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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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은 피고지는가?
2015년 08월 16일 12시 09분  조회:437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바람꽃은 피고지는가?
 
 
    바람이 분다. 대지의 언 꿈을 녹이며 기다림에 지친 묵은 대지에 새움을 틔워주 는 바람이 분다. 꽃샘바람이 분다.
    바람이야 좀 좋은가? 움트는 대지에 초목을 부르는 따스한 봄바람은 즐거움이요 한여름 나무그늘아래에서 하늘대는 한오리 청풍은 반가움이요 오곡향기 싣고 재넘어 불어오는 금풍도 그대로 환희로움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는 바람이란 바로 사회상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류형의 회오리바람이다. 이 지구촌에 무풍지대가 어데있으랴만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새 없다고 땅이 넓고 사람이 많은 특정된 인문환경탓인지 건국후 반세기가 넘도록 이 땅에 바람이 잘 새없었다.
    이런 시대풍에 이루어진 풍경선을 다시 들여다보면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수 없고 지금도 한창 불고있는 이런저런 바람들을 피부로 느끼노라면 공연히 먹을알도 없는 “우환의식”이 우습게 나를 흔들어놓는다.
    수탉이 울자 천하가 밝아서 세기적숭망대로 땅의 새 주인이 된 농민들이 한창 복된 살림에 재미나 할 때 모스크바에서 불어온 집단화열풍에 호조조요, 고급사요, 하 다가 드디어 급수가 훌쩍 높아진 선풍을 타고 인민공사가 보급되였다. 잇달아 대약진 바람에 실려 공산주의대문에 훌쩍 들어선듯싶던 일이 어제런듯하다. 천군만마가 일제히 울부짖으며 일사천리로 내달릴 때 그 기세는 그야말로 동풍이 서풍을 압도할듯싶었다. 더구나 반가운 백가쟁명, 백화만발의 아주 좋은 형세하에 모두가 맹진하리라 윽별렀다.
    사상적이단자를 잡아내는 “반우파”흑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국민의 투지는 더욱 앙양되였고 전민이 떨쳐나선 강철제련풍에 벽돌이란 벽돌은 죄다 날아올라 용광로로 치솟고 심경세작열풍에 밭에 널리느니 곡식단이요 밟히느니 싯누런 낟알이였다. 
    공동식당바람에 집집의 가마에 거미줄이 얽힐 지경이였고 학생들의 학업도 황페해졌다. 하건만 국민의 인심속에는 과장풍이 시대풍조로 되였다. 무당고산열풍과 꾀꼴새 노래하고 제비가 춤추는 요순시절을 찬양하는 민가열풍이 대지를 후끈 달구었고 결국 인재를 앞세운 고난의 년대를 불러왔지만 공산주의가 눈앞이라고 얼마나 가슴이 뻐근해 했는지 몰랐다.
    이 글을 쓰노라니 초중2학년 때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계산하며 쌍당 27만근을 문제없이 낼수 있다고 위성을 쏘아올리던 한 “영웅”의 얼굴이 선연히 떠오른다. 언젠가 고향 룡산촌에 갔다가 길가에서 그 얼굴을 알아볼수 있었는데 영광의 년대를 회고하면서 대약진바람에 영영 날려가버지 않은것이 다행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가 하는 궁금증이 앞서서 인사마저 깜빡 잊었다.
    거국적으로 참새 멸종바람은 또 얼만 기세찼고 농,림,목,어업생산대고조속에 자 연자원인들 얼마나 파괴되고 망가졌던가? 열여덟살  나던 그해 처음 고동하목재판에 갔던 일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때만도 고동하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원시림이 울울창창했었다. 나는 대자연의 위대함에 탄복하였고 지리선생님이 중국은 세계에서 물산이 가장 풍부하다고 하던 말을 실감있게 되새겨보았다. 
    장장 10년간을 휘몰아쳐 문화의 터전은 물론 국민경제를 붕괴의 변두리에로 몰아넣은 “대혁명”피바람보다 황당하고 훼멸성적인 바람은 더 없을것이다. “충성무”바람에, 소근장을 따라배우기 열풍에 밭은 범이 새끼를 치게 되였고 호두산에서 불어온 열풍에 휘날리는 “대채기발”아래 평지옥토가 다락전이 되고 수많은 호수가 메워지고 초원이 기경되여 반세기를 넘지 않아서 대자연의 보복을 당하게 되였으니 말이다. 
    그뒤에도 바람꽃은 장성안팎 대강남북의 하늘땅에 피고 스러지고 다시 피고 다시 스러지고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정(市井)은 바람꽃천지였다. 지금은 웃음거리 삼아 담소하지만 소위 맨발의사들이 “만병통치약”이라고 고아대니까 서슬을 달여서 먹는 바람이 일던 시절에 무엇이 좋다하면 무작적 바람따라 달려가는 풍조는 오늘도 변합이 없다.
   아침마다 랭수를 한고뿌씩 마시면 내장이 말끔히 청소된다고 해서 한때 기를 쓰고 물배를 채우는 바람이 일었고 닭의 생피가 좋다하니 서로 다투어 닭모가지를 비틀어 피를 받아마시던 바람도 있었다. 군자란바람은 또 얼마나 민심을 뜨겁게 달구었던가? 국민 모두가 문명해져서 다투어 가꾸다보니 내지에서는 한통의 군자란값이 최고로 만원까지 되였단다.
    시대는 도약을 하고 국민들은 많이 문명해졌다. 그래서 주역과 별별 기공바람이 다 일더니 급기야 허황하기 그지없는 법륜공바람까지 몰아와서 수많은 국민들의 머리를 혼란시키고 헤아릴수 없이 많은 황당극을 연출해냈다. 
    우리 연변에서는 해리서인지 물쥐인지를 키우는 바람이 일다가 결국은 사기군의 배만 불려주고말았고 분한김에 되는대로 놓아버린 해리서들이 들쥐대오에 가담하여 과원에 서식하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들의 생존권내에 일고 잦을줄 모르는 열풍이 이루어놓은 인문풍경은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가관이라 해야겠다.
    마침내 쇄국의 국문이 열리면서 개방의 춘풍이 불어와 고목봉춘의 기꺼운 경상을 펼치였다. 벌에는 오곡이 우거져 풍양가 우렁차고 산언덕에 과일향기 풍기여 살맛이 나는 태평성대가 시작되였다. 하건만 또 다른 바람이 일었다. 
    상품경제물결이 금방 일기시작하자 “가방공사”세우기 바람이 곳곳에 일고 뒤이어 하해(下海)하는 바람이 격랑을 일구면서 인심을 뒤흔들었다. 한편 바람따라 돛을 올려 크게 치부한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되거리장사에 돈가방이 불룩해진 벼락부자들도있고 자동차밀수바람에 한몫 단단히 쥔 총아들도 무수히 많다. 
    대강남북, 장성안팎에 불어친 유흥바람에 그 어디보다 멋진 경관을 이룬 곳은 우리 변강산촌이라 해야겠다. 큰거리 작은 골목마다에 나이트클럽, 가라오케이가 서더 니 뒤이어 노래방, 다방, 사우나, 오락성 등으로 도시는 별유선경을 이루었다.
    하여 마을마다 도시진출바람이 일었다. 피로 지키고 땀으로 걸군 가원을 휩쓸어 버린 몹쓸 바람은 어지간히 생기고 약삭빠른 농촌처녀들을 네거리로, 뒤골목으로 휘 몰아 넣다가 급기야 산해관 너머로 날려보내기 시작했다.이미 5만도 더 넘는 처녀들 이 국경너머로 바다건너로 영영 날아갔다고 한다. 리향바람이 남긴것이란 농촌총각들 의 결혼난이라는 20세기 비극뿐이다.
     말만 들어도 쓴 웃음이 나오는 섭외혼인 바람에 얼마나 많은 녀자들이 배반의 길 을 걸으며 가정파탄의 비극을 연출해냈고 얼마나많은 “타락한 세대”들을 낳았는가? 물론 한족들도 리향하여 막벌이를 하지만 우리처럼 뿌리박은 터를 남에게 내주며 부평초처럼삶을 영위하지 않는다.
    여느 민족보다 우리 민족의 생존권내에서 바람꽃이 아찔하게 일고있는데는 크게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열광, 둘째는 급공근리(急功近利)관념이다. 열광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맹동하다보니 떠들썩한 기관을 이루는것이다.
    급공근리(急功近利)를 마구 행한데서 조성된 악성순환은 결코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나고 보면 많은 경우 산비는 아니오고 바람만 루대에 가득찬 경상이 된다. 그리고 세차게 타오르는것같던 공리의 불길도 헛불길이여서 인차 꺼져버리기가 일쑤이다. 혹자는 이런 경상을 개혁개방시대의 세 풍경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고 자호감을 가지기엔 뿌리채 흔들리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과 스스로 자초하는 궁경이라는 생각이 앞서지고 망연함이 시선을 흐리우고있다. 어 떠한 바람이였든 돌이켜보면 일진광풍인 경우가 많았다. 남들은 동서남북풍에 가원이 흔들리않는데 우리 조선민족은 왜 그렇게도 바람기를 잘 타는지…
    오, 언제면 바람꽃이 멎을것인가?
 
                          2006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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