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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작은
2010년 03월 11일 07시 07분  조회:1266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작은 <<지구촌>>


<<어서오세요.귀한 손님이 오시네...>>
간드러진 목소리와 함께 려관문이 열리며 50대의 아줌마가 쪼르르 뛰여나왔다. 코날이 오똑하고 파르스름한 눈알이 움푹 패여들어간 아줌마는 인상과는 달리 재글재글 끓어번지는 삼복날의 하늘처럼 뜨거운 열기를 확- 뿜어주었다. 서울간 촌닭이라고 역전에서 짐나르는 아저씨들의 알선으로 간신히 그곳까지 도착한 나는 아줌마는 끓던말던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려관 간판부터 쳐다보았다. 허름한 판대기에 씌여진 <<서울장려관>>이라는 글발이 안겨왔다.
<<어서오세요. 몇분이나 오셨어요? 어떤 방에 드실래요?>>
아줌마는 나에게 말할틈도 안주고 자기의 여건부터 챙겨나갔다.
<<혼자서 자구요 짐 몇짝을 함께 두려는데요, 하루밤 얼마예요?>>
<<4만원이면 돼요. 딱 4만원이요.>>
아줌마는 손가락 네 개를 쫙 펴보였다. 순간 나는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렸다. 분명 역전에서 짐나르는 아저씨들은 하루 밤에 5만원씩 줘야한다고 했던 것이다. 나는 제꺽 호주머니에서 만원짜리 4장을 쑥 뽑아 아줌마에게 쥐여주었다.
<<고마와요, 아저씨.>>
아줌마는 역시 생그르르 웃어번지며 돈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러는새 짐나르는 아저씨들이 려관앞에 도착했다.
<<아저씨들 오늘, 땡 잡았네. 빨리빨리 짐을 옮겨요.>>
아줌마는 제법 주인답게 아저씨들을 부려서 나의 짐들을 모두 방에 옮겨다 놓게 했다.
<<휴->>
시름이 놓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아저씨들께 인사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잠간 지나서 주인아줌마가 열어놓은 방문에 머리를 찌쑥하더니
<<아저씨요, 만원을 더 내세요.>>
하고 말했다.
<<무슨 돈인데요?>>
내가 놀라며 묻자 주인아줌마는 언제 맑았더냐 싶게 얼굴을 흐려보이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 말도 안되지. 이 많은 짐을 싣고왔는데 팁도 안줘요?>>
<<짐삯은 1만 5천원이나 줬는데요.>>
<<그건 여기 까지 실어온 값이구요. 이 많은 짐을 공짜로 보관시키게 여기를 알선해준 아저씨들께 팁이라도 줘얄게 아니예요?>>
<<팁이야 아줌마가 줘야죠. 방값은 아줌마가 챙기는게 아냐요?>>
나도 지지않고 도리를 따졌다.
<<세상에 이런법이 어디있어요. 저의 서울장 려관은요 일본사람, 영국사람, 필리핀사람, 안드는 사람이 없어요. 작은 <지구촌>이예요. 세상에 팁을 안주는법이 어디 있 어요?>>
아줌마는 복도가 째지라고 소리쳐 댔다. 나는 남의 땅에서 괜히 일치는 줄 알고 만원짜리를 한 장 뽑아서 던져주고야 말았다. 아줌마는 돈을 받아가지고 복도를 따라 종종 걸음을 놓았다. 그때까지도 속이 꺼림직 해난 나는 아줌마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아줌마는 자기가 아니면 아저씨들이 팁을 받지못했을 것이라는듯 생색을 내며 아저씨들에게 돈을 건네주는것이였다. 그중 키작은 아저씨가 나에게 래일 짐을 나를 때 시간을 맞춰오겠으니 래일아침에 만원만 얹어달라는것이였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인아줌마는 그런 일은 려관에서 알아서 하니 근심말라며 짐나르는 아저씨의 등을 밀어 보내는것이였다.
방에 돌아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보니 부아통이 터졌다. 처음에는 내가 혼자서 온 줄을 알고 방값이라도 챙길 타산으로 4만원을 불렀는데 아저씨들이 알선해서 온줄을 안 다음부터는 아저씨들의 비위를 맞춰주느라고 만원을 더 내라 억지를 부린것이였다. 그러고 보면 처음 짐나르는아저씨들은 또 미리 저희들의 팁을 생각하고 하루 밤에 5만원을 부른것이였고...어쨌든 눈감으면 코떼가는 서울놈들이라더니 정말 단단히 체험을 해본것이였다.
(어쨌든 무사히 짐을 부리워놓았으니 됐지, 글구 일본사람도, 영국사람도, 필리핀사람도 온다니 이곳은 정말 작은 <지구촌>이나 다를바 없는데...한번 들어보는것두 영광스럽구 ...래일아침이면 저 아줌마가 짐을 역전까지 실어다 주겠지...)혼자 누워 제좋은 속구구를 하고 있는데 주인아줌마가 또 문쪽에 머리를 삐쑥이 들이미는것이였다.
<<들어오세요.>>
내가 알은체를 하자 주인아줌마는 방으로 들어오더니 움푹 들어간 파르스름한 눈알을 툭 불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해댔다.
<<세상에, 세상에 아까는 짐이 몇짝 안되는줄 알았더니... 애개개... 이게 어디예요. 말도 안되지, 이걸 만원에 ... 세상에... >>
<<얼마를 받아야 돼요?>>
나도 시치미를 뚝 따고 물었다.
<<3만원, 아니 4만원이야 받아야지...>>
<<알겠습니다. 래일아침 보죠.>>
나는 더 싱갱이질을 하고싶지않아서 그냥 끊어버렸다. 아줌마는 내가 자기의 흥정에 수긍하는줄 알았던지 그후부터는 복도에서 봐도
<<중국아저씨요. 어데가세요?>>
하고 처음처럼 끓어번졌다.
이튿날 푸름해서 일어난 나는 형세나 알아볼겸 거리에 나가 세워놓은 택시쪽으로 다가갔다. 택시모는아저씨는 서울장려관에서 서울역까지는 4천 5백원이면 푼푼하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짐이 몇짝 더 있으니 만원에 안가겠는가고 묻자 아저씨는 무척 기뻐하며 실어다 주겠다고 대답하는것이였다.
라면으로 대충 요기를 한 나는 8시 30분이 되자 식전에 약속한 아저씨를 찾았다. 아저씨는 마침 약속장소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서울장려관으로 올라왔다. 그때 마침 코가 뾰족한 백인부부가 려관방에서 짐을 내다가 려관에서 준비한 삼륜차에 싣고있었다. (말이 안통하니 당하는 모양이군.) 나는 최저로 3만원은 줘야할 서양부부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방에서 짐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짐을 들고 밖에 나왔을 때 아니나 다를가 주인아줌마와 백인부부의 설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안돼요. 3만원, 안돼요.>>
<<그것두 안주구 어떻게 해.>>
<<3만원 안돼요. 안돼요.>>
백인녀자는 연신 안된다는 말만 곱씹었고 백인남자는 삼륜차에서 짐들을 주어내리우기시작했다. 그러자 백인녀자는 씽하니 골목을 따라 내려가더니 택시한대를 불러가지고 올라왔다. 원래 짐이 몇 개 안되는지라 잠간 새에 짐은 택시에 옮겨실어졌다. 백인부부는 매우 불쾌한 기색으로 택시에 올랐다. 벼락 오기전의 하늘처럼 얼굴이 퍼렇게 살아있던 주인아줌마는 택시기사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3만원을 받아요. 저런 놈들은 혼줄을 내줘야해요.>>
그리고는 떠나가는 택시에 대고 주먹질을 해보였다.
아마 그 백인 부부는 자기들이 어째서 혼줄이 나야하는지를 죽어도 모를 것이다. 그새 나도 짐을 다 싣고 택시에 올랐다. 떠나면서 창문으로 주인아줌마를 보니 그때까지도 아줌마는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일본사람도, 영국사람도, 필리핀사람도, 웰남사람도 거쳐간다는 서울장려관, 아줌마의 말대로 서울장려관은 작은 <<지구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주인아줌마는 과연 작은<<지구촌>>의 주인이 되는셈이 아닌가... 돈 몇푼에 량심을 팔고 인격을 팔고 웃음을 파는 아줌마가 불쌍해보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가슴 아픈 활극을 펼쳐나가는 작은 <<지구촌>>이 서울의 하늘아래에 있다는 것이 꿈인 듯 싶었다.
그날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나가는 리무진뻐스안에서 나는 내내기분이 찜찜해지는 것을 어쩔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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