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자작나무숲
-나의 동년의 이야기
빠투는 총을 내리웠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빠투는 천천히 두걸음을 뒤로 물러선후 몸을 돌려 관목림으로 들어갔다. 바람 한점 없는 관목림은 물결이 일지 않는 수면을 련상케 했다.
그놈은 록색의 호수에 빠져들어간듯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빠투는 그 늑대를 다시 만나리라고는 정말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놈은 귀신도 모르게 그곳에 나타났었다. 그놈은 자기가 감쪽같이 삼림과 하나로 융합된것으로 하여 기쁨을 금할수 없어했을것이다.
빠투는 수렵물에 접근할 때 될수 있는 한 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했다. 그는 숨소리 한번 크게 내쉬지 않았다.대방은 그를 나무가지나 돌멩이로 착각할 때가 많았다.
빠투는 어릴 때부터 이 삼림에서 다람쥐와 같은 작은 동물을 쫓군 했다. 그때 그의 키는 총대보다 얼마 더 크지 않았었다.
근심이 가득해보이는 암늑대는 그때 빠투를 보지 못하고있었다. 빠투가 걸음을 천천히 옮겨놓았기에 발밑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던것이다. 게다가 빠투는 그때 바람이 흐르는 방향에 서있었다. 하여 늑대가 백화림을 돌아나올 때 빠투는 늑대와 정면으로 딱 마주쳤던것이다. 몇년간 산에서 생활했던 빠투는 본능적으로 어깨에서 총을 내리워 들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후에는 그 동작이 신체의 일부분으로 굳어지게 되는것이다.
가늠쇠가 그놈의 두눈사이에서 좀 올라간 위치에 놓였다. 빠투는 그놈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다른 부위를 근본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웬 일인지 빠투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해진 금속에 오른손식지의 힘을 살짝 주어 당기는 그 동작은 사실 그처럼 간단한것이였다. 그것은 빠투가 수렵물을 발견한 다음 모든 준비를 마친후 취하는 최후의 동작이였다. 땅 하는 총소리가 울린후 빠투는 천천히 죽어있는 수렵물곁으로 가서 편안한 자리를 찾아 앉아 한참씩 해볕을 쪼였다. 그후 허리에 찼던 비수를 꺼내여 껍질을 발랐다.
암늑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놈도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도망친다는것은 불가능하다는것을 알고있는것 같았다. 그놈은 멀거니 빠투를 바라보기만 했다.
빠투는 잠간 주저했다. 아주 잠간이였다.
빠투는 총을 내리웠다.
늑대가 내 꼴봐라 하고 도망을 치는것을 보면서도 빠투는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취해야 했는지를 똑똑히 알수 없었다.
혹시 총소리가 강변에 있는 사슴을 놀래울가봐 두려웠던것일가? 그놈은 머리에 아름다운 뿔을 떠인 멋진 수사슴이였다. 어제 빠투는 강변에서 그놈을 놓쳤던것이다.
확실히 총소리는 그놈을 놀래울수 있었다.
빠투는 총을 다시 오른쪽어깨에 메였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람에 자작나무숲은 파도처럼 설레이면서 쏴쏴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몽롱한 아침해빛속에서 자작나무줄기에 난 검은색 마디는 눈처럼 빠투를 바라보고있었다.
빠투는 강변으로 갔다.
그해봄, 빠투는 이미 사슴 두마리를 잡았었다.
그해, 남자애는 여섯살이였다. 겉모습만 보면 그는 아직 어린 양과도 같아 웬간한 바람에도 쓰러질것 같았다. 나무숲은 어린 양과 같은 남자애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이듬해, 그 자작나무숲부근에서 빠투는 또 암늑대 한마리를 발견했다.
빠투는 그놈이 꼭 지난해 보았던 그 암늑대라고 판단했다. 빠투는 한번만 보면 그 짐승의 특점을 기억할수 있었다. 특히 그의 총부리앞에서 도망친 짐승에 대해서는 더구나 인상이 깊었다.
사실 그의 총부리앞에서 도망친 짐승이 얼마 안되였다. 곰이든 고라니든 나중에는 꼭 그의 총부리앞에서 사라질것이였다.
그 암늑대는 다른 늑대들보다 알아보기 더 쉬웠다. 그놈의 얼굴량쪽에 다른 놈들에게 없는 흰 털이 자라있었던것이다. 하지만 늑대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빠투는 인차 총을 쏠수 없었다. 그놈은 잠간 삼림에 머리를 들어내보였다가 빠투를 발견하고 인차 사라졌던것이다.
빠투는 자작나무숲으로 걸어들어가다가 오솔길을 발견하였다. 늑대는 꼭 그 부근에 있을것이였다. 늑대는 그 오솔길로 먹이 찾으러 가거나 물을 먹으러 다닐것이였다. 그놈은 오솔길부근에 한두해 있은것 같지 않았다.
빠투는 매일 강변의 사냥터로 나왔다. 사흘이나 지났지만 사슴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빠투는 이른새벽에 밥도 먹지 않고 천막을 나왔다. 그는 추위를 막느라 연신 털옷을 여몄다. 하지만 삼림을 뒤흔드는 칼바람은 여전히 뼈속까지 파고들었다.
빠투는 습관적으로 삼림속에 있는 오솔길에 올라섰다. 마른 나무가지나 나무잎을 밟아도 사슴가죽신을 신은 발밑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늘에는 려명전의 마지막 어둠이 감돌고있었다. 몇개 남지 않은 별들은 그때까지도 자취를 감추지 않고 서로 영원히 리해할수 없는 눈처럼 아아한 하늘가에서 차가운 빛을 뿌리고있었다.
삼림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을수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이노라면 바람이 참백송나무가지를 지날 때 내는 속삭임 같은 낮은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새들이 모두 단잠에 든것 같았다.
염기구덩이(碱场)는 숲속의 작은 공지에 있었다. 고라니며 사슴과 같은 동물들이 늘 염기구덩이에 내려와 염분을 섭취하군 했다.
빠투는 강변의 작은 언덕에 있는 관목림에 몸을 숨겼다. 그곳은 시야가 넓어서 능히 염기구덩이부근을 살필수 있었고 강둑도 30여메터는 바라볼수 있었다. 그리고 맞은켠 강변의 자작나무숲에 있는 간격이 그닥 떨어지지 않은 두개의 갈라진 틈도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사슴이 강변으로 물을 먹으러 오느라 남긴 흔적이였다. 염분이 섞인 흙을 한참씩 핥고난 사슴들은 보통 강변에 가서 물을 먹었다.
검푸른색을 띤 수면에서 흰색의 안개같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랐는데 영원히 벗겨낼수 없는 삼림의 면사포를 방불케 했다.
빠투는 잘 다져진 고라니껍질을 땅에 펴고 그우에 엎드렸다. 그렇게 하자 찬바람을 피할수 있었다. 빠투는 총의 가늠쇠를 왼쪽켠의 갈라진 틈에 맞추어놓았다.
하늘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새소리가 풀리는 얼음소리처럼 들려왔고 별들이 차츰 사라져버렸다. 여기저기에서 부드럽거나 히스테리적인 동물들의 울부짖음이 들려려왔고 수많은 새들의 합창이 시작되였다. 그 시각 삼림은 동물들의 세계였다.
하지만 삼림의 그 같은 환락의 장면도 빠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빠투는 땅에 펴놓았던 고라니껍질을 돌돌 말아 들고 총을 어깨에 멘채 그곳을 떠났다.
역시 아무 수확도 없는 아침이였다. 사슴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던것이다.
천막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빠투는 지름길을 택했다.
삼림속에 펼쳐진 풀밭을 지날 때 빠투는 바람을 타고 간간히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피냄새였다. 빠투는 그런 냄새에 너무도 익숙해있었다.
빠투는 손에 들었던 고라니가죽을 땅에 놓은후 어깨에서 총을 내리웠다. 빠투는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발볌발볌 다가갔다.
발걸음을 조심한데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풀밭의 정황을 똑똑히 보게 된 빠투는 긴장을 풀면서 손에 꽉 쥐였던 총을 다시 어깨에 멨다. 풀밭에는 사슴의 잔해 한구가 널려있었던것이다. 내장은 이미 다 들어낸 상태이고 남은것은 꽛꽛하게 된 복강과 하늘로 쳐들린 네다리뿐이였다.
그놈은 암사슴이였다. 그 사슴을 공격한 동물은 늑대이지 곰은 아닌것 같았다. 사슴의 몸에는 곰의 발톱에 긁히운 면도칼에 베인듯한 좁고 긴 상처가 없었던것이다. 곰은 수렵물을 먹은후 나머지는 꼭 마른 나무잎이거나 흙으로 덮어놓고 그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자군 했다. 하기에 곰이 남긴 먹이에 접근한다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였다.
빠투는 전에 보았던 그 암늑대가 사슴을 물어죽인것이라고 생각했다.
암늑대는 새끼를 낳아 기르고있었던것이다. 아마도 어제저녁 황혼무렵에 사슴을 포획한것 같았다. 암늑대는 사슴을 잡아서 급히 배가죽을 찢은후 내장을 먹어버리고 급히 굴로 가서 새끼늑대들에게 젖을 먹인것 같았다.
자작나무숲은 그 암늑대의 사냥터인것 같았다. 하기에 사슴들은 그 늑대를 피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것이였다.
빠투는 벌써 몇년전에 그곳을 사냥터로 정했었다. 빠투는 그곳을 아주 좋은 사냥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로부터 자작나무숲속의 그 사냥터를 물려받은후 빠투는 해마다 그곳에서 사슴 한마리씩 잡았던것이다. 어느해도 빠친적이 없었다.
빠투에게 있어서 그곳은 산신령이 보호하는 사냥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빠투는 사슴잔해를 그대로 둔채 고라니껍질을 주어들고 돌아섰다.
천막에 돌아오니 날이 이미 밝아 있었다.
빠투는 강변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차를 끓였다. 그는 구운 빵과 말리운 고기를 먹은후 한순간의 휴식도 하지 않은채 총을 들고 다시 사냥터로 갔다. 빠투는 암늑대가 꼭 다시 사슴잔해가 있는 곳으로 갈것이라고 판단했다. 암늑대는 바로 포유기에 처해있기에 많은 먹이가 필요했던것이다.
빠투는 강변에 몸을 숨긴후 고라니가죽을 나무아래에 펴고 그우에 엎드려 강 맞은켠을 살폈다. 빠투는 강변에서 매화꽃 같은 암늑대의 발자국을 발견했던것이다. 그로보아 암늑대의 굴은 부근에 있는것 같았다.
늑대는 늘 지나다니던 길로 다니기를 좋아했다.
따뜻한 해빛이 나무가지사이로 빠투의 몸에 어룽어룽 내려앉았다. 어느새 빠투는 살풋이 잠이 들어버렸다.
빠투는 꿈에 어릴 때의 왜소한 자신을 보았다. 그는 어른들 몰래 혼자서 강변으로 달려가 은빛 물고기들이 노니는 강물에서 자맥질을 했다. 따뜻한 해볕에 데워진 강물은 빠투로 하여금 쏟아지는 졸음을 달래기 힘들게 했다.
그때 암늑대가 나타났다. 어쩌면 그놈의 동정을 들었다기보다 느꼈다고 하는것이 나을것이다. 빠투는 두눈을 번쩍 뜨고 오른손식지로 방아쇠를 당겼다.
암늑대 한놈뿐이 아니였다.
맞은켠 강변의 모래불에서 청회색 털을 가진 암늑대가 두리벙두리벙 주변을 살피고있었다. 그놈의 곁에는 금방 젖을 뗀듯한 보들보들한 털을 가진 새끼늑대 두마리가 서있었다. 새끼늑대들은 처음으로 어미를 따라 나온것 같았다. 새끼늑대들의 예리한 송곳이로 하여 어미늑대는 몹시 부담스러운 모양이였다. 하여 어미늑대는 새끼늑대들을 이끌고 고기를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러 나온것 같았다.
새끼늑대들에게 사냥터는 생소한 세상이여서 모든게 신기한듯 했다.
그때 새끼늑대들은 강변에 가로 누워있은지 오랜 마른 나무가지를 뛰여넘느라고 헤덤볐다. 어미늑대가 손쉽게 나무가지를 뛰여넘었지만 새끼늑대들에게는 직경이 그닥 크지 않은 그 나무가지도 가파로운 산봉우리만치나 느껴지는 모양이였다.
새끼늑대들은 그 나무가지를 돌아 갈수도 있었지만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한번 또 한번 나무가지에 올랐다가 두르르 굴러떨어졌다.
어미늑대는 어딘가 긴장한 표정을 보이면서 주변을 살피다가도 코를 쑥 내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빠투는 자기가 정한 그 위치가 매우 안전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곳은 바람이 흐르는 방향이여서 늑대는 빠투의 냄새를 절대 맡을수 없었다.
어미늑대는 새끼늑대들이 큰 바위를 움직이는듯 나무가지를 바라오르는데 집착을 보이는것을 보고 그만 인내심을 잃고말았다. 어미늑대는 마른 나무쪽으로 다가와 두마리의 새끼늑대를 물어 마른 나무의 다른 한쪽에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강변에 이른 어미늑대는 또 주저했다.
그곳은 여울이라 물은 그리 깊지 않았다. 물이 제일 깊은 곳이라고 해야 어미늑대의 배를 넘지 않았다. 여울에는 또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가득 깔려있었다. 어미늑대로 말하면 그 여울을 지난다는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지만 새끼늑대들에게는 바다를 가로지나는것만치나 두려운 일이였다.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생소한 물질― 물을 두고 새끼늑대들은 주저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든 생소한 물질은 새끼늑대들에게 커다란 공포로 다가왔던것이다.
새끼늑대들은 불안한 눈길로 조심스럽게 쉼없이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그 물은 자기들이 서있는 땅과 완전히 다른 세상인듯 해보였다.
새끼늑대들은 조심조심 다가가 코등을 물에 살짝 대였다가 놀라서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차디찬 물은 부드러운듯 하면서도 딱히 어떻다고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낼수 없었다.
어미늑대도 새끼늑대들을 이끌고 나올 때 이 점을 고려하지 못한것 같았다.
어미늑대는 가볍게 한 새끼늑대의 목덜미털을 물었다. 어쩌면 그놈을 물고 강을 건너려는것 같았다. 하지만 웬 일인지 어미늑대는 새끼늑대를 내리워 놓았다.
강변의 모래밭에서 어미늑대는 앞발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강변의 흙은 축축하고 보드라와서 인차 두개의 구덩이가 패워졌다.
빠투는 드디여 어미늑대를 가늠쇠에 묘준했다. 하지만 그는 미처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빠투는 어미늑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수 없었던것이다.
어미늑대는 두마리의 새끼늑대를 하나하나 구덩이에 물어다넣은후 모래를 밀어넣었다. 얼마 안되여 두마리의 새끼 늑대는 머리만 밖에 내놓게 되였다.
새끼늑대들은 어미늑대가 하는대로 몸을 맡기고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 어미늑대는 모래밭에 들어난 새끼늑대들의 작은 머리를 흐뭇하게 살펴보았다. 마치 땅밑으로부터 자라오른 이상한 과실 같아보였다.
어미늑대는 인차 강을 건넌후 자기가 내장을 다 파먹고 남긴 사슴잔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미늑대는 먹이를 배부르게 먹고 다시 강을 건너가 새끼늑대들을 데리고 굴로 돌아가려고 계획하고있는것 같았다.
빠투는 그때까지도 총을 쏘지 않았다.
빠투는 자작나무삼림을 에돌아 강변의 모래밭으로 갔다.
머리만 내놓은 두마리의 새끼늑대가 조용히 빠투를 바라보고있었다. 몸을 모래에 묻기지 않았다면 깡충깡충 뛰여 도망이라도 갔을지 모를 일이였다.
빠투는 일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새끼늑대들 옆에 쪼크리고 앉아 손으로 그중 한마리의 머리를 꾹 눌렀다. 보슬보슬한 털이 손에 느껴졌는데 막 피여나는 민들레씨앗 같았다. 새끼늑대는 빠투의 손길이 불만스러운지 마구 머리를 내저었다.
빠투는 정말 딱히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대개 어미늑대가 돌아올 시간이 되였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떠오를뿐이였다. 빠투는 사실 어미늑대가 그렇게 두려운것은 아니였다. 다만 새끼늑대를 앞에 두고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주저할 때 어미늑대까지 돌아온다면 더구나 어쩔바를 몰라 속수무책으로 될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던것이다.
잠간후 빠투는 사냥용칼을 꺼내여 손쉽게 새끼늑대들의 머리를 잘라냈다. 새끼늑대들은 몸이 모래에 묻겨있었기에 몸부림도 치지 못했다. 새끼늑대들의 두개의 머리는 익을 때로 익어서 떨어진 열매처럼 빠투의 손에 들렸다.
빠투는 손에 들려있는 새끼늑대들의 머리를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다시 그놈들의 목에 붙여놓고 흙으로 옆을 묻어주었다. 새끼늑대들은 워낙 피를 얼마 흘리지 않았었는데 얼마 안되는 그 피도 빠투에 의해 모래로 잘 덮혀졌다. 그렇게 되자 겉으로 보건대 어미늑대가 떠날 때와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빠투는 자기가 엎드려있던 곳으로 돌아와 고라니껍질우에 엎드려 총부리를 새끼늑대들이 있는 곳으로 돌려놓았다. 빠투는 손바닥에 질펀히 배여나오는 식은땀을 바지섶에 쓱쓱 문질러 닦았다.
그때 어미늑대가 무거운 배를 끌고 돌아왔다. 너무 급히 많은 고기를 집어삼키다 나니 어미늑대는 몸을 움직이기 힘겨워 했다.
어미늑대의 배가 커진것이 확연하게 알렸다. 포유기의 어미늑대는 단번에 십여근의 고기도 먹을수 있었다. 어미늑대는 굴에 돌아와 배속의 그 고기들을 소화시키군 했다.
어미늑대는 인차 무엇인가 자기가 떠날 때와 다른것을 발견한것 같았다. 그리고 생소한 냄새도 맡은것 같았다. 강을 건넌후 어미늑대는 불안한 표정으로 멈추어섰다.
어쩌면 방금 빠투가 남긴 냄새가 어미늑대에게 긴장감을 불러주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어미늑대는 사실 한시라도 새끼늑대들의 곁을 떠나고싶지 않았었다. 만약 새끼늑대들이 없다면 어미늑대는사람의 냄새나 쇠붙이 그리고 불냄새를 맡으면 인차 그곳을 떠날것이였다.
삼림에 사는 늑대들에게 있어서 사람은 철전지 원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어미늑대는 새끼늑대를 구덩이에서 꺼내 올리려고 서둘렀다. 자기의 배가 불렀으니 새끼늑대들을 이끌고 굴에 돌아가 그놈들에게 젖을 먹이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그 하루는 먹이감을 얻으러 다시 굴에서 나오지 않아도 될것이였다.
어미늑대는 한 새끼늑대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미늑대는 현실이 상상과 완전히 다른것을 감안하게 되였다. 먹이를 달라고 머리를 마구 흔들며 낑낑소리를 질러대야할 새끼늑대가 아무 반응도 해오지 않았던것이다. 어미늑대는 새끼늑대가 아직 잠에서 깨여나지 못한것이나 아닐가 하고 생각했다.
어미늑대는 다른 한마리 새끼늑대곁으로 다가가 모래를 파내다가 상상도 못한 기막힌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 새끼늑대의 머리가 떨어져내렸던것이다. 어미늑대는 너무도 놀라서 한켠으로 피해 섰다. 어미늑대는 그 같이 공포스러운 일을 종래로 당해본적이 없었던것이다.
어미늑대는 도무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수 없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앞발을 내밀어 땅에 떨어진 새끼늑대의 머리를 가볍게 건드렸다. 어쩌면 새끼늑대에게 속했던 그 머리가 불시에 날아올라 자기의 코등이라도 물어뜯을가봐 두려워 하는것 같았다.
피비린 냄새가 어미늑대의 코를 파고들었다.
빠투가 사냥용칼로 새끼늑대의 머리를 벨 때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칼자국도 너무 가쯘해서 피가 얼마 흐르지 않았었다. 그리고 새끼늑대의 머리를 다시 몸뚱이에 붙여놓고 모래로 파묻을 때 또 모래가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흡수하였기에 새끼늑대의 몸에서는 피가 얼마 흐르지 않았던것이다. 어미늑대의 앞에서 구으는 새끼늑대의 머리는 마치도 그의 몸에서 떨어진 부속품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어미늑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영문을 알수 없어 다른 새끼늑대앞으로 다가갔다.
어미늑대는 다리를 들어 조심스럽게 새끼늑대의 머리를 건드렸다. 순간 그놈의 머리도 땅에 떨어져내렸다. 그 모든것을 이미 당해본 어미늑대였지만 여전히 놀라 어쩔바를 몰라하며 한옆으로 비켜서서 두려운 눈길로 새끼늑대의 머리를 살펴보았다. 어미늑대는 미동도 없이 굳어져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있었다. 어미늑대에게 있어서 그 모든것은 생소한 유희로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어미늑대는 머리가 떨어져나간 새끼늑대의 몸뚱이를 둘러싸고 빙빙 돌아치다가 갑자기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먹이를 먹다가 목이 메기라도 한듯 머리를 잔뜩 쳐들고 높은 소리로 꺼이꺼이 울어댔다.
빠투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좋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미늑대를 향하여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어미늑대를 명중하지 못했다. 방금 어미늑대가 갑자기 멈추어설 때 가늠쇠에 어미늑대의 옆구리가 놓였던것이다. 빠투는 가늠쇠를 어미늑대의 앞다리에서 조금 뒤에 있는 위치에 놓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던것이다.
하지만 웬지 인차 흥미가 없어졌다. 탄알은 어미늑대앞에 있는 모래밭에 떨어져 구덩이를 파면서 뽀얀 먼지를 일으켰다. 총소리에 놀란 어미늑대는 용수철처럼 펄떡 올리 솟더니 삼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빠투는 그곳을 떠나 천막으로 돌아와 굳잠에 빠져들었다.
그해봄, 빠투는 사냥에서 아무 수확도 얻지 못했다.
그해 남자애는 일곱살이였다. 그해겨울. 남자애는 오래동안 병마에 시달렸다. 빠투가 삼림에 들어가 사냥을 하던 그때, 남자애는 금방 병이 완쾌된 뒤였다. 남자애는 몸이 허약하여 종이장을 방불케 했다. 남자애는 문옆에 힘 없이 기대 서서 삼림속으로 사라지는 빠투의 뒤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남자애는 여전히 삼림으로 들어갈만한 자격이 없었다.
세번째 해, 남자애는 빠투와 함께 자작나무숲에 있는 그 숙영지에 나타났다. 숙영지에는 지난해 우등불을 피웠던 검스레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빠투는 숙영지에 천막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해도 남자애는 소학교에 붙을 나이가 안되였다. 그처럼 어란 남자애가 삼림으로 들어온다는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납득이 안되는 일이였다. 하지만 남자애는 끝내 삼림으로 들어오게 되였던것이다. 아니, 어쩌면 남자애를 데리고 삼림으로 들어온 빠투가 성공했다고 해야 할것이다. 빠투가 남자애를 데리고 집을 나올 때 남자애의 할머니는 그 일을 감감 모르고있었다. 그 같이 위험한 일은 빠투를 내놓고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것이였다.
남자애는 당당하게 삼림에 발을 들여놓게 되였던것이다.
남자애는 세살나던 해에 처음으로 도시에서 삼림으로 들어온적이 있었다. 그때 빠투는 남자애를 강변으로 데리고 가 목욕을 시켰었다. 남자애는 그때 같은 나이의 다른 애들보다 좀더 커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애숭이는 애숭이였다.
삼림은 남자애에게 있어서 생소하기를 미지의 야밤같은 세상이였다.
전에 남자애에게 있어서 삼림은 그저 마을뒤에 있는 록색의 숲이나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고요한 밤에 깊은 산골짜기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늑대의 울부짖음은 남자애에게 삼림의 생소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시작했다.
달빛이 교교한 밤이면 늑대의 포효는 혼자가 아니라 삼림과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한부분으로 된듯 했다. 뽀얀 안개를 뚫고 들려오는듯한 포효는 언제나 삼림의 상공에서 오래도록 메아리 치군 했다.
남자애는 가끔 갈망이 가득 찬 떨리는 목소리로 높이높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인차 빠투에게 제지를 당했다. 삼림에서 도전적인 그러한 부르짖음은 허용되지 않았던것이다.
늑대들의 포효가 없는 날밤이면 남자애는 웬지 뭔가를 잃어버린듯한 실의감이 들었다. 워낙 단조로운 세계에 뭔가가 결핍한듯 느껴졌던것이다. 남자애는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스스로 애수란 어떤것인가를 리해하려고 하는것 같았다.
남자애는 비록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삼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있는듯싶었다.
남자애는 그날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하기에 남자애는 그 순간에도 꿈이 현실로 변한것으로 인한 흥분 같은것을 얼마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남자애는 빠투의 뒤를 졸졸 따랐다. 남자애의 등에는 빠투가 준비해준 소금과 성냥을 넣은 작은 주머니가 메워져있었다.
남자애는 삼림에서 될수록이면 발자국소리를 작게 내야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남자애는 애써 발걸음을 가볍게 옮겨놓았다. 남자애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리 어려운 동작이 아니였다. 남자애는 자기를 작은 사슴이나 새끼고양이라고 상상했다.
천막을 다 세우자 남자애는 삼림속에 들어가 마른 나무를 주어왔다.
삼림은 전에 한번도 벌목을 당해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듯 꼿꼿이 자랐는데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있었다. 그러한 자세로 나무들은 충족하게 해볕을 쪼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것 같았다.
나무에서 가지가 떨어진 부분들은 눈으로 되여 조용히 남자애를 바라보는듯싶었다.
남자애는 천천히 지난해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들을 주으며 나아갔다. 그새 바싹 마른 나무가지는 매우 가벼웠다. 남자애는 생명이 다하면 무엇이나 그렇게 가벼워지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애는 넘어져있는 자작나무 한그루를 발견했다. 한차례의 폭풍우나 벌레의 침입이 다 자란 그 나무를 넘어뜨린것 같았다.
그 나무에 비해볼 때 남자애는 자기가 주어들고있는 나무가지들이 그처럼보잘것 없이 작아보였다. 하지만 남자애는 그것들을 내리워놓고 넘어져있는 큰 나무를 끌려고 하지 않았다. 나무가 넘어진지 너무 오래서 이미 땅과 이어져있지나 않을가 하는 우려가 들었던것이다.
남자애는 빠투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넘어진 나무를 천막에 끌어가고싶었다.
하지만 남자애는 그 계획을 포기하고 다시 마른 나무가지들을 줏기 시작했다.
남자애가 천막앞에 왔을 때 빠투는 이미 불을 지피고 앉아서 총을 검사하고있었다.
로씨야에서 사왔다는 그 사냥총은 평소 보양이 참 잘되여있었다. 빠투는 총을 사용하지 않는 계절에는 늘 벽에 정중히 걸어두었었다. 가죽으로 만든 총집에는 양기름이 가득 발라져있었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총개머리는 오래동안 사람들의 손에 달아서 짙은 갈색을 보이고있었는데 옥을 만지는듯 매끌매끌 했다.
빠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남자애는 총을 만져본적이 있었다. 남자애는 금방이라도 날아나버릴듯한 새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총을 다루었다. 좀더 나이가 들자 남자애는 자기에게 속하는 총을 가질수 있었다.
삼림속에서 남자애는 많은 시간을 빠투의 등에 업히워있었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자애는 종래로 그렇게 많은 길을 걸어본적이 없었던것이다.
남자애가 빠투의 뒤를 따를 때면 관목림에서 갑자기 족제비가 뛰여나와 나무가지 사이를 비추는 해빛을 받으며 감쪽같이 사라질 때도 있었다. 그 동작이 너무도 빨라 한줄기의 금빛 해살이 스쳐가는듯싶었다. 남자애는 순간 무엇을 보았던지 멍해질 때도 있었다. 유연한 몸집을 가진 족제비가 몸을 날릴 때면 땅에서 솟아오르는 황금빛 손바닥을 방불케 했다. 족제비도 남자애를 발견하고 놀라는것 같았다. 남자애의 발자국소리가 가까와 지자 족제비는 제일 빠른 속도로 해빛 따스한 오솔길에 치달아 올랐다. 족제비는 한참 달리다 말고 멈춰서서 너무도 놀라 어쩔줄을 몰라하는 남자애를 바라보았다.
그애말로 령민한 들짐승이였다.
그놈은 종래로 남자애처럼 작은 사람을 보지 못한것 같았다. 그로 하여 그놈은 더구나 놀라는것 같았고 그렇게 작은 사람도 사람이라고 할수 있는지를 두고 고민하는것 같았다.
남자애는 비록 작기는 했지만 영락없는 사람이였다.
남자애는 높뛰는 가슴을 누를 길이 없었다. 그는 앞에서 걸어가는 빠투를 부르고싶었다. 하지만 남자애는 애써 자기의 정서를 통제했다. 그는 삼림속을 거닐 때 응당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빠투는 남자애가 걸음을 멈추었다는것을 느끼고 머리를 돌렸다. 족제비는 놀라운 속도로 눈 깜빡할 새에 오솔길옆의 관목림으로 들어가버렸다. 하기에 빠투는 머리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새물새물 웃기만 했다. 아직 생소한 삼림을 마주한 남자애지만 나름대로의 비밀을 가지게 되였던것이다.
남자애는 급히 몇걸음을 달려 빠투를 따라잡았다. 삼림에서 빠투를 떨어진다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였던것이다.
남자애는 너무 힘들어 빠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갑자기 나무우에서 무엇인가가 스쳐지나는것을 발견했다. 남자애는 사냥군의 후대로서의 예민한 감각을 이미 구비하고있었던것이다.
나무우를 스쳐지난 그놈은 다람쥐였다. 다람쥐는 나무에 붙어서서 볼주머니로 견과 한알을 내밀어보이면서 앞발로 가슴을 붙안고있었다.
그때 다름쥐는 빠투와 남자애를 발견한듯싶었다.
어쩌면 그들의 출현이 너무 급작스러웠던지 다름쥐는 놀라서 펄쩍 올리 뛰였다. 딴딴한 견과가 다름쥐의 볼주머니에서 흘러나와 빠투와 남자애의 앞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굴러왔다.
다름쥐는 놀랍고 당황했던지 새된 소리를 지르며 잽싸게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 삽시간에 뒤면으로 사라졌다.
남자애의 얼굴에 가벼운 웃음이 피여올랐다. 하지만 빠투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듯 묵묵히 걸음만 옮기면서 남자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빠투가 강변의 염기구덩이로 갈 때 남자애는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있었다. 빠투는 남자애의 몸에 고라니껍질을 여며주고 거의 사그러지는 우등불에 장작 몇개를 더 넣은후 총을 들고 일어섰다.
남자애가 잠을 깬것은 날이 밝은 뒤였다.
남자애는 자기가 물론 집에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눈을 떴을 때 비쳐들어오는 해빛은 유리창문을 뚫고들어오는것이 아니라 천막에 난 쯤으로 새여들어오는것이였다. 남자애는 오래동안 꾸어오던 삼림으로 오고싶던 꿈이 현실로 된것으로 하여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남자애는 천막을 나왔다.
해빛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수 없었다.
수많은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있었지만 남자애는 그 새들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남자애는 땅에서 돌멩이를 주어들고 새들이 있겠다싶은 나무숲을 향해 힘껏 뿌렸다. 하지만 그 돌멩이는 바다에 던져넣은듯 아무 효과도 없었다. 새들은 여전히 자기들의 구성진 노래를 계속하고있었다.
빠투가 빈손으로 천막에 돌아왔을 때 남자애는 강변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반찬을 만들어놓은 후였다.
빠투는 밥술을 뜨는둥 마는둥 하고는 눈을 붙이려고 자리에 들었다.
남자애가 빠투와 함께 처음으로 사슴을 잡은것은 삼림에 들어와서 사흘째 되던 날 아침이였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던 남자애는 빠투가 일어나면서 잠자리에 깔았던 고라니가죽이 벌컥벌컥 소리를 내자 따라서 눈을 떴다.
남자애는 자기가 어디에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남자애가 내다보니 천막밖은 여전히 컴컴해있었다.
별빛이 총총한 저 멀리 하늘가에서 파르스름한 가는 빛들이 머리를 쳐들고있었다.
남자애는 빠투의 뒤를 부지런히 따르면서 자기의 꿈에서 헤여나오려고 애를 썼다. 남자애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워보였다. 그는 종래로 그처럼 일찌기 잠에서 깬적이 없었던것이다. 너무 일찍 일어난데서 남재애는 눈을 붙이자 마자 깨여난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애는 어둠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잠간 시간이 흐르자 주변의 나무들을 알아볼수 있었다. 그들이 자작나무숲에 거의 이르고있을 때 갑자기 은빛을 내는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어둠속에서도 그렇게 눈에 띄우는것이 마치도 금방 갈라놓은 흰색의 어복 같았다.
새벽녘의 시원한 공기는 남자애로 하여금 차츰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어쩌면 몸속에 있는 다른 한쪽 눈이 차츰 뜨여지는듯싶었다.
남자애는 빠투의 발자국을 꼭꼭 밟으며 뒤를 따라 걸었다. 빠투가 걷고 지나간 곳에는 마른 나무가지 같은것들이 발에 밟혀서 요란한 소리를 낼 근심이 없었다. 빠투가 발걸음을 크게 떼지 않았기에 따라 잡기도 쉬웠다.
그들은 강변의 관목림에서 몸을 숨길만한 곳을 찾았다.
삼림은 너무도 조용했다.
남자애는 고라니껍질우에 엎드려 앞에 있는 강줄기를 살폈다. 강물은 그때까지도 어둠에서 헤여나오지 못하고있었는데 괴물이 검은 꿈을 꾸고있는듯싶었다. 남자애의 애 어린 머리에 그 같은 생각이 한두번만 떠오른것이 아니였다.
갑자기 수면에서 커다란 몸집의 괴물이 떠오르는듯한 환영이 보였다. 비늘이 가득한 뿔은 예리한 검은색 칼처럼 고요한 수면을 가르고 지나가면서 뒤에 흰색의 소용돌이를 이루었고 수많은 물꽃을 피워올렸다.
남자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는 눈 한번 깜빡 하지 않고 수면에 나타난 괴물의 커다란 륜곽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놀라운 속도로 헤여나왔다.
남자애는 너무도 무서워 부들부들 떨었다. 호흡이 가빠졌고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들었다. 남자애는 머리를 돌려 빠투를 바라보았다. 그때 빠투는 머리를 총탁에 대고 굳잠에 빠져있었다.
남자애는 빠투를 깨우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 괴물이란 없는것이라고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괴물은 확실이 존재해있었고 슬금슬금 그들이 몸을 숨기고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괴물이 앞을 헤여지나는 찰나 남자애는 그 괴물의 정체를 똑똑히 보았다.
그야말로 괴성을 지르고싶게 무서운 놈이였다. 몸집이 거대했고 검은 색을 띠였으며 전문 물속에서 사는것 같았다. 그놈은 또 지느러미와 뿔을 꼿꼿이 치켜세우고있었다.
그것은 사실 끊어진후 강에 들어와 오래동안 물에 떠다닌 나무였다. 장시간 물에 잠겨있었기에 곰팡이까지 끼여있었던것이다. 나무에는 또 가지가 끊겨진 자리가 가득 나있었는데 어둠속에서 한마리의 괴물을 방불케 했던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괴물이 아니라 나무였다. 그 나무는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림을 벗어나게 될것이고 초원을 가로지나게 될것이며 마을과 평원과 광활한 대지를 거쳐서 땅의 끝쪽에 이르러 바다에 흘러들게 될것이다.
남자애는 여직 바다를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은 끝을 알수 없는 무변의 초원과도 같은 가없는 물의 세계라는것을 알고있었다.
남자애는 피곤기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남자애는 맞은켠 강변의 한 나무에서 록색의 불빛 두개가 반짝이는것을 발견했다. 남자애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그 불빛을 여겨보았다. 그 불빛은 지하에 오래동안 묻혀있다가 다시 해빛을 본 보석과도 같아보였다. 남자애는 록색의 불빛을 내는 무엇인가의 어슴푸레한 륜곽을 볼수있었다.
동녘하늘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록색의 그 불빛이 사라지려고 할 무렵, 남자애는 뚱뚱한 몸집을 가진 큰 새 한마리를 발견했다. 고양이와 비슷한 머리에 두개의 뾰족한 귀를 방불케 하는 털모숨을 치켜세우고있었다.
그놈은 금방 밤 사냥을 마친 올빼미였는데 조용히 강물을 바라보고있었다.
올빼미는 남자애에게 발각되였다는것을 알았던지 날개를 퍼덕거리며 둔중한 몸집을 하늘로 날아올렸다. 올빼미가 떠난 그 나무아래의 갈라진 틈에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지가 놓여있는듯싶었다. 남자애는 그 나무가지에 눈길을 모았다.
아, 그것은 나무가지가 아니라 나무가지와 같은 뿔을 머리에 떠인 사슴이였다. 그것은 남자애가 처음으로 보는 사슴이였다.
남자애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멋지게 생긴 그 짐승을 바라보았다.
남자애는 갑자기 잘못 본것이나 아닐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사슴의 머리는 줄곧 움직이지 않았는데 진짜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지 같아보였다.
한참 지나서 그놈의 귀가 약간 움직였다. 그놈은 주변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던것이다. 그놈은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따라서 귀는 더욱 령활하게 움직였다. 그놈은 무슨 동정인가를 들은것 같았다. 그놈은 또 돌멩이처럼 굳어졌다.
한참 지나서 사슴이 또 몸을 움직였다. 남자애는 그제야 건장한 몸집의 수사슴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주변의 색갈과 다른 갈색의 털은 반짝반짝 빛을 뿌렸는데 하늘거리는 불꽃을 보는듯한 느낌이였다. 남자애의 눈길도 반짝 빛났다. 사슴은 길다란 목을 쑥 내밀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사슴은 갑자기 머리를 잔뜩 쳐들고 마술에라도 걸린듯 마구 흔들더니 뒤에 있는 삼림속으로 달려들어갔다.
남자애는 인차 사슴이 왜 그렇게 놀랐는지를 알수 있었다. 워낙은 사슴이 물을 먹던 곳에서 10메터도 채 못되는 곳에 늑대 한마리가 나타났던것이다. 늑대는 사슴이 도망친방향을 가늠하는듯 주변을 살펴보더니 관목림속으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늑대는 아무 동정도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그야말로 남자애가 종래로 본적이 없는 분주한 세상이였다.
“저놈이 또 나타나서 성가시게 구는군.”
빠투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자애는 그때에야 빠투가 깨여난것을 알게 되였다. 빠투는 오른손식지를 방아쇠에서 내리우고있었다.
사슴이 도망치는 소리가 빠투를 잠에서 때운듯싶었다. 하지만 빠투는 미처 방아쇠를 당길 새가 없은것 같았다.
사슴을 겁 먹게 한 그 늑대도 빠른 속도로 삼림속에 몸을 숨겨버렸다.
빠투는 천막에 돌아와 아침밥을 먹은후 다시 남자애를 데리고 문을 나섰다.
빠투는 아침과 다른 길을 택했다. 도중에 그들은 강 하나를 건넌후 찌는듯한 해볕을 머리에 이고 삼림을 가로 지났다.
빠투는 길을 가다가도 허리를 굽히고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오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펴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피다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얼마 걷지 않고 멈추어섰다. 남자애는 자기들이 어디에 왔는지를 모르고있었다. 하지만 자기들이 아침에 매복해있던 그곳의 맞은켠에 와있다는것은 어렴풋이나마 느낄수 있었다.
빠투는 또 주변을 살펴보다가 앞에 있는 언덕을 목표로 정한것 같았다.
그들은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빠투가 갑자기 남자애를 향해 걸음을 멈추라고 눈짓을 했다. 그후 빠투는 총을 들고 살금살금 언덕을 향해 다가갔다. 빠투가 다시 남자애를 향해 눈짓을 하자 남자애는 그 뜻을 알아맞추고 언덕쪽으로 걸음을 재우쳤다.
만약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파아란 풀들이 돋아난 작은 언덕옆에 비물에 밀려 생겨난 골짜기쯤으로 여겨질것이였다. 하지만 빠투가 골짜기어구에 무성하게 돋아난 풀들을 헤치자 작은 동굴입구 하나가 나타났다.
“어미늑대가 나갔다.”
빠투가 조용히 말하면서 동굴우에 올라가 힘껏 발을 굴러댔다. 흙부스러기들이 우수수 떨어져 동굴입구를 막았다. 하지만 동굴입구가 완전히 막히지는 않았다.
남자애는 빠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수 없었다.
빠투는 남자애를 데리고 그곳을 따났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다. 남자애는 자기들이 그냥 동굴입구를 한고패 돌아온것 같은 느낌이였다. 남자애는 빠투가 선택한 한그루의 고목뒤에 몸을 숨겨서야 자기들이 작은 언덕의 다른 한쪽켠으로 왔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놈이 꼭 이곳에서 떠났을거다.”
남자애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간절한 기다림은 차츰 따뜻한 해빛과 시원한 바람에 녹아들었다.
남자애는 소르르 잠이 들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기다리고있는것일가?
남자애는 흠칫 놀랐다. 빠투가 남자애의 손등을 살짝 다쳤던것이다.
남자애는 머리를 쳐들었다.
어미늑대가 남자애네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발걸음이 늘쩡늘쩡 했다. 어미늑대의 입에는 무엇인가 물려있었다. 피뜩 보면 물건을 가득 담은 검은색 주머니 같았다. 절대 새끼늑대가 아니라고 생각되였다. 남자애는 의심스러웠다.
그래 이놈은 제 먹이만 밝히는 어미늑대란 말인가?
하지만 빠투는 어미늑대가 동굴입구가 파괴된것을 발견한후 인차 새끼늑대들과 함께 그곳을 떠나온다는것을 똑똑히 알고있었다. 그것은 늑대의 본성이였다.
어미늑대는 빠투네가 돌아져오던 반대방향으로 오는것이였다.
남자애는 점점 가까와 오는 어미늑대를 주시했다.
어미늑대에게 그 주머니는 너무나 무거운것 같았다. 어미늑대는 매우 힘들어했다. 어미늑대는 힘껏 머리를 쳐들고 입에 문 주머니가 땅에 끌리지 않게 했다.
어미늑대는 남자애가 전에 보았던 모든 늑대들보다 더 잘생긴것 같았다. 그놈은 체대가 미끈했고 코등이며 머리며 등허리의 륜곽이 선명했다. 회백색의 입술도 매우 깔끔해보였다. 남자애는 갑자기 자기의 그 생각을 빠투에게 들려주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때 바투는 이미 그놈에게 총부리를 겨누고있었다.
남자애는 빠투를 향해 입을 열고싶었지만 이미 늦었다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하지만 어미늑대는 그때까지도 자기를 기다리는 운명이 어떠하리라는것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있었다.
총소리가 울렸다.
남자애는 그 소리가 빠투의 총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총부리에서 파아란 연기가 몰몰 피여나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남자애는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구역질이 올라옴을 느꼈다.
남자애는 그제야 매번 총을 만지고 난후 손에서 나던 그 냄새가 무슨 냄새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남자애는 탄알이 날아가던 그 궤적을 똑똑하게 본듯싶었다. 탄알은 상상도 못할 속도를 가진 꿀벌처럼 어미늑대의 가슴으로 날아들었었다.
남자애는 꿀벌과도 같이 작은 그 물건이 그렇게 큰 힘이 있다는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미늑대는 앞으로부터 불어오는 태풍을 만난듯 멈추어 서서 몸을 떨어댔다.
물론 그놈은 자기에게 총을 쏜 흉수를 확인할 새도 없었다.
어미늑대는 선자리에서 고통스럽게 뱅뱅 돌아쳤다. 그놈은 분명 세상이 그렇게 빙빙 돈다고 생각했을것이다. 해빛도 초원도 자작나무잎도 땅도 그렇게 도는것이라고 느꼈을것이다. 그놈은 안전한 곳을 찾아 자기의 몸을 안정시키려고 생각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몸뚱이 하나 안정하게 눕힐만한 그런 자리를 찾을수 없었을것이다. 그놈은 무엇인가를 찾아 빙빙 돌아가는 자기의 몸을 기대이고싶었을것이다.
어미늑대는 쓸어지고싶지 않았을것이다. 아니 쓸어지면 안되였던것이다.
어미늑대는 그때까지도 입에 물고있는 주머니를 내리워놓지 않았다.
빠투는 남자애와 함께 어미늑대를 향해 다가갔다. 빠투는 남자애가 어미늑대의 곁으로 바짝 다가드는것을 제지시키지 않았다. 어미늑대는 그때 이미 쓰러져버렸던것이다. 빠투는 자기의 사격솜씨를 두고 십분 만족해 하는것 같았다.
어미늑대는 이미 죽어있었다. 천천히 식어가는 늑대의 몸은 그처럼 여워고 가냘파보였다. 정말이지 웬간한 개보다도 커보이지 않았다.
남자애는 자기가 아직 잘 모르고있는 그 무엇이 절반쯤 뜨고있는 어미늑대의 눈에서 사라지고있다는것을 느꼈다. 남자애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싶었다. 그리고 어미늑대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보았는지를 알고싶었다.
빠투는 옆에 있는 돌멩이우에 주저 앉았다. 그는 허리를 굽히며 힘들게 신음소리를 냈다. 빠투는 웬 일인지 자기의 사냥물을 살펴보고싶은 생각마저 없는듯 했다.
그 계절에는 늑대의 털마저 다른 계절처럼 그렇게 풍성하지 않았다.
남자애는 어미늑대의 옆에 쪼크리고 앉았다. 남자애가 해빛을 가리우자 어미늑대의 머리가 그림자에 가리워졌다. 그때 남자애는 어미늑대의 눈이 맑은 개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맑음도 순간이였다. 어쩌면 한 생명이 이 세상에 잠간스쳤다 갔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것 같았다. 어미늑대의 눈은 차츰 흐려졌다. 남자애는 더 이상 늑대의 눈을 보고싶지 않았다.
남자애는 어미늑대의 몸에서 상처자국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미늑대는 죽는 그 순간에도 검은색 주머니를 내려놓지 않고있었다. 그것이 남자애의 주의력을 끌었다.
남자애는 나무가지를 주어들고 어미늑대의 입에서 그 주머니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무가지가 너무 가늘어서 성공하지 못했다.
남자애는 손에 들었던 나무가지를 던져버렸다. 어미늑대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무서움도 사라졌다.
남자애는 어미늑대의 머리를 쳐들었다. 무거움이 손으로 느껴졌다. 남자애는 어미늑대의 입을 벌렸다. 크게 힘들지도 않았다. 거품이 섞인 피가 어미늑대의 입에서 흘러내렸다.
피는 남자애의 손에 흘러내렸다.
피는 그때까지도 따듯했다.
빠투의 총은 단번에 어미늑대의 페를 명중했던것이다. 파편은 또 다른 중요한 기관에도 박혔다. 어미늑대는 얼마 고통을 느끼지 않고 눈을 감았던것이다.
남자애는 주머니를 손에 들었다. 주머니는 그리 크지 않았다.
주머니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풍겨나왔다. 남자애는 그 주머니가 눈에 익었다. 주머니는 바로 웬 동물의 위였다. 어쩌면 고라니나 사슴 같은 초식동물의 위 같아보였다. 주머니는 이미 꺼덕꺼덕 말라있었다.
그때 주머니에서 무슨 물건인가 꿈틀거리는것 같았다. 남자애는 놀라 소리치면서 주머니를 땅에 던져버렸다. 주머니안에서 무엇인가가 불만스러운듯 낑낑 소리를 냈다.
남자애는 다시 주머니를 다치지 않았다.
빠투가 주머니를 주어 꺼꾸로 들었다. 주머니안에서 털이 보송보송한 물건이 세개나 떨어져내렸다.
그 물건들은 땅에 닿자 마자 소리를 내는 놀이감처럼 불안하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놈들은 바로 세마리의 새끼늑대였다.
새끼늑대들은 갑자기 주머니안의 검은 환경에서 밖으로 나와서인지 몹시 불안해 했다. 짧은 네다리는 젖살이 올라 포동포동한 몸뚱이를 받치기 힘들어 후들후들 떨리고있었다. 그놈들은 무엇을 찾는지 부산하게 선자리에서 맴돌이를 쳤다.
새끼늑대들의 눈빛은 푸르스름한 짙은 빛을 띠고있었는데 이른 아침 세상을 덮은 안개의 색갈을 방불케 했다. 남자애는그 눈빛에 무엇이 섞여있는지 보아낼수 없었다.
새끼늑대들은 인차 자기들의 목표를 찾아낸듯 쓰러져있는 어미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새끼늑대들은 힘있게 어미늑대의 품을 파고 들어가 조용히 머리를 숨기고있었다. 어미늑대의 차가와지는 품은 새끼늑대들에게 여전히 그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였다. 새끼늑대들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남자애는 머리를 숙이고 서서 어미늑대의 품에 몸을 채 숨기지 못한 새끼늑대를 바라보았다. 새끼늑대의 붉으스름한 작은 입은 어미늑대의 배에서 젖꼭지를 찾아 헤매고있었다. 남자애는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자기의 몸에 있던 따스한 그 무엇이 차츰 사라지는것만 같았다.
바람이 지나간 자작나무숲에서 나무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남자애는 그 바람이 꼭 산꼭대기에까지 불어갈것이라고 생각되였다. 제일 높은 산꼭대기의 그 삼림을 지나면 뒤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질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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