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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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비애
2015년 08월 20일 20시 48분  조회:501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신성한 비애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혼부부 로보트와 마리아는 드디어 산정에 올랐다. 환희에 넘쳐 포옹할 때 비극이 발생했다. 로보트가 그만 발을 헛디디여 천길심연에로 굴러떨어지게 된것이다. 아찔한 순간, 마리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직감했다. 그녀는 잠의식의 충동이였는지 본능적반응이였는지 얼결에 로보트으 웃옷을 꽉 물었다. 그녀의 가쯘한 이발이 육중한 남자의 온몸을 감당하고있었다. 그렇게 한시간도 넘게 버디였다. 다른 유람객들에 의해 로보트가 구조되였을 때 마리아의 입은 온통 피투성이로 되였다…
   참으로 사랑이 낳은 기적이라 할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그후에 있었다. 이 소식이 온 세상에 전해지자 프랑스사람들은 열광의 눈물에 젖어 시를 읊고 노래부르며 사랑의 힘을 찬미했다. 그러나 철두철미 과학주의자들인 독일사람들은 먼저 인간의 이발에 유관된 책을 뒤지며 녀성의 이발의 류형과 모양, 최고의 감당능력을 검토하여 이야기의 진실성을 확증한 다음에야 신문에 보도하기로 했다.
   매일 거짓말을 몇마디씩 해야 심리평형을 잡는다는 미국사람들은 이 거짓말이 자기네 거짓말대회에서 몇등이나 하겠냐며 코웃음쳤다. 철저한 경제동물인 일본사람들은 사랑의 기적이 창조된 현장에서 자동차전시회를 벌릴 타산을 했다. 그리고 세계뉴스인물이 된 이 한쌍의 부부에게 증송할 도요다자동차도 마련하고 전시회에 참석해줄것을 요청하는 초청장부터 띄웠다.
   워낙 대남자주의가 강한 영국사람들은 기적을 창조한 마리아를 반신반의하다가 어쨋거나 남자가 녀자에게서 구원을 받았다는것은 영광이 아니라며 로보트가 마리아를 구한것으로 바꾸어서야 여러 신문에 내보내였다.
    그래도 제일 재미있는것은 중국사람들의 태도이다. (흥,그게 뭘 그리 대단하다구, 우리 중국에는 800년전에 벌써 목계영이 절벽이 걸린 양종보장수를 구한 기적이 있었는데…)하면서 언필칭(言必稱) 《외국에 있는것은 옛날에 우리에게 언녕 있었다(古已有之)》를 내들었다. 여기에 바로 전 국민적으로 심사숙고할 문제점이 있는것이다. 
   중국사람들은 재래로 월등감을 내세우기 좋아했다. 력대의 제왕들은 자기를《천자》로 자처하였고 일반 국민들도 곧잘 룡의 자손들로서 다른 종족들보다 신성하다는 선민의식에 젖어있는데 이런 자아신성관념은 마침내 과잉오기로 치달아올라 결과적으로는 일종의 탈시대적인 렬근성으로까지 되여졌다.
   이런 문화심리는 만사에서 세계제일을 추구하게 한다. 례컨대 당년에 공자님이 천하를 돌며 유세할제 미국이 있기나 했던가? 우리 선조들이 지남침을 발명하지 않았다면 서양렬강들이 망망한 대양을 헤가르고 차이나ㅡ신주를 찾아오기나 했겠는가? 우리 선조들이 화약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들이 어찌 함포를 만들어가지고 와서 굳게 봉쇄한 대청제국의 국문을 부실수 있었겠는가?가령 이런 식으로 월등의식을 내세우려 한다면 그야말로 신성한 비애가 아닐수 없다.
   물론 자아신성의 밑천은 많다. 세계에서 뜻이 가장 심오한 문자도 한자이고 만리장성같이 거대한 원시적토목공정도 세계에 하나밖에 없다. 4대발명외에도 사상사에는 공자가 있고 시에는 리백과 두보가 있었으며 서법에는 왕희지가 있고 그림에는 오도자가 있다. 일식, 월식에 대한 기록이 세계적으로 가장 일찍하며 일행이라는 중의 자오선발견, 리시진의《본초강목》, 화타의 마취술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도자기는 7800년전에 구워냈고 태양에네르기의 리용기술도 3천년전에 개발했으며 산소의 발견도 가장 이르고 온도계의 발명도 유럽보다 1천6백년이나 앞섰으며 소리진동실험실은 세계상 첫번째 물리실험실이다. 빛의 발음도를 개변, 조절하는 구리등은 기원2백60년전에 있었으며 회전의자도 유럽보다 1300년이나 앞서 만들었고 지페도 가장 일찍 발행했으며 시계도 최초로 발명하였다고 한다. 석유의 발견과 명칭도 가장 일찍하며 최초의 열력기계도 제일 먼저 만들었고 지구자력의 발견도 유럽보다 400년 앞섰으며 점천포(钻天炮)는 세계의 첫로케트전신이라 한다.
   그러고보면 고대중국은 세계첨단기술을 언녕 장악한 명실상부한 과학기술강국이였다. 그런데 그후의 염황자손들은 모두 무엇하러 갔는가? 부처님의 발아래 대국을 높이 베고 잠들어버렸는가? 인생고해를 건너서 래세의 극락으로 가느라고 그동안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단말인가?
    교훈인들 어찌 없으랴, 시대는 이미 산업혁명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는데도 자희할미는 진시황의 아방궁이 탐나서 해군경비로 원명을 지어놓고 만세불의 향락을 꿈꾸었다. 이런 수구주의와 과대망상증은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중국근대사의 성질을 규정해놓았던것이다.《진나라 달이 한나라때 밝다(秦時明月漢時光)》라는 말이 이를 대비해 만들어진것 인지 모르겠다.
   하긴 외국사람들도 고대중국의 발명창조에 탄복한다. 동시에 그 창조발명이 몇천년이 지난후에도 그냥 원시상태를 유지하고있다고 비웃고도 있다. 낡은터에서 이밥먹던 소리가 한두번은 구수할세 너무나 고아대면 오히려 무위무능을 드러내는것이 아닐가싶다.
   옛성취에 도취된 자아신성이 마침내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되고 세계공용어가 영어대신 한어로 바뀌며 중국의 유교사상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며 세계중심도 서방에서 중국으로 옮겨진다고 예견하는 정도에까지 치달아올랐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량지가 있고 랭철한 사고력을 가진 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런 경박한 사람들의 자기기만적인 자아도취를 세기말적인 잠꼬대라고 가차없이 질타하고있다. 이런 과대팽창의식의 발로는 현대국민의식에 대한 절묘한 주석(注釋)이 라고 비평하기도 한다.
   진부한 관념상에서는 유구한 력사가 일종의 자랑일수도 있으나 현대시점에서는 전진의 길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영원히 굳어진 과거를 자꾸 짜봤대야 다 파먹은 김치독처럼 시큼털털한 냄새밖에 더 날가? 흘러간 물이 물방아를 돌릴수는 없다. 어제는 필경 오늘이 아니며 우리 새 중국은 옛타령을 부르며 걸을 시간이 없다.
   과거에 대한 자아도취보다는 오히려 현재에 대한 불만족이 개인에게나 국가발전에나 보다 유익한 사유방식이며 보다 현대인다운 자세가 될것이다. 주지하다싶이 유구한 력사는 획시대적이고 거족적인 발걸음에 반하여 현대화의 큰 강을 건너는데 이미 짐이 되였다. 세계적조류는 급류를 이루고 파도는 날이 갈수록 세차다. 그만큼 우리는 가급적으로 자아신성의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버릴것은 버려야지 그냥 지고간다면 물에 넘어진 총명한 나귀등의 솜처럼 점점 더 무거워질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젊어서 범을 잡았다는 옛날 할아버지네처럼 옛날의 호기를내들지 말아야 한다. 오늘이 여의치 못한 사람일수록 늘 왕금년 이밥이 들어갔던 여윈 배를 내밀려 한다. 평범한 사람일수록 자기를 내세우려 안달하고 용속자일수록 명인들과가까이하기 좋아하는 법이다. 
   사람은 감자가 아니다. 뿌리에 매달려 클것이 아니라 뿌리가 공급하는 자양분을 먹으며 가지에 주렁진 열매로 향기를 풍겨야 바람직하다. 그냥 조상이라는 옛뿌리에 매달려 고루한 동방식체면을 세우려 한다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이 없을것이요 스스로 자아신성에 도취되여있다면 그보다 더 신성한 비애는 없으리라.


                               2004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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