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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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상의 저변에는 ......
2023년 01월 06일 22시 43분  조회:157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마스크 착용을 단단히 하고 아침시장을 갔다. 주차를 해놓고 차에서 내리는데 해산물의 맛있는 비린 냄새부터 나를 반겼다. 저 먼발치에서 사구려를 웨치는 소리가 귀맛을 돋구고 유유히 흐르는 시장의 인파가 일렁거리는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생동하는 시장의 모습이 참 좋다.

오늘은 시금치하고 블루베리, 토종계란을 사야 한다. 그리고 아침시장의 오붓한 야외식당으로 가서 조반까지 해결하고 귀가한다. 순두부 한 그릇과 야채말이 하나, 그리고 녹차 계란 하나면 영양만점 아침식사가 될터이니. 식사밖에도 금방 갈아서 우려낸 보얀 콩물을 두 컵 사가지고 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장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눈여겨보니 안경을 끼고 깊은 사색을 하고 있는 표정을 한 조각상이었다. 다시 보니 그 조각상이 자리한 곳은 새로 오픈한 자그마한 약국 출입문앞이었다. 약국의 문은 잠겨져 있었지만 그 조각상은 든든한 지킴이마냥 지키고 서있었다. 나는 그 조각상에 대해 궁금해지는 마음을 달래보고자 휴대폰의 바이두카메라에 담아 검색버튼을 눌렀다. 그 조각상이 누구인지를 확인해내는 순간 나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조각상모델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였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로 인체 해부를 중시하고 임상 관찰과 병리 연구를 강조하고 체액학설을 제기한 인류의학의 선구자였다.
 
     보잘것 없는 자그마한 약국앞에 이렇게 거물급 인물조각상을 세워놓다니 하는식의 세속적인 생각이 먼저 앞서긴 했으나 요즘 ‘오직 신적인 존재만이 이 세상을 안다’는 말이 흥행할 정도로 바이러스의 기승에 엉망을 닮아가는 마당에서 내가 히포크 라테스라는 의학의 선구자를 만났다는 것은 큰 경사라는 감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어 험난해진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게 하는 힘을 주는 또 하나의 원천을 얻은것같은 보배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약국을 지키고 선 것이 아니라 자기 앞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건강을 나누어주는 신령한 존재같았다. 네번째로 덮친 코로나의 왕심술에 빠져 일상의 자리를 조금씩 내주며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날에, 육신이 너덜너덜 익어 떨어질듯한 찜통더위에도 마스크중무장을 벗지 못하고 사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런 상서로운 기운을 옮겨받다니, 참으로 경사가 따로 없다.
 
    요즘 글로벌 대사인 올림픽경기가 한창 열기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경기장을 볼라치면 눈이 딱 감기고 기가 떡 막힌다.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선수들이 경기 종목을 마감하는 즉시로 마스크착용부터 한다. 그들이 휴식처 의자에 돌아가서도 선수들끼리 주먹끄터머리를 스치거나 또는 팔굽악수를 통해 인사를 건네야 하는 작고도 큰 서글픔이 경기장의 구석마다에 얼기설기 서려있다. 심지어 경기를 치르 다가 스톱을 하여 코치의 지도를 받는 고 단편의 시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는데 경기장에서 매일마다 감염이 되는 선수들이 두자리수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포옹하는 ‘용사’들이 있긴 하나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이러한 가까이하기가 반칙이라고 꼬집을만큼 꺼림직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게 한다. 경기장의 심장가운데 퐁퐁 넘쳐야 할 박수소리와 응원소리 또한 푹 꺼져버렸다. 멀리서 봤을 때 관중석이 가득찬듯 하나 관중코끝도 볼수 없는 랭냉한 무관중석은 불안의 추만 무겁게 얹고 또 얹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대사와 소사를 막론하고 뾰족뾰족 일어선 불안의 가시들에게 모든 일상들이 때끔때끔 빈자리 하나 없이 찔리는 속에 숨막히게 닫힌 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우리를 괴롭히는 그 ‘난쟁이거인’을 정복하고야 말 날이 올것이라는 신념장만은 포기하지 않고 가슴으로 키워가고 있다. 삶은 사활을 평상심 하나로 대한다. 삶이라는 이 거룩한 존재는 어떠한 비상의 경우에도 앞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 마당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그 룰에 완벽하게 길들여져서 땅이 꺼지고 하늘이 구멍난다고 해도 희망의 티켓은 고스란히 품고 살아간다. 만가지 어려움을 넘어서서 승리의 대안까지에 꼭 이르고야 마는 인간성은 삶이라는 일상이 우리모두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나도 례외가 아니다. 보기엔 소박하나 무적의 힘으로 이겨낼것이라는 생각은 내 마음에서 이미 커다란 나무로 서있다.
 
     의학의 힘이 무궁무진하다 것을 우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인간 몸의 생명적 균형을 잡아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생명의 세포들에게 목욕을 시키고 다시 따뜻한 생명옷을 입혀서 삶이 춥지 않게 해 주는 일, 바이러스가 천변만화를 하고 와도 한눈에 딱 알아보고 꼼짝 못하게 다스려 낼 수 있는 일, 사그라져가는 삶의 불길을 올려주는 일 ......... 인간이 살아가는 길에서 보호신의 일을 한다. 사람들이 의학을 무기로 단장한 사람에게 백의천사란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그냥 습관적으로 불렀었 지만 이제는 백의천사란 네 글자가 갖고 있는 위대함과 지혜로움을 가슴으로 부르고 싶다.
 
      그러나 의학의 몸에 생명지킴이란 파워가 영생하고 그것이 우리 삶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하려면 개개인의 행위를 눈높이 갖춘 자율이라는 마음의 그릇에다 잘 챙겨담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지녀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네번째로 번복되는 변이바이러가 천하만방을 휘정거리고 다니는 요즘 세월은 더욱 그러하다. 고 고얀놈은 천신만고 검증끝에 태어난 예방접종의 도움을 거친 사람까지를 툭툭 건드려서 넘어뜨리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하니 소심과 조심이 우리 모두의 만사우 선이라 하겠다. 지금 몰라보게 새 둔갑을 한 귀신가시들이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독냄세를 퍼뜨리려고 애쓰고 있다. 고것들은 어둑시그레해지기만 하면 뛰쳐나와 북치고 장구치면서 요리조리 기웃거리고 여기저기에 으시대려고 한다. 잘난체하면서 방어를 다 벗어버린 ‘용자’의 어리석음을 닮지 말고 고놈들을 뿌리째 소멸하는 길에 일심실천을 옮기는 일만 남았다. 강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건 그물하나로 잡아내 수 있지만 대가리꼬리도 없는 악의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길은 억만사람의 일심뿐 이다.
 
     그러기전에는 코를 막지 않고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요즘 내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무형무색의 유령의 간사한 작간땜에 병석에 계시는 엄마를 뵈러 가는 길이 막혀버렸다. 고놈이 뿌려놓은 무형그물에 잠시 걸려 허물어져가는 억장을 한층 또 한층 헤아리기만 해야 한다. 지금도 자식그리워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엄마의 심정을 아프게 읽으며 걱정이 덕지덕지 않은 나날들을 지속하고 있다. 아, 언제면 일상을 막아버린 담장을 시원히 밀어버릴 수 있을까? 언제면 병마를 몰아내시느라 기진맥진해지신 엄마의 힘이 될 수 있을까? 언제면 엄마 곁에 오손도손 앉아서 엄마의 옛날이야기를 들어나 볼까?
 
    우연에 필연이 내함됨은 만사의 섭리다. 어쩌면 오늘 내가 우연히 히포크라 데스를 발견한 것은 생명의 왕성함을 재발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기적의 씨앗들이 꽉 차있는 일상에로의 회귀라는 대길의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할 것이다. 꼭 그러할 것이다. 만사길흉은 재심이라 하더니 생각을 바로 가지니 마음에 꼈던 독들이 싹 물러가버린다. 한없이 거뜬해진다. 시장에 벌여진 좌판마다에서 잔치를 하고 있는 파란색윤택들이 나를 사로 잡는다. 그것은 생명의 흐름선 여기저기에 생의 기쁨꽃이 다닥다닥 피여날 날이 곧 도래한다는 상서로운 메시지였다.
 
    저기 저 평범한 일상의 저변에서 나를 향해 가까이 오고 있는 행복의 사자가 점점 또렷하게 보이고 있다. 그가 내 앞까지 왔을 때는 꼭 그와의 눈맞춤을 진하게 해둬야 겠다. 내 마음의 눈동자에 삶의 갖가지 맛이 어우러진 일상의 조화미를 듬뿍 담아서! 



                     발표내역: <장백산>(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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