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신문학원 뒤의 어느 공지에서 전기가설을 하기에 오늘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전을 한다는 공시가 게시판에 나붙었다. 뜨거운 물을 떠나서는 살지못하는 한족사람들이라 뜨거운 물 걱정이 제일 컸다. 모두들 아침 7시전에 일어나지 못할것이라며 어제 밤에 뜨거운 물을 떠놓느라 법석을 떨었다. 여기와서 뜨거운 물에 습관이 되여가는지라 나도 그들속에 끼여 뜨거운 물 한 보온병을 받아다놓았다. 시름놓고 자다 일어나보니 아침 여덟시, 혹시나 해서 컴퓨터 버튼을 눌러보니 역시나 까막나라다. 문학원에서 와서 오늘까지 반복되는 일상이 강의를 듣고, 창작을 하고, 불로그를 돌아보는것이였는데 오늘은 이 모두를 할수 없게 되였다. 죽은듯 반응이 없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잠간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정말이지 일상의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응당 있어야 하는 일쯤으로 간주하고 살아왔었다. 그 모든것이 어떻게 주어지는 것인지를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냥 향수만 하면서 살아온것이다. 전에 집에 있을 때도 혹시 정전이 되는 때가 있었지만 그냥 번다한 일에서 잠간 해방되여 시름놓고 휴식을 즐기는 시간쯤으로 기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학원에 와서 컴퓨터 하나에 모든것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정전이란 나의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 되는가 하는것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왕왕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이 중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전기만이아니라 가족의 사랑, 친구의 우정, 동사자의 관심 등 모든것을 그렇게 당연한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안해가 3일째 전화가 없기에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게 아닌가싶어 어제 밤 집에 전화를 했었다. 안해의 말이 글쓰는데 방해가 될것같아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것이다. 전화받는 시간이 얼마나 든다고 그러느냐 했더니 전번날 전화했을 때 내가 글을 쓰고있다며 “일 없으면 그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더라는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날 한창 작품에 빠져 글을 쓰는데 안해가 전화를 걸어와서 큰아들 민이가 기말시험을 친 이야기며 작은아들 성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며 장모님이 요즘 마작운이 붙지않아 가슴앓이를 한다는 이야기며를 늘여놓기에 급한 마음에 “그만!”하고 전화를 끊었던 생각이 난다. 아마도 안해는 내가 자기의 전화를 부담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3일째 전화가 없으니 그립고 기다려지는 안해의 전화, 역시 나는 저녁마다 걸려오는 안해의 전화를 받으며 전화선을 타고 오는 그 진한 감동을 느끼지못했고 그 소중함을 몰랐던것 같다. “있을 때 잘 해”라는 노래말이 떠오른다.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때임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있는것에 감사해 할 줄을 알며 살아야겠다. 고맙게도 5시에 온다던 전기가 3시가 좀 지나자 왔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것 만치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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