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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신작

수필* 이 아침은 행복하다
2014년 02월 22일 11시 36분  조회:1585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커피 한잔 타가지고 컴퓨터앞에 앉는다. 벽에 걸린 네모난 시계의 노란 초침이 시름없이 스쳐가듯, 그 시계밑에 놓여져있는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끓이는 부품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드르릉 작동을 하듯 나도 거의 기계적으로 마우스를 잡는다. 얼마전의 아침들까지만 하여도 나는 드넓은 황야를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마구 헤집으며 썰물이 밀려간듯 허전한 내 가슴이 탁 트이게 하는 빅뉴스는 없나, 백살을 살수 있게 용하다는 건강비결은 없나를 살폈었지만 이 아침은 마우스가 자연스럽게 모니터 오른쪽웃켠에 모셔져있는 문건창을 찾는다. 어쩌면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작은 문건창이지만 마우스를 잡은 내 손은 괜히 떨리고 가슴은 흥분으로 하여 설렌다.
나는 그 문건창을 나의 세상이라고 부른다.
마우스를 잡은 오른손식지가 드디여 세상의 문을 노크한다. 
한송이 또 한송이의 장미꽃들이 날아내린다. 얼어터진 내 손등에 내려앉던 엄마의 따스한 손길만치나 차분하게 내 시린 마음을 어루쓰는 장미들…
노란 장미꽃을 보면서 해볕 좋은 고향집뜨락에서 시름없이 뛰놀던 노오란 병아리가 떠오르는것은 흘러간 동년의 그리움때문만일가? 
빨간 장미꽃을 보면서 더벅머리 시골소년이 밤잠을 설치고 찾아헤매던 빠알간 웃음을 머금은 우물집 숙이를 떠올리게 되는것은 잃어버린 소년의 애틋함때문만일가?
연분홍 장미꽃을 보면서 장미꽃을 닮은 안해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것은 이국타향 낯선 도시의 어느 한 기계앞에서 부지런히 일손을 놀릴 내 사람에 대한 미안함때문만일가?
“나는 지금 꽃비를 맞고있나봐!”
꽃비가 내리는 아침, 진한 커피향이 풍기는 드라마같은 순간, 고요한 내 가슴의 심벽을 타고 또 다시 뭉클 한쪼각의 감동이 몰려온다.
한 직장에 다니는 동료이자 친구같고 누님같은 선생이였다. 가끔 복도에서 만나면 시름없이 벙그레 웃어줄수 있어 편하고 혹시 기분이 꿀꿀할 때면 커피 한잔 함께 마시면서 수다(?)도 떨수 있어 믿음이 가던 선생이였다. 
어느날, 그 선생이 메모리를 들고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하냥 그러하듯 먼저 얼굴에 담은 함박꽃같은 웃음을 선물하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장미꽃타임… 누구에게 먼저 선물할가?”
선생은 사무실동료들의 컴퓨터마다를 찾아 메모리에 담긴 문건을 옮겨주면서 일에 지칠 때마다 한번씩 감상하라고 했다. 평소 롱담도잘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할줄 아는 선생이라 또 어떤 깜짝쇼를 하는가보다 생각하며 그 문건을 터치했다. 순간, 나는 보슬비처럼 날아내리는 장미꽃에 입을 떡 벌렸다. 
어느 동료는 잃어버린 소녀를 찾은것 같다며 감동했고 어느 동료는 날아내리는 장미꽃을 보고 감동을 할수 있는 정열이 자기의 가슴에 남아있어 눈물이 날번했다고 토로했다.
“나는 지금 꽃비를 맞고있나봐!”
어느 드라마에서 나오던 로맨틱한 이 대사가 처음 내 머리를 친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나는 저 하늘긑자락으로부터 차분히 날아내리는 꽃비를 맞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내 가슴밑자락으로부터 뭔가가 뾰족뾰족 고개를 쳐드는 맑은 소리를 듣는것만 같아 이름할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무엇일가? 이 맑은 소리는 과연 무엇일가? 
콩크리트로 지어진 네모난 집에서 나와 콩크리트로 도배된 도로를 지나 다시 콩크리트로 도배된 네모난 사무실에 들어서서 하루 8시간을 콩크리트처럼 굳어진 시간을 살아야 하는 이 몸에서 이 아침에 울려오는  이 맑은 소리는 과연 무엇일가?
그 소리는 내 손가락밑에서 애처롭게 울리는 타닥타닥 단조로운 자판소리가 아니였다. 그 소리는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픈듯 잔뜩 얼굴을 찡그려붙인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소리도 아니였다.
그것은 내 마음의 사막에서 한줄기 오아시스로 흘러가는 삶의 노래였고 모래먼지로 얼룩진 내 가슴의 음지에서 싹터오르는 감성의 파아란 숨소리였다. 
그날 나는 네모난 모니터에서 차분히 날아내리는 꽃비를 맞으면서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고 우리 사는 세상에 여전히 그같은  아름다움이 숨어있는것으로 하여 흥분했었다.
그로부터 나는 일을 하다 피곤할 때면 마우스를 타고 모니터 오른쪽웃켠에 자리잡은 장미꽃세상으로 달려갔고 누군가 미워지려고 할 때에도 장미꽃세상을 산책하면서 든든히 잠기지 않은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어오려는 미움의 화신을 몰아냈으며 스스로가 보잘것 없이 작아지려고 할 때에도 장미꽃세상을 찾아 그 세상 일원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확인하면서 용기를 얻군 했다.
그로부터 나는 전에는 거리에서 만나도 묵묵히 스쳐가던 “별로 친하지 않다”고 느끼던 누군가에게 한줄기 웃음을 보낼수 있었고 내 핸드폰 주소록에서 잠자고있는 몇년전에 만난적이 있던 지인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메쎄지를 보낼수 있었으며 어느때 나에게 뼈저린 상처를 주어 가슴에 응어리로 남겨두고있던 그 누구에 대한 미움도 애써 닦아내려고 노력했다.  
웃음으로 나누는 세상은 더 밝아진것 같았고 오래동안 차곡차곡 묻어두고있던 미움이 가셔진 내 마음의 골방은 더 넓어진듯싶었다.
그제야 나는 세상에 부대껴 진작 삭막해졌다고 느끼던 내 가슴저변에 시종 채 죽지 않은 감동이 숨어있었다는것을 확신하게 되였다. 나뿐만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속 어딘가에는 가뭄을 맞아 시들어버린 사랑의 싹이, 찬바람을 맞아 움츠러든 인정의 싹이 숨어있을것이다. 
누군가의 작은 거동 하나가 내 가슴에서 사라져가던 감성의 싹을 살려낼수 있듯이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움츠리고있던 새로운 세상을 불러올수 있지 않을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다고 말하리라



소풍 같은 삶을 살다간 천상병시인의 주옥같은 시구가 떠오른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구석구석에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문제는 나나 당신이나 그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그닥 밝지 않다는것이다. 먼 옛날 어느땐가 마음의 눈에 날아들었던 먼지를 여태 닦아내지 않고 그 무슨 보물이나 되는듯 움켜쥐고 아파하며 오래오래 앙금으로 남겨두었기에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은것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이 세상 소풍 다 끝내고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수 있게 항상 아름다운것만 보는 마음의 눈을 키워야 겠다. 
힘들고 찌들어가던 내 마음의 골방에 황홀한 장미꽃세상을 선물해준이가 있어 이 아침은 행복하다.


<<연변일보>> 20014년 2월 21일 "해란강"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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