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심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택 텃밭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저 해바라기를...물기 많은 자투리땅 한구석 차지하고 서 있는, 그 아래로 인도를 넓히기 위한 보도블럭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아 마치 해바라기가 포위된 듯 합니다.
그 아래 호박넝쿨에는 호박을 따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고, 해바라기와 나란히 서 있는 옥수수도 몇자루인가 잘 영글은 옥수수자루를 사람에게 주면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해바라기는 눈여겨 보아주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곁가지에서 나온 작은 꽃 한송이를 따와 꽃병에 꽂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해바라기의 얼굴에 까만 점이 촘촘히 박히기 시작합니다. 지난여름 홍수 속에서 제대로 사모하는 햇님을 보았기나 했겠습니까. 그럼에도 빈틈없이 속살을 찌우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자연의 겸손함을 배웁니다.
아마도 사람 같으면 '왜 나를 소외시키는가?, 왜 나만 차별하는가?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댓가가 왜 이리도 작은가?' 야단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연은 그런 속좁은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렇게 보아주는 이 없어도 성실하게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아름답게 빛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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