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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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추한 거짓말과 아름다운 거짓말(김관웅)
2009년 01월 04일 16시 25분  조회:6211  추천:65  작성자: 김관웅

추한 거짓말과 아름다운 거짓말


김관웅

 

  중국에는 몇 천 년 전부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춘추시대의 일이라고 한다. 공자님의 제자인 증자(曾子, 서기 521-490)의 아내가 먼 장터에 갈 때 철부지 아들 녀석이 따라나서니 “장에서 돌아오면 저 기르던 우리안의 돼지를  잡아주마”하고 얼렸다. 땅거미 질 무렵에 장에 갔던 증자의 아내가 귀가하자 아들 녀석은 돼지를 잡아달라고 졸라댔다. 증자가 칼을 잡고 돼지우리로 다가가 돼지를 잡으려고 하자 그 아내가 “여보, 한창 크는 돼지는 왜 잡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미쳤잖아요!?”라고 새된 소리를 질렀다. 증자가 “임자가 저 녀석한테 아침에 돌아와서 꼭 잡아준다고 하지 않았소?”라고 반문을 하자 아내는 “이 녀석이 하도 따라가겠다고 졸라대니 내가 어쩔 수 없어 거짓말을 한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증자는 “자식들 앞에서 부모로 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꾸중하더니 기어이 그 돼지를 잡아서 돼지고기를 아들 녀석한테 삶아 먹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이솝우화》에도 거짓말을 해서면 절대 안 된다는 교훈적인 우화가 있다. 한 목동이 양떼를 몰고 들판에 나갔다가는 너무 심심하니 “늑대가 왔어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외침소리를 듣고 동네 어른들이 쟁기를 들고 달려왔으나 그것은 한낱 개구쟁이의 거짓말이였다. 이에 재미를 붙인 이 목동은 이튿날도 똑같이 이런 거짓말을 했지만 동네 어른들은 또 허둥지둥 쟁기를 들고 달려 왔다. 그들은 또 거짓말인줄 알고는 욕을 퍼부으면서 돌아갔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에는 정말로 흉악한 늑대가 덮쳐들었다. 다급해 난 목동이 “늑대가 왔어요! 늑대가 왔어요!……”라고 죽어라고 소리를 비명을 질렀지만 이 번에는 동네 어른들이 또 거짓말을 하는 줄로 여기고 달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목동은 늑대에게 물려죽었다고 한다.

  옛날만이 아니라 현실에도, 우화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에만이 아니라 실제생활에서도 추한 거짓말쟁이들은 많고도 많았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큰 거짓말쟁이는 야심가 림표였다. 림표는 사석에서는 숫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큰일을 성사시키지 못 한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문혁”을 전후하여 모택동의 환심을 사기 위해 림표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던가. 모택동을 “수천 년 만에 어쩌다가 나타난 천재”라고 치살리고, “모택동사상을 맑스-레닌주의의 최고봉”이라고 올려 추고, “모주석의 말씀은 한마디가 만 마디를 필적한다”고 하면서 별별 거짓말을 다했지만 종당에는 정변을 일으켜 모택동을 죽이고 자기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음모가 발각되여 비행기를 타고 황망히 도주하다가 몽고 원두얼한의 황막한 사막에 추락하여 불에 그슬린 개 마냥 추한 죽음을 죽었다.

  그러나 거짓말이 다 추한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거짓말이 가장 착하고 가장 충성스럽고 가장 아름다운 말이 될 수도 있다.

  병원에서 착한 거짓말을 제일 많이 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이 중한 병이거나 불치의 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흔히 그 진상을 알려주지 않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거짓말은 추한 거짓말이 아니라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거짓말은 경우에 따라 착한 말이지만 군신간의 관계 같은 엄숙한 인간관계에서도 거짓말은 때로는 아주 착하고 충성스럽고 아름다운 거짓말일 수 있다.

  고려조 26대왕 충선왕(忠宣王, 1275-1325)은 시를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임금이였다. 그가 임금이 되기 위해 원나라 대도에서 고려로 돌아올 때 너무도 사랑하는 녀인을 두고 와야 했다. 그는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다. 오는 도중에도 왕은 그녀를 잊을 수 없어 자기를 보필하는 문신(文臣) 리제현(李齊賢, 1287-1367)을 시켜 그 녀인을 가보게 하였다. 리제현이 가 보니 그녀는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지경이었다. 그녀가 힘겹게 시 한 수를 써서 임금께 전해 달라고 하였다.


떠나며 보내신 연꽃 한 송이

처음엔 너무도 붉었습니다.

줄기를 떠난 지 며칠도 못 되어

초췌함이 내 모습과 한가지예요.

贈送蓮花片, 初來的的紅.

辭枝今幾日, 憔悴與人同.


  그 녀인이 충선왕에게 답장으로 쓴 이 시의 뜻을 알기 쉽게 다시 풀이를 하면 다음과 같다.

  그리도 선연히 붉던 연꽃이 제 줄기를 떠난 지 고작 며칠 만에 초췌하게 시들어 버렸습니다. 내가 당신의 품안에 있을 땐 처음 주신 련꽃처럼 선연히 고왔는데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나시니 나는 이제 저 꽃처럼 참혹하게 야위어 갑니다……

  리제현은 돌아와 거짓으로 아뢰였다.

  “가 보니 그 녀인은 술집에 들어가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어 찾았으나 못 만나 보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충선왕은 분하게 여겨 침을 뱉고 그녀를 잊었다. 이듬해 충선왕의 생일에 리제현이 축수의 잔을 올리고는 뜰아래 엎드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두사죄를 하였다. 왕이 무슨 일이지 묻자 이제현은 앞의 시를 올리면서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 녀자의 그 시를 보자 왕이 눈물을 흘리며

  “그날 만약 내가 이 시를 보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갔을 것이오. 그대가 나를 사랑한 까닭에 거짓으로 말하였으니 참으로 그 충성이 간절하다 하겠소.”라고 하였다.

  리제현이 충선왕한테 한 거짓말은 참된 군신(君臣)관계에 대한 미담으로 조선조시대 성현(成伭)의 『용재총화(傭齋叢話)』에도 기록되여 있다.

   얼마 전 중국 나아가서는 세계 각국의 매체들을 들썽거리게 한 멜라민을 첨가한 “유독분유사건”까지 겹쳐서 요즘은 “이 세상에서 엄마를 내놓고는 다 가짜”라는 말이 항간에 류행할 정도로 진실과 진짜가 증발해가고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동서고금의 추한 거짓말과 아름다운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 음미해보군 한다. 

  이 세상에 아무리 거짓말이 란무(亂舞)하더라도 추한 거짓말은 하지 말고 참된 신하 리제현처럼 아름다운 거짓말만 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2008년 11월 18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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