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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빛 령혼의 만가
2014년 03월 20일 08시 31분  조회:2038  추천:15  작성자: 김혁
 
김혁 독서칼럼 4
 
피빛 령혼의 만가


- 장편소설 금릉 13


 
 
요즘 들어 남경대학살, 그 끔찍했던 기억이 자주 회자(膾炙) 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섬나라의 우익분자들이 공공연히 남경대학살과 그 침략력사에 대해 부정하면서이다.
따라서 남경대학살 소재의 픽션작품들이 다시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한다. 남경대학살 소재의 소설작품들중에서 압권을 꼽으라면 바로 “금릉 13채 (金陵十三钗)”이다.

장예모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금릉 13채”가 흥행가도를 달리기 이전에 나는 이미 그 원작소설의 작가 엄가령에게 빠져 있었다.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첫 장편 “마마꽃 응달에 피다”를 창작하면서 문혁관련 장편들을 닥치는대로 읽던차 역시 문혁소재를 다룬 엄가령의 작품 “천욕(天浴)”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에 매료되기 시작한것이다.
조선족 독자들에게는 그의 중편 “녀자의 목초지 (雌性的草地)”가 “연변문학”지에 의해 번역, 소개된적 있다.

상해의 문인가정에서 태여난 엄가령은 20대 초반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서른살 무렵에는 미국으로 류학, 시카고콜롬비아 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저력있는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대부분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리얼리티,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휴머니즘의 깊이, 력사적 시각 그리고 예술적 력량까지 두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천욕”, “한 녀인의 서사시” 등이 있다. 그중 “둬허 이모(小姨多鶴)”는 2009년 중국소설학회가 뽑은 “올해의 가장 좋은 장편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묵직한 소재와 빛나는 문체로 사랑받는 녀류작가 엄가령

 
“금릉 13채”는 일제에 의해 자행된 남경대학살이라는 거대한 주제와 중국영화계의 거장 장예모감독이 대작영화로 제작했다는 두가지 이슈를 낳은 작품으로 엄가령의 작품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은 2005년 경 중편소설로 먼저 발표되였다가 그후 엄가령이 새롭게 확보한 자료와 사실적 고증에 근거해 보다 호흡이 길고 내용이 풍부한 장편소설로 재창조되였다.   
소설은 남경대학살 당시 13살의 소녀였던 맹서견(孟书娟)이 조각난 력사의 증언을 찾아나서며 회고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눈길에 좇아 피빛으로 물들었던 끔찍한 과거, 결코 되풀이되여서는 안될 전쟁의 참상이 적라라하게 펼쳐진다.

1937년의 추운 겨울, 일장기를 단 일제의 땅크가 남경성에 진입하고 광분하는  일제의 총칼아래 아름다운 남경은 삽시에 피범벅이 된 몸뚱들이 네거리에 뒹굴고 길녘 배수구로는 피물이 벌창해 흐르는 지옥의 나락으로 변한다.
잉글먼 신부는 미처 남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윌슨교회당에서 맹서견을 비롯한 13명 성가대의 어린 녀학생들과 함께 몸을 숨기고있다. 어느 날, 차림새가 요염하기 짝이 없는 녀인들이 교회당에 나타난다. 옥묵(玉墨)이라는 녀자를 선두로 한 이들은 청루의 창녀들이였다. 이어 세명의 중국 군인까지 혈전에서 살아남아 교회당에 찾아 든다.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던 순수한 녀학생과 천대받던 창녀들, 외국의 신부와 중국 군인들이 교회당에서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
본의아니게 창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맹서견은 입으로 끊임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 방종한 모습의 그녀들을 몹시 혐오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차 안전할것만 같았던 교회당에도 일본군의 마수가 뻗친다.
일본군관은 교회당에 숨어있는 13명의 소녀들을 발견하고 며칠후의 성탄절날 소녀들이 군영으로 가서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고 강요한다.
이미 한명의 창녀와 소녀가 그들의 유린에 의해 처참히 목숨을 잃는다. 이제 일본군들이 득실거리는 군영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였다.
어린 소녀들이 일제의 유린을 모면치못할 관두에 소녀들을 대신해 열세명의 창녀들이 나선다…
세월이 흘러 일제전쟁범들을 재판하는 국제법정에서 맹서견은 일제의 죄행을 증언하는 한 녀자의 목소리가 당년의 옥묵과도 꼭 닮았음을 느낀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그녀가 아니다. 원체 옥묵은 그날 일본군관에 의해 얼굴에 상처를 입고 그후 돌팔이 의사에 의해 치료를 받지만 얼굴모습이 완전히 변했던것이였다.
오래동안의 수소문을 거쳐 맹서견은 자신들을 위해 나섰던 열세명 창녀들의 최후를 알게 된다. 그들중 일부는 반항하다가 당장에서 살해당하고,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 죽고, 일부는 자결하고 겨우 옥묵 한 사람만이 4년간이나 일제의 고위관원에 시달리다 도망쳐 나온것이였다.
청루에 더럽힌 몸을 가진 창녀들이지만 선과 악의 충돌, 악몽같은 전쟁의 고난중에서 그녀들은 남다른 온정을 보여준다. 전쟁의 잔혹한 선택앞에서 창녀들은 생명의 세례를 바탕으로 신분에 대한 자각과 인격의 승화를 가져온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인성의 아름다움과 빛을 발한한것이다.

재난은 인성에 대한 가장 큰 고험이다.미천한 존재로 조소했던 창녀들의 의연하면서도 아픈 선택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하며 잔혹한 전쟁에서의 그녀들의 선량한 인성의 거듭나기는 처량한 비장미마저 느끼게 한다. 
소설은 정면으로 남경대학살의 장면들을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자그마한 교회당은 전반 남경의 축도와도 같다. 이 작은 곳에서 남경성에서 자행된 일제의 온갖 만행들이 프리즘으로 재현된다. 절제된 묘사이지만 작가는 광기로 물든 전쟁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인간을 유린해가는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은 비천과 고귀함, 더러움과 순결함을 저울에 달아 독자들로 하여금 그 무게와 전률을 느끼게 한다.

제목에 나오는 “금릉”은 남경의 별칭이다. 지금의 남경의 종산을 춘추시기부터 금릉산이라부르면서 생겨난 명칭, 예로부터 불려진 남경의 아치하면서도  또 다른 명칭이다.
그리고 “13”이라는 수자도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흔히 “13”은 서방에서는 불길함을 내포한 상징적인 수자이다. 여기서 이 수자는 마지막까지 교회당에 남겨진 창녀들과 소녀들의 공통된 수자일 뿐만 아니라 소설속 화자인 맹서견의 나이이기도 하다. 또한 남경이 함락 된 력사적 비극의 그날이 겪는 아픔과 고통에 대한 암시이다. “13”이라는 수자는 소설속 인물들의 개인적 아픔이자 전체 남경의 비극을 상징한다. 이처럼 작가 엄가령은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플롯의 줄기에 “13”이라는 수자를 적절하게 장치해두었다.
 
 
 


동명영화 "금릉 13채"의 포스터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모파쌍의 명단편 “비게 덩어리”가 생각났다.
전란속에서 자신의 몸을 바쳐 동행자들을 보호해 내지만 나중에는 그들의 버림을 받는 한 창녀의 이야기를 다룬 “비게 덩어리”와 “금릉 13채”는 어딘가 닮은데가 있다. “비게 덩어리”가 한 창녀의 희생으로부터 인간의 탐욕과 위선을 차가운 시선으로 묘사해 냈다면 “금릉 13채”는 더 장대한 스케일로 남경대학살이라는 세상의 시선이 집중된 대무대에 처한 여러 명 창녀의 희생으로부터 그 전대미문의 인류력사의 참극과 그 속에서 보여준 인간들의 인성의 빛갈을 현란하게 보여 주었다.
리기주의가 가치체계의 구성원리로만 기능하고 타인의 희생만을 요구하고있는 오늘의 사회상에서 소설은 그로서 또 다른 열독가치가 있다고 본다.  

일전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는 해마다 12월13일을 남경대학살조난자 국가 추모일로 지정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서가에서 다시 꺼내 본, 력사적 시각으로 인류의 아픈 력사를 적절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을 읽으면서 그 어제를 반추해 본다. 


[ 길림신문 ]  2014-03-15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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