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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9)
아Q, 블랙 코미디적인…
몇해전의 어느 여름, 서울행차를 했던 나는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맘마미아”, “브로드 42번가” 등등 세계 유명 뮤지컬들이 한낮에도 한창 공연되고 있는데, 변강의 오지에서 뮤지컬이란 감상도 할수없는 궁핍한 문화풍토에서 온 나로서는 눈앞에서 연줄로 펼쳐지는 뮤지컬의 향연에 어느것을 보아야할지 량수집병 (两手执餠) 가라사니가 서지 않았던것이다.
그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대번에 사로잡는 포스터가 있었다. 바로 로신의 "아Q정전"이였다. "아Q정전이 뮤지컬로 나오다니"? 물론 로신의 작품중 “축복”, “약”등 작품을 비롯해 "아Q정전"도 오래전에 이미 영화로 각색되여 중국관중들과 만났다. 하지만 뮤지컬로 된 아Q는 처음이였다. 가격이 엄청난 입장료를 냉큼 사들고 부푸는 가슴을 눅잦히며 극장으로 들어갔다.
"아Q정전". 너무나 익숙한 작품이다. 8,90년대 중소학교 교과서에는 로신의 거의 전부의 대표작들이 실려있어 우리는 비교적 일찍 대문호 로신을 접할수 있었다.
"아Q정전"은 로신이 1921년 “신보부간(晨报附刊)”에 련재했던 중편소설. 중국인의 렬근성에 대해 희화화(戏画化)한 이 작품으로 로신은 문단에서 작가적 지위를 굳혔다.
로신은 어리석고 불썽사나운 아Q의 형상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근대화의 과정속 중국 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핍진하게 그리고 유머스레 그려 보였다.
이러한 신랄하게 풍자적이고 야유적인 비판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자주적인 민족의식이 결여된 슬픔을 담고 있으며 그러한 교훈으로부터 민족의 병근(病根)을 도려내고 치유함으로써 다시 민족의 결의를 촉구하는 주제가 글의 기저에 강하게 흐르고 있다.
한국 국립현대무용단이 만든 뮤지컬 "아Q”는 로신의 ‘아큐정전’을 모티브로 현대무용을 접목한 퓨전식 뮤지컬이였다. 로신의 작품이 백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또 해외에서 재해석되여 새로운 형식의 감동을 전달하고있었다.
한국 국립현대무용단의 뮤지컬 "아Q”
몇해전 로신의 몇몇 작품을 교과서에 그냥 게재해야하나 말아야하나하는 쟁명이 일면서 "왜 아직도 로신일까?" 하는 물음이 나온적있다. 이에 중국의 학계와 문단은 “로신은 이미 인류의 고전이고 그가 없이 중국 현대혁명사와 문학사, 학술사를 론할수 없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문학가이자, 사상가, 교육자로서의 로신은 격동기를 온 몸으로 살다간 고뇌의 중국인 지성을 대표한다. 구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운 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력사적인 과도기에 그는 문학혁명을 주도하며 조국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시대의 선각자였고 20세기 내내 중국 문학의 중심부에 강건하게 서온 인물이였다.
로신의 전 생애와 맞물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엽의 중국사회는 암흑의 먹구름으로 뒤덮인 시대였다. 아편전쟁이후 계속 심화되여온 정치, 사회적 혼돈과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그리고 근대화의 문명을 거부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중국 봉건사회의 유교적인 폐습으로 인해 중국 사회와 중국민족은 병상에서 단말마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러한 곰삭은 국민정신을 계몽하하기 위한 문화운동이 진보적인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게 되고 드디여 1919년 5•4운동이라는 희망의 불꽃이 중국 전역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로신은 그 선두에서 신문화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의 낡은 사상과 의식을 비추고 불태우는 홰불을 높이 추켜들었다.
문학을 통해 봉건례교를 비판하고 국민정신을 개조하고 인간의 참다운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고자 했던 로신은 문학이 무엇을 할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했다. 어디까지나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를 거듭하면서 1936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왕붓을 놓지 않았다.
청말의 몰락하는 가문에서 태여나 의술을 배우고저 일본류학을 떠났지만 어느 수업시간 일본선생이 돌려준 환등에서 중국인을 처형하는데도 멍한 표정의 구경꾼들은 모두 머리를 땋아내린 멍한 표정의 중국인들임에 충격을 받고 의대를 그만두고 펜으로 "중국인의 렬근성(劣根性)"을 해부하고 치료하겠노라!고 마음 먹은 로신이였다. 그가 저서 "납합"에서 갈파했듯이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제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하다 하더라도, 하잘것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구경꾼밖에는 될수가 없다." 그리고 로신이 구한 행동반경의 답은 문학이였습니다. 어리석은 국민을 치료하는데는 신체를 고치는 의학이 아니라 정신을 고치는 의학, 즉 문학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였다.
그렇게 펜을 그루박아 중국의 낡은 전통을 철저히 공박(攻驳)하는 "광인일기(狂人日记)", 구지식인의 몰락으로부터 경향심을 불러일으킨 “공을기(孔乙己)”, 무지로 인한 중국인의 병증을 진맥한 “약”, 농촌생활의 암담함과 피폐함을 보여준 “고향”등의 시대 고발적인 일련의 소설들과 고도의 상징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핵심으로 한 “촌철살인”의 잡문으로 중국문학사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했다.
우리 조선족문단의 김학철 선생이 경모해 마지않으면서 역시 많은 필봉을 돌렸던 쟝르였던 로신의 잡문은 민중의 무지몽매함과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을 비판하면서 시대의 암흑에 맞선 투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불굴의 투쟁정신으로 외세와 봉건세력과 마주했다. 그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시대를 향한 비수이자 투창"이였다.
이렇듯 로신은 평생을 바쳐 봉건의식에 젖어 있던 무지한 중국인을 일깨우기 위해 로심초사했다. 그러한 그이의 학문과 정신을 높이 기리여 그가 타계했을때 중국인들은 그의 시신을 "민족혼"이라고 쓴 비단으로 감싸 깊은 추모의 뜻을 표했다.
그와중에 무엇보다도 로신의 이름을 중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서 후세에까지 길이 남을수 있게해준 작품은 바로 “아Q정전”일것이다. 로씨야 작가 고리끼가 “아Q정전”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듯이 로신의 소설은 여러가지 언어로 번역되여 세계명작의 반렬에 올랐다.
작품속의 아Q는자기 자신의 현실적인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기 만족에 취해 있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신해 혁명 직후 민족의 위기 속에서도 자아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던 중국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외되고 탈락되고 짓눌린 자의 모습을 집요하게 그려낸것이다.
"아Q정전"에는 블랙 코미디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유머가 전반 작품을 관통한다. 그러나 웃음기를 싹 거두고 진지하게 풀어내는 문제의식은 철저한 주제 의식 아래 치밀하게 전개된다.
타성에 젖어 사명감도 목적의식도 없이 무기력하고 비겁하게 살아가는 아Q는 아무리 경멸을 당하고 조롱을 당해도 대항조차 못하지만 마음속에는 자신이 이겼다고 합리화하는 일명 “정신 승리법”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이 어영부영하면서 왜곡된 가치관으로 운명에 맡긴 한탕주의 인생을 살아가는 전형이다. 이러한 아Q의 성격은 심각한 현실적 의의와 력사적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작품이 련재되던 당시 많은 이들이 아Q라는 인물은 자기를 빗대고 고의로 풍자한것이 아니냐며 흥분했다고한다.
아Q는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도 매우 닮아 있다. 오만과 독선에 빠져 타인을 폄하하는 본능적인 마음이나 힘센 자들 앞에서 굽실거리는 공리적인 자태.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인물은 주변에 흔하디 흔하게 널려 있고그러한 광경들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죽을 때까지 왜 죽어가는 지도 모르는 자기 합리화와 자기 착각에 빠져 사는 주인공 “아Q”, 여기에서 자기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한다.
우리의 심리적 리기심을 치부까지 드러내 보이며 속물적인 근성에 젖어 있는 시대의 락오자(落伍者)에 대한 로신의 꾸중.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같은 꾸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은지 오래된 오늘까지도 갈마든다.
“연변일보” 2월 4일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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