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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8)
춤추는 저가락
- 료리전문서 “혀끝우의 중국”
김 혁
한 그릇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추억은 과연 어떠할가? 달착지근 밥 한 보시기, 따끈한 국 한 숟가락, 매운 술 한 모금, 새콤한 김치 한 저가락에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추억과 웃음과 눈물을 떠올릴가?
주방에 평생을 담근 녀인네가 아니지만 료리전문서 “혀끝우의 중국”을 감흥에 넘쳐 뒤적여 보았다.
지난해 광명일보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혀끝우의 중국”은 미감뿐이 아닌 우리들의 오감을 지극히 자극한다. 그야말로 저가락을 춤추게 하는 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음식문화에 관한 7부작 다큐멘터리를 다시 청중뿐이 아닌 독자층을 두텁게 아우를 양으로 책자로 묶어 내놓았다.
대륙을 종횡무진하면서 13개월동안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였다. 제작진 100여명이 중국 전역 60개 지역을 돌며 저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음식의 제작과정 그에 깃든 일화들을 예술성 짙은 화면으로 꾸며 맛의 향연, 시각의 향연을 펼쳤다. 소개된 음식은 전국에서 이슈를 만들며 판매량이 솟구쳤다. 평균 시청률도 다큐멘터리로는 수년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나에게 인간을 정의하라면 ‘불로 료리하는 동물’이라 하겠다. 동물도 기억력과 판단력이 있으며 인간이 지닌 능력과 정열을 모두 어느 수준까지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료리하는 동물은 없다. 음식을 맛있게 차려먹는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모든 인간은 직업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는 료리사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스스로 양념을 친다는 점에서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진화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료리 본능”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에 대해 가벼이 볼 민족이 있으랴! 이처럼 인류의 생성과 함께 한 음식에 관한 이 세상의 식탁과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없을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진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새로운 료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
세계각지의 음식에 관한 명언들이다.
그만큼 “민이식위천(民以食为天)”이라는 위대한 금언(金言)을 탄생시킨 중국, 지난세기 60년대 “대식품 시절”이라는 굶주린 고난의 세월을 경유해온 중국이기에 음식에 대한 중국사람들의 맛망울은 더 크고 더 벼려져 있다고 해야할것이다.
중국인의 식탁은 그 “대륙 스타일”에 걸맞게 풍성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많은 료리가 있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에는 약 1만5000 가지의 료리가 있으며 1급 주방장이 평생 익힐수 있는 료리수는 1000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모든 료리를 익히기 위해서는 료리사의 15대(代)까지 전해내려와야 한다고한다.
그런 “음식왕국”의 이야기인지라 청중들의 호응도는 컸다. 또 다큐멘터리가 끝나자 출판 요구가 비발쳤다. 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의 대형 출판사 200여 곳이 경쟁을 벌렸다. 출간전 인터넷에서 만 이미 20만권이 주문 예약됐다. 지난 7월초 정식 출간이후 한달이 안돼 판매량이 100만 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브 잡스 전기”의 판매 열기를 훨씬 릉가했다.
책자에서는 그 색감좋던 화면이 도편으로 그냥 펼쳐지는 외에 명료한 료리 레시피가 세세히 적혀있어 료리애호가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준다. 책은 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중이라 한다
책에는 밀과 쌀, 콩등으로 만드는 중국인들의 주식을 소개하면서 각 음식 주재료의 산지 및 조리 과정, 영양적 가치에다 음식에 얽힌 주민들의 애환까지 담고 있다.
봄의 송이, 여름의 죽순, 가을의 연근등 재료에 따라 또는 소금에 재여 3년을 바람에 말려 숙성시킨 돼지고기 등 조리법들이 유난히 흥미롭다다. 해마다 혹한 속에 북방의 한 호수에서 두꺼운 얼음장 밑에 2km에 이르는 그물을 펴서 물고기를 잡는 등 식재료를 얻는 지난한 과정도 소개한다.
우리 민족의 김치를 앞자리에 언급한것도 눈에 띈다. 각 음식뒤에는 문인들이 해당음식과 관련해 쓴 글도 곁들어 실었다.
책은 음식이 사람을 감동시키는것은 맛뿐 아니라 음식에 깃든 력사, 인정, 고향과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하나 또 하나의 고향의 맛이 모여 음식의 대향연을 펼치며 이 거대한 음식문화를 이끌어간다. 료리전문서이지만 책을 읽는 와중에 우리는 인간과 만물지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아내고 우리를 감동시킨것은 음식물의 맛이 아니라 력사의 맛, 인간미, 고향의 맛, 기억의 맛임을 느끼게 된다.
일전 연변대학 민족교육연구소와 한국 제주대학교 스토리 텔링연구개발센터에서 공동으로 조직한 스토리 텔링 연수반이 연변대학에서 개강했다. 중한 량국의 10여명으로 무어진 작가, 교수, 작가진영에 동참하면서 나는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방법론에 대해 깨쳐 알게 되였다. 또한 문화 콘텐츠의 령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방면으로 인간 삶의 구체적인 부면(部面)들과 밀접하게 련관되여가고 있는 스토리 텔링과 음식을 접목하면 어떨가하는 생각을 떠올려본적 있다.
한국에서는 음식테마를 이야기로 풀어내린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세아에서 폭넓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 그럴듯한 음식이야기는 없다. 우리에게는 랭면이며 개고기, 양꼬치등 타민족과 외빈들이 감탄해 마지않은 특색음식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픽션을 다루는 작가가 괜히 료리전문서를 뒤적여 보면서도 갈마드는 하나의 생각- “혀끝우의 연변”. 이라는 책자가 나왔으면… 미감뿐 아니라 오감을 총동원해 읽는 전문서의 출현은 우리의 식탁뿐만이 아닌 많은것들을 풍성하고 향그럽게 해줄것이다.
“연변일보” 2012년 1월 7일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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