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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벨이 울릴 때
2012년 12월 24일 09시 19분  조회:3873  추천:13  작성자: 김혁

 

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7)

징글벨이 울릴때
- 오 헨리의 명단편 “매치의 선물”


김 혁
  

   

 

  매양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안데르쎈의 “성냥파는 처녀애”와 오 헨리의 “매치의 선물”이다.
오 헨리의 이 작품은 우리 문단에는 “매치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였지만 사실 그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있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이다.
 …매치는 소중한 긴 머리채를 잘라 팔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의 금시계 줄을 산다.  한편 남편은 대대로 물려받은 그 소중한 금시계를 팔아 안해의 아름다운 머리를 치장하기 위한 빗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다。서로의 선물 꾸러미를 헤치는 순간,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소설속 주인공들은 물론 독자들은 당혹감으로 허둥거리게 된다.
  책을 놓은 그 다음 독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귀중한것은 무엇인지?하는 궁극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가난에 찌들린 나머지 어딘가 어리석어 보이는 바보 같은 두 사람의 특별할것 없는 이야기같지만 그 반전의 이야기는  가족을 위한, 사랑을 위한, 서로를 위한 값진 희생이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물질만능의 풍조에 젖어 정말 소중한것이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받는것보다 주는것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일임을 환기시켜 준다.


저자 오 헨리

  저자 오헨리는 1862년 10월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린스보로에서 태여났다. 원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 오헨리는 그의 필명이다. 세살적에 어머니를 잃고 알콜중독자 아버지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환경속에서 그는 용접공, 약사, 목장일군, 제도사, 극단의 만돌린 연주자, 은행원, 우편배달부, 기자등의 직업을 전전하면서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결혼후 장인의 집에 의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안해의 도움으로 주간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직하였던 은행에서 계산 실수를 범했다는 리유로 고소되였다. 그는 체포되여 법정으로 가던 도중 목숨을 걸고 도주를 시도했다.
  1897년 안해가 결핵으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안해의 림종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안해는 사망하였고 오헨리는 체포되여 횡령죄로 5년의 징역을 언도받았다. 오하이오주 련방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 그는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9살 난 딸을 위해 그런 생각을 거두었다. 대신 펜을 잡았다. 공모전에 당선돼 딸의 학비라도 벌어 볼 생각이였던것이다. 그는 딸에게 자신의 수감생활을 숨기기 위해 간수의 이름을 빌려 작품을 발표했다. 그 이름이 바로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우뚝 선 오 헨리였다.
  오 헨리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휘파람 부는 딕의 크리스마스 스타킹”으로 그는 알려지기 시작했다.
  1901년 출소후 뉴욕에서 창작에 매진, 그동안 얻은 풍부한 경험과 일화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잎새”를 비롯한 300여 편의 단편소설들을 발표했다.
  알콜 중독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간경변증, 폐결핵, 당뇨병 등이 겹쳐1910년 6월 5일 마흔여덟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의 사후, 8년 뒤인 1918년에 오 헨리 문학상이 제정되였다. 그후 오 헨리 문학상은 매년 그해 최고의 작가에게 수여되는 영미문학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매김되였다.
 

  소외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삶의 모순을 포착하여 따뜻한 유머와 재치로 승화시켰던 오헨리는 모파상, 체호프와 더불어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불린다. 모파쌍의 영향을 받아 풍자, 애수에 찬 화술로 평범한 미국인의 생활을 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반전의 결말로 농숙(浓熟)한 기교를 보여준다. 작품의 마지막에 와서 작품 전체를 관통했던 조용함이 깨지는 순간 가슴을 두드리는 파렬음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하여 창작에서 "오 헨리식 결말"이란 기법마저 나왔다. 압축과 긴장, 극적 반전, 생에 대한 촌철살인(寸铁杀人)의 통찰은 오헨리의 단편만이 보여주는 소설미학이다.

  “추수 감사절의 두 신사”, “붉은 추장의 몸값”, “물레방아가 있는 교회”, “시계 추”등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막상 우리 조선족 문단과 독자들에게 오 헨리의 작품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매치의 선물”, “마지막 잎새”가 교과서와 과외열독선에 수록되여 알려졌고 그외 “경찰관과 찬송가”가 “연변문예”지에 번역 소개된것으로 알고있다.

  그의 글의 결말은 반전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생에서 반전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밑바닥 삶은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쓸 발판을 제공했다. 그는 늘 먼지 낀 골목을 헤매고 싸구려 술집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외롭고 비참하게 살았던 그였지만 자신을 벼랑끝까지 몰아세웠던 세상과 운명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담담하고 따스했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고이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자신이 겪었고 함께 살아왔던 가난과 삶에 지친 인간들의 모습들을 다채로운 표현과 교묘한 화술로 그려냈기때문이다.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심리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 일상의 깨달음으로 전환하면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의 과거는 불행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그 아름다운 작품들로 인해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제공받고 있다. 그것은 마음속 소망과 선의에 대한 응답의 메세지이다. 소소한 삶에서 느끼는 행복을 이야기한 작품들, 고된 삶의 희망이 되여주는 작품들은 그가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리유일 것이다.

 


"매치의 선물" 삽화


  오헨리의 작품들은 읽기도 쉽고 내용도 따뜻하다. 때문에 그 부피의 미소함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우리의 가슴에 따뜻한 기운을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같은 글들이다. 그리고 그속에 흐르는 따뜻한 휴머니즘은 블루칩처럼 건전하고 방대한 내용으로 여느 장편소설 못지않은 크고 깊은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정보시대, 책의 홍수가 터진 요즘 세월에 읽을 책들은 수두룩히 쌓여있다. 하지만 오헨리의 작품은 단편이라서 벼르지 않고도 수시로 읽기가 너무 좋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당금, 상가마다 성탄 캐럴이 울려퍼질때 고전이 그리운 이들과 따뜻한 겨울을 맞고 싶은 추운 이들에게 이 작품을추천한다.
그 소설의 행간에 숨어있는 따뜻한 낱말, 그리고 이야기들은 날카로운 겨울 바람을 멈춰세우고 차가운 눈발의 란무를 잠재우며 미구에 다가올 봄날같은 희망의 온기로 추위에 시르죽은 당신의 온몸을 감싸줄것이다.

“연변일보” 2012년 12월 24일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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