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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그네대 * 막언
2013년 03월 15일 10시 07분  조회:3142  추천:3  작성자: 동녘해
 
 
백구그네대
 
막언
  
 
고밀현 동북향에는 워낙 흰털을 가진 온순한 성격의 체대가 큰 개들이 많았다. 하지만 몇대를 내려온 지금에 와서는 거의 순종을 찾아볼수 없다. 지금 그곳에서 기르는 개들은 거의다 잡종이다. 간혹 흰털의 개들도 볼수는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어느 한 부위에 잡색을 띠고있어 혼혈의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그 잡색 털의 면적이 전반 개털 면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또 그렇게 눈에 뜨이는 부위에 있지 않다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백구”라고 부르지 구태여 그 뿌리를 찾아 무슨 품종인가를 따지려고 하지 않는다.
온몸이 흰털로 뒤덮였지만 앞발에 약간 검은 털이 섞인 백구가 대가리를 푹 떨구고 당금 허물어질것 같은 돌다리를 지나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때 나는 다리아래의 돌계단을 딛고 서서 맑은 물에 세수를 하고있었다.  
음력으로 7월말이라 지세가 낮은 동북향은 한창 찜통더위에 몸살을 하고있었다. 내가 공공뻐스에서 내려보니 찐득찐득한 땀으로 하여 적삼이 등에 찰싹 달라 붙었고 목이며 얼굴에는 황토가루가 한벌 내려앉았었다. 나는 얼굴이며 목을 깨끗하게 씻느라했지만 도무지 개운함을 느낄수 없었다. 나는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알몸둥이 그대로 강에 뛰여들어 물장구라도 치고싶었다. 하지만 돌다리와 가까운 길옆의 갈색을 띤 밭머리 소로길에서 사람들이 오가는것이 보였기에 마음을 고쳐 먹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미혼처가 선물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이며 목에서 흐르는 물방울을 닦았다. 시간은 정오를 넘기고있어서 태양이 약간 서쪽으로 기울었다. 한줄기 동남풍이 불어와 시원하게 페부에 스며들었다. 수수송치가 한들한들 춤을 추면서 스륵스르륵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백구는 흰 털을 빳빳이 세우고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제야 백구의 앞발에 있는 검은 털을 보아낼수 있었다.  
앞발에 검은 털을 가진 백구는 다리목까지 와서 걸음을 멈추고 대가리를 돌려 지나왔던 황토길을 돌아보다가 다시 흐릿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깊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 깊고 처량함에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는 암시 비슷한 뜻이 숨겨져있는듯싶었다. 그 깊고 처량한 암시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내가 대학에 붙어 고향을 떠난후 아버지도 외성에 있는 형님네 집으로 가 살았기에 고향에는 사실 친척이 없었다. 하기에 나도 고향을 찾을 리유가 딱히 없었던것이다. 그새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다. 1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라고 해야겠다.
여름방학전에 아버지는 내가 임직해있는 학원으로 찾아와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가슴은 몹시도 설레였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짬을 타서 고향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내가 잠시 일이 많아 몸을 뺄 새가 없다고 하자 아버지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머리만 설레설레 저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나는 웬지 가슴이 불안했다.
여름방학을 하자 나는 큰 마음을 먹고 모든 일을 팽개친채 고향행을 선택했던것이다.   
백구는 대가리를 돌려 갈색의 황토길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쪽으로 향했다. 나를 바라보는 백구의 눈길은 여전히 그처럼 흐릿해있었다. 내가 백구의 앞발에 난 검은 색 털을 바라보면서 놀랍게도 무엇인가를 떠올리고있을 때 백구가 내밀었던 뻘건 혀를 거두어들이더니 나를 향해 컹컹 짖었다. 이어 백구는 다리목의 석판에 다가가 습관적으로 뒤다리 하나를 쳐들고 오줌을 쐈다. 일을 마친 백구는 내가 내려온 다리아래의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왔다. 내곁에 다달은 백구는 꼬리를 뒤다리사이에 가져다 붙이고 뻘건 혀로 한번 또 한번 물을 찍어마셨다.  
백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것 같았다. 하기에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물을 마시면서 심심풀이를 하려는 심사같았다. 물에는 처량한 백구의 표정이 그대로 비꼈다. 물고기들이 쉼없이 백구의 얼굴이 비낀 물속을 스쳐지나고있었다. 백구와 물고기들은 조금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그때 개 비린내와 물고기 비린내를 맡고있었다. 나는 단번에 백구를 강물에 차넣고 물고기들을 잡아버리고싶다는 무서운 생각을 굴리다가 그래도 품위는 지켜야지 하며 자신을 달랬다. 그때 백구가 꼬리를 치켜들며 차디찬 눈길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리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백구가 목덜미의 털을 빳빳이 치켜세우고 오던길을 따라 헐레벌떡 올가는 장면을 지켜보고있었다. 이삭이 약간 초록빛을 띤 수수들이 길량옆에 숲을 이루면서 무연하게 펼쳐져있었다. 하얀 구름이 송이송이 피여난 파아란 하늘이 네모난 밭뙈기들로 이어진 벌판에 내려앉은듯싶었다. 나는 다리목까지 걸어가 행리를 주어들고 급히 다리를 건너려고 서둘렀다. 그곳에서 내가 살던 마을까지는 12리나 떨어져있었다. 올 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일찍 마을에 도착해야 주숙을 해결하기 쉬울것이였다. 내가 그런 생각을 굴리며 걸음을 옮기고있을 때 백구도 내앞에서 반달음을 했다. 나는 길옆 수수밭에서 커다란 수수잎묶음을 등에 진 한 사람이 걸어나오는것을 발견했다.   
전에 나는 농촌에서 근 20년을 살았기에 수수잎은 소나 말의 최상의 사료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수수알이 밸 때 떡잎을 따도 수수 산량에는 영향이 없다는것도 알고있었다. 멀리에서 산더미같은 수수잎묶음을 등에 지고 힘겹게 내쪽으로 다가오는 그 사람을 지켜보면서 나는 웬지 가슴이 무거워남을 느꼈다. 찌는듯이 무더운 여름날, 바람 한점 뚫기 힘든 수수밭에 들어가 떡잎을 따기란 얼마나 힘들다는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땀으로 온몸이 적셔지고 옷이 가슴에 착 달라붙어 숨 쉬기조차 힘든것은 제쳐두고라도 수수잎에 난 잔털이 찐득찐득 땀이 내배인 피부에 달라붙어 근질거리는 그 고통은 실로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었다. 나는 괜히 갑갑해 나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후 하고 긴 숨을 내쉬였다. 차츰 수수잎묶음을 지고 다가오는 사람의 륜곽이 보였다. 푸른 마고자에 검은 바지를 입었고 거무스름한 발에는 누르스름한 고무신을 신고있었다. 긴 머리칼만 아니라면 나는 실로 그가 녀자라는것을 믿을수 없을것이였다. 허리를 잔뜩 굽히고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머리는 땅과 거의 평행을 이루고있었는데 쑥 내민 목이 아주 길어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어깨에 가는 아픔을 경감시키려는 동작같았다. 그녀는 한쪽손으로 어깨를 조이는 끈의 아래쪽을 꼭 잡고 다른 한쪽손은 목뒤로 가져가 끈의 다른 한쪽을 틀어쥐고있었다. 해볕은 그녀의 목이며 두피에 배여나온 땀방울을 반짝반짝 비추고있었다. 담록색의 수수잎은 사뭇 신선해보였다. 그녀는 한발짝한발짝 힘겹게 걸음을 옮겨 끝내 다리에 올라섰다. 다리의 너비는 그녀의 등에 지워진 수수잎묶음의 너비와 비슷했다. 나는 방금 백구가 멈춰섰던 다리목의 석판우에 물러서서 그녀와 백구가 먼저 다리를 건너기를 기다렸다.  
나는 백구와 그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이어져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백구는 기분에 따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적느적 걸음을 옮겼고 그 끈도 때론 빳빳하게 때론 느슨하게 이어지는것 같았다. 그들이 내 앞에 다달았을 때 백구가 그 깊고도 처량한 두눈으로 나를 흘끔 건너다보았다. 백구의 눈에서 뿜겨져나오는 그 흐릿한 암시는 순간 똑똑하게 보여지는것 같았다. 백구의 검은 털이 약간 있는 두 앞발은 순식간에 나의 머리속에서 맴돌던 의문의 타래를 풀어주었다. 나는 인차 그녀가 누구인지를 떠올렸다. 머리를 푹 숙인 그녀가 내앞을 스쳐가고있었다. 힘겨운 숨소리와 코를 찌르는 땀냄새가 내 가슴속 밑자락에 깊숙이 숨어있던 그녀를 불러냈다. 그녀가 갑자기 등에 지고있던 커다란 수수잎묶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허리를 폈다. 산더미같은 수수잎묶음이 그녀의 뒤에 덩그라니 놓였는데 그녀의 젖가슴과 높이를 비슷하게 하고있었다. 그녀의 몸이 대였던 부분이 선명하게 옴폭 패여들어가있었다. 특히 힘을 받았던 부분의 수수잎들은 땀에 짓이개져있었다. 수수잎이 짓이개질 정도로 힘을 받았을 그녀의 신체 부위들이 선들바람에 특별히 시원하게 느껴질것이라는 야릇한 생각이 머리를 쳤다. 그녀는 온몸이 홀가분함을 느끼게 될것이고 순간이나마 그로부터 오는 만족을 느낄것이였다. 홀가분함, 만족 그것은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로 될수있었다. 지난 세월동안 나도 그런것들을 피부로 느낀적이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있었는데 잠시 세상 모든 근심을 잊은것 같았다. 얼굴에 덮씌운 먼지가 땀에 반죽되여 얼기설기 고랑을 짓고있었다. 쩍 벌어진 입으로는 헉헉하는 거친 숨소리가 연신 터졌다. 그녀의 덩실한 코등은 잘 자란 파를 련상케 했고 이발은 하얗게 빛났다.  
나의 고향마을에는 예쁜 녀인들이 많았는데 옛날에는 궁전에 들어가는이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몇몇은 북경에 들어가 영화배우로 활약하고있다. 그 몇몇 배우들을 나도 본적이 있지만 지금 내앞에 있는 그녀보다 별로 나은데가 없다고 느껴졌다. 만약 그녀도 그때 상처만 입지 않았어도 지금쯤은 북경에 들어가 큰 배우로 되였을지 모를 일이였다. 십여년전 그녀는 확실히 피여나는 꽃송이를 방불케 했고 별처럼 반짝이는 두눈을 가지고있었다.   
“난!”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왼쪽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흰자위에 실실이 피발이 어려있었는데 나에 대한 증오가 불타는듯싶었다.  
“난, 고모!”
나는 나를 모르겠느냐는듯한 어조로 다시한번 그녀를 불렀다.  
나는 그해 29살이였고 그녀는 나보다 2살이 어리였다. 고향마을을 떠났던 그 십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은듯 했다. 만약 그때 그네를 타다가 빚어진 그 사고의 흔적만 아니라면 나는 실로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것이다. 백구도 나의 아래우를 찬찬히 뜯어보고있었다. 그러고보니 백구의 나이도 12살이나 되였다. 그러니 응당 백구가 “만년”에 이르렀다고 해야할것이였다. 나는 백구가 그때까지 살아있다는게 놀라울뿐이였다. 백구는 살아있을뿐만아니라 매우 건강한것 같았다.
그해 단오절, 백구는 겨우 롱구뽈만 했었다. 아버지는 현성에 사는 외삼촌네 집에서 그놈을 안아왔다. 12년전, 마을에는벌써 순종의 백구가 자취를 감추었었다. 백구처럼 약간 흠이 있지만 그런대로 백구라고 부를수 있는 개도 찾기가 힘들었다.잡종 개들이 마을을 채울 때 아버지가 그놈을 안아오자 사람들은 모두 부러운 눈길을 보냈었다. 어떤 사람은 돈 30원을 내놓으면서 그놈을 사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단번에 거절했다. 그 무렵, 농촌에서 특히 우리 고밀현 동북향과 같은 황페한 시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로 개를 기르고있었다.
우리 마을은 뜻밖의 자연재해만 없으면 그런대로 배를 불릴수 있는 곳이였다.  
내가 19살, 난이 17살, 백구가 4달에 나던 그해였다. 한패 또 한패의 해방군들이, 한대 또 한대의 군대차들이 북쪽으로부터 우리 마을을 지나 물밀듯이 돌다리를 건넜다. 우리 중학교에서는 거적으로 막을 치고 물을 끓여 해방군들에게 권했다. 학생선전대는 막옆에서 징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다리는 매우 좁았다. 첫대의 군용차가 조심조심 다리를 건넜다. 두번째의 군용차가 다리를 건너다가 그만 다리옆의 석판을 분지르면서 강에 떨어지고말았다. 차에 실었던 솥이며 대야며 사발 같은 취사도구들이 적지 않게 박산이 났다. 강에는 기름방울이 둥둥 떠다녔다. 전사들이 강에 뛰여들어 운전수를 들어내려 언덕으로 올려왔다. 운전수의 몸에서는 그때까지도 흙탕물이 줄줄 흐르고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운전수쪽으로 모여들었다. 흰 장갑을 낀 사람이 나팔을 들고 뭐라고 소리쳐댔다.
나와 난은 선전대의 골간이였다. 하지만 북을 치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것마저 잊고 운전수가 누워있는쪽을 흘끔흘끔 곁눈질 했다. 잠간후 높은 수장 같은분들 몇몇이 다가와 우리 학교 빈하중농대표 곽곰보할아버지와 학교 혁명위원회 류주임과 악수를 했다. 그후 다시 장갑을 끼고 우리를 향해 손을 젓고는 그 자리에 서서 대오가 강을 건너는것을 지켜보았다. 곽곰보할아버지가 나에게 피리를 불라고 지시했고 류주임이 난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무슨 노래를 부를가요?”
난이 물었다.
“ ‘그대들은 친인같아요’를 불러라.”
류주임이 대답했다. 나는 피리를 불고 난은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전사들은 줄을 지어 다리를 지나갔다. 군용차들이 물을 건넜다.
“흐르는 강물은 맑디맑고/곡식들은 골짜기를 덮었네”
군용차가 하얀 물보라를 일구며 지나가자 그 뒤로 혼탁한 흙물이 일었다.
“해방군들 마을에 와/우리를 위해 가을걷이를 하네”
큰 차들이 모두 강을 건넌후 찌프차 두대가 주춤주춤 강에 들어섰다. 그중 한대가 먼저 나는듯이 강을 건너며 5, 6메터쯤 되는 물기둥을 일으켰다. 다른 한대도 그 뒤를 따라 강에 들어섰지만 웬 일인지 부릉부릉 소리만 내다가 발동이 꺼졌다.
“오가는 한담들에/흘러간 옛 이야기 머리속을 감도네”
“젠장!”
한 수장이 투덜대자 다른 한 수장이 소리쳤다.
“제미랄, 돌대가리같은것들, 왕말라꽹이를 불러다 차를 끌어올리라구해!”
“한가마밥을 먹고/한 등잔밑에 산다네”
잠간새에 몇십명의 전사들이 강에 들어가 발동이 꺼진 찌프차를 밀기 시작했다. 전사들은 모두 군복을 입은채로 강에 들어갔다. 강물은 무릎아래에 닿았지만 물이 튕겨 모두들 가슴까지 젖었다. 물에 젖어 색이 진해진 군복이 전사들의 몸에 착 달라붙어 저마다의 가슴이며 엉뎅이 곡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대들은 우리의 친혈육이라네/그대들 마음 우리와 이어져있다네”
흰 가운을 입은 몇몇 사람이 그때까지도 옷에서 흙탕물이 뚝뚝 떨어지는 운전수를 들어 붉은색 십(十)자가 박혀져있는 군용차에 올렸다.
“당의 은정 헤아릴수 없네/그대들을 만나면 친인을 보는것 같다네”
그때 한 수장이 몸을 돌렸다. 보아하니 그도 다리를 건너려는것 같았다. 나는 다시 피리를 불었고 난은 다시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우리의 눈길은 여전히 그 수장의 몸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검은테 안경을 건 수장이 우리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괜찮아, 노래를 참 잘 부르는구나. 피리도 괜찮게 부는군.”
곽곰보할아버지가 그 말에 동을 달았다.
“수장동지들이 수고가 많다고 쟤들이 저렇게 피리를 불구 노래를 하는겝니다. 괜히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곽곰보할아버지는 담배 한곽을 꺼내 아구리를 뜯더니 한가치를 집어서 공경스럽게 수장에게 권했다. 수장은 공손하게 담배를 사절했다. 바퀴가 여러개 달린 군용차가 강 맞은쪽에 와 멈춰 서더니 우로부터 몇몇 전사가 뛰여내렸다. 그들은 몇꾸레미의 굵직한 쇠줄과 흰 나무들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검은테 안경을 건 수장이 곁에 있는 젊고 영준하게 생긴 군관을 보고 말했다.
“채대장, 선전대에 있는 악기들을 이들에게 선물하라구.”
대오는 모두 강을 건너 여러 마을에 배치되였다. 사부(师部)가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 부대가 마을에 주둔해있던 그 나날은 매일이 설을 쇠는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극도록 흥분되여있었다.
군대들은 우리 집 사랑채로부터 몇십오리의 전화선을 끌어내서 사면팔방으로 늘여나갔다.
영준하게 생긴 채대장은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부르는 문예병사들과 함께 난네 집에 주숙을 정했다. 나는 날마다 그들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채대장과 친해지게 되였다. 채대장이 늘 난을 보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채대장은 키가 매우 컸는데 머리칼이 텁수룩하고 눈섭이 짙었다. 난이 노래를 부를 때 채대장은 머리를 수긋하고 걸탐스럽게 담배를 빨았다. 그때마다 채대장의 귀가 파들파들 떨리고있었다. 채대장은 난의 자연조건이 괜찮다고 말했다. 난과 같은 조건을 가진 애들을 찾기가 조련치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업적인 지도를 받지 못한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발전전도가 있다고 치하해주었다. 채대장이 우리가 기르는 앞발에 검은 털이 있는 백구를 매우 좋아한다는것을 눈치챈 아버지는 백구를 채대장에게 선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채대장은 기어코 사양했다.
대오가 마을을 떠나더난던 그날, 나의 아버지와 난의 아버지가 채대장을 찾아가 나와 난을 데리고 떠나달라고 부탁했다. 채대장은 돌아가서 수장들에게 회보를 한후 년말에 징병을 할 때 우리를 데려가겠다고 답복했다. 갈라질 때 채대장이 나에게 《피리연주법》이라는 책을 선물했고 난에게는 《어떻게 혁명가곡을 잘 부르겠는가?》라는 책을 선물했다.  
“고모.”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짧막하게 그녀를 부르고는 아래말을 이었다.
 “설마 나를 못 알아보는것은 아니겠지?”  
우리 마을에는 여러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 있었다. 장씨며 왕씨며 리씨며 두씨며가 사면팔방으로부터 모여들여 호칭도 여간만 복잡한것이 아니였다. 친척고모가 친척조카에게 시집을 가거나 조카가 숙모를 홀려 도망가는 일도 어렵잖게 볼수 있었다. 그들의 나이가 어울리기만 하면 그런 일들을 구태여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난을 고모라고 부르는것은 어릴 때부터 내려온 습관때문이지 그와 무슨 혈연관계가 있어서는 아니였다. 십년전, 그녀를 “난”이요 “고모”요 하고 부르고싶은대로 마구 불러 댈 때만 해도 나는 가끔 가슴에 서려오르는 묘한 느낌을 받군했었다. 하지만 흘러간 십년사이에 우리는 모두 성숙되였었다. 하기에 나는 예전처럼 그녀를 고모라고 부르면서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고모, 정말 나를 알아 못보는거야?”
말을 마치고 난 나는 자신의 우직함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한층 처량한 빛이 어렸다. 땀방울이 둘둘 굴러내려 그녀의 머리칼을 볼에다 착 붙여놓았다. 워낙 거무스레하던 그녀의 얼굴이 그때 웬지 희읍스름한 빛을 뿌리고있었다。 그녀의 왼쪽눈에서 맑은 물방울이 맺혀 반짝이고있었다. 오른쪽눈은 눈알이 없어서인지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깊이 패여들어간 오른쪽눈확에는 들쑥날쑥한 눈초리가 되는대로 자라있었다. 나의 마음은 더없이 찹찹해났다. 그녀의 푹 꺼져들어간 오른쪽눈확을 보고싶지 않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녀의 동그란 왼쪽눈섭이며 땀에 젖어 반짝이는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오른쪽볼은 푸들푸들 떨리고있었는데 꺼져들어간 눈확쪽으로 올리달려 더욱 처량하고 괴상한 표정을 연출하고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양을 보고 별다른 느낌이 없을수 있겠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찟기지 않을수 없었다…  
 
십여년전의 그날밤, 나는 너의 집으로 가서 너를 불렀지.
“고모, 그네 뛰는 사람들이 모두 가버렸어. 우리 함께 마음껏 그네를 뛰자.”
그러자 네가 말했지.
“나는 곤하거든.”
그에 내가 졸랐더랬지.
“가자는데두. 한식에 여드레나 쉬구서두 곤하긴 무슨. 마을에서 래일 그네대를 헐어서 목재로 쓴대. 오늘 아침에 마부가 대장에게 말하는걸 들었거든. 마을에서 그의 바줄을 빌어다가 그네줄을 맸는데 다 닳아버렸다고 투덜거렸다니까.”
내 말을 들으면서 너는 길게 하품을 하고는 입을 열었지.
“그럼 가자.”
그때 이미 중개로 자란 백구는 몸집이 여위여 새끼때보다 귀염성이 없어보였지. 백구가 우리의 뒤를 다라왔거든. 교교한 달빛에 백구의 하얀 털이 은빛으로 반짝거렸지. 그네대는 마당어구에 세워져있었더랬지. 기둥 두개를 세우고 그 우에 원목을 가로 놓아 고정시켰더랬지. 두 가닥의 굵은 바줄에는 각기 쇠고리가 달려있었고 아래에는 그네판이 놓여있었지. 달빛아래에 묵묵히 서있는 그네대는 웬지 음침하게 느껴졌는데 마치도 저승문을 보는듯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더구나. 그네대 뒤로 얼마 되지 않는 곳은 골짜기였는데 그곳에는 가시가 가득한 홰나무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었지. 뾰족뾰족 뻗어나온 가시들우로 차가운 달빛이 청승스럽게 비추더구나.
“내가 앉을게, 너 밀어줘.”
네가 말했더랬지.
“좋아. 내가 너를 하늘로 밀어보낼게.”  
“좋아, 나 백구도 안고 하늘에 오를거야.”  
“너 무슨 멋을 피우려구 그러니?”
내 말을 아랑곳 하지 않고 너는 백구를 불렀더랬지.
“백구야, 이리와. 너도 좀 호사를 해보라니까.”
너는 한손으로 그네줄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백구를 안았더랬지. 너의 품에 안긴 백구는 두려운지 빠져나오겠다고 끙끙거렸더랬지. 나는 두손으로 너와 백구를 잡았다가 젓 먹던 힘까지 다해서 힘껏 하늘로 밀어올렸지. 그네는 나의 힘에 의해 관성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지.
  
  우리는 높이높이 날아올랐어. 달빛은 마치도 반짝이는 수면처럼 느껴졌거든. 귀바퀴로 바람이 씽씽 불어지났어. 나는 그때 머리가 어지러워남을 느꼈단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와 백구를 바라보면서 너는 재밋다고 껄껄 웃어댔더랬지. 백구는 무서운지 컹컹 짖어대더구나. 우리는 드디여 그네대에 가로 얹은 원목이 있는데까지 거의 날아올랐단다. 나의 눈에는 드넓은 전야와 출렁출렁 흘러가는 강물이 보였단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있는 묘지들도 보였구. 싸늘한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때리고는 쌩쌩 물러갔단다.  
 
나는 머리를 쳐들고 너에게 물었더랬지?
“고모, 어때?”
네가 대답했지.
“신선같아. 하늘로 오르는 느낌이야.”
그 말과 함께 그네줄이 끊어졌지. 너와 백구는 골짜기의 홰나무숲에 떨어졌구. 홰나무가시 하나가 너의 오른쪽눈을 찍었더랬지. 백구는 홰나무숲에서 기여나와 그네대아래에서 술에 취한듯      비틀비틀 맴돌아쳤지…
 
“너너, 넌 이 몇해 어…어… 어때? 잘 보내고있겠지?”
나는 그녀를 향해 꺽꺽 말을 더듬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가 축 처져내리고 잔뜩 긴장되였던 얼굴근육이 느슨해지는것을 보아냈다. 오른쪽눈이 없는 생리적결함때문인지 아니면 힘든 로동때문에 커다랗게 변해버린것인지 모를 왼쪽눈에서 갑자기 차디찬 빛이 무섭게 쏟아져나와 나의 온몸을 마구 찔러댔다.
“그럼, 잘 보내구 말구. 먹을게 있겠다, 입을게 있겠다 거기다가 남정네에 새끼들까지… 눈깔이 하나 없는것만 빼구는 아무것도 모자라는게 없어. 이보다 더 좋을수 있겠니?”
그녀의 말에는 분명 가시가 박혀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일순 뭐라고 대답을 했으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나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겨우 한마디 했다.
“나 학교에 남게 되였다. 아마 오라지 않으면 강사로 될거야. 나는 늘 고향이 그리웠어. 고향사람들이 그리웠구 고향의 강이며 돌다리며 들이며 붉은 수수며 청신한 공기며 구성진 새소리며… 그래서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이렇게 뛰여온거다. ”
“뭐 그리울게 있다구, 이 비루 먹을 고장이. 다 낡아빠진 이 다리가 그리웠다구? 수수밭은 또 뭐야, 시루속같이 무덥기만 하구. 눈 껌뻑 할 새에 사람을 홀랑 삶아낼 지경이거든.”
그녀는 말하면서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가 흰 재물이 꽃처럼 피여난 푸른색 마고자를 벗어 곁에 있는 돌판우에 던졌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강물에 얼굴이며 목을 씻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에다 헐렁한 라운드반팔적삼을 입고있었는데 적삼에는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나있었다. 적삼은 원래 흰색이였는데 세월을 내려오면서 회색으로 변한것 같았다. 그녀는 적삼깃을 고의춤에 쑤셔넣은후 흰 붕대로 꾹 졸라매고있었다. 그녀는 다시 나에게 눈길조차 돌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지런히 물을 퍼서 얼굴이며 목이며 팔뚝을 씻었다. 이어 그녀는 내 같은것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고의춤에서 적삼깃을 활 당겨 둘둘 말아올리더니 손바닥으로 물을 퍼서 가슴을 문대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적삼이 축축히 젖어들더니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찰싹 달라붙었다. 봉긋이 솟아난 두개의 젖무덤을 보면서 나는 전에 그렇게 신비하게 느껴지던 물건도 사실은 거기서 거기라고 담담하게 생각했다. 시골애들이 흥얼거리는 “결혼하지 않으면 금꼭지요 남정의 손을 거치면 은꼭지요 새끼를 낳으면 개젖이라네”라는 노래가 참으로 신통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보고 애가 몇이나 되는가고 물었다.  
“셋이야.”
그녀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빗어내리며 말하고는 적삼깃을 툭툭 털어서 다시 고의춤에 찔러넣었다.  
“셋이라니? 하나밖에 못 낳는게 아니야?”
  “그래, 나두 새끼를 두번 밴것은 아니지.”
그 말에 내가 인차 납득을 못하자 그는 나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한번에 세놈을 낳았어. 개처럼 세놈이나 줄줄이 내쐈거든.”  
그 말에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얼굴에 웃음을 게발랐다. 그녀는 푸른색 마고자를 주어 무릎에 대고 몇번 털어 입더니 아래로부터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수수잎묶음옆에 쪼크리고 앉았던 백구도 일어서서 부르르 털을 털더니 허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이렇게 큰 짐을 네가 어떻게?”
나는 자신이 없는듯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큰 짐이라고 메지 않으면 어쩔건데? 어떤 죄값을 치뤄야 하는가는 명에 정해진거야. 피하려고 해도 피할수가 없거든.”
“오누이들이야?”
“아니, 몽땅 수컷들이야.”
“참, 복이 터졌네. 아들은 많을수록 복이잖아?”
“개떡같이 복같은 소리를 하구있네”
“이 개는 그때 그게지?”  
“그래, 몇날 더 살지 못할거야.”  
“눈 깜박할 새에 십년이 흘렀네.”
“다시한번 껌뻑 하면 우린 모두 뒈질거야.”  
“그렇겠지?”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것이 갑갑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수수잎묶음옆에 앉아있는 백구를 보고 한마디했다
“너, 참 장수하구나.”  
“왜? 너희들은 장수할수 있구 우리는 장수하면 안되니? 쌀밥 먹는놈들도 장수해야 하구 겨떡을 씹는놈들도 제명을 다 살아야지. 고급적인 사람도 오래 살아야 하구 저급적인 사람도 오래 살아야 한다구.”
“왜 이렇게 말하니? 어디 고급적인 사람이 있구 저급적인 사람이 따로 있니?”
“웃기네. 너같은 사람을 고급적이라 하지 않니? 대학교 강사까지나 되는데.”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지고 귀뿌리가 화끈거렸지만 그녀에게 뭐라고 쏘아줄수도 없었다. 나는 속으로부터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나는 행리를 찾아들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여덟째아저씨네 집에 주숙하게 될거다. 시간이 나면 놀러 오너라.”
“나 왕가덕에 시집을 갔다. 너 알고있지?”
“네가 말하지 않는데 내가 알턱이 없지.”
“알고 모르고 할것도  없어. 아무것도 볼것이 없으니까.”
그녀는 잠간 머뭇거리다가 아래말을 이었다.
“내 모양을 업신보지 않는다면 시간을 내서 놀러오너라. 마을에 들어서서 ‘애꾸눈 난’이라고 하면 모르는이가 없어.”  
“고모, 너 어쩌다 이 모양으로…”
“누굴 탓할게 없어. 이게 바로 명이지. 명은 하늘이 정해주는거야. 그러니 잡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그녀는 다리아래로부터 씨엉씨엉 걸어올라와 수수잎묶음옆에 서서 말했다.
“좀 도와 줄래? 귀한 몸이지만. 이 물건을 내 등에 올려줘.”
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메다줄게.”
“그럴수야…”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수수잎묶음옆에 꿇어 앉아 끈을 어깨에 가져가며 다시한번 소리쳤다.
“일궈주라구.”
나는 급히 그녀의 뒤로 다가가 끈을 잡아 힘껏 우로 들어올렸다. 그 힘을 빌어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등은 짐에 눌리워 다시 구부정해졌다. 그는 짐이 편하게 등에 대이게 하려고 힘껏 들썽거렸다. 그 바람에 수수잎들이 부딪쳐서 쓰륵쓰륵 소리를 냈다.
“놀러와.”
깊은 나락으로부터 울리는듯한 그녀의 석쉼한 목소리가 나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백구가 나를 향해 낑낑 뭔가를 호소하더니 앞을 바라고 뛰여갔다. 나는 오래도록 다리목에 서서 산더미같은 수수잎묶음이 북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가는것을 바라보았다. 백구는 차츰 나의 눈에서 하얀 점으로 바래졌다. 그녀도 백구도 나중에는 까만 점으로 되였다가 내 눈에서 사라졌다.  
다리목에서 왕가덕까지는 7리 길이였고 우리 마을까지는 12리 길이였다. 그러니 우리 마을에서 왕가덕까지는 19리에 달하는 셈이였다.
  
여덟째아저씨가 나를 보고 자전거를 타고 가라는것을 나는 밀막아버렸다. 십여리밖에 안되는 길을 걸어서도 쉽게 갈수 있을것 같았다.
여덟째아저씨가 말했다.
“지금은 생활이 많이 펴서 집집마다 자전거가 있단다. 몇년전만 해도 온 마을에 자전거가 한두대밖에 없었지. 그때는 자전거를 빌리기가 쉽지 않았단다. 귀한 물건이라 뉘네가 쉽게 빌려주고싶었겠니?”
나도 몇년전에 비해 마을사람들의 생활이 좋아졌다는것을 보아낼수 있었다. 골목마다에서 자전거를 볼수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자전거를 타고싶지 않았었다. 몇년간 지식분자라는 모자를 쓰고 살면서 치질을 얻은때문이였던지 나는 웬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기를 좋아했다.
  여덟째 아저씨가 말했다.
“책을 읽는 놀음도 그렇게 좋다고는 할수 없는것 같아. 이것저것 속타는 일도 많은것 같거든. 가끔은 생각이 이상하게 도는것 같기도 하구. 너두 그래. 난이네 집으로 가서는 뭘한다구 그러니? 애꾸눈에 벙어리에… 네가 난이를 찾아가는것을 알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웃을거다. 물고기가 물고기를 찾구 새우가 새우를 찾아간다고 할수도 있거든. 자기 신분을 스스로 낮출수야 없지 않니?”
나는 더 이상 여덟째아저씨와 싱갱이질을 하고싶지 않았다. 사실 나도 이미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를 먹었는지라 어떻게 처신을 해야한다는것을 두고 속에 수자가 있었다. 여덟째아저씨도 더 말이 없이 일보러 휑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은근히 다리목에서 그녀와 백구를 다시 만날수 있기를 바랐다. 만약 그녀가 또 그처럼 커다란 짐을 지고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짐을 빼앗아 메리라고 마음 먹었다. 
도시사람들은 대부분 몸단장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고향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내가 입고 간 청바지를 눈꼴이 사나와 했다. 그 바람에 나는 마을사람들을 만나기가 여간만 난처하지가 않았다. 나는 “눅거리입니다. 처리하는것을 샀는데 한견지에 3원 60전밖에 안하거든요.” 하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은 청바지는 사실 25원을 주고 산것이였다. 내가 일부러 눅거리라고 해서야 마을사람들은 그런대로 넘어가는 눈치였다.
다리목에서 그녀와 백구를 만나지 못하면 왕가덕에 들어가서 난이네 집을 물을수밖에 없었다. 그러자면 내가 입고있는 청바지가 또 사람들의 말밥에 오를것이였다. 나는 혹시라도 지나가는 그녀나 백구가 눈에 뜨이지 않을가 하는 생각으로 자주 주변을 살폈지만 그들은 시종 나타나지 않았다.
돌다리를 지나자 붉디붉은 태양이 수수밭에서 솟아 올랐다. 그 바람에 강에는 붉은 기둥이 비껴 강물을 물들였다. 태양은 붉다못해 야릇한 분위기까지 불러일으키는것 같았다. 붉은 태양주변에 검은 기운이 한벌 둘러쌓인것이 당금 비가 내릴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가 부슬부슬 비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접이식우산을 펼쳐들고 마을을 향해 잰걸음을 놓았다. 그때 어깨를 잔뜩 움츠린 늙은 녀자가 길을 지나고있었는데 바람에 옷깃이 펄펄 날렸고 그녀도 몸을 휘청거렸다. 나는 우산을 접어들고 늙은 녀자를 마주가서 물었다.
“할머니, 난이네 집이 어딘지 아세요?”
늙은 녀인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고 서서 흐릿한 눈동자를 둘둘 굴리며 나를 뜯어보았다. 늙은 녀인의 반백이 된 머리칼이 바람에 어지럽게 날렸고 나무가지들이 몸부림을 쳐댔다. 동전만큼 굵은 비방울이 늙은 녀인의 얼굴을 때렸다.
“난이네 집이 어딘지 아세요?”
나는 다시한번 물었다.
“어느 난이네 집을 그러나?”
늙은 녀인은 흐릿한 눈길로 나를 살피더니 팔을 들어 길옆에 줄느런히 들어앉은 푸른 기와를 얹은 집들을 가리켰다.
나는 그 집어구에 서서 큰 소리로 불렀다.
“난이고모 집에 있어요?”
나의 부름소리에 먼저 응답을 한것은 앞발에 검은 털이 살짝 간 백구였다. 그놈은 낯선 사람만 보면 뱅뱅 돌아치면서 기승스럽게 컹컹 짖어 그 기세로 사람을 물어 죽이지는 못해도 놀래워 죽이려는 성정이 포악한 여느 개들과 달랐다. 백구는 처마밑에 있는 마른 풀을 깔아놓은 개우리에 조용히 엎드려있었다. 백구는 두눈을 가슴츠레 뜨고는 몇번 짖는 흉내만 낼뿐이였다. 그러한 모습에는 백구의 온순하고 후더운 품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듯싶었다. 내가 다시 소리를 치자 난이 집안에서응기를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와 나를 맞아주는이는 난이가 아닌 구레나룻이 더부룩하고 눈동자가 누르끼레한 억대하게 생긴 나그네였다. 그 나그네는 토황색의 눈동자를 딜딜 굴리면서 나를 쏘아보았다. 그의 눈길은 내가 입고있는 청바지에 멈추었다. 나그네는 차츰 입귀를 실룩거리더니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나그네가 내앞으로 성큼 나가섰다. 나는 그 기세에 놀라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나그네는 오른손약지를 뽑아 내앞에 대고 마구 흔들어대면서 입으로 힘겹게 억억 소리를 뱉어냈다. 나는 여덟째아저씨로부터 난의 남편이 벙어리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지만 분노로 이글거리는 거쿨진 모습을 직접 대하자 가슴에서 뭔가가 쿵하고 내려 앉는듯싶어 기분이 착잡해졌다. 애꾸눈이 벙어리에게 시집을 갔으니 누가 누구에게 빚졌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그 시각 난의 얼굴을 떠올리니 목구멍이 꽉 메여올랐다.   
 
난, 그때 우리의 꿈은 참으로 아름다왔더랬지. 채대장이 마을을 떠나면서 우리들 가슴에 너무도 아름찬 꿈을 심어주었거든. 그들이 마을을 떠나던 날, 너는 줄곧 채대장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더랬어. 그때 너의 두볼을 타고 이슬같은 눈물이 굴러내렸는데 나는 그 눈물이 모두 채대장에게 드리는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단다. 그때 채대장도 얼굴이 해쓱해있었지. 그는 호주머니에서 빗 한자루를 꺼내서 너에게 넘겨주었지. 나도 그때 울고있었단다.
“대장님, 대장님이 우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내 말에 채대장이 이렇게 대답했더랬지.
“그래, 기다려라.”
수수들이 빨갛게 익어가던 그해 가을, 우리는 현성에 징병을 온 해방군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거야. 그때 우리는 너무도 기뻐 밤잠마저 설쳤더랬지. 어느날 선생님 한분이 현성으로 들어갈 일이 있다기에 우리는 그 선생님을 찾아가 무장부에 들려 채대장이 왔는가를 살펴보고 그에게 우리를 군대에 데려간다던 일이 어떻게 되였는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더랬지. 선생님은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현성으로 갔더랬지. 하지만 선생님은 현성에서 아무 소식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던거야. 선생님은 못내 상심해 있는 우리를 보고 말했더랬지.
“올해 징병을 온 해방군들은 모두 누런 웃옷에 푸른 바지를 입고있었어. 공군의 지상근무병이래. 채대장이 있는 부대가 아닌거야.”
네가 상심해있는 나에게 신심 가득히 말했더랬지.
“채대장은 절대 우리를 속이지 않을거야.”
나는 기분없이 말했지.
“아니야, 채대장은 벌써 그 일을 잊어버렸을거야.”
너의 아버지도 한술 뜨셨지.
“쇠몽둥이를 주니 그게 바늘인줄 알았나보구나. 그는 너희들을 어린애로 보구 일시 홀리느라구 그렇게 말한거란다. 우수한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는거야. 좋은 쇠로 못을 만들지 않는것처럼. 이제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 돌아와서 그 엉뚱한 생각들을 집어치우고 고분고분 돈이나 벌어라.”
너의 아버지의 말에 네가 정색해서 말했지.
“채대장은 나를 어린애로 보지 않았어요. 절대 저를 어린애로 보지 않았다구요.”
그렇게 말하는 너의 얼굴에 차츰 홍조가 피여오르는것을 그때 나는 분명 보아냈단다. 너의 아버지가 또 말했지.
“그래? 이 멍청한것을…”
나는 홍조가 비껴가는 너의 얼굴을 이상한 눈길로 살펴보았단다. 그때 너의 얼굴에서는 말 못할 흥분과 야릇한 표정이 흐르고있었지. 너는 긍정적으로 또박또박 말했단다.
 “올해 오지 않으면 명년에 올거예요. 명년에 오지 않으면 후년에는 꼭 올거구요.”
채대장은 실로 미남자였지. 그는 사지가 늘씬하게 생겼을뿐만아니라 얼굴륜곽이 선명했으며 늘 수염자국이 파랗게 보일정도로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다녔었거든. 후에 너는 나에게 털어놓았더랬지. 채대장이 마을을 떠나기전날 밤에 너의 얼굴을 부여잡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고말이야. 채대장은 너에게 키스를 한후 또 속삭이듯이 “너, 참 순결한거 알어?” 하고 말했다고 했었지.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치솟는 분노를 느꼈단다. 그줄도 모르고 네가 나에게 말했었지.
“난 입대한후 그에게 시집을 갈거야.”
나는 흥 하고 코방귀를 뀌며 너에게 말했더랬지.
“꿈 같은 소리는. 돼지고기 200근을 준다고 해봐라. 그가 너를 데려가나.”
“그가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나는 너에게 시집갈거야.”
“나에게? 나도 싫거든.”
그러자 너는 나를 쏘아보면서 뾰로통해서 말했지.
“눈깔은 잔뜩 높아가지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는 그때 실로 풋풋한 모습이였어. 그래, 꽃봉오리같은 너의 가슴을 보기만 하면 나는 당금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구. 
 
벙어리는 나를 몹시 깔보는듯한 표정이였다. 그는 뽑아 든 약지로 나에 대한 멸시와 증오를 표달했던것이다. 그래도 나는 얼굴에 웃음을 게바르면서 벙어리로부터 신임을 얻어내려고 모든 애를 다 썼다. 하지만 그는 손가락들을 사이사이 꿰들고 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앞에 흔들었다. 어릴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벙어리의 그 손동작은 지극히 저급적인 뜻을 내포하고있었다. 그 모양을 보면서 나는 마치도 뚜꺼비를 마주한듯 속으로부터 께으름직한 느낌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생각같아서는 그 울안에서 뛰쳐나오고싶었다. 그때 똑 같은 얼굴에 똑 같이 민머리를 한 세 아이가 집에서 나왔다. 그들은 감히 우리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똑 같은 토황색의 눈동자를 돌돌 굴리며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은 똑 같이 머리를 오른쪽으로 귀울이고있었는데 마치도 아직 털이 채 자라지 않은 성질이 급한 수평아리들 같았다. 애들은 어울리지 않게 나이들어보였는데 이마에 잔주름까지 몇오리 패여있었고 하악골은 크고 튼실했다. 세 아이 모두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나는 급히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여 그들에게 보이며 말했다.
“얘들아, 와서 사탕을 먹어라.”
그러자 벙어리가 애들에게 손을 휘저으며 입으로 뭐라고 억억 소리를 질렀다. 애들은 내 손에 들려있는 포장이 알락달락한 사탕을 부럽게 바라만 볼뿐 다가오지 못했다. 내가 애들쪽으로 가려고 하자 벙어리가 나의 앞을 막아서서 야만적으로 팔을 휘두르며 더욱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그때 난이 두손을 모아 아래배에 대고 다리를 끌며 천천히 집에서 나왔다.
 난을 보는 순간, 나는 그녀가 왜 그렇게 늦게야 나오는가를 알게 되였다. 깨끗하게 빨아 다듬은 인단트렌 람색 마고자며 칼주름을 쪽 세운 테릴렌 회색 바지며는 그가 금방 갈아 입었다는것을 알수있었다. 인단트렌 람색 천이며 인단트렌 람색 천으로 지은 리철매식의 마고자는 사라진지 오랜것들이였다. 그녀의 몸에 걸쳐진 그 마고자를 보노라니 별안간 잊혀졌던 세월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르는것 같아 괜히 가슴이 설레였다. 그런 마고자를 입은 가슴이 풍만한 녀자들은 실로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옛스러운 풍경이라고 할수 있었다. 난은 목이 시원하게 빠진 녀자였는데 얼굴모양도 청아하다고 할수 있었다. 난의 오른쪽눈확에는 의안이 맞춰져 얼굴평형을 이루고있었다. 나는 꺼져들어간 눈확에 의안을 넣는 난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일종의 서글픔 같은것을 느꼈다. 나는 난의 그 눈을 정시할수 없었다. 그 눈은 생명을 가지고있지 않았었다. 그 눈은 흐릿하게 자광(磁光)을 발산하고있을뿐이였다. 난은 내가 자기를 지켜보고있다는것을 의식하고는 머리를 숙이고 벙어리를 지나서 내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나의 어깨에 메워져있는 가방을 벗겨들더니 말했다.
“집에 들어가자.”
벙어리가 그러는 난을 밀쳤다. 그때 벙어리의 얼굴에 분노가 이글거렸는데 눈에서는 금시 전기라도 뿜겨져나올것 같았다. 벙어리는 나의 바지를 가리키고는 다시 약지를 뽑아들고 흔들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련발했다. 그 바람에 오관이 마구 흔들리다 한곳에 모이는가싶더니 삽시에 제 각기 흩어져 놀아대는 그 표정은 그야말로 풍부함의 극치를 이루고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또 말 못할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 벙어리는 퉤 하고 가래를 뱉더니 큼직한 발로 빡빡 문질러댔다. 나에 대한 벙어리의 분노는 내가 입은 청바지로부터 오는것 같았다. 나는 청바지를 입고 고향에 온것을 후회했다. 나는 마을에 돌아가서 여덟째아저씨의 바지를 빌어 입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고모, 저 형이 아마 나를 알아 못 보는것 같아.”
내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벙어리를 툭 치더니 나를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빼들고 내가 살던 마을쪽을 가리켰다. 이어 나의 손을 가리킨후 나의 호주머니에 꽂혀져있는 만년필이며 그 우에 달려있는 대학교휘장을 가리켰고 글을 쓰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네모난 책모양을 그려보였다. 난은 나중에 다시 엄지손가락을 들고 하늘을 가리켰다. 거침없이 그 동작을 해나가는 난의 표정은 그처럼 풍부할수가 없었다. 벙어리는 잠간 멍해있더니 인차 얼굴에 가득 어려있던 적의를 해소했다. 그러자 벙어리의 눈길이 어린애들처럼 온순해졌다. 그는 백구처럼 입을 쩍 벌리고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 바람에 벙어리의 누런 앞이가 그대로 들어났다. 그는 손바닥으로 나의 가슴을 툭툭 치더니 발을 구르고 꺽꺽 소리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의 뜻을 알것 같았다. 못내 감격스러웠다. 나는 끝내 벙어리의 신임을 얻은것으로 하여 기분이 상쾌해졌다. 세 아이가 흘끔흘끔 눈치를 살피며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눈길은 시종 나의 손에 들려있는 사탕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오너라.”
애들이 한결같이 벙어리를 바라보았다. 벙어리가 머리를 끄덕이며 헤헤헤 웃자 애들이 민첩하게 내쪽으로 뛰여와 내 손에 있는 사탕을 마구 빼앗았다. 땅에 떨어진 사탕 한알을 줏기 위해 세 아이가 모두 허리를 굽혔다가 서로 민머리를 부딪쳤다. 그들을 보면서 벙어리가 만족한듯 헤벌쭉 웃었다. 난이 호 하고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너, 다 봤지? 내가 참 한심하게 살지?”
“고모, 그럴수가… 애들이 다 귀엽구만그래…”
벙어리가 긴장한 눈길로 나를 훔쳐보다가 다시 헤벌쭉 웃음을 물고는 몸을 돌려 사탕을 더 가지겠다고 붙어 돌아가는 애들에게 사정없이 발길을 날렸다. 애들은 씩씩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쏘아보았다. 나는 가방에 있던 사탕을 몽땅 꺼내여 세몫으로 똑 같게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벙어리가 다시 뭐라고 급히 소리치며 애들에게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애들이 삽시에 손을 뒤로 가져다 숨기고는 한발한발 뒤로 물러섰다. 벙어리가 한참 더 소리 지르자 애들은 무서워 파들파들 볼을 떨었다. 이어 벙어리의 거쿨진 손바닥에 사탕 한알씩 올려놓고는 와 하고 소리지르며 종적을 감추었다. 벙어리는 손바닥에 있는 사탕 세알을 멍하니 내려다보더니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또 뭐라 웅얼거렸다. 나는 그의 뜻을 알수 없어 난에게 눈길을 돌렸다. 난이 말했다.
“저 물건도 너의 이름을 들어본지 오래다고 그래. 네가 북경에서 가져온 사탕을 저 물건도 먹어보고싶대.”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사탕을 입에 넣는 시늉을 해보였다.  벙어리가 나를 보면서 느긋이 웃음을 빼여물며 종이를 벗긴 사탕을 입에 밀어넣었다. 벙어리는 사탕을 씹으면서 머리를 기웃하고 뭔가를 귀담아 듣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벙어리는 만족스러운듯 엄지손가락을 빼들었다. 그의 표정에서 나는 벙어리가 사탕이 고급이라고 칭찬한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벙어리가 두번째로 사탕을 입에 넣는것을보면서 나는 난에게 말했다.
“담에 올 때는 더 고급스러운 사탕을 사다가 저 형에게 맛보일거다.”
그러자 난이 나를 힐끗 건너다보면서 물었다.
“네가 다시 온다구?”
벙어리는 두번째로 입에 넣은 사탕까지 다 먹고는 잠간 뭔가를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손바닥에 하나 남은 사탕을 난에게 건네주었다. 그때 난이 눈을 감고있어 사탕을 보지 못하자 벙어리가 꽥 소리 질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벙어리는 다시 난에게 사탕을 쥔 손을 내밀었다. 난은 다시 눈을 감으며 머리를 저었다.
  벙어리가 갑자기 얼굴에 노기를 띠며 억억 소리지르더니 왼손으로 난의 머리칼을 와락 잡아 뒤로 제꼈다. 난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쳐들었다. 벙어리는 이발로 사탕종이를 찢어낸후 침이 가득 발린 사탕을 그녀의 입에 밀어넣었다. 난의 입이 결코 작은것은 아니였지만 길다란 오이를 방불케 하는 벙어리의 손가락 두개가 들어가자 그처럼 작고 야들야들해보였다. 그리고 얼굴은 더없이 갸냘파보였다.  
난은 사탕을 입에 문채 뱉지도 씹지도 않았다. 얼굴은 평온하다 못해 죽은 수면 같았다. 벙어리는 자기의 승리를 자랑이라도 하는듯 나를 향해 빙그레 웃어보였다.
  난이 말했다.
“집에 들어가자. 멍하니 여기 서서 바람만 맞지 말구.”
그때 나는 울안을 둘러보고있었다. 난이 또 입을 열었다.
“뭘 볼게 있다구. 저것은 암탕나귀야. 낯선 사람만 보면 차구 물구 뜯거든. 하지만 저놈의 손에서는 고분고분해져. 봄에 저이가 소 한마리를 사왔는데 새끼를 낳은지 한달째야.”
  난네 마당에는 큰 막이 쳐져있었는데 그안에서 당나귀와 소를 키우고있었다. 소는 아주 여위여보였는데 포동포동한 송아지가 뒤다리사이에 서서 걸탐스럽게 젖을 빨고있었다. 송아지는 연신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가끔 대가리로 어미의 젖무덤을 들이 박기도 했다. 어미소는 고통스럽게 등을 꼬부렸는데 눈으로 퍼런 빛을 뚝뚝 떨구고있었다.
벙어리의 주량은 실로 대단했다. 알콜농도가 높은 “제성배갈” 한병에서 그가 9할을 마시고 내 1할을 마셨는데도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것만 같았다. 그는 또 한병을 터치워 나의 잔에 가득 부어주고는 두손으로 잔을 들어 권했다. 나는 혹시라도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가봐 잔을 받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나는 그가 또 술을 권할가봐 술잔을 내려놓자 마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것처럼 포개여 놓은 이불에 비스듬히 누웠다. 흥분으로 하여 얼굴이 불깃불깃 상기된 벙어리가 난을 향해 뭐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자 난도 벙어리를 향해 뭐라고 한참이나 손짓을 하더니 내쪽에 머리를 돌리고 나직히 말했다.
“너, 저이의 주량을 당하지 못할거다. 너 같은 주량으로는 열이 달려들어도 저이를 쓰러뜨리지 못할거다. 그러니 취하지 않게 조심해라.”
말을 마친 난은 나에게 눈을 끔쩍해보였다. 나는 인차 엄지손가락을 빼들어 벙어리를 가리키고는 다시 약지를 뽑아들고 내 가슴을 가리켰다. 난이 술병을 치우고 물밴새를 올렸다. 내가 난에게 말했다.
“함께 먹자구나.”
난이 벙어리에게 눈길을 주어 동의를 구하는것 같았다. 벙어리가 머리를 끄덕이자 세 아이들이 상에 둘러 앉아 걸탐스럽게 물밴새를 먹어댔다. 난은 구들목에 서서 물을 떠오고 물밴새를 더 올리며 시중을 들었다. 내가 재차 난에게 함께 먹자고 권하자 난은 배가 불편하다면서 거절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자 바람이 자고 먹구름도 거쳐졌다. 찌는듯한 해볕이 남쪽에서 쏟아져 내렸다. 난은 장롱에서 누르스름한 천을 꺼내더니 세 아이들을 가리키고는 벙어리를 향해 동북방향을 가리켜보였다. 벙어리가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였다. 난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진에 가서 애들의 옷을 몇견지 지어야겠다. 그러니 나를 기다리지 말어라. 점심을 다 먹구 쉬다가 가거라.”
말을 마친 난은 다시한번 나에게 눈을 끔쩍해보였다. 난은 헝겊꾸레미를 옆구리에 끼고 휑하니 집을 나섰다. 백구가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헐떡거리며 난을 따라나섰다.
나와 벙어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간혹 서로의 눈길이 부딪치기라도 하면 그는 헤벌쭉 웃어보였다. 세 아이는 한참이나 장난을 치다가 구들에 누워 잠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거의 동시에 잠이 든것 같았다. 태양이 머리를 내밀자 날씨는 인차 뜨거워졌다. 나무우에서 매미들이 신나게 울어제꼈다. 벙어리는 웃옷을 벗어내치고 발달한 웃통근육을 그대로 들어내보였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야성에 가까운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저으기 두려움을 느끼고있었다. 벙어리는 두눈을 슴뻑거리면서 손으로 가슴을 뻑뻑 문질렀다. 그 바람에 몸으로부터 때가 쥐똥처럼 엉켜져 떨어졌다. 벙어리는 도마뱀처럼 령활한 혀로 두툼한 입술을 자꾸 핥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토하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감을 느꼈다. 나의 머리속에는 돌다리아래의 반짝이는 푸른 강물이 떠올랐다. 해볕이 창문으로 흘러들어 청바지를 입은 나의 다리를 비추고있었다.
나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벙어리가뭐라고 억억 소리를 하더니 구들에서 내려가 서랍에서 전자시계 하나를 꺼내여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벙어리의 얼굴에 어린 기대에 찬 표정을 읽어낼수 있었다. 나는 약지로 내 손목에 있는 시계를 가리켜보이고 엄지로 그의 전자시계를 가리켰다. 벙어리는 나의 뜻을 알았던지 몹시 흥분해하며 전자시계를 나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나는 사양하면서 그의 왼손목을 가리켰다. 그러자 벙어리는 힘주어 머리를 저었다. 나는 그를 향해 빙그레 웃음을 피워올리며 그가 알아듣기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
“날씨가 참 좋구려. 올해 곡식이 잘 염글겠네요. 가을에 가서 천천히 수확을 해도 되겠네요. 집에서 기르는 나귀가 참 기품이 좋아요. 3중전회이후 농민들의 생활이 참 많이 제고되였지요. 형님도 생활이 펴이였으니 인젠 텔레비죤이나 갖춰놓아요. ‘제성배갈’은 오랜 이름 그대로 참 독이 있네요.”
“어어어.”
벙어리의 얼굴에는 행복의 물결이 출렁이고있었다. 그는 모아쥔 두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고 목도 툭툭 건드렸다. 나는 혹시 그가 누군가의 목을 쳐버릴 궁리를 하는것이나 아닐가 하는 놀라운 생각을 했다. 내가 자기의 뜻을 알지 못했다고 생각했던지 그는 못내 조급해하면서 또 억억 소리를 질렀다. 이어 그는 자기의 오른쪽눈을 가리켰다가 다시 두피를 긁적거리더니 목에 와서 손을 멈추었다. 나는 그가 난의 일을 알고있는가고 묻는다는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수 있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거무스름한 자기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더니 이어 애들을 가리켰다가 다시 자기의 배를 가리켰다. 나는 그뜻을 알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판단할수 없어서 머리를 저었다. 그는 급해서 쪼크리고 앉아 취할수 있는 모든 형체언어를 다 동원하여 나에게 자기의 뜻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나는 그를 향해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수화를 배워두는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얼굴에서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면서 그곳을 떠나려고 서둘렀다. 더 이상 그 무엇을 리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벙어리의 얼굴에서 진정이 흐르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나의 가슴을 툭툭 쳤다가 또 자기의 가슴을 툭툭 쳤다.
나는 그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형님, 우리는 좋은 형제라우.”
그는 세 아이의 엉뎅이를 하나씩 차서 깨웠다. 나를 바래주라는뜻이였다. 나는 가지고 갔던 접이식우산을 가방에서 꺼내여 그에게 주면서 사용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보배라도 얻은듯 우산을 들어 폈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했다. 세 아이는 얼굴을 한껏 쳐들고 벙어리의 손에서 펴졌다 닫겼다 하는 우산을 신기한듯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벙어리를 툭 치고는 남쪽으로 향한 길을 가리켰다. 그는 어어 소리를 내면서 손을 흔들고는 나는듯이 집으로 뛰여들어가 떡갈나무자루를 한 긴 칼을 들고나왔다. 그는 소뿔로 만든 칼집에서 칼을 빼내여 내앞에 흔들어보였다. 칼날에서 찬빛이 번뜩였는데 아주 날카로와보였다. 그는 발끝을 들고 문어구의 백양나무에서 손가락만큼 굵은 가지를 썩뚝 잘라들더니 칼날로 그것을 툭툭 쳐내려갔다. 끊어진 나무가지들이 후둑후둑 땅에 떨어졌다.
그는 칼을 나의 가방에 넣어주었다.   
나는 걸음을 옮기면서 사색에 잠겼다.
그는 비록 벙어리이지만 호방한 성정을 잃지 않은 대장부이다. 난도 그에게 시집을 가서 그렇게 힘들게 사는것 같지는 않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결함도 시간이 흐르느라면 수화와 눈길에 의해 극복될수 있을것이다…
나는 그같은 생각을 굴리면서 나야말로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가를 근심하는격”이 아닌가 하고 웃어버렸다.
다리목에 이르면서 나는 난을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자 강에 들어가 시원히 목욕을 하고싶었다. 마침 길에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 하지 않았다. 오전에 약간 내린 비는 그 무렵에 벌써 말끔히 증발해버린것 같았다. 길에서는 풀썩풀썩 황토먼지가 날리고있었다. 길량옆에서는 검푸른 수수잎들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설레이고있었다. 메뚜기들은 민망초 사이를 분주히 오갔는데 해볕에 분홍색 날개가 반짝였고 그 날개가 공기를 가르면서 파득파득하는 소리를 냈다. 다리아래에서 출렁출렁 물흐르는 소리가 귀맛 좋게 들려왔다.
백구가 다리목에 쪼크리고있었다.
백구는 나를 알아보고 멍멍 짖어댔는데 그때 하얀 이발이 내 눈에 안겨들었다. 나는 웬지 일이 묘하게 엮어질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백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수수밭으로 들어갔다. 백구는 걸음을 옮기면서 가끔 대가리를 돌려 나를 훔쳐보았는데 마치도 나를 부르는것만 같았다. 나의 머리속에는 추리소설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나는 마음을 고쳐 먹고 백구를 따라 수수밭으로 들어가면서 손을 가방에 넣어 벙어리가 나에게 선물한 칼자루를 움켜쥐였다. 나는 빼곡히 들어선 수수잎을 헤치면서 간신히 걸음을 옮겼다. 난이 수수밭에 앉아있었는데 헝겊꾸레미가 옆에 놓여져있었다.
난이 수수대를 쓸어눕혀 이미 작은 공간이 형성되여있었다.   주변에 둘러선 키 높은 수수대는 병풍을 방불케 했다. 나를 발견한 난은 헝겊꾸레미에서 누런색 천을 꺼내여 수수대우에 펼쳐놓았다. 얼룩덜룩한 어두운 그림자들이 난의 얼굴에서 어른거렸다.  
백구는 한옆에 엎드려 대가리를 앞다리에 올려놓고 헐떡헐떡 가쁜 숨을 몰아쉬였다.  
나는 온몸이 긴장해나며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이가 덜덜 쪼였다. 게다가 턱마저 뻣뻣해나서 겨우 입을 놀렸다.
“너…너, 거리로 가지 않았니? 헌데 어찌 여기에 이러구…”  
“나는 여직 명을 믿고 살았어.”
구슬같은 눈물이 그녀의 볼에서 둘둘 굴러떨어졌다. 난이 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백구에게 말했거든, 백구야, 백구야. 네가 만약 내 마음을 안다면 다리목에 가서 그를 데려다주렴아. 네가 나를 찾아온다면 그건 아직 너와 나의 인연이 채 끊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겠니?”
  “너 빨리 집으로 가봐라.”
나는 가방에서 벙어리가 선물한 칼을 끄집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가 나에게 이 칼을 선물했다.”
“너는 이 마을을 떠난후 십년간 아무 소식도 없었더랬지. 나는 이생에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너 아직도 장가 들지 않았지? 그렇지? 너두 우리 집 그 사람을 봤으니 알겠지만 그래… 제 맘이 내킬 때면 나를 그렇게 아끼다가도 제 맘이 불편하기만 하면 나를 단매에 쳐죽일것처럼 날뛴단다. 내가 다른 남자들과 말이라도 하는것을 보기만 하면 그는 곧 나를 의심하는거야. 어쩌면 그는 나를 끈으로 꽁꽁 묶어두지 못하는것을 한스럽게 생각하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진종일 백구와 동무할 때가 많다. 백구는 나보다 더 빨리 늙는것 같다. 나는 그 사람에게 시집을 간 두번째 해에 임신을 했었다. 배는 무서움을 모르고 커지는 고무풍선처럼 둥둥 불어올랐더랬지. 해산을 앞두고는 걸음마저 옮길수 없었단다. 일어서면 발끝도 보이지 않았거든. 한번에 세놈을 낳았어. 4근 푼한놈들이였어. 여위기를 사람새끼가 아니라 고양이새끼 같았다니까. 한놈이 울면 다른 놈들도 따라서 울구 한놈이 먹으면 다른 놈들도 따라서 먹겠다고 설치구, 젖꼭지가 두개밖에 없으니 돌려가며 먹일수밖에 없었어. 먹지 못하는 놈은 또 앙앙 울어댔더랬지. 나는 너무도 힘들어 죽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몸이 힘든것보다도 더 나를 가슴 졸이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애들만은 제발 제 애비를 닮지 말아달라는것이였어. 나는 그놈들이 종알종알 말하는 장면을 그 얼마나 그려보았는지 몰라. 하지만 그 애들이 7, 8개월을 넘기면서 나는 내 하늘이 무너지는것을 느끼지 않으면 안되였단다. 내 애들이 여느 집 애들과 달랐던거야. 애들이 하나같이 멍해있는게 도무지 바깥 동정에 반응이 없는것 같았어. 나는 너무도 억이 막혀 하늘에 대고 빌기만 했지. 하늘이시여, 하늘! 제발 세 놈 모두를 벙어리로 만들지는 말아주시옵소서. 한 놈이라도 말을 할수 있게 해주옵소서. 한 놈이라도 나와 말동무를 하게 해주옵소서. 하지만 결국은 세 놈 모두 벙어리가 되였어…”
나는 깊숙히 머리를 숙아고 꺽꺽 말을 더듬었다.
“나나, 날을 원망해라. 그날 내가 만약 너를 끌고 그네 뛰러만 가지 않았어도…”
“네탓이 아니야. 모두가 내 잘못이지. 내가 너에게 말했더랬지. 채대장이 나에게 키스를 했었다구. 내가 대담하게 채대장을 찾아 부대로 갔더라면 그가 혹시 나를 부대에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채대장은 진심으로 나를 좋아했었어. 그후 내가 그네에서 떨어져 눈을 상했더랬지. 네가 학교에 가서 나에게 편지를 보낸것을 나는 받고서도 고의적으로 회답을 하지 않았었다. 그때 나는 이미 병신이 되여 너의 상대가 될수 없다는것을 알았더랬지. 모든것을 나혼자 안으려고 마음 먹었어. 너까지 재수없는 내 인생에 끌어드리지 못하겠더라구.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련한것 같기두 하지만. 지금은 너 실말을 해두 돼. 그때 만약 내가 너에게 기어코 시집을 가겠다고 했다면 너 나를 받아들일수 있었겠니?”
나는 흥분에 떠는 그녀의 얼굴을 이윽토록 바라보다가 격동에 차서 대답했다.
“받아들였을거야. 그래, 꼭 받아들였을거야.”
“좋아. 그럼 너도 리해할거라고 생각해… 네가 나를 싫어할가봐 오늘 의안까지 박아넣었거든. 요즘이 바로 배란기야… 나는 말할줄 아는 자식을 낳고싶어. 네가 동의하면 바로 나의 목숨을 건져주는거야. 동의하지 않으면 나를 죽이는것과 같은거라구. 천가지 리유가 있어도, 만가지 구실이 있어도 오늘은 꺼내지 말아줘.”
……
 
막언(莫言), 1955년 산동성 고밀현에서 출생. 본명 관모업(管谟业). 당대 저명한 작가. 2006년 “전국작가부자순위” 제20위, 2007년 “중국작가실력순위” 제1위를 차지. 2011년 장편소설 《개구리()》로 제 8회 “모순문학상”을 받음.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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