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1) .
욕망이라는 이름의 노트
김 혁
화제의 소설 “은교”를 읽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바로 빠져 들어 “밤에만 읽으라”는 작가의 희망사항을 어기고 밤낮 이틀사이에 다 읽어 버렸다.
유명한 원로시인 리적요가 죽은지 일년이 되자 변호사는 그의 유언대로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읽고 나자 공개를 망설인다. 노트에는 칠순의 시인이 열일곱 소녀를 좋아했으며 제자를 친히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것이다. 또한 제자의 작품은 전부 시인이 써주었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문단에서 시인을 위한 기념관 설립을 서두루고있는 대목에 이 노트가 공개된다면 문단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것이 빤하고 그의 명예가 일락천장 실추될것이였다. 노트를 공개해야 할지 변호사는 고민에 빠진다.
원로시인 리적요는 어느 날 자기의 저택에 나타난 은교라는 17세 소녀의 젊음을 보며 관능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핫팬츠를 입고 여름 한 날 나타난 요정같은 은교, 투명 인간처럼 눈부신 모습으로 서재의 유리창을 닦던 은교에게서 칠순 작가의 꺼져 가던 감성에는 모닥불이 인다. 나이의 장벽과 사회적인 륜리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내부에 꼭꼭 숨겨져 있던 욕망의 덩어리가 활활 타오르는것을 느끼게 되며 사랑에 빠졌음을 인정하게 된다.
한편 원로시인의 제자 서지우는 은교를 바라보는 스승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깨닫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청춘 은교에 대한 집착이 커져간다. 사제지간인 리적요와 서지우의 관계는 은교를 둘러싸고 조금씩 긴장이 흐르기 시작하고 욕망과 질투, 배반의 일장 활극이 벌어진다.
동명영화 "은교" 포스트
저자 박범신의 소설은 80년대 후기, 장춘에서 발간되는 문학지 “북두성”에서 단편 하나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문학지는 페간되였지만 한국작품은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이 유일하게 중국에 소개되였던 그 시기에 순문학작품이라는 타이틀때문에 박범신의 작품은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매력 있는 이야기 전개에 더우기 치밀한 심리묘사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설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현미경 처럼 들여다본 소설이다. 주인공의 몸은 늙었다. 그러나 감성은 아직도 젊다. 그래서 본성과 리성의 괴리가 각축전을 벌린다. 그 와중에 “갈망을 억누름으로써 위태로운 경계에서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시인은 자신이 쌓아온 명성과 작품세계가 거짓임을 쓰디쓴 자각으로 느낀다.
책을 읽으며 소설의 주인공처럼 역시 칠순에 가까운 작가의 뛰여난 문학적 감수성과 예민함 나아가 예술혼에 감동했다.
대중에게 어필하려고 한 뻔한 불륜의 이야기, 망녕된 사랑이야기라고 일견에서는 손가락질할지 모르지만 외설과 예술, 그 한끝 차이의 경계를 소설가는 묘한 줄타기처럼 잘도 이어나갔다. 대담하고 파격적인 묘사가 보이고 추리소설처럼 반전도 뒤따르므로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하지만 결코 가벼이 읽을 작품은 아니다. 작가가 작품 전반에 관통하여 계속해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때문이다.
남자와 녀자의 애욕, 젊음과 늙음의 충돌, 사회적 눈금안에 갇혀있는 지식인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 태도등등에 대해…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제도라는 울타리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주인공을 그렸으며 물욕의 시대 륜리적으로 정립된 가치를 다시 환기 시키면서 우리가 자신을 분렬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내면의 진실을 소상하게 밝히려 했다.
사랑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연변일보” 2012년 7월 23일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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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확 때뽀시한 이런 작품을 써내여 문학대가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