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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日常(문학과 창작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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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자명 댓글:  조회:3294  추천:3  2013-09-05
자명   과거에 갇힌 이름이여 삶의 굴레에 묻히어 자신을 잊은 이름이여 나를 불러 보라 나에게 말을 건네고 어둠에 있는 나를 불러 나오게 하라 희망의 풀밭에 새로운 인연이 있으니 나에게 나를 베풀어 생명임을 느껴 보라 행복임을 웃어 보라.   [인연 중에서] 東源 이원국
103    별자리 댓글:  조회:2727  추천:3  2013-08-20
  별자리 이름 모를 사연이 풀벌레로 운다 솔바람이 스쳐 부르스로 내 몸을 감아 아직 아물기 더딘 부스럼에 탱고를 요청하고 한적한 바닷가 내 오막살이로 은하수를 내리고 너도 별이 되라 말한다   내가 별이 되면 검정색 정장에 나비넥타이 두르고 하얀 드레스 입은 그대 두 손 맞잡아 어지럽도록 왈츠를 추다 쓰러지리라 낮 동안 힘들게 땡볕에서 별 놀이한 사람들 하나 둘 토끼장 문은 껌벅이더니 이름 없는 별이고 싶어 저마다 사랑하는 이 포옹하고 안식의 눈을 껌뻑이다 잠든다   눈썹 닮은 불빛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어둠으로 둘러싸인 오두막 여기 내 책상엔 은하수를 비롯한 무수한 별들이 다 모였다 이 얘기들을 다 들을 즘 나도 별이 되어 있으리라 시를 사랑하는 만큼 내 아픔도, 내 고통도 의미를 모르고 지저귀는 저 영롱한 풀벌레의 위안도 모두 나를 둘러싸고 별이 되리라 어제가 된 희미한 가로등 아래 기적을 남긴 철로에 침묵하는 플랫폼 추억으로 남은 지인들 나를 끔찍이 사랑한 누렁이와 삽사리 내가 나보다 더 사랑한 코스모스 같은 희야 벌써부터 별이 되라 말 하는데 날개 없는 나는 눈을 달고도 몸뚱이가 고목이 되어야만 하는 슬픔에 어둠을 꿰어 별로 가야만할 순정이 오른다 그래, 오늘 밤은 너를 사랑했다고 말 하련다 내가 별이 되기 전에 인연이었든 모든 흔적을 찾아 어둠에서 총총 빛나는 너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흔들리는 별자리에서 나는 우뚝 서 그대의 꽃밭에 향기를 더듬지만 달빛 품은 늙은 솔가지 사이로 풀벌레처럼 영롱히 오른다 늘 오늘처럼만 기도하는 별 종이학이 날고 있다. [東源 이원국]  
102    새로운 만남 댓글:  조회:3191  추천:1  2013-08-17
새로운 만남     망설이나요 이별이 주었던 실갱이에 그리움이 주었던 여운에 가슴이란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나요 나에게 말해요 내 속에 든 나에게 말을 걸어요 허물을 벗고 나오라 얘기해요   거울 앞에 바라보는 나를 너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말해보세요 그리고 나오라 손짓해요   또 다른 만남을 위해 가슴 한쪽 비워두라고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사랑하라고 누구의 위함이 아닌 너를 위해 사랑하라고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세월은 그냥 머물지 않아요 조금 지나면 후회할 나를 위한 나에게 새로움을 주세요.     [東源 이원국]  
101    인연은 작은 것이 없다 댓글:  조회:3281  추천:4  2013-08-03
 인연은 작은 것이 없다   [1]  눈 한 번 마주친 것도 옷깃 스쳐 지난 것도 인연이라 했나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 맞대고 소리 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두 눈 마주쳐 마음을 섞고 마음과 마음이 끌어당겨 통하는 것만 인연인가 만났다 이별하였다고 끝인가 우연히 마주쳐 필연이 되는 내가 모르는 사이 와 있는 것도 상대가 모르는 사이 다가서 있는 것도 우연히 왔다 절연이 되어도 작은 인연은 없다 내내 통할 수는 없다 마음이 멀어지면 눈도 멀어 나눔을 잊어버리고 돌아서나 저울질은 그 순간뿐이다 반드시 또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 윤회란 불씨에 이는 바람이다. [2] 소중하다는 것만큼 가슴에 심어야 할 인연 뿌리치려야 떨칠 수 없는 질긴 연 생명 앞에 나 하나 목숨 세워두고 잣대를 들고 설치나 양심이 숨어버렸다 그랬다, 본의 아닌 피해를 주었다...고 등 돌려야하는 사람들 속내 들여다보면 가책이 없는 소갈이다 속앓이다 마른 장작도 아닌 것이 활활 타다 연기를 뿜는 희나리 같은 이야기 우리는 인연 알기를 개똥 보듯 한다 만나는 것만이 인연은 아니다 통하지 않음에 시기하는 것은 스스로 인연을 배반하는 것이다 무심코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얼굴 붉히고 감수해야할 수긍이 제 잘났다 관념을 내세워 우기는 실상 인연 앞에 성스러움의 인내가 있음을 망각하고 득과 실을 주장한다 인연은 음과 양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필연이 아니더라도 가슴 열면 이웃이고 친구다. [3] 인연은 영혼을 만들며 큰 것과 작은 것이 없다 인연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척”하는 것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 알면서 모르는 척 어데 그것뿐인가 그래서 악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두가 가슴을 연다는 것은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인연 앞에 진실이란 나무를 심는 것이 가꾸는 것보다 더 어렵다 인연을 맞이함에 있어 두 얼굴이 두 마음을 섞는 것이다 밝고 어둠이다 온기와 냉기이다 맑음과 탁함을 섞는 것이다 이리저리 얽히고설키었어도 섞인 마음이 일치하는 곳은 인연이 통하는 움막으로 지어지는 것 거기서 더 맑게 만드는 것이 인간의 영혼이다. [東源 이원국]  
100    도라지꽃 댓글:  조회:3349  추천:3  2013-07-13
도라지꽃      산자락에 보랏빛으로 핀 꽃을 보니 당신이 생각납니다    춘궁기였던 그 시절 고사리 꺾고 참나물 따던 춤사위 보랏빛 꽃이 좋아 산에서 캔 도라지 울에 심어두고 기다리다 꽃 피던 날 멍하니 바라보며 짓는 그 미소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 엄마 젖을 만지던 아이가 됩니다    당신의 몸에서 나는 향내에 어렴풋이 젖어드는 임의 모습 내 눈에는 당신이 도라지꽃이었습니다.    [東源 이원국]
99    파도 댓글:  조회:2352  추천:2  2013-07-03
파도     저렇게 부딪고 깨어지는구나 얼마나 사무쳤기에 얼마나 큰 상처이었기에 얼마나 큰 그리움이었기에 제 몸을 들이박고 아우성인가   저 것이 몸서리치는 건가 저 몸이 순리라 하였든가 산산이 부셔진 파편이 되고도 흰 가루로 적힌 물보라 어디선가 본 듯, 잠깐 비춰 주고서는 비취색 제 맘이라더니 부셔진 제 몸 합쳐서 다시 돌아가는 저 푸른 몸   너를 사랑한 만큼 어찌 가슴에 다 담으랴 너를 만나는 순간마다 어찌 눈에 다 넣으랴.     [東源 이원국]
98    푸른 몸 댓글:  조회:2501  추천:2  2013-06-30
푸른 몸 그믐날, 바다는 만나기 위해 출렁이는 몸 술잔에 독배하는 무희가 서로 푸른 심장을 달고 새까만 가슴을 쓴다 너와 내가 한 몸이라고 엉켰다가 다시 부딪고 깨어지는 소리 흩어지는 아우성에 푸른 몸 하나가 되기 위한 몸살을 떨고 신음하는 파도 기다림에 지친 푸른 몸 밤새, 무슨 사연으로 웃고 울었는가 얼마나 많은 인연 쌓았는가 아마 별들은 깊은 사해詞海를 알 것이다. [東源 이원국]
97    하나로 가는 길/시화 댓글:  조회:2381  추천:0  2013-06-28
하나로 가는 길/시화
96    생명 댓글:  조회:3010  추천:1  2013-06-28
생명 혼을 뺀 인간에게 욕망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의 본질이 욕망인데 그것마저 포기하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유월 아지랑이에 아물거리는 하나 신록이 스스로 사랑을 찾고 제 색깔을 곱씹으며 선사하는 푸름 여린 인간에게 그 이치를 말하고 있으나 땅만 내려다보고 기는 개미입니다 침입자가 집을 무너뜨리고 곡식을 다 썩게 하였습니다 범인이 누구인가? 찾아 헤매다 나그네가 되는 인생 황혼기에서 찾고 보니 바로 내 자신이었습니다 흘러버린 세월 앞에 욕망을 등에 업고 바동거리고 길을 가는 개미일 뿐입니다 어리석게도 잃어버린 공간 안에서 무엇을 찾으려나? 헤매든 시간들이였습니다 끝내 찾은 것은 의문으로 가득하든 그 수렁은 생명을 인정하는 것 이였습니다. [東源/이원국]
95    북치는 나팔수/산문 댓글:  조회:3084  추천:6  2013-06-26
북치는 나팔수  이원국 [1] 청춘은 숨어서도 꽃이고 여정에 이는 꽃은 나팔수의 소리 이었구나 나팔을 들고 태어난 생명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에 반항하고 바람에 순응하는 시간들 나팔을 부는 것도 모자라 북을 울리려니 숨차다 북을 치려니 아프다 약장수처럼 삶을 파는 나팔수의 굿 아픈 것이냐 울고 싶은 것이냐 제 보다 더 큰 북을 치려 삶을 쳐야 하는가 나를 쳐야 하는가 내가 치는 북은 나팔로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이다 내안의 분노다 얼마나 더 걸어야 경쾌한 울림이 나오려나 어느 길에서 어느 골목에서 북을 칠까 나를 찧는 북소리 한 손엔 나팔을 들고 한 손엔 북채를 들고도 이루지 못하는 꿈 둥둥둥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   [2] 치지 않아도 울리는 북은 불지 않아도 소리 나는 나팔은 내 안에 든 불안이다 내 안에 든 욕망이다 내 안에 든 찌꺼기를 덜어내려는 몸부림이다 변하고 싶지 않아도 변해야 살아 가는 삶 나팔을 불고도 모자라 골목 골목 울리는 북 곪은 상처에 피고름 짜내기 도려내어야 할 깊이 측량 말어라 억지로 밀어내는 것도 아픔이요, 자학이다 한 손에 나팔을 들고 한 손에 북채를 들고도 소리내지 못함은 내가 병들어 있음이다. [3] 나를 길들기 위함에 새로움을 아끼지 말아라 후회 하려거든 나팔을 불지마라 북을 치지마라 나를 나라고 인정하지 못함도 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아프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아프면 아픈 만큼 얻어지는 것이 바로 나다 내가 나를 인정 못하니 올곧은 앞을 볼 수 없는 것 이미 분 나팔은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북소리는 백번을 쳐도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서서 있든 앉아서 있든 누워서 있든 인생은 길 위에 존재 자맥을 멈추지 말아라 산다는 것이 나팔이요 산다는 것이 북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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