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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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감록 96 ) 말도 때론 뒀다해야…
2014년 05월 27일 08시 05분  조회:540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말도 때론 뒀다해야…
 
                                                               진 언
 
     말하라고 생긴 입을 가진 사람치고 언어장애자를 내놓고 말을 토해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행을 일러 “말한다”고 하지만 말하는 내용이나 의미적색채에서 똑같은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말하다에도 참말을 하다. 실말을 하다. 속심말을 하다. 쓸데없는 말을 하다 등이 있는데 참말을 하다는 “언어상품”중에서 희귀품이라 할수 있다. 비유하건대 장밤을 울어싸는 개구리의 울음같은 말은 쓸모없는 말이고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홰치는 소리같은 말은 유용한 말이라 할수 있다.

   “로잔유기(老残游记)” 에서 황인서(黄人瑞)가 “무릇 사람의 배속에 말이 나오는 곳이 두곳이 있는데 하나는 단전(丹田)아래에서 나오는 말은 자기 말이고 목구멍아래에서 나오는 말은 응수하는 말”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무심결에 말이 나가기는 쉬워도 작심하고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서 나온 말이든 말을 청산류수처럼 잘하면 달변이라 하는데 달변이라 해서 언제, 어디서나 달변가일수는 없다.

    살다보면 어떤 말을 할수도 있고 할수 없기도 하고 능히 말할수 있으나 감히 말하지 못하거나 말할줄 알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러는데는 그럴만한 사정과 원인이 있을것은 당연하다. 원래는 무슨말을 하고싶으면 무슨말을 하고 어떻게 말하고싶으면 어떻게 말하는것이 정상적인 말이고 정상인이 할수 있는 말이건만 하고싶은 말을 다 털어내면 속이 통쾌할수 있으나 매양 그런것만도 아니기에 “세치혀끝을 주의하라”고 옛날부터 어른들이 일러왔던것이 아니랴,

    중국작가 가운로(柯云路)가 사람은 살면서 세가지 말을 한다고 하였다. 첫째는 여러사람앞에서 하는 말로서 진속일수도 있고 거짓말일수도 있는데 혹시 명인이 되여지면 텔레비화면에 나타나 말하거나 신문에 낼수도 있다. 둘째는 사사로히 하는 말로서 역시 진담일수도 있고 헛소리일수도 있다. 성이나서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의 귀를 자극하나 바람처럼 곧 사라진다. 셋째는 마음속에 말로서 어떤 말은 그냥 배속에 숨겨두고 발설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래서 관속에 들어갈때까지 막말은 하지 말라는 고훈이 남겨진것이다. 남이 나에게 막말을 하면 어찌할려고,

    아이때는 말을 많이 하면 말도 잘한다고 칭찬받았지만 성숙된 어른으로 말하면 다사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으면 좋을것없다. 말을 하면서 좀더 생각하고 내가 다치지않기 위해서 말을 아끼는게 아니라 서로가 다치지않기 위해서 말을 하기전에 잠간 생각한 다음 내뱉든지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칼날을 내쪽으로 해서 상대방에게 건내주듯 건네는 말에 어페가 없도록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성숙된 사람이다.

    이소프가 노예질을 할 때, 주인은 혀바닥연회를 베풀었는데 가장 맛있는 료리가 각종 동물들의 혀로 만든것이고 가장 나쁜 료리도 각종 동물들의 혀로 만든것이였다. 이로써 혀는 가장 좋기도 하고 가장 나쁘기도 하다는것을 비유하였다. 물론 생각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이지만 무엇을 말할것인가? 어떻게 말할것인가? 지금 당장 말을 할것인가 아니면 아꼈다가 할것인가? 등등 어경에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중요할 때가 있는 인간세상이다.

    개체인간의 망언은 듣는 사람들에 국한되지만 공공언론은 전파매체를 타고 곧장 온 세계에 퍼진다. 이런 망언은 국제적인 분규까지 초래할수 있어 그 책임이 막중하다. 허망한 억측을 내놓고 정설인양하던 호들갑들은 보통 제무안같은것을 모르며 자괴감에는 얼굴이 소가죽이다. 요즘 어떤 대변인이 앞뒤가 꽉 막히게 망언하고 곤욕을 치르던데 망발이란 그렇게 뒤감당이 어려운것이다.   

                                                       201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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