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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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애끓는 기다림
2023년 02월 02일 12시 19분  조회:220  추천:0  작성자: 남춘애
  
    사람은 기다려봐야 신경을 야금야금 씹어들어가 로쇠를 불러오는듯한 지루함의그 진저리를 느껴볼것이다.  오늘 필대를 거머쥐고 곰곰히 지나온 나날의 뒤엉킨 실마리를 찾아 풀어나가노라니 나의 생활엔 기다림의그림자가 도사리고 앉아 소리없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로잡아주며 지휘봉을 휘둘러왔음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한것은 나의 기다림은 봄프마냥 무궁무진한 활력과 희망의 생생함을 마음속깊이에 가득 불어넣어주는 파아란 존재였기에. 나의 기다림은 엄동설하을 모르는 박달같이 땡땡 굳은것. 그것은 시체녀성들이 개도 안먹는 금전에 대한 극적인 점유옥에서 오는 비극적 기다림도 아니요, 핸드폰 들고 자가용 몰고 으시대고 다니는 주머니 불룩한 남편에 대한 의심에서 생기는 근심의 기다림도 아닌것. 그것은 속세녀성들의 펑 구멍 뚫어진 밑창없는 허영심을 채워주기에는 족한 호화로운 별장도 아니다.
 
      나의 기다림은 쓴것의 외의를 입고 단맛의 별미를 한껏 꿈꾸어보는 싱싱한 이미지. 가문 땅에 비내리기를 축복하며 어깨짐으로 억세게 관개하는 순박한 농부의 보람찬 로동의 기다림, 엿을 꼬는 어머니의 충실한 조수가 되여 아궁이에 빨간 불을 지폊며 지루함의 괴로움을 달콤하게 핥아보는 꿈속의 기다림이다. 나의 기다림은 무색무형이지만 항시 찬연한 순간순간으로 세상끝까지 수놓아가려는 연록색치마에 그윽하게 새겨진 새파란 세계. 나는 이 기다림속에 파묻혀 숨쉬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내 꿈의 무딘 날을 바지런히 갈아가고 있다. 빠개놓고 보면 양파처럼 깨끗하나 수박속처럼 달콤하지는 못한것. 나의 기다림의 프리미엄(보수)은 다만 땀과 분투의 쓴맛속에서 탈나적인 행복의 세계를 담뿍 누려보려는 아, 나의 작품이 문단에 데뷔하는 그 작은것이련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정성찬 가꿈은 알맹이 수확을 기약하는 법. 지금도 나는 이 말의 무게를 믿고 내꿈의 무딘 날을 힘껏 갈며 마음속 심처에 추구와 분투의 씨앗을 끊임없이 심어가고 있다. 코구멍한 단칸방에서 뜬김과 파리와 한식구가 되여, 성에와 친구간이 되여가지고도 그 기다림의 웨침소리 따라 한발이라도 더 앞을 짚어보겠노라 온몸의 힘 다 빼고 벅찬 웃음을 날리던 내 모습이 이제도 새롭게 안겨온다.
 
     정녕 기다림은 나에게 한점의 따뜻한 불꽃을 반짝여주는 거대한 삶의 등대였어라. 이 힘은 내 마음속에 항시 꺼지지 않는 용광로를 마련해주었고 로케트의 위력을 은근히 심어주었다. 아, 내 인생의 행정은 이렇게 기다림속에서 꽃피고 열매맺어나가는것. 설사 풍성한 결실을 못따온데도 나는 한이 없겠다.
 
     <저 녀성의 아이디어는 참 얄궂어>하는 참소도 나는 나를 떠밀어주는 뒤힘으로 듣어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싶다. 사람마다의 추구는 인체의 세포마냥 다양한 것, 중이 머리기른데도 내 꿈의 날개인 마음속 기다림에는 곰팡이 한점 끼지 못하게 가꿀것이다. 나는 이 기다림의 부름속에서 생의 교향곡을 흔상하며 인간숭ㅂ의 페지페지를 내나름대로 엮어나가련다. 내 필끝에 푸른날이 설 그날을 내다보며 차곡차곡 알차게.
 
     누군가 <기다릴줄 아는 사람이래야 성공한다>한 명언이 생각난다. 아직은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나를 숨못쉬게 발질한더라도 나는 그 아픔을 꾹 누르고 변함없이 내 꿈의 훌륭한 매니저가 되어 그의 출생을 위해 영양분을 한껏 빨아들이며 만단의 준비를 해두고 기다릴것이다. 이부자리도, 꼬까옷도, 오또기도 마련해두고...
 
 


                          이 글은 본인의 수필로서의 처녀작임을 밝힌다.

   
                                발표내역: <료녕조선문보> (1992.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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