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귀빈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잔치들이 많아져 살맛이 난다. 약간 시간만 내면 즐거운 만남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과연 심심치 않다. 모임의 장에서 자연의 애무를 받으며, 찬란한 네온의 빛을 입으며, 달콤한 와인잔 기울이며,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은 자못 넉넉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잔치를 가리켜 '축제'라고 이름한다. 영어를 배우는 람들의 대오가 늘면서 요즘은 ‘축제’라는 우리말이 페스티벌(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이에서도 그렇게 지칭하기로 한다.
페스티벌은 삶의 화장품이나 다름없는 불가결의 자격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꾸며준다. 어떠한 성격의 페스티벌이든 그에 경사의 의미가 담겨있어서 일단 정신적 고양을 한 번 시켜주는 역할을 하기에 자기의 시간과 금전과 여가시간을 할애하여 참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걱정스러운 일면도 생기는 것을 묘파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요즘 페스티벌들은 어떠한 화제에 포커스를 맟추어 놓고 미소를 지으며 '꾼'들마냥 모여서 한잔씩 나누고 헤어지는 모임의 한가지로 도장이 찍히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리하여 ‘얼마나 아름다웠던 시간이냐’ 라든가 ‘너무 좋은 만남이였어’ 와 같은 고운 느낌의 색상들은 빛이 바래지기 시작하였다. 스트레스 해소제나 다름없는 만남의 시간들이 소중함을 몰라서라기보다 새라새로운 변화들에 눈 팔린 사람들의 내심세계가 요술을 맞이한 것이다. 세상에 낡지 않는 물건이 없듯이 편안하게 풀어보면 그것도 별 나쁜 것은 아닌 셈이다. 잔치를 매일같이 치르는 집주인에게 번마다 색다 르게 꾸며내길 바란다는 것은 너무도 피곤하게 하는 성가신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자주 만나는 이유로 페스티벌 행사가 이젠 싱거워졌다고 생각하는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재한 중국인 문화 축제와 같은 국제 잔치일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 공식시스템을 면치 못하는 까닭을 알만도 하다. 어떤 페스티벌에 꼬박 세번만 참석해보면 잔치의 원색이 바래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파고 들게 된다. 차량의 무료 왕복 운행, 휴게소에서의 도시락 점심, 행사장 에서의 도시락 저녁식사, 노래자랑, 그에 따른 상주기, 주최담당측의 축사, 끝날 무렵의 기념품 선물하기로 경직된 듯한 그 순서감이 양고기꼬치마냥 흐름선에 쭉 꿰여져 있다. 국제 금산인삼페스티벌도 별다른 기대를 품고 가긴 했으나 역시 인삼을 캐고, 캔 인삼을 들고 사진을 찍고, 인삼 삼계탕을 대접 받고, 인삼 제품 구경하고, 귀가하는 공식화된 코스 그대로를 따랐을 뿐이었다. 좀 다른 것이 있었다면 피부색이 더 다양해진 것뿐이다. 국제Food페스티벌도 별로 옛맛의 패러디었다. 세계 각국 인사들이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놓고, 오가는 손님을 불러들여 무료 체험을 하게 하고 무기명 투표 이후 등급에 따른 수상식을 행하고 제구들을 청소 운반하는 것으로 끝을 보는 것이 전부 였다. 말하자면 패스티벌 대부분은 너무도 담백한 맛에만 정박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만사에는 다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을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축제라는 행사는 이러한 따분함을 떠나 일차적으로 먼저 세상에 사는 가족들의 가슴의 빈 구석을 얼마만이라도 채워주고 수식해주고 있어 감사해야 할 일이긴 하다. 물을 탄 술이라고 할 만큼 맛의 원조가 심심해져가고 있긴 해도 늘 마음을 끄는데가 있는 것이야말로 페스티벌의 경지인 때문인가 한다. 이것이 다원화 세상에 페스티벌이 살아남는 이유같은 것일 것이다.
어찌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축내여 가며 행사잔치를 할가 하는 의혹도 가끔 마음을 찾는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주는 선물의 값을 묶으면 눈 앞에 보이는 빈자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것 같고, 보잘것 없는 4년삼이긴 해도 체험에 온 사람마다에게 한뿌리씩 선물하는 그것으로 수해나 흑사태 한번이면 빈털터리로 전락되는 마을들을 존엄으로 세워낼 수도 있을 것 같고, 오가는 길거리 모든 사람 분별없이 무료로 체험케 하는 그 다량의 음식들을 화페로 바꾸면 국제 의미를 갖춘 근사한 레스토랑쯤은 넉넉하니 만들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행사장의 책임자분들과 도우미들이 봉헌하는 몸과 마음 담아 모으면 또 얼마나 많은 가치의 산을 높일 수 있을가. 정말 한참씩 넋 놓고 생각해 보아도 심산 요지경이다.
페스티벌은 어쩌면 요즘인들이 사치를 위해 만들어낸 미궁을 닮은 특허품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야릇한건 이러한 생각에 시각을 새롭게 해보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러 봐야 할것 같다는 느낌도 선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풍요로운 이름자 밑에 헤아릴 수없는 자본이 낭비의 강을 이루고 흘러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낭비 부분을 전혀 감안도 않은것 같은 환한 모습으로 단순한 의미의 실현을 위한 그런 시라소니의 금자탑을 쌓는 일이 아닐 것이라는 그것이다. 그렇다면 페스티벌이란 시대동전의 배면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걸까.
눈한번 크게 뜨고 세심을 기울여 살펴보니 축제의 뒷 마당에는 정말 화려한 무늬가 있는 그림들이 걸려있다. 무엇이든 받아 안을 수 있는 따스한 장을 소박하게 꾸며놓고 미소와 나눔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 거대한 물체를 자랑의 대안으로 운행해 가고 있는 듯 한 그림, 열두폭 치마의 손으로 나누어 흥성흥성해진 작은 마당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보이는가 싶더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 그려진 그림, 포장이 잘 된 예쁜 선물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아줌마가 그려진 그림, 체험장을 올리뛰고 내리뛰며 신이 나있는 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그림……
정말 이 그림을 보고 끌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 있으랴는 자신감이 묻어있는 작은 설명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욕망으로 사는 인류 본성의 좌판에 집짓고 있을 소유욕의 금고를 허물어 가져가는 느낌을 하게 된다. 페스티벌이란 존재는 이렇게 스스로의 미모를 한껏 사람들의 시야와 마음에 심어주고 그것을 매체로 하여 얼굴을 익히고 숨소리 나누고 가슴뛰는 소리를 듣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어쩌면 패스티벌이란 자신이 굴리는 굴렁쇠를 따라 착착 열리는 수단과 챤스와 인포메이션을 개척의 신화 콜롬보스의 학문속에 융합시킨 산물일지도 모른다. 나는 페스티벌에 갈때마다 그것이 인정의 룰에 있는 눈금을 마음으로 헤아리고 정을 먹으며 사는 인간들에게 고독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다이야몬드가 잔뜩 붙은 양의 몸뚱이를 뜯는 독수리에게 박수만 보내는 고전의 신 같기도 하고, 잠시 무료공급자로 둔갑하여 출렁이는 경제의 바다를 만들고 있는듯도 하고, 쾌활하고 즐거운 축하잔치의 덫을 만장같이 쳐놓고 스스로를 만드는 음모가인듯도 하고, 참가자들의 몸과 눈과 마음을 불러가 경영의 족보속에 기입시키는 홍보의 문명한 그물인것 같기도 하고…
어쩜 페스티벌이란 이름은 이러한 삶의 노래가 점철된 집합체들에서 모여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 이름의 내용을 채우려면 필시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융합할 때만이 가능하여 잔치가 행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축제의 원조는 즐거움의 에너지를 무한 극대화하는데까지 가는 것이 목적일것이다. 그야말로 마음의 풍경과 삶의 낙원이 합일된 교류의 새 얼굴이 성형되기까지에서 생긴 휴게소 같은 쉼터일것이다.
축제라는 것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자기 몸의 털을 뽑아 잔칫상을 차려 많은 사람들에게 새 기회의 삽작문들을 열어주는 낭비와 즐거움이 믹스된 산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삶의 새 질서가 다양한 페스티벌의 땅에 자리를 펴고 인간의 좁은 경비실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페스티벌이 나름대로 우리 곁에 사는 것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마음자락을 자유롭게 펴내게 하는 미덕을 키워주기 위함이 아니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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