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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목젖
2014년 03월 10일 08시 20분  조회:1325  추천:8  작성자: 김혁

 

 

. 칼럼 .

남자의 목젖

김혁

                                                                    

오랜만에 동창회를 갔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녀동창생들은 (어느덧 눈 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줌마 티 나는 녀동창생들은) 십여 명 잘되는데 남자는 나까지 해서 고작 두 명뿐 이였다. 식사를 마친 뒤 의례 노래방에 갔는데 술에 약한 그 남 동창생 님께서 쓰러지는 바람에 남자란 나 하나만 남은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버렸다. 녀성중대를 거느린 당대표의 심정이 되여 흥취 거나한 녀성분들을 맞추어 주었다. 그들에게 끌려 일당백으로 일일이 대창을 하고 나니  나중엔 목소리가 쉬여 나가주질 않았다. (잔 등과 이마 전은 땀으로 질펀했고) 솔직히 즐거워야 할 동창회가 힘들어 죽을 뻔한 기억으로 남았다.

   오랜 기자생활에 버릇이 되였던지 나는 가끔 시장거리의 음식가게에 끼여들어 아무나 (초 두부요 순대요 옥수수 죽이요 하는 음식들을) 잘 먹어준다. 그러면서 볼라니 음식을 만들어 파는 아낙네들의 배후엔 나그네들이 있었다. (한결같이) 그 나그네들이 한결같이 하는 일이란 쌀도 사오고 간장도 사오고 기름도 사오는 일, 헌헌대장부들이 아낙네들의 뒤치닥거리를 도와 허드레 일을 도맡아 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다 손님이 뜸한 주말 같은 때면 그 나그네들끼리 모여 술잔도 기울인다. 어느 한번 귀 도적질하여 들은 나그네들의 말이 례사롭지 않았다. 녀편네 쪽을 흘깃거리다 감개하여 내뱉는 나그네들의 말을 요약해 보면  “요즘 같은 세월에 남자구실 하기가 정말 힘들어 죽겠구만이라!”였다. 
 
   몇 해전인가 한국의 어느 댄스그룹이 이곳에 와서 음악회를 연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장마비가 내렸다. 음악회 신문발표회에서 어느 지도자 님의 기인 연설을 듣느라 우리 기자 수십 명은 그만 시간을 늦추게 되었다. 헐레벌레 체육관으로 달려가 보니 음악회가 당장 시작될 기미였지만 체육장 출입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팬들의 소란이 무서워 큰 대문은 열지 못한 채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작은 문만 열고 있었다. 주최측의 전갈을 받고 대문을 지켜나선 경찰들이 기자들을 우선 들여 보내주었다.

  그런데 팬들까지 우르르 합세하는 바람에 장내는 그만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음악회는 시작되여 음악소리가 쿵쾅거리는데 아직도 대문 밖에 내쳐진 기자들을 보고 어느 경찰 분이 방법을(사뭇 엉뚱한 아이디어를) 댔다.
  “녀 기자들은 우선 문으로 들여보내고 남자 기자들은 대문을 뛰여 넘으시오!”
  체육장의 대문은 엄청 높았다. 하지만 취재임무를 위해 우리는(남자기자 분들만은)울며 겨자 먹기로 철창에 매달렸다. 정수리를 쫓는 비속에 미끈거리는 쇠창살을 한사코 부여잡고 (어떤 령장류 동물처럼)아득바득 넘는데 누군가 탄식을 뿜는 소리가 비속에 들렸다.
  “허이고! 하필이면 남자가 돼갔고”...
 
  요즘 세월에 남성으로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고단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남성은 과연 강한 존재인가?
   인류의 진화에 대해 천명한 다윈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생물학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실은 허상이었음을 밝혀주었다. 혼자서는 자손을 만들 수 없는 생식계의 부수적인 존재, 암컷과 유전자를 이어 쉽게 멸종되지 않는 종으로 거듭나게 해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퇴화의 위기에 처한 제2의 성. 그것이 남자의 진면목이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연구결론에 의하면 남자는 뭐 “자연의 유일한 실수"라나?!" (맙시사!)
 
   이제 남자는 심지어 새끼가 태어날 때 필요조차 없게 될지도 모른다. 몇 해전 정자 없이  란자의 복제만으로 태어나는 데 성공한 복제 양 “돌리”는 우리 남성들에게 과학성취의 경이로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대신 어떤 자격지심을 유발하는 소식이였을지도 모른다. (과학환상소설을 읽기 좋아  해 <환상세계>라는 잡지를 내내 주문해 보고있는 나에게서도 돌리의 존재는 별루다. 더욱이 얼마 전 그 “돌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느끼게 된 어떤 야릇한(?) 자아위안의 감정.)

   유명한 동물학자들은 원체“녀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진화했다"라고 설명한다. 그 지론을 구구히 펴보면-
  뇌 단층의 연구로 보면 녀자는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말을 잘한다.
  후각, 청각, 촉각 등 오감 역시 녀자는 남자보다 민감하다.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녀자는 남자보다 커서 오래 생존하고 넉넉한 지방 덕에 (녀자 25% 남자 12.5%) 배고픔에도 잘 견딘다.
  또한 대표적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력을 억제해 남자는 녀자에 비해 가난과 질병, 독신생활, 위험에 견뎌내는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태어난 후에도 남자는 녀자와 달리 색맹과 같은 X염색체의 결함으로 인한 고통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죽을 통계적 확률도 남자가 녀자에 비해 훨씬 높다나?
 
   요약하자면 남성의 육체는 녀성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완전한 유전자 조합을 가진 취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녀자가 남자보다 우세라는(어느 모로 보나) 이야기다.

   이렇게 인간의 성별에 대한 의식이 점차 성숙돼 가고 있긴 하지만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인 시행착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선 실존의 차원에서 본다면 남성에게서 그 특징은 의지력, 대담성, 목표지향성, 독립성, 등으로 요약돼 왔다. 녀성의 특징은 그 반대쪽에 선다. 허약함, 겸손함, 관용, 순종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량극적인 성 모델은 일종의 사회적 강령처럼 우리는 내내 받아들여 왔다.

   사내아이는 사춘기를 전후해 남자라는 혹독한 부여를 (억다지로) 받는다. 그를 통해 그때까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고독과 고립무원의 감정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우리는 갓난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니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그 아이가 속한 성에 모든 것을 맞춰나가려 한다. 아직 성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남자가 되라고 가르치고 윽박지른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민족일수록 더욱 그렇다. 유달리 강한 우리 사회의 가부장성이 남성들에게 강력한 자기 최면과 집단적이고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답습시킨 데서 온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남자는 끊임없이 사회적인 요인들에 좌우지 될 수밖에 없는 압력을 갖고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도태돼야 하는 불행한 숙명을 안고 있다. 결과 남성은 스스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조되여 눈물을 감추고 진솔한 감정을 억제하도록 길들여진 “씩씩한” 인공물로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20세기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녀성의 사회무대로의 등장이였다. 금세기 들어 녀성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고 그 자각의 결과들이 사회에 꽃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흐름을 조소하고 저항하던 남성들도 이젠 이를 대세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강하고 지배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남자에 대한 통념이  뒤집혀 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페미니즘(女性主義)의 한 조류로서 남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제 페미니즘은 녀성만의 화두가 아니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는 모든 남성의 화두이기도 하다. 

  남성의 기존 권위는 (소리내며) 무너지고 있다. 약한 남성이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가정에서 발언권이 줄어들고 가무 일이며 육아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 대신, 사회에선 여전히 강한 남성일 것을 요구받는다. 이로서 남성들의 위기는 자신에 대한 위기, 사회의 위기로 직결된다. 즉 남성들이 위기에 처했다면 이 사회 또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총체적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고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남성의 주체적 자각과 남성성에 대한 올바른 리해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금의 남성사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씌어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녀자의 손에서?)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폭력적인 남성 문화 속에서 녀성들이 살아나기가 어렵지만 물론 남성 또한 살아나가기가 (심히) 어렵다. 지나친 성별 고정 관념에 의하여 받침 되고있는 현재와 같은 사회구조 내에서 지나친 경쟁, 권위주의에 매달려 끊임없이 더 높은 효률과 생산을 위해 무작정 뛰기만 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성도 남성 지배문화의 피해자로 전락되는 것이다.

  이 글을 짓는 순간도 우리 남성들은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쓰린 가슴을 달랜다. 직장에서는 넘쳐나는 업무와 경쟁력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가정에서는 갈수록 사나워지는 녀편네와 철없는 자식들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밀려난 삶의 변경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찾고자 미로를 헤매인다. (불쌍할 손 남자들이여!)

   남자의 성대는 18mm로서 녀자(13mm)보다 길다고 한다. 녀자의 후두도 남자의 7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남자는 큰 목젖을 흔들며 거센 시원(始原)의 음성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어떻게 남자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남자다운 호기에 젖은 쩌렁쩌렁한 소리를 다시 낼 수 있을가?

  동창회 그날 노래방에서 쉰 소리를 짜 내여 (짐짓 뜻 있는 가사를 골라) 불렀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 말을 다시 적어 본다.

   남자는 너무 피곤해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이 피곤해
   남자는 도움도 받을 수 없고 혼자 버티기도 힘들어
   남자도 울고 싶지만 늘 화장실에 숨어 울어야만 하지
   남자는 너무 힘들어
   사랑하는 것도 힘들어
   건강해야 하고
   용감해야 하고
   유머도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고
   취미도 있어야 하고
   랑만도 있어야 하지.
   나는 아무 것도 없는데
   저기 저 아름다운 아가씨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데...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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