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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선률의 사랑
2012년 11월 28일 11시 11분  조회:4769  추천:14  작성자: 김혁
 
. 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6) .
 
시린 선률의 사랑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
 

 내가 소장한 영화 "닥터 지바고"


계절따라 계절의 책이 있다. 나더러 겨울의 책을 선정하라한다면 선참 떠오르는 책이 바로 시베리아의 넒다란 설원을 배경으로 뜨거운 비련을 눈우에 새긴 “닥터 지바고”이다.
 
밀레니엄의 첫해 북경에서 열린 전국청년작가 문필회에 갔다가 석장으로 된 VCD "닥터 지바고"를 사들었다.
해적판이라 화질이 나빴지만 장장 4시간이 넘는 영화를 단숨에 보았다. 영화에서는 로씨야의 전통악기인 발랄라이카의 유려한 음색으로 연주된 주제곡이 전반에 관통된다. 영화가 끝나고 몇년이 지나도 그 발랄라이카의 소리가 그냥 귀전에 남았다. 그래서 한때 내 핸드폰의 컬러링은 영화 “닥터 지바고”의 선률이였다.
 
그후 소설을 읽었다. 문자로 곱씹어보는 감동은 여전했다.
와인잔에 집어넣는 각진 얼음덩이를 더운 입술에 물었을때와도 같은 차거우면서도 흥그러운 느낌, 너무나 아름다워 가슴이 저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시 읽노라니 발랄라이카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문체가 뇌리를 파고든다.
 

 
모스크바 부호의 아들로 태여났으나 어려서 고아가 돼버린 지바고, 지바고는 남의 집에 입양되여 성장하고 나중에 의사가 된 그는 자기를 입양했던 그로메코 집의 딸 또냐와 결혼을 약속한다.
반면 다른 한 주인공인 라라는 신년맞이 무도회에서 고위법관인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총을 쏜다. 라라 어머니의 련인이였던 코마로프스키는 10대인 소녀 라라를 롱락했었다.
 

 

총상을 입은 고마로프스키를 구하면서 라라와 처음 만난 지바고는 그녀에게 반하지만 결국은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또냐와 결합한다. 몇년후, 라라는 혁명가인 파샤와 결혼을 하지만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털어놓자 파샤는 라라를 떠나 군에 입대한다.   
1차대전이 일어나고 군의관으로 참전한 지바고는 전장에서 종군간호부가 된 라라와 만나게 된다.
 

 

전쟁이 끝나자 지바고는 자기가 아끼는 전통악기인 발라라이카를 지니고 가족과 함께 우랄산맥에 있는 시골로 이주한다.
호젓한 시골에서 안정을 찾고 시를 쓰며 나날을 보내던 지바고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라라와 재회하게 된다.

또냐와 라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지바고는 라라와의 관계를 알게 된 라라의 남편 파샤에 의해 군대로 끌려간다. 그 곳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던 지바고는 겨우 탈출하다 허기져 쓰러지고 그런 그를 라라가 발견한다. 한편 지바고의 생사를 알수 없었던 그의 가족은 시골을 떠난다. 이제 단 둘뿐인 지바고와 라라, 하지만 라라를 위하여 지바고는 그녀를 곁에서 떠나 보낸다.


 

  수년후의 어느날, 모스크바의 대가의 전차우에서 지바고는 길 가는 안해 또냐를 보게 된다. 지바고는 그녀를 소리쳐 부르다가 심장마비로 길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쏘련문학하면 오스뜨롭스끼나 고리끼에만 버릇되였던 우리 문단에서 “닥터 지바고”의 작자는 어쩌면 낯선 인물이다.
력사적 지각변동이 일어난 로씨야 혁명이라는 대로망과 그 로망속 인물들의 부침을 보여준 이 작품은 구 쏘련의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단 하나의 장편이다.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는 섬세한 감정을 나타낸 서정시로 로시아 마지막 순수 예술파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1890년 2월 10일 모스크바에서 화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음악을 지망하였다가 철학에 몰두하여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에 류학하여 철학을 연구하였다.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많은 시를 발표했으나 난해한 시를 쓴다고 비난을 받아 한동안 시 작업을 중단하고 주로 쉐익스피어의 시 번역에 종사하기도 했다.

1922년부터 1933년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작품 활동을 중지당하다싶이 했던 그는 생애 마지막 창작열과 자신의 모든것을 “닥터 지바고”에 쏟아부었다. 작품에는 그가 직접 겪었던 혁명과 내전 전후 20여 년의 력사와 시대 상황, 력사와 개인의 운명적 갈등, 인물들의 세계관으로 표현되는 깊이 있는 철학이 담겼다.

하지만 작품은 "10월 혁명과 혁명을 일으켰던 사람과 쏘베트 련방체재를 중상"한다는 리유로 출판을 거절당했다.
그러다 다행히 원고가 1957년 이딸리아의 한 출판사에서 발간되였고 그후 그 진가를 높이 인정받아18개국 언어로 번역출판되였다.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였으나 정부의 압력으로 쏘련작가 동맹에서 제명되고 노벨상마저 사퇴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리고 불과 몇년 후에 51세 단명으로 타계했다. 
1987년 복권되어 "닥터 지바고"가 쏘련에서 출판되였으며 그의 생가도 지금은 문학인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박물관으로 되였다. 그의 사후에 만들어진 영화 “닥터 지바고” 역시 1994년에 이르러서야 로씨야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였다.

력사의 거대한 눈사태가 덮치는 바로 그 곳에서 몸부림치다 묻혀버린 사람들. 지바고가 살던 그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은 지바고로 대표되는 구 쏘련 지성인들의 비참한 운명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자는 그 뼈저린 비극속에서도 따뜻한 화로불 빛갈의 로맨틱한 색깔을 입혔다. 눈과 얼음에 덮여있는 시골집에서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속에서나마 지바고와 라라가 꿈같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아마 로맨티시스트들의 가슴을 숨막히게 하는 탁월한 명장면이 아닐수 없다.
또한 서사시적인 전개를 펼쳐나가는 와중에 서정시와도 같은 아름다움과 미묘한 심리, 심오한 사색 그것들을 서로 조화시키면서 극도로 세련된 문체를 소설은 보여준다. 단풍잎을 구부러진 별이라고 비유하고 살모사를 은빛으로 반짝이나 땅에 스며들진 않는 물줄기라고 묘사하고… 파스테르나크는 정말 성에꽃과도 같이 정교하고 빛나는 글솜씨를 가졌다.

 소설은 이데올로기라는 광신(狂信)에 의해 파멸되고 마는 인간의 삶과 사랑을 통해 격동기 구 쏘련 인테리들리의 량심을 대변하고자 했다. 따라서 소설이 간직한 철학적인 사색, 심오한 종교관은 이 작품을 불멸의 고전으로 세계 소설사의 반렬에 올려놓았다.

 

영화 포스터
 
 
“닥터 지바고”는 영화화 되여서도 또 한번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영화사에 빛나는 명작으로도 남았다.
이딸리아의 국제적인 프로듀서 카를로 폰티(그는 영화 "카산드라 철교"로 조선족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소피아 로렌의 남편이다.)가 제작을 맡고 데이비드 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1965년 제38회 오스카 영화상 씨나리오, 촬영, 미술, 의상, 음악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모든것이 추위에 묶인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침잠(沈潛)한 겨울, 서재에서 또 다시 “닥터 지바고”를 펼쳐드니 로씨야 수종의 하얀 자작나무 숲속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바람소리같은 발랄라이카의 선률이, 그 선률의 닮은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내 귀전에, 내 심령에 흘러든다. 흘러들어 눈송이처럼 켜켜이 쌓인다.
 
 
연변일보” 201211 26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Giovanni Marradi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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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원유
날자:2012-11-29 09:08:21
중학생시절 한글번역판 "닥터 지바고"를 밤을 꼬박세우면서 읽었던 기업이 납니다. 또한 고등학생시절에 영어판 "닥터지바고"를 읽고난후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러시아어를 알아서 원본을 읽을수 있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되자 않을까 합니다.
2   작성자 : 독자
날자:2012-11-28 19:09:29
명작에 대한 심각한 감동,감수.리해가 없거나 원작자와 동등한 문학의식 수준이 아니면 이런 글 쓸수 없다. 김혁선생의 문학적 소양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1   작성자 : 아포칼립토와 닥터 지바고
날자:2012-11-28 14:00:40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꼭 봐야 되겠군요(아래 글에 답글을 이곳에 함께 씁니다). 마야문명의 붕괴를 해석했다니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합니다. 마야문명의 유적지는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보았읍니다. 피라미드도 올라가 보았지요. 이집트에서 보았던 피라미드와는 모양이 조금 다르더군요. 멕시코의 피라미드에서는 인신공양이 생각나 기분이 언잖았고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는 영화 십계에서 보았던 유태인 노예들의 피라미드 건설과 이집트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상상되더군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는 세계 4대 박물관 중의 하나라는 인류사박물관이 있읍니다. 이 박물관을 꽉 채운 소장품이 거의 다 마야문명 유물입니다. 참 엄청나게도 많이 모아놓았더군요. 저는 한나절을 둘러 보았지만 소장품이 많다보니까 거의 주만간산에 그치는 것같더군요. 제대로 볼려면 며칠은 두고두고 봐야 될 것같더군요.

닥터 지바고는 "내 사랑 어디에”라는 제목의 주제곡으로 더욱 기억 되는 영화입니다. 주연을 맞은 오마 쌰리프는 대작인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도 열연을 보였습니다. 카이로에 갔을 때 닥터 지바고가 생각나 이집트인에게 오마 쌰리프의 안부를 물었었지요.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무언가 슬픔이 배여 있읍니다. 러시아에서 미국에 건너 온 유태인 친구가 그러더군요 “러시아는 역사상 한번도 정상적인 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라다.” 한번도... 를 몇번 강조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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