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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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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의 하늘아 비라도 내리지 말아다오 댓글:  조회:1194  추천:0  2010-03-11
서울의 하늘아 비라도 내리지 말아다오 “이 놈의 하늘은 밑창이 빠졌나?...” 나그네는 중얼거리며 또 소주병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꿀꺾꿀꺾 마셨다. 잠간새에 소주병이 굽이났다. 나그네는 아쉬운 듯 굽이 난 소주병을 멀거니 바라보더니 병사리를 서울역 입구의 콩크리트바닥에 동댕이쳐 박산냈다. 그리고는 무슨 큰일이라도 치룰 듯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푸-”하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벌써 며칠째 물맛을 보지못했는지 얼굴은 땀으로 비물로 검으죽죽 얼룩이져 있었고 옷은 기름 때와 먼지로 주글주글 했다. 부옇고 퉁퉁부은 얼굴에서 근심어린 쌍겹풀눈이 가끔씩 껌벅이고 있었다. 때는 8월 11일 저녁 서울시간으로 6시 20분 경. 잔잔하게 내리는 서울의 밤비를 맞으며 서울의 야경을 걷고싶어 우산을 들고 나섰던 나는 너무나도 이색스러운 풍경에 걸음을 멈추지 않을수 없었다. 전에도 한국행이 두어번 있었지만 꽉 짜인 스케줄 때문에 공식적인 행사로 분주하다나니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서울의 밤길을 혼자 걸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것이다. “밑창빠진 이 놈의 하늘은 무슨 비가 이 모양이야. 심술궂은 서울 아낙네 같네...” 말씨가 분명 나와 같은 연변의 사투리라는 것을 알아들을수있었다. 문뜩 어느책에선가 보았던 서울 지하철역의 연변사람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을 때는 설마 하며 믿지않았었지만 진짜로 서울역에서 마주한 나그네를 보고서는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나는 점잖게 받쳐들었던 우산을 겹쳐쥐고 나그네쪽으로 글금슬금 다가갔 다. “중국에서 왔습니까?” 나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나그네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나그네는 흠칫하고 몸을 떨더니 경계심이 어린 눈길로 나를 건너다 보며 때자국이 얼룩진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바르고 어색한 서울말로 잘라버렸다. “아닌데요.” “미안합니다. 방금 연변말씨를 쓰는것같아서요. 저 연변에서 왔습니다.” 어쩐지 길가던 나그네의 푸념을 옅들었다는 것이 얼굴이 붉어지며 진짜로 미안한 감이 들었다. 그러자 나그네가 내쪽으로 한발 다가서며 “이재 연변에서 왔다고 했소?”하고 물어왔다. “네. 연변에서 왔습니다.” 나는 활짝웃으며 맑은 목소리로 확실하게 대답을 주었다. “막일을 하러 온 분 같지는 않은데.” 나그네는 나의 아래우 맵시를 살펴보며 말했다.네, 대전에서 있었던 아시아 청소년 가요, 댄스축제에 참가하러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서울에 내렸습니다.” 나는 나절로도 이상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을 드렸다. “허허허...내 눈은 못속이지. 내 그럴줄 알았다니까.” “어떻게 알았습니까?” 나는 저도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그네를 다시 한번 응시하며나그네 쪽으로 한발 다가섰다.“반갑소. 댁처럼 눈에 당당한 빛을 띄고 있는 연변사람이 많아야 우리도 서울에서 허리펴고 살텐데...” 나그네는 말끝을 흐리웠다. 하지만 나그네의 눈길은 금방 생기를 띠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나그네가 하나의 소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픈 상처에 소금을 치는것같아서 차마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었다. “나온지 얼마나 됐습니까?” 나는 나그네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물었다. “3년철이라우. 중국 돈으로 7만원을 주구 나왔소.” 나그네는 서울역 입구의 콩트리드바닥에 털썩 들어앉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나그네의 옆에 쪼크리고 앉았다. 나그네는 첨에 건축공지에서 잡일을 맡아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되여 한차례의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친후 힘든 일은 할수없어 어느 작은 불고기집에 취직을 하여 손님을 불러들이는 일을 맡았다한다. 손님이라도 많으면 그런대로 마음이라도 편했지만 손님이 안드는 날이면 주인 아낙네의 푸념이 끊길새 없었다. 원래 직성이 곧은 나그네로서는 불고집 주인아낙네의 눈총을 받아내기가 힘들어 한달을 채우기 바쁘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로부터 나그네의 유격전은 끊기지않았고 그새 나그네는 신체도 마음도 다 멍이들고 병들어 날마다 술을 떠나서는 살수 없을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다. “벌써 일자리를 잃은지가 한달이 넘소.” “그럼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그게 무섭지요. 그래서 이렇게 떠돌이를 한다우. 우리에겐 서울 구석구석이 모두 집이라우.” “그럼 밖에서 로숙한다는 말씀입니까?” 나같은 사람이 많소, 여기에.”“신체도 이렇게 망가졌는데 왜 돌아가지 않습니까?” 돌아간들 어쩌겠소? 올 때진 7만원 빚도 5푼짜리 장리돈을 맡아왔는데.” 아직 빚은 채 물지못했습니까?” “아직두 한 4만원 남았소.” “집에서는 이런정황을 모릅니까?” “모르는 편이낳지. 벌써 2년째 집에 돈 한푼 보내지 못하구 있소. 집에서는 아마 나를 바람이 나서 서울아낙네들과 뒹군다구 할게요.” 나그네는 잠간 말을 끊고 푸 한숨을 내쉬더니 두 손으로 더부룩한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래도 이런 정황이면 집에 돌아가는 편이 낳지 않습니까?” 분명 나그네에게 아무 도움도 없을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나는 무엇인가를 말하지않고는 견딜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정말 막막하오. 돌아가면 올 때 진 빚이 새끼를 치고 기다리겠지. 아들놈도 인젠 장가갈 때가 됐지... 황차 돌아가려고 해도 비행기표는 무슨 돈으로 끊는단 말이오. 나같은 사람들이 이곳에 많다오.” 나그네는 어쩜 자기의 처지가 자기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는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듯 묻지도 않는 말을 또 한번 했다. “그럼 오늘 밤도 여기서 나시렵니까?” “그래야지. 서울의 땅덩어리가 모두 나의 집이거든, 허허허...” 나그네는 또 처음의 그 상태로 돌아간듯 허탈진 웃음을 뽑아댔다. “몸 조심하십시오.” 나는 이 한마디를 남긴채 끝내는 나그네의 이름이며 연변에 있는 나그네의 고향이며를 묻지도 못한채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그때까지도 비는 여전히 잔잔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산을 펼쳐들 마음도 없었다. 내리는 비줄기에 한몸을 맏기고 어디론가 자꾸 걷고싶었다. 원래 처음 밟는 서울의 밤이라 방향도 알리 만무했다. 우거진 서울의 가로수 아래에서도 높은 빌딩의 처마밑에서도 때자국이 간 배낭을 어깨에 메고 잔잔히 내리는 서울의 비를 맞으며 소주병을 손에 들고 있는 나그네들을 가끔씩 볼수있었다. 금방 옆을 스쳐도 연변사투리를 들을 것 같아 다가가기가 무서웠다. “이 놈의 하늘은 밑구멍이 빠졌나!” 그때까지도 나그네의 맥지난 푸념이 귀전을 스쳤다. 울고싶었다. 나는 멀거니 비내리는 서울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 한점없는 하늘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무서워 보였다. 순간 온 몸이 오싹해났다. 아니였는데... 연변에서 느껴오던 밤하늘은 이것이 아니였는데... 그럴 것이다. 나그네의 상상속의 하늘도 이것이 아닐것이다. 비록 농사일로 볕에 그을었지만 그래도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내 안해의 팔을 끼고 큰집에 마실을 다녀오며 보던 사랑의 하늘일것이고 재잘대는 아들놈의 손목을 잡고 고향의 뒤동산에서 별을 세던 시같은 하늘일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그네는 과연 그런 하늘을 찾을수 있을가? 어쩜 그런 하늘을 찾자고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일 것이다. 하다면 이 밤에 나그네가 그리는 것은 무엇일가? 집? 안해? 아들?... 더는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무서움마저 주는 서울의 하늘에 대고 한마디만 소리소리 웨치고싶었다. 서울의 하늘아, 비라도 내리지 말아다오!
2    어머님전 상서 댓글:  조회:3046  추천:2  2010-03-11
어머님전 상서 어머님, 막동이 동이옵니다. 어머님께서 하늘나라에 가신지가 벌써 28년에 접어들었네요. 어머님께서는 세상에 발을 내딛지도 못한 저를 두고 떠나기가 그렇게 가슴이 아프시다면서 죽어서도 눈을 감을것 같지 못하다고 락루를 하셨더랬죠? 어머님께서 계시지 않으신 이 세월을 제가 과연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저는 가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니다. 어머님은 비록 16년이라는 짧디짧은 세월밖에 저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셨지만 오늘까지도 저의 인생 구석구석에는 어머님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어머님의 그림자가 옆에 있었기에 힘들고 외로울 때도 저는 다시 힘을 얻고 외로움을 털고 일어나 용케도 오늘까지 달려올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은 늘 막동이의 까아만 쌍까풀눈이 말할줄을 안다면서 꺼슬꺼슬한 두 손으로 저의 볼을 받쳐들고 한참씩저의 눈을 들여다보시군 했었죠. 철모르는 그 시절이였지만 차마 어머님의 그 눈길을 속일수가 없어서 저는 거짖말이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자랐고 어머니의 그 믿음에 오점이라도 묻힐가 근심되여 딴에는 착한 일, 고운 일만 골라 하느라 무던히도 애쓰던 기억이 옵니다. 40대중반을 바라보고있노라도 말할줄을 알던 그 까아만 쌍까풀눈도 돋보기를 걸어야 글을 바로 볼수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말할줄을 아는 이 눈으로 저는 좋은것, 이쁜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하고 나름대로 행복에 겨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말할줄을 아는 이 눈으로 미운것 아픈것도 더러 보았습니다. 그런것을 보고 집에 들어온 밤이면 저는 나름대로 괴로와서 가슴시리고 마음이 얼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하냥 저의 가슴속에 살아계셨기에 저는 언제나 쉽게 그 언마음을 녹일수가 있었고 또다시 홀가분하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할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적어놓은 저의 습작노트를 펼쳐보노라면 저에 대한 어머님의 바다같은 사랑을 읽을수 있고 자식에 대한 어머님만의 뜨거운 사랑방식을 배울수 있으며 또 어머님을 가슴에 묻어두고 이 세상을 살아온 저의 작은 발자욱들도 찾아볼수가 있습니다. 어머님, 오늘도 저는 어머님의 기억속에 열여섯살의 막동이로 남아있는것입니가? 저는 어머님을 떠올리면 또다시 말할줄아는 눈을 가진 귀염둥이로, 가슴을 치며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열여섯살의 어린양으로 변해버린답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올해 우리나이로 팔십에 나시겠죠? 요즘은 웬지 어머님의 얼굴이 자주 눈앞에 떠오르네요. 불혹의 중턱에 몸을 맡기고보니 아마도 어머님께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졌나 봅니다. 세상을 살아오며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이 스스로 무르익나봐요. 열여섯살 나던 해 초봄의 어느 날, 어머님은 병석에서 저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죠. 부모복이 없는 제가 커서 장가라도 잘 가 안해사랑이라도 엄청 받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때 저는 그 말씀이 무슨 뜻인줄을 잘 몰랐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또 힘들게 가정풍파를 겪으면서 저는 어머님의 그 말속에 담긴 참뜻을 하나하나 깨우치게 되였습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기도해준 덕분에 저는 다시 오붓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있습니다. 얼마전에 안해가 저에게 어머님의 사진 한장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다고하더라구요. 지지리도 못살았던 그 세월에 어머님은 워낙 사진 몇장 남기지도 못하셨죠.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저는 그만 그렇게 귀중한 사진들을 분실해버리는 불효를 저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머님의 얼굴은 저의 가슴에 밖에 없네요.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어머님은 오늘도 태양같은 존재로 남아있답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은 영원한 저의 태양이십니다.
1    수필*민이야 강변 가자 댓글:  조회:1697  추천:3  2010-03-10
민이야 강변 가자 민이야, 아빠는 오늘 강변을 거닐다가 아물아물 피여오르는 아지랑이를 보았단다. 긴긴 겨울 단잠에서 조용히 깨여나 캐드득 신나게 기지개도 펴면서 들판은 하늘하늘 아지랑이를 키웠나보구나. 그래, 분명 봄이 온거야! 누군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수도 있지만 분명 아빠의 눈에는 반짝반짝 피여오르는 작은 별들이 보여오더구나. 마치도 엄마의 젖무덤을 마음껏 파헤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 보조개를 파며 엄마를 바라볼 때, 우리 민이의 마알간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던 그 별같은 빛 말이다. 별이 흐르는 민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빠는 그날 새로운 꿈에 젖어들었더랬지. 그래 아빠에게도 아빠만의 소박한 꿈들이 많고많단다. 꿈이 있다는 것, 얼마나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니? 아지랑이 피여나는 봄은 원래 꿈 꾸기 좋은 계절인지도 몰라. 민이야, 강변 가자! 아빠랑, 민이랑 강변에 가서 아지랑이 피여나는 강변을 거닐며 우리만의 소박한 꿈을 마음껏 꾸어보자꾸나. 민이야, 오늘 아빠는 강변을 지나다가 길섶에 피여난 뭇꽃들을 보았단다. 그래, 지난 봄, 별이 흐르던 민이의 눈빛을 그려내게 했던 그 아지랑이가 피여나던 강변말이다. 아빠를 반겨주던 나리꽃도 고왔고 아빠의 바리자락을 잡아주던 초롱꽃도 고왔지.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 가지 풀꽃들도 아빠를 향해 손짓하더구나. 오가는 길손들에게 조용히 향기를 주고 웃음을 주고 마음을 주는 이름없는 풀꽃들을 스쳐가노라니 아빠의 마음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 민이야! 여름은 바로 이런 계절이란다. 봄날에 심은 꿈들을 튼실하게 키워주는 그런 계절말이다. 그 꿈이 민들레의 꿈이래도 좋고 초롱꽃의 꼼이래도 좋은거지. 꿈이 커서만 맛이냐? 어떻게 자기만의 꿈을 보다 당차게 가꿨는가가 중요한거지. 그래, 우리 민이의 꿈은 얼마나 컸을가? 아빠는 또 민이를 떠올리게 되고 민이의 꿈을 그려보게 되더구나. 민이야, 강변 가자! 우리 함께 손잡고 꿈이 익는 여름날의 강변길을 거닐으며 서로의 커가는 꿈을 살펴보자꾸나. 민이야, 오늘 아빠는 강변을 지나다가 싱그러운 곡식향기를 맡게 되었단다.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며 기지개를 켜던 들판에서 벼꽃이 화사하게 피여나나싶더니 어느새 황금물결을 설레이며 오가는 길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구나. 민이야, 이게 바로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이제 벼들이 부지런한 농부아저씨의 손끝에서 쌀이 되고 재간 많은 이웃집 아줌마의 손에서 떡이 되어 배나무집 큰손자의 첫돌생일상에도 오르고 청기와집 맏아들이 장가가는 잔치상에도 오르게 되겠지. 지난 여름 폭풍이 내리던 날, 논밭에서 그 폭풍을 다 맞아가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의 피해가 그렇게 심해도 떳떳하게 살아온 것이 바로 오늘의 이 결실을 위해서가 아니겠니? 비록 맺어놓은 열매는 남보다 좀 못할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비바람에 끄덕없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할수 있는것이란다. 민이야, 강변 가자! 가을이 온 강변길을 조용히 거닐으며 나는 인생의 가을에 가서 어떤 열매를 맺겠는가를 떠올려보자. 아차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이 자연의 흐름과 함께 진정 나만의 열매를 익혀가야지… 민이야, 오늘 강변을 거닐며 보았더니 산과 들에 하아얀 눈이불이 덮혀있더구나. 봄내 여름내 가으내 철철이 맞춰가며 이야기도 많이 엮어대더니 자연은 어느새 산과 들에 두툼한 눈이불을 덮어주었더구나. 그 봄날의 황홀하던 아지랑이도 그 여름의 울긋불긋 피여나던 풀꽃들도 그 가을의 싱그러운 곡식향기도 모두가 지난 일이라고 일깨우는 듯, 그 어데나 똑같은 눈이불을 덮어 잠재워주는 겨울은 누구에게나 엄격한 계절인가싶다. 눈덮인 들판을 보아라. 얼마나 좋니? 한순간의 실수로 농사 망쳐버린 사람도 부지런한 노력으로 어거리 풍년을 안아온 사람들과 똑같이 편한 휴식을 보내고 다음해에는 더욱 분발하라 고무해주시는 겨울의 그 흉금에 실로 탄복이 가는구나. 그래, 민이야! 실패는 두려운게 아니란다.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올게 아니니? 자연은 이렇게 넓은 흉금으로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고 새로운 꿈을 심을 기회도 주는거란다. 잘못을 시정할줄 아느냐 모르냐가 중요한거지. 민이야, 강변 가자. 눈이 온 강변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조용히 지나온 어제를 다듬어보고 새로운 꿈을 심어보자꾸나. 그래, 우리에겐 우리 모두를 축복해주는 자연이 있지 않니? 민이야, 강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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