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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속의 달
2012년 10월 07일 08시 33분  조회:2965  추천:11  작성자: 김혁

. 수필 .
 

 모니터속

 
김 혁





 

추석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하늘은 청청 맑고 소소히 높다. 무심코 이고 다니던 도시의 대공이 이렇게 맑고 높아 뵈기는 처음이다. 청량한 과즙(果汁)같은 바람이 뺨을 쓸어주어 기분이 호쾌하고 추석을 맞느라 열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오가는 이들의 손마다에 들린 월병구럭이 눈맛에 즐겁다.

허나 올 추석은 잡지사의 청탁에 밀린 빼곡한 창작스케쥴 때문에 안해를 친정집에 보내고 홀로 맞게 되었다. 컴을 마주하고 옹근 사흘을 보냈다. 모두가 뻐근히 즐기는 명절에도 홀로 남아 <<미친년 널뛰듯>> 죽어라 자판기를 두드려 대야하는 이 껄렁한 문인신세, 환절기의 날씨처럼 마음은 감개무량하다.

홀로 맞은 추석날 아침에는 한국 MBC방송 <<월드 리포트 - 시선집중>>프로로부터 생방송 취재를 받았다. 중국 조선족들의 추석을 쇠는 모습을 자상히 소개해 드렸다. 대담중에 재미나는것은 한국측의 PD나 아나운서가 중국의 월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것이였다. 송편과 같은 음식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담의 많은 부분을 할당해서 월병의 형태며 맛에 대한 소개를 해드렸다. 요사이 문우들과 함께 만든 인터넷 문학동호회 게시판에도 해외문인들로부터 월병에 관한 질문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또 열심히 해답을 주었다. 음식문화의 차이와 그 비교로부터 배우고 교류를 나눈 즐거운 시간이였다. 

 

조선족의 전통추석음식으로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등등으로 각양각색인데 그중 송편을 대표음식으로 꼽는다.
송편속에 꿀 밤 깨 콩 등속을 넣어서는 가마에 솔잎을 깔고 쪄낸다. 송편을 보기좋게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하여 처녀들이 예쁜 손자욱을 내며 알뜰히 빚는다. 이렇게 단 미각뿐이 아닌 후각과 시각의 맛과 멋을 골고루 내는 송편이다. 만월(滿月)이 뜨는 추석에 반달형의 송편을 빚는것은 반월이 일일성(日日盛)하므로 발전의 상징에서 너와 내가 모두 빚어 꽉 찬 달이 아니라도 하루하루 채워간다는 공동체의식의 표현이라고 민속학가들은 운운.

그처럼 중국의 월병만들기도 무척 재미있다.
<<매봉중추 배사월병(每逢中秋 倍思月餠)>>이라는 시구가 있듯이 월병은 중국의 추석명절에서 빠칠수 없는 주요 음식이다. 

달제를 지내며 달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호두 땅콩 팥을 넣고 빚어만드는 과자등속, 달의 형태를 따온것도 있겠지만 일가족이 둥글게 모이고 해나가는 일이 원만하라는 길상의 의미가 부여되여 둥글게 빚어 만든다.
월병은 일찍 은나라와 주나라때에 강소 절강 일대에서 발상되여 애초에는 태사병(太師餠), 호병(胡餠)으로 불려져 왔다. 당나라때에 이르러 당태종과 함께 달을 감상하며 호병을 맛보던 그 유명한 양귀비가 호병이라는 말이 속되니 달의 형태와 비슷한 이 맛나는 과자를 월병이라 부르자 하여 지어진 이름.


요즘의 월병은 단 맛보기에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지 친우끼리 서로 명절례물로 선물하면서 화목과 우의를 돈독히 해나가는 매개물로 되고 있다. 월병의 포장도 더 아치하고 운치있게 변하여 포장곽에 달을 읊조린 옛 문사들의 시구나 경구 리언들을 새겨넣거나 중국 4대고전의 유명 인물상도 계렬로 그려넣어 다 먹고도 던지기 아까울 정도, 작년에 먹고난 월병포장지를 나는 지금도 소장해 두고 있다. 올해는 록색식품을 선호하는 세계적인풍조에 맞추어 월병포장의 디자인에서도 록색이 주류라고 한다.

이렇게 유래도 많은 월병을 홀로 씹으며 그 멋과 맛을 새삼스레 음미해 보다 머리도 쉬울겸 메일을 열어보니 고마웁게도 친구들이 보내온 명절축복의 메일카드도 넘쳐나게 들어 차 있었다. 
모두가 추석맞이를 내용으로 한 메일카드였다.

황금빛 풍요로운 가을밭에 악동이처럼 섰는 허수아비와 그 코끝에 앉은 잠자리가 그려진 카드, 딩동!하는 초인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정교롭게 포장한 월병 선물꾸러미가 나타나는 카드도 있었고 광야에 떠있는 달아래 면면한 우수를 자아내게 하는 얼후(二胡)명곡 <<이천에 비낀달>>이 흘러나오는 음성메일도 있었다. 대접에 들먹히 담겨진 먹음직한 송편이 그려져있고 그 여백에 <<홀로 힘드시지요>>라는 글발이 씌였는 카드는 안해가 홀로 쇠는 명절이 마음에 안스러워 추석날에 기어이 PC방을 찾아 도문에서 내게로 보낸 카드였다.

그중에도 나의 이목을 끄는 메일은 옛도읍의 밤경치를 그린 수묵화카드였다. 교교한 달빛아래 옛장안의 루각들마다에는 등불이 휘황했고 그림 위로 너나가 애송하는 리백의 천고절구 <<달밤>>이 운치있는 붓글씨로 떠오르고 있었다.

<<잠결에 눈을 뜨니
마루아래 하얀 달빛
달빛인가 서리인가
눈 비비며 내다보네

고개를 들면
하늘에 밝은달이 높고
일렁이는 고향생각에
힘없이 고개숙이네>>



보내온 카드중에서 달밤에 하얀 저고리입고 껌정고무신을 신은 개구장이 오누이가 두눈이 올롱해 달을 쳐다보며 과일을 따는 그림을 택해 컴퓨터의 배경화면으로 깔았다. 

  그러한 메일의 축복속에 나는 홀로이지만 명절의 기분을 짙게 체취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축복과 면려에 힘을 입어 짧은 시간에 편집부의 청탁을 맡은 4편의 작품을 쳐냈다. 흡족한 기분으로 월병을 안주로 하여 홀로 할빈맥주 세병을 거뜬히 축냈다. 추석무렵이면 곡식이 익어가고 햇과일이 나오고 계절도 춥지도 덥지도 않아 즐길만한데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더니 글 타작을 끝내고 유유자적하면서 그 기분을 알것 같다.

이렇게 명절때마다 나는 친지와 친우들로부터 많은 축복과 문안을 받군한다. 그 축복들을 나는 삭제해 버리지않고 메일보관함에 저장해 두곤 한다. 그렇게 보관함에 저그만치 60여쪽의 축복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절친한 문우가 보낸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고흐의 그림이 있는가 있는가 하면, 창작에 애면글면하는 나의 신체를 걱정하며 머리 좀 쉬우라고 금방 출간한 도색잡지 <<플레이 보이>> 가위의 발가벗은 모델의 누드사진을 업로드(下載)해 보내는 달작(達作)스러운 선배님도 있고, 어느 장난기 짙은 문학도가 보낸 코밑에 왕방울만한 코방울을 달고 개구쟁이가 요란한 소리로 재채기를 하는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세요>>라는 애니메이션메일도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충격속에 우리의 생활양식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서로의 문안방식도 재래의 길고 격정에 넘치는 서한문안으로부터 육성을 가려들을수 있는 전화문안, 이제는 아무곳에서도 시시때때 보내고 받을수 있는 컴문안에 까지 이르렀다. 급변하는 생활양식속에 당혹감을 머금으면서도 그 양식을 어차피 받아들이는 오늘의 현대인들이다. 
 

이 며칠간의 중앙TV뉴스에서 볼라니 개인 컴퓨터의 비주얼베이직(可視圖像)을 통해 추석문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시간에 매여 스케쥴에 매여 하루하루를 매끈하게 꾸며나가는 현대인들에게서 명절이면 술빚고 떡치고하던 생활양식은 돈후한 어제에 대한 추억을 안고 색바랜 앨범속에 간직되고 있다. 조련찮게 모두가 함께 모여 어제를 추억하며 화끈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을테지만 복받은 현대화한 통신계기들을 충분히 리용하여 서로의 따뜻한 문안과 격려를 나누는것도 오늘의 시체멋나는 좋은 방식이라 보여진다. 

물질의 향상과 더불어 매일이고 되풀이되는 명절같은 나날에 더 문명하고 더 실용적인 명절맞이방식이 우리에게 소기(所期)된다. 이는 현대생활양식은 구경 어떤 양상이여야 하는가? 하는 숙제로 우리 모두에게 부과되여 있다. 

스모그(매연, 안개)에 오염된 요즘의 세태에서도 추석달은 예이제이없이 떠오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렬양세시기(冽陽歲時記)중의 속담 한구절이 생각난다. 

 

홀로 월병놓고 컴앞에서 지낸 추석, 어제에 대한 반추와 래일에 대한 동경으로 혼반된 감구에 쌓인 나의 눈에 모니터속에 비낀 달은 의연 밝다...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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