회를 리용하여 나에게 절대로 “몸에다 온 가정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으며 만약 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들어간다고 해도 꼭 살아남아야지 절대로 남에게 맞아죽거나 스스로 기막혀 죽어서는 안된다고 타일러주셨다. 한 녀인과 다섯 자식으로 무어진 가정은 취약해서 비바람을 이여내기 어렵다고 생각할것이다. 하지만 이 가정에 어머니가 계셨기에 우리 가정이라는 이 함선은 그 어떤 풍랑고초도 꿋꿋이 이겨나갈수 있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도 의연히 살아남을수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뛰여난 감화력이 있었다. 하기에 우리 자식들은 모두 자각적으로 형세에 다라서 큰 국면에 복종할수 있었으며 목숨을 내걸고라도 가정을 보위하고 위험속에서 가정을 구해낼수 있었다. 어머니는 이 가정의 생존, 성장, 발전 장대를 위하여 자존자강하고 정의를 중히 여기며 간고분투하고 불요불굴하는 우량한 가풍을 형성하셨다. 어머니에게도 어쩌면 약점이 있을것이다. 이를테면 남존녀비와 같은 관념이나 모든것은 명에 따른것이라는 숙명관념 같은것들을 들수 있다. 하지만 력사적인 국한성이나 문화적인 국한성으로 볼 때 이것을 착오라고 할수 없다. 오직 리해를 해야 하지 구태여 다른것을 바랄수 없는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신선을 흥량하는것과 같은 표준으로 보통사람을 볼수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거나 자아방종하고 도덕의 자아완성을 거절해도 안된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시기 1년전부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그는 자신의 건강, 수명, 동통, 치료, 음식, 기거, 호리, 지어는 후사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지시나 교대도 없으셨다. 어떻게 하는게 쉬우면 어떻게 처리하라는 뜻이였다. 어머니께서 유일하게 근심하시는것은 내가 근 20년간 시종 혼자 사는것이였다. 어머니는 나를 뽈 때마다 물으셨는데 어쩌면 그게 마음의 병으로 되셨는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어머니께서 림종하시기 두달전에 나는 류미를 집으로 데리고 갈수 있었다. 류미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이 매우 부드러웠다. 그리고 량미간이 활짝 펴졌으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지셨다. 어머니는 수척한 손으로 미래의 며느리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좋네, 참 좋아. 다투지 말게. 일이 있으면 서로 앞장서서 하게나. 재밌게 살게.” 우리는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깊숙히 허리를 꺾었다. 우리는 어머니께서 림종전에 해주신 마지막 축복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있다. 어머니께서는 일생동안 충후하고 인간적이셨고 탁월했으며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요구는 매우 엄하셨다. 내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어머니의 몸에서 강렬하게 보여지는 전통문화의 감동적이고 빛나는 자각을 섭취해야만 우리의 인격이 고상하게 될수 있고 어머니께서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시는것 같은 느낌을 진정으로 감수할수 있을것이다. 어머니의 유체고별의식은 장엄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였다.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습을 담은 유상은 여전히 생전의 모습을 보는듯싶었다. 추모시와 대련들이 유상량옆에 걸렸다. 화한은 고별청에 겹겹이 둘러쌓였다. 나의 대학교 스승님들인 왕경산, 왕몽, 나의 스승이자 친구들인 원응, 리국문, 소연상, 나의 문학계, 예술계, 신문계, 교육계, 기업계의 친구들인 진진, 정이청, 진건공, 왕덕추, 리치국, 호옥룡, 안성신, 류옥산, 최군연, 류소지, 장서발, 륙려나, 리기, 장락산, 리영, 리려, 수려군, 진단진, 류석성, 부활, 고엽매, 왕소용, 라정문, 악건일, 장덕녕, 허지운, 소립군, 주정, 한소혜, 로약강, 리명생, 조대붕, 전혜생, 두군휘, 리춘유, 목상신, 왕조건, 호춘계, 부문하, 양배군, 송평, 왕복명, 성아야, 량옥존, 증진남, 장왈개, 조애진, 방화, 호계금, 차매, 풍하, 경육민, 조옥지, 복운진, 왕성도 등도 화환을 들고 찾아왔다. 원응선생이 화환에 남긴 서명은 “우질원응(愚侄袁鹰)”이였다. 나는 그에게 “우질”이라는 두 글자를 삭제하자고 제기했지만 원응선생은 기어코 남겨야 한다고 고집했다. 원응선생의 그 겸손함에 나는 지금도 황공함을 느낀다. 전에 “당대지식청년문학의 아버지”로 불리운, 당년에 내가 협화골과에서 척주를 수술할 때 밤도와 나를 간호해주던 악건일, 장덕녕 부부는 “왕문진로인님을 추모하여”라는 만사를 지어왔다. 그리고 나의 중학교, 대학교 때의 동창이며 당년에 격렬하게 사범학원의 압제와 타격에 반항하여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일생을 방황하던 재능이 있지만 운명이 기구했던 류소지는 추모시 “풍백모송”을 보내왔다. 태두식, 정영식의 성취가 있고 업적이 있는 스승과 친구들이 나의 어머니를 위하여 마지막길을 바래준것은 어머니의 영광이다. 나는 이로하여 긍지를 느끼면서도 얼마간 놀라왔다. “장군이 가니 큰 나무가 잎이 떨어진다” 했던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는 삽시에 넋이 나가버린것만 같아 눈앞이 아찔해났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실적에는 어머니가 없는 자리를 상상해본적이 없었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자 비여있는 그 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수 없었다. 내가 무너진다면 누가 나를 잡아줄가? 내가 비통해한다면 누가 나의 하소연을 들어줄가? 내가 의혹스러워 한다면 누가 와서 해답을줄가? 내가 충동되였을 때, 너무 흥분하여 모든것을 잊어버렸을 때 누가 와서 나를 깨워주고 랭정을 되찾게 충고해줄가? 어머니를 잃은 고통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이요, 신심을 잃은 비통함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비통함일것이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려 하지만 친인이 계시지 않는것이 이 세상의 제일 큰 유감이라는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 가정의 지난날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영원히 어머니의 아들딸들이라는것때문에 자호감을 느낀다. 인간의 길에서 어머니를 바래주는 대오가 점점 멀어져 간다. 천국의 길에서 어머니를 맞아주는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편히 가십시오! 어머니, 감사합니다!   《중국당대문학작품선집》조선문판에 실림
558    “어리석음”과 “재기” 댓글:  조회:2038  추천:0  2014-07-27
“어리석음”과 “재기” ―주여창선생을 추억하며   장이무     주여창선생이 영면하셨다. 로일대학자들이 한분, 두분 세상을 떠나신다. 이것은 누구도 거역할수 없는 세월의 힘이다. 주선생은 그래도 장수하셨다고 할수 있다. 그이께서는 20세기 중국지식분자의 전형적인 인생행로를 걸어오셨다. 그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사실 그의 인생경력이 그렇게 놀라운것은 아니였다. 사람들이 그의 인생이 평범하지 않다고 하는것은 그와 《홍루몽》에 얽힌 평생의 인연때문인것 같다. 이러한 인연은 그로 하여금 중대한 력사적풍운변화속에서 누구도 감당할수 없는 독특한 역할을 하게 했다. 이 점은 20세기 중국인의 문화상상중에 있는 《홍루몽》의 독특한 위치 및 그 의의와 같은것으로서 주선생의 평범한 학자생애에 극히 평범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주선생은 사실 20세기후반기에 중국대륙의 풍운변화속에서 능히 중국의 전통적인 정신을 계승한 정수적인 인물이라고 할수 있다. 그의 존재는 우리들로 하여금 중국의 대 변혁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많은 물건들이 계승, 발전되고있었다는것을 알게 하였다. 어느 민족의 운명이나 흥망성쇠가 있다. 그리고 또 어느 민족이나 그 민족을 수호하는 일부 령혼적인 인물이 필요한데 그런 인물은 력사와 문화의 정신적인 분위기속에서 나타나게 되는것이다. 주선생의 의의는 사실 그 객체의 력량에 대한 느낌과 중국문화의 진귀환 보물인《홍루몽》에 있는것이다. 주선생은 우리에게 다채로운 “홍학”세계를 펼쳐주었다. 만약 주선생이 없다면 20세기후반기의 중국의 문화사는 어딘가 적막하게 느껴질것이요, 조설근과 《홍루몽》도 지기가 없게 될것이다. 나는 늘 이상한 생각을 굴리군 한다. 《홍루몽》의 경우는 주선생을 만났기에 전보다 확실히 달라진것이 아닐가? 물론 주선생 본인도《홍루몽》에 대하여 일생동안 집착을 보였다고 말쓴하신적이 있다. 주선생은 사실 나의 중학시절의 우상이였다. 그때 우리 집에는 옛 버전의 《홍루몽의 새로운 증거(红楼梦新证)》라는 책이 있었다. 그때는 “문화대혁명”시기여서 새로운 책이 부족했다. 나는 부모들의 장서를 뒤져보기를 무척 좋아했다. 《홍루몽의 새로운 증거》는 번체자를 사용했는데 배판도 세로짜기로 되여있어서 읽기가 매우 불편했다. 책은 보풀이 일었지만 그 내용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특히 그 《력사사건편년(史事编年)》은 강옹건(康雍乾) 3대 력사사건을 집성했다. 책에는 정사의 기재도 있고 야사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소설을 읽는것처럼 생동한 느낌이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주여창이라는 존함을 처음 접하게 되였다. 후에 그 책의 새로운 버전이 나와 독자들을 기쁘게 했다. 나는 인차 그 책을 사서 다시 통독했다. 새로운 버전에는 이전 버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들이 보충되여 그야말로 당시 홍학의 집대성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책을 통하여 나는 “홍학”의 복잡성을 알게 되였다. “홍학”을 리해한다는것은 단지 소설에 대한 연구뿐만이 아니라 판본이 있고 가세가 있고 탐일(探役)을 중심으로 하는 방대한 계통이다. 하기에 겉보기는 자질구레해보이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오묘하기 그지 없다. 외인들의 눈에는 늘 따분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안에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이를테면 조설근초상의 진가여부, 잃어버렸던 “정본(靖本)”의 신비한 이야기는 셜록홈즈의 탐정이야기처럼 전기적이였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나로 하여금 주선생에 대하여 경모의 정으로 충만되게 했다. 당년에 모씨가 《홍루몽》을 너무 좋아해서 다섯번이나 읽었다는 말도 있다. 하기에 “홍학”은 의심할바 없는 저명한 학설이며 “홍학”을 담론하는것은 당시의 류행문화였다. 주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느낌이 강렬했는데 지금도 인상이 깊다. 그중 하나는 분위기가 절대 무겁지 않다는것이다. 주선생의 학술문장은 생동하고 흥미롭다. 사소한 고증이라도 그 필치가 읽는이들을 황홀하게 한다. 두번째는 여러가지 도리와 사리에 통달했다는것이다. 주선생은《홍루몽》의 판본, 조설근의 가세 그리고 80회후의 줄거리에 대한 탐구와 예술감정문화에 대한 관심을 융합시켜놓았다. 나는 주선생의 뛰여난 박학과 비길데 없는 집중력에 탄복한다. 그때로부터 나는 스스로 무엇이라고 설명할수 없이《홍루몽》에 집착하는 “홍학”애호자로 되였다. 나는 줄곧 어쩌면 다소 기묘하다고 할수 있는 학문의 발전에 관심을 가졌으며 “홍학”에 대한 시시비비에 빠져 살았다. 나는 전업적인 연구자가 아니기에 비록 그렇다할 견해를 발표하지 못했지만 장애령이 말한것처럼 “홍루몽에 미쳐버린 사람”과 비슷하게 되여버렸다. “홍학”에 빠져버린 나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모했다. 이 점은 나로 하여금 더욱 쉽게 중국의 풍부함과 복잡성을 리해하게 했으며 중국문화의 넓고도 심오함을 느낄수 있게 했다. 내가 나 개인과 목전의 상관 연구외에도 중국의 정서와 지식에 대하여 약간의 료해를 가지게 된것은 모두 주선생이 나에게 준 최초의 계몽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주선생을 만난것은 지난세기 80년대초에 북경대학에서였다. 그 무렵, “홍학”은 사람들의 깊은 중시를 받고있었다. 중문전업에는 “홍학”을 연구하는 학생소조가 있었다. 그 핵심인물은 후에 재담과 연극대본을 창작하여 명성을 떨치다가 한창 나이에 세상을 뜬 량좌이다. 이 학생소조는 줄곧 아주 활약적이였으며 일부 문장도 발표했다. 나와 한 학급에 다녔던 마흔래도 그 소조에 참가했었는데 그는 당년에 “홍학”에 푹 빠져있던 재간 많은 녀학생이였다. 그녀는 고중때 벌써 《홍루몽학술지》에 문장을 발표했는데 그것은 후날에 나온 “신개념작문”에서 우승을 하기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우리의 소년시대는 “문화대혁명”후기였다. 그때는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문화가 발달되지 못했었기에 그들은 인차 성인들의 문화를 접촉하게 되였고 쉽게 그속으로 빠져들게 되였다. 소조에서는 주선생에게 특별강좌를 부탁했다. 주선생은 그번에도 “홍학”에 대하여 담론했다. 그는 《홍루몽》의 정취에 푹 빠져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가 장화시(葬花诗)를 읊으면서 도취되여있던 모습을 잊을수 없다. 강연을 하는 주선생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그는 청중들의 반응 같은것에는 중시를 돌리지 않고 자기의 세계에만 푹 빠져있었다. 그는 마치 자기도 《홍루몽》중의 한 인물로 된듯싶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 세계는 우리의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것 같았다. 그는 사실 그 세계에서 여유롭게 헤염치기를 더 바랐을것이다. 그는 가보를 헤아리듯이 판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가세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러한것들은 모두 학자의 직업적인 사업이 아니라《홍루몽》과의 마음의 투합이였다. 그후 나는 여러 장소에서 주선생을 만나게 되였다. 그의 여위고 허약한 신체와 쇠약한 시력 및 청력은 그의 여유로움을 저애할수 없었다. 이로보아도 주선생은 자기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주선생은 겉보기에 온화하고 조예가 깊어보였는데 전통적인 유학자의 풍도가 있었다. 말할 때 그는 목소리가 가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내가 보건대 그의 성격은 아주 강렬하고 극단적인 면이 있었다. 우리들이 추측하는 조설근이나 소설에 나오는 가보옥과 비슷한데도 있었다. 이를테면 정을 위해서는 “어리석게”도 놀수 있는 기질이 있다는것이다. 이 “어리석음”이란 바로 일종의 강렬한 성격이고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끝없는 집착이다. 이러한 “어리석음”은 그의 재능과 충분하게 결합되였다. “어리석음”과 집념만이 아니라 넓은 흉금과 박식한 지식은 주선생으로 하여금 《홍루몽》의 신비한 경지에서 여유롭게 노닐게 했던것이다. 주선생의 재기는 줄곧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면에서 그는 전종서선생과 아주 비슷하다. 그들은 워낙 외국어를 학습했지만 중국문화의 깊은 리해로 충만되여있었다. 주선생의 뛰여난 재간은 일찍 호적과 전종서 선생의 높은 긍정을 받았었다. 그는 양만리의 시에 주석을 단적도 있다. 그리고 서법을 론하거나 시사를 쓰고 감상하는데도 뛰여난 견해를 가지고있었다. 그의 문언시는 아주 뛰여나다. 가장 전기적인 이야기는 그가 조설근의 시를 모방하였는데 홍학자들이 진품이라고 단정했다는것이다. 모두들 그 시가 진짜 조설근의 손에서 나온것인줄로 알았던것이다. 나중에 주선생이 자기가 모방한것이라고 이실직고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리석음과 재기는 바로 주선생의 령혼이였다. 고학을 하던 년대, 주선생은 어디에도 의지할데가 없어 중국의 전통속으로 돌아왔다. 그에게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그는 중국문화의 우월성과 아름다움을 굳게 믿었고 중화문화의 필연적인 복흥을 굳게 믿었던것이다. 중국문화에 대한 그의 강렬한 신념은 그로 하여금 그의 큰 관심과 여러 방면의 재능을 모두 그의 인상속에서 누구와도 비길수 없는 인재라고 느껴지는 조설근과 그가 창작한《홍루몽》에 쏟아부었다. 조설근과《홍루몽》에 대한 집념은 주선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어리석음과 재주를 모두 그 한점에 집중하게 했다. 주선생은 뛰여난 재능이 있는것만치 중화문화의 일오(壹奥)[i]에 대하여서도 체험이 깊었다. 그는 홍학자로 될 필요성이 완전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재기로 보면 능히 전종서선생처럼 고금동서를 넘나드는 거인으로 될수 있었던것이다. 주선생은 영어에 아주 능했는데 오래전에 벌써 륙기의《문부》를 영문으로 번역하였었다. 나는 전에 주선생이 만약 홍학의 그 얼키고 설킨 시시비비에 말려들지 않았다면 지금 보건데 아주 자잘한것 같은 일들에 정력을 소비하지 않았다면 그가 이루어낸 업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것이고 중화문화에 대한 그의 리해는 가능하게 더욱 넓게 퍼졌을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또 주선생이 절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만치 주선생은 “어리석었던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과 그의 재기가 결합되였기에 그에게서는 고리타분한 냄새를 좀처럼 맡을수 없었다. 주선생은 절대 재기가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고증을 죽은 학문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범속하지 않은 자신의 깨달음으로 고증을 했다. 그는 뛰여난 시인처럼 자기의 창조성과 상상력으로 학문을 증실했던것이다. 주선생이 나와 같은 “홍학”애호자들을 제일 탄복시킨 일은 바로 “조선(曹宣)”에 대한 고증이다. 이것은 주선생의 재기와 사실이 결합된 제일 좋은 증명이며 또한 주선생의 제일 휘황한 고증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는 순전히 추단으로 출발하여 조설근의 할아버지 조인에게 조선이라고 부르는 형제가 있다고 제기하였다. 이것은 모두들 그 사람의 자를 “자유(子猷)”로 부르는데서 비롯된것이다. 《시경》과 같은 고서에서 “선”은 “유”와 관련이 있다. 이로부터 그 사람의 이름은 “조선”이지 절대 “조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던것이다. 이 사실은 후에 나온 사료들에 의하여 증명되였다. 이러한 고증은 바로 주선생의 고금동서를 주름잡는 해박한 재기와 진실을 밝히려고 집념하는 “우직함”을 증명해주는것이다. 주선생은 사실 극단적으로 두가지 종류의 인물을 찾아헤맸다. 중화문화에 대한 그의 큰 관심과 서방의 충격아래에 있는 중화문화에 대한 사수는 그로 하여금 아주 원대한 문화적인 사야를 가질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할만치 세부적인것들에 집념을 했고 고증에 집착했다. 하여 그는 시와도 같은 드넓은 심경과 조금도 어김없는 고증을 결합시켰던것이다. 그러다보니 간혹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이상 과도하게 해석을 하는것이 아니냐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를테면 조설근의 가세에 대하여 주선생은 시종 “풍윤설”과 “료양설”을 고집했는데 치렬한 론쟁이 있었다. 지어는 부동한 설법을 가지고있는 사람들과 대인관계에서 응어리까지 가지고있었다. 사실 조설근이 “풍윤인”이라는것은 5대전의 사실로서 조설근의 창작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하지만 주선생은 여전히 조설근과 송나라의 조연의 관계를 이어놓으려고 했고 그로부터 조설근과 위진시대의 조씨가문을 련결해보려고 애를 섰다. 이것은 사실 중화의 “시경과 례기 전문가”의 핵심문제와 관계되는것이다. 조씨네 가문은 중원의 명문귀족으로부터 만주의 노예로 전락되였는데 그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때문에《홍루몽》의 위대함에 유전자적인 기초가 있게 되였다. 이러한 생각을 두고 우리는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사실은 주선생의 시심이라고 할수 있다. 그는 조설근과 중화문화를 너무나도 사랑했었기에 제일 광대한 구상을 하지 않을수 없었을것이다. “홍학”은 현대 중국에서 제일 독특한 학술공간으로서 전통적인 중국문화를 제일 직접적으로 표현했는바 중화문화의 제일 직접적인 체현이라고 할수 있다. 그의 텍스트의 풍부함은 중화민족의 문화적미의 제일 직접적인 체현이다. 그는 전통과 현대성의 직접적인 련속성을 증명하였다. 하기에 “홍학”은 또한 현대적인 텍스트이다. 사람들은 현대적인 개인해방의 시각에서 이 텍스트를 상세히 밝혀내고있다. 《홍루몽》에는 현대와 전통적인 중국의 복잡한 풍정이 어울려있다. “홍학”은 소설연구외에도 현대적인 학술에 실제운행의 본보기를 제공하여주었다. 판본이나 가세 혹은 탐일(探佚)을 막론하고 모두 전통과 현대가 련결되는 한개 방면으로 된다. 주선생의 독특한 점은 그가 이 모든 점에 대하여 모두 중대한 공헌을 했다는것에 있다. 제일 보귀한것은 주선생의 시심과 재기와 학식이 이처럼 교묘하게 결합될수 있었다는것이다. 주선생이 타계하셨다. 우리는 다시 그와 같이 글재주가 뛰여난 천재적인 학자를 모실수 없을것이다. 력사적인 고증과 현대적인 방법이 결합되고 억압감속에서 창조력이 충만되였던 인물이 우리곁을 떠나셨다. 주선생은 현대중국의 하나의 자랑이다. 그는 자기의 전통이 진귀하다는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있으며 《홍루몽》이 있음으로 하여 이 나라에 진정으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화정신이 있다는것을 알려주고있다. 이 점은 어떠한 변화라도 개변할수 없는것이다. 주선생의 경지를 따를만한자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있을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참답게 이러한 흥미있는 서적들을 읽어내려갈것이며 주선생과 함께《홍루몽》과 조설근의 세계에서 마음껏 헤염을 칠것이다.   (최동일 역)   일오(壹奥):일음곤(壹音困), 주선생은 전에 한 홍학자의 문학과 사학 기초가 그닥지 않다면서 이 학자가 일(壹)을 호(壶)라고 읽었는데 사실 이것은 부동한 뜻을 가진 두글자라고 지적했다.    《중국당대문학작품선집》조선문판에 실림
557    -1987년, 미국에서의 왕증기 댓글:  조회:2148  추천:0  2014-07-27
그는 자신을 이 통로의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1987년, 미국에서의 왕증기 손욱 지난세기 80년대, 섭화령과 그의 남편은 아이오와대학에 국제습작중심을 설립했는데 많은 대륙의 작가들이 그곳에 다녀왔다. 섭화령은 어릴 때 대륙에 살다가 1949년에 대만으로 건너갔고 후에는 미국적을 가졌다. 그는 대만에 있을 때 은해광, 호적과 같은이들과 교제를 하면서 이단자들에 대하여 깊은 감수를 가지게 되였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점이 있었다. 국제필회중심을 설립하고 필회를 조직하는것은 바로 그의 마음속의 작가들을 위하여 모여앉을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려는것이였다. 적지 않은 중국작가들이 초청을 받고 아이오와국제필회에 참가했다. 정령, 애청, 소건, 왕몽, 소연상, 왕안억 등도 필회에 참가하여 이채를 돋구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후 모두 매체의 의도에 따라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문제에 대하여 함축성이 있게 서술했고 일부 사람들은 아예 발언을 거부했다. 그것은 하나의 특수한 년대였다. 1980년을 전후하여 중국은 금방 “문화대혁명”의 동란속에서 헤여나오기 시작했기에 작가들의 마음이 아직 채 열리지 않았던것이다. 그들은 외계에 대하여 거리감을 가지고있었는데 이러한 심리상태는 섭화령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놓았다. 왕증기가 아이오와습작중심에 가게 된것은 1987년 8월이였다. 동행한이들로는 대륙작가 오조광, 대만작가 진영진이였다. 그 시절은 사람마다 능히 출국할수 있은것이 아니다. 작가로서 미국으로 갈수 있다는것은 일종의 영예였다. 왕증기에게 있어서 그번 출국은 그야말로 의외의 수확이라고 할수 있었다. 왕증기는 미국에 면목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양진녕, 리정도, 왕호, 장충하… 그들은 모두 서남련합대학시기의 관계인사들이였지만 갈라진지 몇십년이 되여있었다. 출국을 한 그 친구들은 모두 미국의 대학들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있었다. 그들 모두가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자연적으로 국내사람들보다 정력이 충만되여있는것 같았다. 왕증기는 미국의 친구들에게 시끄러움을 끼치고싶지 않아했다. 그는 조용히 보고서를 쓰고 바람이나 쏘이려 했던것이다. 그들은 금방 국경을 벗어나 동경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쌘프랜시스코에 도착했다. 려정이 매우 순조로왔다. 녀승무원들의 태도가 너무나도 살가와서 내심으로부터 따스함을 느꼈다. 그는 국내 승무원들의 봉사수준을 외국과 비길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대재난은 나라의 기강을 크게 상하게 했던것이다. 국내에서는 사람과 사람 지간에 친밀한 교류를 바랄수 없었다. 적어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편적인 랭담성은 누구에게나 상해로 되였던것이다. 국외에서의 이같은 대비는 그로 하여금 못내 가슴이 아프게 했다. 그의 일정은 매우 느슨하게 배치되여있었다. 떠나올 때 소연상이 그에게 출국해서 장편작품을 쓰지 말라고 귀띔을 했던것이다. 왕증기는 그의 말을 듣고 “새 료재”와 같은 글이나 끄적거려보려고 마음 먹었던것이다. 그는 시간을 타서 뉴욕, 보스턴, 시카코 등지를 돌아보려고 계획했다. 그에게 제일 인상이 깊은것은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상상보다도 더 체감도가 높았다. 그곳 사람들은 수시로 사색을 할수 있고 표달을 할수 있었다. 그는 안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여러차례나 이 점을 피력했다. 그리고 후에 쓴 “링컨의 코밑에서”라는 글에서 그 감수를 전면적으로 서술했다. …링컨묘는 흰 화강석으로 된 네모난 탐모양의 건축이다. 묘앞에는 링컨의 립상이 있고 량옆에는 각각 내전영웅들의 군상이 세워져있다. 한쪽에는 군기를 들고 전진하는 장면이고 다른 한쪽은 발굽을 치켜든 전마이다. 묘앞에서 몇발작 떨어진 곳에 있는 초석에는 동으로 주조한 아주 큰 링컨의 두상이 있다. 나는 링컨의 묘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깔끔해보이고 깨끗하다. 어느 한 프랑스작가는 남경에 가서 중산릉을 참관한적이 있는데 링컨의 묘는 중산릉에 비교할수 없다고 했다. 그만치 중산릉은 기백이 넘친다는것이였다. 나는 그에게 풍격이 부동할따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바로 풍격이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는것이다. 그 프랑스작가는 링컨묘는 이름 그대로 “묘”이고 중산릉은 “릉”이라는데 중시를 돌리지 못했던것이다. 우리는 묘에 들어가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링컨과 링컨의 부인 그리고 그들의 세 아들이 안장되여있었다. 묘의 중앙에는 앉은 자세로 된 링컨의 동상이 놓여져있었다. 그의 세 아들의 동상도 있었는데 비교적 작았다. 링컨의 아들들은 링컨을 많이 닮은것 같았다. 링컨묘는 링컨과 그들의 가족을 기념하기 위한것이였는데 이것 역시 미국식사상이라고 생각되였다. 링컨의 부인앞에는 “링컨의 친밀한 전우”였다는 뜻을 나타내는 어떠한 문구도 없었고 그런 뜻을 보여주는 형상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길을 따라 묘에서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링컨의 코를 만지고있었다. 물론 두상의 코를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데리고 온 어린이를 번쩍 들어서 링컨의 두상에 가까이해주었는데 그게 좋다고 어린이들은 깔깔거리며 링컨의 코를 만져댔다. 링컨의 두상에는 검은칠이 한벌 올라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어른의 코를 만졌던지 코부분만 황동으로 된 바탕이 들어나 반짝반짝 빛을 발산하고있었다. 사람들은 왜 링컨의 코를 만지려고 할가? 링컨의 코는 보기 좋게 우뚝 솟아있었는데 그 코를 만지면 좋은 기운을 받을수 있다는 미신이 관광객들속에서 통했던것이다. 몇몇 작가들은 링컨의 코를 잡고 사진까지 찍었다. 누군가 나에게 한장 찍어 기념을 남기라고 했지만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으로 그들의 호의에 답복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시인 에드가 리 마스터의 옛집에 들렸다. 마스터는 링컨의 일부 관점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를 접대하는 한 녀사에게 마스터는 구경 링컨의 어떤 관점을 동의하지 않았는가고 물었다. 그녀는 구체적인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은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신들은 그들의 관점이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똑 같이 기념하고있군요. 그렇죠?” 나의 물음에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다. “오직 인류의 문화에 공헌을 했다면 우리는 모두 기념합니다. 그들의 관계가 좋았던 나빴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지요.” “이것을 대체로 미국의 민주라고 하겠지요?” “당신, 참 옳은 말을 하시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술 더 떴다. “나는 저 많은 사람들이 링컨의 코를 만지는것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나의 말에 그녀가 동을 달았다. “나도 찬성하지 않는답니다.” 마스터의 옛집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우리는 칼 샌드버그의 옛집에 들렸다. 칼 샌드버그에 대하여 중국의 독자들은 비교적 익숙하다. 그이 시 “안개”는 중국독자들속에서 널리 랑송되고있다. 칼 샌드버그는“링컨-전쟁년대에”라는 장시를 쓴적이 있다. 그는 링컨의 관점을 찬성했던것이다. 호텔에 돌아와서 나는 이런 생각을 굴려보았다. “링컨의 코를 만질수 있는가? 없는가?” 나중에 나는 이렇게 판단했다. “만질수 있다. 누구의 코도 만질수 있다. 때문에 링컨의 코도 만질수 있는것이다. 누구의 코라고 특별히 신성한것은 아니다.” 링컨은 “모든 인생은 평등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나는 또 자유, 평등, 박애는 갈라놓을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자유는 평등을 전제로 하는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제창해야 할것은 바로“모든 인생은 평등하다.”는 정신일것이다. 이번 미국행에서 나는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제일 뼈저리게 느낀것은 바로 이 한단락의 사실일것이다. 중국사람들은 혁명을 거쳤지만 여전히 비굴함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문화적인 방면에서 볼 때 되려 몇걸음 퇴보한것 같다. 자신의 우파생활과 “문화대혁명”중의 조우를 떠올리면 왕증기는 내심 소태를 씹은것 같을것이다. 사상이 충격을 받는 그 순간이 바로 정신이 자각을 되찾는 시각일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일부 대만작가들과 교류를 할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것이다. 량안의 작가들이 다른 곳에서 만나 마음속의 고배를 털어놓느라니 자극이 컸을것이다. 진영진은 왕증기가 좋아하는 대만문인이다. 진영진의 성정은 왕증기로 하여금 적지 않는 감동을 받게 하였다. 진씨는 대만에 많지 않은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소설의 현실의식은 보통사람들보다 더 깊다. 그의 심미적인 경로에는 로신의 게시가 아주 많다고봐야 할것이다. 그는 사람을 열정적으로 대하고 인품이 후덕하다. 그들의 문풍은 많은 차이점을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마음은 한곬으로 쏠리고있었다. 어느한번, 나는 향항에서 진영진에게 왕증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그번에도 진영진은 왕증기에 대하여 못내 탄복하는것이였다. 그러는 진영진을 보면서 나는 여러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렇게 부동한 두 사람이 이처럼 사이 좋게 교류할수 있다니… 그야말로 중국현대문학에서 깊이 연구해야할 현상이 아닌가? 왕증기는 안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쓴적이 있다. 18일에 “나는 왜 창작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의가 있었소. 나는 처음에 발언을 하지 않아도 되려니 생각했었는데 웬걸 회의측에서는 누구나 다 발언을 하라고 요구했소. 이번 발언은 한자의 성씨필획의 순서에 따라서 배치되여 나는 세번째로 발언해야 했소. 다행히도 회의전에 약간 생각해둔것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나는 이렇게 말했소. “…나는 왜 창작을 하는가?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 못했기에(웃음)… 내가 초중에 다릴 때 어느 한 선생님은 나를 보고 장래에 건축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나는 건축사가 되는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나는 그림을 잘 그렸거든요. 하지만 건축사가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기하를 말입죠. 그 선생님은 나의 기하재능을 키워주려고 온갖 심혈을 다 쏟으셨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맥을 버리고 탄식을 하는것이였습니다. “각하의 기하는 동성파의 기하입니다.” (웃음) 기하는 한걸음한걸음 론증을 거쳐야 합니다. 나의 기하는 매우 간단했던것입니다. 나는 전에 때때중이 사는 절에 머문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여러 사람이 나에게 중이 돼본적이 있는가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수계》를 본적이 있었던것입니다. 이곳의 많은 중국류학생들도 《수계》를 본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중이 된적이 없습니다. 항일전쟁시기, 일본사람들이 우리 현성옆에까지 쳐들어왔었습다. 그때 나는 시골로 피난을 가서 절에 거처했던것입니다. 그대 나는 대학입학시험준비를 하기 위한 교과서외에 두권의 책을 더 가져갔었는데 그것이 바로 《심종문문집》과 《뚜르게네브선집》입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두 사람의 영향을 받고있습니다. 나는 젊었을 때 서방현대주의의 영향을 받았기에 시를 쓰기가 매우 힘듭니다. 대학때의 어느날, 두 동창이 내앞에서 걸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누가 왕증기냐?” 다른 한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읽어도 알수 알수 없고 자기가 읽어도 알수 없는 그런 시를 쓰는 놈이 바로 왕중기지.”(큰 웃음) 나는 올해 67살입니다. 인생의 달고 쓰고 시고 매운 맛을 모두 봤고 춘하추동을 모두 거쳐왔다고 해야지요. 나는 부득불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올수밖에 없었습니다. OK!(박수)” 이날 토론회의는 아주 성공적이였소. 대부분 사람들이 정채로운 발언을 했는데 섭화령도 매우 기뻐했다오. 진영진의 아버지(82세)는 특히 온 가족(부인, 딸, 사위, 외손녀)을 데리고6시간이나 차를 타고 와서 중국작가들을 만나주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셨소. 그날밤, 영진의 고모부가 연경호텔에서 중국작가들을 초대했소. 연석에서 영진의 아버지가 연설했는데 감정으로 충만되였다오. 오조광도 연설을 했소. 그는 먼저번에 아이오와주에 가서 영진의 아버지를 뵈운적이 있다오. 폴 엥글이 영진의 아버지를 포옹해주었소. 두 로인이 포옹하자 모두들 무척 감동했소. 나도 영진의 아버지를 포옹했소. 저도몰래 눈물이 주르르 굴러내렸다오. 그후 나는 영진이와도 포옹했소. 우리 두 사람은 소리내여 울기직전에 이르렀소. 《중보》의 녀성편집 조우방이 나의 얼굴에 키스를 했고 오래도록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오. 연석이 파한후 섭화령이 우리 모두를 초청해서 그의 집으로 가 술을 마시며 한담을 하자고 했소. 우리는 한담을 하고 노래도 불렀소. 갈라질 무렵에 섭화령은 정추여선생의 부인을 포옹했소. 람릉이라고 부르는 녀작가는 크게 울음을 터치기까지 했다오. 왕증기는 이 편지를 정성들여 섰다. 화면감이 강하고 여러가지 감정을 보는듯이 그려낸것이다. 만약 당시 국내에 있었다면 이렇게 자유로울수 없었을것이다. 잔혹한 내란을 겪은후 다른 곳에서 국내를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게 된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중국의 근 백년의 운명은 수많은 문인들로 하여금 시름을 놓고 길을 선택할수 없게 했다. 그야말로 만면에 상처자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때문에 소부분 사람들만이 자유롭게 글을 쓸수 있었던것이다. 따져보면 모두들 어느정도 답답하게 살고있다. 왕증기는 말 타고 꽃 구경하는식의 그번 방문으로 미국사회의 근본면모를 다 보아낼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는 미국의 여러 곳들을 돌면서 언제나 흥에 겨워했다. 하지만 영어구사능력이 수수해서 그렇게 자유자재로운것만은 아니였다. 하여 그는 젊었을 때 영어공부를 홀시하여 능란하게 영어를 구사할수 없는것을 못내 후회했다. 외출을 하려면 자연적으로 모임에 참가해야 하고 연설을 해야 했다. 왕증기는 선후하여 예일대학, 하버드대학,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서 연설을 했다. 그때 중국대륙에서는 한창 사상해방운동을 벌리고있었다. 서양사람들은 왕증기가 정치문제에 대하여 거론하기를 바라고있었다. 하지만 조심성이 많은 왕증기는 묘하게도 그런 민감한 문제들을 회피했다. 그는 흥미진진하게 언어와 책임감 문제에 대해서만 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에도 숨어있는 가시가 있었다. 심미리론상에서는 완전히 국내의 주류와 달랐다. 그의 사고의 맥락은 이미 문학가의 상태로 돌아가있었다. 언어의 심처에는 개성적인 물건들이 많다. 다른 사람의 눈에 그는 총명하고 자연적이며 사랑스럽게 비춰졌다. 주덕희는 지어 “왕증기는 미국화인들과 인연이 깊다. 모두들 그의 작품에서 풍기는 냄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왕증기는 당시 중국문단에서 제일 큰 문제는 언어의 표달에서 시끄러운 일들이 발생하는것이라고 보고있었다. 보편적인 팔고문과 보편적인 무미건조함이 문단을 가득 채우고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는 사처로 다니면서 문자의 맛에 대하여, 지혜로운 어구의 중요성에 대하여 연설했다. 그는 보건대 형식주의와 같은 문제도 실제상에서는 정신의 육체가 부식되는것이라고 믿고있었다. 미국으로 가기전에 왕증기는 《문예연구》에 “소설의 언어에 대하여(잡기)”를 발표하였는데 미국의 대학들에서 강연을 할 때도 그 내용들을 들먹였다. 이를테면 하버드대학에서 연설할 때의 제목은 “중국문학의 언어문제”였다. 그는 연설에서 옛날 사람들이 운운하던 “기”에 대한 문제를 피력했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언어의 본연이나 표달하고저 하는 의의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얼마나 되는 내용을 암시하는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가 하는데 있다. 즉 독자들로 하여금 보고싶은 정경이 얼마나 광대무변한가를 느낄수 있게 하는것이다. 옛 사람들이 ‘언외지의’, ‘현외지음’이라고 하는것은 바로 이러한 도리이다. 국내의 한 평론가는 나의 작품을 평론한적이 있는데 그는 ‘왕증기의 언어는 참으로 괴상하다. 뜯어보면 구절마다 평범하지만 그것들을 모아놓으면 그만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건대 모든 사람들의 언어도 이러할것이다. 만약 마디마디가 경구라면 사람들이 받아 당하기 어려울것이다. 언어는 한구절 한구절 써내는것이 아니라 모여서 만들어지는것이다. 언어는 집을 짓는것처럼 한장 또 한장의 벽돌을 쌓아서는 안된다. 그렇게 한다면 언어를 쌓아놓는것밖에 안되는것이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한구절 한구절의 말에 있는것이 아니라 말과 말 사이의 관계에 있는것이다. 포세신은 왕희지의 글을 론하면서 “한글자 한글자씩 보면 그다지 멋을 느낄수 없다. 하지만 글자의 여러 부분, 글자와 글자 사이는 ‘로옹이 어린 손자를 이끄는듯 해서 정을 느끼게 되고 강약이 서로 통하는듯하다.’ 고 말했다. 중국사람들은 글자를 쓸 때 행기(行气)에 중시를 돌린다. 언어는 곳곳에서 서로 통하게 되는데 내재적인 련계를 가지고있다. 언어는 나무와 같아 나무가지와 나무잎이 있어야 하고 진액이 흘러내려야 한다. 가지 하나가 움직이면 곁에 있는 나머지 가지들도 함께 움직이게 되여있다. 언어는 ‘살아있는것’이다.” 왕증기의 몇차례 연설은 모두 상투적이여서 얼마나 중시를 받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보건대 왕증기의 중요한 창작심득은 그의 일생의 경험을 몇마디에 모두 담았다는것이다. 당시 청중들은 왕증기의 연설을 귀담아 들었다고 한다. 그의 언어가 일부분 학생들을 감동시킨것 같다. 미국사람들은 워낙 자유정신에 대하여 깊은 중시를 돌리기에 표달하려는 내용에 대하여 크게 주의를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중국인들속에서 그 점을 의식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못할것이다. 비록 3개월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왕증기는 크게 시야를 넓혔을것이다. 그는 차츰 집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국의 좋은 점에 대하여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던것이다. 미국으로 가서 제일 좋은 감수는 적막감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일부 류학생들은 “미국은 산이 좋고 물이 좋고 적막이 좋다. 국내는 어지럽고 혼란하고 정말 즐겁다.” 고 말한다. 왕증기도 그러한 감수를 받았는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달이 지나자 그가 안해를 생각하고 자식들을 그리워한것만은 사실이다. 재미나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어느날밤, 그가 잠이 들었는데 숙소에 도적이 들어와 돈을 훔쳐갔다. 이 일은 왕증기를 대단히 기분상하게 했다. 그는 미국사회는 비록 평등할지라도 사람들은 매우 복잡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그의 강렬한 감수였다. 그는 이 일을 안해에게만 말했을뿐 다른 장소에서는 크게 떠들지 않았다. 미국을 떠나기전에 왕증기는 섭화령에게 편지를 써서 많은 감사의 말을 했다. 섭화령은 량실추를 좋아했고 심종문을 존경했으며 빙심, 애청에 대해서도 극도로 추앙했다. 그렇게 본다면 왕증기의 가치도 알수 있지 않는가? 왕증기는 섭화령이라는 미국 화인학자에게서 존재의 의의를 느꼈을것이다. 그는 량실추와 같지 않았고 심종문과도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 비슷한 배경이 있다는것만은 사실이다. “량실추를 추억하여”라는 글에서 섭화령은 심종문에 대한 호감을 썼다. 그것은 경파(京派)의 여맥이라고 할수 있다. 아무튼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라 해야겠다. 왕증기 등이 미국으로 간것은 섭화령에게 있어서 옛꿈의 련속이라고 할수 있었지만 왕증기에게는 새로운 꿈이나 다름이 없었다. 몇년이 지난후 나는 미국으로 가서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다가 당년의 왕증기의 감수를 돌이켜보게 되였다. 그는 자기의 “껍질이 갈라졌다.”고 말했는데 그야말로 생동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 다녀온적이 있는 적지않은 작가들의 창작풍격이 변화를 가져왔다. 왕몽, 왕안억이 바로 그 전형이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왕증기는 되려 자기의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했다. 동방인들이 예로부터 가지고있는 문명은 때로 이 세간에서 서양인들과의 대비중에 진화를 하는것이다. 문화는 사실 일종의 살아가는 방법에 불과하다. 즉 정신을 표달하는 통로인것이다. 왕증기는 고국의 정신통로가 아직 완전하게 열리있지 않다는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야말로 이 통로의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최동일 역) 《중국당대문학작품선집》조선문판에 실림.
556    해볕 좋은 모퉁이 댓글:  조회:2664  추천:0  2014-07-15
네이버에 까페를 오픈했습니다. 여러분을 해볕좋은 모퉁이로 모십니다. http://cafe.naver.com/ybcdr 해볕 좋은 이 모퉁이에 앉아 이제 나에게 남은 해볕을 즐겨보자. 미움도 원망도 욕심도 다 접어버리고 편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이 해볕을 만끽하자. 오늘은 2014년 7월 15일! 이제 나에게 남은 해볕은 얼마나 될가...  딱 누려온것만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나는 욕심 많은 나그네! http://cafe.naver.com/ybcdr  
555    래일은 볕이 나려나? 댓글:  조회:2630  추천:1  2014-07-03
래일은 볕이 나려나? 1 “저리가, 저리. 임신한 애를 먹여야지. 네놈이사 한개 맛이나보면 안되냐?” 그날도 할머니는 삶은 닭간을 포장한 비닐봉지를 뜯으며 무릎앞에서 뱅뱅 돌아치는 노란 털의 강아지를 훈계했다. 3일전에 처음 보며 호기심을 느꼈던 그 할머니와 강아지들이였다. 할머니는 그날도 사람들이 붐비는 간이역에서 십여메터 뒤에 떨어져있는 아빠트의 콩크리트층계에 앉아 강아지들과 씨름하고 계셨다. 할머니의 옆에는 배가 뚱뚱한 얼룩털의 강아지가 엎드려있었는데 빨간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할머니를 쳐다보고있었다. 할머니의 손짓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길로 보아 얼룩이는 어딘가 여유있는 표정이였다. 할머니는 비닐봉지에서 닭간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은후 얼룩이앞에 내밀었다. 얼룩이는 날름 닭간을 물어 입에 넣었다. “이놈봐라, 잘두 먹는걸. 벌써 몇개째냐? 쟤는 한개 밖에 못 얻어먹었는데. 너는 남편 잘 맞난줄 알아라.” 무릎아래에서 꼬리질하는 개 두마리를 바라보며 할머니는 입가에 알릴듯 말듯 웃음을 피워물었다. “얘, 얼룩이 남편이예요?” 내가 호기심이 동한듯 노랑이를 가리키며 한술 뜨자 할머니는 두눈을 쪼프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깊은 주름살이 조글조글 패여진 가무잡잡한 얼굴에 아침해살이 살포시 내려 앉은것이 금세 고랑마다에서 따스한 김이 서려오를것만 같았다. “양, 3, 6, 9 장보러 가는 길이라우. 아침에 일찍 가야 괜찮은 자리를 차지 하지 그렇잖으믄… ”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내가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가 16일이라고 밝혀져있었다. “네, 오늘이 장날인가요?” “돈이사 무슨 돈이 되겠소. 늙은게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러지.” 할머니는 얼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혼자말처럼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의 이상한 거동에 잠간 어정쩡했던 나는 인차 머리를 끄덕이며 할머니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랑이와 얼룩이 외에도 큼직한 비닐봉지가 놓여있었다. 나는 유심히 보닐봉지를 살펴보았다. 안에는 깨끗하게 다듬은 미나리가 들어있었다. 나는 할머니곁에 쪼크리고 앉으며 물었다. “할머니 캐신거예요? 이 미나리.” “양, 얘가 우리 집 모캐서 며칠 돌아다니기에 임자 없는 놈 같아서 먹다 남은 밥이랑 주었더니 인차 내게 맘을 붙이더라니까.” 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노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한듯 노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럼 전에는 얘가 떠돌이였겠네요?” 할머니는 얼룩이를 가리키며 나의 물음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던게 어느날 나갔다가 이놈을 꽁무니에 달고 들어온거라우. 그래서 그냥 먹이를 주었더니 제법 두놈 다 이렇게 내게다가 맘을 붙인게 아니겠수. 이 늙어서 쪼그라든 할망구두 의지이 되는지 이렇게 졸졸졸 내 꽁무니만 따라다닌다우. 이렇게 내곁에서 팽팽 돌아치다가두 내가 차에 앉아떠나면 뻐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바램을 하다가 집에 돌아간다우. 어메— 말은 못해두 정이사 사람 초과하지비. 암 초과하구 말구그래.” 할머니는 두손으로 노랑이와 얼룩이의 목을 끌어안더니 천천히 당겨다가 얼굴을 부볐다. 노랑이가 해살이 묻어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이그, 얘 이런다오. 사람한테. 침이 묻는다, 끈쩍끈적하게. 저리 가 저리.” 입으로는 노랑이를 책망했지만 할머니의 손은 여전히 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있었다. 그림 같았다. 아니 그림이 옳았다. 가슴속밑자락에 정연히 모셔져있는 파아란 물감이 똑똑 떨어지는 내 동년의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하는 그림이였다. “왜 그러니?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이 덤벙거리니?” 하고 책망하면서도 어머니는 언제나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어머니의 손길은 나의 자신심을 키워주는 보슬비였다. 술래잡기를 하다가 넘어져 바지무릎이라도 판내우면 다른 애들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된 욕을 먹을 일이 근심스러워 눈물을 줄줄 흘렸지만 나는 한번도 그런 근심을 해본적이 없었다. 엄마의 욕이 두려워 운것이 아니라 또 엄마를 힘들게 만들었구나 하는 미안함에서 눈물이 흐를뿐이였다. “이그이그, 기어이 목젖이 방아를 찧냐? 요것은 남겼다가 저녁에 얼룩이를 주자 그랬는디. 엿다, 먹어라.” 할머니는 호주머니에서 닭간을 포장한 작은 비닐봉지 몇개를 깨내더니 쪽쪽 아구리를 찢어 손바닥에 쏟아놓고 노랑이앞에 내밀었다. 얼룩이가 슬금슬금 다가들었다. “그만 해라. 너는 그만하라이까. 얘두 천신 좀 하게스리. 흐메— 저기 뻐스가 오능기라. ” 할머니는 꼬부장한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후 오른손으로 무릎을 짚고 서서 왼손으로 등을 톡톡 두드렸다. 2 “또 나오셨네요, 할머니. 오늘도 장마당에…” 내가 미처 말을 마치기도전에 할머니가 손사래를 했다. “말을 안 듣는다우. 되우 말을 안 듣는게지. 얘가 문제라니까.” 할머니가 노랑이의 머리에 꿀밤을 한대 먹여주었다. 노랑이는 그게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저으며 할머니의 주먹을 핥으려고 다가들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인차 내밀었던 주먹을 펴서 노랑이의 머리를 살살 만져주었다. 그것이 시샘이 났던지 곁에 엎드려있던 얼룩이가 부시시 기여 일어나 할머니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할머니의 손에 입을 가져갔다. 노랑이는 할머니의 손을 얼룩이와 나누기 싫다는듯 엉뎅이로 얼룩이의 옆구리를 밀어쳤다. “아서라, 이 철없는것아. 임신한 애 허리를 그렇게 쳐놓으면 어쩌냐? 쯧쯧쯧… 네가 문제라니까.” 할머니는 앉은 자세로 허리를 굽히며 두손을 내밀어 노랑이를 안아다 바른쪽에 옮겨놓고는 손가락을 오무려가지고 노랑이의 등을 살살 긁어주었다. 말 안듣는 손군을 어루는 자애로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듯싶었다. 나는 쪼크리고 앉아 노랑이의 머리를 다독이며 한마디 했다. “할머니. 얘들을 돌보느라 심심할 새 없겠어요.” “얘가 문제라오. 애들보다두 장난이 더 심하다오. 어제는 글쎄… 그래 어떠냐? 이놈아, 오늘 닭간을 못 먹으니. 돈이 어디 있어 닭간을 사주겠냐? 그것두 하나에 50전씩이나 하는데.” 할머니는 노랑이의 어깨를 톡 쳐주고는 얼굴을 내쪽에 돌리며 시무룩히 웃음 한자락을 펼쳐나갔다. “어제는 글쎄 벤또(도시락)를 사가지고 얘하구 같이 저기 강변으루 미나리 캐러 갔다우. 얘는 임신이라 배가 무거워 따라 나서지 못하구…” 할머니는 잠간 말을 멈추고 얼룩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한번 입가에 가는 실웃음 한오리를 걸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강역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미나리두 캐지 쉽잖다우. 암 쉽지 않지. 나는 도시락을 나무그늘밑에 놓구 미나리를 캐기 시작했다우. 그런데 저눔 노랑이가 내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찌나 애를 먹이던지… 그래서 혼뜨검 좀 내주느라구 신을 벗어쥐구 저눔 엉뎅이를 냅다 답새겼드랬지. 호호호… 저눔이 글쎄 삐쳐가지구 쥉쥉 어디룬가 도망가지 않겠수. 가겠으면 가라지 뭐. 제까짖게 강역에 나와 어디루 간다구, 한참 지나서 배가 고프길래 하늘을 쳐다보니께 해가 중천에 뜬기라. 점심때가 됐구나싶어서 밥이나 먹으려구 나무그늘밑에 와보니 글쎄 아이구 어무니… 저눔이 내 도시락을 넘어뜨리구 어떻게 뚜껑을 열었던지 내 밥을 다 먹어버린기라. 내 너무 기막히구 웃음보 터지구 해서… 먹을게 없을라니 배는 얼매나 고프던지… 약이 올라 저눔을 답새기려구 하니 저눔은 글쎄 꼬랑지를 하늘거리며 나를 향해 혀를 홀랑홀랑 하는기라, 호호호… 내랑 어제 배를 쫄쫄 곯으며 지레 집으로 돌아왔지, 봄에는 나물 캐 팔아야 용돈 생기는디, 이놈아, 너 그 벤또뚜껑 어떻게 열었냐? 호호호호…” 할머니는 갑자기 머리를 뒤로 제치며 통쾌하게 웃으셨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웃으운 일을 되새기는듯 한점 구김도 없는 맑은 웃음이였다. 잘 갈아번진 밭고랑 같은 주름살이 가득 패인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 시각 노르스름한 아침해살이 내려앉아 어리광을 부리고있었다. 그림 같았다. 아니, 그림이 옳았다. 번잡한 사회생활에 부대끼다 문뜩 꺼내 펼쳐보아도 싱그러운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 고향의 풋풋한 풍경화를 방불케 하는 그림이였다. “글쎄 우리 집 암퇘지 말입꾸마, 최교장네 ‘장군이’ 하구 흘레붙지 않겠슴둥? 그 집 돼지 얼마나 좋슴둥. 호호호호…” 어머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통쾌하게 웃으셨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그렇게 웃는것을 보았던지라 나는 어머니의 옷자락을 당기며 물었다. “엄마, 흘레붙는다는게 뭐야?” “우리 집 암퇘지 이제 새끼를 낳게 된다는 말이다. 단번에 한 열서너마리 낳았으면 우리 동이게 새옷이랑 팍팍 사주겠는데.” 나는 어머니의 말에 흥이나서 토끼뜀을 하며 소리쳤다. “우리 집 암퇘지 흘레붙었다. 최교장네 ‘장군이’하구 흘레 붙었다.” 나는 시무룩히 웃음을 빼여물며 혀리를 펴고 일어나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슈퍼마커트로 가서 쏘세지를 몇개 사들고 나왔다. 할머니는 그때까지도 강아지들을 향해 뭐라고 중얼거리고있었다. 나는 잰걸음으로 할머니곁에 다가가 쪼크리고 앉으며 말했다. “할머니, 오늘은 얘들에게 쏘세지를 먹여요.” 나는 말하면서 쏘세지껍질을 발라 먼저 얼룩이앞에 내밀었다. 할머니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여올랐다. “이렇게 고마울변이라구야, 이 놈아들아, 어서 인사해야지. 니들 오늘 귀인을 만났그랴, 흐메— 저기 뻐스가 오능기라. ” 할머니는 꼬부장한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후 오른손으로 무릎을 짚고 서서 왼손을 눈두덩에 올려놓고 달려오는 뻐스를 바라보셨다. 3 “콩콩… 콩콩콩…” 노랑이가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면서 초조하게 짖어댔다. 얼룩이도 불안한 눈길로 할머니를 쳐다보면서 낑낑 앓음소리를 냈다. 할머니는 노랑이와 얼룩이를 향해 손사래를 하며 소리쳤다. “됐다그마, 그만하라이까. 너네 밖에 어시 없는줄 아냐?” 할머니의 말을 엿들으며 나는 금시 쿡 하고 터지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너네 밖에 어시 없냐 하시는구나. 그래, 할머니는 진작 당신을 쟤들의 엄마루 아빠루 생각하시는가봐. 나는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며 다가가 할머니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또 장에 가요? 할머니.” 할머니는 흠칫 놀라 내쪽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나의 눈길을 피하며 인차 머리를 숙이셨다. 그 동작이 어색해보였다. 혹시 내가 너무 크게 소리쳤나?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치고싶어 노랑이의 어깨를 톡 치며 입을 열었다. “얌마, 할머니의 얼굴에 뭐가 묻었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며 짖는거야?” 노랑이는 나의 손을 피해 앉으며 여전히 불안한 목소리로 할머니를 향해 짖어댔다. “아서라그만, 온 아침 짖어대네.” 할머니는 노랑이를 나무라며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에 짓쫏으셨던지 이마 왼쪽이 퍼렇게 멍이 들었는데 우에 피자국이 말라있었다. “조심하시죠, 할머니.” 내가 허리를 굽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짖지 말라는데두 말을 안듣더니… 늙으면 다 그렇다우? 다리가 후들거려서… 인제는 미나리두 쇄 간다니까. 좀 있으면 산에 가서 고사리두 꺾구 드릅두 따구 기름고비두 좋지…” 할머니는 묻지도 않는 말을 두서없이 하면서 노랑이와 얼룩이를 향해 괜히 손사래를 했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 가방에 넣었던 쏘세지를 꺼내 껍질을 벗기면서 할머니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오늘은 쉬시지 왜 또 나오셨어요? 장보기두 놀음삼아 하셔야지…” “듬직하니 잘생겼수그레. 그쪽부모들은 든든하겠수.” “네?” 할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또 한번 깜짝 놀라면서 할머니의 얼굴에 눈길을 박았다. 그 눈길이 부담스러웠던지 할머니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고 잠간 잠자코 있다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아래말을 이었다. “어찌자구 세월이 이렇게 돼간다우? 내 이런 말은 말아야 하는데…” “……” 나는 웬지 가슴속밑자락으로부터 오는 이름 모를 아픔 같은것을 감지하면서 할머니의 입을 주시했다. 가뭄에 열병을 앓는 고향마을 감자밭처럼 푸석푸석한 할머니의 두볼이 푸들푸들 떨리고있었다. 할머니는 잠간 입술을 호물거리다가 드디여 소리를 뱉어냈다. “며느리 말이우, 몇년전에 한국인지 하는데루 간게 어찌믄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다우, 이 늙은게 손주 데리구 아들하구 사는데… 그눔이 등신이지. 엠네를 한국눔께 뺏겼다구 한숨만 쉬면서 맨날 술독에 빠져 산다우. 제 새끼두 돌볼 궁리 없이… 거기다가 마작인지 하는 내기를 밤낮으루 하는데 맨날 빚을 져서 쫓기워 다니구… 오늘 아침에두 그눔이 나보구 돈을 내놓으라구 나는 죽어두 못 준다구 싱갱이질 하다가 그눔이 나를 툭 밀어놓은게 내 무슨 맥이 있소. 훌러덩 넘어지다가 벽에 이마를 쫏은게… 에구— 주책이야, 내 무슨 소리를 하누… 내사 끔뻑 죽으믄 그만이지만 내 손주놈이 불쌍해서 어이 눈을 감을가…" 할머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를 하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콩콩콩… 콩콩…” 노랑이가 또 할머니의 얼굴을 쳐다보며 짖어댔다. “그래두 얘들이 의지가 된다우, 내가 아침에 훌러덩 넘어가는것을 보더니 그때부터 내 이마를 쳐다보며 자꾸 이렇게 짖는다우…” 나는 할머니의 말에 뭐라고 동이라도 달아드리고싶었지만 일시 할머니의 아픈 마음을 감싸드릴 폭신한 붕대 같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은 어째 날씨 이렇게 찌부둥하다오? 래일은 볕이 나려나?” 할머니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나는 호—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쳐다보다가 한마디 했다. “날겁니다, 할머니. 래일은 꼭 쨍 하고 볕이 날겁니다.” “너희들, 오늘두 호강했다는게다. 순대두 먹구. 흐메— 저기 뻐스가 오능기라. ” 할머니는 꼬부장한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후 파아란 미나리가 잠자고있는 큼직한 비닐봉지를 주어들고 승객들이 붐비는 길역을 향해 힘겹게 걸음을 옮기셨다…
554    출근길 댓글:  조회:1912  추천:1  2014-05-27
"몇시에 출근하세요?” 하는 물음에 “여섯시.” 하고 대답하면 대부분은 두눈이 올롱해진다. 말은 하지 않아도 “이 나그네, 생물종에 문제가 생긴게 아니야?” 하는 표정들이다. 아침출근으로 말하면 스스로도 “불정상”이라고 생각하고있기때문에 구태여 이러구러 그 원인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불정상”적인 출근시간을 조절하고싶은 생각이 없다. 그만치 나는 나의 “출근시간”에 만족을 하고있다는 말이 되겠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작작, 늘쩡늘쩡, 여드레 팔십리걸음을 옮기느라면 짜른 바지에 런닝 바람으로 기름튀기에 콩물을 사들고 끌신을 질질 끌며 들어오는 이웃집 나그네의 눈꼽이 꾀죄죄한 얼굴도 유심히 살펴볼수 있고 산듯한 운동복을 차려입고 조깅을 나가는 낯 모를 젊은 부부의 부럽다 못해 엉뎅이라도 하나 차주고싶은 깨냄새 폴폴 풍기는 달콤한 모습도 바라볼수있다. 세상과 나누는 말없는 대화속에서 나는 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553    창문 댓글:  조회:2145  추천:0  2014-05-26
  나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본다. 창문과 창문들에서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새여나온다. 어느날 문뜩 세상이 권태롭게 느껴져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이고 창문앞에 다가섰을 때 저 앞집 창문너머로 얼굴을 드러낸 한송이 빠알간 꽃송이를 보게 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가? 나는 창문을 통해 이야기를 읽는다. 카텐마저 꽁꽁 닫겨진 저 창문안에 반쯤 열려진 저 창문안에 활짝 입을 벌린 저 창문 안에서 새여나오는 흥그러운 이야기가 나의 흥미를 불러준다.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읽는 방법을 당신은 알고있는가?
552    수필*작은 거인 댓글:  조회:1453  추천:0  2014-04-26
야시장 김치매대에서 만난 소년이였다. 검은 테 안경을 건 얼굴색이 하얗고 얼굴에 비례해 입이 약간 클사한 소년이였다. “무슨김치 좋아하세요?” 입이 약간 커서 그랬던지 시름없이 하얗게 들어나는 이빨이 참 맑다는 생각이 처음이였다. 내가 어디 잘 못 들어섰나 착각이 들었다. 이빨이 맑아보이는 소년의 청순한 이미지는 생계때문에 뛰여다니는 사람들로 치렬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야시장의 김치매대가 아니라 해볕 좋은 어느 길옆 카페의 고요한 무드속에 펼쳐져야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침에 담근거예요. 배추김치. 조미료 일절 넣지 않고 맛을 냈어요. 몸에 좋을거예요.”     목소리가  티없이 맑게 들렸다. 소음 많은 장마당에서 유난히도 나의 귀를 편하게 하는 바스음이여서 더욱 친절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 소년에게 매료되여 매대앞에 걸음을 멈추었고 김치에 한번, 사구려소리로 떠들썩한 장마당의 진풍경에 한번 그리고 맑은 이빨을 가진 소년의 하얀 얼굴에 한번 눈도장을 찍어갔다. 소년은 그 시각 그 자리에서 그렇게 김치를 팔면서 그렇게 웃고있었다. 눈망울이 새물새물 웃고있었다. 그 웃음이 하얀 얼굴을 타고내려 입가에 작은 파문을 일궈내고있었다. 파문이 이는 그 웃음에 미역을 감고 매대우에 사뿐히 올라앉은 김치라면 상긋한 그 파문처럼 아삭아삭 새콤달콤 입맛을 달달 볶아줄것이라고 생각되였다.   “이놈으루.” 나의 오른손식지가 소년의 얼굴만치나 상큼하게 생긴 몸뚱이에 고추가루를 함빡 빠알갛게 바르고 누워 임자를 기다리고있는 배추김치를 가리키고있었다. “네, 아저씨. 잠간만요.” 소년은 달콤한 웃음을 선불로 나에게 보내주었고 이어서 익숙한 솜씨로 배추김치 한포기를 집어 곱게 포장한후 앉은뱅이저울에 달랑 올려앉혔다. “십원 팔십전이예요. 십원만 주세요.” 역시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말이였다. 밥상에서 배추김치잎을 쭉 찢어  밥숟가락에 얹어주는 아들놈을 보는것 같이 친근하게 느껴져 나도 기분 좋게 한술 떴다.  “어,  되겠어? 장사 이렇게 해서. ” 맑은 이빨이 먼저 나에게 웃음을 날려보냈다.     “괜찮아요. 제집에서 담그는건데요 뭐.” 순간 앞마당에 자라는 살구나무에서 잘 익은 살구를  한바가지 가득 따주며 “많이 먹어. 제 마당에서 나는건데 뭐." 하시던 고향마을 박할머니의 자애로운 목소리가 귀전을 스치는것 같아 코등이 시큰해났다. 움트는 초봄과 떠나가는 마가을?  빠끔히 머리 내민 콩 꽃과 잘 익은 할머니표 된장? 도무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폭의 그림을 두고 고패쳐 오르던 그 시각의 그 감동은 또 무엇이였을가? 나는 유심히 소년을 읽으며 “감사!” 하고 마음을 전했다. “제가 감사하죠. 맛있게 드시고 또 찾아주세요.”     순간 소년을 알고싶은 충동이 올리밀었다. 몇살이나 됐을가? 왜 김치매대에 섰을가? 저 순진한 웃음에 어울릴만큼 마음도 편하고 즐거울가? 어느때까지나 김치매대를 지킬가? 그게 과연 얘의 꿈일가? 모든것을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습관이 되여있는 나였지만 이빨이 맑아보이는, 소박한 바스음성으로 “제집에서 담그는건데요 뭐... 맛있게 드시고 또 찾아주세요.” 하고 말하는 그 소년에 대해서만은 함부로 생각하고 판단할 자신이 없었다. 소년에서 아득히 멀리 간 년장자라고 자처하고있던 나였지만 도무지 그 시각 그 곳의 그 풍경에 딱 어울릴만한 멘트를 칠수 없었다.  섣부른 나의 식상한 말 한마디가 소년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가 주저심이 들었다.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맛을 낸” 김치를 파는 소년앞에 내가 여태 먹어왔던 화학조미료냄새를 팍팍 풍길것 같아 두려웠던것도 그때였다. 소년이 넘겨주는 김치봉지를 받아들고 몸을 돌리면서 문뜩 한없이 작아지는 스스로를 느꼈다. 딴에는 무슨 “가”노라고 자처하는 이 몸뚱이를 소년의 옆에 나란히 세울 자신이 없었다. 소년의 옆에 나란히 서서 스쳐가는 여느 사람들에게 손바닥만한  내 얼굴을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얼굴에 맑은 웃음을 활짝 피우고 서서 하늘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이 “...조미료 일절 넣지 않고 맛을 냈어요.” 하고 말할만한 신심이 없었다.  그게 진실한 나의 그림이여서 슬펐다. 구겨버리고싶었다. 나를 작아지게 하고 슬퍼지게 하는 그 그림을 갈갈이 찢어버리고싶었다. 하지만 그런 패기마저 근본 남아있지 않다는것을 마흔 아홉살의 이 나그네는 그 시각 모름지고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언제부터였을가? 과연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변하기 시작했을가? 도무지 그 시점을 짚어낼수 없었지만 내 가슴에도 전에는 분명 소년과 같은 순진함과 당당함이 자리하고있었던것만은 사실이다. 룡문이라고 부르는 시골마을 합작사에 《고옥보》라는 이야기책이 매대를 찾이하고 앉은것은 내가 열두살나던 그해 봄이였다. 친구들이 하도 재미있다기에 나도 그 책을 한권 갖고싶었다. 그 책을 살만한 돈을 엄마가 쉽게 내놓을수 없을것이라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나는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돈은 없구, 신바닥을 모아놓은게 조금 있으니 그걸 수구소에 가져다 팔아 살래.” 눈물이 쿡 하고 솟아오를것만 같았다. 열두살을 살던 그날의 그 소년은 자기에게  페물꾸러미를 안고 수구소에 들어가  돈 몇십전을 받아쥘수 있는 용기가 있을것이라고 생각못했던것이다. “사내가 돼가지구. 욕심만 있구 담은 없는게지.” 엄마가 머리를 돌리면서 혼자말 비슷이 한마디 했다. 순간 나는 발딱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그날 나는 당차게 수구소문을 두드렸다. 일생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속하는 이야기책을 나는 그렇게 손에 넣었다. 나는 열두살 소년의 맑은 가슴에 고옥보를 모셔들였다. 과연 언제부터였을가? 어린 시절 나의 롤모델이였던 고옥보님이 나의 심령에서 사라진것은. 놀랍게도 나는 내 소년을 함께해주었던 롤모델이 살아진것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롤모델이 사라진 황페해진 내 마음의 터밭에 남겨진 허위와 오만과 실망과 망연함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 영웅이 없는 시대에 살고있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영웅이 없는 시대, 정신이 없는 시대, 신앙이 없는시대, 오직 자기 리익. 자기 체면만을 위한 시대에 살고있다는 말이 되겠다. 나도 당신도 지금 배 부르게 먹고 따스게 입고 살면서도 노상 힘들고 지쳐있는것은 바로 자기 리익, 자기 체면에 대한 지나친 추구때문은 아닐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어구에서 나는 잠간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 멀리서 소년의 모습이 보여왔다. 그 시각 세속의 어떤 눈길도 개의치 않고 떳떳하게 김치매대를 지켜서있는 그는 더 이상 이빨이 맑아보이는 바스음성의 애된 소년이 아니라 세상속에 우뚝 선 작은 거인이였다. 2014년 4월 24일 게재
551    수필*50살을 운다 댓글:  조회:1367  추천:0  2014-03-05
오늘도 날마다 맛이 달라지는 커피를 타서 덤덤하게 홀짝이며 대중없이 인터넷세계를 헤집다가 문뜩 “나는 지금 무엇을 살고있는가?”라는 생각이 긴 꼬리를 그을며 날아내리는 류성처럼 뇌리에 떨어짐을 느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살고있는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참으로 재미없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갈마든다. 그 시간들은 하나같이 아침 출근, 저녁 퇴근, 또 아침 출근 또 저녁 퇴근…의 반복이였다. 그러다 닷새마다 이틀씩 차례지는 주말휴식은 방콕! 굳어진 이 생활의 룰을 깨면 잘 정리된 공간이 흐트러질것만 같은 강박증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군 했다. 두려움을 느낄만치 나의 사상은 고루함에 길들여져있었고 두려움을 느낄만치 나의 뇌파는 경직되여있었다. 달마다 어김없이 카드에 날아드는 얼마 안되는 로임에 길들여져있었고 그 얼마 안되는 로임으로 가정 꾸리고 아들놈 뒤바라지 하고 그 와중에 몇푼 남겼다가 친구들과 맥주 한잔 즐기는 일상에 길들여지면서 내 마음의 맥박이 하루하루 경직되여갔던것이다. 그럴수록 사업효률은 낮아졌고 그럴수록 자신을 움츠리면서 상사의 눈치보기에 바빴던가싶다. 상사가 맡겨준 임무를 완성하고도 내가 왜 그렇게 했음을 강조하기보다는 상사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만 눈길을 돌리느라 힘들었었다. 그러느라 사업터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의 끓어번지던 정열은 식어버렸고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던 인성의 모서리들은 문드러져 두리뭉실해졌다. 이게 바로 나라고 세상에 자랑할 모서리 하나 없이 누군가와 비슷하게 두리뭉실해져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래 이렇게 살아야 편한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안했었다. 그런 위안을 안주하며 나는 영원히 나대로의 편한 모습으로 살아갈것이라고 믿고있었다. 하지만 그새 내 몸은 되려 변화를 꾀하고있었다. 지난해 5월도 막바지로 달리던 어느날밤, 나는 갑자기 덮쳐드는 허리통에 그만 널부러지고 말았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동통이였다. 몸을 돌려눕기도 힘들었다. 안해가 외국에 나가있고 아들놈이 대학에 가있는 형편이라 일시 누구를 부를수도 없었다. 참자,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를 옥물고 두눈을 꾹 감았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동통이 인차 멎을 기미가 아니였다. 처음에 쿡쿡 쏘는것 같던 동통이 시간이 지나면서 칼로 뼈를 도려내는듯 극심해졌다. 그제야 나는 병원을 떠올리게 되였다. 옷장으로 벌벌 기여가 겨우 옷을 꺼내 입고 신을 주어 신었다. 층계란간에 몸을 의지하여 간신히 아빠트를 나섰고 세 걸음에 한번 쉬면서 끝내 거리에 나섰다. 지나가던 택시가 멈춰섰고 운전수가 고맙게도 나를 부축하여 택시에 올렸다. 요추간판탈출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장시간 사무실에 앉아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흔히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의사는 나의 허리며 엉뎅이며에 숱한 침을 꽂아주었다. 차가운 침들이 내 몸을 뚫고 들어가 있던 그 20분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무엇을 살고있는가를 물었다. 내가 나의 모서리를 둥글둥글 죽여가며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이 내 몸에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서리가 생겨나 내 몸을 뚫고 나오고있었던것이다. 그새 나는 행복했던가? 오늘 문뜩 커피잔에 빠진 내 얼굴을 살펴보니 나는 이미 꿈이 바랜 50살의 나그네로 변해있다. 대부분의 나날에 커피 한잔 앞에 놓고 긴긴 하루를 다 보내도 매달 19일이면 어김없이 얄팍한 로임봉투를 받아쥘수 있는 내 직장에 만족하면서도 울바자굽에 남아있는 초겨울의 호박대가리처럼 오글조글 말라가는 자신이 애달파 가끔 한숨도 짓는 그런 창백한 얼굴의 나그네로 변해있다. 나는 여기서 래일도 아침이면 커피 한잔 타들고 컴퓨터를 찾을것이고 모레도 군입거리를 찾는 그 무엇처럼 대중없이 인터넷세계를 헤집을것이며 글피도 커피잔에 빠져드는 뿌연 해빛오리들을 셀것이다. 그러다 가끔 커피잔을 손에 들고 우아한척 폼을 잡으면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를 물을것이다. 돌을 삼켜도 소화해낼수 있을것만 같던 20대중반에 내 몸뚱이가 다른 어느 곳에 떨어졌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떤 나를 살고있을가? 25살에 입사하여 2년쯤 지났을 때일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민족 대이동의 막이 서서히 열리고있었다. 하루 새롭게 누구는 직장을 버리고 외국으로 갔소, 누구는 직장을 버리고 장사를 떠났소 하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는 더구나 외국에 나가 벌거나 장사로 버는 돈이 직장인들의 로임과는 비할수도 없이 많았다. 200원이 되나마나한 로임에 매워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던 우리 젊은 직장인들에게 그런 소식은 유혹이 아닐수 없었다.  어느날밤, 나는 잠 못 이루고 궁시렁거리다가 “나도 나가보는거야!” 하고 결심을 내렸다. 하지만 날이 밝자 나는 또다시 출근길에 오르고 말았다. 힘들게 얻은 직장을 떠나가기 아쉬워서였다. 아니 어쩌면 떠나기 두려워서였다고 함이 나을것이다. 그후에도 나는 몇번인가 호수같이 고요한 직장을 벗어나 큰 바다에 뛰여들려고 생각했었지만 번마다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묵묵히 사무실을 지키면서 20여년을 살아왔다. 그새 나는 만족했던가? 커피잔에 비낀 나의 50살을 마주하고 이 물음에 선뜻 대답을 줄수없어 슬퍼지려고 한다. 슬퍼지려는 자신을 달래며 당당하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지!”를 꿈 꿀수 없어 울고싶다. 《론어》위정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였으며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리치를 깨달아 리해하게 되였고 일흔이 되여서는 무엇이든 하고싶은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나도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였다.”는 지천명의 나이 50살이 된것이다. 과연 하늘이 나에게 내린 명은 무엇이였을가? 오늘도 나는 나의 50살을 운다. 2월 28일 게재
550    수필* 이 아침은 행복하다 댓글:  조회:1587  추천:0  2014-02-22
커피 한잔 타가지고 컴퓨터앞에 앉는다. 벽에 걸린 네모난 시계의 노란 초침이 시름없이 스쳐가듯, 그 시계밑에 놓여져있는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끓이는 부품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드르릉 작동을 하듯 나도 거의 기계적으로 마우스를 잡는다. 얼마전의 아침들까지만 하여도 나는 드넓은 황야를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마구 헤집으며 썰물이 밀려간듯 허전한 내 가슴이 탁 트이게 하는 빅뉴스는 없나, 백살을 살수 있게 용하다는 건강비결은 없나를 살폈었지만 이 아침은 마우스가 자연스럽게 모니터 오른쪽웃켠에 모셔져있는 문건창을 찾는다. 어쩌면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작은 문건창이지만 마우스를 잡은 내 손은 괜히 떨리고 가슴은 흥분으로 하여 설렌다. 나는 그 문건창을 나의 세상이라고 부른다. 마우스를 잡은 오른손식지가 드디여 세상의 문을 노크한다.  한송이 또 한송이의 장미꽃들이 날아내린다. 얼어터진 내 손등에 내려앉던 엄마의 따스한 손길만치나 차분하게 내 시린 마음을 어루쓰는 장미들… 노란 장미꽃을 보면서 해볕 좋은 고향집뜨락에서 시름없이 뛰놀던 노오란 병아리가 떠오르는것은 흘러간 동년의 그리움때문만일가?  빨간 장미꽃을 보면서 더벅머리 시골소년이 밤잠을 설치고 찾아헤매던 빠알간 웃음을 머금은 우물집 숙이를 떠올리게 되는것은 잃어버린 소년의 애틋함때문만일가? 연분홍 장미꽃을 보면서 장미꽃을 닮은 안해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것은 이국타향 낯선 도시의 어느 한 기계앞에서 부지런히 일손을 놀릴 내 사람에 대한 미안함때문만일가? “나는 지금 꽃비를 맞고있나봐!” 꽃비가 내리는 아침, 진한 커피향이 풍기는 드라마같은 순간, 고요한 내 가슴의 심벽을 타고 또 다시 뭉클 한쪼각의 감동이 몰려온다. 한 직장에 다니는 동료이자 친구같고 누님같은 선생이였다. 가끔 복도에서 만나면 시름없이 벙그레 웃어줄수 있어 편하고 혹시 기분이 꿀꿀할 때면 커피 한잔 함께 마시면서 수다(?)도 떨수 있어 믿음이 가던 선생이였다.  어느날, 그 선생이 메모리를 들고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하냥 그러하듯 먼저 얼굴에 담은 함박꽃같은 웃음을 선물하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장미꽃타임… 누구에게 먼저 선물할가?” 선생은 사무실동료들의 컴퓨터마다를 찾아 메모리에 담긴 문건을 옮겨주면서 일에 지칠 때마다 한번씩 감상하라고 했다. 평소 롱담도잘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할줄 아는 선생이라 또 어떤 깜짝쇼를 하는가보다 생각하며 그 문건을 터치했다. 순간, 나는 보슬비처럼 날아내리는 장미꽃에 입을 떡 벌렸다.  어느 동료는 잃어버린 소녀를 찾은것 같다며 감동했고 어느 동료는 날아내리는 장미꽃을 보고 감동을 할수 있는 정열이 자기의 가슴에 남아있어 눈물이 날번했다고 토로했다. “나는 지금 꽃비를 맞고있나봐!” 어느 드라마에서 나오던 로맨틱한 이 대사가 처음 내 머리를 친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나는 저 하늘긑자락으로부터 차분히 날아내리는 꽃비를 맞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내 가슴밑자락으로부터 뭔가가 뾰족뾰족 고개를 쳐드는 맑은 소리를 듣는것만 같아 이름할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무엇일가? 이 맑은 소리는 과연 무엇일가?  콩크리트로 지어진 네모난 집에서 나와 콩크리트로 도배된 도로를 지나 다시 콩크리트로 도배된 네모난 사무실에 들어서서 하루 8시간을 콩크리트처럼 굳어진 시간을 살아야 하는 이 몸에서 이 아침에 울려오는  이 맑은 소리는 과연 무엇일가? 그 소리는 내 손가락밑에서 애처롭게 울리는 타닥타닥 단조로운 자판소리가 아니였다. 그 소리는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픈듯 잔뜩 얼굴을 찡그려붙인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소리도 아니였다. 그것은 내 마음의 사막에서 한줄기 오아시스로 흘러가는 삶의 노래였고 모래먼지로 얼룩진 내 가슴의 음지에서 싹터오르는 감성의 파아란 숨소리였다.  그날 나는 네모난 모니터에서 차분히 날아내리는 꽃비를 맞으면서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고 우리 사는 세상에 여전히 그같은  아름다움이 숨어있는것으로 하여 흥분했었다. 그로부터 나는 일을 하다 피곤할 때면 마우스를 타고 모니터 오른쪽웃켠에 자리잡은 장미꽃세상으로 달려갔고 누군가 미워지려고 할 때에도 장미꽃세상을 산책하면서 든든히 잠기지 않은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어오려는 미움의 화신을 몰아냈으며 스스로가 보잘것 없이 작아지려고 할 때에도 장미꽃세상을 찾아 그 세상 일원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확인하면서 용기를 얻군 했다. 그로부터 나는 전에는 거리에서 만나도 묵묵히 스쳐가던 “별로 친하지 않다”고 느끼던 누군가에게 한줄기 웃음을 보낼수 있었고 내 핸드폰 주소록에서 잠자고있는 몇년전에 만난적이 있던 지인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메쎄지를 보낼수 있었으며 어느때 나에게 뼈저린 상처를 주어 가슴에 응어리로 남겨두고있던 그 누구에 대한 미움도 애써 닦아내려고 노력했다.   웃음으로 나누는 세상은 더 밝아진것 같았고 오래동안 차곡차곡 묻어두고있던 미움이 가셔진 내 마음의 골방은 더 넓어진듯싶었다. 그제야 나는 세상에 부대껴 진작 삭막해졌다고 느끼던 내 가슴저변에 시종 채 죽지 않은 감동이 숨어있었다는것을 확신하게 되였다. 나뿐만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속 어딘가에는 가뭄을 맞아 시들어버린 사랑의 싹이, 찬바람을 맞아 움츠러든 인정의 싹이 숨어있을것이다.  누군가의 작은 거동 하나가 내 가슴에서 사라져가던 감성의 싹을 살려낼수 있듯이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움츠리고있던 새로운 세상을 불러올수 있지 않을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다고 말하리라 소풍 같은 삶을 살다간 천상병시인의 주옥같은 시구가 떠오른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구석구석에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문제는 나나 당신이나 그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그닥 밝지 않다는것이다. 먼 옛날 어느땐가 마음의 눈에 날아들었던 먼지를 여태 닦아내지 않고 그 무슨 보물이나 되는듯 움켜쥐고 아파하며 오래오래 앙금으로 남겨두었기에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은것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 이 세상 소풍 다 끝내고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수 있게 항상 아름다운것만 보는 마음의 눈을 키워야 겠다.  힘들고 찌들어가던 내 마음의 골방에 황홀한 장미꽃세상을 선물해준이가 있어 이 아침은 행복하다. 20014년 2월 21일 "해란강"부간.
549    쑥 뜯는 날의 행복*반숙자 댓글:  조회:2187  추천:0  2014-02-21
들꽃방석에 앉아 쑥을 뜯는다. 다보록한 쑥에 창칼을 대면 저항 없이 쓰러지는 헌신, 뒷산은 진달래로 몸 닳쿠고 이웃 밭에서는 밭고랑 따는 워 워 워 소리. 읍내 아파트에 살면서부터 차를 타면 십 분도 안 걸리는 뽕나무골 농장에 자주 오지 못했다. 환삼덩굴 엉키듯 엉켜사는 세상살이 참견하다 보니 정작 나 좋은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저녁에 농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개나리와 목련이 피었더냐고 물어 보면 궁금하거든 가 보라는 통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다음 날 저녁이면 핀잔은 잊어먹고 또 묻는다. 감자는 싹이 나느냐, 마늘밭에 곤자리는 안 먹더냐, 밥상머리에 앉아 시시콜콜 물어 봐도 어제 같은 답, 그러다가 아흐레만에 나선 걸음이다. 현관 문을 따기도 전에 올 봄에 새로 심은 과목들의 안부부터 살핀다. 내가 궁금해 하던 사이 목련은 피었다가 지고 모과꽃이 수줍게 피어난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봄꽃 피고 지는 것은 꿈결처럼 느껴진다. 옆 밭에 조카네가 황소를 부려 고추밭 고랑을 따고 있다. 일꾼을 구하지 못해 식구끼리 한다는 말을 듣고 일손 비지 않게 점심을 지어준다. 자청해 놓고 찬거리를 준비하려 나섰다. 정구지 나긋한 싹을 도리고 돌나물도 뜯었다. 초고추장에 살짝 무치면 산뜻한 그 맛이라니. 쑥은 바득바득 씻어 쑥물을 빼내고 들기름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날콩가루를 묻힌 후 끓는 멸치다시 된장국에 뿌려넣고 가스 불을 끈다. 한참 있다가 한소끔 끓어 파, 마늘을 넣으면 국물이 순하고 향기도 좋다. 시골에서는 노상 먹는 된장국인데도 물리지가 않는 것은 된장 체질이라 그런 것 같다. 앞 도랑에서 돌미나리를 뜯어다 살짝 데쳐 무치고 옥파로 강회도 만들었다. 일꾼들이 쑥국을 두 대접씩이나 먹었다. 쑥국을 비우고 나물을 털어넣고 밥을 비볐다. 그렇게 점심을 푸지게 먹고 나서 바구니 옆에 끼고 나선 길이다. 나물도 조급하게 뜯으면 재미가 없다.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뜯어야 나물 뜯는 삼매경에 접어든다. 옛날의 여인들은 구황식품으로 쑥을 뜯었다지만, 한세기도 못 가 나는 건강식품으로 쑥을 뜯고 뜯는 재미에 쑥을 뜯는다.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쉰다. 머리 수건도 벗는다. 산비탈에 군락을 이루어 피어난 진달래 조팝꽃이 곱다. 세상이 곱다. 고운 꽃을 아픔없이 본다는 게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낸 이는 저토록 고운 진달래도 슬픔인 것을, 사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가 슬픈 그림자를 지닌 것은 아닌지. 허무를 알아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햇살이 등어리를 간지른다. 양지녘 고양이 졸음 오듯 오수에 젖는다. 졸음 오는 눈으로 발 아래 뜬 세상을 본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내다보는 느낌이 이럴까. 상행선 하행선 꼬리를 잇는 차량들의 행렬 가운데 사고가 났는지 경광등이 돌아가고 있다. 누가 또 다치고 생명을 잃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깨지고 죽어가면서 왜 줄창 앞서려고만 하는지, 뒤쳐지는 고통이 죽음만이야 하겠는가. 최고가 아니라 최선의 삶도 아름다운데… 농사를 짓고 사는 아낙네가 생존 경쟁의 비정함을 짐작이나 하랴만, 빨리 달리다 보면 목표만 보이지 간이역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자잘한 기쁨들이 모여 삶의 원동력이 되고 보람을 안겨 주기도 한다. 최고야 하나면 되고, 여럿의 차선들이 울고 웃으며 삶이라는 대하로 흘러가지 않는가. 장바닥에서 순대국을 앞에 놓고 함박웃음을 웃는 촌로의 삶이거나 지친 어깨를 아가들의 환성 속에서 쉬는 민초들의 가슴에도 보석 같은 기쁨이 있다. 나는 지금 한 뼘의 땅, 한 뼘어치의 햇볕으로도 해맑게 웃고 있는 솜양지꽃의 충만함에 함께 젖는다. 패기도 능력도 없는 약한 자의 변명일지 몰라도, 내게 없는 것을 찾아 남과 비교하면서 고통스럽게 지내느니, 내게 있는 것에서 기쁨을 찾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지혜라고 귀띔해 주는 것 같다. 이러다가도 저 아래로 내려가면 꺼지지 않는 욕망으로 괴롭기도 하겠지만……. 바람이 청정해서 호흡선을 해 본다. 그리고 어느 선승처럼 조용히 뇌어본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내 몸을 안정하고, 숨을 내쉬면서 웃음을 띄웁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순간이 경이로운 순간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나를 쑥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생각나고 지금거리는 보릿겨 쑥개떡을 부끄러워하며 건네 주던 어릴 적 친구도 생각나는 봄 들녘, 내 바구니에는 쑥 말고도 최선의 꽃을 피워올린 작은 솜양지꽃의 무심(無心)이 큰 무게로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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