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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장편소설-천사는 웃는다

그날밤, 하늘에는 별찌가 없었다.
2010년 03월 10일 15시 16분  조회:1788  추천:0  작성자: 동녘해
그날밤, 하늘에는 별찌가 없었다.

군이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후에야 마지막 공공뻐스를 잡아 타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길에서 군이는 내내 침대에 누워서 링겔을 맞고있던 목석과도 같은 은경의 얼굴을 떠올렸고 흥분에 떨며 아버지를 리혼시키겠다고 열변을 토하던 규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정말이지 군이는 모든것이 꿈만 같았고 모든것이 그처럼 낯설어 보였다.
아빠트에서는 집집마다 전등불이 명멸하고있었다.
<<인제야 오니?>>
집에 들어서자 주방으로부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군이는 주방쪽에 머리를 돌리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어서 와라, 저녁을 먹자.>>
아버지께서 그냥 주방에서 군이를 불렀다. 군이는 침실에 들어가 바삐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나와 밥상앞에 앉았다..
<<학급에 무슨 활동이 있었니?>>
아버지께서 밥술을 뜨며 물었다.
<<아니요. 병원에 갔다오느라구요.>>
은경의 일이 더 충격적이여서인지 규호와의 진지한 대화보다도 은경의 사건이 먼저 머리를 쳤다.
<<병원이라니, 왜? >>
아버지께서 급히 말꼬리를 잡았다. 군이는 밥술을 뜨다 말고 아버지에게 눈길을 주었다. 피뜩 이런 말도 아버지에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던것이다.
아버지도 군이의 속궁리를 읽었던지 그냥 물어본것 뿐이라는듯 한마디 했다.
<<그냥, 누가 입원이라도 했나해서 그런다.>>
군이는 아버지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으며 어쩐지 아버지에게 못할짓을 하는것 같았다. 군이는 아버지에게 만은 아무것도 속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우리 반에 은경이라는 애 있잖아요.>>
<<알지, 그 애 아버지가 려행사를 한다 했던가? 가정형편이 괜찮다고 하던데…>>
어머니가 한국으로 간 3년사이 학부모회의에 한번도 빠짐없이 다닌 아버지인지라 군이네 학급의 웬간한 애들의 이름은 다 알고 있었다. 하여 평소에도 군이와 마주앉아 누구는 공부는 잘하는데 성격이 괴벽하고 누구는 품성이 좋은데 수학성적이 따라가지 못하고 또 누구는 노래에 장끼가 있더라는 것과 같은 대화를 얼마든지 나눌수있었다.
<<보기에는 애가 건실해보이던데, 무슨 병이래?>>
아버지께서 근심스러운듯 물었다.
<<병이 아니구요, 오늘 그 애가 죽자고 약을 먹었어요.>>
<<죽자고 약을 먹었다구? 저런, 웬 일루 그 애가 그런짓을 한다니?>>
아버지께서도 너무나 충격적인 모양이였다.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교차되였다.
<<따르릉, 따르릉~>>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제가 받을게요.>>
군이가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군이는 객실로 나가 수화기를 쥐며 번호표시판을 피끗 내려다보았다. 군이는 날듯이 기뻤다. 번호표시판에는 분명 한국 전화번호가 찍혀져있었던것이다.
(어머니의 전화구나. 어머니께서 지난번에 내가 보낸 메일을 읽으셨나 봐. 그 메일을 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믿고 아버지를 리해하려고 생각하셨나 봐. 그래, 어머니께서는 그 메일을 보시며 많은 생각을 하셨을거야, 어쩜 아버지를 잠시나마 의심한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셨을지도 몰라… 그래서 이번에 집에 와서 아버지와 함께, 그리고 나와 함께 <6.1>절을 쇠려고 생각하셨을지도 몰라. 그래, 어머닌 참 리해심이 많은 분이시니까.)
군이는 이런 생각을 굴리며 내심의 기쁨을 누를길이 없었다.
지난번 병원에서 아버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눈후 군이는 집으로 오자바람으로 어머니께 메일을 보냈었다. 군이는 메일에서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믿고 리해해주자고 절절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만의 생활을 참답게 배치해 가시는 훌륭한 분이라고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6,1>>절 무렵에 한번 집에 다녀오라고 권했다. <<6.1>>절도 함께 쇨겸, 오랜만에 한가족이 단란히 모여 회포를 풀자고 했다.
드디여 오늘 어머니께서 전화를 걸어온것이다. 군이는 높뛰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하며 높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저 군이에요. < 6.1>절에 오시는거예요?>>
<<미안합니다. 전영호씨 댁인가요?>>
뜻밖에도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군이는 잠간 한풀 꺾이며 나직히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전영호씨 계신가요?>>
대방의 목소리는 여전히 굳어진대로 딱딱하게 들렸다.
<<네, 계시는데요. 잠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꿔 드리겠습니다.>>
군이는 수화기를 놓고 주방에 대고 소리쳤다.
<<아버지, 전화 받으세요.>>
<<알았다~.>>
아버지께서 객실로 나와 수화기를 받으며 누구냐는듯 군이에게 눈길을 주었다. 군이는 홀랑 혀를 내밀어 보이며 도리머리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기분좋게 전화를 받아들고 이야기를 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무거운 구름이 감도는듯한 표정이였다. 차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지금 어떤 정황입니까? >>
아버지의 목소리는 공제를 잃어갔다.
<<네?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있다구요? 상처는 어떻습니까?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버지는 황소숨을 몰아쉬고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방에서 뭐라고 말하는지 아버지는 완전히 사색이 되여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전화가 끝났다.
아버지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눈길은 초점없이 허공에서 돌고있었다. 할말을 찾지못하고 있는지 입은 하~ 벌린채로있었다.
큰일이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군이의 뇌리를 쳤다. 더럭 무서움이 엄습해왔다. 군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 웬 전홥니까?>>
<<어, 아무일도 아니다!>>
아버지가 와뜰 놀라며 도리머리를 했다. 하지만 군이는 믿고싶지 않았다. 아무일도 아닌것 같지 않았던것이다. 군이는 심장을 치는 긴장을 한가슴 안고 아버지의 앞에 한뼘 다가 앉았다. 아버지는 불안한 눈길로 군이의 얼굴을 일별하더니 드디여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단다.>>
<<어머니가… 사고를요? 언제요? 무슨 사고를요?>>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에서 액화가스가 폭발했단다. >>
<<그래서요? 어머니가 어떻게 됐대요?>>
<<어머니는 다행이 액화가스와 좀 떨어져있었기에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은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있단다.>>
<<그럼 어떻게 되는거예요? 어머니가 어떻게 되는거예요?>>
군이는 아버지의 턱밑에 바싹 다가 앉으며 아버지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아버지는 그린듯이 한참이나 꼼짝하지 않고있다가 수화기를 잡아들었다. 아버지는 잡지사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의 사고 때문에 래일 심양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어 아버지는 또 할머니네 집에 전화를 넣었다. 무시로 눈굽을 찍으며 한참이나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셨다.
수화기를 내리워 놓은 아버지는 근엄한 얼굴로 군이를 바라 보았다.
<<아버지가 한국에 나가서 어머니의 일을 처리해야겠다. 그새 군이가 집을 돌봐야겠다. 아마 할머니께서 래일 오전에는 우리집에 내려올거다.>>
<<아버지,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거예요? 네, 어떻게 되는거예요?>>
군이는 여전히 정신을 추스리지못하고 당황한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곱씹었다. 아버지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군이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씀했다.
<<괜찮을거다. 한국은 의학이 발달해서 어머니는 얼마든지 의식을 회복할수있을 거다. 근심하지 말어라. 어머닌 꼭 아무일도 없을 거다.>>
<<아버지, 어머닌 정말 괜찮은거죠? 네, 아버지.>>
군이는 울먹울먹해서 아버지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 아버지께서는 불깃불깃한 눈으로 군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셨다.
아버지는 침실로 들어가 웃옷을 찾아들고 객실로 나왔다. 아버지는 두려움에 떨고있는 군이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 주며 말했다.
<<군이야, 너무 근심하지 말고 먼저 자거라. 아버지는 지금 잡지사에 가서 한국에서 온 팩스를 찾아야겠다.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에서 아버지를 한국으로 오라는 서류를 보냈 다는구나. 오늘 저녁에 자료를 작성해가지고 래일, 심양으로 들어가야 할것 같다.>>
<<네, 아버지! 시름놓고 가보세요. 제가 집을 지킬게요.>>
<<그래, 너무 근심을 하지 말어라.>>
아버지는 다시 한번 군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군이는 사라지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군이는 밑둥잘린 나무처럼 쏘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자기의 머리를 부등켜 안았다.
(이국타향에서 어머니는 혼자 어떻게 그 아픔과 싸우고 계실가? 어머니는 이 시각, 병원의 어느 한 구석에 혼자 버려진채로 누워서 신음을 하고있는것은 아닐가? 혹시 어머니께서 영영 일어나지 못하면 어쩔가?…)
오만가지 생각이 군이의 머리를 엄습해왔다. 그러자 못견디게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군이는 당금 어머니의 곁으로 날아가지 못하는것이 한스럽기만 했다.
군이는 자기의 침실로 들어가 책상서랍을 열었다. 서랍안에는 사진첩 몇권이 들어있었다. 군이는 그중에서 가위에 예쁜 녀자애가 고무풍선을 들고 어디론가 뛰여가는 그림이 그려져있는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그 사진첩에는 어머니가 한국으로 가기전에 군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군이는 사진을 보면서 한가지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 사진마다에서 어머니는 군이를 꼭 끌어안고있지 않으면 군의 손을 잡고있었다. 군이와 함께 하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사진마다 그처럼 행복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군이는 사진첩을 번지며 어머니의 진한 향기를 맡는듯싶었다. 방불히 어머니께서 옆에 계시는듯싶었다.
<<어머니!>>
군이는 조용히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어머니의 얼굴이 가담가담 눈앞에서 지나갔다. 군이는 갑갑한 마음을 달래려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층계를 내리기 시작했다.
군이는 아빠트 정원에 있는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아빠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정자를 밝혀주고있었다. 정자에는 두 꼬마가 앉아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애가 이상인듯 해보였다. 양뿔머리를 한 녀자애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남자애에게 물었다.
<<오빠, 오빠는 어느 별을 가질래?>>
<<나는 저기서 제일 반짝이는 저 별들을 가지겠다.>>
남자애가 북두칠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녀자애가 손벽을 치며 종알거렸다.
<<히야~ 오빠, 나도 그 별을 가지고 싶은데. 저 별들이 얼마나 밝니? 저렇게 밝으니까 엄마랑, 아빠랑 있는 한국에서도 볼수있을게 아니야. 그렇지 오빠야, 아빠랑, 엄마랑도 저 별을 보고있겠지?>>
<<볼수있겠지뭐. 근데 볼수 없을거야.>>
<<왜 볼수 없는데?>>
양뿔머리 녀자애가 못내 아쉬운듯 남자애에게 물었다. 남자애는 뭔가를 생각하고있는지 잠간 말이 없었다. 녀자애가 칭얼거렸다.
<<오빠야, 응? 왜 볼수 없는데?>>
<<지난번에 할머니가 하는 말씀을 못들었니? 엄마는 식당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아버지는 돈을 더 벌겠다고 공장에서 맨날 곱대거리를 한다고 하시던 말씀을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 시간이 나서 지금 우리처럼 별을 보겠니?>>
<<참, 아빠랑, 엄마랑도 저 별을 봤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아빠랑, 엄마랑도 우리가 저 별을 보고있는걸 알수있을텐데, 그치? 오빠야~>>
녀자애는 못내 아쉬운듯 오빠를 불렀다. 군이는 못박힌듯 그자리에 서서 오누이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어쩜 인기척에 별구경을 하는 오누이가 놀랄가 우려되였다.
<<오빠야, <6.1>절에 할머니가 우리를 데리고 공원에 갈가?>>
녀자애가 무척 기대에 찬 목소리로 남자애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지, 할머니는 맨날 허리가 아프시다는게 어쩌겠는지.>>
<<우리반 애들은 전번에도 공원에 가서 원숭이랑, 공작새랑, 락타랑, 하마랑 보았다더라. 나도 보고싶은데.. 할머닌 맨날 허리가 아프다면서…>>
녀자애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등뒤에서 신경질이 가득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꼬장꼬장 들려왔다. `
<<<야, 이것들아, 여기서 뭘 하고있니?>>
녀자애는 하던 말을 딱 끊어버렸다. 몸매가 겨릅대같이 여원 할머니 한분이 군이의 등뒤에서 허이허이 걸어 나왔다.
<<이것들아, 독보조에 일이 있어서 갔다 오자고 그새 혼자 있으라 했더니, 그 어간을 참지를 못하고 이 어두운데 밖에 나왔냐? 호랑이가 와서 물어가면 어쩔라구 그러니? 아유~ 이 원쑤들아. 애비, 에미는 어디 가서 제 돈을 버느라 헤매구, 이 늙은것은 그 새끼들을 건사하느라 이 고생을 하구! 유~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하구는…>>
할머니는 정자에 올라가 오누이를 끌고 내려오며 입을 쉬우지 않았다. 오누이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비틀비틀 할머니에게 끌려오고있었다. 군이는 멍하니 선자리에 선채로 할머니에게 끌려가는 오누이를 지켜보았다. 녀자애는 할머니의 손에 끌리우면서도 머리를 들어 가끔 하늘을 쳐다보고있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보고있을지 모르는 그 북두칠성을 찾는 모양이였다.
<<이것아, 온천히 걷지 못하겠니? 왜 이렇게 흐믈 거리니?>>
할머니가 녀자애를 마구 잡아 흔들었다. 녀자애는 여전히 대꾸 한마디못하고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군이는 할머니의 손에 끌려 자기 앞을 지나는 오누이를 축은하게 지켜 보았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군이는 방금 오누이가 앉았던 정자에 가서 오누이가 앉았던 그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군이는 하늘을 바라고 머리를 쳐들었다. 오누이가 보면서 아빠, 엄마를 그리던 그 북두칠성을 찾았다. 은구슬을 뿌려 놓은듯 망망한 별무리들속에서 국자모양의 북두칠성이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었다.
문뜩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나란히 창가에 서서 별찌를 보던 달콤한 추억이 또 머리를 쳤다.
<<군이야, 별찌를 보면서 소망을 빌면 그 소망이 이루어 진단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방불히 귀전에 들려오는듯 싶었다. 군이는 정성을 다해 별찌를 찾았다. 별찌를 보면서 어머니께서 무사하기를 빌고싶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기를 빌고싶었다. 군이는 어머니의 몸이 완쾌 된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리라고 다졌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단란히 모여 오손도손 달콤하게 살고싶었다.
하지만 그날 밤, 하늘에는 별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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