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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
2014년 03월 30일 10시 15분  조회:1761  추천:10  작성자: 김혁

[김혁 독서만필 5]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

 

 

 

 

어느 중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녀자가 열심히 읽고있는 책표지를 보고 남자친구가 비아냥거린다.

《아직도 무라카미냐? 이그 촌시러!》

일각에서는 하루키를 읽는것이 《수준이 낮다》거나 《하루키가 과대평가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하루키의 독창적인 어법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하루키는 이제 낡투로 치부되며 고갈되여가는 작가가 아니다. 30년이 넘도록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고있고 《하루키 현상》이라는 문화적인 신드롬이 확산되고있으며 하루키의 독자들이 나날이 늘어가고있다는 사실을 무시할수는 없다.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비롯해 거의 모든 문학상을 수상했고 근년에는 프란츠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카탈로니아 국제상 등 지구촌 굴지의 상을 휩쓸고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현시대를 살면서 문화적감각이 있다는 사람들이 그의 소설을 읽지 않으면 대화가 안된다는 정도로 대단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600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기록적인 베스트셀러행진을 하며 오래전부터 중국, 한국, 독일 그리고 북유럽에서 많은 애독자를 낳아왔다. 중국에서도 80년대 중기로부터 진행돼온 그의 베스트셀러 행진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있다.

하루키의 작품을 적지 않게 읽었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부터 《댄스 댄스 댄스》, 《해변의 카프카》와 근작인 《1Q84》까지… 《1Q84》 를 금방 읽었는데 얼마전에는 신작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또 출시되였다.

 

하루키의 작품은 대표작으로 되는 《노르웨이의 숲》(후에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개칭)을 중문판본으로 맨먼저 접했다가 후에 친지가 한국에서 부쳐온 삼진기획 88년 판본으로 다시 읽었다.

오래동안 《좌》의 철쇄에 매여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너무도 앞서간 그들의 성문화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졌었고 그래서 오히려 기어코 읽었었다. 당시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고 나는 생각을 많이 할수 없었다. 솔직하고 감성적인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현실속에서 우리가 드러내지 못하는 숨겨진 모습이 아닐가? 하는 상당히 혼란스런 느낌을 받아안았다. 그리고 나에게서 이 소설은 재미는 없었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은것은 정말 신기했다.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점은 어쩔수 없는 운명에 휩싸인 주인공이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다. 책의 마지막장까지 덮고나면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듯한 느낌이다. 하루키의 작중인물들은 저마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어쩔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당착한다. 자칫 그대로 좌초되여버릴것만 같지만 끝내는 고해의 수면밖으로 떠오르는데 성공한다. 그들에게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그것이 모든 일이 해결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중국식의 모식인 대단원(大團圓) 결말 같은걸 기대할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마지막장까지 호흡을 달구는 그 불투명함이 하루키식의 모식이라면 모식일것이다.

그리고 하루키의 소설들은 거개가 재미있고 스릴있는 모험, 그리고 초현실적 인물이 가미되여 완성된 읽을거리가 풍성한 소설들이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곳곳에 환상적인 부분을 설정함으로써 현실이 아닌 소설의 특성을 살려 다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요소때문에 하루키의 소설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내가 늘 꿈꾸면서도 감히 행하지 못하는 꿈의 여유를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낀다.

그러나 책을 내려놓고보면 하루키의 소설은 전혀 비현실적이지가 않다. 실재하기 어려운 모험적상황을 전제로 하고있지만 그렇게 설정된 상황은 또 현실주의를 뺨칠 정도로 리얼리티를 띠고있다. 현실과의 직접적회로를 갖고있는것이다. 사실은 내가 살고있는 세계도 하루키의 소설에서처럼 여러가지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내가 모른채 살아가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현실성을 가지고있다.

실제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예비평가들 가운데는 하루키의 소설은 일본문학이라고 부를수 없다는 정도로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의 문체 그리고 미국문화에서나 볼수 있는, 서양문학의 영향이 마음에 안 든다는것이다.

《일본소설에는 모종의 전형적인 문체 같은것이 있는데 나는 그런것들과는 전혀 다른데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 소설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래서 비판도 많이 받는다.》

하루키의 답변이다.

그의 작품을 가리켜 《무국적성》이라든가 《가벼움의 미학》이라고도 얘기하지만 하루키문학의 외면적인 가벼움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필연적으로 부과되는 존재의 무거움을 견뎌내려는 몸부림에 대한 표현이라 할수 있다. 또한 그 무국적성이나 가벼움때문에 변강의 오지인 이곳 사람들에게마저도 이렇게 친근하게 읽혀지고있는것이 아닐가? 어법과 소설방법론을 자신만의 독창적인것으로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잘 소통하고있는 작가를 우리의 틀로 재단해보려는 시도는 어찌보면 우습광스러운 행태일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순 문학을 한답시는 개인적으로는 거개가 대중적이면서도 튀는 소설을 쓰는 하루키가 특별히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하루키의 장점이라면 그의 글을 읽으면 위로받는 느낌을 받곤 하는것이다. 그런 그가 좋아서 그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무라카미의 소설은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데가 있다. 이는 다른 외국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다른 느낌이다. 인물의 내면들이 놀랍도록 나와 비슷하잖은가.외국사람이 쓴것인데도 하루키란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이 우리와 완전히 같은데가 있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그들의 고독감을 그려내는 우화적 에피소드들이 꼭 서로 닮아있는것이다.

 

우리의 작가들은 자기 격정과 독단을 제어하지 않거나 제어하지 못하고 살아가고있다. 대부분 자기가 말하는것을 전달하고 리해시키기 위하여 설명의 톤을 높인다.

그러나 하루키는 설명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설명하는것보다 훨씬 더 소통이 잘되는 방법을 찾아낸다.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주입하는 대신에 깊이 있게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린다.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현란하게 기교를 부린 문장은 아예 때려치우고 캔맥주와 음악처럼 가벼운 어법을 사용한다. 작품내내 설명하지 않는 무진장한 유머와 단문으로 치달으며 일상어로 소박한 경이로움의 세계를 보여준다.

하루키가 지구촌 어디서든 독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세월이 지날수록 독자층을 넓혀가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싶다.

 

"길림신문" 2014-03-29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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