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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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얼이란 무엇이기에
2015년 07월 14일 19시 08분  조회:530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민족의 얼이란 무엇이기에
 
    어언 수삭이 흘러갔건만 파도치는 감동의 물결우에 무시로 한 청년교원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에 따라 그처럼 소탈하고 진실하게, 구김새없이 털어놓던 말들이 흉벽을 친다. 그의 얼굴이 남달리 준수해서도, 전국조선족교원《인재컾》콩클에서 일등수상자인 유망한 청년문필가라 해서도 아니고 그의 말이 선동적인 달변이여서도 아니다.
   《…나는 북방의 산재지구의 자그마한 소학교에서 온 한 평범한 조선어문교원입니다. 그러나 “북방의 하얀얼”을 지켜왔다는 그 하나의 긍지감에서 여러분앞에 나서게 되였습니다. 하긴 말하기 좀 머쓱하지만 우리 겨레들이 모여사는 연변, 어디가나 부드럽고 정다운 자기 말을 할수 있고 들을수 있는 여기, 마음의 고향에서 처음으로 여러선생님들과 무릎을 마주하고 민족어의 교육과 발전에 대하여 마음껏 이야기할수 있다는 기쁨과 감격에서 용기가 났다고 할가요?
    말하자면 가정이야깁니다. 나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지요. 우리 집의 귀염둥이가 유치원으로 처음 가게 되였을 때 우리 부부간에는 일장풍파가 일어났습니다. 안해는 애를 한족유치원에 보내자고 고집했고 나는 조선족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우기였습니다. 안해의 리유라면 한족유치원이 가까운데도 있지만 자기는 조선글을 전혀 모르기에 앞으로 아이의 학습을 지도할수 없는것, 그보다는 중국에서 사는 만큼 어릴때부터 한어를 잘 배워야 좋은 대학에 갈수 있다는것이였지요. 참으로 실용주의였고 처세술의 “원견”이라 할는지…어찌보면 도리도 있는것같고 리해도가는 어머니 된 심정이였지요.
    그러나 나로서는 도저히 접수할수 없었습니다. 나의 리유라면 곧 무엇무엇해도 나의 아이를 민족의 뿌리를 잊은, 민족문화의 계주봉을 버린 아이로 키울수 없다는것입니다. 옛말에 립신양명하여 조상을 빛낸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리 큰 인재가 된다한들 그가 자기 말과 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근본을 잃은 “불효자”가 아니면 절름발이 인재가 아니겠습니까?
    분기는 첨예했고 쟁론은 치렬했습니다. 아무튼 조선어문교원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량심과 책임감에서 나는 안해에게 지려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지고든다면 어떻게 교단에서 떳떳이 우리 글을 가르칠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그런데 안해는 내가 외지로 학습간 틈을 타서 아이를 끝내 한족유치원에 넣고말았습니다. 나는 천둥같이 노했습니다. 남편의 권위와 존엄이 무시되였다는 그때문이 아니였습니다. 늘 사랑이 찰랑이던 안해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갔습니다. 안해의 얼굴에 영원히 가셔지지 않을 락인 찍혔을 때 내마음도 찢기였습니다. 정녕 무엇때문이였을가요? 안해가 느낀 아픔보다 백배나 더한 아픔이 내가슴에서 고패치고있었다는 것을 안해는 몰랐습니다…》
    듣고보면 흔히 볼수 있는 사소한 일화같지만 그저 웃어버릴 일이 아니다. 산재지구에서, 아니, 민족집거지구인 연변에서도 경쟁이나 하듯이 아이들을 한족학교에 보내는것이 제딴엔 원견성이 있는 부모요, 유지지사(有志知士)로 되듯이 알고있는 현실속에서 그러한 “부부싸움”이 있었다는것은 희한한 일, 감동적인 거사가 아닐수 없다.
    민족의 얼이란 무엇이기에 그는 그처럼 떨쳐나서는것이냐? 내 마음속에 사색과 반성의 물결이 일렁거리였다. 그렇다, 그가 안해에게 안긴 귀쌈은 순간적충동에서 온 미움만이 아니였다. 어데서나 민족어의 정다움에 취하여 참으로 사는듯한 희열을 연변에 와서야 느껴보았다는 그 마음에서, 아침저녁으로 먼먼 학교길에 어린 딸애의 발자국을 찍어가고있는 끈질긴 추구에서, 조선어를 모르는 안해에게 딸애와 함께 배우게 하는 그 아량있는 포옹에서 그것을 읽을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청년교원을 쳐다보았다. 단순히 문화심리의 차이에서, 가치관념의 변이에서 생긴 풍파가 아니다. 언어의 동화의 자발세력에 대한 타협없는 모대김이 아니냐 하는 엄숙한 사고를 해보면서,
    나는 북방의 사나이 그 심장속에서 힘차게 숨쉬는 민족혼을 기쁘게 보았다. 정녕 민족어발전도상우에 한가닥 빛이라도 보태려 한껏 반짝이는 북방의 하나의 별이 아니겠는가? 별은 태양처럼 그렇게 단번에 강산을 비출수는 없다. 그러나 매 한곳에 비친 빛은 거기에 한갈래 길이 있음을 가리킬수 있다.
    인격의 양성이 문화의 공적일진대 우리 민족인재의 바람직한 양성도 민족어교육의 요람에서부터 시작되는것이 아닐가?
붓길을 멈추었으나 먼 북방에 띄우는 생각은 오히려 푸르게 짙어간다ㅏ.
 
                    1991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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