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학들은 모여 앉으면 <<6.1>>절주제반회를 둘러싸고 의론했다. 지난번 군이가 동학들에게 이번 주제반회의 내용을 <<하고 싶은 말>>로 정했다고 공포한후 저마다 주제반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겠는가고 고민하는 모양이였다. 소학교에서의 6년간, 동학들은 정말 많은 말들을 가슴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있었다. 이제 곧 6년간의 소학교 생활을 끝내면서 이것만은 정말 소학교 교정에 털어놓고 가야겠다고 생각되는 하고싶은 말 한가지, 과연 나에게는 어떤것이 될가? 오늘도 예비종소리가 울리자 동학들은 교실로 들어와 또 이문제를 둘러싸고 소조토론을 시작했다. 이때 갑자기 교실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헐레벌떡 뛰여 들어왔다. <<얘들아, 얘들아, 들었니? 특종이다, 특종!>> 동학들의 눈길이 일제히 소리나는 쪽으로 쏠렸다. 목소리임자는 승화였다. 승화는 긴장으로 해서 얼굴마저 하얗게 질려있었다. <<웬 일이니?>> <<특종이라니?>> <<지구의 말일이라도 닥쳤다니? 동학들이 너한마디 나한마디 승화에게 다그쳐 물었다. <<자…자…자살이래.>> 승화는 너무도 긴장하여 말까지 벅벅 더듬고있었다 <<뭐 자살이라구?!>> 승화의 말은 폭탄처럼 동학들을 놀래웠다. <<방금 화장실에 갔다가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자살했대.>> 승화는 역시 두서없이 자살이라는 말만 곱씹었다. <<천천히 제대로 말해라, 누가 자살 했다는 거니?>> <<은경이, 그 애가 자살을 하자구 약을 먹었대.>> <<뭐? 은경이가?>> 동학들은 승화의 말에 뒤통수라도 한대 얻어 맞은듯 깜짝 놀라며 서로서로 눈길을 주고 받았다. 은경이는 오전에 결석을 했었다. 선생님께서는 은경이가 아파서 청가를 맡았다고 했다. 동학들은 모두 은경이가 보통 감기정도나 앓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헌데 자살이라니? 동학들에게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너 잘못들은거지? 은경이가 왜 자살을 해?>> 미림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야, 내가 이 귀로 똑똑히 들었어. 분명 자살하려고 약을 먹었다고 했어.>> 승화가 확실하다는듯 자기의 귀를 툭툭치며 말했다. <<왜, 왜 자살을 했다니? 은경이가 어디 탐탐한데가 있어서 자살을 하겠니?>> 누군가 또 바투 들이댔다. 승화는 대답거리를 찾지못하고 꺽꺽거리며 얼버무렸다. <<건 나두 몰라. 방금 화장실에서 선생님들이 말하는걸 정말 내 귀로 직접 들었다니까…>> <<확실하지?>> 군이가 승화에게 짤막하게 물었다.. <<정말이라니까. 똑똑히 들었다니까.>> 승화가 목소리를 높였다 군이는 동학들을 뒤로 하고 조용히 교실을 나섰다. 담임선생님께서도 구체적인 원인은 말씀하지 않았지만 은경이가 약을 먹은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시립병원에 입원했는데 이미 위를 씻어내서 생명위험은 없다고 했다. 교실로 들어오는 군이의 발걸음은 몹시도 무거웠다. (무엇때문일가? 구경 은경이가 무엇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했을가?)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언제나 동학들 앞에서 이 세상에 부러운것이 없는듯 도고해 하던 은경이였다. 너무 잘난체, 너무 아는체, 너무 있는체 한다고 많은 동학들이 뒤에서는 은경이를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경이를 서뿔리 대하지도 못했다. 언제나 대범하게 동학들을 위해 돈을 펑펑 쓰는 은경이여서 학급에서 말깨나 하는 애들속에서는 영향력이 꽤나 컸다. 이러한 은경의 눈에 난다는것은 동학들속에서 왕따를 당하겠다고 나서는거나 마찬가지였던것이다. 적지않은 애들이 앞에서 은경이에게 아부를 하는 눈치였다. 이러는 동학들을 보는것이 은경의 기쁨이고 자부심인것 같았다. 이같은 기쁨, 이 같은 자부심을 안고 사는 은경이가 자살을 시도 했단다. 과연 원인은 무엇일가? 마지막 종소리가 울렸는데도 동학들은 자리를 뜰려고 하지 않았다. <<청소당번들이 남아서 교실청소를 하구 다른 애들은 빨리 돌아가려무나.>> 군이가 동학들을 재촉하고는 먼저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왔다. 몇몇 동학들이 인차 군이를 따라나섰다. 그들은 또 은경의 일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은경에게 무슨 큰 일이 생긴거야. 틀림없어.>> <<얼마나 큰 일이면 자살을 결심하겠니? 난 리해를 못하겠어.>> <<어떻게 저절로 제 목숨을 끊을수있니? 으~ 무서워!>> <<그 애가 원래 허영심이 있잖아.>> <<그러게 사람은 흉금이 넓어야 한다니까. 어떤 세상이라구.>> 동학들은 너한마디 나한마디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왜들 이래? 옛말거리라도 생겼니?>> 누군가 갑자기 꽥 소리질렀다. 동학들은 놀라서 소리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규호가 무서운 눈길로 동학들을 노려보고있었다. 동학들은 입을 다물고 서로 눈치만 살폈다. 규호가 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두들 이러고싶니? 은경이를 침대에 눕혀놓고 말장난을 하고싶니?>> 규호의 격한 행동에 동학들은 누구도 뭐라고 반박을 못했다. 동학들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가자, 우리 병원에 가서 은경이를 보자.>> 미림이가 누구에게라 없이 제기했다. <<그래, 가보자. 은경이가 지금 정말 괴로와 하고 있을거야.>> 누군가 호응해나섰다. 동학들의 눈길은 군이에게로 쏠렸다. 군이도 사실은 가는 길에 병원에 들려 은경이를 보려던 참이였다. 군이는 동학들을 향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은경이는 링겔을 맞고있었다. 두눈을 퀭하니 뜨고 동학들을 바라보는 은경이의 모습은 마치도 모든 사색이 굳어져버린듯 했다. <<은경아, 우리가 왔다.>> <<널보러 왔다. 힘내라.>> <<빨리 회복돼야 <6.1>절맞이주제반회에 참석할수 있지? 힘내라! 은경아.>> 동학들이 다투어 은경이를 위로했다. 하지만 은경이는 묵묵히 동학들을 바라만 볼뿐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는 은경이를 바라보며 녀자애들이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들어올 때 군이네를 보고 약간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보낸후 한참이나 잠자코 계시던 은경이 어머니가 끝내 참지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우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동학들의 눈길은 은경이 어머니에게로 쏠렸다. 은경이 어머니는 동학들의 눈길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군이가 그러는 은경이 어머니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은경이 어머니는 복도 유리창문을 마주서서 세차게 어깨를 들먹이고있었다. <<은경이 어머니, 은경이가 인차 좋아질겁니다.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군이가 은경이 어머니 옆에 다가서며 말했다. 은경이 어머니는 머리를 돌려 군이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은경이를 보러와서 고맙다. 네가 군이냐?>> <<네.>> <<그렇구나. 평소에도 은경이가 자주 너에 대해 말하군 했다. 반장이 참 똑똑한 애라구.>> 은경이 어머니는 잠간 뜸을 들였다가 군이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군이야, 애들이 모두 은경의 일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동학들이 이상한 추축들을 할것 같아서 이번 일을 너에게 이야기한다.>> 은경이 어머니는 고통스러운듯 두눈을 지긋이 감고 길게 숨을 들이쉬였다가 나직히 내 뿜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은경이 아버지는 자그마한 려행사를 꾸려놓고 사실은 로무자들의 출국수속을 해주고있었다. 한국이요, 미국이요, 프랑스요, 카나다요 하면서 1프로의 희망이 보여도 99프로의 노력을 들이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여다녔다. 그새 돈도 좀 벌었다. 하지만 그 일도 그렇게 쉬운것만은 아니였다. 노력한만큼의 대가를 얻기가 그렇게도 힘들었던것이다. 하지만 은경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 길에서 헤여나오지 못하고있었다. 지난해 가을, 은경이 아버지는 미국에서 큰 회사를 경영한다는 미국적 한국인과 손잡고 또 로무송출실무를 취급하게 되였다. 은경이 아버지는 로무자들로부터 매인당 십여만원의 수속비를 받아들였다. 미국측 대리인에게 어느 정도 수속비를 먼저 넘겨주고 출국수속을 밟던중에 미국측 대리인이 갑자기 잠적해버렸던것이다. 수속비를 낸 로무자들이 출국날자를 기다리다가 드디여 은경이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측 대리인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사라져버린 수속비는 2백만원도 넘는 돈이였다. 출국이 가망이 없게 되자 로무자들은 련명으로 은경의 아버지를 검찰원에 고소했다. 은경이 아버지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은경이 어머니에게 사실을 이야기하며 문제가 엄중해질것같다고 근심했다. 은경이 어머니도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은경이가 문제구만. 은경이가 모르게 일이 처리되여야겠는데. 일이 터지면 은경이가 얼마나 타격이 크겠오…>> 아버지는 진심으로 은경이를 걱정하고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은경이 아버지의 욕망처럼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은경이 아버지는 끝내 사기죄로 구속령장을 받게되였던것이다. <<어머니,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은경이는 두려움이 가득찬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애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은 결과를 알수없지만 아마도 오라지 않아 체포령장이 내릴것 같구나. 사실이 엄중하다고 하니까.>> <<그럼 아버지가 감옥에 가는 거예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되는거예요? >> <<은경아,>> 은경이 어머니는 두려움으로 파르르 떠는 은경의 갸냘픈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그럴수 없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 되다니요. 아버지가 감옥으로 가다니요. 그럼 전 뭐가 돼요? 죄범의 딸이 되는 거예요? 그럴수 없어요. 그럴수 없어요…>> 이렇게 중얼거리던 은경이가 갑자기 어머니의 품을 떨쳐나가 자기의 침실로 들어갔다. 은경이 어머니는 근심스러워 인차 은경이를 따라섰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은경이가 침실문을 안으로 잠근후였다. 은경이 어머니가 은경에게 문을 열라고 그렇게 애원을 해도 은경이는 대답이 없었다. 은경이 어머니는 열쇠를 찾아 은경의 침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은경이는 넋을 놓고 멍하니 천정을 쳐다보고있었다. 책상우에 펼쳐놓은 일기장에는 <<나쁜놈, 감옥, 죄범, 죄범의 딸>>과 같은 글들이 란잡하게 오려져있었다. 침실로 들어 온 어머니를 발견한 은경이는 갑자기 <<악!>>하고 소리치며 자기의 머리를 마구 잡아 뜯었다. <<은경아, 너 왜이러니?>> 어머니가 은경의 손을 잡았다. <<나가요. 나가! >> 은경이가 히스테리적으로 소리쳤다. <<은경아. 진정해라. 일이 다 잘 풀릴거야.>> 하지만 은경이는 막무가내였다. <<미워요. 다 미워요. 썩 사라져요.>> <<은경아, 진정해라. 그러면 더 힘들단다.>> <<그래요. 힘들어요. 죽고싶어요. 아니 죽을래요.>> 은경이는 자기의 가슴을 벅벅 긁어대며 고통스럽게 소리질렀다. 어머니는 은경이와 함께 있는것이 은경이를 더 흥분시키는 일이 아닌가싶어서 은경의 침실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은경이가 근심스러워 객실 쏘파에 앉아 온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새벽녘에 은경의 어머니는 문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소스라쳐 놀라 눈길을 돌려보니 은경이가 주방으로 들어가고있었다. <<벌써 깼니?>> 어머니도 은경이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은경이는 음수기에서 물을 뽑고있었다. <<은경아,>> 어머니는 불안한 눈길로 은경이를 살폈다. 컵에 물을 꼴똑 받아 든 은경이는 몸을 돌리며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 근심마세요. 돌아가 편히 쉬세요.>> 생각밖으로 은경의 표정은 담담했다. 어머니는 저으기 한시름을 놓으며 애써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오늘 힘들면 학교에 나가지말어라. 어머니가 선생님께 청가를 맡을게.>> 말끝을 맺고 보니 은경이는 벌써 침실로 들어가버리고 없었다. 어머니는 아침밥상을 다 차려놓고 은경이를 부르며 은경의 침실로 들어갔다. 은경이는 침대에 반듯이 누워있었다. <<아직도 자니? 웬간하면 아침을 먹고 계속 자렴.>> 은경의 어머니가 살펴보니 책상우에 약병이 놓여져있었다. 어머니는 섬찍한 생각이 들어 냉큼 약병을 주어들었다. 정통편을 넣었던 병은 밑굽이 들어나있었다. 은경의 어머니는 너무도 놀라 목석처럼 굳어졌다. 간혹가다 이발이 아프다면서 투정을 하기에 그때마다 림시구급으로 정통편을 먹으라고 며칠전에 50알이나 사서 병에 넣어놓았던것이다. <<은경아!>> 어머니는 은경이 쪽으로 몸을 돌리며 경악에 차서 소리쳤다. 은경의 입에서는 흰거품이 게질게질 흘러내리고있었다. <<은경아, 은경아!>> 은경이 어머니는 피터지게 소리치며 은경이를 잡아 흔들었다. 은경이는 완전히 의식을 놓아버리고있었다. 은경이 어머니는 황급해서 120긴급전화를 눌렀다. 구급차가 잠간새에 도착했다. <<그 속이 못된 계집애가 끝내 옥생각을 펴지못하고 일을 친거야. 며칠전까지만 해도 <6.1>절이 오라지 않다면서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6.1>절에는 아버지랑, 어머니랑 함께 대련으로 유람을 가고싶다고 아버지께 응석을 부리더니, 너무도 큰 타격을 당해내지못한거지. 그리구 은경이, 그 앤 늘 자기의 아버지로하여 자호감을 느끼고있었거든, 흐흐흑… 정말 우리는 은경이를 볼 면복이 없구나. 너희들이 은경이를 리해해줘라. >> 은경이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울음이 섞여있었다. <<네. 은경이 어머니, 시름놓으십시오. 저희들이 자주 와서 은경이를 보겠습니다. 은경이가 마음을 돌리수있도록 잘 동무해 주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은경이 어머니는 군이의 손을 꼭 잡았다. 군이는 은경이 어머니의 손이 몹시 차다고 생각했다. 그 시각 군이는 몹시도 괴로왔다. 고통에 신음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오열을 토하는 이 갸냘픈 어머니의 손을 뜨겁게 해주지 못하는것이 괴로왔고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6.1>>절 소망을 이루지못하고 침대에서 신음하는 은경이를 보는것이 괴로왔던것이다. 군이는 돌아서서 주먹으로 눈굽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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