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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부쳐
2015년 07월 07일 11시 35분  조회:4837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생일에 부쳐
 
    이 세상에 오던 날, 처음으로 터지 아기의 고고성은 자기존재의 권리를 선언하는 생명력의 당당한 과시이며 인생교향곡의 서곡ㅡ생명찬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자기가 태여난 날은 더없이 소중한 날이 되고 해마다 잊을세 라 기념하는 개체명정이 된다.
    생일날마다《나》외에 또 누가 제일 마음쓰고 있을가? 두말할것없이 고마운 어머 님이시다. 세상에 제자식의 생일을 까맣게 잊고있을 어머니가 있을가? 그만큼 자식은 어머니의 목숨, 그 자체인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무럭무럭 커가는 자식을 보며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에도 비할길 없을것이다. 삶의 기둥이 희망이 둥글어가는것을 또 한번 확인할 때 그 보람에 가슴이 부풀어계실것이다.
   하지만 자기 생일날 여의치 않으면 투정부릴줄은 알아도 어머니의 생일날은 싹 잊고있는 자식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다. 생일날 친구들과 희희락락하면서도 세삼 스레 눈물나도록 감동을 느끼는 자식은 더구나 드물다. 하다면 그대는 자기 생일날인 즉 바로 어머니의 수난의 날이였다는것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며 감사의 마음을 지녀본적이 있는가? 그 모진 고통과 류혈속에 새 생명을 만드시고 그렇게도 지쳤으나 한껏 밝게 짓는 그 땀에 절은 미소야말로 곧 바로 바다처럼 펼쳐질 위대한 모성애의 서광인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때의 그 숭고한 미소를 볼수는 없었지만 생일날에만은 한 번이라도 상상해볼 의무가 자식된자에게 주어져있다.
   《나》는 또 한해 크고 엄마의 이마엔 밭고랑이 더 생겨난다. 우리는 세월이 가는데 별수가 있느냐 하고 무심히 넘겨버린다. 세월이 가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오고갈뿐이라고 생각을 달리해보면 언젠가는 내곁을 떠나가실 어머니가 새삼스레 다시 올려다보일것이다. 금지옥엽으로《나》를 애지중지 길러주신 어머니, 어머니는 사랑의 기적을《나》의 생일날에 두고 끝없는 사랑의 연장선을 그어가는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나》의 생일날은 기쁜날, 향락의 날만이 아니라 사랑으로 목메여 보는 날이 되여야 옳을것이다. 또 한걸음 껑충 올라선 인생의 고개에서 마음의 뒤짐을 지고《나》는 누구의 사랑에 힘입어 예까지 왔는가? 나는 이 한해에 어머니의 사랑을 무엇으로 보답했는가 하고 자기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때 하늘 우러러 얼굴이 뜨거워진다면 그 마음가짐이 벌써 이쁜것이요 고귀한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세대 친구들은 자기 생일만 되면 어머니의 여윈 돈지갑을 톡톡 털어서라도 식당에 한창 푸짐히 차려놓고 마음껏 즐기는것이 풍조로 되였다. 물 론 시대가 바뀌고 생활에 여유가 있게 되였으니 옛날 어머니가 쇠던 생일처럼 이밥 한그릇에 닭알 한알이면 입이 벙글써해지라는것은 아니다.
   《생일 축하애요…》라는 귀맛좋은 노래속에서 생일단설기의 초불을 불어서 끌때 마음속으로라도 엄마의 사랑을 기리는 말을 속삭여보라는 기대이다. 그리고보다 감격 에 뜨거워진 가슴이라면 사랑의 홰불을 켜들고 마음의 골방을 비추어보며 자기성찰도 해봄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생일날은《참회》의 명절이 되는게 마땅하다고 말해야 하겠다. 자기가 이 세상에 강림한후 매 한단락의 인생려정을 돌이켜보는 기념일, 자기 령혼이 세례받는 날이라고 진정을 모아보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가장 좋기는 엄마와 함께 생일을 쇠는것이다. 그게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자식의 효성이다. 흔히 어른이 되면 무더기로 효도를 할것이라고 말할수 있는데 부디 턱없이 벼르지말라. 효성이란 때를 기다렸다가 한두번에 쏟아붓는 엎음갚음이 아니다.
    정녕 어머니에게 부끄럼없는 자식이 되고저 한다면 자기의 생명가치와 살아가는 기쁨을 어머니의 수난과 이어서 생각하는 심정을 지녀야 한다. 그 성찰의 마음이 누구의 강요없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새겨졌다면 그 어떤 값진 생일선물보다도 더 귀중 한 보상을 받은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추모를 담은 노래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다. 그러나 그것은 뒤늦게 소리쳐보는 후회의 메아리일뿐 효성의 마음 그 자체는 아니다.
    친구들이여, 생일이란 어머니의 아픈 사랑을 하사받은 은혜로운 날임을 알라. 그것을 깨우쳤을 때 그대는 비로소 자식다운 부끄럼없는 삶을 살게 될것이다.
 
                           2001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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