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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거르러치무거 헤허
2013년 12월 06일 09시 31분  조회:1756  추천:0  작성자: 동녘해




1. 지난밤의 바람

봄을 맞은 강에서 늦게까지 녹기 싫어하는 얼음처럼 오래동안 삼림에 내려 앉아 자리를 틀고있던 적막은 고독한 총소리에 산산히 깨여졌다.
거리썬커(格利什克)마저도 그 총소리가 머리칼을 쭈볏이 일어서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귀청을 째는듯한 총소리는 고요한 삼림에서 점점 더 멀리 퍼져나갔다. 총소리는 보이지 않는 맹수의 포효소리처럼 산곡에 메아리쳤다. 산골짜기들에 머물고있던 새들이 황망히 우짖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리썬커는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던 탄알의 궤적을 똑똑히 보았었다. 탄알은 사실 날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지경으로 총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인차 그놈의 굵고 번들번들한 목에 검은 꽃무늬를 피워놓았었다.
그놈은 마치도 커다란 흙무지가 덮쳐오는 홍수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듯 개울에 쓰러지며 사방으로 물방울을 튕겼다.
거리썬커는 총을 들고 여전히 사격자세를 취하면서 그놈이 넘어간 곳을 주시했다. 덩실한 그놈의 등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줄곧 거리썬커의 옆에서 돌아치던 꼬리 없는 사냥개가 펄쩍 뛰여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썬커는 드디여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어깨에 올려놓고있던 총을 내리우고 앉아 여태 쪼크리고있느라 뻣뻣해진 다리를 움직였다. 거리썬커는 호주머니에서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작은 함을 꺼내여 안에서 입담배(口烟)를 조금 꺼내 입에 넣었다. 맵싸하면서도 편한 느낌이 입안에서 감돌더니 그 냄새가 가슴속에까지 유유히 퍼졌다. 거리썬커는 흡족한듯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죽음이란 그렇듯 완만하면서도 고통스러운것이였다. 거리썬커가 총을 들고 개울가로 다가갔을 때 모든것이 끝나있었다.
그놈은 이미 호흡이 멈추어 개울에 쓰러져있었다. 마치도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작은 섬 같아보였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미친듯이 그놈의 몸을 물고 뜯어댔다.
그놈은 어미엘크였다.
거리썬커가 소리를 질러서야 꼬리 없는 사냥개는 극도록 흥분된 상태로 개울복판에 서서 마지못해 피가 얼룩진 머리를 쳐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거리썬커가 안간힘을 다 쓰고 꼬리 없는 사냥개가 옆에서 거들었지만 도무지 어미엘크를 강변에 끌어올릴수 없었다. 거리썬커는 엘크의 머리를 개울쪽으로 향하게 하고 목을 찔러 피를 뽑았다.
바스락바스락 하는 소리가 거리썬커의 뒤에서 들려왔다. 거리썬커는 반사적으로 옆에 놓인 총을 주어들고 몸을 돌려 묘준했다. 그런 동작들을 하는데 1초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금방 사냥물을 포획했을 때가 사냥군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였다. 사냥물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냄새가 부근에 있는 곰과 같은 맹수들을 불러올수 있었던것이다.
무성한 관목림에서 몸을 움츠리고있는 붉으스름한 털을 가진 작은 동물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썬커는 그제야 천천히 총을 내리웠다. 그놈은 새끼엘크였다. 그놈은 부들부들 떨면서 강변의 관목림에서 간신히 머리를 내밀었다. 그놈의 털은 붉은색을 띠고있었는데 가을날의 불타는 락엽송 색갈을 방불케 했다. 몸뚱이 크기로 보아 태여난지 한달쯤 됨직했다.
그놈은 포도처럼 동글한 눈을 크게 뜨고 눈앞에 펼쳐지는 생소한 세상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놈은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그 사실을 믿고싶지 않아 하는것 같았다. 하늘을 진감할듯한 그 총소리가 그놈을 몹시 놀래운듯싶었다. 어미엘크가 개울에 쓰러지자 새끼엘크는 어쩔바를 몰라 하며 허둥지둥 삼림으로 들어가 숨은 모양이였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그제야 자기의 실직때문에 부끄러워 하는것 같았다. 그놈은 분노한듯 포효하면서 새끼엘크를 향해 쏜살같이 뛰여갔다.
거리썬커가 큰 소리로 제지시켜서야 꼬리 없는 사냥개는 새끼엘크에게 덮치지 않았다. 아니라면 새끼엘크는 진작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목줄을 물려 끊겼을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아쉬운지 새끼엘크의 곁을 맴돌면서 가끔씩 거칠게 소리를 질러댔다.
새끼엘크는 너무도 무서워 부들부들 떨면서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 시각 삼림도 새끼엘크를 숨겨주지 못했다. 새끼엘크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끌고 거리썬커의 앞으로 다가와 그의 두다리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거리썬커는 사냥개를 제지시킬뿐 일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하지만 새끼엘크는 어느새 거리썬커의 손을 찾아 손가락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새끼엘크의 보들보들한 혀바닥이 따듯한 난류가 되여 사냥으로 거칠어진 거리썬커의 손가락을 덥혀주고있었다.
거리썬커는 어미 잃은 새끼엘크를 어떻게 처리할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줄을 모르는 새끼얼크는 거리썬커를 졸졸 따라 숙영지로 갔다.
어쩌면 얼굴에 주름살이 쪼록쪼록한 그 늙은이의 몸에 어미엘크의 혼이 옮겨 붙은것이나 아닐가 하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거리썬커가 천막으로 들어가자 새끼엘크도 따라들어갔다.
새끼엘크는 너무도 지친듯싶었다. 그 하루사이에 새끼엘크는 받아 당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일을 껶어냈던것이다. 새끼엘크는 천막으로 들어가자마자 구석을 찾아 엎드렸다. 그제야 새끼엘크는 저도 모르게 사람들이 사는 천막으로 들어선것을 좀 후회하는듯싶었다. 삼림속을 뛰여다니는 야생동물인 새끼엘크가 사람들이 사는 작은 공간에 들어선후 느껴지는 공포감은 무지한 호기심으로 표달되였다. 천막중간에 놓여진 난로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새끼엘크는 그것이 바로 모든 야생동물들이 제일 꺼리는 그 불이라는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공포감도 새끼엘크의 피로를 물리칠수는 없는것 같았다. 새끼엘크는 그곳을 자기에게 제일 안전한 곳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새끼엘크는 천막 한구석에 옹크리고 누웠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작아보였다. 새끼엘크는 머리를 배에 딱 붙이고 혼곤히 잠들어버렸다.
거리썬커는 총을 침대머리에 걸어놓은후에야 천막 한구석에 쪼크리고 누워 단잠을 자는 새끼엘크에게 주의를 돌리기 시작했다.
거리썬커가 일생 처음으로 엘크를 사냥한것은 13살 나던 해였다. 그번에 사용한것은 당시 거리썬커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로씨야제 보총이였다. 그때로부터 거리썬커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엘크를 사냥했다. 하지만 새끼엘크를 잡은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거리썬커는 새끼엘크의 옆에 조크리고 앉았다. 새끼엘크의 붉으스름한 털은 천막밖에서 비쳐들어오는 해빛에 비쳐 반짝반짝 빛나고있었는데 여름날 황혼녘의 불타는 노을을 방불케 했다.
거리썬커는 새끼엘크의 발굽에 무엇인가 뽈록 튀여나온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동한 거리썬커는 조심스럽게 그곳을 만져보았다. 하지만 다른것은 만져지지 않고 나른한 발굽만 손에 맞혀왔다. 마치 잘 익은 밤톨 같았다. 뽈록 튀여나온 그 부분을 꼭 누르자 쏙 하고 들어가기까지 했다. 거리썬커는 소중한 골동품을 잘못 눌러 망가먹을가봐 두려운듯한 표정으로 손을 당겨왔다.
새끼엘크는 거리썬커의 그 행동에 놀라 눈을 뜨고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눈동자가 참 맑았다. 너무 맑아서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을 방불케 했다. 그 눈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이 졸졸 새여나와 더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새끼엘크는 자기가 어떻게 그 생소한 세상으로 왔는지를 아는것 같지 않았다. 새끼엘크는 흠칫흠칫 놀라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거리썬커를 발견하고는 두려운듯 다시 조용해졌다. 새끼엘크는 귀엽게 생긴 머리를 조심스럽게 거리썬커에게 가져가서는 인사라도 하는듯 부드러운 혀를 나름거리며 거리썬커의 손을 찾았다. 또 거리썬커의 손가락을 빨려는것 같았다. 잠간후 새끼엘크는 머리를 배에 붙이고 바들바들 떨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새끼엘크는 단잠에 들었던지 꼬리 없는 사냥개가 천막밖에서 흉악스러운 눈길로 자주 천막안을 들여다보며 으르렁거리는것도 모르고있었다. 거리썬커는 번마다 꼬리 없는 사냥개를 제지시켰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있었다. 그것은 꼬리 없는 사냥개의 직책이였던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삼림에 들어와 사람들과 함께 사냥을 하면서부터 그것을 자기의 운명으로 믿고있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사냥물을 추격하여 면바로 대방의 몸에 덮쳐야 했고 그놈들의 뒤다리를 물어 뜯어야 했으며 더 좋기는 그놈들의 목줄을 물어 끊어야 했다. 그리고 일찍 동면에서 깨여난 곰이 숙영지를 습격할 때면 용감하게 맞받아 나가 등에 덮쳐 들어 게거품을 흘리면서 주인이 그놈에게 총을 쏘아 넘어뜨리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날밤, 거리썬커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무엇인가가 넘어지는듯한 큰 소리에 잠에서 깨여난 거리썬커는 급히 침대머리에서 총을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천막안에서 울렸다는 생각이 인차 머리를 쳤다. 그렇다면 그것은 숙영지를 습격하러 내려온 곰이 한 짓이 아니라는 말이 되는것이다. 거리썬커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초불을 붙였다.
귤색의 따뜻한 불꽃이 어두운 천막안을 밝혔다. 꿈속에서 보는듯한 정경이 펼쳐졌다. 새끼엘크가 삼림에서 길을 잃은듯 길다란 네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초불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그 눈에는 맑은 물이 가득 담겨 반짝이고있었다.
그때 새끼엘크는 난로옆에 서있었는데 가냘픈 그 모양은 처음으로 삼림에 들어갔다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를 방불케 했다.
그놈의 발굽옆에는 차번져놓은 먹이그릇이 놓여져있었다. 한참이나 초불을 바라보던 새끼엘크는 초불에 대한 호기심을 접었는지 다시 먹이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끼엘크는 바닥에 널려진 밥덩이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하지만 그놈은 바닥에 가득 널려있는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아직 모르는것 같았다.
“배가 고파?”
거리썬커는 자기가 무슨 생각으로 그 말을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천막안에서 거리썬커는 보통 말을 하지 않았었다. 말을 하고싶지 않은것이 아니라 말할 기회가 없었던것이다. 심산속에 위치한 그 숙영지에서 거리썬커는 혼자 근 백마리에 달하는 순록을 방목하고있었다.
새끼엘크는 방금 난생 처음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것이다. 생소한 목소리, 생소한 환경에 불안해진 새끼엘크는 방금전의 그 소리를 더 똑똑히 들으려는듯 두귀를 쫑긋 치켜세웠다. 그것은 새끼엘크가 인류의 소리에 대한 첫 기억으로 될것이였다. 새끼엘크가 원하든 말든 그놈은 이미 인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던것이다.
거리썬커는 병에 넣은 순록의 젖을 찾아냈다. 순록의 젖은 워낙 많지 않기에 평소에는 차를 끓일 때 조금씩 넣을뿐이였다. 전날에 짠 젖이였기에 벌써 얼마간 응고되여 있었다.  거리썬커는 손으로 한덩이를 떠서 들고 새끼엘크를 불렀다. 새끼엘크에게는 그때까지도 이름이 없었다. 만약 줄곧 어미엘크를 따라다녔다면 새끼엘크는 근본 이름이 필요없었을것이다. 엘크의 세계에서 그놈은 너무도 평범한 한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놈은 이미 인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는지라 인류가 사는 방법대로 이름이 있어야 했다.  이름은 사람들이 그놈을 부를 때 꼭 필요한것이였다.
거리썬커는 그놈을 그냥 “작은 엘크”라 부르기로 했다.
순록의 젖은 작은 엘크에게 익숙한것이였다. 비록 어미엘크의 젖에서 나는 상큼한그 냄새와는 좀 달랐지만 그 시각 순록의 젖은 그처럼 작은 엘크의 구미를 당기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천천히 거리썬커곁으로 다가와 혀를 내밀어 병을 핥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병에 들어있는 순록의 젖을 단숨에 다 먹어치우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운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두눈을 지그시 감고 자기의 몸에서 벌어지고있는 모든것을 향수하는것만 같았다.
작은 엘크는 눈 한번 깜빡 할 새에 순록의 젖을 한병 굽을 냈다. 말끔하게 빨아 먹은 병을 당겨오자 작은 엘크는 머리를 들고 거리썬커를 쳐다보았다. 아직 배가 차지 않는 모양이였다. 전에 어미엘크의 젖을 마음대로 빨아먹던 작은 엘크는 종래로 그런 일을 당해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그곳으로 오기전 작은 엘크는 어미엘크의 젖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것 같았다.
날이 이미 어두웠는지라 거리썬커는 밖에 나가 순록의 젖을 더 짜올수도 없었다.
긴긴밤, 배가 고파난 작은 엘크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천막안에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천막안의 모든것이 점점 작은 엘크의 호기심을 유발하는것 같았다. 먹이그릇을 올려놓은 시렁이 너무 높아 작은 엘크는 도무지 입을 댈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냄새는 못 견디게 작은 엘크의 코를 파고들었다. 어둠속에서 그놈은 끝내 먹이그릇을 올려놓은 시렁을 걷어차 넘어뜨렸던것이다. 시렁우에 올려놓았던 소래며 병이며가 바닥에 가득 널렸다. 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작은 엘크는 진정하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서 여전히 허둥거렸다. 작은 엘크는 그것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수 있었다. 초불아래에서 작은 엘크는 바닥에 가득 널려있는 높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그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자연에서는 그러한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수 없었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를 향해 상징적으로 한마디 소리치고는 다시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는 정말 눈을 뜨고싶지 않았던것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거리썬커는 웬 재채기소리를 듣게 되였다. 거리썬커는 이상한 생각이 갈마들었다.
작은 엘크도 재채기를 할줄 안단 말인가?
거리썬커는 엘크가 재채기를 할줄 안다는 소리를 종래로 들어본적이 없었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손더듬으로 성냥을 찾아 초에 불을 붙였다. 거리썬커의 눈앞에는 폭풍이 스쳐지난듯한 살풍경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밀가루포대가 찢어져 사처에 밀가루가 날려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천막복판에 서있는 작은 엘크의 온몸에는 밀가루가 하얗게 들씌워져있었다.
그날밤, 거리썬커는 도무지 제대로 잠을 잘수 없었다. 작은 엘크는 한시도 진정하지 않고 련속 일을 쳤다. 그놈은 방금 물통을 번져놓는가싶더니 또 조심하지 않아 엉뎅이를 뻘겋게 달아오른 난로에 부딪쳐서 데기도 했다. 천막안은 작은 엘크의 털이 끄슬고 가죽이 익어번지는 이상한 냄새가 가득 찼다. 나중에 작은 엘크는 술통마저 차서 번져놓았다. 거리썬커는 별수 없이 끈을 찾아 그놈의 목을 비끌어매서 천막구석의 가름대에 묶어놓은후 초불을 불어껐다. 거리썬커는 사냥개가 작은 엘크를 물어 뜯어 내장을 파먹을가봐 감히 천막밖에는 내놓을수 없었다.
천막안은 잠시 안정을 찾았다.
거리썬커가 잠에 곯아떨어진지 얼마 안되여 갑자기 천막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놀라 깨여난 거리썬커는 일시 영문을 알수 없어 창문을 통해 천막밖을 내다보았다. 뭇별이 반짝이는 맑은 하늘이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 밀었다. 귀를 기울여보아도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천막은 왜 그렇게 흔들린것일가?
거리썬커는 피곤해서 몸도 가누기 힘들었지만 별수 없이 또 일어나서 초에 불을 붙였다.
거리썬커의 예산대로 작은 엘크가 밭갈이를 하는 둥굴소처럼 안간힘을 다해 자기의 목에 감겨진 줄을 끌어당기고있었던것이다. 그 바람에 크게 뜬 두눈이 뻘겋게 충혈되여있었고 배에는 굵은 피줄이 퍼렇게 살아나있었다. 끈은 이미 작은 엘크의 목부위의 털을 비집고 들어가 가죽을 죄이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자기의 목을 죄이는 그 끈을 끊으려고 모지름을 쓰고있었다. 멀건 침이 그놈의 입귀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거리썬커는 그 작은 몸뚱이에서 나오는 힘에 천막이 흔들린다는것이 놀랍게 생각되였다.
거리썬커는 주저없이 작은 엘크쪽으로 다가갔다. 그놈의 목에 감긴 끈을 인차 풀어주지 않으면 그놈이 곧 목이 졸려 죽을것만 같았다.
“죽여치워야 속이 시원할 놈 같으니라구.”
거리썬커는 중얼중얼 작은 엘크를 욕하기 시작했다.
끈이 작은 엘크의 목을 너무 꽁꽁 죄였기에 일시 거리썬커의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여전히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있었다.
거리썬커는 별수 없이 베개밑에서 사냥칼을 꺼내들었다. 끈이 너무 팽팽하게 죄여있었기에 칼날을 대자마자 툭 하고 끊어져버렸다. 작은 엘크는 끈이 끊어지는 속도 그대로 천막벽에 부딪쳤다. 다행히 범포로 만들어진 천막이였기에 작은 엘크는 어디도 다치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겨우 몸을 바로한후 크게 들숨을 들이쉬였다. 거리썬커는 그놈이 천막안의 공기를 다 마셔버리려는것이나 아닐가 하고 생각했다.
작은 엘크는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그놈은 비록 작은 체구였지만 절대로 그 어떤 속박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던것이다. 그 일이 있은후 거리썬커는 다시 작은 엘크의 목을  끈으로 묶으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놈은 엘크였지 순록이 아니였던것이다.
동녘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푸르스름한 그 빛은 겨울날의 얼어붙은 수면을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는 다시 천막구석을 찾아 몸을 옹송그리고 잠이 들었다. 거리썬커도 너무나 힘들었다. 그는 자리에 눕자 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거리썬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양은 창문을 비추고있었고 난로불은 진작 꺼져있었다. 하지만 창문으로 비쳐든 해볕때문에 거리썬커는 그닥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몹시 차다고 느껴졌다. 거리썬커는 머리를 돌려서야 작은 엘크가 자기의 손가락을 빨고있음을 발견했다. 거리썬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작은 엘크는 손가락을 빨던 동작을 멈추고 불안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리썬커는 빨리 일어나 난로에 불을 피우고 차물을 끓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먼저 순록의 우리에 가서 젖을 짜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거리썬커는 일년 사계절 사람그림자 하나 없는 심산에서 순록을 돌보며 살아야 했다. 한두달에 한번씩 쌀이나 밀가루 그리고 소금과 같은 생활필수품을 올려다 주는 사람이 있었다. 가끔은 비닐주머니에다 흰술을 담아다줄 때도 있었다.
술은 숙영지로 들어오기만 하면  요귀처럼 거리썬커를 곤죽이 되도록 취하게 만들었다. 거리썬커는 번마다 많은 술을 마셨고 그 술은 거리썬커의 위에서 빨리 타번졌다. 술은 거리썬커의 몸을 활활 태워 재더미로 만들고싶어하는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산에서 뛰여노는 순록을 돌보는 일마저 까맣게 잊었고 순록이 달아난것을 발견하고는 끝도 없이 산을 찾아 헤매군했다.
그렇게 술에 취해 쓰러지는 순간은 거리썬커가 휴식을 하는 시간들인지도 몰랐다. 그런 시간들에야만 거리썬커는 비로소 모든 시름을 던져버리고 마음껏 휴식을 할수 있었다. 가끔 한번 취하면 일주일이나 깨지 못할 때도 있었다. 잠간 술을 깨는가싶으면 또 대량의 술을 마셔 사라지려던 화염을 활활 타오르게 했던것이다.
한주일후, 무연한 황야와도 같은 혼미에서 깨여난 거리썬커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강변으로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그때면 버려진 숙영지와 같이 거칠은 얼굴이 수면에 삐끼군 했다.
거리썬커는 천막에 돌아와 차물을 끓여놓고 신선한 순록의 젖을 마셨다. 며칠이나 음식을 받지 못한 위가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썬커는 연신 구역질을 했지만 파아란 담즙만 찔끔찔끔 올라올뿐이였다.
거리썬커에게 있어서 그것은 삼림에서의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할수 있었다. 순록의 젖이 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거리썬커는 다시 삼림에서의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 생활은 전에 아무것도 발생한적이 없는듯 그처럼 평범했다.
진종일 가도 숙영지에는 거리썬커와 순록과 꼬리 없는 사냥개뿐이였다. 거리썬커는 날마다 꼬리 없는 사냥개를 끌고 숙영지를 멀리 벗어난 순록을 찾아와야 했다.
작은 엘크의 돌연적인 출현은 거리썬커의 조용한 생활에 파문을 밀고왔다. 작은 엘크는 놀라운 속도로 커갔다. 얼마 안되여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먹여주는 신선한 순록의 젖에 의탁하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어떤 먹이에나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참, 대단해!”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영원히 포만감을 모를것 같은 위를 두고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작은 엘크의 세계에는 먹이밖에 없는것 같았다. 그의 모든 세상은 먹이를 둘러싸고 돌아가는듯싶었다. 그외 더 있다면 거리썬커라고 부르는 머리칼이 뿌옇게 세여가는 늙은일것이였다. 그 늙은이는 작은 엘크의 먹이의 원천이였다. 쌀밥, 남새, 고기… 어느 한가지도 마다하는것이 없었다. 작은 엘크의 위는 먹이가 들어가도 들어가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심연인듯싶었다.
숙영지에는 언제나 작은 엘크의 먹이가 충족했다. 거리썬커는 가끔 호기심이 동해 작은 엘크의 위가 도대체 얼마나 큰가를 실험해보고싶었다. 하여 작은 엘크가 마음대로 먹게 놔두기도 했다. 그때마다 거리썬커는 놀랍게 많은 수량의  먹이가 놀라운 속도로 눈앞에서 사라지는것을 놀랍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앞에 먹이가 있기만 하면 작은 엘크의 입이 영원히 닫겨지지 않을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어 천막까지도 아작아작 다 먹어버릴것만 같았다. 거리썬커는 고무풍선처럼 똥똥 뿔어나는 작은 엘크의 배에 파아랗게 돋아나는 혈관을 보면서 감히 더 이상 지켜볼수만 없었다. 만약 자기가 제지시키지 않는다면 그놈은 배가 툭 터져버려도 계속 먹이를 먹어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엘크는 절대 먹이의 맛을 가늠하는것이 아니라 무작정 먹이를 위에 집어놓는것을 목적으로 하는것 같았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먹이를 모두 배속에 집어넣어야 비로소 시름을 놓을것 같았다.
눈앞에 놓여져있던 먹이그릇이 굽을 보여서야 작은 엘크는 머리를 쳐들고 거리썬커를 바라보았다. 작은 엘크는 그제야 탐식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돌아온듯싶었다. 하지만 작은 엘크의 현실세계에는 여전히 먹이가 모자라는듯싶었다.
먹이야, 먹이야. 다 어디로 갔느냐?
작은 엘크의 가련한 표정은 거리썬커에게 그렇게 묻는듯싶었다.
절대 더 먹일수 없었다.
거리썬커는 드디여 작은 엘크의 위의 크기를 시험해보자던 생각을 포기하고말았다.
 

2. 고요한 세계

가을날 아침, 작은 엘크는 투명하고 반짝이는 해빛아래 숙영지앞의 공지에 서서 몸뚱이와 어울리지 않게 큰 머리를 흔들어댔다. 작은 엘크의 머리는 어쩌면 너무나 많은 영양을 흡수한듯 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그 큰 머리로 아직도 하루종일 뭘 하면서 놀가를 결정하지 못한듯싶었다.
가는 나무가지가 작은 엘크에게서 머지 않은 풀밭에 떨어지면서 낮은 소리를 냈다.
작은 엘크는 놀라운듯 머리를 쳐들었다. 순간 삼림세계에서 극히 평범하지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그 장면을 보게 되였다.
넋을 잃은듯한 친칠라 한마리가 용수철같은 등허리를 잔뜩 쳐들고 키가 큰 락엽송줄기를 미친듯이 기여올랐다. 그뒤로 털색이 알록달록한 꿩매가 놀라운 비행기교를 발휘하여 친칠라를 쫓아 나무주위를 뱅뱅 돌아쳤다. 그렇게 고속비행을 할수 있는 맹금들은 날렵한 날개와 길고 가는 꼬리로 빼곡한 나무가지사이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수렵물을 공격할수 있었다. 꿩매는 부지런히 날개를 퍼덕이면서 보슬보슬한 털을 가진 친칠라의 뒤를 바싹 쫓았다. 조류의 세계에서 아마도 꿩매만이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수렵물을 쫓아 잡을것이다. 매나 독수리 같은 대형의 맹금들은 감히 그러한 환경에서 사냥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것이다. 그놈들은 힘이 무진장 하지만 령민성은 부족해서 걸핏하면 빽빽한 나무가지에 부딪쳐 목을 끊어먹을수 있었던것이다.
그것은 삼림에서 늘 볼수있는 장면이였다. 친칠라는 반드시 꿩매보다 더 빨리 달려야 생명을 부지할수 있었다. 반면에 꿩매는 친칠라보다 더 빨리 날아야 수렵물을 사냥해서 허기진 배를 달랠수 있었다. 이것은 삼림에서의 생존법칙이였다.
머리를 잔뜩 쳐들고 쫓고 쫓기는 친칠라와 꿩매의 사투를 지켜보고있던 작은 엘크는 천막쪽에서 거리썬커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를 따라 삼림에 들어온후 그러한 부름이 먹이와 련결되여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작은 엘크는 나무우에서 펼쳐지는 친칠라와 꿩매의 사투에 흥미를 잃고 모락모락 연기가 피여오르는 천막으로 네다리를 날렸다. 천막은 안온함을 의미하는 곳이였고 먹이를 상징하는 곳이였다.
그날아침, 작은 엘크는 단번에 큼직한 소래에 담겨져있는 입쌀죽을 다 먹었고 또 제일 큰 빵도 두개나 먹어버렸다. 배 부르게 먹이를 먹고난 작은 엘크는 천막앞에서 고무풍선처럼 똥똥하게 불어난 배를 땅에 딱붙이고 엎드려 해볕을 쪼였다. 그 모양은 다리가 가늘고 배가 큰 게으른 거미를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는 그렇게 숙영지에서 입쌀죽을 한 소래씩 먹어치우는 하나 또 하나의 행복한 아침을 맞았고 아무 할 일도 없는 하루 또 하루의 무료한 낮시간들을 허송했으며 활활 피여오르는 난로불로 따뜻한 천막의 밤을 보냈다.
숙영지의 생활에 습관이 된 작은 엘크는 차츰 뼈가 굵어갔다. 작은 엘크는 순록무리와 함께 숙영지와 멀리 떨어진 곳까지도 갈수 있었다.
체형상으로 볼 때 엘크는 순록들과 같은 과에 속하는 동물이였다.
오랜시간 동안 작은 엘크는 자기를 순록이라고 믿고있은것 같았다. 어릴 때 어미엘크와 함께 했던 그 약간의 기억마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말끔히 사라져버린듯 했다.
아침마다 작은 엘크는 순록무리들과 함께 숙영지를 떠나 깊은 삼림속으로 들어갔다. 이미 야성을 상실한 순록들이 머리를 숙이고 날렵하게 입술을 움직여 땅에서 리트머스이끼(石蕊)나 지의류를 찾아 먹을 때면 그뒤를 따라가는 작은 엘크는 막연한 눈길로 그놈들을 바라볼뿐이였다. 작은 엘크는 머리를 숙여 그런것들을 직접 뜯어 먹지 않고도 자기의 위가 근본 그런 식물들을 받아당할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는듯 했다. 그때 작은 엘크는 이미 진정으로 황야를 떠나있었지만 그의 몸에 잠재해있는 본능은 그에게 먹이가 눈앞에 널려있다고 암시를 하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시력이 그닥 좋지 않은 자기의 두눈보다 코를 더 믿었다. 작은 엘크는 인차 자기만의 세계를 찾은듯싶었다. 작은 엘크가 머리를 쳐들기만 하면 자작나무며 백양나무며 관목과 같은 나무의 새싹들이 그의 입에 닿을수 있었다. 작은 엘크는 도톰한 입술을 벌려 수지향이 짙게 풍기는 파릇파릇한 나무잎을 입에 넣으면 될것이였다. 작은 엘크는 그것이야 말로 자기의 훌륭한 먹이라고 알고있었다. 
누구도 작은 엘크에게 그 같은 나무잎이나 싹을 먹어야 한다고 배워준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몸에 숨어있는 본능의 지배아래 무성한 삼림에서 자기에게 적합한 먹이를 더 많이 찾으려고 애쓰게 되였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차츰 작은 엘크가 이미 야생의 엘크들이 오래동안 이어오던 식습관에 적응되였다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하기에 작은 엘크는 순록들과 함께 삼림으로 가도 절대 순록들과 먹이를 쟁탈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에게는 필경 서로의 부동한 먹이가 있었던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작은 엘크의 간식으로 될수도 있었다. 그는 빵이며 구은 만두며 밀가루국수 같은 음식도 절대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한 음식들은 작은 엘크의 몸을 부단히 변화시켜주는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어릴 때 가지고있던 적갈색의 털이 차츰 황혼빛을 방불케 하는 짙은 갈색으로 변한것을 발견했다.
동시에 영양이 충족하여 털에 기름기가 흘렀는데 비단필처럼 윤기가 돌았다. 작은 엘크에게 있어서 변화는 털뿐만이 아니였다. 그놈의 체구도 튼실하게 변해갔는데 다리는 길었고 키는 다 큰 순록과 비슷했다. 다만 체중이 보통 순록들보다 좀 가벼울뿐이였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야생의 같은 나이의 엘크들보다 크고 튼실하다고 생각했다.
작은 엘크가 그처럼 빨리 크기 시작하기전에 거리썬커는 그놈이 인차 천막생활에 작응하는것을 보고 잠간 놀랐을뿐이였다. 밤이면 작은 엘크는 머리로 천막문을 막은 커튼을 밀어 열고는 밖으로 나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잠간후 관목림에서는 개울물 흐르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줌 누는 소리였다. 작은 엘크는 오줌도 참 오래 누었다. 한번은 거리썬커가 그 시간을 재여보았는데 2분도 더 되였다. 그놈의 방광도 위처럼 큰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오줌을 다 눈후 한몸 가득 한기를 안고 천막안에 들어와 난로곁의 따스한 곳을 찾아 다시 꿈나라에 들어가군 했다.
작은 엘크는 자기의 성장을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그냥 새끼라고만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사실 날마다 몰라보게 자라갔다.
작은 엘크는 계속 천막안에서 거리썬커와 함께 지내려고 했다. 하지만 천막은 이미 작은 엘크를 용납하기에 너무 작았다. 작은 엘크가 육중한 몸을 움직일라치면 가끔은 엉뎅이로 난로를 쳐서 비뚤게 만들어놓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 난로안에서 나온 까만 재들이 천막안을  뽀얗게 어질러 놓았다. 그런것에 이미 습관이 된 작은 엘크는 아무 일도 없었던듯이 천막의 여지저기를 헤집고 다니다가 물통에 주저앉기도 했다. 물통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면 작은 엘크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기여 일어났다. 하지만 물통은 이미 세찬 바람을 만난 종이함처럼 찌그러진 뒤였다.
작은 엘크는 평소 늘 조심하느라 했지만 천막안은 언제나 코끼리가 도자기상점에 들어간 판국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먹이그릇이 나뒹굴고 시렁이 넘어지면서 소래며 사발과 같은것들이 바닥에 널렸다.
달빛이 교교하던 어느날저녁, 거리썬커는 끝내 작은 엘크를 천막에서 쫓아냈다.
작은 엘크는 기어코 다시 천막안으로 들어가려고 부득부득 애를 썼다. 하지만 거리썬커가 끈으로 천막문을 막은 커튼을 고정시켜 놓은데서 작은 엘크는 도무지 소원성취를 할수 없었다. 작은 엘크가 고정한 커튼쯤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천막안을 살필라치면 거리썬커는 인차 묵직한 장작가지를 뿌렸다. 작은 엘크는 별수 없이 천막안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을 포기하는듯싶었다. 하지만 그놈은 천막밖에서 시종 고통스러운 신음을 했다. 거리썬커는 창문을 통해 작은 엘크가 분노에 찬 눈길로 지나가는 순록을 막아서서 으르렁 거리는것을 보았다. 작은 엘크는 긴긴 밤을 패며 천막주변을 분주하게 돌아쳤다.
이튿날아침, 날이 채 밝지도 않았지만 거리썬커는 자리에서 일어나 난로를 피우려고 커튼을 고정한 끈을 풀었다.
천막주변에서 작은 엘크를 찾을수 없었다. 거리썬커는 급히 작은 엘크를 찾아나섰다. 다행이 멀지 않은 관목숲에서 작은 엘크의 재빛 륜곽이 보여왔다. 털끝에는 온통 이슬이 덮여있었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를 향해 다가오는듯싶더니 못 본듯 그의 옆을 스쳐지났다. 작은 엘크는 그때까지도 거리썬커에게 화를 내고있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관목숲에서 밤을 낸 모양이였다. 관목숲에서의 그 첫날밤이 상상처럼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듯 했다.
그날부터 작은 엘크는 다시 낮고 비좁은 천막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간혹 천막안에 머리를 들이밀고 살피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천막안에서 풍기는 먹이냄새의 유혹때문이였다.
작은 엘크는 나날이 숙영지에서의 생활에 습관되여갔다.
날마다 황혼이 되여 천막마다에서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가 피여오를 때면 커다란 몸뚱이의 작은 엘크는 순록무리들과 함께 천천히 숙영지로 돌아왔다. 숙영지에 어둠이 깃들어도 순록들은 여전히 밖에서 서성대기를 좋아했다. 그놈들도 자기들에게 위협으로 되는 야수들이 사람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불을 제일 무서워하고있다는것을 아는듯싶었다. 하기에 순록들은 사람이 살고있는 숙영지를  안전지대로 생각하고있었다. 숙영지보다 삼림을 더 좋아하는 순록들도 가끔씩 있었지만 그들도 나중에는 숙영지로 돌아왔다.
거리썬커는 한무리의 흘갈색 순록무리가 멀리에서 숙영지를 향해 다가오는것을 바라보았다. 그놈들은 삼림에서 뭉게뭉게 떠다니는 연무를 방불케 했다. 그 몽롱한 연무속에서 한줄기의 밝은 불꽃이 타오르고있었는데 그 색갈은 마치도 용해된 동을 보는듯싶었다. 그것은 바로 순록무리에 서있는 작은 엘크의 털색이였다.
숙영지에 돌아온후이면 순록들은 인차 제각기 흩어졌지만 작은 엘크는 천천히 천막앞으로 다가가 큼직한 머리를 어둠침침한 천막에 들이밀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거리썬커를 찾는것 같았다. 만약 그때 거리썬커가 천막안에 있다면 작은 엘크에게 빵과 같은 먹이를 던져주었을것이다. 그것은 작은 엘크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작은 엘크는 기어코 천막안에 들어가려고 했을것이다.
만약 거리썬커가 천막안에 없다면 작은 엘크는 천막어구에 잠간 앉아있다가 마당으로 나가서 조용히 그를 기다렸을것이다. 그렇게 무작정 거리썬커를 기다릴 때면 작은 엘크는 반혼미상태에 들어간듯 머리를 푹 숙이고 두귀를 떨어뜨리고 앉아 두눈을 반쯤 감고 졸음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날, 작은 엘크는 무슨 동정인가를 들은듯 갑자기 머리를 번쩍 쳐들고 소리나는 쪽을 살폈다. 작은 엘크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소리나는 방향이 삼림속의 어느 구석이라는것을 확인한 작은 엘크는 껑충껑충 그쪽으로 뛰여갔다. 작은 엘크의 네다리는 길고 튼실했는데 고요한 수면을 가르고 나가는 전투함을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는 중도에 거리썬커와 그의 뒤를 따르는 꼬리 없는 사냥개를 만났다.
작은 엘크는 자기의 몸뚱이가 얼마나 컸다는것을 조금도 모르는듯 주인을 만난 강아지마냥 거리썬커에게  매달렸다. 작은 엘크는 연신 킁킁 거리면서 큼직한 머리를 거리썬커의 가슴에다 마구 부볐다.
진종일 삼림을 누비고 다니느라 지칠대로 지친 꼬리 없는 사냥개는 못마당한듯한 눈길로 작은 엘크를 쏘아보면서 으르렁거렸다.
거리썬커는 총에 재웠던 탄알을 뽑았다. 작은 엘크가 잘못해서 방아쇠를 당기기라도 한다면 큰 일을 칠수 있기때문이였다. 그후 거리썬커는 스스로 여전히 새끼라고 자처하고있는 커다란 몸뚱이의 작은 엘크를 몇마디 훈계했다. 그 바람에 하늘을 찌를것 같던 그놈의 열정이 좀 식은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커다란 몸뚱이를 끌고 강아지마냥 거리썬커의 뒤를 졸졸 따라 황혼의 깃드는 숙영지로 돌아갔다.
작은 엘크는 처음에 물에 대하여 특수한 느낌이 없었다. 작은 엘크는 가끔 강을 건너거나 못을 가로지날 때면 설레이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공포를 느낄 때도 있었고 커다란 즐거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놈은 자기도 순록과 꼭 같다고 생각하면서 오직 륙지만이 제일 안전한 곳이라고 믿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의 몸에 숨어있던 야수의 본능은 종래로 그를 포기한적이 없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언제나 속에서 꿈틀대고있는 그 욕망을 느끼고있었다. 그는 야드르르한 나무가지나 싹만 아니라 다른 먹이도 굶주림을 달랠수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인차 새로운 먹이들을 발견하게 되였다.  강변이나 못 곁은 작은 엘크가 먹이를 찾는 새로운 지점으로 되였다.
수련이며 가래며 향포며 부평초며… 먹을만한것들이 참 많았다. 처음에 작은 엘크는 무릎까지 오는 물에 들어가서 헤맸지만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작은 엘크의 넓은 발굽은 바로 그때를 위해 준비된것 같았다. 두쪽으로 갈라진 발굽은 그놈의 큰 몸뚱이를 받아당하는데 유리했을뿐만아니라 수렁에 쉽게 빠져들지 않게 해주었다. 딱 한번, 작은 엘크는 급히 몸을 앞으로 내밀어 향포를 뜯어 먹으려 하다가 발을 헛디뎌 강에 빠진적이 있었다. 강물은 삽시에 작은 엘크의 몸뚱이를 삼켰다. 작은 엘크는 안간힘을 다해 네다리를 허둥거렸다. 작은 엘크는 몇초동안 그렇게 허우적거리다가 갑자기 스스로 코구멍을 딱 막을수 있다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그리고 처음에 황급히 허둥거려지던 네다리가 노대처럼 조화롭게 저어지는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여 작은 엘크는 손쉽게 물을 가르며 강역으로 헤여 나가 신선한 공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작은 엘크는 천성적으로 헤염을 칠줄 알고있었던것이다. 조물주는 세상만물을 만들 때 작은 엘크에게 그러한 재간을 선물한것 같았다.
모기와 말파리들이 안개처럼 뽀얗게 하늘을 덮으며 날아와 작은 엘크의 몸뚱이에 덮쳐들어 피를 빨아댔다. 말파리는 지어 알을 순록의 코구멍에 쓸어놓기도 했다. 말파리알은 순록의 코구멍에서 까난후 큰 말파리로 자라서야 날아나왔다. 말파리알이 코구멍에서 까나고 자라는 동안 순록은 불편하여 끊임없이 재채기를 해댔다. 모기며 말파리들이 날치는 밤이면 거리썬커는 늘 지의류와 젖은 나무로 불을 피워 연기를 쏘여주었다. 하지만 웬간해서는 모기나 말파리들을 쫓는데 별 작용이 없었다. 일부 순록들은 모기나 말파리의 습격을 너무도 참기 바빠 삼림속에서 미친듯이 뛰여다니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순록들은 그놈들의 습격을 참으면서 억지로 참을 청하다가도 극도에 달하면 부르르 머리를 털어댈뿐이였다. 그만치 순록들은 풍성한 털과 두터운 가죽을 가지고있었던것이다.
그러한 날밤이면 작은 엘크는 혼자서 숙영지를 벗어나 강변을 향해 발걸음을 재우쳤다. 하늘 가득히 반짝이는 별무리며 교교한 달빛아래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이슬방울은 작은 엘크의 발걸음을 여간만 흥겹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은 엘크가 모기며 말파리와 같은 해충을 피할수 있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였다.
작은 엘크가 강변으로 오는 동안에도 모기나 말파리는 놓치지 않고 쫓아와 여간만 성가스러운것이 아니였다. 
부드러운 달빛아래에서 반짝이는 강물을 보게 된 작은 엘크는 주저할 새 없이 강둑을 내려가 물에 들어섰다. 작은 엘크는 한참 등을 물에 잠그고있다가 아예 머리까지 물속에 쑥 집어넣었다.
미친듯이 달려들어 피를 빨아 먹던 모기나 말파리들은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간 작은 엘크로 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물은 모기나 말파리들의 천적이였다. 자기들에게 신선한 피를 공급하던 작은 엘크가 순식간에 물속에 사라지자 모기나 말파리들은 별수없이 오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 다른 목표물을 찾을수밖에 없었다.
하긴 크게 실망할것도 없었다. 그놈들은 돌아가는 길에 관목림에 들렸다가 달빛을 빌어 먹이를 찾으러 나온 마록을 만날수 있었던것이다.
잠간후 작은 엘크는 물속에서 머리를 쳐들었다. 물방울이 작은 엘크의 머리에 자란 손바닥만한 뿔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작은 엘크의 입에는 어느새 신선한 수초가 가득 물려있었다.
작은 엘크는 긴긴밤을 시원하게 물속에서 보내면서 수초를 뜯어 먹었다. 작은 엘크는 동녘이 푸름푸름 밝아서야 아쉬운 표정으로 강변에 올라왔다. 삼림에서 일찍 깨여난 새들이 지저귀면서  숙영지로 날아가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아침에 사람들이 먹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먹이를 줄것을 바랐다.
그날, 거리썬커는 무리를 떨어져 흑룡강경내에 들어간 순록을 찾기 위해 옹근 하루를 헤매고 다녔었다. 어둠이 깃들어서야 거리썬커는 흑룡강경내에서 찾아낸 순록들을 끌고 숙영지로 돌아오고있었다. 그들이 고요한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꼬리 없는 사냥개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무섭게 으르렁거리더니 뚫어져라 수면을 바라보는것이였다. 거리썬커는 일시 꼬리 없는 사냥개의 행동이 무엇을 설명하는지를 알수 없었다. 절대 사냥물을 발견했을 때 하는 행동은 아니였다. 하지만 무엇엔가 유혹된것만은 틀림없었다.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가 멋쩍은듯 머리를 젓는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공기중에 있는 무슨 냄새를 몰아가기라도 하려는것 같았다. 이어 꼬리 없는 사냥개는 머리를 돌리고 숙영지방향으로  달려갔다.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가 피곤해서 그럴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강변을 따라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강에서 물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이어 물속에서 커다란 몸뚱이를 가진 록색 털의 괴물이 솟아올랐다. 당황해난 거리썬커는 인차 어깨에 멘 총을 내리워 들었다. 하지만 그 록색의 털은 인차 떨어져 내리고 큰 코를 가진 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작은 엘크였다. 그때 그놈의 머리에 난 뿔에는 아름다운 수련이 걸려있었다. 
작은 엘크는 쩝쩝 무엇인가를 씹고있었는데 록색의 즙이 그놈의 입가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작은 엘크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려다가 거리썬커를 발견했다. 작은 엘크는 성큼성큼 강변으로 올라와 요란하게 몸을 떨면서 사처에 물방울을 튕겨놓았다. 작은 엘크는 생각밖의 지점에서 주인을 만난것이 그처럼 반가운지 도무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이였다. 작은 엘크는 단숨에 거리썬커의 가슴에 덮쳤다. 사냥물을 덮치는 온몸이 물에 젖은 악어를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큰 소리로 제지시켜서야 겨우 흥분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커리썬커의 옷은 몽땅 젖어버렸다.


3. 가을날의 힘겨운 그 순간들

작은 엘크는 또 하나의 가을을 맞아왔다. 가을은 삼림에서 제일 고요하고 풍요로운 계절이였다. 
락엽송은 하루밤사이에 빠알갛게 타오르기 시작하여 봄날보다 더 생기로 차넘치는 경상을 연출했다. 하늘이 높고 푸르렀다. 해빛은 공기가 투명함에 따라 더욱 풍부한 침투력을 가지는것 같았다. 단풍 든 나무잎들이 맑은 개울물에 떨어져내렸다가 눈 깜빡 할 새에 어디론가 흘러가버렸다.
삼림의 모든것이 안정적이고 따스해보였다.
동물들은 차디찬 북방의 겨울이 돌아오기전에 에너지를 보충하느라고 바빴다.
숙영지의 순록들도 더 이상 곰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가을이면 곰들은 열매가 주렁진 관목림에 들어앉아 과즙이 줄줄 흐르는 과일들을 만포식했다. 당분이 많은 그런 과일들은 곰의 배에 들어가 풍부한 지방으로 되여 자리를 잡았다.
첫눈이 내리면 피둥피둥 살이 찐 곰들은 바람을 피할수 있는 나무구멍을 찾아 동면을 하면서 옹근 겨울을 나군 한다. 과일로 축적된 지방으로 곰들은 이듬해 봄까지 버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방울들이 동면에 처한 곰들을 깨운다.
메돼지는 오래동안 개암나무숲을 헤맨다. 탱글탱글 잘 여문 개암을 실컷 주어먹은 메돼지들은 식곤증이 도발해서 나무아래에 들어누워 잠을 잘 때도 있다. 하지만 그놈들은 눈을 뜨기 바쁘게 또 먹이를 주어 먹는다. 갈비대밑에 지방이 두둑하게 올라붙을 때까지 그들은 끊이지 않고 먹이를 주어 먹는다.
삼림의 가을에서 제일 분망한 놈은 그래도 다람쥐라고 해야할것이다. 그놈들은 놀라운 속도로 잘 염근 여러가지 종자들을 굴속으로 끌어들인다. 곧 찾아오게 될 겨울을 위해 먹이장만을 하는것이다.
계절의 신비한 유혹때문인지 부끄럼을 잘 타고 담이 작은 고라니까지도 삼림의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예는 고추잠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흠칫 놀라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작은 엘크는 사실 계절의 변화에 대하여 그렇게 민감한것은 아니였다. 그놈은 늘 할일없이 강가에 앉아있다가는 물에 들어가 수초나 향포를 뜯어 먹은후 숙영지로 돌아가 물에 젖은 몸뚱이를 말리우고 모래불에서 한참씩 싱갱이질을 하고는 또 삼림에 들어가 먹이를 찾아헤맸다. 
삼림이 큰지라 어디를 가도 먹이를 찾을수 있었다. 작은 엘크는 날마다 배가 떡 벌어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다녔다.
작은 엘크는 가끔 혼자 삼림에 들어가 염기구덩이를 찾거나 순록의 무리를 멀리 떨어져 강이나 못가에서 배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은 순록들과 함께 했다.
작은 엘크는 매일 순록들과 함께 숙영지부근에서 먹이를 찾다가도 황혼녘이면 불타는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군 했다. 거리썬커가 소금주머니를 흔들어 내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작은 엘크는 순록들과 함께 나무사이를 꿰질러 황급히  그곳에 도착한후 앞다투어 거리썬커의 손에서 소금알갱이를 핥아 먹군 했다. 작은 엘크도 삼림의 모든 동물들과 똑 같이 광물질과 무기염에 대한 욕구를 극복할수 없었다.
작은 엘크는 어느새 순록중에서 제일 큰 수순록보다도 더 몸집이 더 크게 자라났다. 머리에 자란 뿔도 놀랍게 컸는데 사람들은 그 뿔이 작은 엘크의 머리를 눌러 쳐들수 없게 할가봐 근심했다.
작은 엘크가 믿건 말건 황야의 기아인 엘크의 몸에서 야성은 이미 사라지고말았지만 야수와도 같은 외형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작은 엘크는 나날이 튼실하게 변하고있었다. 목덜미의 가죽은 하루 다르게 처져내렸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작은 엘크는 가려운데를 긁으려고 사발아구리만큼  굵은 마른 나무에다 썩썩 몸뚱이를 비볐다. 얼마 힘을 쓰지 않은것 같았는데 그 마른 나무가 우찌끈 끊어지고말았다. 작은 엘크에게는 어느새 놀라운 힘이 자라있었던것이다. 그 엄청난 힘은 작은 엘크에게 있어서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것이였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그 상자를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모르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아직 다 크지 못한 새끼였다.
하지만 해마다 9월이 돌아와 일종의 욕망때문에 흥분하고있는 수놈들의 목이 차츰 실해지고 그놈들이 먹이사슬끝에 처한 육식동물들처럼 거칠게 부르짖을 때 그리고 진종일 두눈을 붉히며 암사슴을 쫓아다닐 때 작은 엘크는 어김없이 그놈들의 눈에 든 가시처럼 치부되였다. 어쩌면 모든 수놈들이 자기들 순록무리에 몸집이 굉장하게 큰 적수가 숨어있다는것을 아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가 순록무리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놈들은 힘을 합쳐 쫓아내려고 노력했다. 순록들의 뿔에 찔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작은 엘크는 풀이 죽어 삼림속으로 깊이 들어가 몸을 숨길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래쳐오르는 욕망을 주체할수 없어 두눈이 뻘개진 수놈들은 웬간해서는 작은 엘크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별수없이 강변으로 피신해서 강물에 뛰여들어갈수밖에 없었다.
수놈들은 그제야 더 이상 작은 엘크를 쫓을 용기가 없었던지 몸을 돌려 다른 목표물을 찾아 떠났다.
작은 엘크는 날마다 변해가는 세상을 제대로 리해할수 없었다. 평소 그렇게 온순하던 수놈들이 왜 갑자기 흉악하게 변한것일가? 그놈들이 흥분할 때면 바위라도 뚫고 지나갈것만 같았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물속에 서서 수놈들이 당당한 기세로 삼림을 향해 달려가는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작은 엘크는 수놈들이 다시 돌아올가봐 두려워 감히 언덕에 오를수 없었다. 만약 그놈들이 다시 자기를 쫓아온다면 작은 엘크는 그놈들의 발톱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을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물속에 오래도록 서있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조심스럽게 역에 올라와 몸에 묻은 물방울을 털고 발볌발볌 숙영지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수놈들은 다시 작은 엘크의 냄새를 맡고 쫓기 시작했다. 작은 엘크의 피난처는 강뿐이였다. 하지만 늦가을의 강물은 이미 살을 에이는듯 차가왔다.
그러한 일은 하루에도 5, 6차례씩 반복되였다.
해마다 순록이 발정하는 계절이면 작은 엘크는 늘 불안한 순간들을 보내야 했다. 갑자기 덮쳐드는 수순록들을 피하기 위하여 작은 엘크는 낮이면 숙영지를 멀리 떠났다가 날이 어두워야 천막부근으로 돌아와 먹이를 얻어 먹었다. 그러한 나날은 순록들의 발정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였다.  
첫눈이 내려야 수순록들을 흥분에 떨게 하던 호르몬이 차츰 소실되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그제야 다시 순록들의 무리에 끼여 안정된 생활을 할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순록들의 발정기가 일년에 한번뿐인것이였다.
작은 엘크가 세살에 나던 그해 가을, 순록들의 발정기가 되였다. 하루밤사이에 수놈들은 집단적으로 미쳐난듯싶었다.
전날밤에만 해도 그놈들은 여전히 얌전한 순록이였다. 하지만 이튿날아침에 잠에서 깨자 그놈들은 활활 타는듯한 눈길로 작은 엘크를 노려보았다. 그놈들은 차츰 작은 엘크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작은 엘크를 공격한것은 수순록중에서 몸집이 제일 큰 놈이였다. 그놈은 작은 엘크의 옆으로부터 갑자기 덮쳐들었다. 뿔은 사정없이 작은 엘크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무 방비도 없이 서있던 작은 엘크는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옆으로 훌렁 나가 번져졌다. 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있는 작은 엘크는 아무일도 없었던듯 다시 기여일어났다.  그때까지도 작은 엘크는 자기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모르고있었다. 지난해 가을, 순록들의 발정기에 껶었던 그 아픈 추억들이 차츰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던것이다.
그해는 날씨가 일찍 차가와져서인지 순록들의 발정기도 앞당겨진듯싶었다.
먼저 작은 엘크를 공격했던 그 수놈은 자기의 공격이 큰 작용을 일으키지 못한것을 보고 분노해서 자세를 바로 잡고는 다시한번 덮쳐들었다. 돌연적인 공격에 깜짝 놀란 작은 엘크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여 뿔로 그놈의 공격을 막아냈다. 작은 엘크와  비교해볼 때 그놈의 힘은 많이 부족해보였다. 그번 공격으로 하여 수놈은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듯 아팠지만 작은 엘크는 수놈의 뿌리와 엉켰던 자기의 뿌리를 픽 돌려뽑아냈다. 그 바람에 몇백근이나 되는 수놈이 한켠으로 뿌리워나가 쓰러졌다. 그놈이 다시 일어났을 때 작은 엘크는 보란듯이 머리를 떡하니 쳐들고있었다. 그 순간 작은 엘크는 갑자기 자기의 힘을 발견하게 되였다. 여태껏 자기밖에 없는듯 시뚝거리던 순록들이 그처럼 무맥하다는것에 놀랐다. 작은 엘크는 자기에게 황야에서 온 무한한 힘이 있고 돌멩이같은 몸뚱이가 있으며 튼튼한 목덜미가 있고 큼직한 발굽이 있다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수놈은 실패를 승인하는듯 머리를 푹숙이고 돌아섰다.
하지만 겨룸이 끝난것은 아니였다. 순록무리에 있는 모든 수놈들이 작은 엘크를 적수로 생각했던것이다. 한마리 또 한마리의 수놈이 작은 엘크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그것은 영원히 끝이 없는 결투와 같이 느껴졌다. 작은 엘크가 금방 한놈을 쓰러뜨리고 자세도 바로 잡지 못하고있을 때 또 다른 놈이 뿌리를 세워들고 공격해왔다.
결투는 점점 더 치렬해졌다.
처음에 옆에서 구경만 하던 거리썬커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수 없어 나무가지를 찾아들고 수놈들을 쫓아냈다. 거리썬커가 금방 천막에 들어가면 수놈들은 또 다시 작은 엘크에게 모여들었다. 거리썬커도 두눈이 충혈되여 미쳐날뛰는 그놈들을 더 이상 어쩔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작은 엘크가 손해를 볼 일은 없을것 같았다. 되려 결투에서 작은 엘크가 최선을 다하는것 같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수놈들을 물어 땅에 메치기는 했지만 웬지 요해부위를 물어 뜯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투는 긴긴 밤을 이어졌다. 컴컴한 삼림은 그놈들이 물고 뜯는 소리로 아비규환이 되여있었다.
이튿날아침, 천막밖으로 나온 거리썬커는 순록무리의 수놈들이 모두 숙영지에서 얼마간 떨어진 자작나무숲으로 도망쳐간것을 발견하였다. 모두들 풀이 죽어있었다. 작은 엘크는 어미순록과 새끼순록들 사이에 떡하니 서있었다. 표정이 시뚝해보였지만 두눈에는 역시 피곤기가 가득 몰려있었다.
하루 낮과 하루 밤을 이어진 결투에서 수놈 두마리가 뿔을 한쪽씩 잃어버렸고 한놈이 갈비뼈가 끊어졌지만 작은 엘크의 몸에는 근근히 순록들의 뿔에 긁히운 자리가 약간 났을뿐이였다.
작은 엘크가 순록무리의 모든 수놈들을 격패시켰지만 어미순록들은 작은 엘크에게 꼬물만치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세살에 난 작은 엘크는 더 이상 그제날의 새끼엘크가 아니였다. 황야의 무성한 삼림도 더 이상 그에게 공포의 존재가 아니였다. 
그후로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작은 엘크는 순록의 무리에서 나와 삼림속으로 들어가군 했다. 한달이 지나 순록들의 발정기가 끝나면 작은 엘크는 또 아무 일도 없었던듯 순록의 무리에 나타났다. 그 한달간 작은 엘크는 몸이 몹시 축해지군 했는데 겨우 껍질만 붙어있는듯싶었다.


 
 
 4. 오향
 
작은 엘크가 4살이 되던해 봄, 산에 덮인 눈은 늦게까지 채 녹지 않았다.
그때, 거리썬커가 장작을 패고있었는데 뾰족하게 생긴 나무토막이 날아와 장화를 들이쳐 발에 작은 상처를 냈다. 거리썬커는 상처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간단하게 처치를 했다. 이튿날아침에 일어나 보니 상처를 입었던 발이 퉁퉁 부어있었다. 거리썬커는 사냥용칼을 불에 달구어가지고 작 익은 밤처럼 불깃불깃하게 부어오른 부위를 째고 안에서 나무가시를 뽑아낸후 알콜로 깨끗하게 상처자국을 닦았다. 하지만 상처자국은 벌써 감염되여있었다. 발은 놀라운 속도로 무섭게 부어올랐다.
산아래의 오향에 집이 있었지만 거리썬커는 평소 정말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면 마을로 내려가지 않았다. 내려간다고 해도 보통 집에서 밤을 새는 법이 없었다. 집에는 누구도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거리썬커는 감염된 상처때문에 마을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날아침, 거리썬커는 휘붐히 밝아오는 새벽빛을 밟으며 쩔뚝쩔뚝 천막을 나섰다. 작은 엘크가 천막앞에 서서 불안한 눈길로 거리썬커를 바라보고있었는데 머리에는 성에가 한벌 덮여있었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천막에서 나온것을 보고 흥분해 하며 대포소리를 방불케 하는 높은 소리로 재채기를 한후 거리썬커의 품에 머리를 틀어박았다. 하얀 성에들이 후두둑 땅에 떨어져내렸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머리를 톡톡 다독여주었다.
거리썬커가 천천히 산길을 내려갈 때 작은 엘크는 꼬리없는 사냥개를 따라 걸음을 재우쳤다.
거리썬커의 발걸음은 매우 더뎠다. 그는 걷다가도 개울을 만나기만 하면 신음소리를 내면서 개울가로 다가가 풍덩 주저앉았다. 그는 장화며 양말이며를 모두 벗고 뻘겋게 부어오른 발을 차디찬 개울물에 담구었다. 그러면 열이나고 아픈 증상이 다소 가라앉는듯 했다.
그렇게 겨우 오향으로 통하는 모래를 편 길가에 이르렀을 때 태양은 이미 한발이나 떠오른 뒤였다. 거리썬커는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엘크는 끝까지 거리썬커를 따라갈 모양이였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을지 몰라 잠간 주저했다. 처음에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목재를 수송하는 차들이 지나다니는 모래를 편 길가에까지 왔다가 혼자서 숙영지로 돌아갈것이라고 믿었던것이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도무지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엘크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간다는것은 어찌보나 타당한 처사가 아닌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자세히 작은 엘크를 여겨보았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그처럼 커있다는것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평소 날마다 보다나니 그새 작은 엘크가 성장하는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뿐이였다. 거리썬커의 눈앞에 서있는것은 윤기가 흐르는 갈색의 털을 가진 커다란 몸뚱이의 야수였다. 다 큰 수소처럼 건장해보였다. 하지만 작은 엘크에게는 수소의 다리보다도 더 튼실한 긴 다리가 있었다. 작은 엘크의 울퉁불퉁하게 생긴 머리에 돋아난 두개의 뿔은 거인이 내민 두개의 손바닥을 방불케 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를 마을로 데리고 내려갔다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할수 없었다.
거리썬커는 큰 소리를 쳐 작은 엘크를 숙영지로 돌려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또 작은 엘크대로 도무지 거리썬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평소 거리썬커가 사냥을 가거나 순록들을 방목하러 나갈 때면 작은 엘크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따라나서지 않았었다. 아마도 아침에 거리썬커가 부드럽게 등을 다독여준것을 그놈이 다른 뜻으로 리해했거나 아니면  그들이 내려온 길이 전보다 다른 방향으로 향해져서 그놈이 뭔가 근심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 길이 어디로 통한다는것을 알게 되면 작은 엘크가 근심을 하는것도 당연할것이였다. 그 길을 따라 앞으로 줄곧 가게 되면 삼림이 점점 적어지고 야수와 새들이 갈수록 적어지는 반면에 불과 쇠붙이냄새가 짙어질것이였다.
그 길의 한쪽끝은 바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였다.
작은 엘크는 그 아침이 다른 날과 다르기때문에 반드시 주인인 거리썬커를 바싹 따라야만 안전할것이라고 믿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를 쫓는 거리썬커의 높은 목소리가 삼림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바람에 아침먹이를 먹던 다람쥐가 놀라서 소나무꼭대기에까지 치달아올라 모습을 숨겼다. 장밤을 바삐 보내고 나무우에 올라가 휴식을 하던 올빼미도 불만스러운듯 거리썬커를 노려보다가 조용히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작은 엘크는 그 시각 어릴 때 천막을 마구 뒤흔들어놓던 그러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썬커가 어떻게 고함을 질러도 작은 엘크는 뒤에 맞춤하게 떨어져서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게속 따라왔다.
발이 불편한 거리썬커는 몇발자국 쫓아가다가도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거리썬커는 그 시각 작은 엘크를 두고 정말 어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는 꼬리 없는 사냥개를 추겨 작은 엘크를 쫓아버리게 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거리썬커가 쩔뚝거리면서 높은 소리로 작은 엘크를 쫓는것을 보고 웬 일인지 몰라 몹시 궁금해 했다. 게다가 또 작은 엘크를 쫓으라는 거리썬커의 명령을 받고는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주인의 명령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이른바 주인의 어떤 명령은 반드시 집행하고 어떤 명령은 보류해야 한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이를테면 주인이 도망치는 사냥물을 쫓아가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곰이 숙영지에 들어와서 순록무리를 향해 포효를 하고있다면 만사를 불구하고 충격해야 하는것이였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그런 일에 종래로 주저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주인이 함께 사는 작은 엘크를 쫓아버리라고 명령을 내린데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주저할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주인의 명령은 천막안에 들어와 먹이를 훔치는 순록들을 쫓아버리라는 경우와 똑 같았던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은 나를 보고 사냥물을 추격하라는 명령을 내린것은 아닐가?
꼬리 없는 사냥개는 그것도 불가능한것이라고 생각했다. 부근에는 근본 사냥물의 냄새가 없었던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의 체력과 시력이 전보다 못한것은 당연한것이였다. 하지만 후각은 조금도 퇴화되지 않고있었다. 그 부근에는 절대 숨어있는 사냥물이 없었던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엘크가 사냥물이란 말인가?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였다. 작은 엘크가 숙영지에 나타난후 꼬리 없는 사냥개는 호기심이 동해 그를 쫓아다니다가 번마다 거리썬커에게 된욕을 보았던것이다.
거리썬커가 다시 독촉을 하자 꼬리 없는 사냥개도 어딘가 조급해났다. 그는 어둡게 으르렁거리면서 작은 엘크를 향해 덮쳐들었다. 그 시각 작은 엘크는 전에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쫓기우던 새끼 엘크가 아니였다. 작은 엘크는 꼬리 없는 사냥개의 공격을 물리칠수 있는 충족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례의적으로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 거리썬커가 계속 추격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다시 덮쳐들어 작은 엘크의 앞다리를 슬쩍 무는 시늉을 해서 거리썬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 순간 작은 엘크는 슬쩍 머리를 숙여 커다란 뿔로 꼬리 없는 사냥개의 공격을 막아버렸다. 만약 근근히 막아보려는 생각이 아니였다면 꼬리 없는 사냥개는 진작 배가 찢어졌거나 저쪽으로 훌렁 나가 넘어지고말았을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작은 엘크의 힘을 느끼고있었다. 그는 진작 젊을 때 메돼지를 쫓아 잡던 그러한 힘을 잃어가고있었던것이다. 그리고 공격에 대한 반응도 전처럼 민감하지 못하였다. 아니라면 꼬리 없는 사냥개는 작은 엘크가 미처 반응을 하기전에 앞다리를 물어버라고 슬쩍 비켜섰을것이다. 사실말이지 젊을 때라면 꼬리 없는 사냥개는 작은 엘크가 아니라 미친 곰이 덮쳐든대도 슬슬 골려줄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꼬리 없는 사냥개는 필경 너무 늙어있었다. 그럴만한 힘도 없었고 그렇게 날렵하지도 못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미안한듯 거리썬커를 훔쳐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를 나무리려는 뜻이 조금도 없어보였다. 
어쩌면 거리썬커도 꼬리 없는 사냥개도 몸에서 무궁무진한 힘이 솟아나는 작은 엘크를 두고 스스로 무기력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거리썬커는 상처를 입은 발이 너무도 불편해서 잠간을 걷고는 개울에 내려가 발을 물에 담구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루 낮, 하루밤을 걸어 이튿날아침에야 마을어구에 도착했다.
해빛이 산등성이에 있는 나무가지를 비출 때 그들은 마을의 륜곽을 어렴풋이 볼수 있었다. 아담한 마을에 들어 앉은 나무집들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오향은 삼림에 사는 오원커부족의 산아래에 있는 주둔지였다.
그들이 오향에 들어서면서 보니 길에는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평소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서면 개들이 먼저 발견하군 했다. 그날도 례외가 아니였다. 멀리에서 개 한마리가 먼저 거리썬커네를 발견하게 되였다. 사람 하나, 개 한마리 그리고 몸뚱이가 커다란 야수 한마리로 구성된 거리썬커네 대오는 오향의 그 개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어딘가 공포감을 던져주는듯싶었다. 거리썬커네 대오를 처음 발견한 개가 기승스럽게 짖어대는 소리를 듣고 마을의 다른 개들로 그곳으로 몰려왔다. 어쩌면 오향에 사는 모든 개들이 다 모여온듯싶었다. 오향에 사는 모든 가정들에서는 한마리 혹은 그 이상의 개들을 기르고있었다. 그놈들은 앞다투어 짖어대는것으로 거리썬커네를 환영하는것 같았다.
사실 사람과 개는 그렇게 생소한 사이가 아니였다. 하지만 거리썬커를 따르는 작은 엘크는 그놈들에게 큰 위협을 주는 모양이였다. 오향에 사는 어린 개들은 아직 삼림에 들어가 엘크와 같은 몸집이 큰 야수들을 본적이 없었던것이다. 진종일 마을이나 돌아다니며 별 할일이 없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오향의 개들은 작은 엘크에게서 나는 그 냄새가 사뭇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것 같았다.
오향에 사는 늙은 개들은 몸집이 커다란 그 야수가 바로 엘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놈들은 젊었을 때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눈알을 잃는 대가를 내면서 엘크를 포위공격하여 잡은 경력이 었었던것이다. 그놈들은 또 거리썬커와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서 나는 냄새에 대해서도 매우 익숙한듯 했다.
오향의 개들은 처음에 사람과 개가 왜 엘크라는 몸집이 큰 야수와 함께 마을에 내려왔는가 하는것을 못내 이상스럽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인차 오래동안 삼림을 떠나있다가 다시 야수를 만났다는 흥분에 밀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모양이였다.
먼저 나이 지긋한 개들이 작은 엘크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그 시각, 작은 엘크는 처음 보는 오향의 모든것에 큰 호기심을 느끼고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나무집이며 울안이며 골목길이며 그리고 전에 맡아보지 못했던 이상한 냄새들이며가 모두 신비하게 느껴진것 같았다. 그러한것들은 모두 작은 엘크가 처음으로 접촉하는것이였다.
처음 보는 생소한 물건과 냄새가 주의력을 분산시켰던지 처음에 작은 엘크는 자기들을 향해 다가오는 개무리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작은 엘크는 그놈들이 바로 꼬리 없는 사냥개와 같은 동물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다른것이라면 모두에게 꼬리 하나씩 더 붙어있다는것뿐이였다.
거리썬커의 질책과 꼬리 없는 사냥개의 울부짖음 그리고 오향의 개무리들의 포효속에서 작은 엘크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듯 미약하게 들렸다. 오향의 개들은 이미 피비린내를 맡은 늑대들처럼 흉악하게 송곳이를 들어내며 거리를 줄여왔다.
기진맥진한 거리썬커와 꼬리 없는 사냥개는 오향의 개들에게 밀리워 한 곳에 몰려섰다. 젊었을 때 사냥군을 따라 삼림을 질주하던 나이 많은 개들이 앞에 섰다. 그놈들은 훈련을 받은 사냥개들처럼 빙 둘러서서 안으로 조여들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개들이 늙은 개들의 뒤에 빠싹 붙어서서 으르렁거렸다. 만약 늙은 사냥개들이 앞에서서 위용을 떨치지 않는다면 젊은 사냥개들은 감히 작은 엘크에게 다가들지 못할것이였다. 작은 엘크의 몸에서 풍기는 야수의 자신감과 황야의 거친 분위기는 오향의 젊은 개들로 하여금 저으기 주눅이 들게 했던것이다.
앞에 섰던 개가 갑자기 습격을 해왔다. 작은 엘크가 아직 영문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있을 때 그놈의 예리한 이발이 뒤다리를 물어 뜯었다. 작은 엘크는 너무도 놀라 펄쩍 올리뛰면서 뒤다리를 물고있는 그놈을 한쪽에 뿌려쳤다. 그때 다른 한놈이 또 작은 엘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어 앞다리에 이발을 박았다. 
삼림을 벗어난지 오래 된 오향의 사냥개들은 단결합작하여 사냥물을 포획할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게 된것으로 하여 사뭇 흥분하는듯 했다. 그놈들은 평소 각자의 울안에 엎드려 망망한 삼림을 멍하니 바라볼뿐이였다. 
작은 엘크를 둘러싸고 그놈들은 단합이 참 잘 되였다.
그러한 포위공격은 작은 엘크가 처음 당해보는것이였다. 작은 엘크는 일시 어느쪽을 중시해야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숙영지에 있을 때 작은 엘크는 한번에 순록 한놈씩 상대하였기에 산지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내는 경험이 없었던것이니다. 작은 엘크는 풍성한 털때문에 심한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여전히 모양은 볼썽사납게 변했다. 작은 엘크는 등을 물어 뜯으려고 두눈이 혈안이 되여 달려드는 오향의 사냥개들의 포위를 간신히 벗어나 강변으로 도망쳐서 풍덩 강물에 뛰여들었다. 
오향의 사냥개들은 강변까지 쫓아와서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강물에 몸을 담근 작은 엘크를 노려보았다. 그놈들도 물에서는 자기들이 엘크의 적수가 못될것이라는것을 아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놀라운 속도로 강저쪽기슭으로 헤염을 쳐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삼림속으로 사라졌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을 바라보면서도 그닥 급해하지 않았다.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은 숙영지로 가는  방향이였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숙영지로 돌아가는게 오향에 있기보다 훨씬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향은 필경 작은 엘크가 있을 곳이 아니였던것이다.
오향에 있는 거리썬커의 집은 비워둔지가 벌써 몇년이 잘되였지만 줄곧 이웃들이 보살펴왔기에 깨긋하게 정리되여있었다. 거리썬커는 이웃집에 가서 장작을 한아름 안아다가 불을 지폈다. 나무집에는 간단한 침대와 나무걸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삼림속의 천막에서 오래동안 생활해온 거리썬커는 지붕이 있는 나무집이 훨씬 더 호화로운 느낌이 들다가도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거리썬커는 오전에 향위생소로 갔다. 의사는 거리썬커의 발에 난 상처를 째고 곪긴 부위를 도려낸후 소독을 했다. 그후 적점주사를 꽂아주었다. 소염을 해야했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오향에서 한달쯤 휴식을 해야 할것 같았다.
점심밥을 먹고난 거리썬커는 울안에 엎드려있는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먹이를 준후 집안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불편한 발로 하루 낮, 하루 밤을 걸어서 오향에 도착한 거리썬커는 온몸의 뼈들이 모두 각이 나간 나무걸상처럼 어느때 뽑혀나갈지 모른다고 생각되였다. 
거리썬커는 부지중 젊었을 때를 떠올렸다. 어느한번은 상처를 입은 사슴을 붙잡기 위해 이틀 낮, 이틀 밤을 쫓아다닌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은 힘들지 않았었다. 거리썬커는 끝내 상처집은 그 사슴을 붙잡아 메고 숙영지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였다. 비록 삼림이라고 하지만 세월은 역시 사람들에게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것 같았다.   인간의 쇠락은 반드시 찾아오는 계절과 같은것이여서 싫다고 거절할수도 없는것이였다.
오향의 나무집들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를 때 거리썬커는 밖으로 나와 황혼으로 붉게 물든 뭇산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거리썬커는 저도 몰래 작은 엘크가 근심되였다.
작은 엘크가 용케 숙영지를 찾을수 있을가? 혹시 길에서 맹수를 만나 불행을 당하는것은 아닐가?
거리썬커는 삼림에서 작은 엘크에게 해를 끼칠수 있는 동물은 곰밖에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때는 바로 곰들이 금방 동면을 끝내고 사처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계절이였다.
저녁편이 다 되여서야 거리썬커는 피곤이 좀 풀린것 같았다. 그제야 거리썬커는 자기가 누워있는 침대가 너무 폭신폭신해서 되려 불편함이 느껴졌다. 거리썬커는 몇번이고 뒤척거리다가 저도 몰래 스르르 잠에 빠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거리썬커는 갑자기 무엇인가 버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여났다. 오래동안 삼림에서 생활해온 거리썬커는 약간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도 소리라쳐 잠을 깨군 했다. 거리썬커는 손을 더듬어 총을 잡으려고 했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제야 거리썬커는 그곳이 삼림속의 천막이 아니라 따뜻한 나무집이라는것을 생각했다. 총은 자기전에 진작 벽에다가 걸어두었던것이다.
발은 금방 산에서 내려왔을 때처럼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걸음을 옮기려면 여전히 쩔뚝거려야 했다. 거리썬커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밀어열었다. 교교한 달빛아래 울안에는 하얀 빛이 가득 깔려있었다. 성에가 살짝 내려앉은듯싶었다. 검으스름한 그림자가 울안에 떡 버티고 서있었는데 그곳에서 뽀얀 김이 모락모락 서려오르고있었다.
거리썬커는 그곳을 향해 다가가다가 놀라 굳어졌다. 그놈은 작은 엘크였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머리를 숙이고 서서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어쩌면 인사를 건네는듯싶었다.
거리썬커가 나온것을 본 작은 엘크는 천천히 다가왔다. 거리썬커는 손을 내밀어 작은 엘크의 목을 다독여주었다. 그때 작은 엘크의 온몸은 몽땅 젖어있었다. 금방 강을 건너 달려온것 같았다. 몸에서는 계속 따듯한 김이 피여올랐다. 강물이 작은 엘크의 몸에서 나던 냄새를 씻어버렸던지 오향의 사냥개들은 그때 다른 냄새를 맡아내지 못하고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향의 그 밤은 광란의 밤으로 변해버렸을것이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의 손을 찾고있었다. 거리썬커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작은 엘크의 코등을 만져주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에게 먹이를 찾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오향의 사냥개무리를 따돌리고 용케 자기의 나무집을 찾아온것이 참 대견스럽게 생각되였다. 작은 엘크는 분명 거리썬커와 꼬리 없는 사냥개의 냄새를 잊지 않고있었던것이다.
이튿날아침, 작은 엘크는 일찍 잠을 깼다. 간밤에 작은 엘크는 꼬리 없는 사냥개와 함께 울안에서 잠을 잤던것이다. 산아래는 삼림의 숙영지보다 좀 따스한것 같았다.
이틀이나 제대로 된 먹이를 먹지 못했던 작은 엘크에게 지난밤 거리썬커가 던져준 빵은 그야말로 보잘것 없는것이였다. 작은 엘크는 여전히 배가 고팠지만 너무도 피곤한데서 울안에 엎드려 잠을 청할수 밖에 없었다.
푸름푸름한 새벽 빛을 밟으며 작은 엘크는 울안을 나섰다. 몸을 옹송그리고 누워 단잠을 자던 꼬리 없는 사냥개는 머리를 약간 들어 작은 엘크를 살펴보다가 다시 머리를 배에 붙이고 잠이 들었다. 늙은 개는 충족한 수면이 필요했던것이다.  
적막이 흐르는 산길에서 작은 엘크는 잠간 어디로 갈지를 몰라 주저했다. 하지만 그는 인차 자기가 가야할 방향을 가려냈다. 그곳은 오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못이였는데 안에는 수초와 달콤한 부들이 가득했다. 그곳은 어제 도망을 치려고 급급히 넘었던 그 강의 아래쪽이였다.
못에 들어가 시원하게 물장구를 치는데는 그곳이 매우 안전했다. 그리고 배가 불룩하게 수초를 뜯어먹고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못가에 오르기도 참으로 편리한 곳이였다. 비록 배가 뽈록하게 먹이를 먹었지만 작은 엘크는 그때가지도 완전한 포만감을 느낄수 없었다. 작은 엘크에게 있어서 그곳은 필경 생소한것이였다. 삼림속의 숙영지와 비교해볼 때 그곳에는 집이며 먼지가 너무 많았다. 작은 엘크는 급히 거리썬커의 곁으로 돌아가고싶었다.
따스한 해살이 작은 엘크의 몸에 맺혔던 반짝이는 물방울들을 모두 걷어가버렸다. 흥겨운 기분으로 걸음을 다그치고있던 작은 엘크는 그때 미처 오향의 사냥개들이 모두 잠에서 깼다는것을 생각하지 못하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영문도 알아차릴 새 없이 자기가 오향의 사냥개들에게 포위되여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위험이 눈앞에 박두한것이다.
오향의 사냥개들은 한놈도 빠짐없이 모여든듯싶었다. 무슨 집회를 방불케 했다. 앞에는 늙은 사냥개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음침한 표정으로 웃입술을 말아올리고 으르렁으르렁 거친 소리를 냈다. 늙은 사냥개들의 뒤에 붙어선 다른 개들도 모두 흉악한 표정으로 포효하고있었다. 그 시각 작은 엘크의 옆에는 거리썬커도 꼬리 없는 사냥개도 없었다. 하지만 오향의 사냥개들은 섣불리 다가들지 못했다. 그들은 온몸이 물에 젖어있는 작은 엘크가 굉장한 힘을 가진 야수로 느껴졌던것이다. 해빛에 반짝이는 작은 엘크의 갈색 털이 그처럼 위엄있어보였다. 작은 엘크의 몸에서는 한번도 삼림속에 들어가본적이 없는 오향의 사냥개들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야성이 살아숨쉬고있었다.
아직 배가 채 부르지 않은 작은 엘크는 한시바삐 거리썬커가 있는 작은 울안으로 가고싶었다. 그곳에 가서 숙영지에서처럼 거리썬커가 던져주는 빵을 먹고싶었다.
작은 엘크는 앞을 바라고 걸음을 다그쳤다.  사냥개들도 작은 엘크를 따라 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시종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그것은 하나의 가상적인 공간과 같은것이였다. 그놈들은 시종 작은 엘크를 중간에 넣고 든든한 울타리를 형성하고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가 앞만 바라보고 달리느라 머리 한번 돌려보지 않고있는데 갑자기 또 한마리의 늙은 사냥개가 덮쳐들더니 뒤다리를 덥썩 물어 당겼다. 늙은 사냥개가 몇대 남지 않은 이발로 그처럼 멋진 동작을 완성한것으로 하여 득의양양해 하고있을 때 작은 엘크는 반사적으로 늙은 사냥개에게 물리워 있는 뒤다리를 탁 잡아챘다가 다시 한번 힘껏 날렸다. 늙은 사냥개는 어쩔 사이 없이 저쪽으로 나가 털썩 하고 떨어져내렸다. 그 바람에 땅에서 뽀얀 먼지가 날아올랐다. 다른 사냥개들이 앞다투어 작은 엘크에게 달려들었다. 일부 늙은 사냥개들은 젊은 날의 휘황했던 순간들을 그리워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젊은 사냥개들은 하루빨리 용기를 키워 삼림속으로 들어가는 자격을 얻고싶어하는 모양이였다.  
사냥개들의 힘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작은 엘크는 여유작작 거리썬커가 있는 울안으로 들어갔다. 오향의 사냥개들이 작은 엘크를 놓칠세라 바짝 쫓아와 덮칠 기회를 노렸다. 그놈들은 자기들에게 있는 최대의 능력을 다 발휘하여 작은 엘크의 넓은 등이며 튼실한 다리며 근육이 불끈 솟은 목덜미며 지어는 치렁처링한 꼬리까지도 물어 뜯고싶어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여전히 그놈들 같은것은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여유작작 걸음을 옮겼다. 작은 엘크의 큰 뿔은 흐늘흐늘 춤을 추는 큰 손바닥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튼실한 발굽은 둥글둥글한 몽둥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에 비해 작은 엘크의 뒤를 따라오는 사냥개들은 우수수 떨어지는 락엽을 보는듯 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울안으로 들어오는 동정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작은 엘크는 뒤를 따라는 마지막 사냥개를 걷어차서 이웃집 지붕우에 뿌려던진 뒤였다. 그놈은 지붕우에서 정신을 차린후 일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인차 자기의 처지를 감안하고는 놀라서 지붕우에 엎드린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놈은 종래로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본적이 없었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밖으로 나오는것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삼림의 숙영지에 있을 때처럼 기대에 차 작은 눈을 껌뻑거리며 거리썬커의 두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작은 엘크는 여전히 잠간 남은 위의 공간을 채울 빵이나 죽을 바라는것이였다. 작은 엘크는 이미 섬유질을 배 부르게 먹은후 사람들이 먹는 탄수화합물을 약간씩 먹는것에 습관이 되였던것이다.
그날아침, 오향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엘크가 식은죽 먹기로 오향의 사냥개들을 소탕하는 장면을 구경했다.
백씨도 구경군들속에 있었다.
이튿날, 백씨는 거리썬커를 찾아갔다. 
오향은 크지 않은 동네였다. 거리썬커는 비록 몇년 동안 마을에 내려오지 않았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굴려보아도 백씨를 본 기억이 없었다. 거리썬커는 흐릿하고 음침한 백씨의 눈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씨는 거리썬커에게 뭐라고 많은 말을 했다. 거리썬커는 한족말을 잘 몰랐지만 그래도 백씨가 작은 엘크를 팔라고 청을 든다는것만은 짐작할수 있었다.
거리썬커는 여직 아무 물건도 팔아본적이 없었다. 하기에 작은 엘크를 사겠다고 나서는 백씨를 앞에 두고 일시 어떻게 답변했으면 좋을지 몰라 주저했다. 물론 거리썬커는 뭐라고 말할수도 없었다. 거리썬커가 한족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것처럼 백씨도 오원커족말을 제대로 알아들을수 없을것이였다. 
거리썬커는 침묵으로 말이 많은 백씨를 상대하며 조용히 총을 닦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것을 눈치챈 백씨는 몸을 일으켰다. 거리썬커네 집을 떠날 때 백씨는 아쉬운듯 울안에 엎드려 있는 작은 엘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백씨는 지난번에 순록 두마리를 대흥안령에 가져다 팔아서 번 얼마 안되는 돈을 진작 술을 마시는데 다 처넣었던것이다. 그번에 팔아넘긴것은 보통 순록이였다. 하지만 백씨가 지금 눈독을 들이고있는것은 엘크이다. 만약 작은 엘크를 끌어다 팔수만 있다면 꼭 백씨가 1년동안 술을 사 마실 돈이 생길것이였다.
백씨는 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괴벽한 성격을 가진 거리썬커를  삶아낼것이라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백씨의 그 야망은 시종 성공을 하지 못했다. 오원커족남자들을 넘어뜨리는데 제일 효험이 있다는 술도 거리썬커에게는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도 백씨는 술의 힘을 굳게 믿고있었다. 아무리 성정이 곧은 사람이라 해도 술을 취하게 먹여놓으면 움켜쥔 물건을 손쉽게 내놓을것이라고 믿었던것이다.
지난번에 대흥안령에 내다가 팔아버린 그 순록 두마리도 백씨가 순록을 기르는 한 나그네에게 술을 가득 먹인후 상상도 못할 싼 가격으로 산것이였다. 백씨는 그 가격이 양 두마리의 가격도 채 안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흐리멍텅한 기분에 순록 두마리를 헐값에 팔아버린 그 사람은 그후 며칠이나 후회를 했다.
오원커족사람들은 세세대대로 순록을 파는 일이 없었던것이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백씨마저도 그 순록이 어디로 끌려갔는지를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거리썬커는 술병을 들고 집에 들어서는 백씨를 보고도 머리 한번 끄덕이지 않았다. 그때 거리썬커는 사냥용칼을 갈고있었다.
백씨는 또 그럴듯하게 자기의 생각을 피력해갔다. 이를테면 작은 엘크를 자기에게 팔면 삼림과 진배없는 동물락원에서 잘 먹이고 잘 재우며 행복하게 키울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일년 사시절 콩크리트속에서 사는 도시사람들은 작은 엘크를 통하여 삼림야수의 진면목을 보아내게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리썬커는 백씨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한마디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나 흥이 도도해서 열변을 토한 백씨는 자기가 또 헛물을 켠것이라고 판단했다. 급해난 백씨는 고무줄로 중간을 묶은 돈다발을 꺼내여 거리썬커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려고 했다. 
백씨의 행동이 드디여 거리썬커를 노하게 했다. 거리썬커는 백씨에게 머리도 돌리지 않고 돈을 꺼내 홱 팽개쳤다. 백씨는 너무도 놀라 멍해졌다. 그때 거리썬커는 손톱으로 칼날이 잘 갈아졌는지를 가늠하고있었다.
거리썬커의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던 꼬리 없는 사냥개는 주인이 몹시 성나있다는것을 읽어낸듯싶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갑자기 졸음을 털어버리고 목덜미의 털을 빳빳이 치켜세우며 상처자국이 가득한 코등가죽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고 입술을 말아올린후 날카로운 송곳이를 들어냈다. 목에서는 으르렁으르렁 음침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 만약 거리썬커가 약간 눈짓이라도 했다면 꼬리 없는 사냥개는 끝없이 주절거리는 백씨에게 달려들어 아작아작 뼈라도 씹어 삼켰을것이다.
백씨는 속으로 거리썬커를 세상물정을 모르는 괴벽한 령감이라고 욕했고 꼬리 없는 사냥개를 빨리 뒈져버리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는 바닥에 널린 돈을 다 주은후 가지고갔던 술병을 찾아들고 급급히 거리썬커네 나무집에서 나왔다.
울안에서 볕쪼임을 하던 작은 엘크는 커다란 머리를 천천히 들어 집안에서 나오는 백씨를 하찮게 쓸어보았다. 
백씨는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백씨는 문을 나서기전에 이웃들에게 거리썬커의 성격에 대하여 물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웃들은 거리썬커를 두고 결정한 일은 죽어도 번복하지 않는다고 했던것이다. 하지만 그때 백씨는 설마 하고 깊이 듣지 않았었는데 과연 톡톡히 꼴을 먹은것이다.
백씨는 그저 그렇게 손을 놓는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작은 엘크를 산밖에 내다가 팔아서 큰 돈을 벌어보고싶은 유혹이 시종 백씨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던것이다. 백씨는 잠간 주저하다가 다시 나무집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차 다시 들어간다 해도 나무껍질같은 거리썬커의 거친 얼굴을 한번 더 보게 될뿐 희망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씨는 푸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백씨는 거리썬커네 울안을 벗어나려고 하다가 갑자기 나무집옆에 있는 작은 창고를 발견하게 되였다. 창고문은 닫겨져있었는데 우에 녹이 쓴 자물쇠가 걸려져있었다. 백씨는 전날 거리썬커가 두병 한주머니를 그안에 넣던 생각이 났다.
백씨의 머리에는 순간 음험한 계획이 모양을 잡아갔다. 그는 주저없이 창고를 향해 다가갔다.
백씨는 금방 오향에 왔던 어느날 양을 잡은적이 있었다. 백씨가 칼을 들고 다가서자 놀란 양은 몸부림을 치다가 백씨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다시 기여일어난 백씨는 그 양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산채로 껍질을 발라냈다. 숱한 애들이 그것을 구경하려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껍질을 절반도 넘게 벗기우고도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며 피를 흘리는 양을 넋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지나가던 할머니 한분이 애들을 쫓으면서 중얼거렸다.
“저 순진한 애들의 몸에 악귀가 들어가면 어쩌누…”
백씨의 몸에는 정말 나쁜 령혼이 얼마간 들어있는듯싶었지만 그 자신은 시종 그것을 모르고있었다. 그는 살그머니 창고문을 당겨열었다. 찌익- 하는 문소리에 백씨는 그만 제풀에 놀라 식은땀을 쫙 흘렸다. 그는 인차 머리를 돌리고 집안을 훔쳐보았다. 거리썬커가 집안에서 창문을 등지고 앉아 칼을 가느라 밖에다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백씨는 분명 꼬리 없는 사냥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꼬리 없는 사냥개는 거리썬커의 뒤에 서서 백씨를 내다보고있었던것이다. 순간 백씨의 머리에는 오향의 한 사냥군과 함께 술을 마실 때 들은 꼬리 없는 사냥개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엄동설한의 어느날 거리썬커가 삼림에서 주은 강아지가 자란것이였다. 그때 강아지는 얼어서 마지막 숨을 톱고있었다. 거리썬커는 웃웃을 헤치고 강아지를 인차 품에 넣었다. 강아지가 눈을 뜨자 거리썬커는 사슴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강아지가 자라서 오향에서는 보기드문 용맹한 사냥개로 된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사냥을 나가서 령활하게 거리썬커를 협조했다. 겨울이면 가끔 두툼한 눈속에서 고라니를 잡아 숙영지로 가져오기도 했다. 
어느해 이른 봄, 곰 한마리가 갑자기 숙영지를 습격한적이 있었다. 거리썬커는 급하게 총알을 재우다가 그만 실수하고말았다. 곰이 거리썬커를 공격하려는 찰나, 꼬리 없는 사냥개가 곰에게 덮쳐든것이다. 그 기회를 빌어 거리썬커는 다시 탄알을 재운후 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바로 그번 곰과의 결투에서 그놈은 꼬리를 잃게 되였던것이다.
전에 누군가 백씨에게 거리썬커네 집에 갔다가는 장작개비 하나도 거저 들고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한적이 있었다. 만약 무엇이라도 들고나오다가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들키기만 하면 손목 하나쯤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것이였다.
수시로 꼬리 없는 사냥개가 뛰쳐나와 궁둥이를 물어 뜯을 위험이 도사리고있었지만 백씨 또한 쉽게 그 기회를 놓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창고문을 당겨 열었다. 두병이 그대로 문옆에 놓여져있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가 그것을 발견하고 음침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그것은 공격을 앞두고 취하는 꼬리 없는 사냥개의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백씨는 억지로 용기를 내서 꽁꽁 묶어놓은 자루아구리를 열었다.
너무도 긴장해서 온몸에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행운스럽게도 꼬리 없는 사냥개는 웬 일인지 백씨에게 덮쳐들지 않았다. 백씨는 천천히 뒤걸음질을 쳐서 창고를 나와 잰걸음으로 울안을 벗어났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여전히 쫓아올 기미가 아니였다.
끝내 무사히 거리썬커네 울안을 벗어난 백씨는 해방을 받은듯 안도의 숨을 길게 토했다. 백씨는 담장쯤으로 꼬리 없는 사냥개를 훔쳐보았다. 그때 꼬리 없는 사냥개는 창고앞을 한고패 돌아보고는 다시 울안으로 가서 엎드려 잠을 청하는것 같았다.
울안 한구석에 멍하니 엎드려 있던 작은 엘크는 갑자기 바람에 날려오는 고소한 냄새를 맡게 되였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쳐들고 코방울을 벌름거렸다. 작은 엘크는 그 생소한 냄새가 문이 열려져있는 창고안에서 풍긴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작은 엘크는 천천히 창고쪽으로 다가갔다. 창고문이 너무 낮아 기여들어갈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은 인차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문옆에 놓인 주머니에 쏠렸다. 작은 엘크는 문안에 머리만 들이밀었다. 무엇인가를 발견한듯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쩌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듯한 표정이였다.
백씨는 울밖에서 그 장면을 훔쳐보고있었다.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렸다.
흥, 내가 가질수 없다면 죽여버리는거야!
그날 저녁무렵에 거리썬커는 칼날이 잘 가라졌는가를 검사하려고 손톱에 그어보았다. 칼날은 손톱에 하얀색 가는 줄을 남겼다. 거리썬커는 흡족한듯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며 칼을 칼집에 넣은후 숫돌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주인이 나온것을 보고 머리를 쳐들더니 약간 남은 꼬리를 살살 저어댔다. 거리썬커는 우호적으로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손을 저어보였다.
그때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이상한 표정을 짓고 괴상하게 네다리를 옆으로 향한채 땅에 누워있는것을 발견했다.   거리썬커는 천천히 작은 엘크가 누워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작은 엘크의 배는 보기에 무서울 지경으로 커져있었다. 삽시간에 임신을 한것이나 아닐가 하는 착각이 거리썬커의 머리를 스쳐지났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분명 수컷이였다.
거리썬커는 뚱뚱한 배를 가누지 못해 땅에 쓰러져 고통스러워 하는 작은 엘크를 바라보면서 일시 어쩔바를 몰라했다. 땅에 엎드려 그 장면을 지켜보던 꼬리 없는 사냥개가 주인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큰 일이 발생했다는것을 알게 된것 같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작은 엘크쪽으로 다가가 코방울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인차 거리썬커를 쳐다보았다.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의 그 눈길을 리해할수 있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분명 죽음의 냄새를 맡았던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죽음의 그림자가 왜 그곳에 드리워야 했는지 그리고 작은 엘크가 왜 그 불행을 당해야 했는지를  알지 못해 안달아 하는것만 같았다.   
그것은 피를 부르지 않은 이상한 죽음이였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옆에 쭈크리고 앉아 그의 목덜미를 만져보았다. 작은 엘크의 꽛꽛한 털이 거리썬커의 손바닥을 간지를뿐 조금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이미 호흡을 멈추었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주머니에 있던 두병을 다 먹은후 또 한통의 물을 다 들이켰던것이다. 최대한 압축된후 말라버린 두병은 작은 엘크의 위에 들어가 놀라운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그렇게 배 터져 죽어버린것이였다.
거리썬커는 오래도록 울안에 앉아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리려 할 때 태양은 이미 산너머에 떨어졌다. 거리썬커는 웬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났고  두다리가 마비되는듯싶었다. 오직 왼쪽다리바깥쪽만이 약간 온기가 돌았다. 그것은 꼬리 없는 사냥개가 줄곧 왼쪽다리옆에 엎드려 거리썬커를 동반해주었기때문이였다. 
어둠이 울안을 삼키고있었다. 거리썬커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집안으로 들어가 칼을 꺼내들었다. 금방 갈아놓은 칼이 그렇게 빨리 용도가 생길지를 몰랐던 거리썬커였다. 거리썬커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면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껍질도 발라내지 못할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몸집이 너무 크기에 울밖으로 끌어내자 해도 각을 뜯어야 할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사냥용칼을 뽑아들었지만 일시 어디로부터 칼을 내야할지 궁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거리썬커가 제 손으로 잡지 않은 동물을 껍질 벗기는것은 그번이 처음이였다.
껍질을 벗기려면 어디에라도 칼을 대야 했다. 거리썬커는 습관대로 먼저 동맥을 끊어 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꽛꽛하게 굳어버렸는지라 피도 흐를것 같지 않았다.
거리썬커는 칼자루를 꽉 틀어잡고 작은 엘크의 목에  칼날을 박았다. 칼을 잡은 그의 손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렸다. 칼날은 작은 엘크의 목에 있는 두터운 가죽을 약간 찌르고 들어갔다.
거리썬커가 결심을 내리고 다시 칼을 잡은 손에 힘을 가하려고 할 때 놀랍게도 작은 엘크가 푸― 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거리썬커는 너무도 놀라 뒤로 벌렁 넘어지고말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도 너무 놀라 펄쩍 올리뛰였다. 날렵한 그 동작은 도무지 늙은 사냥개의 몸에서 연출된것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사실 작은 엘크에게 특별한 감정 같은것이 없었다. 당년에 처음 작은 엘크를 발견했을 때 만약 거리썬커가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날가로운 발톱으로 작은 엘크의 배를 갈라버렸을것이였다.
죽은것 같던 작은 엘크를 보면서도 꼬리 없는 사냥개는 특별한 느낌 같은것이 없었다. 지어는 거리썬커가 빨리 작은 엘크의 배를 가른후 내장을 뽑아 던져주기를 기다리기까지 했었다.
그날밤, 오향의 많은 사람들은 거리썬커가 꼬리 없는 사냥개와 함께 소처럼 큰 몸뚱이의 야수를 데리고 마을을 벗어나는것을 보았다.
죽은줄로만 알았던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가 사냥용칼로 목을 따주는 바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다시 살아난듯싶었다.   
그들은 오향을 벗어나 교교한 달빛이 부드럽게 비춰주는 오솔길로 해서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어느새 강변에 도착했다. 출렁이는 강물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급급히 흘러갔다.
작은 엘크는 여전히 목이 마르는지 강변에 가서 머리를 숙이고 물을 마시려고 하다가 거리썬커가 제지 시키기도전에 그만두었다.
작은 엘크는 아까 향기로운 냄새가 풍기는 두병을 한주머니 다 먹어치운후 물도 한통 다 마셨던것이다. 잠간 지나자 목이 타는듯 하던 갈증이 해소되였다. 
이어서 작은 엘크가 난생 겪어보지 못한 괴로움이 덮쳐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작은 엘크는 위에서 따뜻한 기포가 올라오는것 같았다. 그것은 사실 위험한 신호였다. 그것은 위에 가득 쌓인 두병사이에 약간 남겨진 쯤으로 올라오는 공기였다. 차츰 물이 공기가 나가버린 모든 공간을 메웠다.  두병이 위속에서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미쳐난 야수를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는 자기의 배속에서 야수같은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뿐이였다. 두려웠다. 작은 엘크는 안간힘을 다해 호흡을 했고 배가죽에 힘을 주었다. 생각 같아서는 자꾸 커지는 야수같은 그놈을 배에서 축출해버리고싶었다. “야수”는 놀라운 속도로 자라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그 “야수”앞에서 너무도 무기력했다.
“야수”가 작은 엘크의 페를 눌러 숨을 바로 쉴수 없었다. 작은 엘크는 차츰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뇌에 산소공급이 잘 안되는 모양이였다.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몸마저 움직일수 없었다. 몸이 발굽에다 커다란 돌멩이를 달아매놓은것처럼 무거웠다. 작은 엘크는 끝내 무너지는 돌담처럼 땅에 쓰러지고말았다. 힘껏 호흡을 하느라고 했지만 몸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없었다.
작은 엘크는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고통스러운 추억에서 헤여나오려는듯싶었다. 그날 작은 엘크는 다시 물을 먹지 않았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를 데리고 강변에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엘크의 배에서는 그새 전쟁이라도 터진듯 연신 꾸르륵꾸르륵 요란한 소리가 났다. 작은 엘크는 그 영문을 모르고 그냥 웬 야수들이 자기의 배에서 싸움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왜 그놈들을 나의 배에 들여보냈단 말인가?
작은 엘크는 몸뚱이에 비해 너무도 작은 두눈에 불안한 기색을 가득 담아 거리썬커를 바라보았다.
거리썬커가 작은 엘크의 머리를 다독여주었다. 그게 큰 위안으로 느껴졌다. 작은 엘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갈어나갔다.
작은 엘크는 한참 걸음을 옮기다가 멈추어 서서 목을 길게 빼들고 고통스럽게 부르르 몸을 떨더니 드디여 꺽 하고 높은 소리로 트림을 했다. 메탄냄새가 지독한 트림이였다. 만약 그때 어디서 불씨라도 날아온다면 작은 엘크의 트림은 그대로 한줄기의 푸른 룡이 되여버릴것이였다.
또 몇걸음을 걷다가 작은 엘크는 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멈추어섰다. 그는 어색하게 뒤다리를 벌리고 서더니 홍수라도 터진듯 쏴 오줌을 갈겨댔다. 그 바람에 작은 엘크를 바짝 따르던 꼬리 없는 사냥개가 옆으로 비켜섰다. 홍수와도 같은 그 배설물에 자기의 털이라도 버릴가봐 저어하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그렇게 잠간 걷다가는 오줌을 쏘고 또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북처럼 불거졌던 배는 차츰 꺼져내리기 시작했다.
새벽빛이 푸름푸름 밝아서 삼림의 어둠을 걷어갔다.
작은 엘크는 긴긴 밤을 두고 얼마나 많은 오줌을 쌌는지 모른다. 작은 엘크는 무거워 나는 머리를 간신히 쳐들었다. 어쩌면 산밖에 나가서 장밤을 패며 미친듯이 놀다가 새벽에야 숙영지로 돌아오는듯한 기분이였다.
작은 엘크는 너무도 피곤했다.
사람과 엘크와 늙은 사냥개는 강변의 삼림속에서 긴긴 하루밤을 걸었다.
옹근 한주일이 지나서야 작은 엘크는 원기를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시로 긴 트림을 했다. 속을 파며 올라오는 트림은 언제나 역한 냄새를 동반했는데 금방 술에서 깬 사람이 다시 술냄새를 맡았을 때처럼 작은 엘크를 힘들게 했다. 트림이 올라올 때마다 작은 엘크는 고통스럽게 두눈을 꼭 감고 반사적으로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숙영지에 돌아와서 처음 며칠간, 작은 엘크는 물을 먹는 외에 다른 먹이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작은 엘크는 눈에 뜨이게 축해갔다. 어쩌면 가죽을 씌워놓은 해골을 보는것 같았다.
달빛이 밝던 어느날밤, 작은 엘크는 크게 한번 트림을 하고는 갑자기 못을 향해 뛰여갔다.  
이튿날아침, 밖으로 나온 거리썬커는 뿔에 수초를 가득달고있는 작은 엘크를 발견했다. 그놈은 금방 쏟아지기 시작한 해볕에 젖은 몸을 말리우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의 배는 또 눈에 띄이게 불룩해있었다. 하지만 거리썬커는 크게 근심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쉽게 소화되는 수초였던것이다.
오향사람들은 인차 몸뚱이가 큰 작은 엘크를 좋아하게되였다. 하지만 작은 엘크에게 큰 상처를 입은 몇몇 사냥개들의 주인은 여전히 시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전에 칼로 곰을 잡았다는 전설을 가지고있는 덕망이 높은 거리썬커앞에서 그들도 내놓고 뭐라 시비를 걸지는 못했다. 게다가 상한 발만 나으면 거리썬커가 곧 삼림속으로 들어가게 될것이라고 짐작했던것이다.
오향의 애들도 며칠간은 작은 엘크에게 호기심을 보이더니 인차 흥미를 잃은듯싶었다. 어쩌면 작은 엘크가 얼굴이못생긴 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엉뚱한 짓을 좋아 하는 애들은 가끔 작은 엘크에게 돌멩이 같은것을 쥐여뿌리기도 했다. 그런 돌멩이들이 작은 엘크의 몸뚱이를 명중할 때도 있었다. 딴딴한 가죽을 가지고있는 작은 엘크는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 애들이 자기에게 왜 돌멩이를 뿌리는지는 리해할수 없었다. 차수가 잦아지자 작은 엘크는 아에 자기에게 돌멩이질을 하는 애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슬렁슬렁 꼬리질을 해서 모기를 쫓으며 볕쪼임을 했다.
성격이 온순한 거대한 몸뚱이의 야수를 앞에 두고 애들도 더 이상의 어뚱한 짓은 생각해낼수 없었다.
전날밤에 강에 가서 수초를 가득 뜯어 먹은 작은 엘크는 그날아침에 몸에 묻은 물기를 말리우면서 천천히 골목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작은 엘크는 방목을 끝낸 소처럼 늘쩡늘쩡 걸음을 옮겨놓았다. 작은 엘크는 오향에서 더 이상 무서운것이 없었다. 작은 엘크에게 혼뜨검이 난 오향의 사냥개들은 그를 보기만 하면 꼬리를 내리우고 몸을 피했다. 작은 엘크는 로씨야식으로 지은 나무집을 에도는 담장곁에서 예전처럼 잠간 걸음을 멈추고 가려운데를 긁었다.
그때 또 웬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것은 작은  엘크가 종래로 맡아본적이 없는 냄새였다. 작은 엘크는 그 냄새를 따라서 두 담장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에 들어섰다. 갑자기 무슨 물건인가 눈앞을 스쳐지나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그에 중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어디서 바람에 날려온 가는 나무가지나 거미줄에 지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을뿐이였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이 점점 더 많이 떨어져내렸다.
그것은 누군가 작은 엘크를 향해 던지는 올가미였다. 작은 엘크는 일시 그 물건이 자기에게 어떤 해를 끼치리라는것은 알수 없었지만 자기의 목을 조이는 그 물건이 절대 가는 나무가지나 거미줄이 아니라는것은 확인할수 있었다.
백씨와 진종일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몇몇 마을청년들이 담장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작은 엘크가 상상처럼 그렇게 몸부림을 치지 않자 그들이 되려 이상스럽게 생각했다. 
작은 엘크의 목에 떨어진 올가미가 차츰 죄여졌다. 하지만 아직 호흡이 곤난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다. 작은 엘크는 그때 목을 죄이는 올가미보다 몇발자국에 하나씩 떨어져있는 당근에 더 흥미가 있었다. 작은 엘크는 혀를 길게 내밀어 눈앞의 당근을 입에 넣은후 인차 또 다른것을 찾아 앞으로 나갔다. 백씨네는 느슨하게 줄을 끌고 천천히 앞으로 갔다. 량쪽담장사이의 골목길이 끝나는 곳에 낡은 트럭 한대가 세워져있었다. 작재함뒤면이 열려져있었는데 나무판자가 그로부터 땅에 놓여져있었다. 백씨는 당근을 매단 끈을 당겨서 적재함에까지 가져간다면 작은 엘크는 순순히 트럭의 적재함에 오를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때 적재함뒤면을 막고 차를 몰아가면 거액의 돈다발이 손에 들어오는것이였다. 
끈에 달린 당근을 하나하나 뜯어 먹으며 앞으로 발걸음을 다그치던 작은 엘크는 트럭앞에까지 와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쳤던것이다. 머리를 들어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본 기억이 없는 물건이였다.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근본 그런 괴물이 없었던것이다. 우에다 방수포를 덮어놓은 적재함은 어두컴컴한 상자처럼 느껴졌다. 작은 엘크는 그러한 방수포는 응당 삼림에 있는 천막에나 덮어놓아야 한다고 생각되였다. 작은 엘크도 다른 동물들처럼 벽이나 천정에 대해 천성적으로 공포를 느끼고있었던것이다.
백씨네는 너무도 순조롭게 작은 엘크를 트럭에까지 데려와서였던지 더 이상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작은 엘크가 갑자기 멈추어서자 신경질적으로 작은 엘크의 목을 건 올가미를 힘껏 당겨 억지로 트럭에 끌어올리려고 시도했다.
작은 엘크는 목을 죄여오는 감을 느꼈다. 숙영지에서 작은 엘크가 그렇게 많은 사단을 일으켜도 거리썬커는 종래로 그의 목에 올가미를 걸지 않았었다. 작은 엘크가 천막을 뒤집어 엎기직전으로 치달으던 그날 뒤로는 말이다. 
작은 엘크는 뒤로 물러서서 한시바삐 숨막히게 하는 그 좁은 골목을 벗어나려고 했다.
작은 엘크는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재채기를 하며 힘있게 머리를 쳐들었다. 그때 작은 엘크의 작은 두눈에서는 공포의 빛이 흘러나왔고 커다란 발굽은 연신 땅을 두드려댔다. 하지만 백씨네는 그것이 작은 엘크가 그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것을 모르고있었다. 그들은 적재함량쪽에 두줄로 서서 올가미를 당겼다. 백씨는 작은 엘크가 반항하는것을 보고 어딘가 불만스러워 하는것 같았다. 그는 당기던 줄을 느슨히 벌려들고 작은 엘크의 뒤로 가서 힘껏 발을 날렸다. 백씨는 큼직한 돌멩이를 걷어차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엘크의 근육은 실로 돌처럼 단단했던것이다.
백씨는 미처 아파나는 자기의 발을 돌아볼 새도 없었다. 작은 엘크는 머나먼 동굴에 갇쳤다가 뛰쳐나오는 야수의 포효와도 같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돌렸다. 아까까지도 조금 남아있던 공포의 눈길이 어느새 맹수의 포악한 눈길로 변해있었다. 경험이 있는 사냥군이라면 모두 성난 엘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것이다.
백씨가 작은 엘크의 발굽에 채워 저쪽으로 나가 떨어졌는데도 그 몇몇 청년들은 여전히 손에 쥔 끈을 힘껏 당겼다. 작은 엘크가 몇번 머리를 젖자 끈이 청년들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 바람에 청년들의 손바닥에 뻘건 피자국이 선명하게 생겨났다. 사실 작은 엘크에게 있어서 그쯤한 끈은 사실거미줄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진작 야수로 변해 미친듯이 포효하고있었다. 그는 그 몇몇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포위망에서 벗어나 한시바삐 거리썬커의 곁으로 돌아가고싶었다.
그들은 여전히 실패를 달가와 하지 않고 작은 엘크를 트럭에 올리실으려고 시도했다. 작은 엘크는 더 이상 참을수 없었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백씨네는 내 꼴 봐라 하는 식으로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오향사람들이 동정을 듣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땅크를 방불케 하는 야수가 트럭과 담장 사이를 미친듯이 오가며 닥치는대로 마구 들이박는것을 똑똑하게 보고있었다. 트럭이 무섭게 흔들렸다. 담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엘크는 여전히 진정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담장이 무너져내렸다. 작은 엘크는 십여개의 올가미를 목에 건채 커다란 네 발굽으로 세상을 다 뒤엎으려는듯 련달아 땅을 굴러대다가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그곳을 벗어났다.
작은 엘크가 떠나간 골목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작은 엘크에게 공격을 당한 청년들이 랑패상을 짓고 땅에 너부러져 연신 신음을 했다.
거리썬커가 금방 울안에 나왔을 때 작은 엘크가 금방 포화를 뚫고 나온듯한 모습으로 들어서고있었다. 목에는 십여개의 올가미가 걸려있었고 뿔에는 너덜너덜해진 바지 하나가 걸여있었다.
거리썬커를 본 작은 엘크는 다소 시름이 놓이는지 멈추어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어릴 때 수순록들에게 당한후 억울한듯 거리썬커를 찾던 그 모습을 보는듯싶었다. 거리썬커는 부드럽게 작은 엘크의 입과 코를 만져주었고 그의 목에 걸려있는 올가미들을 풀어주었으며 뿔에 걸려있는 너덜너덜해진 바지를 내리워주었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를 더 이상 오향에 둘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씨네가 어느날 또 작은 엘크를 꾀여다 팔아버리려고 시도할것이라 생각되였다. 만약 팔려가기만 하면 작은 엘크는 영원히 철창에 갇혀 살아야 할것이였다.
몇년전에 거리썬커는 새끼곰을 잡아다가 산밖의 동물원에 보낸적이 있었다. 거리썬커는 산밖에 나갔다 온 사람들을 통해 성년이 된 그 곰이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산다는 소식을 들었던것이다. 황야에서 무적의 힘을 과시해야 할 그놈은 야성을 다 잃어버리고 맨날 구경군들앞에서 뒹굴며 먹이를 동냥한다는것이였다.
그 소문을 들으면서 거리썬커는 일찍 그럴줄을 알았더면 어릴 때 진작 총으로 쏴죽일것을 그랬다고 자신을 나무랐다.
거리썬커는 발이 채 아물지 않았지만 그날밤으로 작은 엘크와 꼬리 없는 사냥개를 데리고 숙영지를 향해 걸음을 재우쳤다.

 
 
 
5. 봄날의 강물
 
그것은 작은 엘크가 숙영지로 와서 여섯번째로 맞는 봄이였다.
거리썬커는 웬지 자꾸 졸음이 몰려들었다. 지어는 장작을 패다가도 졸음이 쏟아져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눈만 붙이면 오래도록 잠을 잤다. 날이 어두워지면 울안의 기온이 크게 떨어져 온몸이 꽛꽛해났다. 꼬리 없는 사냥개가 부드럽게 거리썬커의 얼굴을 핥아주어서야 놀라 잠을 깨군 했다.
처음에 거리썬커는 그저 춘곤증이 작용하는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음은 보통 춘곤증을 초월하는것 같았다.
어느날 저녁무렵, 거리썬커는 울안에 앉은채로 잠을 자다가 꼬리 없는 사냥개가 얼굴을 핥아주는 바람에 눈을 떴다. 전에 없던 편안함이 느껴졌다. 해볕이 따스하게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마치도 어릴 때 삼림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희를 놀던 동년으로 돌아간듯싶었다. 어머니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를 치는듯한 환청이 들렸다. 소나무가 파도처럼 설레였다. 하지만 그 순간 거리썬커는 막을수 없는 자연의 힘을 볼수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느낄수 있을뿐이였다.
작은 엘크는 숙영지부근에서 배회하고있었다. 내심하게 거리썬커를 기다리는듯싶었다. 거리썬커가 자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작은 엘크를 떠나보내는 순간이였다.
그날아침, 밤도와 배부르게 수초를 먹은 작은 엘크는 만족스러운듯 흥겹게 숙영지로 돌아왔다. 그를 기다리는것은 홍탕을 섞은 죽이였다. 작은 엘크가 후룩후룩 죽을 먹고있을 때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의 귀등에 숨은 이를 잡아주었다.
작은 엘크는 한통이나 되는 죽을 말끔히 먹어치웠다. 죽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걸음을 걸으니 배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밥을 먹은후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와 작은 엘크를 데리고 길에 올랐다. 거리썬커는 해빛 따스한 삼림속을 천천히 걸었다. 그는 벌써 얼마나 오래동안 삼림에서 생활했던지 기억마저 묘연했다. 그는 백여년을 내려오며 순록의 발자국밑에서 생겨난 오솔길들을 너무도 익숙하게 알고있었다. 그는 또 삼림속에 일곱가닥의 뿌리가 달린 아름다운 마록이 살고있고 강물 어느 부근에 살찐 물고기들이 노닌다는것도 알고있었다. 그리고 삼림에서 수시로 들꿩이 날아예고 고라니가 출몰한다는것도 알고있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가 흥흥 코김을 내쏘며 거리썬커에게 무엇인가를 귀띔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거리썬커는 못 들은듯 머리를 수긋하고 앞으로 걸음만 옮기다가 갑자기 자기의 앞을 스쳐 앞으로 달려가는 꼬리 없는 사냥개를 돌아오라고 소리쳤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거리썬커의 뜻을 몰라 멍해졌다. 
거리썬커는 눈앞에 나타난 사냥물도 발견하지 못하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기만 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수시로 머리를 돌려 삼림속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고라니의 달싹거리는 꼬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못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 작은 엘크는 별 생각이 없이 거리썬커의 뒤를 묵묵히 따라 걷다가도 금방 머리를 쳐드는 애기풀을 뜯어 먹었다.
그들은 오래동안 걸어서 작은 엘크가 종래로 와본적이 없는 풀밭에 닿았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사람의 발자국도 닿은적이 없는 원시삼림이였다.
그곳은 삼림속의 평평한 공지였다. 거리썬커는 쓰러져있는 고목을 당겨다 걸터 앉은후 조심스럽게 총을 걸쳐놓고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거리썬커의 발치에 엎드렸다. 하지만 힘이 넘쳐나는 작은 엘크는 옆에 있는 자작나무곁으로 다가가 돋아나는 파아란 싹을 뜯어 먹었다. 작은 엘크의 위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았다.
거리썬커는 그곳에 앉아 오래도록 작은 엘크를 주시했다. 작은 엘크를 금방 숙영지에 데려왔을 때 그놈은 새끼양처럼 작았었는데 지금은 그의 키를 넘어서는 커다란 엘크로 자라난것이다. 
거리썬커는 그러한 생각을 굴리면서 찾아드는 어둠을 맞이했다.
거리썬커는 어디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게 생각되였다.
멀지 않은 나무숲에서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오르며 청승스럽게 울어댔다. 그 울음소리는 거리썬커에게 손을 쓰게끔 용기를 준것 같았다.
거리썬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크게 소리쳤다. 그때 그의 손끝은 작은 엘크의 코를 가리키고있었다. 작은 엘크는그 소리에 깜작 놀라 멍해졌다. 금방 따서 입에 넣은 파란 싹이 그의 입귀로 흘러내렸다. 숙영지에서처럼 상자를 밟아 마스지도 않았고 물통을 차번지지도 않았으며 천막안에 들어가 시렁을 넘어뜨리지 않았고 먹이를 훔쳐 먹지도 않았는데 거리썬커가 왜 그렇게 성나 소리치는지 알수 없었다.
작은 엘크는 천천히 거리썬커의 앞으로 다가가 커다란 코등을 내밀어 거리썬커의 손바닥에 비벼댔다. 거리썬커의 표정에서 구경 무슨 영문인지를 알고싶어하는것 같았다. 거리썬커의 꺼칠꺼칠한 손바닥이 작은 엘크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작은 엘크는 흠칫 놀라면서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서 작은 두눈을 크게 치떴다. 그는 방금 발생한 모든것을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작은 엘크는 선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리썬커는 만약 그때 손을 멈춘다면 다시 손을 쓸만한용기를 얻지 못할것이라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거리썬커는 주먹에 힘을 주어 작은 엘크의 목을 들이쳤다. 작은 엘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는 모든것이 환각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거리썬커는 시큰시큰해 나는 손등을 비볐다. 더 이상 작은 엘크를 때릴 힘이 없는것 같았다. 그 시각 거리썬커는 분명 자기가 돌멩이를 내리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거리썬커는 막연한듯 머리를 설레설레 젓다가 뒤로 몇걸음 물러서서 쓰러진 고목에 기대놓았던 총을 주어들었다.
거리썬커는 탄알을 재운후 총탁을 어깨에 올려놓았다.
총알은 작은 엘크에게서 한메터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떨어졌다. 총소리는 고요하던 삼림의 황혼을 들깨워놓고는 인차 사라졌다.
꼬리 없는 사냥개에게 있어서 총소리는 공격의 전주곡이였다. 그놈이 다른 사냥개들과 함께 사냥을 나가기 시작해서부터 총소리는 바로 추격을 의미했고 결투를 상징했으며 피비린내를 떠올리게 했다. 감정을 표달하는데 꼭 필요한 그놈의 꼬리도 총성이 지나간후의 한차례 결투에서 잃은것이였다.
탄알은 땅을 스치며 먼지만 일으켰다.
꼬리 없는 사냥개의 기억에 다른 사람이 총을 쏘아 사냥물을 명중하지 못한적은 있어도 거리썬커가 명중하지 못하는 일은 처음이였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생각할수록 뭐가 무엇인지 통 리해할수 없었다.
주인이 쏜 탄알이 왜 저놈의 발치에 와서 떨어진단 말인가? 그 정도로 명중을 잘 하지 못했단 말인가?
꼬리 없는 사냥개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안을 찾을길이 없는지 절레절레 머리를 저으며 거리썬커를 바라보았다. 얼기설기 주름이 간 거리썬커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쳐지났다. 어쩌면 처음 보는듯한 생소한 표정이였다. 평소 거리썬커는 총을 쏜후 얼굴에 아주 평온한 기색을 짓군 했다. 아니라면 다시한번 총을 쏘아 사냥물의 고통을 빨리 끝내줄뿐이였다.
뽀얗게 날리던 먼지가 가라 앉은지 이슥했건만 작은 엘크는 연전히 무슨 일이 발생하고있는지를 모르고있었다. 그는 무거워 나는 머리를 불안하게 저어댔다.
이어 또 총소리가 울렸다. 탄알은 작은 엘크로부터 더욱 가까운 거리에 떨어졌는데 튕겨오른 모래알들이 그의 앞다리를 스쳐지났다.
작은 엘크는 불안해서 진정을 하지 못했다. 그는 크게 뜬 충혈된 두눈으로 뚫어져라 거리썬커를 찍어보았다. 가슴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연신 터져올랐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가 몹시 불안할 때 그러한 동작을 취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줄곧 거리썬커의 옆을 지키고있던 꼬리 없는 사냥개는 갑자기 무엇인가를 알것만 같았다. 거리썬커는 분명 작은 엘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것이였다. 그러자 꼬리 없는 사냥개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주인이 작은 엘크에게 총을 쐈는데 나는 그에게 달려들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주인은 작은 엘크를 죽이려고 하는것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생활해온 식구와도 같은 작은 엘크를 죽이려고 하는것이다. 추운 겨울밤, 서로 몸을 꼭 붙이고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내던 동지와도 같은 작은 엘크를 죽이려고 하는것이다.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꼬리 없는 사냥개는 급해서 미칠것만 같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어릴 때 거리썬커와 함께 사냥을 나가군 했는데 사냥물을 보기만 하면 흥분해서 마구 날뛰였다. 하여 총을 쏠 적당한 시기를 놓친 거리썬커는 결김에 꼬리 없는 사냥개를 마구 때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썩 후에야 꼬리 없는 사냥개는 사냥물을 발견하면 앞에서 날뛰지 말고 사냥물이 어디에 숨어있다는것을 알려야 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바로 그 순간이 소리를 치지 말고 조용하게 있어야 할 때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가슴속에서 올리미는 일종의 충동은 도무지 그를 진정할수 없게 만들었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목에 힘을 주며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어쩌면 판단력을 잃은것 같은 주인에게 당신이 죽이려고 하는것은 숙영지에서 매일 함께 살던 작은 엘크라고 엄하게 경고를 하는듯싶었다. 하지만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사냥개의뜻을 전혀 아는것 같지 않았다. 급해난 꼬리 없는 사냥개는 용기를 내서 거리썬커의 다리에 자기의 몸을 힘껏 부딪쳤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동작이였다. 탄알을 총에 재워 들고있던 사냥군이 준비 없는 공격에 넘어라도 지면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후과는 상상할수 없는것이였다.
거리썬커는 정신을 번쩍 차리면서 꼬리 없는 사냥개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너무나도 강력한 발길이였다. 하지만 꼬리 없는 사냥개는 이를 옥물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영원히 리해할수 없을것 같은 인간세상을 두고 막연하게 머리만 저을뿐이였다. 
거리썬커는 작은 엘크에게 더 이상 이 세상을 리해할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작은 엘크의 발밑에 있는 돌멩이를 묘준해 또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바로 돌멩이의 옆면을 묘준했던것이다. 총알은 정확하게 돌멩이를 마치면서 귀청을 째는듯한 소리를 냈다. 탄알에 맞아 떨어진 돌조각이 날아서 작은 엘크의 코등을 때렸다.
작은 엘크는 크게 재채기를 하면서 펄쩍 올리솟았다.  이어 작은 엘크는 몇발자국 앞으로 달리다가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려 거리썬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에는 수많은 의문이 담겨져있었다. 작은 엘크는 자기에게 고통을 주는 장본인이 바로 거리썬커의 손에 들려서 파아란 연기를 몰몰 피워올리는 그 총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수 있었다. 이어서 발생한 일들은 거리썬커마저도 놀라서 두눈이 휘둥그레해지게 했다.
거리썬커는 한번 또 한번 탄알을 재웠다. 탄알은 정확하게 작은 엘크의 발굽밑이며 귀옆이며를 스쳐지났다. 거리썬커는 스스로도 자기의 사격술이 그렇게 뛰여난것에 놀라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너무도 놀라 미칠것만 같았다. 그는 종래 그렇게 많은 총알이 신변에 떨어져내리는 경험을 해본적이 없었다. 련달아 터지는 총소리와 코를 파고드는 매캐한 탄약냄새는 작은 엘크를 공포의 수렁으로 몰아가고있었다. 탄알에 맞은 돌멩이며 흙덩이들이 어지럽게 날아와 작은 엘크의 몸뚱이를 때렸다.
한순간이였다.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잔물결 출렁이던 작은 엘크의 마음의 호수에 면바로 떨어져내리는것 같았다. 그 파문이 채 가셔지기도전에 작은 엘크가 아득바득 잡아쥐고있던 인류와의 뉴대가 우지끈 부러져나가는듯싶었다.
작은 엘크는 순간 공포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몇년전의 피로 얼룩졌던 그 오후에 작은 엘크는 거리썬커에게 어미를 잃고 숙영지로 갔던것이다. 
작은 엘크는 부르르 몸을 떨며 기승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재현되려는 몇년전의 그 악몽을 떨쳐버리려는것 같았다. 비발치는듯한 탄알도 더 이상 작은 엘크의 중시를 일으키지 못하는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자기에게 총을 쏴대는 거리썬커를 절망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한때 나에게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주고 사랑을 주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작은 엘크는 낯선 사람을 보는듯싶었다. 종래로 본적이 없던 낯선 사람을 마주한것 같았다.
작은 엘크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금방 시동을 건 군함을 방불케 했다. 차츰 속도가 빨라졌다. 네다리가 어울려 돌아가는것이 달리는게 아니라 나는것만 같았다. 삼림속의 울퉁불퉁한 돌밭길에서 자기가 그처럼 빨리 달릴수 있다는게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였다. 나무사이에 엉켜진 풀덩굴도 작은 엘크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삼림은 작은 엘크의 세상이였다. 작은 엘크는 황야에 속하는 맹수였다.
작은 엘크의 적동색 그림자는 눈 깜박 할 새에 삼림속으로 사라졌다.
거리썬커는 쉬지 않고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을 향해 눈먼 총질을 해댔다. 사격은 탄알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되였다.
마지막 탄알까지 날려보내고난 거리썬커는 멍하니 서서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콩 볶는듯한 총소리가 여전히 귀청을 째는듯 했다. 거리썬커는 손에 들고있던 총을 스르르 땅에 떨구었다. 그 순간총은 거리썬커에게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초연이 말끔하게 걷혔다. 거리썬커는 총을 주어들고 그에 기대여 겨우 몸을 지탱했다.
거리썬커는 그곳에 뿌리를 내린듯싶었다. 태양은 서서히 산저쪽에 얼굴을 감추고있었다. 삼림에 찬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쳤다.
거리썬커는 그제야 청각이 회복되는것 같았다. 자지러진 총소리와 그 메아리들이 차츰 멀리로 사라지는것 같았다. 바람이 연출하는 소나무파도가 쏴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삼림에 어둠이 내려 앉았다. 거리썬커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를 찾아 주변을 살폈다. 그놈은 소리없이 거리썬커의 옆에 엎드려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거리썬커는 꼬리 없는 사냥개의 두터운 목덜미가 축 처져내린것을 발견했다. 벌써 몇년째 꼬박 거리썬커를 따른 사냥개였다. 털에도 기름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옆구리는 쑥 꺼져들어가있었다. 뿌옇한 눈길에는 한점의 정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놈은 이미 너무 늙어버린것이였다.
거리썬커는 뼈속까지 파고드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는 겨우 총에 몸을 의지하여 돌멩이우에 앉았다. 그는 조용히 총을 곁에 내리워놓고 꼬리 없는 사냥개를 불렀다.
거리썬커는 벌써 오래동안 그렇게 다정하게 꼬리 없는 사냥개를 부른적이 없었다. 그들은 함께 있은 시간이 너무 오래기에 그렇게 부르지 않고 눈짓 한번만으로도 서로의 뜻을 전할수 있었던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가 머리를 돌려 거리썬커를 바라보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의 눈길에서 잠간 초점이 사라진듯 해보였다. 거리썬커는 다시한번 조용히 꼬리 없는 사냥개를 불렀다. 그 부름소리에 초점을 잃은것 같던 꼬리 없는 사냥개의 눈길이 반짝 빛났다.
어릴 때, 꼬리 없는 사냥개는 거리썬커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은적이 있었다. 거리썬커는 그때 바로 지금처럼 꼬리 없는 사냥개를 부르면서 찾아헤맸던것이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천천히 거리썬커의 곁으로 다가가 무거워 나는 머리를 그의 품에 기댔다. 
그들은 함께 작은 엘크가 사라진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렇게 오래도록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서야 그들은 숙영지로 돌아갔다.
봄이 왔다. 공기중에는 언 땅을 녹이는 따듯한 기운이 타래치고있었다.
거리썬커와 꼬리 없는 사냥개는 강에 가로 놓인 나무다리를 지나 또 오래도록 걸음을 옮겼다.
숙영지는 삼림심처에 있었다.
주변은 어두컴컴했다.
 
 
6. 바람은 여전히 세차다
 
그번 바람은 터지기전에 아무 징조도 없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다. 정오가 지나자 검은 구름이 고삐를 벗어난 들말처럼 산등성이를 넘어왔다. 바람은 성냥가치를 끊어버리듯 아름드리 나무들을 동강냈다. 산아래의 오향에도 세찬 바람이 불어쳐 몇몇 나무집은 지붕이 날려갔다.
그번 광풍은 눈 깜박할 새에 지나갔지만 오향은 전쟁을 거치고난듯 황량한 풍경을 연출해냈다. 날씨가 차츰 맑아지면서 하늘에서 갑자기 눈송이가 날아내렸다.
그것은 6월의 하늘이였다.
오향의 몇몇 젊은이들이 삼림에 있는 숙영지로 갔을 때 거리썬커는 천막앞에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꽛꽛하게 굳어있었다. 그의 손에 그때까지 도끼가 쥐여져있는것으로 보아 장작을 패다가 쓰러진것 같았다.
꼬리 없는 사냥개는 여위다 못해 뼈에다 가죽을 씌우놓은것 같았지만 사람들이 울안에 모여드는것을 보고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의 두눈은 흐려있었는데 이미 머리를 쳐들 힘마저 없는것 같았다.
사람들은 거리썬커의 시신을 숙영지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그루의 큰 나무우에 올려놓았다. 
풍장은 오원커족인민들의 원시석인 장사방법이였다.
사람들이 거리썬커의 시신을 금방 나무우에 안치했을 때 꼬리 없는 사냥개가 다가왔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고 거리썬커의 시신을 올려놓은 나무주위를 묵묵히 몇고패 돌더니 소리없이 나무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커리썬커를 따라 몇년을 삼림에서 살아온 꼬리 없는 사냥개는 그후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두눈을 감았다…
오원커족사람들은 소금주머니를 흔들면서 순록을 끌고 새로운 숙영지를 찾아 떠났다.
그후 오원커족사람들은 다시 그 삼림에 들어가지 않았다.
몇년후, 산밖에서 온 한 사냥군이 그 삼림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냥군은 그 삼림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엘크 한마리를 보게 되였다. 그놈의 키는 사람의 기보다도 더 컸다.
당황한 가운데 사냥군은 가지고 왔던 탄알을 단숨에 쏴버렸다. 그중 한알이 엘크의 왼쪽귀방울을 뚫고 지나갔다.   사냥군이 정신을 추스리고 결과를 확인하려고 할 때 엘크는 이미 그의 곁에 달려와 있었다. 그놈은 커다란 뿔로 사냥군을 툭 쳐서 저쪽에 뿌리쳤다. 사냥군이 다행히 관목숲에 떨어졌으니 망정이지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뼈가 부러졌을것이였다. 사냥군은 머리가 어지러워 몸을 지탱할수 없었다. 그때 엘크가 세수소래아구리만큼한 발굽을 번쩍 들어 사냥군에게 덮쳤다.
죽었구나, 꼼짝 못하고 죽게 되였구나.
얼굴이 파김치로 되여버린 사냥군은 두눈을 꼭 감고 중얼거렸다. 엘크의 커다란 발굽이 사냥군의 머리를 밟기만 한다면 그 자리에서 뇌수가 터져버릴것이였다. 사냥군은 비록 엘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본적이 없었지만 엘크에게 채워서 다리가 끊어진 사냥개는 본적이 있었다.
사냥군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놀라서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얼마후 사람들이 사냥군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죽은듯싶었다.
해볕은 그의 얼굴도 빠드리지 않고 따뜻하게 비춰주었다. 얼마후, 사냥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때 엘크의 갈색 뒤모습이 삼림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물론 이 모든것은 그 사냥군이 후에 전설처럼 이야기한것이여서 그 진실성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사냥군의 옆구리에는 확실히 깊은 상처자국이 나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상처자국은 엘크가 자기를 들어 뿌려던질 때 뿔에 긁혀 난것이라고 했다. 
그 사냥군을 내놓고도 땔나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약재를 캐는 사람들이 가끔 삼림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있었는데 모두들 수풀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엘크를 본적이 있다고 했다. 모두들 그놈의 왼쪽귀에 탄알자리가 똑똑하게 나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엘크는 사람을 보고 다른 동물들처럼 도망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머리에 우뚝 솟아있는 커다란 뿔이 위무당당해보였다. 그놈은 코방울을 벌름거리며 삼림에 들어선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여유작작 삼림속으로 살아지군 했다.
삼림속에서 엘크를 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놀라운 크기에 혀를 내둘렀다. 
 
 
엘크:
몸길이는 2∼2.6m이고 키는 1.5∼2m이다. 무스, 락타사슴이라고도 불리운다. 현존하는 최대의 사슴으로서 몸집이 말보다 크다. 수컷에게는 손바닥모양의 뿔이 있다.
    몸은 튼튼하고 앞다리와 뒤다리는 길지만 꼬리는 짧다. 주둥이는 넓고 밑으로 늘어졌으며 얼굴은 길고 귀는 크다. 발굽은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다. 여름털은 검은빛을 띤 갈색, 검은색, 붉은 빛을 띤 갈색, 회색을 띤 갈색이지만 겨울털은 회색을 띤다. 어린 새끼는 붉은 빛을 띤 갈색이다. 
    엘크는 보통 습지나 삼림지대에서 단독으로 생활한다.  9―10월의 번식기에는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격렬하게 싸움을 한다. 여름에는 호수나 산간계곡이 가까운 곳에서 수중식물을 찾아 잎이나 가는 가지를 뜯어 먹는다. 임신기간은 240일좌우이고 한배에 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약 20년이다. 카나다, 북아메리카, 스웨덴, 노르웨이, 씨베리아,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되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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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6년의 채무 * 철응 2012-04-24 0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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