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별(제2부)
1 엄마는 사실 별에 대하여 아는것이 별반 없었다. 그저 보통이 넘는다싶을 정도로 별을 좋아하고 별을 숭배할 뿐이였다. 엄마는 나의 손을 잡고 밤길을 걷다가도 간혹 걸음을 멈추고 서서 오른팔을 들어 북쪽하늘을 가르키며 나를 부르셨다. “동이야, 저 별을 무슨 별이라 부르지?” “삼태성이지 뭐. 효성스러운 별형제들이지.”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내가 이렇게 앞질러 종알거릴라치면 엄마는 흐믓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그래그래, 저별들이 바로 삼태성이지. 북쪽하늘의 효자별들이거든.” “알어, 엄마. 옛날 세 형제가 엄마의 명대로 각자 도술을 익혔는데 어느 날은 흑룡이 해를 삼켜버려 온 세상이 온갖 혼란에 빠졌지. 그들은 자기들이 익힌 도술로 흑룡을 쳐부셔 해를 찾는 한편 해를 영원히 지키기 위해 하늘의 삼태성이 되였지. 엄마 맞지? 내 말이!” “그래그래, 우리 동이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어쩜 삼태성 옛말까지 이렇게 잘 할가?” 내가 엄마 앞서 삼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엄마는 부러 이렇게 목소리를 한옥타부 높여가며 짐짓 과장된 표정을 지어주셨다. 나는 그게 더 신나서 손벽을 짱짱 치며 종알거렸다. “엄마, 그래서 큰형이랑, 작은 형이랑, 나랑, 이렇게 세 형제는 바로 삼태성과 같지? 맞지? 엄마!” 엄마는 언제나 이 대목에 와서는 나를 끌어다 품에 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씀했다 “요, 귀여운것아! 그래, 그렇구말구, 너희들이 바로 삼태성이지. 엄마의 별들이지! 자 말해보렴, 동이야, 삼태성이 된 형제들은 또 무엇을 했지?” “음~ 삼태성이 된 형제들은 무예를 배웠지 뭐.” “그래, 그렇구나. 그들이 무예를 잘 배워냈기에 흑룡을 물리칠수가 있었거든. 그럼 우리 동이는 어째야 할가?” 엄마는 말을 마치고 기대어린 눈길로 나의 얼굴을 내려다보시군 했다. “나도 삼태성형제들처럼 무예를 잘 배워야지 뭐? 나의 무예는 바로 학교에 붙어서 공부를 잘 하는것이지? 엄마 그렇지?”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엄마가 즐거워 한다는것을 미리 알고있었다. 어쩜 나도 엄마도 서로 다 알고있으면서도 그저 그렇게 한번 또 한번 확인을 하는 과정을 즐기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동이야, 별은 빛을 내야 제구실을 하는것이고 사람은 덕을 쌓아야 좋은 사람이 되는거란다. 남에게 더 많은 덕을 베풀자면 공부를 잘 해서 속에 많은 먹물을 채워넣어야 한단다.” 엄마는 늘 이렇게 우리 형제를 단속하군 하셨다. 그렇게 멋진 말도 아니건만 그 시절 엄마의 말씀은 모주석어록 보다도 더 쉽게 가슴에 와 닿았었다. 친구들이랑 뒤집 박할아버지네 울바자밖에 손가락을 물고 서서 터밭에 있는 살구나무를 엿보다가 할아버지네 집에 사람이 없는것을 눈치채고 친구들이 살구서리를 하자고 서두를 때면 나는 언제나 새삼스럽게도 엄마의 그 말씀이 뇌리를 치군했다. 하여 나는 정말 살구가 먹고싶지만 그 자리를 떠나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오군 했다. 2 그날도 친구들이 박할아버지네 살구서리를 벼르는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터밭앞에 있는 개울가에 앉았다. 나는 두눈을 살풋이 감고 두 발을 개울물에 담갔다. 살구가 익어번지는 칠월이라 달착지근한 살구향기가 멀지 않은 개울까지 날아와 나의 코구멍을 간질렀다. 나는 “후~”하고 길게 들숨을 몰아쉬며 향긋한 살구향기를 페부로 끌어들였다. (살구가 먹고싶다. 하지만 살구는 박할아버지네것이다. 남의것을 훔쳐먹으면 덕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참는다…) 속으로 이렇게 스스로를 단속하고있는데 뒤에서 와짝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 발딱 일어나 소리나는 쪽에 눈길을 돌려보니 친구들이 “우야~” 소리치며 박할아버지네 집쪽으로부터 뛰여오고있었다. 그 뒤로 박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친구들이 살구서리를 하다가 박할아버지에게 들켜버린 모양이였다. “살구가 먹고싶으면 따달라고 해야지, 어른들이 없을 때 헛손질을 해서야 쓰겠냐? 살구 몇알이 대단해서가 아니구, 너희들이 나쁜버릇을 배울가 근심돼서 그런다. 쯧쯧쯧” 박할아버지께서 뛰여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끌끌 혀를 차셨다. 나는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선채로 멀리서 박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때 박할아버지께서도 나를 발견하셨는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셨다. 일그러진 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니 저으기 가슴이 떨려났다. (혹시 박아바이가 나도 친구들을 따라 아바이네 울바자옆에까지 갔던것을 알고 계시는게 아닐가? 난 정말 살구서리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박아바이가 나까지 의심하면 어쩔가?) 할아버지께서 가까와 올수록 가슴이 콩콩 목구멍을 솟아오르려고 했다. “동이야~” 할아버지께서 끝내 나를 부르셨다. 나는 흠칫 놀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네 아…아바이.” “넌 왜 저 애들과 같이 살구서리를 하지 않았니?” “저두 바자굽까지 갔다가 돌아왔스꾸마. 난 먹고싶지 않았스꾸마.” “먹고싶지 않았다구? 너 지금 거짓말을 하고있지?” 할아버지께서 나를 바라보며 벙긋이 웃으셨다. 나는 얼굴이 확 달어올라 뭐라고 말씀을 올릴수가 없었다. “동이야, 오너라 여기 아바이옆으로 오너라.” 할아버지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셨다. 나는 호들호들 떨리는 다리를 옮겨 발볌발볌 할아버지옆으로 다가갔다. “가자, 가서 살구를 실컷 먹어라. 너라고 왜 살구가 먹고싶지 않겠니? >. 할아버지께서 나의 손을 잡아끄셨다. “싫스꾸마, 아바이,” 나는 못박힌듯 선자리에서 할아버지를 향해 도리머리를 했다. “괜찮대두, 아바이가 먹으라 할 땐 실컷 먹어도 된다. 얼른 가자이까.” 나는 박할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네 터밭으로 들어갔다. “자, 시름놓구 맘대루 따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언칠라!” 할아버지께서 나의 어깨를 다독여주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한참이나 멀어져가는 할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길을 돌려 살구나무를 쳐다보았다. 노오란 살구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살구나무는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과도 같아보였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3 “엄마, 나 오늘 살구를 실컸 먹었소.” 저녁에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바람으로 나는 자랑삼아 어깨를 으쓱해가며 종알거렸다. 엄마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였다. “살구라니? 어디서 난 살구를 먹었지?” “뒤집 아바이가 나를 데리구 살구나무로 가서 실컸 먹으라 했거든.” “뒤집 아바이가?” “양, 그래서 난 살구나무에 올라가 앉아 여기저기서 막 따서 실컸 먹었소. 와~ 배터지는 줄 알았소.” 낮에 있은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신나기만 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나처럼 그렇게 밝지가 않으셨다. 엄마는 돼지죽을 끓였던 가마를 부시며 나에게 넌지시 물으셨다. “동이야, 설마 너 박아바이 보구 살구를 먹자 한건 아니지?” “아니요, 엄마!” 나는 엄마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신나서 이야기했다. 엄마의 얼굴에 약간 화기가 돌기시작했다. “쯧쯧쯧, 아바이, 고맙기두. 그렇게 구석구석 마음을 써주시다니…” “엄마, 난 지금도 배부르우.” 나는 일부러 나오지도 않은 배를 슬슬 어루만지며 엄마를 보고 방긋 웃었다. 그날 저녁도 우리의 주식은 옥수수가루를 반죽하여 가마굽에 붙혀낸 떡이였다. 그때 우리마을에선 그런 떡을 궈테라고 불렀다. 항상 먹을 쌀이 모자랐던 그 세월에 옥수수궈테는 그래도 늘 먹는 옥수수만두보다 사치한 음식이였다. 궈테를 부치려면 가마굽에 기름을 발라야 하기에 궈테에서는 어딘가 묘한 기름맛을 느낄수가 있었던것이다. “엄마, 가마치가 많이 앉게 굽어주. 양?” 나는 엄마 곁에 바싹 다가 앉으며 응석을 부렸다. 엄마는 나를 곱게 흘겨보며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알았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두 모를상 싶게 맛있게 굽어줄거니 기다려라 응?” 엄마는 말을 끝내고 일어나 손에 사발을 들고 헛간으로 내려가셨다. 헛간은 사실 우리집 창고였다. 겨울에 먹을 쌀로부터 다음 때 부엌에 넣을 나무며, 간장독, 된장독으로부터 엄마가 약처럼 쓰시는 찹쌀가루며 추석에 한사람당 반근씩 나누어준 소고기를 삶아서 소금에 절인것이며 하는 것들이 다 헛간에 들어있었던것이다. 엄마는 사발에 찹쌀가루를 담아들고 헛간에서 나오셨다. 우리집으로 말하면 엄마의 이 거동은 사건이 아닐수 없었다. 찹쌀가루와 소고기를 소금에 절인것은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다치는것인줄 알고있었던것이다. “엄마, 손님이 오우? 울집에?” “왜 그렇게 묻니?” “엄마, 찹쌀가루를 떠오잖우?” “뒤집 아바이 고맙게두 우리 동이에게 살구를 실컸 먹게 했는데 어찌 가만 있겠니? 찹쌀 지짐이나 서너장 구워 들여가자구 그런다.” “와, 맛있겠다.” “쯧쯧쯧… 말하는거 하구는, 고마운 아바이께 맛있게 구워다 드리우 해야지.” 엄마의 핀잔에 나는 혀를 홀랑 내밀어 보이고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반죽한 찹쌀가루로는 지짐 여섯장을 곱게 구을수가 있었다. 엄마는 사발에 붙은 찹쌀가루 반죽을 빡빡 긁어서 작은 지짐 한장을 구워 나에게 주며 말했다. “우리 동이, 오늘 고운 일을 했다니 엄마두 동이에게 상을 줘야지. 이건 우리 동이 몫이다. 뜨거울때 제꺾 먹어라.” 목젖이 방아를 찢는것을 겨우 참고 있던차라 나는 너무도 좋아서 손으로 찹쌀지짐을 넙쩍 받아들었다. 금방 구워낸 것이라 몹씨도 뜨거웠다. 나는 찹쌀지짐을 다른 손에 넘겨쥐고는 제꺾 한입 베여물었다. “천천히 먹어라, 천천히. 입천정을 델라.” 엄마가 방금 부쳐낸 찹쌀지짐을 사라에 곱게 담으며 말했다. “와~ 정말 맛있소. 엄마.” 나는 엄마곁으로 한발 다가서서 반쯤 남은 찹쌀지짐을 엄마의 입에 넣어주려 했다. 엄마는 지짐이를 쥔 나의 손을 밀치며 머리를 저었다. “방금 지짐이를 굽느라 기름냄새에 질려서 그런지 먹을 생각이 없구나. 너나 먹어라.” “정말? 엄마!” “그래, 뜨거울 때 제꺽 먹어라.” “양, 엄마.” 나는 마지막 남은 지짐이 한쪼박을 제꺽 입에 넣어버렸다. 4 일은 그날 밤에 생겼다. 아버지와 큰 형님은 회의하러 나가시고 누나는 친구들을 찾아 마실을 가고 집에는 나와 엄마만 남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차츰 명치끝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냥 그러다 말려니 하고 생각했다. 전에도 배가 아프다가는 변소에 한번 갔다가오면 인츰 괜찮아졌던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아니였다. 명치끝이 꽉 막히는듯 갑갑하고 안으로 죄여드는것 같더니 숨쉬기 좇아 힘들어졌다. 나는 배를 끌어 안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엄마, 나 배 아파 죽겠소.” “보자보자, 어디가 아프니?” 엄마는 나의 배를 국꾹 누르며 물었다. “여기,여기오. 아이구 나 죽소 엄마.” 나는 튀겨놓은 새끼새우처럼 몸을 옹크리고 앓음소리를 냈다. 엄마는 나를 끌어다 무릎을 베워주면서 계속 나의 배를 문질러주었다. “그래그래, 우리 동이 배가 아프지? 엄마의 손이 약손이란다. 아픔아, 물러가라. 우리 동이 편해지게… ” 엄마는 중얼거리며 부드럽게 나의 배를 어루쓸어주었다. 전에도 엄마는 내가 배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면 이렇게 나의 배를 어루쓸며 “엄마 손이 약손이다. 아픔아, 물러가라.”를 흥얼거렸던것이다. 전에는 엄마의 손이 스쳐가면 정말 아픔이 가셔지는듯싶었었다. 하지만 그날밤은 아니였다. 배는 점점 더 아파지고 머리에서는 어느새 식은 땀이 배여서 뚝뚝 떨어졌다. 입술마저 파아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제야 나의 증상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던지 목소리를 떨기 시작했다. “동이야, 진정을 하고 제대로 말해봐라. 정말 그렇게 아프니?” “양, 엄마 나 죽소. 밸이 끊어지는것 같소.” “너 큰병이 난게로구나.” 엄마는 나를 부축하여 바당으로 내려가더니 바삐 신을 찾아신고 나를 둘쳐 업었다. 배에서 오는 동통으로 하여 나는 뭐라고 깐죽거릴 힘도 없었다. 엄마가 당기는 대로 등에 업혀 머리를 엄마의 잔등에 부쳐버렸다. 엄마는 어둠을 헤치며 아래마을에 있는 의사네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합작의료를 하던 때라 우리 대대에도 위생소가 하나 있었는데 아래마을에 자리를 했던것이다. 그믐까리라 밤은 코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웠다. 엄마는 나를 업고 반달음을 하면서 연신 물었다. “어떠냐? 그냥 아프냐?” 대답할 맥도 없었다. 나는 엄마의 등에 얼굴을 기댄채로 죽은듯이 두눈을 감고있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엄마는 연신 소리쳤다. “동이야, 정신차려라. 동이야, 의사네 집이 눈앞이다. 정신을 놓으면 어떡할려구 그러니.” 엄마의 목소리는 울음에 흠벅 젖어 바스음을 연주하고 있었다. 뭐라고 엄마께 대답을 하고싶었다. 하지만 배에서 오는 동통은 작은 소리를 내기도 힘들게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어… 엄마…” “그래, 동이야, 말해, 말해 봐라.” 엄마는 머리를 돌리며 나에게 소리쳤다. 순간 엄마는 어디에 걸채였는지 몸을 피끗하면서 평형을 잃으셨다. 나는 던져진 보리자루처럼 엄마의 등에서 훌렁 떨어져버렸다. 엄마도 쿵하고 엎어졌다. “엄마,” 무서움까지 느껴져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엄마를 불렀다. 엄마도 피갈린 목소리로 소리쳐 나를 찾고있었다. “동이야, 어딨니? 동이야.” 엄마는 나를 보지못하고있었다. 엄청난 눈병으로 하여 왼눈을 가제로 싸매고 사시는 엄만지라 오른쪽 눈의 시력도 주먹만한 물건이나 겨우 가려보는 정도였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라 엄마는 분명 아무것도 모지못하고있었다. “동이야, 엄마목소리가 들리지? 엄마쪽으로 기여오너라, 엄마가 여기 있다. 여기에.” 엄마는 끝내 흑흑 느끼고있었다. “엄마, 가만 있소. 내가 엄마를 찾을게.” 나는소리나는 쪽으로 간신히 기여가며 있는 힘을 다하여 엄마께 소리쳤다. 끝내 허우적거리는 엄마의 손이 나의 손끝에 맞혀왔다. “동이야!” “엄마!” 엄마는 나의 손을 잡아 당기며 무릎걸음으로 나의 곁에 다가왔다. 나는 무너지듯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는 나를 와락 품에 당겨 안았다. 손으로 나의 등을 두드리며 울음을 삼키셨다. “이것아, 어쩌자구 아프니? 이것아, 엄마가 놀라 죽는걸 보려구 그러지?” 엄마는 다시 나를 둘쳐 업었다. 너무나도 놀랐던 탓인지 칼로 에이는듯하던 아픔이 좀씩 살아지는듯 싶었다. 나는 손으로 가볍게 엄마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천천히 걷소. 첨 보다 덜 아프오.” “엄마등에 배를 꼭 붙이고 있어라. 의사네 집에 금방 도착한단다.” 엄마는 헉헉 모진숨을 톺으며 힘겹게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5, 문제는 낮에 먹은 살구 때문이였다. 의사는 체증이 있는데다 급성위장염까지 겯들인것 같다고 하면서 나의배에 침을 여섯대나 꽂아주었다. 한참 지나자 배에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나더니 트림이 올리밀었다. 배가 한결 시원해지는듯 했다. 의사가 나의 병을 보는동안 시종 안절부절못하시며 두손만 마주 뿌비던 엄마가 그제야 한시름을 놓으신듯 침대옆에 있는 쪽걸상에 살풋이 앉으셨다. 엄마는 나의 손을 더듬어 꼭 쥐여주셨다. 그때 나는 엄마의 손이 몹시도 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꼽이 두둠히 내배인 두 눈을 슴벅거리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나의 손을 쥔 모양 그대로 몸을 한껏 낮추어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계셨다. 엄마는 빚어놓은듯 움직이지 않으셨다. 엄마가 너무 갸냘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 몸으로 나를 업고 그렇게 달릴수있었을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머리를 쳤다. “동이야, 동이야!” 하고 애처럽게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방불히 귀전에 울리는듯 했다. 나는 엄마를 편히 쉬게 하고싶었다. 마침 동쪽 벽을 기대여 빈 침대가 하나 있었다. 나는 살며시 손을 당겨 빼며 낮은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흠칫 놀라며 머리를 들었다. 어느새 잠에 빠졌던지 엄마의 입귀에는 건침이 흥건히 흘러나와 있었다. 엄마는 내가 볼세라 급히 손등으로 건침을 훔치셨다. “이 정신 봐라, 그새 잠이 들었네.” 엄마는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들어 나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손이 약손이우.” 엄마께서 웃으셨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아까는 정말 얼마나 무섭던지… 동이야? 인젠 좀 낳아졌니?” “양, 안 아프오.” “그래, 다행이다. 큰 일을 칠번 했잖니? 담에는 그렇게 음식을 폭식해서는 안된다. 알겠니?” “뒤집 아바이가 살구를 맘대루 먹으라 하기에 너무 좋아서 배터지게 먹었더니 이렇게 됐소.” 나는 엄마를 바라보며 게면쩍게 웃었다. 엄마는 다시 한번 나의 이마를 쓸어주며 말했다. “동이야, 오늘밤에 앓은 일을 뒤집아바이에겐 말하지 말아야 한다.” “왜 그래야 하우?>. 나는 엄마의 말씀이 이상하게 생각되였다. 엄마는 나의 얼굴을 지켜보며 잠간 뭔가를 생각하시는듯싶더니 자냥스럽게 이야기 했다. “네가 체해서 앓은걸 아시면 뒤집 아바이가 얼마나 가슴아파 하겠니? 뒤집아바이는 우리 동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살구를 맘대루 뜯어먹게 했는데, 네가 조심하지 않아 언쳐서 급병을 했으니, 뒤집아바이가 알면 몹시도 놀라실게 아니니? ”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뭔가를 알겄 같았다. “엄마, 그게 바로 감나무밭을 지날 땐 신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은게지.” 엄마는 잠간 멍해있더니 인차 얼굴에 웃음을 띄우셨다. “그래, 그게 비슷하구나. 우리 동이,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다 했지?” “엄마가 들려준 옛말이 아니우? 히히히…” 한마디 멋진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 저으기 기분이 좋아져서 까르르 웃어버렸다. 엄마는 나를 보며 곱게 눈을 흘기더니 입을 열었다. “웃음소리가 커진것을 보니 낫긴 나은 모양이구나. 그래, 인젠 배침을 빼도 되지 않을가?” 엄마는 의사를 부르러 웃간으로 올라가셨다. 6 지난밤에 너무나 급하게 앓아서였던지 이튿날 아침까지도 도무지 기운을 차릴수가 없었다. 병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지 얼굴이 발가우리 하게 달아올라있었다. 어제 밤에 회의에 갔다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며 형님들이며 누나까지도 웬 일이냐는듯 나에게 이상한 눈길을 보냈다. 엄마가 나를 대신해서 말했다. “어제 밤에 열이나서 병원에 갔다가 왔단다. 아마도 감기에 걸렸던 모양이구나.” “우리집 뚱보최씨가 왜서 그렇게 급병을 했을가?” 작은 누나가 눈까풀이 무거워 지긋이 감고있는 나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키득거렸다. 엄마가 작은 누나의 손등을 톡 쳤다. “얘, 아프다는 애들 가지구 그러지 말아라.” “엄마, 재밌잖소? 두볼이 사과처럼 빠알간게…” “누나는 아픈게 그렇게 좋소?” 나는 누나를 등지고 앵돌아져 누으며 볼부은 소리를 했다. 그러는 내가 재밌다고 누나는 여전히 캐득거리고있었다. 그날 엄마는 아픈 나를 혼자 집에 둘수가 없다며 나를 데리고 일밭으로 나갔다. 그날은 약수동덕에 있는 장새래밭에서 조이밭김을 매는 일이였다. 장새래밭까지 가려면 약수동장대를 넘어야했다. 어른들은 의례 걸어다니는 줄을 아는 곳이였지만 나에게는 약수동장대를 넘는 일이 너무도 먼 장정이였다. 내가 하도 맥이 없어 다리를 질질 끌며 늦장을 부리자 엄마는 나를 등에 업히라고 하셨다. 엄마등에 훌쩍 뛰여오르고 싶었지만 어제 밤에 보았던 엄마의 갸냘픈 모습이 눈앞에서 알른거려 도무지 척하고 엄마등에 오를수 없었다. 엄마가 나의 앞에 등을 들이밀며 재촉했다. “동이야, 꾸물거리지 말구 제꺽 업혀라, 엄마가 일에 늦어진다.” “엄마두 맥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업겠소?” “괜찮다. 어서 업혀라. 엄마는 언제 든지 너를 업을수 있단다.” 엄마의 말이 분명 거짓말이라고 생각되였다. 나는 암마의 말을 이어 바투 들이댔다. “엄마, 내가 큰 담에도 업을수있소? 거짓말이지?” “그럼, 엄마는 언제나 자식을 업을수 있는 거지.” “내가 엄마보다도 더 무거울 때도?” “그래도 자식은 자식이거든.” 엄마는 매우 자신있게 말씀했다. 리해할수없었다. 도무지 불가능할것만 같았다. 하지만 또 엄마는 정말 그렇게 할수도 있을것 같았다. 그때까지 세상에서 엄마는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어 왔던것이다. 나는 조금 시름이 놓여 엄마의 등에 업혔다. 엄마는 등에 나를 업고 오른 손에는 호미를 들고 왼손에는 물통을 들고 허이허이 약수동 장대를 톺아 올랐다. 말그대로 장사래는 길기도 했다. 밭머리에서 앞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김을 매기 시작하면 점심먹을 때라야 한번 밭머리에 나올수있다고 했다. “여기에 가만히 앉아 있거라 응. 맥이 없으면 이 자리에 누워서 잠간 잠도 자구. 마구 헤덤비다가 나무그루에 질리면 랑패를 보니까.”엄마는 나를 밭머리에 있는 작은 비술나무 그늘밑에 앉혀놓고 김을 매기 시작했다. 갸냘픈 몸을 밭고랑에 붙이고 힘겹게 김을 매나가는 엄마가 못내 안스럽게 생각되였다. 날씨는 점점 무더워졌으나 엄마는 쉴념을 안했다. 밭고랑을 타고 힘있게 김을 매며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를 바라보니 애틋한 감정이 새삼스레 생겨났다. 나는 “호~”하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였다. 나의 머리에는 별생각이 다 떠올랐다. (야~,바람이나 불어왔으면 얼마나 좋을가? 그럼 울엄마가 시원해하겠는데, 바람은 어데서 불어올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올가? 아니면 참새처럼 날개가 있어 저절로 훌훌 날아올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둥글소를 타고올가?...)나는 정말 한오리의 바람으로 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밭머리에 앉아있다가 엄마가 더워하시면 홀랑 날아가서 엄마를 시원하게 해주고싶었다. (그러면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거, 시원한 바람이로구나!>하고 말씀하시겠지? 그러면서도 엄마는 그 바람이 나인줄을 모르실거야. 아~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가...) 속으로 멋진 꿈을 꾸며 나는 나름대로 기분이 좋아 방그레 웃어보았다. (그래, 엄마가 시원하게 물을 마시게 해야지.) 나는 물통을 손에 든채 엄마를 찾아 장사래밭고랑을 타고 탁박타박 걸어갔다. 빤히 바라보이는 거리였지만 졻은 밭고랑을 타자니 어간만 어려운것이 아니였다. 엄마가 김을 매다 호미질을 멈추고 일어나 손으로 옆구리를 툭툭 치며 머리를 돌렸다. 내가 손에 물통을 들고 걸어오는것을 발견한 엄마가 호미를 밭고랑에 놓고 마주오며 소리쳤다. “여기는 왜 오는거니? 더운데 밭머리에 있지.” “엄마, 물을 마시오. 목이 마르지.내가 물을 가져왔소.” “애두, 오다가 넘어라도 지면 무릎을 벋길번 했잖니? 어제 밤에 앓아서 아직두 맥이 없을 텐데.” 엄마는 내곁으로 다가와 머리에 친 채갑수건을 풀어서 나의 이마에 뽀질뽀질 돋아난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나는 엄마를 힐끗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엄마가 더 힘들지뭐. 시원히 물을 마시오.” 엄마는 나의 손에서 물통을 받아 머리를 젖치고 꿀꺽꿀꺽 몇목음 마시더니 얼굴에 함북 웃음을 담고 흐믓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동이 가져온 물이 정말 시원하구나. 동이에게 감사해서 어쩌지?>. “히히히 감사하긴 엄마. 물이 시원하지? 힘이 나지?” “그럼그럼, 이 고랑을 단번에 다 맬것 같네. 그새 우리 동이 밭머리에 나가서 엄마를 기다려라. 응? 오라 잖으면 점심 때가 될꺼니까.” 나는 엄마에게 등을 밀려 다시 밭머리로 나갔다. 엄마를 위해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 나는 밭머리에 앉아 김을 매나가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파아란 조이밭에 하나의 점만침이나 작게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였지만 그 시각 새삼스럽게 엄마가 더없이 커보였다. 엄마는 정말 세상 무엇이나 다 할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엄마가 할수있는 일을 세여보았다. 정말 많고도 많았다. (그래, 내가 갓 태여났을 때 엄마는 나에게 젖을 먹여주었지. 그 다음은 날마다 세수를 시켜주고 옷을 입혀주고 이따금 손톱, 발톱을 깎아주고 숱한 옛말도 들려주었지. 엄마는 또 어떻게 하면 좋은 애가 되고 어떻게 하면 나쁜 애가 된다는것도 다 알고있거든.) 새삼스럽게 어느 땐가 엄마와 함께 산으로 버섯따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은 소낙비가 퍼부은 후의 반짝 개인 어느 오후였다. 나는 버섯따러 가는 엄마를 따라 나섰다. 비온뒤라 산길은 몹씨 미끄러웠다. 엄마는 나를 보고 조용히 타일러 주었다. “동이야, 마구 헤덤비지 말고 엄마 발자국을 밟으며 따라오너라 응.” 그때 나는 웬 일인지 엄마 발자국을 따라 걷는게 재미없다고 생각되였다. 나절로도 얼마든지 잘 걸을수 있을것 같았다. “엄마, 엄마는 왜 자꾸 엄마 발자국만 디디며 걸으라 하오?” 엄마는 별 당연한것을 다 묻는다는듯 대답했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고 나무가지에도 걸리지 않지.” “나 절루두 잘 걸을 수있는데, 엄마발자국만 밟으며 걷다가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오?” 엄마가 나의 이마를 톡 튕겨주며 웃으셨다. “엄마가 없기는 왜 없겠니? 쯧쯧쯧… 애들은 원래 엄마의 뒤를 따라 걷는 법이란다.” 엄마는 말을 마치고 나의 손을 잡아주셨다. “가자.” 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산길을 걸으며 속으로 많은 잡생각을 굴렸다.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니 정말 넘어지지 않는구나. 하지만 큰 다음 학교에 다닐 때도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을수는 없지 않는가? 그때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가...) 엄마는 여직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었다. 밭고랑을 타고 멀어져 가는 엄마를 바라 보노라니 불현듯 엄마가 안계실 때 뭔가 혼자서 큰일을 해보고 싶었다. 엄마가 걷지 않은 풀숲을 헤치며 저절로 걸어보고싶어졌다. 나는 밭머리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산비탈로 내려갔다. 파아란 풀숲에는 가담가담 뭇꽃들이 피여있었다. 하늬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는 뭇꽃들이 그처럼 아름다와 보였다. 나는 꽃을 보면서 한가지 일을 구상해 냈다. (그래, 저 꽃들을 꺾어서 엄마께 꽃둘레를 엮어드리자. 점심에 엄마가 김을 다 매고 밭머리에 나오면 엄마의 머리에 쓴 채갑수건을 풀어내고 대신 꽃두레를 씌워드리자. 야- 그러면 엄마는 꽃처럼 이뻐질거야,) 생각만 해도 신나서 둥 뜨는듯한 기분이였다. 나는 여기저기로 뛰여다니며 탐스럽게 피여난 꽃들을 꺽었다. 비록 이름모를 뭇꽃들이였지만 송이마다 그렇게 이뻐보일수 없었다. 꽃둘레를 쓰고 빙그레 웃음을 지을 엄마의 얼굴이 눈앞에 스쳤다. 꽃을 찾아 엄벙덤벙 풀숲을 헤치노라니 발이 미끌어 몸이 휘청거렸고 바지가랭이가 자꾸 작은 나무가지에 걸렸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엄마 몰래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도 자신이 못내 장하게 생각되였다. 7 조이밭 두벌김은 그날 점심에 끝을 보았다. 엄마는 내가 엮은 꽃둘레를 머리에 쓰고 나의 손을 잡은채 김매러 갔던 아주머니들과 함께 흥겨운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동이엄마, 오늘은 시집 가는 기분이겠네. 새색시처럼 이쁘구만.” 삼이네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가며 손사래를 했다. “그러게 말이오. 아들덕분에 오늘 꽃둘레까지 다 써보구.” 성호네 엄마도 뒤질세라 한술 떳다. 엄마의 얼굴에는 금방 싱글벙글 웃음이 피여 넘실거렸다. “자식놈이 해준거라 그런지 벗기 싫다니까.” 엄마도 변죽좋게 받아넘기며 꽃둘레를 들었다가 다시 번듯하게 눌러썼다. “가기오. 이 길루 식당으로 가기오. 생산대에서 랭면을 먹는다는데.” “그래두 그렇지, 호미를 들구 랭면 먹으로 가겠오. 집에가서 세수도 하고 얼굴에다 분딲지도 바르구 가야지.” 온 오전을 김매기에 지쳤으련만 아주머니들은 무엇이 그렇게 기쁜지 하냥 깔깔깔 하늘이 떠나가라 웃음판을 벌리셨다. 나중에는 집에 가서 세수하고 분바르고 연지바르고 광을 낸 다음 식당에 모여 랭면을 먹자는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단장을 하실 생각은 하지 않고 터밭으로 나가 오이를 뜯어다가 오이랭국을 만드느라고 돌아쳤다. 엄마를 지켜보는 내가 되려 조급해 났다. (다른 집 엄마들이 먼저 식당에 가서 랭면을 다 먹어버리면 어쩔가? 엄마도 오늘 오전에 김을 매느라고 엄청 힘들었을 텐데…) 엄마는 여전히 식구들의 점심을 갖추기에만 골몰하셨다. 나는 끝내 참지못하고 엄마의 옷자락을 당겼다. “엄마 빨리가오. 다른 집 엄마들이 먼저 가서 국수를 다 먹겠소.” 엄마는 내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살풋이 웃음을 먹음으셨다. “엄마는 점심에 식당에 안갈란다.” “왜 그러우? 엄마, 국수가 그렇게 맛있는데.” “엄마는 우리 동이랑 같이 랭국에 밥을 말아먹을 란다. 엄마는 그게 더 좋거든.” “야, 어떻게 그게 더 좋소, 국수를 먹는게 더 좋지.” “애두, 엄마는 우리 동이랑 같이 있는게 훨씬 더 좋은데.” 엄마는 나의 이마에 돋아난 땀방울을 훔쳐주며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엄마의 말씀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쩜 랭국에 밥을 말아 먹는게 그 맛있는 국수를 먹는것보다 더 좋을수가있을가?) 나는 부지런히 밥술을 놀리는 엄마를 바라보며 속으로 많은 생각을 굴려보았다. 엄마가 오후의 일을 나갈려고 서둘를 무렵에 생산대의 부녀대장이 엄마를 찾아왔다. 엄마는 반색을 하고 나가 부녀대장을 맞아주었다. 나도 엄마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동이는 집에 들어가 있어라. 엄마가 부녀대장과 할 말이 있거든.” 엄마가 나를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럴수록 엄마가 부녀대장과 무슨 말을 할가 하는것이 궁금하기만 했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 문턱에 붙어서서 바같에서 나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부녀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간하면 식당에 가서 국수를 먹지 그랬오.” “그냥 한그릇 먹어두 그렇구, 안먹어두 그렇구. 애도 아프지 해서 안갔소.” “동이엄마는 그저…모두들 동이엄마가 그 돈이 아까와 식강에 못 가는줄을 알고있소..” 부녀대장은 호주머니에서 1원짜리 종이돈을 한장 꺼내여 엄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국수 먹으러 가지않은 사람들에게 1원씩 보조해 주기로 했소. 받소.” 엄마는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머리를 숙이고 부녀대장의 손에서 돈을 받아쥐였다. 그래서였구나! 나는 엄마가 랭국에 밥을 말아 먹는것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돈을 아끼느라고 식당에 가지 않았음을 알게되였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엄마는 모든개 활동에 가지 않고 그기서 나오는 보조 돈 1원을 받아서 소금이나 성냥같은 생활용품을 사는데 보태던 생각이 났다. (우리 집은 어째서 이렇게 못 살가? 엄마는 얼마나 국수가 먹고싶었을가?) 남들이 다 먹는 국수도 먹지않고 돈을 받아 생활을 꾸려가는 엄마가 너무도 고맙고 또 그만침 가슴아프게 생각되였다. “동이야, 오후엔 혼자 집에 있을 만하지? 밖으로 나가지말구 집에 가만히 있어라. 알겠지?>. 엄마는 일을 나가며 시름이 놓이지 않아 오밀조밀 부탁도 많았다. “양, 엄마 알았소. 갔다오우.”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엄마를 위해 뭔가를 해놓으리라 윽별렀다. 하지만 내가 엄마를 위해서 할수있는 일이 무엇인지 인차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집앞에 흐르는 강가에 나갔다. 두발을 흐르는 강물에 담그고 두손으로 턱을 고이고 앉았다. 하늘하늘 꼬리를 저으며 물을 가르는 새끼물고기들이 보여왔다. 나는 손으로 무릎을 톡 치며 방긋 웃었다. (그래, 물고기를 잡는거야, 저녁에 엄마가 돌아오시면 물고기탕을 끓여드리는거야,) 생각이 굳어지니 날뜻이 기뻤다. 나는 헛간에 걸어둔 반두를 꺼내들었다. 작은 바께쯔를 물고기통으로 찾아들었다. 마침 그때 한마을에 사는 송아지친구 철진이가 우리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철진아, 어디가니?” 누구와 같이 물고기잡으러 갈가 하고 생각을 굴리던 중이라 나는 주저없이 철진이를 불렀다. 철진이도 마침 심심해서 동네도리를 하고있던 참이였다. 물고기잡이를 가자는 말에 철진이도 쾌히 응해나섰다. 강가에 도착한 나는 철진이에게 물고기통을 들게하고 내가 강에 들에가 반두질을 했다. 나와 동갑인 철진이는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기에 물에 들어서기 불편 했던 것이다. 나는 물을 따라 올라가며 돌틈과 풀속을 더듬어 고기를 잡았다. 해질녘이 되여 바게쯔를 들여다보니 미꾸라지며 버들치며가 두어 사발 푼히 되여보였다. 온집 식구가 얼큰한 물고기탕을 한때 훌륭하게 해먹을수 있을것 같았다. 자기의 힘으로 잡은 물고기를 보며 우리는 더없이 기뻤다. 마을 어구까지 와서 우리는 백양나무 밑에 앉아 물고기를 나누었다. 나는 내가 직접 물에 들어서서 잡았다는 특세를 대고 물고기를 철진이보다 좀 더 가졌다. 철진이는 어딘가 서운해 하기는 했지만 내놓고 따지지는 않았다. 해가 서산에 넘어갈 무렵 엄마는 일밭에서 돌아왔다. “엄마, 인제야 오우?” 삽작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기 바쁘게 나는 엄마를 마주가며 소리쳤다. 엄마도 얼굴에 함뿍 웃음을 담고 나를 향해 달려 오셨다. “엄마 맞춰보우, 내가 뭘 잡아왔나?” “그래, 동이도 맞춰봐라. 엄마가 뭘 사왔나.” 엄마는 다리를 굽혀 앉아 나의 허리를 잡아주셨다. 궁금했다. “뭘 사왔소? 엄마 먼저 말해보우.” “자, 먹어라, 사탕이다.” 엄마가 적삼호주머니에서 누른 종이봉지를 꺼내여 나한테 내밀었다. 나는 냉큼 받아서 헤쳐보았다. 개눈깔사탕이였다. “와, 사탕. 엄마 어디서 났소? 엄마가 산거요?” “그래, 우리 동이 먹으라고 엄마가 합작사에 들려 사왔지. 얼른 먹어라. 자, 그리구 인젠 말해보렴 아까 동이가 뭘 잡아왔다구?” “저녁에 물고탕을 끓여먹기우. 강에 가서 잡아왔소.” 나는 개눈깔사탕을 녹이며 신나서 손사래를 쳤다. 내가 물에 들어가 잡았기에 철진이보다 내가 더 많이 가졌다는 대목을 자랑하자 엄마의 기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동이야, 방금 네가 철진이보다 물고기를 더 가졌다고 했니?” 나는 제 기분에 들떠 엄마의 표정이 굳어지는것을 보아내지 못하고 여전히 종알거렸다. “양, 고기는 내가 몽땅 반두질을 해서 잡은거요. 그러니 내가 응당 더 많이 가져야지. 그렇지 엄마?” “동이야, 함께 갔으면 응당 똑 같게 나누는게 더 좋지 않니? 그리구 철진이는 또 다리를 잘 쓰지못하는 애인데 함께 잡은 물고기를 너보다 적게 가지고 가면서 얼마나 서러웠겠니?” 엄마는 자냥스럽게 조곤조곤 이야기하시며 기대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는 분명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리해하기를 바랐겠지만 나는 어쩐지 나의 처사가 옳은것이라고 생각되였다. “그래도 내가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구 철진이는 강역에서 물고기통만 들고 따라다녔는데 뭐.” 엄마는 나의 말을 듣더니 차츰 낯색을 흐리웠다. “물고기를 좀 더 가지고 안 가지고 하는것보다 친구를 그렇게 대하는게 안돼서 하는 말이란다. 내가 일을 좀 더 했다고 친구지간에도 옴니암니 따져서야 쓰겠니?” 엄마는 말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기분이 잡혀 머리를 폭 숙이고 엄마의 뒤를 따랐다. 엄마는 식장에서 사발을 내리우더니 물고기를 담은 바게쯔에서 물고기를 반쯤 떠내였다. “철이야, 이 물고기를 철진이한테 가져다 주어라!”나는 인츰 사발을 받지 않고 몸을 외로 탈며 머리를 돌렸다. “동이야, 어서 가져다 주라니까.” “내가 들춘건데 뭐.”“그애는 너의 친구가 아니냐? 좋은 애라면 친구를 더 생각할줄 알아야지.”“그래도 내가 잡은건데 뭐, 그 앨 그렇게 많이 주고 우리는 어떻게 물고기탕을 해먹소?”나는 여전히 발끝으로 바당을 차며 손톱눈을 썰었다. “동이야, 너 정말 말을 안들을려니? 엄마 말을 들으면 랑패가 없을 텐데.”“……” “너 정말 고집이 웬간하지 않구나. 된욕을 먹어야 쓰겠니?” 엄마는 바당비자루를 거꾸로 잡아들었다. “어서 가져가거라! 가져다주라는데...”“내가 들춘건데 뭐, 엄마는 몰라가지구…”“아직도 그 소리냐?”엄마는 끝내 비자루로 나의 엉뎅이를 후려쳤다. 깜짝 놀랐다. 난생 처음 엄마 한테서 맞는 매여서 그런지 너무도 분하고 서러웠다. 울음이 터졌다. 나는 하는수 없이 물고기를 담은 사발을 들고 철진이네 집으로 향했다. 8 절인배추잎 만치나 죽어있는 나의 표정을 보고 철진의 어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동이야, 너 엄마에게 된욕을 먹었구나. 그렇지?” 나는 철진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몰래 눈물이 찔끔찔끔 솟아나 어느새 두볼을 타고 굴러떨어졌다. 나의 상심한 표정에 철진의 어머니는 사뭇 놀라는 표정이였다. “애개~ 이 애봐라, 정말이네 쯧쯧쯧… 웬 일루 이 귀여운것을 이렇게 서럽게 만들었노? 동이야, 말해봐라. 엄마가 어째서 널 이렇게 섭게 만들었냐구?” “철진에게 이 물고기를 더 가져다 주라고 하는 말을 제때에 듣지 않았다구 바당비자루로 나를 때렸씁구마.” “쯧쯧쯧 너 에민 그렇게 고정한게 흠이라니까. 어린것들이 뭘 안다구. ” 철진의 어머니는 물고기를 세수소래에 쏟아놓고는 맑은물을 떠서 물고기를 담았던 사발을 깨끗이 씻었다. 그후 소래에서 큼직한 두부를 한모 들어내여 사발에 담아주며 말했다. “가지고 가서 두부장이나 끓여먹어라.” 나는 촉촉한 눈길로 철진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머리를 저었다. “싫습꾸마. 엄마가 보고 또 나를 욕할게꾸마. 남의 것을 가져왔다구.” “봐라봐라, 아낙네두, 애들 기를 다 죽이면서, 어른들이 줘서 가겨가는건 좋은 일을 하는거니까 가지구 가서 엄마께 그렇게 말씀 올려라.” 철진의 어머니는 두부를 담은 사발을 나의 손에 쥐여주며 가볍게 나의 등을 다독거렸다. 나는 철진의 어머니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고 돌아섰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엄마가 그렇게 성을 내시고 바당비자루로 나의 엉뎅이까지 때린것이 억울하게만 생각되였다. (혹시 엄마가 나를 고와하지 않는것이 아닌가? 아니라면 왜 철진에게 물고기를 더 가져다주라며 나를 때릴가?) 엄마의 진정을 알고싶어졌다. 집이 가까와 오자 나는 일부러 다리를 잘 쓰지못하는듯 쩔뚝거리며 간신히 걸음을 옮겨놓는 시늉을 해보였다. “동이야, 웬 일이냐?” 마침 뒤집에 사는 상옥누나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놀란듯 소리쳤다. 나는 상옥누나를 힐끗 바라보며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렸다. “동이야, 너 어디서 다리를 상했니?” “아니요.” “내가 업어다 줄가? 쯧쯧쯧… 너네 엄마도 참, 아픈 애에게 무슨 심부름은 시킨다니. 자, 업혀라 내가 업어다 줄게” 상옥누나가 급히 뛰여와서 나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싫어요. 엄마가 알면 욕해요.” “어쩌다 다리는 상했니?” “상한게 아니구요…” “상한게 아니면?” 상옥누나가 두눈을 치떴다. 나는 상옥누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울 엄마 나를 때렸어요. 바당비자루를 꺼꾸로 쥐구서요.” “그랬구나. 쌔게 때렸니?” “네 비자루로 쌔게 한매를 때렸어요.” “쌔게 한매를 때렸구나. 쯧쯧쯧… 아픈 애를 심부름까지 시키구, 이리 다구, 내가 두부사발을 들어다 줄게” 상옥누나가 나의 손에서 두부사발을 받아들고 깔깔깔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9 집문 앞에 독착했지만 나는 좀처럼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를 고와도 하지 않는 엄마가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삽작문가에 서서 울안 동정을 살펴보았다. 작은 누나가 터밭에서 마늘을 뽑고있었다. 나는 작은 누나가 나를 볼가와 문뒤에 몸을 숨겼다. 나는 누나가 허리를 펴고 울밖을 내다보고있었다. (혹시 작은 누나가 나를 보지 않았을가?) 나는 생각하며 몸을 쪼크리고 문뒤에 앉았다. 작은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동이는 왜 아직도 안온다우?” “동이는 엄마의 심부름을 갔단다. 오늘 철진이랑 물에가서 물고기도 잡아오구.” “많이 잡았다오?” “그래, 두어사발 잡은걸 우리동이가 기특하게도 친구를 도 생각해야한다면서 철진에게 더 많이 주고 집에는 한때 물고기탕을 끓이만침 남겼단다.” “우리 동이, 그렇게 어른스러운 일도 다 할줄 안다오? 엄마!” “우리 동이, 얼마나 셈이 든 애라고 그러니. 그만한 것은 저절로 알아서 척척하는데.” 엄마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저도몰래 얼굴이붉어졌다. (아닌데, 나 절로 주고싶어서 준게 아닌데. 엄마는 왜 누나에게 저렇게 말씀하실가?) “순이야, 너 동이 마중을 가봐라. 오늘 물고기를 잡느라구 그애 더리가 몹시 아플게다.” “양, 엄마.” 작은 누나는 뽑은 마늘을 손에 들고 터밭에서 나왔다. 누나가 몇발자국만 더 걸은면 삽작문 있는 곳으로 나오게 된다. 어쩔가? 내가 문뒤에 숨어서 집안에서 나오는말을 였들은것을 누나에게 들키우고 싶지않았다. 나는 발떡 일어서서 삽작문을 밀어열었다. 느나가 목소리를 한껏 높이며 반가와서 소리쳤다. “우리 동이 오는구나, 오늘 대단한 일을 했다면서? 너 어떻게 그 물고기를 철진에게 더 많이 주자고 생각했니? 그렇게 귀한 생각을 말이다.” 작은누나가 나를 건뜩 들어 안아주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작은 누나의 눈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누나는 나를 안은채로 집안에 들어섰다. 엄마는 가마목에 앉아서 밸을 딴 물고기를 맑은물에 헹구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숙인채로 엄마를 훔쳐보았다. 엄마는 마를 돌아보지않고 말했다. “제대로 가져다 주었니?” “양. > “철진이 엄마에게 두부를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인사는 하구?” “양!” “됐다. 놀아라.” 엄마의 목소리는 아까 “우리 동이 귀한 일을 했다”고 누나에게 자랑할 때 처럼 그렇게 높지도 상자랑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엄마를 피해 웃간으로 올라갔다. 어쩐지 엄마를 대하기가 몹시도 어렵다고 생각되였다. 나는 웃방 창문턱에 붙어서서 손으로 볼을 고이고 어스름히 깃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청제비 한마리가 빨래줄에 앉아서 짹짹 초조하게 울고있었다. 올봄에 태여난 새끼제비임을 한눈에 알아볼수있었다. (어도 엄마에게 욕을 먹었니? 어째서 그렇게 서럽게 우니?) 새끼제비를 보며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고 있을때 엄마제바가 날아왔다. 엄마제비는 입에 물고온 먹이를 새끼제비의 입에 넣어주었다. 새끼제비는 노오란 부리르 쪽 벌려 엄마가 넣어주는 먹이는 날름 받아물었다. 그장면을 보는 순간 엄마가 사다준 대눈깔 사탕이 생각났다. 나는 바지호주머니에서 사탕봉지를 꺼냈다. 아까 첫알을 먹다가 엄마께 된통 당하고 그대로 넣어둔것이였다. 나는 봉지에서 사탕한알을 꺼내여 입에 넣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사탕이라 그렇게도 맛있었다. “엄마, 사탕을 잡수.” 나는 사탕봉지를 들고 정지칸으로 쫑도르르 내려 갔다. 그날 밤, 엄마는 나에게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0 (정말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천벌을 받게 될가?)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번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야릇한 생각이였다. 그만침 나에게는 신비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라지오에 사람이 들어있다 해도 정말로 곧이듣던 그 시절이라 뭐나 다 궁금하고 직접 부딛쳐보고싶었다. 오늘까지도 나의 마음밭을 적셔주는 잊을수 없는 첫파종도 아마 그 무렵에 있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의 말씀 한마다에 마음이 동해서 한 그번의 파종은 오늘도 한토막의 신비로운 추억으로 남아 나를 그 옛날의 파아란 동심에로 부르군한다. 그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나는 엄마를 따라 자류지로 갔다. 늘 엄마를 따라 밭에 다니며 때이르게 농사일을 알하게 된 나는 땅에서 감자가 자라고 옥수수가 달리는것이 못내 신비하게 생각되였다. 어느 하루 나는 엄마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엄마, 우리 강냉인 왜 금자네 강냉이 보다 크오?”“오- 그거말이니? 그건 우리 밭이 기름지다보니 아무거나 심어도 잘 되기 때문이란다.”“우리 밭이 기름지다구?”“그래, 그래서 콩을 심으면 콩이 잘 되고 팥을 심으면 팥이 잘 되지!”“히야~그럼 해바라기를 심으면 해바라기도 잘 되겠네?!”“그럼, 거야 이를데 있니?”엄마의 이 한마디 말씀은 천진한 나를 유치한 환상의 세계에로 이끌어갔다.이 일이 있은지 며칠 안되여 나는 생일을 맞게 되었다. 생일 날 아침, 엄마는 나에게 닭알 두알을 삶아주었다. 나는 한알만 먹고 한알은 남겨두었다. 식구들이 모두 일밭으로 간후 나는 닭알을 들고 터밭으로 나갔다. 나는 밭에 자그마한 구덩이를판후 거기에 닭알을 넣고 보드라운 흙으로 살짝 묻었다.이튿날부터 나는 매일 고무신으로 샘물을 퍼다가 닭알 묻은 곳에 쏟아주었다. 이제 엄마의 생일이 돌아오면 닭알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닭알을 따다 엄마께 삶아드리자고 생각하니 마음은 고무풍선 처럼 둥~ 하늘을 나느듯 싶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여주지 않았다. 강냉이는 벌써 개꼬리가 나고 이삭까지 패였는데 내가 심은 닭알은 싹도 트지않았다. 나는 막 애간장이 탔다.기다리고 기다리던 나는 끝내 묻었던 흙을 파헤치고 말았다. 닭알은 여전히 넣은 대로있었다. 그저 노란껍질이 검스레 변했을뿐이였다. 나는 너무도 맹랑하여 소리없이 울었다. 두볼을 타고 흐르는 방울방울의 눈물이 갓 파놓은 구덩이에 뚝뚝 떨어졌다. 그해 여름 내가 품고있던 꿈은 진정 그것이 아니였다. 나의 꿈속에서 닭알나무에는 분명 주렁주렁 닭알이 열려있었다. 11 (엄마는 왜 생일을 쇠지 않을가?) 깨여진 꿈을 아파하는 여섯살 소년에게 그해 여름은 너무도 길고 지루해보였다. 거부기같은 여름의 등에 올라 엉금엉금 세월을 기면서 가끔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의문덩이리가 바로 엄마의 생일이였다.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엄마는 내 생일만 돌아오면 이밥을 하고닭알 두개씩 삶아주군 했다. 전에는 그저 생일이면 의례이런 대우를 받는법인가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파종의 아픔을 마음속 끝자락에 담고있는 이듬해 봄, 엄마의 생일이 가까와 오면서 나는안정부절할수없었다. (엄마들의 생일은 원래 쇠지 않는 법일가? 아니라면 엄마는 왜 종래로 생일을 쇠지않을가? 엄마께 생일을 쇠드리면 엄마가 몹시도 좋아하실텐데.) 나는 엄마의 생일을 꼭 쇠드리기로 작심했다. 그때로부터 나는 손꼽아 엄마의 생일을 기다렸다. 음력2월 19일, 엄마의 생일이 돌아왔다. 나는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드리려고 작심했다. 엄마가 밭으로 나가신후 나는손을 쓰기 시작했다. 먼저 부엌아궁이에 토막나무불을 지펴놓고 물을끓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가마안의 물이 부글부글 끓기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엄마가 평소 무엇을 제일즐겨 자시던가? 옳지엄마는 누룽지를 제일 즐겨자시지. 나는엄마가 때마다 물에퍼지운 누룽지만 자시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하여 나는 아침에 엄마가 자시다가 남겨놓은 강냉이밥 누룽지를 가마에 쏟아넣었다. 나는 또 생각해보았다. 그렇지 엄마는 배추김치잎을 즐겨자시지. 때마다 신선한 배추김치를 들여다가는 썰어서 줄기는 아버지한테 드리고 잎은 엄마가 자시는 것을 보아왔던 것이다. 나는 씽하니 김치움에 나가 배추김치를 들여다가 잎쪽을 베서 사발에 곱게 담아 담아놓았다. 엄마는 또 무엇을 즐겨 자시던가? 나는궁리하던 끝에 또 한가지를 생각해냈다. 어느 땐가 한번 “야, 참 시원하구나!”하고말씀하시며 즐겨 자시던 소고기국이였다. 나의 머리에는 아버지께서 며칠전에 가마니를 판 돈으로 사온 소고기가 생각났다. 그날 한 끼 국을끓여 먹은후 남어지는 간장에 졸임하여 단지에 넣어둔채로 있었다. 나는헛간에 나가 단지를 들고들어왔다. 얼마남지않은 소고기를 몽땅가마에 쏟아넣었다. 그러고 엄마가 좋아하는 노야기가루와 고추가루를 다섯숟가락이나 떠넣었다.점심때가 되자 엄마가 지친다리를 끌며 집에 오셨다.“엄마, 오늘이 엄마 생일이오. 내가 엄마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소.”나는 배추김치잎이 담겨져있는 사발을 상우에 놓고 푹퍼진 누룽지 한사발, 소고기국 한그릇까지 밥상우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말없이 서서넋을 놓고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언제나 방그레 웃음을 짓던 얼굴이 굳어진듯 움직이지않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슴찍해났다. (내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지른게 아닌가?) “엄마!” 나는 기여들어가는듯한 목소리로 자신없이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갑자기 나를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소나무껍질같이 터실터실한 손으로 연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때 엄마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있었다. (엄마는 왜 말없이 울기만 하실가?) 나는 정말 모르고있었다. 12 그날 밤, 엄마는 나에게 팔베개를 베워주시고 고향마을에 대한 옛말을 해주셨다. “동이야, 우리 마을을 어째서 룡문이라 부르게 되였는지 너 아니?” “룡이 문을 열고들어와서 룡문이라 부르게 됐지.” 엄마에게서 역시 몇번이나 들은적이 있는 옛말이였다. 나는 들을 때마다 엄마에게 그 룡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고 물었다. 엄마는 천진한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도 또 입버릇처럼 중얼거렸다.“그 룡이 아마 뉘 집에선가 잘 크고있을게다. 이 곳에서 오래 살아가느라면 그 룡이 뛰쳐나오는 것을 보게될것이다. 참, 뉘집에서 나오겠는지...”깜박이는 동심과 함께 뛰놀고있던 칠색의 환상은 해맑은 동년의 가슴속에서 파아란 꿈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연히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더더욱 무르익어갔다.엄마는 동네 아낙네들과 한담을 하시다가 내가 태여나기 전에 괴상한 꿈을 꾼 이야기를 하셨다. 엄마는 꿈에 버섯뜯으러 산에 가셨다가 똬리를 틀고있는 큰 뱀 한 마리를 보셨다고한다. 생시라면 기겁했으련만 엄마는 아무 무서운 생각이 없이 그 뱀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그때 다시 보니 그것은뱀이 아니라 갓 태여나서 보동보동한 룡이였다는것이다..“동이에미, 어찌나 동이를 잘 키우오. 커서 룡이되게 말이오.”그랬으면 좀 좋겠소.”어른들의 한담가운데 나온말이였건만 나는 무척이나 새롭게 느껴졌다.룡이란 무엇일가? 어찌하여 룡은 날수있을가?어떻게 하면 룡이 될수있을가?어느날 나는 엄마께 이런것들을 물었다. 정색한 나의 얼굴표정을 보고 엄마는 한참이나 웃으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세상에는 불로초란 약초가 있단다. 옛말에 그 약초를 달여먹으면 룡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만은...”(불로초? 룡!)모든것이 정말로 느껴졌다. 어느날, 나는 노루목산에 올랐다. 나는 룡이 되고싶었다.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식구들은 나를 찾아헤맸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불로초를 찾아 산속을 헤맸다. 지치고 목이말랐다. 샘물을 찾은 나는 손바가지로 마음껏 샘물을 떠마신후 땀에 얼룩진 얼굴을 따스한 모래불에 붙인채 소르르 쪽잠에 들었다....내가 눈을 떴을 때는 엄마의 품속에 안긴후였다. “동이야, 어쩜 엄마속을 요렇게 태워주는거니?”나는 겁에 질려기여들어가는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 난 룡이되고싶었오. 그래서 불로초를 찾으려고...” “동이야!” 엄마는 손으로 나의 얼굴을 받쳐들고 낯모를 사람을 바라보듯 뚫어지라 바라보며 아래말을 이었다. “동이야, 불로초란 산에 있는것이 아니란다.” 나는 엄마의 말씀이 못내 의심스러웠다. “아니지, 엄마, 전번에 그래 불로초를 먹으면 룡이 된다고 하지않았소? 불로초가 산에 있지 않고 어디에 있소?” “불로초는 여기, 여기에 있는거란다.” 엄마는 속삭이며 나의 가슴을 가리켰다.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까르르 움음을 터뜨렸다. “엄마, 웃긴다. 여기서 어떻게 풀이 자라오? 거짓말이지, 엄마.” “애두 거짓말이긴. 우리 동이가 공부를 잘해서 큰 사람이 된다음이면 저절로 여기서 불로초가 자라게 되였있단다. 그러니 우리동이도 이제 학교에 붙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알겠니?” 엄마의 이야기는 마치도 천방야담처럼 나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13 (글을 배우자, 공부를 잘해서 가슴에 불로초가 자라게 하자 그래서 룡으로 돼보자.) 꿈은 아름다운것이고 꿈은 철없는 개구쟁이에게 용기를 주는것이였다. 나는 작은 누나에게 글을 배워달라고 떼질을 썼다. 작은 누나는 나의 성화에 못이겨 학교에 갔다와서는 나에게 조선글 자모를 배워주었다. 배우고싶은 글이여서였던지 글을 배우는것이 재미났고 속도도 빨랐다. 조선글자모를 배우기시작해서 한달이 안되여 나는 신문을 뜯어볼수있었다. 일곱살에 나는 오막살이집 막둥이가 신문을 읽는다는 소문이 입소문을 타고 트지않는 룡문마을에 퍼졌다. 작은 누나의 친구들이 간혹 우리집에 놀라와서는 나에게 신문을 읽혀보이는것이 빠지지않는 뉴앙스로되였다. 신문읽기라면 자신이 있는 나인지라 누나들이 나에게 신문을 읽으라는 요청이 그렇게도 기쁠수가 없었다. 그해 여름 공사합작사에 “밤중에 우는 닭”이라는 그림책이 들어왔다. 친구들이 사서보고는 “지주놈이 소작농들을 일찍 일밭에 내몰기위하여 밤중에 닭장에 들어가 닭울음소리를 내다가 소작농들에게 두들겨 맞는이야기는 그렇게도 나의호기심을 끌었다. 나는정말 그림책을 한권갖추고 싶었다. 나는별르고 벼르다가 큰마음을 먹고 엄마에게 청을들었다. “엄마, 돈이 있으면 좀 주오.”엄마는 머리를 돌려나를 지켜보더니 “후~”하고 긴 한숨을 내쉬였다.“어쩌니 동이야, 지금은 정말 집에 돈이없단다...”어머니는 말끝을 흐리셨다.그때, 우리 집은 정말서발장대를 돌려도 거칠것 없이 가난했다. 나는얼굴을 붉혔다. 소시적 어린나이에도 우리집 살림형편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차마 입을못열고 며칠이나 머뭇거린것도 엄마의 입에서 돈이 없다는 말이나올가 두려워서였다. 나는머리를 폭 숙이고 입술을 감빨며 애꿎게 발끝으로 서까래를 우볐다. “동이야, 돈을 해서 뭐하려고 그러지?” 엄마의짧게 물었다. 나는잠간 머뭇거리다가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합작사에 <밤중에 우는 닭>이 왔소. 대단히 재밌다는데. 사보고싶어서 그러오.” “꼭 보고싶은 책이냐?” 엄마의 목소리에 어딘가 힘이배여나왔다. 나는 두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나의얼굴을 뚫어지라 지켜보며 잠간 침묵을 지키셨다. 나는 엄마의 옆에 오도카니 앉아기대어린 눈길로 엄마를 지켜보았다. “동이야,”이렇게 입을 여신 엄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자냥스럽게 말씀하셨다. “사랑칸에 엄마가 모아둔 헌 신바닥이 몇근잘되게 있단다. 그걸팔아서 책을 사려무나.”“내가 팔라구요?”나는 가슴이 철렁해났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무었때문이였던지 그 시절에는 남들이 페품을 수매소에 가져가서 풋돈을 받아오는 것이 그처럼 부끄럽게 생각되였다. 그들이 어떻게 그 안에 발을 들여놓을수가 있을가가 의심스러웠다. 나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꼭 보고싶은 책이라면 어찌 부끄러운 것을가리겠니? 사내대장부라면 대담해야지.”그날 엄마는 차근차근 많은이야기를 하셨다. 나는끝내 헌신바닥을 싼 보꾸러미를 들고 문을 나섰다. 하지만 걸음을 얼마 떼지못하고 벽에착 붙어서서 오는 사람이 없는가를 살폈다. 없었다. 나는한달음에 수매소까지 뛰여가서 신바닥꾸러미를 저울판에 올려놓았다. 얼굴에서는 콩알같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내렸다.페품수매원은 안경을 건 30대의 빼빼 여윈 사나이였다. 그는나의 아래우를 한참이나 훑어보더니 날카롭게 물었다.“너 이것을 훔친거지?”“아...아닙니다. 울 엄마가 모은겁니다.”나는잦아드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대답했다.“헌데왜 그렇게 당황해하니? 엉?”사나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꽥 소리치며 주산으로 저울판에 올려놓은 헌 신바닥을 탁 쳐버렸다. 나는 너무도 억울하여 풍덩 주저앉았다. 한참후 신바닥꾸러미를 주어들고 수매소를 나섰다. 눈물이 왈칵솟아올라 앞이 잘 보이지않았다. 그래도 나는뛰였다. 뛰고 또 뛰였다. 그러다가 무엇엔가 걸려서 훌렁 넘어져 버렸다. 이마 왼쪽켠에서 선지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이를 옥물었다. 누가볼가 두려워 소리쳐 울지도 못했다. 나는상처자욱을 꽉 움켜쥐였다. 손가락사이로 붉은 피가 슴배여나왔다. 그날, 이마에 피를 흘리며 페품꾸러미를 옆에끼고 집에들어선 나를 보고 엄마는 그렇게도 서럽게 우셨다. 나를 위해 흐느끼는 엄마의 갸냘픈 모슴을 보며나는 상처자국이 아프다는 생각보다도 커서 큰 사람이 되여 안경을 건 그 사나이를 혼내주려는 생각뿐이였다.그 시각그것은 나의 유일한 꿈이였다. 그날의 풍경이 더오르면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안경을 건 그 사나이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가? 하지만 나는 다시 그를나무라고 싶지않다. 그것은 그 사나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치욕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엄마는 <,밤중에 우는 닭”을 손에들고 오셨다. 나는너무도 기뻐서 상처가 아픈것도 잊고 엄마의 목에동동 매달렸다. “엄마, 돈이 없다더니 어떻게 샀소? 이 그림책을?” “뒤집 아애네 집에가서 돈을 빌어서 샀단다. 동이야, 발리 그림팩을 보거라. 저녁읋 해먹구 우리밖에나가 바람을 쏘이며 엄마에게 그림책을 본 엣말을 해줘야 한다.읽알겠니?” 엄마가 나의 볼을 쓸어주며 말했다. “양, 엄마 제꺽 저녁을 하오. 내 그새 단번에 다 <밤중에 우는닭>을 다 읽을게.” 정말 세상을 다 얻은듯 기뻤다. 그날밤 엄마는 말그대로 저녁 설걷이까지 끝낸후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가바자굽에 붇쳐만든 나무걸상에 앉았다. 저녁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밖은 집안보다 퍽 수원했다. 엄마는 나의손을 잡아 손등을 쓸어주며 물었다. “동이야, 지금도 이마가 아프니?” “아니, 엄마 하나도 안 아프오. 내 <밤중에 우는닭>을 엣말해줄게.” 나는 흥이나서 그림책을 본 이애기를 해나갔다. 엄마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몇번이나 통쾌하게 소리내여 웃으셨다. “엄마 고옥보는 참 총명한애지?>. “그래 고옥보는 참 총명하고 슬기로운 애지. 그리구 우리 동이도 고옥보처럼 용감하구.” “내가?” 나는 은근히 기뻐서 엄마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래, 우리 동이가 오늘얼마나 큰 일을 했는데. 처음으로 페품수매소에도 갔다가 오지않았니? 부끄러워 가지못하던것이 처음으로 갔다온것만해도 얼만한 대단한 일인데.” 페품수매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또다시 기분이 잡쳐졌다. 나는 낮에 가슴속에 서려두었던 생각을 엄마에게 텅털어놓았다. “엄마, 내 크면 그 안경을 건 아저씨를 혼내줄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날보구 헌 신바닥을 도덕질했다구 하면서.” 내가 격분에 차서대답하자 엄마는 나의손을 잡아 끌어 꼭 잡아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란다. 동이야. 그 사람도 뭔가를 잘 못 알고 그렇게 생각한거겠지. 우리 동이만 마음이 든든하면 어느땐가 그 사람도 우리동이를 잘못나무렸구나 하는것을 알게되거든.” 나는 엄마의 얼굴을 이윽하 바라보았다. 달빛속에서 안겨오는 엄마의 얼굴음 부드러운 달뻗맣㎱犬� 부드럽게 자애로와보였다. 엄마는 말을마치고 머리를 들어먼 하늘을 지켜보았다. 엄마의 눈은 멀리 북쪽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엄마, 별이 많지?” “그래 하늘에 참 별들이 많기도 하지, 옛날 사람들이 그러는데 당우에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하늘에도 별이얼마나 많단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늘에 별자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거든.” “엄마, 그럼 나의 별은어느것이오?>. “동이의 별이라? 음~ 엄마는 저 별이 동이의 별이였으면 좋겠다.” 손끝으로 먼 하늘을 가리키는 엄마의 목소리는 약간떨리고 있었다. “엄마, 북두성을 그러지? 저 북두칠성옆에서 반짝이는 저 별을 그러지?” 나는 엄마의 손끝을 따라 북쭉 하늘을 쳐다보면서 또랑또랑 대답을 하군 했다. 엄마는 자못 신나하시면서 말꾸러미를 헤치셨다. “그래, 우리 동이가 참 용하구나. 그래그래, 저 별이 바로 북두성이지. 북두성은 언제나 저 자리에서 드놀지 않고 저렇게 반짝이고 있단다.>. “양, 엄마. 산에서 길을 잃으면 그래서 당황해 하지 말고 저 별을 마주하고 서서 방향을 잡아야지?” 인젠 너무 들어서 암송할수있을 만침이나 익숙해져버린 북두성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엄마는 번마다 그렇듯 기뻐하며 일에 스쳐 꺼슬꺼슬해진 투박한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래, 그렇지. 우리 동이 정말 대단하네, 북두성을 마주하고 섰을 때 얼굴을 향한 쪽이 북쪽이고 뒤통수가 향하는 쪽이 남쪽이지.” “그리구 오른손 편이 동쪽이구 왼손 편이 서쪽이지? 글치 엄마?” “그래 북두성은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이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여준단다. 언제나 드놀지않고 한자리에서 곤난에 처한 사람에게 길잡이가ㅡ되여주는 북두성이 얼마나 멋지니?” “양, 엄마 내꼭 북두성이 될게, 근데 엄마의 별은 어느것이오?>. 나는 엄마를 건너다보며 호기심어린 눈길로 물었다. “엄마의 별? ” 엄마는 잠간 말끝을 흐리웠다가 맑은 목소리로 말씀했다. “엄마도 모르겠네. 동이야 네가 찾아봐라 엄마의 별이 과연 어느 쯤에 있을가?” 엄마는 기대어린 눈길로 엄마를 바라보는 나의 볼을 살짝 튕겨주며 이야기했다. “엄마, 나는 엄마의 별이 저 북두칠성이 됐으면 좋겠소. 그러면 엄마랑 나는 그냥 가까이에 함께 있을수있겠는데. 엄마두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니? 암튼 엄마의 별은 우리 동이가 찾아주렴. 어마의 별은 이하늘에서 제일 크고 제일 빛나는 것이였으면 좋겠구나.” 나는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그말뜻을 다는 리해할수없었다. 하지만 저 하늘에서 드놀지않고 반짝이는 북두성 보다도더 밝고 빛나는 그런 별을 찾아 엄마께 드리자고 윽별렀다. 이 밤도 하늘에서 뭇별이 반짝인다. 과연 엄마의 별은 어느 쯤에 있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