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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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다독상(多读奖)
2023년 01월 08일 22시 32분  조회:137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다독상(多读奖)
                                
               
 
     택시를 타고 M시  공증 청사로 운전면허증을 공증하러 찾아갔다. 건물의 1층 로비에 들어서니 8명 쯤 되는 장정들이 휴게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흡연을 하거나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관공서에 의뢰한 공증 서류가 조속히 완성되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운전면허증 공증실은 3층이라 하여 그리로 올라갔다. 그 곳 역시 서류를 의뢰하고 나서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대기 중 인원이 10여명 넘어 있었다. 휴대폰 게임하는 이. 쪽잠 자는 이, 한담하는 이, 타인의 서류절차 진행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이… 그들 역시 1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시간아 좀 빨리 가거라를 하나같이 복사하고 있었다. 다가 공증을 의뢰한 후의 즉석 결과를 원하지겠만 가운데 걸려있는 시간이 보통 3시간이 되는지라 여기서는 기다림의 왕좌에서 시간을 반죽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기다림의 자세는 도시 문명과 개개인의 교양 차원에 따라 다르다. 짧은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그것을 길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긴 시간이더라도 한담이나 담배연기로 줄이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북경 지하철을 탔을 때었는데 그때 입석마저 콩나물통속 같은데서도 가끔 기분을 밝게해주는 신문지 번지는 소리가 들려와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상해, 소주, 천진에서도 가끔 눈에 즐겁고 귀가 환해지는 독서장면이 안겨왔었다. 그런데 청도나 위해나 연대나 대련 같은 곳에서는 열차석이나 장거리 버스안에서 이런 장면들과 거의 마주하지 못했던 기억이고 지금도 그러하다. 시간은 이러한 모습을 두고 말없이 공정하게 생명의 한 토막에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해 줄 뿐이다.
   
       4년전으로 기억이 된다. 내가 위쳇을 보기 시작한지가 2014년 6월부터이니까 아마도 그때 시골에서는 아직도 위쳇과 평유쵠에 대해 별로 요해가 없었던 것이라 기억이 된다. 바로 그 시점에 나는 작은 수술을 한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입원실에서 한주쯤을 보내게 되었다. 정작 긴 시간과 같이 있어보니 시간 보내기가 지루하다는 말의 깊이를 알듯도 하였다. 다행히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어 그런대로 하루하루를 넘겼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와 병간호를 온 가족들 보기에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소심해도 신문과 책장 번지는 소리는 죽이기 어려웠기때문이다. 그러나 곧 당당한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본인까지 합하면 네명의 간호인원이 한 병실에 있었는데 그들은 타인의 정숙한 공간 파괴에 대해 불안 의식같은건 전혀 갖고 있지 않은듯 했다. 왈패스럽게 침 튕기며 세상만사 주고 받고 해바라기를 까고 또 몇 명씩 문병을 와서는 높은 소리로 주고 받았다. 아무리 신문지번지는 소리가 높다한들 그들의  소리의 당당함과는 견줄 수 없다는 것을 느낌하고는 그에 참고 지낼수 밖에 없었다. 대신 그들도 내가 내는 소리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독서를 좋아하는 것이 한 사람의 교양이라면 소리높여 말하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굳어진 습관일 것이다. 누군가가 이것이 우아하고 그것이 예의적이고 저것이 고상한 것라고 가르려 해도 삶의 환경 토양에 따라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니 그쯤에서 눈앞의 현실에 적응됨이 도리일 것이다.    
     
      다원화된 삶의 양상을 원하는 오늘날 서민의 분위기 속에 책 읽는 즐거움이 엄청 삭감되어 있다는 것을 나름대로 짚어본다. 인간삶의 이데올로기에서 한시도 멀리하지 않고 늘 동참해야 할 서정과 슬기의 발원지가 차츰 고갈되어지고 있다고 말하면 과분할지. 인터넷 읽기 시대에 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기의 옆을 떠나서 사는 여유 시간들에 독서의 제로상태만으로 생활을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다 알다시피 표준 미달의 건물에 사는 경우, 윗층물이 아래집으로 이사를 하여 작은 강을 만들거나, 또는 여름 비물에 벽이 젖어들거나 폴싹부실 흘러내리는 일을 체험하는 여염집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처음에는 핫이슈로 뜨다가 어느 순간 그냥 지나치는 일이 되어버렸다.하다면 사람이 책보다 마작이나 윗쳇이나 술좌석에 더 익숙해 있을 때는 이러한 표준 미달의 건물과 무엇이 다를가. 공부 해라, 책 보라가 먹히지 않는 자식을 원망하는 사람을 누드화 시킨다면 다만 연장자 혹자는 부모라는 외의가 고작일 것이다. 다들 유족한 사람이 되고 부자가 되고 있지만 동시에 모두들 가난뱅이가 되고 있기도 하다. 세계에서 책읽기의 최고라고 불리우는 일본인의 책읽기 풍속은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다만 생명을 맡아 주는 삶이라는 어머니의 얼굴에 여드름이 몇 개 생겼고 유방에 생긴 종양의 성질은 무엇이라고 진단하고 지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외국 공부시절에 나에게서 과외를 받던 3학년 여학생에게서 받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이 아직도 살아있다. 아직 애티가 진하게 묻어있는 그 꼬마의 공부방 벽 높은 곳에는 많은 수상장이 줄지어 걸려 있다. 그 중에 “다독상[多讀]”이란 상장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알고 보니 책 많이 읽은 학생에게 주는 상장인 것이다. 어떠한 책을 읽었냐고 하니까 책장을 가리켜 보이는데 500여권의 종류 다양한 독물[讀物]이 있었다. 그중 읽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였을 때 정말 놀람과 감동과 함께 부끄러움도  감출 수가 없었다.
      책을 읽음에 있어 한 글자씩, 한 줄씩, 한 페이지씩, 한 권씩 읽는 흐름은 다를 바 없겠으나 결과는 천양지별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것은 정신력과 의지력, 말하자면 사랑과 열심과 항심이 베푸는 기적의 집을 지속하여 경영할 수 있냐 없냐가 시금석이 되어준다. 누구나가 다 이 기적의 집안 식구가 되였으면 하는 꿈과, 그것을 초월한 꿈넘어 꿈을 가지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인간의 균일 요구에 가꾸운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자고 일어나면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으로 전락하고 마는게 아니냐 싶다. 무엇이나 끊이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 읽기는 더욱 그러하다. 공무원 시험을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 대학 진학을 위해 책을 읽는 것, 상사에 잘 보이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것, 교양 향상을 위해 책을 읽는 것, 글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술상 친구들에게 스스로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어떠한 방식으로든 책을 읽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 가기만 한다면 조건부 달지 말고 미소를 보내야 하는 일이다. 그만큼 스스로 읽는 책이 쌓이고 쌓여 인간 모두에게 교양대학의 영원한 자격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인간나무는 과정을 속성으로 하고 자란다. 그 나무가 얼마나 높고 얼마나 곧으며 또 얼마나 푸르른가에 상관없이 공부는 영원히 성장의 여정 속에 산다. 성장 완료 상태의 인간은 우주 나라로 삶의 터전을 이전하는 날이 와도 가능하지 않다. 배움의 최고 정상에 올랐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한참은 잘못 된 오해의 옥속에 갇혀버린거나 다름이 없다. 금전을 인간 신상의 지방이라고 이른다면 장소와 때에 상관없이 다독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담백질과 비타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운동이 건건강위생의 사우나라고 한다면 책 읽기는 정신때밀이를 위한 찜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삶의 미래공간을 살찌우는데 배움을 따를자는 없다. 배움은 인간의 다른 한 이름이다.  
 


                    발표내역: <송화강>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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