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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성이의 세계
2010년 03월 11일 07시 15분  조회:1086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성이의 세계

여섯살배기 둘째아들 성이는 정말 못말리는 개구쟁이이다.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면 뭔가를 다하지 못한것 같은지 새록새록 엉뚱한 장난을 생각해내여 엄마를 애먹인다. 그날저녁에도 성이는 유치원에 다녀오자마자 가위를 찾아들고 이것저것 오리는 놀음을 했다. 빨간종이를 오려서는 엄마의 얼굴이라 하고 까만색종이를 오려서는 엄마의 눈이라고 했다. 그 바람에 3원이나 주고 새로 산 수공종이가 몇장이나 허비되였다. “성이야, 너 그만하지못하겠니? 종이가 아깝지도 않아?”“엄마얼굴 만드는데 욕은 왜 하지? 매롱~ 우리엄마 깍쟁이!”성이는 제 엄마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안해는 성이를 향해 눈을 흘기며 버럭 소리질렀다. “그만하라면 그만 해! 웬 대꾸질이냐?”제 엄마가 정말 성난것을 본 성이는 입술을 한발이나 내밀고 실룩거리더니 수공종이를 모아서 봉투에 넣었다. 나는 이로써 오늘저녁 성이의 장난이 끝난줄로 알았다. 안해도 시름놓고 주방으로 나가 저녁밥을 짓기시작했다. 나도 한시름을 놓고 컴퓨터앞에 마주앉았다. 잠간 집안은 고요가 흐르는듯싶었다. 갑자기 성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아파라, 엄마, 나 죽는다~”안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듯 성이가 있는 거실로 달려나갔다. 성이의 손에 뻘건것이 묻어있는것이 보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안해도 성이의 손을 와락 잡아쥐더니 호들갑을 떨었다.“피...피가 난다, 피가 나! 어디야?”“여기, 여기야.”성이가 빨간것이 묻은 손가락으로 신다리를 가리키며 울먹거렸다. 그제야 나와 안해는 진정하고 성이가 가리키는 신다리를 눈여겨보았다. 아래내복이 한군데 가위에 베여진 자리가 보였다.“왜 이랬어? 응, 왜 이랬냐구?”“여기에 땀이 나서 시원해지라구 창문을 냈어, 근데 힘이 너무 세서 내 다리두 베여졌다, 아파라. 잉~”생각해보니 또 아파났던지 성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안해는 베여진 성이의 아래내복을 벗기고 신다리에 약간 난 가위자리를 약솜으로 깨끗이 딱은후 약반창고를 붙여주었다.“이렇게 하면 안 아파져?”성이가 울음을 그치고 물었다.“그래, 이렇게 반창고를 붙이고 잠간 지나면 안 아파지거든. 반창고를 뜯지말아야 한다.”성이는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나와 안해는 마주보며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이렇게 한단락의 복새판이 정리되자 안해는 주방으로 나가고 나는 또 컴퓨터앞에 앉았다.집안은 또 고요가 흐르는듯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이의 목소리가 집안의 고요를 깨뜨리며 울렸다.“와~ 됐다. 내복이 안 아프게 됐다. 히히히히...” (내복이 안 아프게 됐다니?)나는 웬 일인가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성이가 있는 거실로 나갔다. 성이는 아까 가위로 낸 내복구멍우에 약 반창고를 붙여놓고 앉아서 스스로도 장하다는듯 그렇게 소리치고 키득거리는것이였다.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가?)이따라 들어온 안해도 배를 끌어안고 웃기시작했다.“엄마 이램 됐지? 내복이도 안 아프겠지? 성이도 안 아프지롱~”“내복이 어떻게 아픈것을 안다구 이런짓을 했니?”“가위로 베니까 내 살이 아팠다. 그러니 내복도 아프겠지, 엄마는 나쁘다. 나만 반창고를 붙여주구, 내복이는 안 붙쳐주구...내복아, 서러워서 어쩌니? 그래, 내복아, 울지마! 내가 있잖니?”성이는 제법 내복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좀전에 애먹이던 개구쟁이 같지않게 정색한 성이의 모습을 보며 나와 안해는 또 눈길을 마주쳤다. 웃을수도 없었다.“그래, 성이야, 잘했다. 내복도 울지않을거다.”안해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성이의 품에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성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내복아, 울지마! 내가 있잖니? ” 엄마의 품에 머리를 꼭 묻고 두눈을 깜빡이는 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그의 천진한 목소리를 다시금 떠올렸고 그의 오색령롱한 채색의 세계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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