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소리, 까페:http://cafe.naver.com/ybcdr
http://www.zoglo.net/blog/ybcdr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번역작품

망아지가 강을 건너다*거르러치무거 헤어
2014년 01월 07일 12시 18분  조회:1665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이른아침, 초원으로 들어온 파는 말안장을 내리웠다. 몸이 홀가분해진 어미말은 여유작작 말무리들을 떠나서 무성한 풀밭에 가 엎드렸다.
파는 멀리서 어미말을 바라보면서 그놈이 저절로 이제 다가올 모든 일을 잘 수습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는 풀언덕에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말무리를 바라보았다. 말들은 가을의 높은 하늘아래서 풍성한 풀밭을 누비며 마음껏 먹이를 뜯느라 머리도 들지 않았다. 겨울이 오기전에 말들은 영양분이 풍부한 우질 개보리풀을 많이 먹어두어야 했다. 옆구리에 지방이 두둑하게 올라 붙어야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날수 있었던것이다. 일부 몸이 허약한 말들은 초원의 차디찬 겨울을 이길수 없어 조각처럼 눈속에 얼어붙을 때도 있었다. 그들은 고독하게 긴긴 겨울을 그렇게 서있다가 봄이 터서 눈이 녹는 어느날에 가서야 스르르 무너져내렸다.
어미말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무엇이 불안한지 안전부절 못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새끼를 낳는 어미말들의 본능적인 행동이였다. 비록 천성적으로 생육능력은 가지고있으면서도 정작 마주치니 당황스러운것 같았다. 어미말은 천천히 맴돌이를 치면서 크게 코투레질을 했다. 땅에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새끼를 낳기에 마땅한 곳을 찾아헤맸다.
어미말은 머리를 흔들고 불안하게 꼬리를 저으면서 비릿한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파리를 쫓았다.
어미말의 옆구리는 살이 찌다못해 가을날의 풍요로운 풀밭처럼 풍만하고 안온해보였다. 밤색의 털은 기름기가 흘러 해볕에 눈부셨고 배는 불러서 남산을 방불케 했다. 털밑으로 불뚝 솟아오른 혈관은 당금 툭 하고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파는 머리를 들고 저 멀리 지평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것은 가을날 초원의 오후였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렀다. 하얀 구름 한송이가 저 멀리 하늘가에 나타났다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어릴 때 파는 푸르른 하늘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커다란 구름송이때문에 몹시 놀란적이 있었다. 그는 뿌리를 내린듯 한자리에 굳어져서 커다란 보루같은 구름송이를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 바람에 달려오는 양들과도 몇번이나 부딪쳤는지 모른다. 하여 어른들은 파를 두고 좀 바보스러운데가 있다고 비웃었다. 
파는 십여살이 된 오늘에도 그처럼 넋을 놓고 하늘을 쳐다보기를 좋아했다. 파는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보고있노라면 어느 순간에 그 푸르름에 빨려들어가 헤여나오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풍요로운 초원에 불어오자 무성한 풀들이 쏴쏴 기분 좋은 음악을 연주했다.
파는 명랑한 가을하늘을 좋아 했다. 반대로 비가 쿨쩍거리는 날씨는 웬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비오는 날이면 바람마저 젖어버린듯 불안했다. 파는 오직 태양이 머리를 내밀어야 젖은 바람도 말리울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은 누르스름하게 변해가는 초원을 부드럽게 쓸어주고있었는데 마치도 설레이는 수면을 보는듯싶었다. 일망무제하게 펼쳐진 풀들이 가을바람에 파도를 일으키며 저 멀리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지평선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가?
해볕 좋고 바람 시원한 어느 명랑한 하루, 파는 말을 타고 길에 올라 옹근 하루를 달린적이 있었다. 하지만 앞에는 여전히 일망무제한 록색의 지평선이였다. 얼마나 오래 달리든 세상은 달라질것이 없을것만 같았다. 순간 파는 초원은 끝이 없으며 자기는 영원히 지평선을 밟아볼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원에 어둠이 깃들자 파는 말등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파는 꿈결에 동년의 요람으로 돌아간듯싶어 그처럼 행복할수 없었다. 파는 그날 말등에서 옹근 하루밤을 보냈다.
초원의 오솔길을 익숙히 알고있는 말은 파를 등에 싣고 숙영지로 돌아왔다. 파가 눈을 떠보니 숙영지의 천막들에서는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랐다.
해는 이미 한발이나 떠있었다. 파는 해볕을 받아 온몸이 따뜻해났다. 파는 초원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고있었다. 그는 움직이고싶지 않았다. 그 맵시로 따스한 초원에서 계속 단잠을 자고싶었다. 
파는 어릴 때 진종일 풀을 뜯고 배가 뚱뚱해서 숙영지로 돌아오는 말들을 보면서 늘 일종의 묘한 충동을 느끼군했다. 바로 그 배를 칼로 오려보고싶은것이였다. 안에서 무엇이 튀여나올가가 그렇게도 궁금했던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파는 동년의 유치했던 그 상상으로 하여 얼굴을 붉히군 했다.
몇몇 젊은 말들이 심심했던지 쫓고 쫓기는 놀음을 했다. 그들은 모두 자기들에게 그처럼 빠른 속도와 민첩한 운동신경이 있다는것을 놀랍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들은 진정한 질주를 배우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들은 멋지게 생긴 발굽으로 큰 호선을 그을줄도 알았다. 그들이 발길질을 할 때면  수많은 곤충들이 놀라서 도망쳤다. 초원에 사는 제비들은 그 좋은 기회를 놓지지 않고 바짝 쫓아가서 오동통 살이 오른 곤충들을 잡아 먹었다.
파는 천천히 초원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그 어미말을 떠올리며 깜짝 놀랐다. 어미말이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그때 어미말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작은 구덩이에 들어가있었다. 파는 어미말을 발견한후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그곳으로 다가갔다. 어미말은 네다리를 쭉 펴고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그 동작이 사뭇 괴상해보였다. 파는 종래로 말이 그같은 동작을 취한것을 본적이 없었다. 말은 몸집이 매우 여위여있었는데 배만 남산처럼 커보였다.
파는 자기 앞에 누워있는 말이 그처럼 생소하게 보일수가 없었다.
어미말은 그곳에서 벌써 한참이나 몸부림을 친듯 몸뚱이밑의 흙이 군데군데 패여있었다.
털은 그새 거무스름하게 변해있었다.
괴상하게 취한 그 동작은 어미말로 하여금 호흡을 더 힘들게 하는것 같았다. 어미말은 자꾸 코구멍을 벌름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파를 본 어미말은 물에서 구원을 청하는듯 높이 쳐든 머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잠간 지나자 어미말은 머리마저 무거워 쳐들기 힘든듯 다시 아래로 떨어뜨리며 킁 하고 코숨을 내쉬였다. 그 바람에 땅에서 풀썩 먼지가 일어났다. 
피가 섞인 걸쭉한 물이 어미말의 뒤다리사이에서 흘러내렸다.
망아지가 곧 나오려는것 같았다. 
파는 종래로 망아지를 받아본적이 없었다. 파는 너무도 긴장해서 연신 주변을 살펴보았다. 점심시간이라 주변에서는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어미말이 거칠게 숨을 톺았다. 파는 꿇어앉아 어미말의 머리를 쳐들었다. 파는 그렇게 하면 어미말이 숨 쉬기가 쉬워질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가 어미말의 숨이 고르로와지기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신 어미말은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파는 어미말의 긴장된 목을 바라보면서 그놈이 안간힘을 다해 자기 일생에서의  첫 생명을 탄생시키고있다는것을 느꼈다. 어미말은 무기력하게 머리를 저어댔다. 두눈은 애써 크게 뜨고있었는데 큰 사발아구리를 방불케 했다. 어미말의 머리를 받쳐들고있는 파는 차츰 팔이 저려나는 감을 느꼈다. 파는 땀으로 흥건한 어미말의 머리를 땅에 내려놓았다.
어미말의 호흡은 다시 곤난해졌다. 그 자세는 확실히 어미말로 하여금 호흡을 힘들게 하는것 같았다.  
량쪽으로 들어나보이는 어미말의 갈비대는 죽어가는 나비의 가냘픈 날개를 방불케 했다. 입귀로 뻘건 혀가 흘러왔는데 풀잎이며 흙 같은것들이 묻어있었다.
파는 방금 자기가 누워있던 곳으로 달려가 안장과 굴레를 찾아들었다.
파는 말무리로 달려가서 해빛에 번쩍이는 늙은 말의 등에 안장을 올려놓았다. 그후 손 쉽게 굴레까지 씌우고는 말등에 올라앉았다. 한시바삐 숙영지로 가서 경험이 있는 어른을 모셔다 어미말의 출산을 도와야 했던것이다.
늙은 말은 조급한 파의 마음을 아는지 마는지 여유작작 몸을 흔들면서 숙영지를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얼마를 달리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코두레질을 했다. 파가 말등에서 다리질을 하면서 크게 소리를 질러도 말은 더 이상 앞으로 달리려 하지 않고 괜히 헛다리질만 해댔다.
파는 늙은 말이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은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어른들은 워낙 온순하던 말이 갑자기 불안해지는데는 꼭 그럴만한 리유가 있다고 말씀했던것이다.
파는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그때에야 파는 그들과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서 머리를 수긋하고 풀을 뜯어 먹던 말들이 모두 머리를 쳐들고 그곳을 바라보고있는것을 발견했다. 몇몇 어미말들은 젖을 빠는 망아지들을 쫓아내기까지 했다. 젖꼭지를 빼앗긴 망아지들은 윤기흐르는 몸뚱이를 바들바들 떨면서 불안하게 투레질을 했고 발굽으로 흙을 파올렸다
늑대는 그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도사리고있었다. 바싹 여윈 늑대는 혀름 날름거리면서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늑대는 예민한 후각으로 어미말이 곧 새끼를 낳게 될것이라는것을 감지한것 같았다.
파는 늑대를 향해 말을 달렸다.
늙은 말은 불만스럽게 연신 투레질을 해대면서도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늑대도 많이 늙어보였다. 그 세월을 살아오느라 늑대는 한두번만 사냥군들의 추격을 받은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놈은 번마다 용케도 사냥군들의 추격을 벗어난 모양이였다.
그놈은 십여살밖에 안되는 남자애가 말무리를 돌보고있다는것을 아는것 같았다. 아니라면 감히 대낮에 말무리를 접근하려고 하지 못했을것이다.
파가 말을 달려 늑대의 앞에 도착했는데도 늑대는 도무지 도망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파는 늑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말등에 앉았는지라 파는 늑대가 두렵지 않았다.
늑대는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앞으로 몇발작 뛰여갔다. 하지만 파가 더 이상 쫓아오는 눈치가 없자 다시 걸음을 멈추고 멀리에 있는 말무리들을 바라보았다.
그 계절에 말은 절대 늑대를 따라잡을수 없다는것을 파는 잘 알고있었다. 초원의 풀은 풍성했고 말은 한창 살이 오르고있었던것이다. 하기에 늑대는 몸을 숨길만한 곳이 참 많았다. 아무 곳에나 숨어도 풀바다에 빠진듯 찾기 쉽지 않을것이였다.
하지만 겨울이라면 늑대는 초원에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의 눈에 뜨일것이고 말의 추격을 당해내지 못할것이였다.
파는 혼자 숙영지에 가서 어른들을 모셔다 어미말의 출산을 돕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늑대는 근근히 망아지가 쓰고있던 포의를 주어먹으려고 기다릴수도 있는것이였다. 하지만 늑대가 갑자기 어미말과 망아지를 습격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단 말인가? 비록 곁에 있던 수말이 어미말을 보호하려고 나설수 있지만 망아지가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보장할수 없는 일이였다.
파는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풀이 죽어 말등에서 내려왔다. 해빛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파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어미말은 출산을 앞두고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있었다. 물에 빠진듯 네다리를 마구 허둥대다가도 갑자기 이발을 다 들어내며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말은 한참씩 몸부림을 치다가도 지친듯 네다리를 땅에 떨어뜨리고 죽은듯이 옆으로 누워벼렸다. 
파는 두려운듯 발볌발볌 어미말쪽으로 다가가 풀우에 쪼크리고 앉았다.
이제 곧 망아지가 나오게 될거야.
파는 그렇게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그 시각 어미말의 두눈에서는 주먹같은 눈물이 둘둘 굴러떨어졌다. 가을의 해볕에 말라가고있던 풀잎들이 그 눈물을 흡수해들여 인차 흔적마저 남지 않았다. 어미말은 길다란 눈초리에 싸인 두눈을 연신 껌뻑거렸다. 그 시각 어미말은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아 하는것 같았다.  멍하니 뜬 그의 두눈에는 하늘에 둥실 뜬 구름이 비껴있을뿐이였다. 그 시각 어미말은 자기의 눈길을 푸르른 하늘에 용해시켜버리는려는것 같았다. 
파가 갑자기 일어섰다.
더 이상 기다릴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둠이 몰려오고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어미말이 망아지를 낳지 못한다면 별수없이 어미말을 풀밭에 그대로 두고갈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수 없었다.
파는 채찍에서 가죽끈을 풀어냈다. 그 순간 초원에서 파가 리용할수 있는것은 오직 그것뿐이였다.
파는 어미말곁으로 다가가 그놈의 두뒤다리사이에 쭈크리고 앉았다.
어미말은 그때 이미 무엇인가를 알아차렸는지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을 쳐댔다.
뒤다리는 경련을 일으키는듯 마구 떨렸다. 어미말은 길게 숨을 토했다. 그 순간이 너무 길어 파는 어미말이 다시는 숨을 들이쉬지 못하는것이 아닌가 근심했다. 파는 초원에 살면서 그런 일들을 가끔 본적이 있었던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미말은 들숨을 끌었다. 파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어미말은 몹시 추운듯 덜덜 이를 쪼아댔다. 그 소리와 함께 뜨거운 액체가 풀우에 줄줄 흘러내렸다.
봄날의 따뜻한 밤에 그해의 마지막 얼음이 녹아내리는듯싶었다. 어미말은 태고연한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느라 몸부림을 치고있었다.
밤처럼 생긴 촉촉한 물건이 어미말의 두다리사이에 나타났다. 파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것이 망아지의 발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파는 손에 감아 쥐고있는 끈을 떠 올렸다. 끈이 손가락을 너무 꼭 감고있어서 하얗게 번져가고있었다.
파는 끈을 풀고 손을 흔들었다. 그후 저려나는 다리를 펴들고 선자리에서 몇번인가 풍풍 올리 뛰다가 다시 쭈크리고 앉았다.
파는 주저없이 끈의 한쪽끝을 올가미로 만들어 들고 어미말의 두다리사이에서 아까 보았던 밤처럼 생긴 그 물건을 찾았다. 망아지의 발굽이 옳았다.
파는 올가미를 발굽에 걸고 천천히 당기기 시작했다. 한껏 긴장되여있는 파의 모습은 마치도 폭파물의 도화선을 손에 쥐고있는것만 같았다.
파는 망아지가 어미말의 배속에서 몸부림을 치고있다고 생각했다. 그놈도 빨리 세상에 나오고싶은데 무엇인가 산도에 걸린것 같았다.
파는 차츰 손에 힘을 주었다. 어이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미말은 갑자기 몽둥이에 머리를 얻어 맞은듯 흠칫하더니 머리를 돌려 파를 바라보았다. 어미말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어미말의 머리가 또 떨어뜨려졌다.
파는 더 이상 힘을 주기 무서웠다. 마치도 자신이 가공하는 옥석에 흠을 내면 머리가 날아갈 처지에 놓인 석공이 된듯한 기분이였다. 
산도에 걸려있는 물체가 천천히 움직이기 사작했다. 나올듯말듯 파의 애간장을 태웠다. 잠간 지나자 육안으로 보아낼수 있을 정도로 빨리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망아지의 다리가 다 나왔다. 이어 축축히 젖어있는 머리도 나왔다…
줄곧 비슷한 힘으로 끈을 당기고있던 파는 갑자기 자기와 줄당기기를 하고있던 대방이 완전히 힘을 놓아버린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뒤로 훌렁 자빠졌다.
망아지가 수많은 즙에 들쓰워진 과실처럼 땅에 떨어졌던것이다. 덮씌워져있던 막이 터지면서 망아지가 풀밭에 들어났다.
망아지가 끝내 세상을 보게 된것이다.
파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망아지는 얇은 종이장처럼 톡 치면 구멍이라도 뚫릴듯  취약해보였다. 배가 가볍게 움직여졌다. 망아지는 안간힘을 다해 생명중의 첫 공기를 마시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여름날 황혼의 초원의 공기에는 싱그러운 풀향기가 가득 배여있었다.
파는 또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그는 오른손식지의 손톱을 망아지목아래의 흰색막에 끼워넣고 조심스럽게 뜯어냈다. 그리고 풀잎을 뜯어 쥐고 망아지몸뚱이에 들어붙은 포의를 긁어내고 입과 코구멍에 들어있는 점막을 닦아냈다. 망아지의 호흡은 차츰 정상으로 돌아갔다.
까아만 털을 가진 귀엽게 생긴 망아지였다. 털은 채 마르지 않았지만 여전히 해빛에 반짝이였다.
파는 풀우에 앉아 가죽끈에 달라붙은 풀씨며 점막이며 피자국들을 뜯고 닦아냈다.
파는 가죽끈을 다시 채찍대에 비끌어 맸다. 파가 어미말쪽으로 머리를 돌렸을 때 그놈은 기적적으로 일어나있었다. 배속에 있던 망아지가 빠져나오고보니 어미말은 전보다 많이 여위여있었다.
어미말은 머리를 숙이고 잠간 망아지냄새를 맡다가 귀와 코를 핥아주기 시작했다.
망아지는 어미말의 사랑에 힘을 입었든지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려고 했다.
망아지는 처음에 가느다란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망아지는 이슬을 가득 머금은 이삭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있었다. 가느다란 목으로 머리를 쳐들어올릴수 없는 모양이였다. 코등마저 수시로 풀밭을 쪼았다.
망아지는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쿵 넘어졌다.
어마말은 머리를 숙이고 망아지의 목을 핥다가 갑자기 투레질을 하면서 다시한번 용기를 내라고 고무하는것 같았다.
파는 그때 망아지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것 같이 느껴졌다. 그 순간 망아지가 일어서려고 애를 쓰는것은 생명의 본능때문이라고 생각되였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지기전, 말은 갓 태여나 일어서기전의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한 시각이였다. 그 시점의 망아지에게는 위험에 대적할수 있는 아무 능력도 없었던것이다. 망아지가 스스로 일어서서 젖을 빨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것은 생존할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관건적인 문제였다.
망아지는 또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저가락처럼 가는 네다리로 미끄러운 풀우에 든든히 발을 부치기는 여전히 무리인것 같았다. 
망아지가 끝내 몸을 일으켰다. 후들후들 다리를 떨다가 간신히 몸의 평형을 잡는것 같았다. 망아지는 놀랍게도 어미말의 곁으로 다가가 젖꼭지를 찾아 물고 빨기 시작했다. 누가 배워주지 않았건만 그 동작은 그처럼 익숙해보였다. 젖을  몇 모금 빨자 보리이삭처럼 꼬부라졌던 꼬리가 천천히 펴지더니 한들한들 움직였다. 차츰 움직임이 빨라지더니 나중에는 제법 절주까지 느껴졌다.
흐르는 금빛이 초원을 감싸안았다. 초원은 이미 세상에서 제일 큰 고요의 왕국으로 된듯싶었다. 말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황혼에 몸을 맡기고있었는데 저마다 그렇게 의젓해보일수 없었다. 초원의 말들은 대를 이어오면서 그렇듯 아름다운 황혼을 얼마나 많이 맞이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후손들도 선조들처럼 황혼이 아름다운 그 초원에서 한세대 또 한세대를 이어 번식해갈것이다.
파는 말등에 올라앉아 채찍을 휘두르면서 배 부르게 풀을 뜯어 먹고 꾸벅꾸벅 조는 말들을 몰아 숙영지로 돌아갔다.
파는 길에서 하루 낮을 애타게 기다리고있던 늙은 늑대가 조용히 몸을 숨기고있던 풀숲에서 나와 어미말이 엎드려있던 풀밭쪽으로 가는것을 보았다.
늙은 늑대는 하루 낮을 기다린 보람으로 망아지를 감쌌던 포의를 주어먹을수 있을것이였다. 늙은늑대는 얼마후 그 포의를 소화시켜 배설물을 밖으로 내보낼것이고 초원은 그 배설물을 흡수하여 풀들을 키울것이며 망아지는 그 풀을  뜯어먹고 큰 말로  자랄것이다
초원의 생명은 그렇게 이어지는것이였다.
파는 줄곧 망아지곁에 서서 걸음을 옮겼다.
망아지의 다리는 가늘고 길었으며 발굽은 뾰족했다. 콤파스처럼 생긴 망아지의 발굽이 땅을 내디딜 때마다 부드러운 풀잎들이 밟혀서 모양을 잃었다.
망아지는 어미말과 약간 떨어져 뛰여가다가도 어미말의 곁에 붙어서서 어미말과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
망아지는 어미말을 바짝 따라 붙으면 아무 위험도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파는 발뒤축으로 말의 뚱뚱한 배를 가볍게 때리며 고삐를 당기고는 머리를 돌려 무리를 벗어나는 말을 향해 소리쳤다. 휘두르는 채찍이 무서운지 그놈은 고분고분 무리에 돌아왔다.
낮은 언덕을 넘어서자 강줄기 하나가 앞을 막았다. 강은 뱀처럼 구불구불 풀밭을 누비며 내려오고있었다.
전에 숙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그 강을 볼 때마다 파는 자기도 그 강물을 따라 어디론가 정처없이 흘러가는듯한 환상을 하면서 스스로가 강의 일부분으로 된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오래동안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우울함을 털어버리려는듯 파는 갑자기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사람처럼 목청을 다해 소리치며 말을 몰아 언덕을 내려갔다.
그것은 파가 말들을 이끌고 숙영지로 돌아갈 때마다 취하는 행동들이였다.
대부분 말들이 파의 애어린 목소리를 뒤로 한채 늘쩡늘쩡 언덕을 내려왔다. 하지만 뒤에 있는 성질 급한 놈들이 달리면서 앞의 놈들을 재촉했기에 나중에는 전반 말무리가 줄기차게 언덕을 달려 내려오기도 했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선명한 절주에 따라 말발굽밑에서 먼지가 뽀얗게 일어났다.
파는 채찍을 후두르면서 말무리를 쫓아 강에 들어섰다.  수많은 말발굽들이 고요하던 강물을 흔들어놓았다. 말발굽에 튕겨오른 물보라가 칠색의 빛을 발산하면서 예쁜 무지개를 형성했다.
말들은 강물에 들어선후 속도를 늦추고 맞은켠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숙영지는 바로 강언덕 맞은켠에 있었다.
진종일 해볕에 달구어진 파는  찬 강물이 몸에 닿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강물에 들어선후에야 파는 어미말이 무리에 없는것을 발견했다.
파는 머리를 돌려 어미말을 찾았다. 어미말이 그제야 강물에 들어서고있었다. 하지만 어미말을 따르던 까아만 털의 망아지는 감히 강에 들어서지 못했다. 파는 말머리를 돌려 강기슭으로 달려갔다.
망아지에게 있어서 황혼에 물든 금빛의 강물은 범접하기 힘든 존재인듯싶었다. 망아지는 아직 굳지 않은 자기의 발굽을 강물에 넣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있었다. 
어미말은 몸을 돌려 강기슭으로 돌아가 망아지의 등을 가볍게 핥아주었다. 망아지는 인차 어미말의 다리밑으로 들어갔다. 망아지에게 있어서 그곳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인것 같았다. 하지만 어미말이 강으로 들어가자 망아지는 여전히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망아지의 눈에는 고요한 강물이 큰 홍수처럼 느껴지는것 같았다. 어미말이 강역에 서서 연신 투레질을 했지만 망아지는 좀처럼 발굽을 강에 들여놓지 못했다.
파는 말을 타고 언덕에 올랐다.
망아지는 물에 들어서있는 어미말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그 시각 저가락처럼 가는 망아지의 네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있었다.
파는 말에서 내려 고삐를 손에 움켜쥐고 천천히 망아지쪽으로 다가갔다. 긴 눈초리에 싸인 포도같은 눈망울이 흑진주처럼 반짝였다.
망아지는 미동도 없이 파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막연해보였다.
망아지는 어미를 따라가야 안전하다고 믿고있었지만 그 시각 물에 들어서있는 어미를 감히 따라설수 없는 처지라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파에게 일종의 희망을 걸어보려는것 같기도 했다.
파는 허리를 굽히고 두손을 내밀어 망아지의 겁에 질린 얼굴을 받쳐들었다.
망아지의 몸에는 싱그러운 풀향기가 배여있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느낌이 파의 두손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망아지의 눈길은 여전히 어미말의 몸뚱이를 떠나지 못했다.
파는 망아지의 작은 심장이 터질듯 빨리 뛴다고 느껴졌다.
“괜찮아, 괜찮대두.”
파가 중얼거리며 망아지를 안았다. 망아지는 조금도 발버둥질을 치지 않았다. 파는 망아지를 자기가 탔던 말등에 올려놓았다. 파는 망아지를 붙잡은채 조심스럽게 말등에 올랐다. 말등에 앉은 망아지는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던지 불안스럽게 머리를 저어댔다. 어미말은 맞은켠 언덕에 거의 오르고있었다. 파는 속도를 내서 어미말을 따라 잡았다. 어미말은 그들쪽으로 다가와 망아지냄새를 맡았다.
망아지는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말등에 엎드렸다.
말무리는 이미 맞은켠 언덕에 올라서서 파네를 바라보고있었다.
이미 바싹 마른 망아지의 털은 부드러운 원단같이 느껴졌다. 파는 망아지의 몸뚱이를 꼭 잡아주었다. 망아지의 심장은 전처럼 그렇게 높이 뛰지 않았다. 망아지는 말등에 납짝 엎드려 두려운 눈길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중심에 들어사자 물소리가 한결 또렸해졌다. 강변에서는 물이 급촉하게 흐르는것을 느낄수 없다. 강바닥까지 내리비치는 어룽어룽한 나무가지의 그림자가 강물의 속도가 얼마나 급촉한가를 잘 보여주고있을뿐이였다. 파도 한줄기의 강한 힘이 웃쪽에서 밀려내려와 말의 배를 치고있다는것을 감촉할수 있었다. 강물은 절주가 있던 말의 발걸음을 흐트러놓고있었다. 하지만 말은 인차 발걸음을 조절하고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파는 매일 말무리를 이끌고 강을 지나기에 제일 깊은 곳이라고 해야 말배에나 대일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리고 강밑이 평탄하기에 정상적인 말이라면 절대로 미끌어 넘어가는 일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듯한 강물이 파의 무릎을 적셔주었다. 초원을 가로지나는 이 강은 북방에 있는 큰 호수에서 발원한것이였다. 강은 풀들이 무성한 초원을 지나 남방에 있는 다른 한 큰 호수에 흘러들었다.
파가 세상을 알아서부터 그 강은 하루도 쉬지 않고 그렇게 흘러 초원의 생령들을 키워주었던것이다.
파는 강도 초원처럼 생명이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강언덕에 오른 파는 말등에서 내렸다. 물이 가득 들어간 장화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났다. 파는 망아지를 조심스럽게 풀밭에 내리워놓았다. 망아지는 몇초동안 풀밭에 멍하니 서있었다. 발굽밑의 그 땅이 새롭게 느껴지는것 같았다. 망아지는 갑자기 머리를 돌려 어미말을 찾았다. 망아지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망아지는 어미말을 향해 뛰여갔다. 
그것은 그 망아지의 생명중 첫 질주였다.
파는 망아지가 뛰다가 넘어라도 질가봐 손에 땀을 쥐였다. 하지만 망아지는 용케도 어미말의 곁에 도착하여 몸뚱이를 비벼댔다.
파는 초원의 말들은 땅에 든든히 발굽을 박은후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만약 진짜 넘어졌다면 그 말은 절대 다시 일어설수 없을것이였다.
태양은 지평선너머로 얼굴을 숨겼다. 파는 태양이 지평선너머의 그 대지에 떨어지는 거대한 소리를 듣는듯싶었다. 태양은 광활한 초원을 쩌렁쩌렁 울리며 대지의 품에 안겨 혼신을 불태울것이고 그 정열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것이였다.
초원의 행운아로 불리우는 말들은 솟아오르는 태양의 따스한 빛속에서 단잠을 자다가 땅과 하늘이 맞닿는 장려한 풍경을 감상하게 될것이다.
지평선너머에는 무엇이 살가?
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영원히 풀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것이다.
파는 채찍을 휘두르며 말들을 몰아 숙영지를 향해 떠났다.
멀리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지평선에 숙영지의 륜곽이 보여오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유백색의 천막과 수레가 있었다.
흰 연기가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여올랐다. 바람이 숨어버린 황혼녘이라 연기는 곧추 하늘로 솟아올랐다.
엄마는 파를 향해 저녁을 먹으라고 소리쳤다.


동생 T.BING에게:
이 글은 너에게 보내는 새해선물이다. 나는 전에 그렇듯 너를 부러워했더랬지. 동생아, 너도 그때 곁에 있었더라면 금방 태여난 망아지를 안고 강을 건널수 있었을거다.
검은 털의 망아지는 지금도 잘 있느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 1956년의 채무 * 철응 2012-04-24 0 1661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