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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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편지
2015년 07월 07일 11시 39분  조회:550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아들에게 주는 편지
 
    철민아, 이 편지를 받는 순간 놀라움과 의문에 찰 너의 민망스러운 얼굴을 그려보면서도 날이 선 말을 고르지 않을수 없구나.
    집을 거두다가 우연히 책갈피속에서 떨어진 네 친구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필을  들게 되였다. 다 큰 자식의 일거일동에 공연히 신경을 모으게 되는 아버지의 마음을 량해하여라.
    흐르는 세월이 류수같다더니 정말 틀리지 않는구나,. 네가 중점고중에 붙었다고 환성을 올리며 높이 뛰던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3년이 되여 어느덧 대학시험을 맞게 되였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석달이란 시간이 눈깜짝할새에 지나갈 이 관건적인 시각에 아버지는 가슴이 조여드는데 너희들은 웬 딴 왜지밭을 매느냐? 이미 늙어가는 마음의 짜증이 아닐가고 생각도 해본다만 그래도 좀 깨우쳐주어야 할 부모의 도리를 앞세우게 된다.
    얘야, 한창 젊은 너희들이 온갖 비실제적인 일들을 진리로 믿고 감정과 감각에만 매달려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보니 가슴이 쓰려남을 어쩔수 없다.
    터놓고 말해보자. 너의 친구가 너에게 보냈던 그 편지에서 (리해해다오. 난 원래 너희들 젊은 세대들에게만 속한 그 신비한 비밀을 알려고 한것이 아니였다.) 인생의 봄언덕에 나서자마자 지례 취해버린 너에게 부모도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 생겼음을 알았을 때 이 아버지의 마음속에 아들이 성숙되였다는 기쁨이 앞섰는가, 아니면 납덩 이익 들어앉았겠는가를 생각해보아라.
    철민아, 바야흐로 닥쳐오는 대학입시에 머리가 터질지경인데 너는 무슨 잠꼬대같 이 에덴동산이요, 이브요하니 어디에 정력을 쏟아야 할지 정말 몰라서이냐? 아니면 너희들 말마따나《쌍풍작》을 거두고《동력》을 얻는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리지기 마 비되였느냐? 너희들은 지금 자신에 차있는것 같지만 산우에 또 산이 있고 하늘밖에 또 하늘이 있다는것을 잊었니?
    뽕이나 딸겸, 님도나 볼겸 하는식의 코노래가 어디서 나오느냐? 금싸락같은 시간을 허비해 가면서《아름다운 꽃송이앞에서 쓴 한숨만 나오는》그런 마음의 여유가 어떻게 되여 생기는지 알수 없구나. 생각해보아라. 얘야, 매달 너에게 보내는200원이 란 돈이 땀에 절고 터갈라진 아버지, 어머니의 손등에서 흐른 피에 얼룩진것인줄을 너는 알고있느냐? 지난해 농사가 페하여서 네가 대학에 붙는다해도 정말이지 걱정이 태산같구나. 하지만 이 아버지는 한숨 안쉬고그 좋아하던 술마저 딱 끊어버렸단다.
    어는 책에서 읽은 말이지만 사람이란 얻는것도 슬픔이요, 잃는것도 슬픔이라고 하더구나. 너희들이《님》과 함께 가로등밑에서《행복》을 누려도 좋고 대학입학통지 서를 받고 축배의 잔을 들어도 좋다만 고향마을에 한번쯤 눈길을 돌려보아라. 너희들 의 장래를 위하여 사래긴 밭이랑타고 아픈허리 주먹으로 잡아두드리며 김매는 부모님 들이 삼키는 신음소리를 한번 되새겨보렴아.
    정말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중점고중에서 공부하면 다냐? 사실 네 가 지금 서있는 위치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보다는 어느 방향으로 어떤 걸음발을 놀리 는가가 중요하다고 이 아버지는 생각한다. 그렇게 가고싶던 대학도 우리 세대는 기회가 없어서 못갔다. 아버지와 엄마가 아들만은 꼭 수재를 만들어보겠다는 그 절절한 마음을 왜 잊었느냐?
    넌 사랑이 치렬하다고 썼지? 그래 보이지 않느냐? 그 사랑이라는것이 지금 눈꽃처럼 너의 손바닥에서 녹아내리고있음을, 감정이 부추기는 정열은 오래가지 않는법이다. 정열에도 두가지가 있단다. 감정의 부추김만 받는 정열은 위험한것이다. 자기 정열을 검토할새 없이 리성의 귀띰소리를 팽겨쳐버린 정열이야말로 얼마나 유치한것이냐? 원래 감정이란 격앙될수 있다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것이다. 리성이야말로 평생의 삶의 레루장이란다. 참된 인생은 기회와 땀의 결합에서 엮어지며 물러설줄 모르는 분투와 지혜의 발산에서 빛을 얻는것이다. 이런 도리는 나보다 네가 더 알지 않느냐?
    사랑하는 아들아, 모든것이 이제 금방 시작된다고 생각하여라. 과학이라는 이 옥토에서 리상의 은빛보습날만 부단히 갈아가면서 새이랑을 지어 풍작의 씨앗을 깊숙히 묻어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으 마음을 네가 조금이라도 리해한다면 넌 그렇게 탈선하지 않을것이다.
    오래동안 꿈꾸던 황금의 씨앗은 자기의 리상세계ㅡ성공의 해빛과 따사로운 보람의 애무속에 움트고 꽃필것을 갈망하고있다.
    모든 탈선한 추구와 몽롱한 환상이 너의 그 회색빛 바다 아니, 진구렁 저쪽으로 날아가버리게 하라. 풍작과 성공에로 가는 이 한단락은 피나는 의력으로 끝까지 뛰여야 할 굽이 많은 험난한 자갈길이다. 휘황함도 아름다움도 달콤함도 앞에 있다. 그러나 너는 이때에 벼랑끝에서 허튼 휘파람만 불고있지?
   다시 한번 명심해 듣거라. 젊은 생명의 나무는 성숙과 찬란한 고지우에서만 자랑 찬것이다.
   《붉은초도/ 석별에 가슴아파하노?!/ 그대를 대신해 / 날새도록 눈물짓네.》
    옛시구를 외우기앞서 너희들이 두려워할 그《흑색7월》의 어느 날, 참회의 눈물을 짓지 않도록 하는게 좋겠구나. 기회의 노크소리는 언제나 약하고 그 주인의 응답이 없으면 제꺽 멀리 달아나는것이여서 좀해서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것이란다. 나는 너에게《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아지고 글산에 오르면 자신이 왜소해진다.》는 도리를 말하고싶다.
    말이 너무 지루해졌구나. 성공을 빈다. 너를 위해서 우리는 살고있는것이다.가난해도 눈물을 모르는 이 아버지가 언젠가는 너의 대학입학통지서를 쥐고 하루종일 울고싶다. 나에게 그 날을 다오.
    사랑하는 아들아, 이 밤에 아버지는 잠을 잃었구나. 그럼 이만 필을 놓는다
 
                               1994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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