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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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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시에 대한 명 어록 댓글:  조회:2166  추천:0  2017-05-05
.. 늙은 사람 한 가지 즐거운 것은 붓가는 대로 마음껏 써 버리는 일. 어려운 韻字에 신경 안 쓰고 고치고 다듬느라 늙지도 않네. 흥이 나면 당장에 글로 옮긴다. 나는 본래 조선사람 즐겨 조선의 詩를 지으리. 그대들은 그대들 법 따르면 되지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자 누구인가. 까다롭고 번거로운 그대들의 格과 律을 먼 곳의 우리들이 어떻게 알 수 있나. ―정약용 「老人一快事」 붓놓자 풍우가 놀라고 시편이 완성되자 귀신이 우는구나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杜甫 시 3백수에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악함이 없다. ―공자 『논어』 爲政篇 그대들은 왜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사람에게 감흥을 돋우게 하고 모든 사물을 보게 하며, 대중과 더불어 어울리고 화락하게 하며, 또 은근한 정치를 비판하게 하는 것이다. 가깝게는 어버이를 섬기고, 나아가서는 임금을 섬기는 도리를 시에서 배울 수 있으며, 또한 시로써 새나 짐승, 풀, 나무들의 이름도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공자 시란 뜻(志)이 향해 가는 바라, 마음 안에 있으면 뜻이 되고 말로 나타내면 시가 된다. ―공자 고시(古詩)는 충후(忠厚)를 주로 했다. 시라는 것은 언어만 가지고 구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언제나 깊이 그 의도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을 기평(譏評)할 때에는 그 소위(所爲)의 악을 얘기하지 아니하고 그 벼슬의 존비와 차안의 미려를 들어 백성의 반응을 주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소식 시란 정(情)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 ―白居易 시란 말의 뜻을 나타내고 노래란 말을 가락에 맞춘 것이다. 소리는 길게 억양을 붙이는 것이고 가락은 소리가 고르게 된 것이다.―유협 『문심조룡』 시는 의(意)가 주가 되므로 의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렵고 말을 맞추는 것은 그 음이다. 의도 또한 기(氣)를 위주로 한다. 기의 우열에 따라 의의 깊고 옅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란 천성(天性)에 딸린 것이어서 배워서 이룰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가 떨어지는 사람은 글 다듬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의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체로 글을 깎고 다듬어 구(句)를 아롱지게 하면 아름다움에는 틀림 없다. 하나 거기에 심후한 의가 함축되어 있지 아니하면 처음에는 볼 만하나 다시 씹어보면 맛이 없어져 버린다. ―이규보 시에는 마땅치 못한 아홉 가지 체가 있다. 이것은 내가 깊이 생각하여 체득한 것이다. 시 한 편 속에 옛사람의 이름을 많이 사용한 것은 수레에 귀신을 가득 실은 것, 옛사람의 뜻을 몰래 취해 쓰는 것은 도둑질을 잘한다고 해도 옳지 않은데 도둑질이 서투르면 이것은 서툰 도둑질이 잘 잡히는 것, 강운으로 압운하여 근거가 없으며 이것은 쇠를 당기나 이기지 못하는 것,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지나치게 압운하면 이것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험벽한 글자를 쓰기 좋아하며 사람으로 하여금 미혹하게 하는 것은 구덩이를 파놓고 장님을 인도하는 것, 말이 순편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사람에게 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억지로 자기를 따르게 하는 것, 일상용어를 많이 쓰는 것은 촌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공자나 맹자를 범하기 좋아하는 것은 존귀함을 함부로 범하는 것, 글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잡초가 밭에 가득한 것이다. 이 마땅하지 못한 체격을 면할 수 있게 되면 함께 시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규보 시문은 기를 위주로 삼는다. 기는 성(性)에서 발하고 의(意)는 기에 의지하며,말은 정(情)에서 나오므로 정이 곧 의이다. 그러나 신기한 뜻은 말을 만들기 어려우므로, 서두르면 더욱 생소하고 조잡해지는 것이다. ―최자 시는 마음에서 우러난다고 한 것이 믿을 만하다.―이인로 『破閑集』 시는 함축되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희미한 글, 숨은 말로서 명백하고 통쾌하지 않은 것은 또한 시의 큰 병통이다. ―서거정 『東人詩話』 시가 교화를 위한 것이라는 뜻은 본래 온유 돈후한 시정신으로써 성정을 다스려서 풍화(風化)를 이루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감화하여 세상의 도리를 평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남구만 시는 성정의 허령(虛靈)한 곳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유몽인 시는 성정을 나타내는 것이다.―이의현 시는 원리와는 관계 없는 별종의 취향을 갖고 있다. 오직 천기(天機)를 농(弄)하여서 심원한 조화 속을 파악하여 정신이 빼어나고 음향이 밝으며 격이 높고 생각함이 깊으면 가장 좋은 시가 된다. ―허균 시란 사람의 천성과 정서를 조정하고 인간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심덕잠 지금 우리 나라의 시와 문장은 고유의 언어를 버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서 쓴 것이다. 가령 아주 흡사해진다 해도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을 뿐이다.―김만중 무릇 시에 있어서는 자득(自得)이 귀하다.―이수광 시란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 속에 있으면 지(志)라 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 정(情)이 마음 속에 움직일 때, 시인은 그것을 말로써 표현한다. ―신위 시는 교화(敎化)하는 것이니 힘써 그 뜻을 전달해야 한다. ―이익 임금을 사랑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고 퇴폐적 습속을 통분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단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풍자하거나 선을 전하고 악을 징계하는 사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정약용 『목민심서』 시는 대개 정신과 기백이 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약용 시에는 신비한 정신의 경지가 있는데 이것은 무형 중에 우거(寓居)하면서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에, 우연히 만나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는 찾아보려고 해도 얻을 수 없다. ―신광수 보기 좋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모아놓고 시라고 하는 것이야 비천한 잡배의 장난에 불과하다. 시는 선언이다. 만천하의 현재 뿐 아니라 진미래제(盡未來際)까지의 중생에게 보내는 편지요, 선언이요, 유언이다. ―李光洙 시는 그 시인의 고백이다. 신의 앞에서 하는 속임 없는 고백이다. 구약에 시편만이 아니라 무릇 시는 시인의 심정 토로다. 시인은 시에서 거짓말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李光洙 시인이 창작한 제2의 자연이 시다.―조지훈 시는 신(神)의 말이다. 그러나, 시는 반드시 운문(韻文)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는 곳곳에 충일(充溢)한다. 미와 생명이 있는 곳에 시가 있다. ―I.S.투르게네프 『루진』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F.Q.호라티우스 『詩法』 시의 목적은 진리나 도덕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보들레르 기쁨이든 슬픔이든 시는 항상 그 자체 속에 이상을 쫓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보들레르 시는 진리가 그 목적이 아니다. 시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보들레르 시를 쓰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그건 낚시질하고 똑 같네. 아무 소용이 없는 것같이 보이지. 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좋은 수확이 되는 법이거든. ―E.크라이더 『지붕밑의 무리들』 시는 넘쳐 흐르는 정감의 힘찬 발로이다.―워즈워드 시는 체험이다.―R.M.릴케 시는 악마의 술이다.―A.아우구스티누스 시란 것은 걸작이든가, 아니면 전연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J.W.괴에테 위대한 시는 가장 귀중한 국가의 보석이다.―L.베에토벤 시는 거짓말하는 특권을 가진다.―프리뉴스2世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한다. ―머클리쉬 시는 단지 그 자체를 위해 쓰여진다.―E.A.포우 시는 예술 속의 여왕이다. ―스프랏트 시는 마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은 것이다. ―R.M.릴케 시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감정은 아니다. 시가 만일 감정이라면 나이 젊어서 이미 남아 돌아갈 만큼 가지고 있지 않아서는 안된다. 시는 정말로 경험인 것이다. ―R.M.릴케 『말테의 手記』 시는 단 하나의 진리이다.……명백한 사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에머슨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하나의 시란 그것이 영원한 진리로 표현된 인생의 의미이다. ―P.B.셸리』 감옥에서는 시는 폭동이 된다. 병원의 창가에서는 쾌유에의 불타는 희망이다. 시는 단순히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재건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시는 부정(不正)의 부정(否定)이 된다. ―보들레르 『로만파 藝術』 시란 냉랭한 지식의 영역을 통과해선 안된다.……시란 심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마음에로 통해야 한다. ―F.실러 시란 가장 간단히 말해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이고 다양하게 효과적으로 사물을 진술하는 방법이다. ―M.아놀드 시적(詩的)이 아닌 한,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A.지이드 『私錢쟁이』 시는 모든 예술의 장녀(長女)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양친이다. ―콩그레브 만약 사람이 마력적인 시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대는 아름다운 생(生)을 알게 된다.―J.아이헨돌프 도덕적인 시라든가 부도덕적인 시라든가에 대해서 말할 것은 아니다. 시는 잘 씌어져 있는가 아니면 시원찮게 씌어져 있는가, 그것만이 중요하다. ―O.와일드 『英國의 르네상스』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充溢)이다. 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O.와일드 『英國의 르네상스』 나이 어려서 시(詩)를 쓴다는 것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 시는 언제까지나 끈기 있게 기다리지 않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람은 일생을 두고 그것도 될 수만 있으면 70년, 혹은 80년을 두고 별처럼 꿀과 의미(意味)를 모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최후에 가서 서너 줄의 훌륭한 시가 써질 것이다. ―R.M.릴케 『말테의 手記』 시는 근본적인 언어 방법이다. 그것에 의해 시인은 그의 사상과 정서는 물론 그의 직각적 매카니즘을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다. ―M.무어 시는 오직 인간의 능력을 발양(發揚)하기 위해서 우주를 비감성화시킨 것이다. ―T.S.엘리어트 『超現實主義 簡略事典』 시란 감정의 해방이 아니고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며, 인격의 표현이 아니고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T.S.엘리어트 『傳統과 個人의 才能』 시의 세계로 들어 온 철학 이론은 붕괴되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볼 때 그것이 진리이건 우리가 오류를 범했건 그런 것은 이미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의미하는 그 진리가 영속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T.S.엘리어트 『評論選集』 시의 의미의 주된 효용은 독자의 습성을 만족시키고 시가 그의 마음에 작용하는 동안 정신에 대해서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데 있다. ―T.S.엘리어트 『詩의 효용과 批評의 효용』 시란 무엇은 사실이다 하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좀더 리얼하게 느끼도록해 주는 것이다. ―T.S.엘리어트 시는 미에 있어서의 참된 집이다. ―킬피란 우리의 일상 생활의 정서 생활과 시의 소재 사이엔 차이가 없다. 이러한 생활의 언어적 표현은 시의 기교를 사용하게끔 되어 있다. 이것만이 단지 근본적인 차이일 뿐이다. ―I.A.리차아드 시는 우리들이 익숙해서 믿어버리고 있고 손쉽게 가깝고 명백한 현실에 비해서 무엇인가 비현실적인 꿈 같은 느낌을 일으킨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뒤바뀌어진 것으로서 시인이 말하고 시인이 이렇다고 긍정한 것 그것이야말로 현실인 것이다. ―M.하인거 『횔더린과 詩의 本質』 시는 법칙이나 교훈에 의해 완성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감각과 신중함에 의해 완성될 수 있다. ―J.키이츠 아무리 시시한 시인이 쓴 글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정말로 그를 이해한다면 좋은 시를 얼핏 읽어버림으로써 받은 인상보다야 훨씬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나. 내가 시를 읽고 싶지 않을 때, 시에 지쳤을 때, 나는 항상 자신에게다 그 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타이르는 바일세. 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단히 아름다운 감정이 내 마음 속에서 진행 중일 것이라고 타이르기도 하네. 그래서 언젠가 어느 순간에 내가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가 있어 그 훌륭한 감정을 꺼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네. ―J.러셀 『사랑이 있는 기나긴 對話』 시는 보통의 이성의 한계를 지닌 신성한 본능이며 비범한 영감이다. ―스펜서 시는 시인의 노고와 연구의 결과이며 열매이다.―B.존슨 시의 으뜸가는 목적은 즐거움이다. ―J.드라이든 한 편의 시는 그 자체의 전제(前提)를 훌륭하게 증명해 놓은 것이다. ―S.H.스펜더 『시를 위한 시』 18살 때 나는 시라는 것은 단순히 남에게 환희를 전달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살 때, 시는 연극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나는 가끔 시를 갱도(坑道)속 함정에 빠져서 미칠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자기를 구출해 줄 다른 갱부들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생기를 주는 희망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시인은 성자여야 합니다. ―P.토인비 『J.콕토와의 인터뷰』 시란 삶을 육성시키고 그리고 나서 매장시키는 지상의 역설이다. ―K.샌드버그 시의 본질은 동작이다. 이 동작은 내적 완전을 나타내고 이 내적 완전이 참으로 인간적이고 또 진실이기 때문에 참으로 시적인 성격은 위대한 격정의 자유로운 움직임 가운데 나타난다. ―네싱 시적 형식은 본질이 무엇이든 시가 문학의 특수한 형식으로서 쾌락을 주는 근원은 변화에 의한 반복성에 있다. ―R.E.앨링턴 한 줄의 글자와 공백으로 구성되는 싯귀는 인간이 삶을 흡수하고 명확한 말을 되찾아 내는 이중의 작용을 한다. ―클로델 시에는 그림이 있고, 그림에는 시가 있다. ―스카르보로 『중국격언집』 만약 시가, 위대한 그 무엇이 아니면 안된다면, 어느 의미에서 그것은 현대와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 제재가 무엇이든간에, 작자의 정신의 내부에 있는 산 그 무엇과, 그것이 전달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시로써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신체는 어디 있든간에, 그 혼은, 이곳에, 그리고 현재 있어야 하는 것이다. ―A.C.브래드레 시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같이 단순히 감정이 아니다 .(감정이라면 우리들은 간단히 가질 수가 있다) 시는 경험이다. 한 편의 시를 쓰려면, 많은 도시를, 많은 사람들을, 많은 사물들을 보지 않으면 안된다. 동물, 새의 날으는 모습, 아침에 피는 꽃의 상태 등을, 알게 되지 않으면 안된다. 미지의 토지에 있는 도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 애당초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이별, 기억도 확실치 않은 먼 어린 시절, 자기도 알지 못하였던 즐거움이며, 마음먹고 아버지 어머니가 주는 것을 반항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들에 공상의 힘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람 각자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사랑하던 밤의 일, 분만하는 부인의 애끊는 절규. 어린애 침대에서 잠도 자질 못하고 창백하게, 그리고 잠들어버리는 부인들의 추억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땐, 들창을 열어 놓은 채, 계속적인 시끄러움이 들리는 방에서, 죽은 사람 곁에 앉아 있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기억이 많이 있을 땐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기억이 또 한번 떠 오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이 우리들의 내부에서 피가 되어 명확히 이름지울 수도 없게끔 되어버리든가, 이미 우리들 자신과 구별할 수도 없게끔 되어버릴 때 ―그야말로 어느 순간 시의 최초의 한마디가, 기억의 한가운데 나타나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R.M.릴케 「말테의 수기」에서 시의 기능은 세계의 슬픔과 조화시키는 것이다. ―A.E.하우스만 시적 진실 ―‘개인적, 국부적인 것이 아니고, 보편적이며, 기능적인 것’ ―워즈워드 시는, ……인간의 마음의 제일 먼저의 활동이다. 인간은 일반적인 개념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상상상의 관념을 만든다. 명증한 마음으로 생각하기 전에 혼란한 머리로 파악한다. 명확하게 발음하기 전에 노래부른다. 산문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운문으로 이야기한다. 전문어를 쓰기 전에 은유를 쓴다. 말을 은유풍으로 쓴다는 것은 우리들이 ‘자연발생적’이라 부르는 것과 같이, 그에 있어서 자연인 것이다. ―G.B.비코 시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T.E.흄 시의 중요한 목적은 정밀하고 명확한 표현에 있다. ―T.E.흄 사랑받지 못한 해바라기가 아름답게 빛나고 씨를 가진 꽃만이 불꽃으로 반사한다. ―A.L.테니슨 시는 상징주의이기 때문에 우리들을 감동시킨다는 이론을 만약 사람들이 승인하지 않으면 안된다면 현대시의 양식 속에 어떠한 변화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가? 그것은 우리들의 선조들의 방법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즉, 자연을 위하여 자연묘사를, 도덕을 위하여 도덕율을, 그리고 테니슨의 경우 시의 중심이 되는 불꽃을 거의 다 깨버린 일화나, 과학적 의견에의 고려 등을 버리는 것이다. ―오든 시란 현존시에 붙어다니는 한낱 장식물에 그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시적인 감격이나 감동에 그치는 바도 아니다. 더구나 한낱 열중에 빠지는 바도 아니며 오락물로 떨어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시는 역사를 지탱해주는 밑바탕이다. ―하이데거 산문시란 리듬과 각운이 없으면서도 음악적이고 영혼의 서정적 동요, 환상의 파동, 의식의 경련에 응답하기 위해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칠은 시적 산문이다. ―C.보들레르 ―『파리의 우울』(Spleen de Paris) ‘시―인스피레이션’의 공식을 믿는 시적 사고는 허망한 하나의 옛이야기가 되어도 좋다. 지적(知的)으로 확신되는 사상에만 정적(情的) 신앙을 주려는 폐습이 일부 사람들에게 굳게 뿌리 박혀 있다. 과학이 증대하여 힘과 그것은 장차 일반화하여 갈 것이다. ―L.A.리처즈 시는 최상의 행복, 최선의 정신, 최량이고 최고의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P.B.셀리 『詩歌擁護論』 시란 진리며 단순성이다. 그것은 대상에 덮여 있던 상징과 암유(暗喩) 의 때를 벗겨서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고 비정하고 순수하게 될 정도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J.콕토 『暗殺로서의 美術』 시란 그 시를 가장 강력하고 유쾌하게 자극하는 방법으로 사상의 심볼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예술이다. ―W.C.브라이언트』 즉흥시는 진정 재지(才知)의 시금석(試金石)이다. ―J.B.P.몰리에르 서정시는 감정이 흘러 넘치는 청춘의 생명의 표현. 억제하려고 해도 억제할 수 없는 힘이며 열렬한 신앙의 발로다.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자연과 사랑과 신 등으로 작자의 모양이 십분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제1인칭의 시라고 해도 좋다. ―에론네스트보배 서사시의 흥미는 작자가 아니고 그 시 속의 사건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위대한 서사시인 호메르스는 개인적으로는 실제인물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을 만큼 아무래도 좋은 인물이다. 다만 호메르스의 시 속 영웅들에 흥미를 느낄 따름이다. 이에 비하여 같은 그리스의 위대한 서정시인 만나의 시를 읽을 때는 시 속의 영웅들은 무엇이던가 관계할 바 없고 다만 시인 그 자신에 일체의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서정시의 주관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테 시는 음악과 맞추어 만든 수사적인 작품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단테 뮤직과 포에지의 길은 서로 교차한다. ―뽈 발레리 포에지는 말의 전능으로 베일을 벗긴다. 포에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문제는 날마다 그의 마음과 눈에 부딪치는 것을 그가 보고 느끼는 것처럼 그가 생각하도록 각도와 속도를 맞추어 그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 ―쟝.꼭또 시는 우주에 담긴 비밀의 광선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잊어버린 천국을 소생케 한다. ―D.E.시트웰 시는 애련 속에서만 존재한다. ―W.H.오든 진실로 시라고 할만한 것은 서정시를 제쳐놓고는 없다. ―E.A.포우 의식의 사고와 시적 표현의 기초는 구체적 직관 그 자체이다. ―S.길버트 시의 안에 사상은 과실의 영양가와 같이 숨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뽈 발레리 시는 운문에 의한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필립 시드니 현대시는 하나의 신앙 위에 서 있다. 곧 숨은 진실이 존재한다는 신앙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되려면 믿어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R.M.알베레스 산문;말을 최상의 순서로 놓은 것. 시;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놓은 것. ―워즈워드 시는 본질적으로 무슨 악마적인 것이 있다. ―괴테 시는 시 이외의 무슨 목적을 가질 수 없다. 도덕이라든지 과학과 결부시킬 수 없다. 시는 두 가지 기본적인 문학적 특질, 즉 초자연과 아이러니 속에 있다. ―보들레르 시는 말의 의미를 이마쥬들의 분위기로 둘러싸이게 하면서 그 의미의 가지를 치게 한다. ―바슐라르 시는 진정한 의지의 범미주의적(汎美主義的) 활동이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의지를 표현한다. ―바슐라르 서정적인 시는 돌진한다. 그러나 유연하고 물결치는 움직임으로이다. 모든 갑작스럽거나 끊어지는 것은 시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는 그런 움직임을 비극이나 관습적인 성격의 소설 쪽으로 돌린다. ―보들레르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다. 시가 감정이라면 젊은 나이에도 벌써 흐를 정도로 시를 갖게 될 게 아닌가. 시는 정말로는 체험인 것이다. ―R.M릴케 시란 꿈과 같은 것이기는 하나 현실은 아니다. 말장난이기는 하나 진지한 행위는 아니다. 시란 해로운 까닭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힘이 있다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말보다 해롭지 않은 것이 어디 또 있으랴. ―하이데거 온갖 예술은 감각적 매개물에 의한 관념의 표현이라고 말하나 시의 매개물인 말은 사실 관념이다. ―R.S.브리제스 다정한 시여!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여! 우리 안에 창조의 힘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를 신성(神性)으로 접근시키는 그대여! 어릴때 내가 그대에게 바치던 사랑은 수많은 환멸도 꺾질 못했다! 전쟁까지도 시가 내게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커지게 하였으니, 이제부터 별 박힌 내 머리와 하늘이 서로 혼동되기에 이른 것은 전쟁과 시의 덕분이다. ―아뽈리네르 우리는 남들과 논쟁할 때는 수사학으로써 논쟁하지만 스스로 논쟁할 때는 시로써 한다. 자기를 지지한 혹은 지지할 거라는 군중을 의식하는 데서 오는 자신만만한 음성을 지닌 웅변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불확실성 가운데서 노래한다. 따라서 가장 고상한 아름다움의 존재 가운데서도 우리가 고독하다는 인식때문에 우리의 리듬은 떨린다. ―에이츠 시의 의미란 그 텐션, 즉 시에서 발견되는 모든 외연(外延)extension) 과 내포(內包)intension를 완전히 조직한 총체이다. ―알렌 테이트 시가란 마치 화가가 색채로 하는 것을 언어로 하는 예술로서 상상력에 의하여 환상을 분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산출하는 예술이다. ―토마스 머코올리 시란 이성의 조력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진리와 즐거움을 결합시키는 예술이다. 시의 본질을 발견이다. 예기치 않는 것을 산출함으로써 경이와 환희 같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S.존슨 시인은 그의 예민한 흥분된 눈망울을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굴리며 상상은 모르는 사물의 형체를 구체화시켜 시인의 펜은 그것들에 형태를 부여해 주며 형상 없는 것에 장소와 명칭을 부여해 준다. ―W.세익스피어 시는 생의 진술이며 표출이다. 그것은 체험을 표시하고 생의 내면적 진실을 묘사하는 것이다. 제2의 세계, 꿈은 최고의 시인이다. ―워즈워드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의식(儀式)이다. 따라서, 형식적이고 의식적 성격을 갖춘다. 시가 가지는 언어의 용법은 회화의 용어와는 달리 의식적이며 화려한 꾸밈새가 있다. 시가 회화의 용어나 리듬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것과 대조를 이루게 마련인 규범을 미리 전제하고 의식적으로 형식을 피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다. ―W.A.오오든 시는 몸을 언어의 세계에 두고, 언어를 소재로 하여 창조된다. ―M.하이데거 『詩論』 시의 용어는 필연적인 것같이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W.B.예이츠 시는 언어를 향한 일제사격이다.―앙리 미쇼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M.하이데거 시는 언어의 모자이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행위와 시는 언제나 인간보다 크다. ―T.E.흄 시는 극점에 달한 언어다. ―말라르메 시는 절조 있는 언어로서 절규․눈물․애무․입맞춤․탄식 등을 암암리에 표현하려는 것이다. ―뽈 발레리 시인에게 있어서 낱낱의 단어가 그 원료다. 단어는 극히 여러가지 모양의 뜻을 가진 것으로 이것들의 뜻은 시의 구성에 따라 처음으로 똑똑해진다. 이와같이 단어가 콤포지션의 가능성에 따라서 변모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형성된 예술 형태의 한 부분이 될 때까지는 어세(語勢)도 그 효과도 다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프도프킨 시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의 생활은 사막의 생활이다. ―메르디트 시란 우리에게 다소 정서적 반응을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언어이다. ―E.A.로빈슨 시에선 해조(諧調)가 미리 공허한 형식을 결정하고 말이 위로 와서 위치를 잡는다. 말과 경험 사이의 응화(應和)와 불응화 그리고 결국에 응화가 해조를 확보하여 주의력을 거기에 모은다. 물러섬이 없는 움직임이 듣는 사람과 시인을 함께 끌고 간다. ―알랭 시는 미의 음악적 창조다.―E.A.포우 시란 영혼의 음악이다. 보다 더욱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다. ―볼테에르 정서가 있고 운율이 있는 언어로 인간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또 예술적 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이다. ―오든 시는 어떤 리듬을 선택하여 그것들을 체계화시켜 반복한다. 이것이 운율이다. ―r.브리지스 시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구성체다.―브룩스 시는 우연을 기피한다. 시에 나타나는 클라스․성격․직분 등의 개성은 반드시 어떠한 클라스를 대표한다. ―코울리지 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주요한 원리는 격조와 은유이다.―웰렉․워렌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이다. ―T.S.엘리어트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의 해석이다. ―W.H.허드슨 예술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작게 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며, 그러면서도 우리들을 확대 시킨다. ―E.M.포스터 아직 탄생하지 않은 어느 특별한 일절 또는 일련의 배후에서, 하나의 힘과 같이 집중되어, 넓게 전개되는 의식의 총체. ―보트킨 열정적인 시란 것은, 우리들의 본성의 도덕적 지적 부분과 동시에 감각적 부분―지식에의 욕망, 행위의 의지, 감각의 힘을 방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가 완전한 것이 되려면, 우리들의 신체의 다른 여러 부분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 ―하즈리트 시는 조잡한 요소로(물을 타고 섞어서) 연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엑기스(精)이며, 그것을 키울 수 있는 것, 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순수한 이미지의 시는 수정 조각과 같은 것이어서―우리들의 동물감각엔 너무나도 차고 투명한 것이다. ―허버트 리드 가장 위험한 것은, 순수한 물의 성분에 대하여 설명할 수 없는 거와 같이, 정말로의 순수한 시라는 것은 그 무엇에 대하여서도 강연을 할 수 없는 것이다.―불순하며, 메칠알콜이 들어간 거칠은 시에 대해선,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월터 로리 시적 논리가 시의 결말을 맺는 것은, 일반적으론, 기분의 변화라든가, 위상의 전환을 통하여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그것이 시적 논리이다. 즉 논술이나 명증에 의하여 위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단계가 듣는 사람의 마음에 만족을 주는 그러한 위상의 변화이며, 이해할 수 있는 추이인 동시에 그 진행은 앞의 단계를 무효로 하는 그러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W.P.카 오로지 이미지는 시의 극치이며 생명이다. ―드라이든 방대한 저작을 남기는 것보다 한평생에 한번이라도 훌륭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낫다. ―에즈라 파운드 믿을 수 있는 모든 것이란 진실한 이미지 뿐이다. ―W.블레이크 만약 지각(知覺)의 문을 맑게 한다면 모든 것은 그대로 즉 무한감(無限感)을 가진 것같이 보일 것이다. ―W.블레이크 이미지는 우리들에게 사랑과 희생의 능력을 각성시킨다. 그것은 어느 경험을 생각케 하며 그 문체에 의하여 그러한 경험에의 어느 종류의 능력을 각성시킨다. 우리들은 어느 하나를 배우게 된다. 즉 그것이 우리들에게 가능한 것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희열이든가 절망이든가 어떠한 감정이든간에 그것을 아는 것이 강한 만족으로서 느껴지는 것이다. ―챨스 윌리암즈 이미지의 생산은 무의식의 어두침침한 속에서의 정신의 일반적 행위에 속한다. ―E.S.달라스 나에게 있어서 지각은 처음에 명료한 일정한 목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중에 형성되는 것이다, 나의 어느 음악적인 무우드(기분)가 우선한 다음에 시적 사상이 나에게 다가온다. ―쉴러 이미지의 발생, 진전, 설정은, 예를 들면 태양의 광선이 자연히 그에게 도달하여 ―그의 위에 빛나고 다음엔 냉정히 더구나 장려하게 기울어 가라앉아가며 그를 호화스러운 황혼 속에 혼자 남기는 현상에 흡사하다. ―J.키츠 우리들은 정신의 영역을 3중의 층으로 생각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더구나 그러한 경우 지질학의 ‘단층’에 비교할 수 있는 어느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지층은 비연속적이며 서로 불규칙한 단층을 나타나게 된다. 그와 매한가지로 자아의 감각적 의식은 본능적 충동과 직접 교섭을 갖게 되며, 그 ‘끓는 가마솥’에서 어떠한 원형적 형태 즉 예술작업의 기초가 되는 말, 이미지, 음 등의 본능적 짜임을 끄집어내게 되는 것이다. ―H.리드 나의 경우 시에 있어서는 많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시의 중심이 많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만든다’라는 말은 적당치 않은 말이지만, 나는 나의 이미지에 내 내부에서 정서의 여러 가지 배색을 물들여 놓고 그것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지적 비평적인 힘을 적용하여 그것이 또 다른 이미지를 낳게 한다. 그리곤 그 제2의 이미지를 제1의 그것과 모순시켜, 그 둘에서 난 제3의 이미지에서 제4의 모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그것들 모든 것을 나에게 주어진 형식적인 제한의 범위 내에서 서로 모순시킨다. 각각의 이미지는 그 속에 스스로를 파괴하는 종자를 가지고 있다. 즉 나의 변증적 방법(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은 중심의 종자에서 성장하는 많은 이미지의 끊임없는 건설과 파괴며, 그 중심의 종자도 그 자신으로 파괴적인 동시에 건설적인 것이다.……나의 시의 생명은 중심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 속에서 나와, 그리고 죽지 않으면 안된다. 나의 이미지의 건설은 창조와 재창조와 파괴와 모순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이미지의 어쩔 수 없는 충돌에서 (아무리 해도 피할 수 없는 충돌에서)―아무리 해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자극을 주는 중심 즉, 충돌의 모태가 창조와, 재창조와, 파괴와, 모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나는 시라는 순간적 평화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딜런 토마스 이미지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자신으론 시인의 특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가 독자적인 본능의 증거가 되는 것은 훌륭한 정열, 또는 그 정열로 잠깨워진 일련의 사상 혹은 이미지 여하에 따라 시 그 자체가 변할 만큼 그 중요성을 가지고 있을 때 뿐이다. ―코울리지 추상적 관념에 대립하는 감각적 이미지를 너무나 주장하는 나머지…… 결과는 회화에 의한 시로 되어버렸다. 다시 말하면, 때로는 그림이 전부가 되어버려, 일반적 경험에 아무런 관계가 없어져 버렸다. 이것은 존재와 의미와를 분리시키는 잘못의 제일보였던 것이다. ―로버트 히리아 상상된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시적 몽상이라는 몽상의 절대를 인식한다. ―바슐라르 실제로 물질적 상상력은 문화적 이미지와 실체를 합체시키는 유일한 매개체이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모든 삶을 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바슐라르 상상력 그 자신은 기억의 작용이므로 기억이 시의 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 진실한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전에 경험한 것을 기억하며, 그것을 어느 다른 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스펜서 추상적인 것의 구체화를 추구하는 것은 시인으로서의 내 방법은 아니다. 나는 내 자신 속에 감동 ―감각적으로 생생한, 사랑스러운, 다채로운 여러가지의 감동 ―을 기민한 상상력의 에너지로서 받았던 것이다. ―괴테 이성이라는 것은, 기지(旣知)의 사물을 질서있게 정리하는 작용이며 상상력이라는 것은 사물의 개개, 혹은 전체로서의 가치를 지각하는 작용이다. ―C.V코노리 상상력이야말로 도덕적 선(善)의 훌륭한 방편이다. ―셸리 상상력이라는 것은 죽어 가는 정열을 되살리기 위하여 살(肉)을 잡아 두는 불사의 신을 말하는 것이다. ―J.키츠 모든 것에 앞서서 훨씬 중요한 것은 은유를 자기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은 다른 사람에게서 얻을 수 없는 천부의 은총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정밀하게 만들도록 하라. 그러면 자연 은유가 될 것이다. ―J.M.머리 은유는 현실을 살피며 경험을 질서짓게 하는 정신의 본질적이며 또한 필요한 행위와 같이 생각된다. ―J.M.머리 어떠한 번역이나, 은유나, 우의라도 극단적인 비유와는 전연 다른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은유를 바다나 파도에서 시작하여 불꽃이나 재로 끝내서는 안된다. 그것은 대단히 나쁜 모순이기 때문에. ―벤 존슨 은유를 깊이 추구하려면 건전한 의식의 세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J.M.머리 상징파의 상징은 언제나 자기만이 아는, 특별한 관념을 표현하기 위하여 시인이 독단적으로 쓰고 있는 ―즉, 그러한 관념의 일종의 투영인 것이다. ―에드문드 윌슨 상징주의의 상징의 실체는 제재에서 분리한 은유였었다.―왜냐하면 시에 있어서 어느 한 점을 넘으면 색채와 음은 그 자신을 위하여 즐거워할 수가 없을 뿐더러 이미지의 내용을 억측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에드몬드 윌슨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無言)이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랜 대형 메달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 자란 창턱의 소매자락에 닳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 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놓아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 기억을 하나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A.맥클리쉬 『詩法』 나의 시의 장부(帳簿)는 어디에 있는가 이 나의… 종이도 없고 펜도 없고 시도 없이 나는 무(無)앞에 있다. ―R.끄노오 『詩法을 위하여』  
179    베를렌 시모음 댓글:  조회:1564  추천:0  2017-05-05
베를렌  1844~1896     프랑스 상징파의 시인   공병장교의 아들로 로렌 주에서 태어났다. 파리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부  에서 공부하였으나 중퇴하고, 20세에 보험회사에서 일하다가, 파리 시청의 서기로 근무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25세에는 18세기 프랑스의 우아하고 향락적인 꿈과 우수에 찬 풍속과 정경을 노래한 시집 [사랑의축제]를,   다음 해에는 '고운 노래들'을 내어, 자유롭고 대담한 율동적인 시형으로, 환상적이고 암시적.환기적인 그의 독특한 시풍을 확립.   시인 랭보와의 연애끝에 권총으로 그를 쏘아 2년간 옥중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의 시풍은 낭만파나 고답파의 외면적이고 비개성적  인 시로부터 탈피하여 음악을 중시하고 다  채로운 기교를 구사하였다.   주요 시집: 우수시집(Poemes saturniens)1866,            사랑의 축제(Les Fetes galantes)1869,            고운노래(La Bonne Chanson)1870,            말없는연가(Romances sans paroles)1874,            예지(Sagesse)1881,            사랑(Amour)1888,            평행으로(Parallelement)1889 등.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거리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이 설레임은 무엇일까?   대지에도 지붕에도 내리는 빗소리의 부드러움이여!   답답한 마음에   아, 비 내리는 노랫소리여! 1. 울적한 이 마음에 까닭도 없이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원한도 없는데?   이 이유없는 크나큰 슬픔은 무엇인가.   이건 진정 까닭 모르는 가장 괴로운 고통.   사랑도 없고 증오도 없는데   내 마음 한없이 괴로워라!         가을 노래                      가을 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이   가슴 속에 스며들어 마음 설레고 쓸쓸하여라.     때를 알리는 종소리에 답답하고 가슴 아파   지나간 날의 추억에 눈물 흘리어라.     그래서 나는 궂은 바람에 이 곳 저 곳   정처 없이 흘러 다니는 낙엽 같아라.       하늘은 지붕 위로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끝간 데 없이 늘어선 생울타리                          끝간 데 없이 늘어선 생울타리 거품 인 맑은 바다 같네.   그 위로 맑은 안개, 향긋한 햇장과 내음 풍기고.     날렵한 망아지들이 와서 뛰놀며 흩어지는   부드러운 초원, 그 위로 가볍게 보이는 나무들과 풍차들.     일요일의 이 허허한 벌판 속에 다 큰 양떼들도   장난치며 놀겠다네, 저들의 흰 양모같이 부드러운.     그 위로 젖빛 하늘 속에서 방금 피리 소리 같은 종소리의   파장이 소용돌리처럼 궁글며 퍼져 나갔다.       시집 '예지'중에서 '하늘은 지붕 위로'와 더불어 또 하나의 걸작으로 꼽힘       캄캄한 깊은 잠이                              캄캄한 깊은 잠이 내 삶 위에 떨어지네.   잠자거라, 모든 희망아. 잠자거라, 모든 욕망아 !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선과 악의   기억마저 사라진다...... 오, 내 슬픈 이력아 !     나는 어느 지하실 허공속에서 어느 손에   흔들리는 요람. 침묵, 침묵 !       랭보를 권총으로 쏜 사건의 초심 판결 언도를 받은 날 절망속에서 쓴 시.     가르파르 오제의 노래                  부모님이 없는 나는 조용한 고아, 평온한 두 눈만 커다랗게 하고   큰 도시의 사람들에게 왔지요 ---- 하지만 그들은 날 영리한 놈이라고 안하더군요.     스무 살 때 사랑의 열이라는 새로운 혼란이 찾아와   여인들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 하지만 그녀들은 날 미남이라고 안하더군요.     조국도 없고 왕도 없지만, 그리고 용감하다고도 거의 할 수 없지만   난 전장에서 죽고 싶었지요 ---- 하지만 주검도 날 안 원하더군요.     그러니 난 너무 일찍 났나요, 너무 늦게 났나요? 이 세상에서 난 뭘 해야 하나요?   오, 내 괴로움은 깊답니다 ---- 여러분들 모두 이 가여운 가스파르 위해 기도드려 주십시오.       * '캄캄한 깊은 잠이'와 마찬가지로 초심 판결 언도후   쓴 이 시에서 베를렌느는 가련한 역사적 인물인   가르파르 오제에 자신을 비유.  
178    빅토르 위고 시모음 댓글:  조회:1842  추천:0  2017-05-05
①스텔라  그 밤에 나는 모래 밭에서 자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결에 꿈에서 깨인 나는 눈을 뜨고 새벽별을 바라보았다. 그 별은 하늘 깊숙한 곳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고운 흰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북풍은 소란을 떨고 달아났다. 빛나는 별빛은 구름을 솜털처럼 엷게 만들었다. 그것은 사객하고 호흡하는 빛이다. 물결이 부딪쳐 흐트러지는 암초 위에 조용함을 가져왔다. 마치 진주를 통해서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밤이었지만 어둠은 힘을 잃어가고 하늘은 거룩한 미소로 밝아졌다. 별빛은 비스듬히 기운 돛대 위를 은색으로 물들였다. 뱃몸은 아직 어둠 속에 있었지만 돛은 희었었다. 가파른 언덕 위에 갈매기 떼들이 앉아, 생각 깊은 모양으로 그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 섬광으로 만든 천국의 새처럼. 백성을 닮은 태양은 별을 향해 움직이고, 나지막이 물결소리를 내며 별이 빛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이 도망갈까 보아 겁내는 것 같았다. 공간을 메우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랑, 파란 풀잎들이 내 발밑에서 그 사랑에 겨워 파들 거리고 있었다. 새들이 둥우리에서 소근대고, 잠을 깬 꽃아가씨가 내게 말했다. 저 별은 내 누이라고. 어둠이 천천히 장막을 여는 동안 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앞에 서서 오는 별입니다. 사람들이 무덤 속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살아나는 별입니다. 나는 시내산 위를 밝혔고 타이제트산 위를 밝혔습니다. 돌을 던지듯이 하느님께서 불의의 면전에 던지시는 황금과 불로 빛은 조약돌입니다. 세상이 무너질 때 다시 살아나오는 별입니다. 백성이여! 나는 뜨거운 시입니다. 모세의 앞길을 비춰주었고 단테의 앞길을 비춰주었습니다. 사자같이 사나운 태양도 나를 좋아합니다. 내가 여기 왔습니다,파수꾼들이여, 탑 위에 올라가시오! 눈꺼플이여, 눈을 여시오, 동자여, 빛을 내시오. 대지여, 고랑을 파오, 생명이여, 외침을 들으시오, 잠자는 이여, 일어나시오! 나를 쫓아오는 자는 나를 이렇게 전초로 보낸 자는 바로 자연의 천사요. 빛의 거인이오니! ②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과수원에서 들려와요. 한없이 고요한 노래 목동의 노래. 바람이 지나가요, 떡갈나무 그늘 연못 어두운 거울에. 한없이 즐거운 노래 새들의 노래. 괴로워 말아요, 어떤 근심에도 우리 사랑할지니! 영원히! 가장 매혹적인 노래 사랑의 노래. ③꽃에 덮인 오월 꽃에 덮인 목장의 오월이 우리를 부르니, 이리 오오! 저 전원, 숲, 아양스런 그늘, 잔잔한 물가에 포근히 드리워진 달빛 신작로로 통하는 오솔길, 미풍과 봄과 끝없는 지평선 수줍고 즐거움에 겨운 이 땅덩이가 입술처럼 하늘의 옷자락 끝에 포개지는 지평선을 당신 마음속에 함뿍 끌어넣지 않으려오. 이리 오오! 겹겹의 막을 뚫고 땅 위에 내려진 마알간 별들의 시선이, 향기와 노래에 넘치는 나무가, 정년의 햇빛으로 뜨거워진 들의 입김이, 그리고 그늘과 태양이, 물결과 녹음이, 당신의 이마 위엔 아름다움을 당신의 마음속엔 사랑을 꽃 피게 하여 주리니! 탐스런 꽃송이처럼. ④모래언덕 위에서 하는 말 나의 인생이 햇불처럼 옴츠러 들어간 지금, 나의 임무가 끝난 지금, 애상과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샌가 무덤 앞에 이르게 된 지금, 그리고 마치 사라진 과거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날개를 펴던 저 하늘 속에서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어둠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지금, 어느 날인가 우리는 승리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만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지금, 슬픔을 안고 꿈에 취한 사람모양 몸을 구부린 체, 나는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산과 계곡, 그리고 끝없이 물결짓는 바다 저 위에서 욕심장이 북풍의 부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바람소리가 ,암초에 부딪치는 물결소리가, 익은 곡식단을 묶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내 생각 깊은 마음속 에서 비교해 본다. 나는 때때로 모래언덕 위 듬성듬성 난 풀 위에 몸을 던진체, 꼼짝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노라면 흉조를 띤 달이 떠올라와 꿈을 펴는 것이 보인다. 달은 높이 떠올라 가만스런 긴 빛을 던진다. 공간과 신비와 심연 위에, 광채를 발하는 달과 괴로움에 떠는 나, 우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사라진 내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 노곤한 눈동자 속에 젊은 날의 빛 한 오라기라도 남아 있는가? 모든 것이 달아난 걸까? 나는 외롭고 이젠 지쳤다. 대답없는 부름만을 하고 있구나. 바람아! 물결아! 그래 난 한가닥 입김과 같은 존재였단 말이냐? 아 슬프게도! 그래 난 한줄기 물결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냐? 사랑했던 그 어느 것도 다시 볼 수 없단 말이냐? 나의 마음속 깊숙이 저녁이 내린다. 대지야, 네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리웠구나, 그래 난 유령이고 넌 무덤이란 말인가? 인생과 사랑과 환희와 희망을 모두 살라 먹었을까? 막연히 기대를 건다. 그러다간 애원하는 마음이 되어 한줌이라도 혹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단지마다 기울여 본다. 추억이란 회한과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울음만을 밀어다 주는구나! 죽음, 너 인간의 문의 검은 빗장아, 너의 감촉이 이리도 차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씁쓰레한 바람이 일어오는걸, 물결이 붉게 주름지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여름은 웃고, 바닷가 모래밭에는 파아란 엉겅퀴꽃이 피어나는구나. ◈위고(Hugo, Victor 프랑스 시인 1802-1885) 낭만주의의 대가. 1822년에 처녀 시집을 발표한 뒤 한평생 시를 쓴 국민적 대시인. 희곡 '에르나니'를 공연하여 낭만주의의 승리를 가져왔고, 소설 , 등으로 시뿐 아니라 소설, 희곡등에서도 성공을 거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조류의 거장. 풍부한 상상력과 완벽한 문체의 기교, 무궁한 정력, 끊임없는 창작열속에서 눈부신 많은 작품을 쏟아놓았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된 유형지 Jersey에서 고독과 번민, 사랑하는 아들의 뜻아닌 죽음은 그의 천재성을 더 깊고 넓게 열어 주었습니다. 시집: Odes et Ballades (1826-1828), Les Orientales (1829), Les Feuilles d'automne(1831), Les Rayons et les ombres (1840), Les Chatiments (1853), La Legende des Siecles (1859-1883) 등.....  
177    랭보 시모음 댓글:  조회:5973  추천:0  2017-05-05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 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나의 방랑생활 (MA BOHEME) 랭보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나는 하늘 아래 ㅇ나아갔고, 시의 여신이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었지.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내 주막은 큰곰자리에 있었 고.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하여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살랑거림에 귀기울였지, 그 멋진 구월 저녁나절에, 이슬 방울을 원기 돋구는 술처럼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한발을 가슴에 가까이 올린 채, 터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기면서! 취한 배 A.랭보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이젠 선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형형색색 말뚝에 발가벗긴 채 못박아놓고서 인디언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플라망드르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의 선원들과 더불어 그 소동이 끝나자 강물은 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날 버려두었지. 격렬한 밀물 요동속에 밀리며 어느 겨울 아이들 머리보다도 더 귀멀었던 나, 나는 헤쳐나갔지. 그리고 출범한 반도들은 그보다 더 기승하는 소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 해상에서 잠깨는 날 축성했고 콜크마개 보다 더 가벼이 떠돌며, 영원한 희생자들의 흔들배라고 불리우는 물결출렁이는 대로 난 춤추었네. 회한 없이 열날 밤을, 초롱불들의 흐리멍텅한 눈! 어린 애들에게보다 더 부드럽게 내 전나무 선체에 스며들고 청포도주 얼룩들과 토해낸 찌꺼기들이 키와 갈고리 닻에 흩어지며 날 씻었네. 이제 그때부터 초록 창공을 탐식하는, 젖빛의, 별들이 잠긴, 바다의 시 속에서 난 헤엄쳤네. 거기엔 해쓱하고 넋 잃은 부유물처럼 이따금 상념에 잠긴 익사체가 내리흐르고, 거기엔 갑자기 푸르스름한 색깔들 물들이며, 태양의 불그스름한 번득거림 아래에 느릿한 착란과 리듬, 알콜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리라보다도 더 드넓게 사랑의 씁쓸한 바알간 얼룩들 술렁이며 삭아가네!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난 알고 이다네,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았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의 배우들 모양의 길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 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힌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복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들의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들을! 내 여러 날 쫓아다녔지. 히스테릭한 암소떼 처럼 넘실넘실 암소들을 덮치는 큰 파도들.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라도 숨가쁘게 헐떡이는 대양을 억누르진 못했을 거야! 짐작하다시피 난 부딪쳤네, 엄청난 프로리다 주와, 꽃무리 속에 인간의 피부를 한 표범들 눈초리가 엉켜 잇었고 수레바퀴 테처럼 탱탱한 무지개들, 수평선 아래 바다의 청록색 양떼들과 어우러지고 있었지! 난 보았네, 어마어마한 늪들이 통발처럼 삭아가는 것을, 거기엔 골풀들 안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이 통째로 썩어가고! 바다의 고요한가운데에서 부서지는 물의 붕괴, 그리고 심연을 향해 카르릉거리는 원방의 물결들을! 빙하들, 은빛 태양들, 진주모빛 물결들, 잉걸불처럼 바알간 하늘들! 갈색 물구비 복판에 꼴사나운 좌초물들, 거기엔 빈대들이 할퀴어버린 거대한 뱀들 시커먼 냄새 풍기며 비틀린 나무들처럼 쓰러져가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 푸른 물결의 그 만새기들, 그 황금색 물고기들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꽃모양 물거품들이 항상 나의 출범을 어르고 형언할 수 없는 바람들은 시시각각 날개치듯 날 스쳤네. 이따금 극지와 지대들에 지친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낌으로 내 몸을 부드러이 흔들어대며 노란 통풍창 뚫린 그늘의 꽃들을 내게로 올려보내고 난 거기 쪼그리고 있었네, 무릎꿇고 거의 넋 잃은 채. 섬처럼 내 뱃전 위로 달라붙은 하소연을 뿌리치고, 금빛눈을 빈정거리는 새들의 똥무더기를 가르며 나는 떠내려갔네. 어렴풋이 날 스쳐간 혼백들 다시금 뒷전으로 잠잠히 가라앉더라! 해서 난, 길 잃은 배되어 머리카락 휘감기듯 폭풍에 말려 새도 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졋지. 모니토르 군함들도 한스 조합의 범선들도 물에 취한 내 몸뚱아리 건지지 못햇을 나: 자유로이 보랏빛 안개를 타고, 피어올라 불그스름한 하늘을 돌파할 나, 벽을 돌파하듯 훌륭한 시인들에 바치는 별미의 과일쨈처럼, 태양의 지의들이며 창공의 넝마들을 걸친 나, 반달 전구들 점점이 박혀, 미쳐 날뛰는 판자처럼, 검은 해마들 호송받으며 달음질치는 나, 군데군데 타오르는 구덩이 난 군청색 하늘을 7월들이 몽둥이 삿대질로 무너뜨릴 때, 50리 밖에서, 발정하는 배헤못과 어마어마한 말스트롬 돌풍이 우는 소리를 느끼며 전율하는 나, 푸르른 부동으로 영구히 실을 잣는 자, 나는 고대 흉벽들이 늘어선 유럽을 애석해하노라! 난 보았네, 항성의 군도들을! 그리고 열광하는 그곳 하늘 항해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들, -바로 이 끝없이 깊은 밤들 사이에 그대 잠들어 달아나는 건가 백만의 황금새들, 오 미래의 활력이여? 하지만, 정말이지, 난 너무나도 흐느껴 울었네! 여명들은 비통하고 달이 온통 잔혹하고 해는 온통 가혹하고, 쓰디쓴 사랑은 취기 어린 마비상태로 날 부풀렼ㅆ네. 오 나의 용골을 터뜨리라! 오 날 바다로 가도록 하라!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검고 차가운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더 잇는 곳. 오 물결들이여, 그대들 무기려함에 휩싸인 나, 이제는 목화짐꾼들로부터 그들의 자국 지울 수 없네, 깃발들과 불길들의 오만함 가로지를 수도 없네, 이제는 부교들의 험악한 눈들 아래에서 헤엄칠 수도 없네.     미셸과 크리스틴 (MICHEL ET CHISTINE) 랭보 빌어먹을 그때 만일 태양이 이 기슭을 떠난다면! 달아나라, 환한 홍수로다! 여기 길들의 그늘이 있다. 버드나무숲에서, 오랜된 앞뜰에서 뇌우는 우선 굵직한 물방울을 뿌린다. 오 백 마리의 어린양들아, 목가의 금발 병사들아, 수로들, 마른 히이드들아, 도망쳐라! 평원, 사막, 초원, 지평선이 뇌우의 붉은 화장을 돕고 있다! 검둥개야, 외투가 휘날리는 갈색 머리의 목자야, 탁월한 번개의 시간을 피하라. 금발의 무리야, 어둠과 유황이 떠다니니, 더 나은 은신처로 내려가도록 하라. 그러나 나는, 주여! 여기 내 성령이 날아온다. 얼어 버린 붉은 색 하늘 뒤에서, 흐르고 나는 천상의 구름들 아래, 철길처럼 긴 백 군데의 솔료뉴평원으로. 저기 많은 늑대들, 많은 야생의 씨앗들을, 이 종교적인 뇌우의 오후가 앗아간다. 메꽃들을 사랑하기는 하면서 많은 무리들 몰려올 옛 유럽 위로! 뒤에, 달빛이여! 황야 도처에서, 전사들이 얼굴은 붉고 이마는 하늘 향한채 자신들의 창백한 준마들을 천천히 몰고 간다! 이 당당한 무리 아래 조약돌들이 울린다! ----그리고 나는 볼 것이다 노란 숲을, 밝은 계곡 을, 파란 눈의 아내를, 붉은 이마의 남자를---- 오 갈리 아여,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밭 근처에서, 유월절의 하얀 양을, ---- 미셸과 크리스틴을, ----또한 그리스도를! ----목가의 끝. 모음 (VOYELLES) 랭보 검은 A, 흰E, 붉은I, 푸른U, 파란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 조개글,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임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자으이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의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프롤로그 태양은 아직 뜨거웠다. 그렇지만 이젠 거의 지상을 비추고 있지는 않았다. 흡사 거대한 둥근 천장 바로 앞에 촛대가 이젠 아주 가냘픈 미광으로 밖에 천장을 비출 뿐인 것처럼, 지상의 촛대인 태양은 자기가 불태우는 축제에서 그 최후의 가냘픈 미광을 내면서 꺼져가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지막 가냘픈 미광이긴 했으나 그래도 아직 나무들의 풀빛 잎과 시들기 시작한 작은 꽃들이며 수백 년의 연륜을 거친 소나무나 포플러나 떡갈나무 등의 거대한 나뭇가지가 있는 곳을 희미하게 분간할 수 잇을 정도는 되었다. 몸을 상쾌해지게 하는 바람, 즉 일진의 미풍이 내 발밑을 흐르는 냇물의 은빛 재잘거림과 똑같은 일관성의 살랑거림으로써 나뭇잎들을 흔들어 술렁대게 하고 있었다. 양치 덤불이 바람 앞에서 그들의 푸른 이마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냇물에 내 몸을 담그며 잠들어 있었고...... 2 나는 꿈을 꾸었다...................................................................나는 1503년 렝스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렝스는 그 당시로서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었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크로뷔스 왕의 성별식 때, 증인 역할을 했던 그 아름다운 대서당 덕택에 꽤 유명한 도시이긴 했다. 우리 부모는 그렇게 부유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주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부모로서는 예전부터 자기들에게 전해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에야 비로소 자기들의 소유가 된 한 채의 자그마한 집과, 또, 여태껏 여전히 절약을 거듭하면서 몇 루이씩인가 적립해가야 하는 몇천 프랑인가의 저금이 전재산인 것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친위대 사관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편이며 머리터이 검은, 턱수염도 눈도 살갗도 모두 엇비슷한 빛깔의 남자였다. 내가 태어났을 적엔 아직 겨우 48세나 50세 정도 밖에 되어 있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의 눈엔 틀림없이 60세나 58세 정도로는 보였을 게다. 그는 급하고 흥분하기 쉬운 성격이어서 노상 화를 내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참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아예 딴 판이었다. 상냥하고 조용한 여성인데, 조그마한 일에도 늘 겁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일은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잘 처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너무 조용한 사람이어서 아버지는 마치 젊은 아가씨 같다며 그녀를 놀려주기도 했었다. 나는 제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 형제들은 나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나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부한다는 것, 즉 일기쓰기며, 수판 따위를 배우는 일이 어지간히 싫었다. 그런데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거나 채소밭을 갈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하는 일은 썩 잘했다!.... 나느 그런 일을 좋아했던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거니와 어느 날 아버지는, 만일 네가 이 나눗셈을 잘 풀면 20수를 주겠노라고 말씀하시며 나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나는 하기 시작했으나 끝내 해내지 못했다. 아아! 아버지는 몇번이나 나에게 약속해주셨던 것일까. 만일 아버지한테 이러이러한 것을 읽어준다면 돈을 주마, 장난감을 주마, 과자를 주마. 언젠가 한번은 5프랑을 주겠노라고 까지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런 모양이었으므로 아버지는 내가 10세가 되자 학교에 넣어주셨다. 무엇 때문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왜 그리스어와 라틴어 등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런 것은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시험에 합격한다는 따위의 일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어떤 도움도 되지는 않는다. 그렇잖은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높은 지위 따위는 차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금리 생활이 시작되는 거야. 가령 높은 지위에 앉고 싶다고 생각한데도 대관절 무엇 때문에 라틴어를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누구 하나 그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니야. 나도 어쩌다 한두 번쯤은 신문에서 라틴어를 보게 되는 수는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나는 신문기자 따위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왜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는 것일까? 확실히 파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파리의 위도 가 어떠냐 하는 것 따위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역사도 그렇다 시날도니 나보폴라사르니 다리우스니 퀴로스니 아렉산드로스니, 그밖에 그 악마 같은 이름으로 유명한 자들의 생활에 관해 배우다니 그건 어지간히 고역이 아니겠는가? 알렉산드르가 옛날의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것 따위가 나한테, 이 나한테 무슨 관계가 있는까? 대관절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모름지기 라틴어라는 건 조작해낸 말인 것이다. 혹시 라틴인이라는 녀석이 존재해 있었을지라도 내가 금리생활자가 되는 것으 방해해주지 앟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의 말은 그 녀석들만의 말로 해두어주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이러 고역을 치러야 할 어떤 나쁜 일을 내가 그런 녀석들에게 했다는 말인가? 다음은 그리스어 이다. 이런 지저분한 말 따위는 누구 하나, 이 세상의 누구 한 사람도 지껄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 아! 정말 지랄같다! 지랄 같은 짓이다! 나는, 나는 금리생활자가 되는 거야. 벤치에 앉아 반바지가 닳아버리게 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정말 지랄 같은 짓이란 말이다! 구두닦이가 되기 위해 구두닦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고작 시험에 합격하는 게 좋아. 자네들에게도 허용되어 있는 직업이라는 건 구두닦이나, 돼지치기나, 소치기나 그 정도의 일일테지.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런 일은 면하겠네. 젠장 정말 지랄 같네! 자네들은 그렇게 해서 노력한 보상으로 뺨을 손바닥으로 철썩 얻어맞게 되는 거야. 자네들은 짐승 같은 놈이락 불리거나, 이건 진짜는 아니지만 개구쟁이니 하고 불리거나 하는 것이다. 이 계속은 다음 호에 기대해 주기 바란다. 아아! 지랄 같단 말이야! 1864년 랭보의 숙제장..   오필리어 A.랭보 1 별빛이 사라졌다가 비쳐지는, 어둡고 고요한 물결 위에 하얀 오필리어는 한송이 흰 백합꽃처럼 떠내려가는구나. 긴 장옷과 더불어 지극히 고요히 흘러가는구나. -아득히 먼, 깊은 숲속에서 들려오는 사슴 쫓는 몰이꾼의 각적소리. 가엾은 오필리어의 어렴풋한 환상이 어두운 강물줄기를 떠돌아다닌지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그녀의 애처로운 광란이, 저녁 바람을 타고 그 연가를 속삭인지 어언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바람은 그녀의 젖가슴에 입맞추고, 물결따라 부드럽게 흔들면, 그녀의 엷은 면사는 크게, 화관처럼 휘날리었노라. 헝클어진 버들가지들은 그녀의 어깨 근처에서 흐느끼고, 그녀가 꿈꾸는 넓은 이마는, 갈대줄기를 기울어지게 하였노라. 짓눌린 수련은 그녀의 몸 둘레에서 탄식하고, 이따금 작은 날개의 떨림을 전하면서, 개암나무 속 둥우리에 잠자는 것을 그녀의 흘러가는 몸이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노라. -금빛 별들로부터 쏟아져내리는 신비로운 노래여. 2 오, 창백한 오필리어여, 흰눈처럼 아름답구나! 어린 아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대는 물줄기에 운반되어 죽었었노라! 노르웨이의 거봉에서 불어닥치는 한풍 -아주 낮게 내려와서, 처절한 자유를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노라. 그대의 머리칼을 온통 매질하고, 꿈꾸는 그대의 마음을, 격렬한 소음으로 가득 채웠던 숨결이었다. 나무들의 통곡, 밤의 탄식 속에서 그대는 대자연의 절규를 들었으리라. 거대한 헐떡임과도 같은 바다의 소리는, 그대의 어린 가슴에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따뜻하게 생각되었노라. 사월 어느 날 아침, 얼굴이 맑고 창백한 한 사람의 기사, 어리석은 광인은 그대의 무릎 위에 말없이 앉았도다. 하늘이여, 사랑이여, 자유여, 아 가엾은 광녀여, 이 꿈은 어쩐 일인가 불에 녹아버리는 눈처럼, 그대는 그에게 마음까지 떠맡겨버렸노라. 그대의 커다란 환상이, 그대의 말을 질식시켜버렸도다. 그리하여 두려운 무한은 그대의 푸른 눈을 놀라게 하였으리라. 3 -시인은 지금도 말하노라. 별빛속에서 그대는 지금도 밤이 되면, 그대가 지난날 꺾었던 꽃을 찾으로 왔노라고, 또한 긴 장옷과 더불어 물을 침상 삼고, 백색의 오필리어가, 커다란 백합꽃처럼 물결 위에 흘러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왔노라고,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비너스에 바치는 기원 A. 랭보 아이네아스 자손들의 어머니여,오오! 신들의 기쁨의 원천이여! 하늘이여, 유성 아래 있는 인간들의 환희여, 비너스여, 그대는 모든것을 가득하게 하는구나. 범선이 지나가는 물결과, 토양이, 숨쉬고 싹이트고, 솟아나며, 빛나는 태양을 보는 모든 존재를 그대에 의해 풍요하게 되는 구나. 그대 나타나니..... 바람과 어두운 구름이 빛나는 그대 이마를 보고 사라지는구나. 대양은 그대에게 미소짓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풍요한 대지는 그대 발 아래서 우아한 꽃들을 펼치고, 빛은 푸른 하늘 아래서 더 순수하게 빛나는구나! 4월이 와서 혈기로 부풀어오르자마자 달콤한 애정을 모두에게 금방 갖게 하네. 미풍의 숨결은 자신의 감옥을 강요하며 조류는 그대 계절을 알린다. 즐거움을 주는 새는 그대 사랑의 권능을 받는구나. 오오, 사랑의 여신이여! 야생의 짐승을 짙은 풀섶으로 뛰어가고 헤엄쳐서 물결을 가는구나, 그리고 그대의 속박된 은총으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그대를 뒤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구나! 바다, 개울, 산 등지로 가득한 숲 녹색 평원을 통해 모든 이의 가슴에 정답고 깊은 사랑을 부어넣는 것이 바로 그대이구나. 귿르의 피를 대대로 퍼뜨릴 협로여! 세계는 오직 그대 사랑의 권세만을 알고 있구나! 비너스 신이여! 빛을 향해 일어서는 그대 없이는 아무거나 할 수 없을 텐데. 누구도 그대 없이는 숨쉴 수 없고, 사랑을 느낄 수 없도다! 내 작업에 그대의 숭고한 협력을 바라노니! 샤를르빌 중학교 통학생 아르튀르 랭보 1869년   교회에 모인 가난한 사람들 A. 랭보 사람들이 토해내는 후덥지근한 숨결로 그득한 교회당 한쪽 구석에서, 늘어선 떡갈나무 의자 사이에 꽉 들어찬 사람들의 눈은, 소리높이 경건한 찬미가를 부르는 성가합창대와, 본전에서 넘쳐흐르는 노랫소리로 향한다. 빵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개걸스럽게, 양초 냄새를 맡으며, 지극히 만족하여, 두들겨 맞은 개처럼 온순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자이며 영주이신, 신 앞에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일주일의 6일간, 괴로운 삶을 신으로부터 허락받고 있었건만, 일요일이면 걸상에 광택을 내기 위하여 찾아드는 기특한 여인들, 헐어빠진 외투 속에서, 필사적으로 울면서 악을 쓰는, 사나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여인들. 더러운 때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수프를 훌쩍훌쩍 떠먹고 있는 야비한 여인은, 기도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기도따위는 아랑곳없이 이상한 모자를 쓰고 의기양양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의 일단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문밖에서는, 추위와 굶주림뿐 그리고 술주정꾼. 아무튼 한 시간만 더 지나면 언어도단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칠거다. -그동안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이야기로, 콧소리로 투덜거린다. 주름살이 축 늘어진 노파들의 집단. 불안하고 조심스런 자들이었다. 어제는 거리에서, 누구나 피해서 지나갔던 간질병자들이었다. 너덜너덜한 낡은 미사 전집에 코를 비스듬히 갖다대고,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개에게 이끌려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맹인들. 온통 이런 패거리들이, 얼빠진 구걸가락을 붙여서, 긴 탄식을 토로하며, 거듭 호소해보지만,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드어오는 노란 햇빛을 받아, 아주 높은 곳에서, 아귀같은 깡마른 자에게나 배불뚝이에게나 아랑곳없이. 예수는 꿈꾸듯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계신다. 곰팡내나는 의류랑, 음식 냄새가 미치지 않는 먼 곳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작과, 침울한 소극을 행하고 있다. 기도는 어마어마한 미사여구 장중한 격조가 주위에 신비로운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당에 햇살이 엷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속된 면포의 주름을 달고, 귀족마을의 품위있는 부인들은 들떠서, -아, 예수시여. 미식가이며, 항상 간장에 탈이 나 있는 그 부인들이 상아빛 우아한손가락으로 성수반을 살짝 건드리는 것이었다. 1871년   태양과 육체                     A.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체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 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아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 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르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 싶다!-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우너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가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교수형에 처해진 무도회/Bal des pendus                                A.랭보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춤을 춘다. 춤을 춘다. 깡마른 사나운 무사들과 사라딘의 해골도 춤을 춘다. 벨제브즈 님께서는, 깃장식으로부터, 하늘을 향해서 거들먹거리는 얼굴을 하고, 꼭두각시 인형을 꺼내서 헌 신발의 밑창에다 그놈들의 이마를 두둘기고 나서는, 옛날 크리스마스 노래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하였노라. 늘어진 인형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팔과 팔을 끼고, 일찍이 그 어느 곳 껴안았던 검은 오르겐과 같은 텅 빈 가슴은, 비열한 정사 때문에, 언제까지나 충격 받았다네. 만세! 쾌활한 무용수들은 배가 없구나. 뛰어다니는 것은 멋대로 하겠지만 익살무대는 너무 길구나! 잠깐! 그것은 싸움인지, 아니면 춤인지 알 수가 없구나! 벨제브즈도 화가 나서 바이올린을 긁어 댔노라. 단단한 뒷축이군! 샌들이 닳아버릴 염려는 마시라! 모든 사람이 가죽 셔츠를 벗어던졌다. 남은 자는 조금은 덜 성가스럽고, 몰염치한 자는 아닌가 보다. 두개골 위에 내려 쌓이는 눈의 모자. 멈춘 까마귀가 좋은 깃털 장식을 금이 간 머리에 했다. 그놈의 깡마른 턱 밑에서, 고기 한 조각이 떨리고 있구나. 어둠 속 마구 뒤섞인, 거치를 뼈의 용사들은 두터운 종이 갑옷과 사물의 도구들로 서로 충?했었노라. 만세! 해골들의 대무도회에서 불어닥친 북풍, 검은 교수대는 철로 만든 오르겐처럼 신음소리를 내는구나! 그 소리에 응답하여, 자색의 숲에서는 늑대들이 울어대고, 지평선의 하늘을 지옥의 불빛으로 물드는구나... -저기 음침한 장의사 대장일랑 떨쳐 버려라. 그놈은, 음험하게도, 갈라진 굵은 손가락으로 메마른 조골 근처에서 사라으이 염주를 굴리고 있었으리니, 망자들이여! 여기는 수도원이 아니라오. 죽음이 무도회의 한가운데로, 빨갛게 타오른 밤하늘 속으로 터무니 없이 커다란 해골이 갑자기 출현하였노라. 있지도 않는 팽팽한 교수형 밧줄을 목덜미에 느끼면서, 뒷발로 일어서는 준마에 채찍질하며, 도약함으로써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삐걱거리는 대퇴골 위에, 손가락들을 경련시키고,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검은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악마의 깡마른 무사들이 사라딘의 해골들도 춤을 춘다. -1870년 11월   물에서 태어난 비너스/Venus Anadyomene A.랭보 양철로 만든 녹색 관 처럼, 낡은 욕조로부터, 머리 기름으로 찰싹 달라 붙은 갈색 머리칼의 여자의 머리 하나가, 얼빠진듯이, 느릿느릿 나타났다. 아예 위장해보겠다는 것은 잊고, 결점을 드러낸 채. 다음으로 거무칙칙한 굵은 목, 크게 돌출한 어깨뼈, 울퉁불퉁한 짤막한 허리. 피하지방은 잎사귀 같기도 하고, 허리 둘레는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듯하구나. 척추는 약간 불그스레하고 전체의 모습은 기묘학 멋을 띠우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대경으로 바라보고 싶을만큼, 야릇함이 눈에 뛴다. 허리부분에, 두 개의 단어가 새겨져 있다. '빛나는 비너스' -이윽고 이 육혼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커다란 엉덩이를 내밀면 항문의 종기까지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엉덩이는.../Nos fesses ne sont pas les leurs.. A.랭보 우리들의 엉덩이는 그녀들의 엉덩이와는 다르다. 종종 나는 여기저기의 울타리 뒤에서 단추를 벗기는 자들을 보았던 것이다. 도 아이들이 수선을 떨며 뛰놀고 있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싶어 나는 소상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이쪽이 탄력이 있고 대개는 빛깔도 창백하며, 선명한 양면 선명한 양면 분계부를 갖추고 있다. 그걸 털이 센 울짱이 온통 뒤덮고 있다. 그런데 그녀 쪽은 더부룩하게 밀생한 긴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 매력이 넘치는 줄무늬 속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불가사의한 조화는 바로 성화에 그려져 있는 천사들에게만 볼 수 있는 종류의 것. 그것은 미소지을 때 보조개가 생기는, 그 뺨의 모양 같은 것. 오오! 같은 벌거숭이 생물이 되어 그녀의 영광스런 부분에 이마를 돌려 기쁨과 휴식을 구하는가. 그리고 둘이 서로 껴안아 마음껏 환희의 목소리를 나직이 내는가?   나의 방랑(환타지)/Ma Boheme A.랭보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나는 떠났네. 나의 외투 또한 관념적일 뿐! 시신이여, 창궁 아래를 걸어가는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구나. 오!라,라, 내가 꿈꾸었던 것은 눈부신 사랑이였으니! 나의 단벌 바지에도 커다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작은 몽상가인 나는 길목마다 시를 썼노라. 나의 여인숙은 큰곰자리 -하늘의 별들은 다정한 옷깃스치는 소리를 사각사각 내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기울이고 있었다. 이 상쾌한 9월의 저녁, 나의 이마 위에서 미주인양 밤이슬의 방울을 또한 느끼고 있었노라. 환상적인 암영들의 한가운데서 운을 밟으면서 나는 가슴 가까이까지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나의 너덜너덜한 신발의 고무끈을 마치 리라 타듯이 켜고 있었노라!   갈증의 희극/Comedie di la soif A. 랭보 1. 조상들 우리는 어버이 또 그 어버이다. 또 그 어버이들! 달님과 풀잎의 차가운 이슬에 젖어 정성 깃들인 이 포도주 거짓없이 이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야 마시는 일이지. 나.-그렇지 않다. 야만적 강물에 빠지는 일이지. 우리는 이 고장 토박이고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버드나무 그늘의 어두운 물 저걸 보라. 미끄럽고 축축한 성벽을 둘러싼 도랑을. 우리들의 지하 창고에 내려가 봐 젖과 사과주는 뒤로 돌린다. 나.-그럼 소들이 거기서 물 마시러 가는 것 처럼 우리는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자, 마시게 어서 마셔. 천장의 술들을, 흔하게 볼 수 없는 커피차들이 주전자 속에서 끓고 있다. -그림을 보라, 꽃을 보라. 우리도 무덤이 싫어졌다. 나.-아아, 어느 항아리든지 죄다 비워버리고 싶구나. 2. 혼 영원한 물의 요정이여. 맛 좋은 물을 나누어 주라. 창공의 누이 비너스여, 맑게 펼쳐지는 물결을 치게 하라. 노르웨이의 방랑하는 유태인이여 눈의 이야기를 해다오. 사랑하는 옛 유형인이여 바다의 얘기를 해다오. 나.-안돼, 더 이상 청량음료도 컵에 피는 물의 꽃들도 전설도, 아름다운 모습도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다. 노래하는 이여! 그대의 영세 대자의 미칠 듯한 나의 목마름 절망하고 침식하는 입 없는 친밀한 칠두사 3. 친구들 바닷가에 넘치는 수많은 물결 오너라, 그것은 술이다. 보라. 천연의 비테르 술이 높은 산에서 굴러오는구나! 순례하는 현인들이여, 푸른 기둥마냥 줄을 서서 압생트 술을 받으시오. 나.-그런 풍경은 아무래도 좋다. 친구여, 대체 취한다는 건 어떤 일인가? 연못가에 가라 앉아 썩어가는 것이, 나에겐 어지간히 어울리니까, 더러운 진창 밑에 깔려 부목과 함꼐 떠 있는 것이 4.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깐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 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깐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5. 결론 들판 안에서 떨고 있는 푸른 비둘기도, 뛰어가 밤을 보는 짐승도 물에 사는 짐승도, 가축도 마지막 살아 남은 나비도!... 모두가 목말라 있었다. 그러나 목적도 없는 구름이 엷어져 용해하며 -오오! 상쾌하게 하는구나! 새벽 빛이 이 숲을 비추는 축축한 제비 꼬쳉서 숨져갈 수 있다면!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A.랭보 별은 네 귀 한가운데에 장미빛 눈물을 흘리고, 신은 네 목덜미에서 허리까지를 하얗게 쓰다듬었다. 바다는 너의 홍조 띤 젖무덤에 다갈색의 물을 흐릴고 사람은 그지없는 네 옆구리에다 검은 피를 쏟게 했다   자애로운 자매 A.랭보 빛나는 눈, 윤기 흐르는 갈색의 피부, 나신으로 우뚝 선, 아름다운 20세 젊은이. 교교한 달빛을 받은 수려한 이마. 그는 페르시아 태생의, 미지의 정령, 처녀와 같은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열렬히 추구하며, 처음으로 알았던 도취에 스스로를 떠맡겨버린 채, 다이아몬드의 반짝이는 바닥에 다시 밀려오는 청춘의 바다 여름 밤마다 통곡과도 닮아서, 이 세상의 추악함을 앞에 놓고, 이 젊은이는, 그의 마음속의 커다란 초조함에 몸을 떨면서, 너무도 깊고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가슴의 상처의 고뇌로 하여 자애로운 자매를 그리워하기 시작하였다. 아, 그러나, 여인이여, 장부의 한 덩어리여, 감미로운 연민이여, 그대는 결코, 결코, 자애로운 자매는 아니리라. 검은 시선도, 글김자진 부드러운 복부 조차도, 나긋나긋한 손가락도, 멋진 형태의 가슴도 아니리라. 이 커다란 눈동자에는 깨오날 수 없는 맹목, 우리들의 포옹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로다. 우리들을 사로잡는 크나큰 정열과 매혹을 잔잔히 달래보는 것도, 젖가슴을 드리운 너의 탓이로다. 그대의 증오, 그대의 실신상태, 그리고 쇠약상태, 옛날의 참고 참았던 포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밤마다, 밤마다 그대는 우리들에게 악의 없이 모든 일들을 저질렀도다. 매월의 지나친 많은 피흘림처럼. -애정과 생명의 부름과 행동의 노래 따위를 가지고, 여인이 한순간 젊은이를 감동시켰을 때, 열렬한 정의의 신도, 활기찬 시신도, 한데 어우러져서 엄숙한 신탁으로, 갈라놓고자 찾아오리라. 아, 쉴새없이 화려함과 정적이 뒤섞이고, 집념깊은 두 자매로부터 버림받고, 무기를 손에 들고, 예지를 따라 조용히 무언가 중얼거리면서, 꽃피는 자연 속에서 젊은이는, 피에 물든 이마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노라. 음산한 연금술도, 신성한 학문의 비의도 모두, 상처입고, 우울한 이 거만한 지자를 혐오한다. 젊은이는 자신에게, 잔인한 고독이 걸어 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그리하여 그때, 모든 것은 아름답고, 관까지도 혐오스럽지 않았도다. 젊은이는 광막한 미지의 이 세상의 종말과, '진리'의 밤을 통과하는 엄청나게 큰 '꿈'과 혹은 또 '산책'을 곰곰히 생각하였도다. 그리하여 그의 영혼과 병든 육신을 그대로 찾아 원하는 도다. 오, 진정 이상야릇한 죽음이여, 오 진정 자애로운 자매여. 1871년 6월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자 A.랭보 크나큰 산등성이로부터 해가 비치면, 여기 푸른 풀이 우거진 작은 골짜기의 움푹 패인 땅에는, 한줄기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고, 은빛 아지랑이는 남루한 풀섶 위에 미친듯이 헝클어지니, 작은 골짜기는 햇살로 넘치는구나. 젊디 젊은 한 병사가, 입을 헤벌리고, 맨머리로, 시원한 푸르른 쐐기풀 속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구나. 구름이 떠가는 풀밭 위 햇살 쏟아지는 녹색의 침상 위에 누워, 창백하구나. 두 발은, 수선창포 속에 박고, 병든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구나. 다정한 자연이여, 녀석은 추운 듯하니, 따뜻이 잠재워주라. 온갖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건만, 콧구멍은 움짓도 하지 않고 한쪽 팔을 가슴 위에 얹은 채, 이 적막함이여, 그의 바른 쪽 배에는 붉은 상처 구멍이 두개.   나의 작은 연인들 A.랭보 눈물의 증류 향수는 카베츠빛 녹색의 하늘을 씻는다. 그대들의 고무와도 같은 탄력을 그리워하는 새싹이 돋운 나무 아래서,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와 장화를 서로 붇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그무렵, 우리들은 서로 사랑했었노라. 창백한 얼굴의 못생긴 처녀여. 반숙의 삶은 계란과 별꽃의 잎을 먹었다오. 어느날 밤, 그대는 나를 시인이라 빈정대며 말했던 금발의 못생긴 처녀여 이리 내려오렴 나의 무릎 위에서, 두둘겨줄터이니 나는 그대의 머릿기름을 입에서 토해낸다. 검은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는 나의 만도린 줄을 앞이마로 끊어버렸을지도 모르리라. 돼 메말라버린 두 사람의 침. 빨강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의 둥근 가슴의 골짜기의 악취가 아직도 괴롭히는구나. 아, 나의 어린 연인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미워하노라. 그대들의 못생긴 유방을 고뇌의 숨결로 뒤덮어버려라! 나의 감상의 해묵은 항아리일랑 짓밟아버려라! 자!-이 순간 나를 위하여 무희가 되어다오! 그대들의 견골은 탈구한다. 오, 나의 연인들이여! 다리를 절름거렸던 그대의 허리의 별도, 함께 궤도를 선회하라. 내가 시를 만들었던 것도 이 양의 어깨뼈들을 위해서 였던가! 나는 일찍이 사랑했었노라고 말하면서, 그대들의 허리를 부셔버리고 싶었는니라! 잘못 쓴 별들의, 따분한 무리여 하늘 구석구석까지 가득히 뿌려놓으라! -천박스런 배려에서 끌려갔건ㅁ나, 그대들은 산산이 흩어져서 신이 되도록 하라!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여 장화를 서로 부딪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어리석은 일들 / Conneries   Ⅰ. 젊은 폭음 폭식가 / Jeune goinfre   줄무늬가 있는 모자 음경은 상아로 만들어지고,   의상은 칠흑, 폴(Paul)은 노린다. 찬장을.   혀 모양의 것을 배 모양의 것에로 던진다.   자아, 시작된다. 마법의 막대기와 들뜬 소동이.   A. R.     Ⅱ. 파리 / Paris   알 고디요, 강비에, 가로포, 볼프- 프레이에르, -오오, 로비네! - 무니에, -오오, 그리스도! - 르페르드리엘!   캉크, 자콥, 봉보네르! 베이오, 트로망 오지에 지르, 망데스, 마뉘엘, 기드 고냉! - 갖가지 은총을   담은 바구니여! 레리세(L'Herisse) 유성 왁스! 낡은 빵, 정력이 넘치는!   장님들! - 그로부터는 누가 알까? - 순경들, 자가용의 양갱수! - 우리는 기독교도여야 한다!   A. R.     Ⅲ. 술취한 마부 / Cocher ivre   불결한 사내가 마신다. 나전이 본다.   용서하지 않는 율법 합승마차가 전복한다!   여자가 굴러 떨어진다.   허리에서   피가 나온다. - 자아, 고함치라! 불평을 터뜨리라.   A.R.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陳列窓)의 불타는 눈에는... / Les soirs d'ete...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의 불타는 눈에 응시되어 정기(精氣)가 어스름한 울타리 밑에서 겁에 질려 떨 때, 키다리 마로니에 뿌리에서 흩어져 펼쳐질 때,   운집한 사람들 속에서, 쾌활한 사람이나 나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 짧은 파이프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시가에 입맞춤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내가 어슬렁 잘못 들어선, 절반이 돌로 되어 있는 협소한 정자에서, - 그 위 쪽에서는 이브레드 Ibled의 광고가 붉게 빛나고 있다. - 나는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윽고 겨울이 인간의 물결을 가라앉히면서, 소리내어 흐르는 깨끗한 가는 물줄기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 그리고 살을 에는 북풍이 행복한 영감 하나 남겨 두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프랑소와 코페 A. 랭보 저주받은 소천사 A.랭보 흡사 일요일 밤인 듯 푸르스름한 지붕과 흰 문어귀가 이어져 있다. 변두리엔 소리 하나 없이 이 희뿌옇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다. 에는 이상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 천창을 '천사'같은 덧문이 뒤덮고 있다. 그런데 마차를 피하기 위한 경계석 쪽으로 저걸 좀 봐. 기분 나쁜 듯이 몸을 후들후들 떨면서 뛰어 달려오는군. 검은 못브의 소천사가 비틀거리는 발로 걸어간다. 대추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 것이다. 천사는 똥을 쌌다. 그리고 사라져 갔다. 그런데 그가 남긴 저주스러운 똥은 휴게중인 거룩한 달빛 아래서는 검붉은 피가, 작은 오수 구덩이를 만든 것같이 보일 뿐이다.   이를 잡는 여인들   불긋불긋한 고통으로 가득한 아이의 이마가 불분명한 꿈들을 꾸며 기어다니는 하얀무리를 고통스러워 할때면, 아이의 침대 곁으로 매력적인 두누이가 다가온다. 반짝이는 손톱에 여린 손가락들을 하고, 그녀들은 활짝 열린 십자형 창앞, 어지러히 핀 꽃들을 어루만지는 푸른 대기가 스며드는 곳에 아이를 앉히고, 이슬에 젖는 숱 많은 머리카락 속을 가느다란, 무섭고도 매혹적인 손가락으로 훑어나간다. 아이는 누이들의 조심스러운 숨결을 진홍빛 수액의 향기를 길게 풍기며, 입맞춤의 욕망으로 입술에 침을 축일때 간간이 휘파람 같은 소리에 끊어지는 숨결을. 향기로운 침묵속에서 아이가 누이들의 검은 속눈썹이 떠는 소리를 들으며, 얼얼히 무감각해 있는 동안에, 전기를 띤 부드러운 손가락들은 당당한 손톱으로 튀서 작은 이들을 죽인다. 의 취기가 아이의 머리에 올라 알아들을 수 없는 하모니커 한숨이 새어나오고, 아이는 느린 애무의 손길에 따라 울고픈 마음이 줄곧 일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어린 학생의 꿈 A.랭보 때는 봄이었다. 로마에서는 오르비우스가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상에 누워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무렵이었노라. 인정 사정 없는 교장의 무기도 이젠 반쯤 느슨해져서, 찰싹 때리는 그 울림도 이젠 내 귀에 들리지 않노라. 징벌의 가죽 주걱도 줄곧 고통을 받을 내 손발을 더 괴롭히는 일은 없게 되었노라. 나는 이 기회를 포착하여 화사하게 웃을 수 잇는 전원에 도착했노라. 일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노라..... 공부는 이미 멀어지고 걱정거리도 없어 졌으니, 부드러운 갖가지 유열은 지친 내 정신을 되살아나게 해주었노라. 내 마음은 말할 수 없는 충족감에 채워지고, 무미건조한 학교도, 또 매력없는 교사도 잊고 있었ㄴ롸. 나는 머나먼 들판을 바라보고, 봄의 대지의 한가로운 갖가지 기적을 바라보니 기쁨은 깊었노라. 이런 내가 찾은 건 전원의 소요 뿐은 아니었노라. 나의 작은 심장은 더더욱 높은 것을 바라는 갈망에 부풀어 있었노라. 어떤 거룩한 심령이 나의 앙양된 감관에 날개를 주었는데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내 눈은 관상에 짓눌려 침묵을 지킨 채 휘황한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노라. 내 가슴에 스며드는 것은 부드러운 전원에의 애석. 그것은 흡사 저 마그네시아 자석이, 남 모르는 힘으로써 끌어당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고랑이로써 소리도 없이 옭아매어놓지 않는 철의 고리와도 같이, 그러나 나는 정처 없는 긴 여로에 손발이 지쳐버렸으니, 어느 풀빛 강변에 드러누워 그 물줄기가 일 으키는 희미한 중얼거림을 듣는 중에 꾸벅꾸벅 졸았노라. 새소리의 즐거운 노래, 서풍의 숨결에 몸이 흔들리며 게으름에 잠겨 있었노라. 이때 유난히 하늘 높이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비둘기떼가 나타났도다. 그 흰무리는 비너스가 키프로스의 동산에서 따낸, 그 향그런 화관을 뿌리째 물고 있었노라. 비둘기떼는 조용히 날아 내려와 내가 드러누워 있는 잔디밭 위에 내려서서 내 주변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내 머리를 둘러싸고 내 두 손을 굵은 줄로 묶었도다. 그리하여 내 관자놀이를 향기 높은 도금양의 작은 나뭇가지로써 장식하고, 그런데 가볍게 주리 집 마냥 나를 공중에 납치해 가버렸노라.... 비둘기 떼는 높은 하늘의 꿈 사이를 날아가, 장미의 잎 덤불 속에 묻혀서 꾸벅꾸벅 줄곧 졸고 있는 나를 실어갔노라. 바람은, 그 숨결로써 천천히 흔들리는 내 잠자리를 애무했도다. 비둘기떼는 저들이 태어난 고향에 이르자, 곧 신속한 비상으로써, 높은 산기슭인 허공에 걸린 작은 둥우리를 틀림없이 내려섰을 것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이 깬 나를 그곳에 두고, 얼마 후 날아가 버렸다. 아아, 기분좋은 작은 새들의 동우리여! 반짝이는 티없는 빛은 내 어깨 둘레에 펼쳐지고, 내 몸은 그 거룩한 빛으로써 치장되었노라. 그 빛은 그림자가 섞이어서 우리들의 눈이 흐려지게 하는 종류의 암울한 빛과는 아예 다른 것이로다. 그 천상의 원질에는 지상의 빛이 한 가락도 없어라! 왠지는 모르되 천계의 신성함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어, 넘쳐오는 큰 물결이 흡사 몸 속을 흘러 도는 듯싶구나. 오래 가 있지도 않고 비둘기떼는 돌아왔노라. 부리마다에 하마의 떨리는 현을 켜며 즐긴 그 옛날의 아폴론이 쓰고 있었던 것과도 매우 흡사한, 월계수로 짜서 만든 관을 물고 있구나. 그런데 비둘기들이 그 월계수관을 내 이마에 씌우자 바로 그때, 천공이 나를 향해 열리어 깜짝 놀란 내 눈에, 홀연 황금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포이보스의 모습이 나타났도다. 포이보스는 그 거룩한 손으로 하프의 발목을 나에게 내밀며 내 머리에 천상의 불길로써 이렇게 적었도다. "그대는 언젠가 시인이 되리라"하고...... 그때 내 손발엔, 이상한 열기가 스며오지 않는가. 그리하여 해맑은 수저의 광휘를 담은 투명한 샘은 태양의 빛을 받아 불타오르는구나. 그때 비둘기떼도 조금 전까지의 모습을 버렸도다. 미신의 합창대가 나타나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그 부드러운 팔로 우리들을 안아 올려 우리들을 공중에로 떠받쳐주면서, 세 번이나 아까 그 예언을 되풀이하고, 세번이나 월계수관을 씌워주는 그나. 1868년 11월 6일   최초의 성체배령 A.랭보 1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마을의 사원에서, 기둥이 때를 묻혀 더럽히고 있는 15명의 원숭이 같은 어린아이들이 신에 대해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신발소리가 웅성거리는 야릇한 어둠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태양은 숲을 뚫고, 불규칙한 그림이 들어 있는 유리창 색유리의 낡은 색채를 다시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다. 돌은, 어머니인 대지를 항상 잊지 않는다. 그대들은 소맥의 무르익은 이삭 근처에서, 서로엉켜 있는 장미나무와, 뽕나무의 검은 관절 매듭이, 바라보는 눈동자도 푸릇푸릇 물들이게 되는 푸르른 관목에 뒤덮인 황토색 오솔길을 걸어가면서, 엄숙하게 몸을 떠는, 발정하는 시골에 흙투성이가 된 돌무더기의 산더미를 보게 되리라. 몇백 년 동안이나, 남빛 물과 응고된 우윳빛 벽도료를 가지고 사람은 멋진 헛간을 만들었다. 만일 성모상이나, 벌거벗겨진 그리스도 상을 안치하기에는 이상야릇한 신비스렁무이 모자란다고 할지라도, 파리는 그곳을 좋은 숙소나, 좋은 외양간으로 생각하고, 햇살이 내리쬐이는 마룻바닥 위의 흘러내린 밀랍을 배불리 먹었으리라. 특히, 어린아이는 얌전히 집에 있어야만 할 것이다. 가족은, 소박한 충고와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에 힘쓰고, 그리스도의 사제의 권세 있는 손가락에 닿아서, 그들의 몸이 간지로워지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선다. 그 사람들은 시커멓게 햇볕에 탄 이마를 더욱 햇볕에 태우고 싶은 탓인지. 관목숲으로 그늘진 정자를, 사제들에게 헌납해버렸노라. 최초의 흑의, 성스런 빵이 내려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 나폴레옹이나 '작은 북'의 치하에서, 요셉과 마르타 등이 끝없는 사랑으로 혓바닥을 숨차게 하는 금빛 찬란함이여, 그리고 이 지혜의 잘엔 두 장의 카드가, 인연이 있어 결합되어, 한 장이 된다는 날이로다. 단 한 번의 감미로운 추억, 대축하의 날로서 그 날은 두 사람에게 남으리라. 언제나 딸들은 교회에 가고 싶어 한다. 미사와 만도가 끝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이 아가씨와 저 아가씨들을 품평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 젊은이들은 주둔부대의 복장이 아주 세련되게 어울리는 사내들. 그들은 카페에 떼지어 당구를 하다가, 공을 홀에 넣으면서 거칠은 노래를 큰 목소리로 외쳐대지만, 중요한 집안일 따위는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때 사제님은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저녁기도에 할 말을 구상한다. 멀리서 콧소리로 들려오는 가득 찬 댄스곡을 듣노라면, 천상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혼을 빼앗아가는 다리의 발가락과, 한번 보기만 하면 눈을 뗄 수 없는 장딴지를 상상 속에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노라. -이윽고 밤은 찾아오리니, 금빛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로, 검은 해적선은 밧줄을 풀고 출항한다. 2 사제님은 교리문답 중에, 시내의 조합원과 부자들 사이에서, 가엾은 눈매를 가진, 누런 얼굴빛의 낯설은 한 처녀를 발견했다. "양친들은 아마도, 가난하고 정직한 문지기 부부였으리라. '대축제의 날'에, 교리문답 중에 발견했던 이마 위로, 신은 반드시 성수반으로부터 눈을 내리게 하시리라." 3 대축제의 날의 전날에, 아이는 병이 났도다. 불길한 웅성거림으로 가득 찬, 훨씬 더 드높은 사원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보다는 침대가 차라리 견딜 수 있었다. 다시 되돌아온 초인적인 추위로다.-"자, 나는 죽으련다" 그리하여 날아갈 듯이 그 아이는 당혹한 누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그리움이 있었노라. 누이는, 기진맥진하여, 동생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천사들과, 예수님과, 특히 성모 마리아를 곰곰히 생각하고, 그녀의 영혼은 고요히 모든 승리자들을 마셔버렸노라. 주여!...... 이 라틴어의 어미 가운데서는 녹색 물결무늬의 하늘이 주홍빛으로 성자들의 이마를 물들이고, 하늘의 성스런 군중들의 맑은 가슴에 피가 묻은 눈처럼 커다란 린넨천이 태양 위에 떨어진다. 현재와 미래의 처녀성을 위하여 그녀는 속죄의 상쾌한 맛을 씹는다. 그러나 물 속에 피어나는 백합보다도, 혹은 또 잼보다도, 그대의 용서는 차가웠노라. 오 시온의 여왕이여! 4 -그리하여, 책에 있어서의 성처녀는 아무런 소용없는 것이 되고 말았도다. 신비로운 비약도 이따금 좌절해버리는 일도 있나니...... 그 뒤에는 권태가 있을 따름이로다. 낡은 나무와 천박스러운 장식들이 상기시켜주는 것은, 하잘 것 없는 상상뿐이로다! 생각지 않았던 음탕한 호기심이, 예수님이 자신을 감추시는 린넨천이라든가, 천상의 속옷 둘레를 뜻하지 않게 알아차리게 되었으므로, 창백해진 순결한 마음은 소스라치게 놀라버린 것이리라. 그녀의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로움으로 하여금 산산이 부서지고, 천상의 은혜의 빛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도록 바라면서 숨 죽인 절규로 베개 위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군침이 흘렀다....... 그리하여 집과 뜰에는 밤의 어둠이 가득히 차고 넘쳤다. 여전히 어린아이는 중태 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따. 허리를 굽히고, 한손으로 푸른 커튼을 열어재치고, 시트 밑에 있는 불처럼 뜨거운 그의 배와 가슴이 있는 곳으로, 신선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내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5 한밤중이었다.- 문득 눈을 떴을 때, - 창은 희게 물들어 있었다. 환하게 비쳐진 커튼의 푸른 수면앞에서 맑디 맑은 성일요일의 환상에 마음은 사로잡혀, 그녀는 붉디 붉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녀는 코피를 흘렸다. 그리고 한결같이, 신의 은총이 사랑을 구하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그리고 깨끗하게 보전하면서, 그녀는 가슴을 들뜨게 하였는가 하면, 또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신이 계시는 하늘 아래서, 마음은 그렇게 깨달으면서, 그날 밤은 무척 목마른 밤이었노라. 밤새도록,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는, '성처녀-성모'인 그대여, 젊은 날의 마음의 모든 동요를, 그대의 회색의 침묵으로 압살해버리는 밤이었노라. 살아 있는 피가 통하는 여심은, 남모르게 무언의 반항을 몰아내는, 그날 밤의 그녀의 목마름은 얼마나 격렬한 것이었는가. 살아있는 제물과 작은 신부를 맞아들이고, 별은 손에 양초를 받쳐들고 안마당에 내려 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유령처럼 상의가 널려 있고, 검은 괴물처럼 지붕이 올려다보이는 안마당이었노라. 6 성스러운 밤을 그녀는 뒷간에서 보냈노라. 양초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지붕의 구멍에서, 흰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청동빛 어둠을 향해서, 무모할 정도로 포도 넝쿨은 이웃집 마당으로 뻗어나가서 무너지려 한다. 추녀밑 창은, 새벽녘의 주홍빛 광선이 창유리를 빛나게 하는 안마당에서는, 제일 먼저 밝아졌다. 잿물 냄새나는 포도의 빛은 아직 지난 밤의 잠을 넓히고 있는 벽의 그림자를 좁혀가면서 몰아넣고 있다. ....................................................... 7 불결한 연민과 나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는 누구인가? 혐오감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자, 나병이 이미, 그 아름다운 육체를 파먹어버린 다음에도, 신의 심은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 아, 터무니없는 바보들이여! ...................................................... 8 히스테리의 착란이 한꺼번에 되돌아왔을 때 그녀는, 행복에 겨운 슬픔 밑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괴로움을 간직한 채, 연인이, 백만인의 성모의 아름다움을 꿈꾸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으리라. "그대는 아시나요? 당신을 죽게 한 것을,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당신의 입술을 닫아준 것도. 당신의 마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나는 병이로다. 찰싹찰싹 차오르는 밤의 조수의 죽음으로 가서, 아, 나는 그 속에서 나를 잠들게 하고 싶구나!" "나는 매우 젊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나의 입김마저 더럽혀버렸습니다. 나의 목구멍 목젖 있는 데까지, 그는 더러움을 밀어넣고 말았습니다! 양모처럼 숱이 많은 나의 머리털 위에 그대는 입을 맞추어주셨습니다. 나는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당신에게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사나이들! 그대가 열애하고 있노라고 생각하는 여인이, 수치스런 공포의 의식 밑에서 스스로를, 가장 괴로움에 가득 찬, 가장 더럽혀진 것으로 생각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대에 대한 나의 열정이 모두 과실이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 "나의 최초의 성체배령은, 이것으로 훌륭히 끝났습니다. 그대의 입맞춤-게다가 나는 꿈에도 알 수 없었던 당신의 입술의 맛. 그대가 포옹해 주었던 나의 육체와 마음은, 아직도, 예수의 그 부패했던 입맞춤으로 하여 근질거리고 있습니다!" 9 그리하여, 부패하고, 황폐한 영혼은, 신들의 저주가 쏟아져내리는 것을 느꼈노라. -영혼들은, 올바른 정열로부터 도피한 후, 죽음을 위하여 비정한 신의 증오 위에 몸을 눕힌다. 그리스도여! 아, 그리스도여. 지칠 줄 모르는 정력적인 대도여. 삼천 년 동안 수치심과 두통으로 여인들의 괴로운 이마를, 대지 위에 못박게 하고, 그리고 뒤집어, 납빛의 생애를 희생시켜버렸던 음험한 신이여.   1871년 7월   무제   -폴드 카냑-보나파르 일간지 무제 -구십이삼 년의 주검들/Morts de quatre-vingt douze A.Rimbaud 1792년과 1793년의 주검들이여 그의 말발굽 아래서 조용하구나 자유의 강한 입맞춤으로 그대들은 창백한 영혼 위에, 휴머니티의 이마 위에 짓누르는 질곡을 부셔 버리시요. 고통 속에서 치해버린 위대한 인간들이여 누더기 옷을 입은 그대들의 심장이 사랑으로 고동치는구나 오래된 주름살 아래 그들을 재생키 위해 오, '사신(死神)'이 씨앗 뿌린 병사들이여, 고귀한 연인이여. 그대들의 피가 모든 더러운 위대함을 씻겼도다. 발미시(市)에서, 플레리 고을에서, 이태리에서 죽은 자들이여, 오, 어둡고 부드러운 눈을 한 수많은 예수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을 공화국과 함께 잠들게 두노라 채찍 아래서처럼, 제왕의 밑에서 허리를 굽힌 우리 -카샤낙의 신사들이 우리에게 그대들에 대해 말해 주는구나! 1870년 9월 3일 마자스 감옥에서 작성     저녁기도 A.랭보   나는 앉아 있다, 이발사의 손에 머리를 맡긴 천사처럼, 굵은 홈이 파인 맥주잔을 움켜 쥐고서, 허리와 목을 구부린 채, 오지 파이프를 물고, 촉감할 수 없는 돛들로 부풀어 오른 공기 아래.   낡은 비둘기장 속의 뜨뜻한 배설물들처럼, 내 안의 수많은 꿈들이 부드럽고 뜨거운 자국을 남긴다. 그러면 때로 내 스산한 마음은 녹아흐르는 듯한 어두운 황금 빛으로 붉게 물드는 버드나무와 같다.   그럴 때 나는 조심스레 그 많은 꿈들은 접어두고, 서른 잔이나 마흔 잔쯤 마시고 나서, 몸을 돌려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몸을 추스린다.   서양 삼나무와 히솝나무들에 둘러싸인 주 예수인 양 온화한 마음으로, 나는 갈색 하늘에 대고 아주 높고 멀리 오줌을 갈긴다. 키 큰 해바라기들의 동의를 얻어서.   앉아 있는 사람들                                   A.랭보                                   김학준 옮김   종창을 앓아 거무튀튀하고, 곰보 자국에, 눈 주위는 푸르 스름하게 그늘지고, 뭉툭한 손가락들은 대퇴골 근처에서 경련하며, 오래된 벽에 피어 있는 곰팡이 처럼 애매한 심술이 덕지덕지한 앞이마를 하고,   그들은 터무니없는 애정 속에서 의자의 검고 커다란 뼈대에 자신들의 뼈만 남은 괴상한 몸뚱아리를 붙이고 있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굽은 창살처럼 마른 다리를 꼬고서.   그 늙은이들은 항상 의자들과 한데 얽혀서, 피부를 스치는 싱그러운 햇살을 느끼거나, 눈 녹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꺼비들처럼 고통스런 전율에 몸을 떤다.   는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으니, 갈색으로 절은 밀짚은 그들 허리의 각을 따라 부드럽게 한다. 알곡이 익던 밀짚 다발 속에서는 기억 속 태양의 넋이 가려진 채 빛난다. 그때 은 무릎을 입에까지 끌어올리 고, 서투른 피아니스트들처럼 의자 밑으로 열 손가락을 늘어뜨려 톡톡 소리를 내면서, 자신들 속에서 찰랑거리는 슬픈 뱃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머리를 사랑스런 흔들림에 내맡기고서.   오, 그들을 일어서게 하지 마라! 그건 낭패다. 얻어맞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견갑골을 펴면서 그들은 몸을 일으킨다, 오, 분노여! 허리를 폄에 따라 바지는 온통 부풀어오르고.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벗겨진 머리들이 어두운 벽을 들이받고, 꼬여진 다리가 서로 부딪고 부딪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 옷의 단추들은 야수의 눈동자들, 회랑의 구석에서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다가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살인적인 손이 있다. 되돌아 오는 그들의 시선에서, 발길에 채인 암캐의 눈에 번지는 어두운 독기가 스며나오면, 당신은 그 끔찍한 동공에 사로잡혀서 진땀을 흘린다. 다시 앉은 그들은, 더러운 소매부리 속에서 주먹을 움켜 쥐고 그들을 일어나게 한 이들을 떠올린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빈약한 턱 밑 목울대를 지치도록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엷은 잠에 고개가 떨구어질 때 그들은 편안한 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거만한 관리들이나 앉을 안락의자에 대한, 진실되고 애틋한 애정을 꿈꾼다.   잉크빛 꽃들은 잠자리들이 글라디올러스들 위로 날아다니듯 쉼표 모양의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꽃받침이 웅크러든 생김을 따라 그들을 흔들어 재운다. -그러나 그들의 몸을 밀짚 꺼끄러기에 시달리고 있으니!   놀란 아이들                                                           A. 랭보   눈 안개 속, 커다랗게 불밝힌 환기창에 까맣게 달라붙어 동그란 엉덩이 나란히   무릎꿇은 다섯 아니, ----불행이로고! 빵장수가 만드는 묵직한 회색 반죽 휘저어 환한 구멍 속에 집어넣는 억센 흰 팔을 그들은 보고 있다.   맛나는 빵 구워지는 소리 들린다. 빵 장수는 기름진 미소 지으며 옛 노래 한 곡조 뽑고.   쪼그린 채 누구 하나 옴짝 않는다. 바알간 환기창으로 스며 나오는 젖가슴처럼 따스한 훈기.   그 어떤 메디아노슈를 위한 것인지, 먹음직스레 부풀은 빵을 꺼낼때,   연기로 그을린 들보 아래, 향기로운 빵껍질과 귀뚜라미 노래할 때,   ----저 따뜻한 구멍에 삶을 부풀리누나---- 아이들 넋을 잃고 바라본다. 누더기 걸치고서.   아이들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진다. 그러나 눈꽃으로 뒤덮힌 가련한 귀염둥이들, 모두 그대로 거기 있을 뿐.   자그맣고 발그레한 낯을 철망에 꼭 붙이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 잔뜩 종알거리며,   다시 열린 하늘의 빛을 향하여 게걸스레 기도하다가는, 다시 움츠러든다.   바지를 도려낼듯 셔츠를 짓찢을 뜻 모진 겨울 바람에.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古都)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까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수치 A.랭보 느닷없이 그 골통속을 칼로 도려내지 않는 한, 기름지고 희멀건 그 짐짝같은 녀석은 언제나 기분이 새로어지지 않는다. (아아! 그 녀석의 코. 그 녀석의 입술. 쉬 그리고 배도! 베어버려야 한다. 양쪽 다리도 잘라내버리는 거야! 오오, 굉장하군!) 그러나 말이다. 솔직히 거짓없이 말해서 나는 그 녀석의 목을 잘라내고 그 녀석의 뱃속에 작은 돌을 채워넣어, 오장육부를 불길로 그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단행하지 않는 한 그 귀찮은 개구쟁이들 어리석은 짐승은 술책과 모반하려는 순간도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몽 로셰의 고양이처럼 여기저기 냄새를 뿌린다! -하느님! 그 녀석이 죽을 적엔 어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까요!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A.랭보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새벽녘에 불꽃처럼 타서 꺼져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꽃과 무너지는 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찬란한 공간 앞에서 너무나 아름답구나! 너무나 아름답구나! -'어부'들과 해적의 노래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그리고 또한 최후의 가면이 순수한 바다 위에서 밤의 축제를 아직 하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들으라 A.랭보 4월 아카시아 나무 곁에서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완두콩 녹색띈 노젓는 소리를 들으라. 깨끗한 그 향기 속에서 달(phoebe)을 향해! 그대는 옛 성자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는구나. 맑은 짚더미에서, 갑에서 아름다운 지붕에서부터 멀리 이 사랑하는 옛 성자는 음험한 미약을 원하는데...... 그런데 평일도, 천체도 아닌 이 밤의 작용이 발산하는 애수만이 있구나. 그럼에도 그들은 그대로 머문다. -시실리 섬, 독일에 바로 창백하고 슬픈 이 안개 속에 있는   새 살림 A.랭보 방은 짙은 풀빛 하늘에 활짝 열려 있었다. 발을 들여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긴 함과 상자들! 벽 저편에 유령들의 잇몸을 떨게 하는 클로버가 가득히 펼쳐 있다. 낭비와 황폐한 듯한 무질서는 천재들의 간계이던가! 오디열매 가져다주는 아프리카의 요정이다. 그리고 어느 구석에도 그물을. 불만족스런 대모들이 벽면에 여린 빛이 비치는 부엌에, 여럿이 들어와서 거기에 머무는구나! 집은 약간 이상하게 비어 있고, 엉망이다. 돌아온 남편은 자신이 없는 동안 내내 속고 있는 기분을 느낀다. 엉큼한 물의 정령조차 잠자리 언저리까지 바오항한다. 밤이 되면 오오! 밀월이 그들의 미소를 띠고 구리로 만들어진 가는 띠로 하늘을 눈가림한다. -밤 미사를 드린 뒤에 총 한 방처럼 창백하고 미친 듯한 불이 비치지 않았더라면 -오오, 베들레헴의 거룩한 희뿌연 환영이여, 그들 창문의 푸르름은 차라리 매혹하였을 텐데! 1872.6.27.   금의 시대 A.랭보 언제나 천사같은 어떤 자의 목소리가 -나를 보살펴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나뭇가지 잎 속을 헤집고 들어간 무수한 질문의 도취와 광증의 깊이에 잘못 들어가게 한다. 그토록 즐겁고 이토록 손쉬운 기교(곡예)를 배웠다. 그것도 파도이며 꽃들이다. 그리고 친근한 가족들이다! 그러고 나서 어떤 목소리가 -천사같은 목소리인!- 나를 보살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한숨을 곁들이며 그때 노래한다. 불타고 격렬한 독일식 가락으로. 이 세상은 결점투성이다. 뭐라고. 놀랐다구. 아무렴 좋다. 살아야 한다. 불확실한 불운 따위는 불에 던져넣는 거야. 오오! 아름다운 성(城) 그대 인생은 투명하구나! 우리들의 위대한 형제인 귀족적인 '대자연'이여. 언제부터 그대는 있었는가! 나도 또한 노래한다. 무수한 자매들이여! 아주 공개적인 목소리는 아니지만 얌전한 영광으로 내 곁으로 다가와주어요...... 1872.6.   5월의 군기 A. 랭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보리수 나뭇잎 그늘에, 사슴을 쫓는 각적소리는 아득히 멀어진다. 그러나 까치밥나무 숲속에서 영혼의 노랫소리가 바람에 흩나린다. 내 피도 혈관 속을 줄달음친다. 여기에는 또 뒤얽히는 포도덩쿨. 하늘은 천사처럼 이쁘고 창공과 파도는 서로 공감한다. 나가자꾸나. 비록 빛이 나를 축복한다 해도 나는 이끼 위에서 죽으리라. 인내하는 일, 지긋지긋한 일. 그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쳇! 얼마나 부질없는 걱정인가! 그 드라마틱한 여름이 행운의 수레에 나를 비끌어 매어주기를 바란다. 오오, '자연'이여, 그대 손에 되도록 많이 안겨서 -아아! 덜 외롭고, 덜 가치없이! -죽으리라. 웃기는 일이지만 목동들까지도 세상 사람들에 의해 거의 죽어가다니! 계절이 진정 나를 마멸시키기를 바라노라. 오오, 그대, '자연'이여, 나는 나를 그대에게 되돌려준다. 내 배고픔도, 갈증도 모두 함께 그런데 그대 원한다면 먹고 마시게 해주리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태양에게도 어버이들에게도 그것은 웃음거리지만 그러나 나에겐 진지한 말이다. 이 몸의 불운이여 자유스럽게 되거라. 1872.5.   카시의 강 A.랭보 카시 강은 남모르게 흐른다. 기묘한 음악과 함께 진실로 수많은 까마귀 소리가 강을 따르고, 천사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전나무의 큰 동요와 더불어 끊임없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모든 것은 흐른다. 옛 시골 사람의 차마 볼 수 없는 신비와 더불어 사람이 찾아가는 망루의 유명한 공원 강안에 서서 우리는 듣는다. 방랑하는 기사들의 식은 정열 그러나 바람은 얼마나 상쾌한가! 걷는 자는 이 조망을 보며 마음이 단련되어가는 것이다. 성주님이 보내준 숲의 군인, 살랑하고 상냥한 까마귀들 오래도니 나무토막으로 건배하는 교활한 농부들을 여기서 멀리하시오. 1872.5.   눈물 A.랭보 새들과 양떼, 마을 처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정다운 개암나무 숲에 쌓인 히드 황야에서 무릎 꿇고 훈훈한 초록색 오후의 안개 속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이 어린 와즈강에서 내 무엇을 마실 수 있었으리? 소리 없는 느릅나무, 꽃 없는 잔디, 흐린 하늘이여! 토란색 호리병에 따라 마시는 술은 맛도 없는 이 노란색 술은 땀이 될 뿐. 이처럼 나는 주막의 역겨운 선전간판이 되었네. 이윽고 저녁에 폭풍우가 하늘을 바꾸었고 그리고 사방은 호수와 말뚝과 창백한 밤하늘에 늘어선 주랑 강나루가 어두운 나라가 된다. 숲의 물은 순수한 모래에 스며들고 하늘에서, 바람은 늪에 유빙을 던졌다. 그런데 나는 황금과 진주의 채취자처럼 마시는 고뇌는 없었노라고 큰소리쳤던 것이다. 1872.5.   목신의 머리/Tete de faune A.랭보 녹색바탕에 금으로 얼룩지게 한 보석함,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입맞추고 나서 좋은 장소, 꽃들을 잔뜩 달고, 줄곧 흔들리기만 하는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정교한 자수물을 기운차게 찢고, 망설이는듯한 목신의 머리가 불쑥 나타나면서, 두 개의 눈을 굴리면서, 진홍빛 꽃을 닥치는 대로 하얀 이빨 밑에서 물어뜯었다. 해묵은 술인양 다갈색으로 빛나는 그 입술이 숱한 나뭇가지 밑에서 크게 웃어댔다. 이윽고 다람쥐의 재빠름으로 몸을 감추어 버렸으나, 그 웃음드은 나뭇잎마다 남아서 떨고 있었다. 피리새가 날아간 다음 놀라버린, 황금의 입맞춤의 숲은 이따금씩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먼 옛날 동물들은../Les anciens animaux.. A.랭보 먼 옛날의 동물들은, 질주하고 있을 때조차도 힘차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묻고 오믈에 뒤범벅이 된 그 귀두 부분을. 우리들의 조상도 칼집 모양의 봉투에 넣고 자루 모야의 꼬리를 끼워 장식하여, 자기들의 육체의 그 부분을 자뭇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세에서는 천사건 창녀건 무릇 여자에겐, 고형물처럼 빈틈없이 차림새를 갖춘 건장한 남자가 없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크레베르 같은 남자조차도 미상불 거짓말을 하고 있을 테지만, 그 퀴로트의 모양을 보면 쓸모가 없었을 리는 없엇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랍시고 뽐내 봐야 결국은 포유동물임에 변함은 없다. 동물들의 그쪽 부분이 거대한데 대해서는 놀라는 쪽이 우스운 것이다. 그러나 불모의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자 말도, 황소도 자기 자신의 정욕의 불길을 짓눌려 버렸다. 이젠 누구 하나 우스꽝스러움을 좋아하는 소년소녀들이 어슬렁거리는 이곳 저곳의 나무숲에, 자기 자신의 생식력의 오만을 자랑스레 내세우려 하려고는 하지 않을리라.   겨울을 위한 꿈/Reve pour l'hiver A.랭보 겨울이 되면, 둘이 함께, 장미빛 열차의 좌석이 푸른색 쿠션에 파묻혀서 떠나갑시다. 참으로 상쾌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푹신하기 그지없는 어느 구석 광적인 입맞춤의 보금자리로 변해버리리라. 스쳐지나가는 창밖, 서글픈 저녁 경치의 찡그린 얼굴을 보지않기 위하여, 그대는 살며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좋으리라. 잔인무도한 인간과 늑대들의 불쾌한 모임. 밖에는 검은 악마와 검은 야수들이 있을 뿐이로다. 이윽고 그대는 알아차리게 되리라. 뺨이 쑤셔옴을. 미쳐버린 거미처럼, 입맞춤이 그대의 목덜미를 줄달음치고 있으리라... 그리하여, 그대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나에게 말한 것이다. 찾아보세요! 하고. - 이윽고 두 사람은 아주 침악하게, 이 동물을 찾게 되리라. - 아무 곳이나 출몰하는 이 작은 동물, 입맞춤을. 기차속에서, 1870년 10월 7일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靈魂)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사랑의 사막 a.랭보 그 집은 물론 같은 농촌의, 내 부모님의 동일한 전원의 집이다. 그 방문의 위쪽에 무기와 사자들과 더불어 다갈색의 양들로 장식되어 있다. 저녁식사 때는 양초와 포도주 그리고 전원의 나무판자들이 있는 접실이 하나 있다. 식탁은 아주 크고, 하녀들도있구나! 내 기억에 떠오를 저도로 그녀들은 여러 명이다. 거기에는 그들중에 내 옛 친구들 중의 한사람도 있었는데,그는 목사였으며, 지금은 사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좀더 자유스럽기 위함이었다. 노란 종이가 붙여진 창유리가 있는 자줏빛 그의 방이 기억난다. 그리고 대양에서 적셔진 숨겨놓은 그의 책들도! 나, 나는 이 시골의 방구석에 한없이 버려졌었다.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앞에서 내 흙투성이 옷을 말리며, 부엌에서 책을 읽으면서, 아침 우유와 지난 암흑의 시대에 대해 말하며 극도로 감동하였다. 나는 굉장히 어두운 방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강아지였다고 말해도 좋을 성 싶다. 하긴 그녀가 아름답다고 나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모성적 고귀함을 갖추고있다 할지라도, 즉 순결하고 따뜻한 마음씨도 알 수 있었고, 굉장히 매력적이었었다. 그녀는 내 팔을 꼬집었다. 그녀의 팔을 상기해낸 까닭은 아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가면서 필사적으로 다가가는 조그마한 물결처럼, 내 입에 붙잡았던 그녀의 입도 아니다. 나는 어두운 구석에 있는 돛무늬가 있는 쿠션이랑 돛천이 들어있는 바구니 속에서 그녀를 넘어뜨렸다. 나는 흰 레이스가 있는 그녀의 바지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 후로는, 오 오! 절망의 극치다. 칸막이 벽은 윙윙소리가 나고 나무밑이 어둠이 되었다. 나는 그 밤이라고 하는 애욕에 가득 찬 깊은 슬픔속에 빠져버렸었다. ◇ 이번에 내가 그 도시에서 만난 그여자이다.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고 그녀도 내게 야기한다. 나는 불빛도 없는 방에 있었다. 그녀가 내 집에 있다고 누군가 말하러 왔었다. 그래서 돌아가보니 그녀는 맘대로 해주오, 하는 표저으로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난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 집은 하숙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궁지에 빠져버렸다. 나는 누더기를 걸치고있었고 그런데 그녀는 몸을 맡기러온 사교계의 부인이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붙잡았고 그리고 완전히 벗은 그녀를 침대바깥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형언할 수없는 나의 나약함 속에서 나는 그녀를 덮쳤고 빛살도 없는 양탄자 사이를 그녀와 기어다녔다. 그 집의 램프는 옆방들을 하나하나 붉게 물들였다. 바로 그때 그녀가 사라졌다. 나는 신(神)조차도 결코 요구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눈물을 쏟아부었다. 나는 끝없이 그도시 속으로 들어갔따. 청각을 잃은 밤 행복의 도피 속에 빠져버린, 오오 피곤함이여! 그것은 마치 분명코 세계를 질식시켜버릴 눈 내리는 겨울밤과 같은 것이었따. 나는 친구에게 그녀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질렀다. 그들은 거짓말로 대답했다. 나는 그녀가 매일 저녁 가는 창문 앞에 있었다. 나는 슬픔에 잠겨 정원속을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떼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결국 나는 먼지가 가득 찬 어떤 장소로 내려왔고 건축물의 난간 위에 앉았다. 나는 오늘 저녁과 함께 내 몸의 모든 눈물들을 다 쏟아붓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진맥진해져 버렸다. 그녀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호의적 표현인 거동이 또 한 번 생기려면, 별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은 정말로 내게 와주리라고 예상 못한 이 '멋있는 여자 l'adorable'는 -나는 모든 세계의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울었다.   천사와 아이들/L'ange et l'infant A.랭보 어느새 이미 새해도 그 최초의 하루가 끝나 버렸네. 아이들에겐 정말 즐거운 날. 오래 기다리고 기다려지는 날. 그러나 이내 잊어버리게 되는 날. 흐뭇한 숙면의 잠자리에 묻혀, 졸고 잇는 어린이는 말도 안하네. 그가 자는 곳은 깃털로 만든 요람 속. 손가락을 빠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바로 옆의 잠자리 위. 어린이는 이미 그걸 되새겨 보고서는 즐거운 꿈에 잠기는 구나. 어머니로부터 세배돈을 받은 뒤에 천국에 사는 자에게서 선물이 온다. 어린이의 입은 미소를 지으며 반쯤 벌어졌네. 반쯤 열린 그 입술도 하느님을 향해 호소하는 듯. 이젠 그 머리맡 가까이에 천사 한 사람이 서 있어, 어린이 위에 몸을 굽혔노라. 천사도 순결한 마음의 은밀한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구나. 천사도 그 자신을 닮은 모습에 마음이 끌려, 어린이의 깨끗한 얼굴을 살펴보는구나. 천사가 찬탄하며 반한 듯이 보고 잇는 것은, 이 해맑은 이마의 기쁨. 이 영혼에 떠올라 있는 기쁨. 남쪽 바람에 여태 접해 보지 못한 이 꽃이어라. "나를 많이 닮은 아이여, 어서 오라. 나와 함께 천상에 올라가, 하느님이 계신 집에 들어가라. 잠 속에 그대가 본 그 궁전 안에서 살라. 그대야말로 그 궁전에 어울리는 자구나. 대지여, 이 하늘의 아이를 어찌하여 붙들어 두려 하는가! 지상에서는 누구 하나 믿을 만한 자는 없도다. 인간들은 진정으로 행복을 사랑하는 일을 하지 않노라. 저 꽃의 향기에서도, 어쩐지 쓴 것이 풍겨오를 뿐. 설레는 사람의 마음이 아는 것도, 구슬픈 기쁨일 뿐. 그늘이 없는 기쁨을 즐기는 일도 또한 없고, 모호한 웃음 속에 눈물만 반짝인다. 무엇 때문일까? 그대의 그 순결한 이마도 쓰디쓴 인생 탓으로 퇴색하는 것일까. 고달픈 괴로움은 그대의 그 푸른 눈을 눈물로써 더럽히는가. 사이프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대 얼굴의 그 장미빛을 몰아내는가? 아냐, 아니지. 그대는 나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지어다. 그대는 하늘에 사는 자들의 합창에 맞춰 노래할지어다. 그대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불안에 마음을 쓸지어다. 어서 오라. 그대는 이 이승에 매어 둔 끈을 이제야말로 하느님은 끊어 버리셨노라. 다만 바라건대 그대의 어머니가 상복을 입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우지 말기를, 다만 바라건대 그 요람을 볼 때와 다른 눈으로 그대의 관을 보는 일이 없기를. 구슬프게 눈살을 찌푸리지 말지어다. 그대의 장례 때에도 그 얼굴이 어두어지지 말지어다. 그보다도 한아름 넘치게 안은 백합꽃을 바칠지어다. 순결한 자의 그 마지막 날이야말로 항상 가장 아름답게 장식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노라." 말을 끝내자 천사는 그 날개를 살며시 붉은 입에 가까이 대었노라. 걱정하지도 않은 채 어린이를 배어 내었도다. 배어내어진 어린이의 영혼을 날개에 싣고 자뭇 조용히 날개를 퍼덕이면서, 신의 나라로 실어가 버렸노라... 이제 요람에 남은 것은, 창백해져 버린 오체일뿐, 지금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으되, 삶의 숨결은 이미 그것들을 기르지 못하게 되었노라. 생명을 주는 일도 없어졌노라. 이 아이는 숨져 버렸도다... 그렇기는 하나 아직껏 입맞춤의 향그런 입 위에는, 숨져가는 웃음이 보이는구나. 그 어머니의 이름이 떠오르는구나. 임종 때 어린이도 설날의 세배돈이 되새겨졌노라. 무겁게 드리워진 어린이의 눈은 마음 편한 잠으로서 감겨졌을까. 그렇기는 하나 이 잠이야말로 새로운 죽음의 자랑스러움이라 말하기보다는, 어째서인지는 모르는 천상의 빛, 이 아이의 얼굴을 둘러싸면서, 이미 지상의 아이가 아니라 천상의 아들임을 입증하는 것과도 흡사하도다. 아아! 어머니는 얼마나 빼앗겨 버린 아이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귀여운 아이 무덤 위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가! 그러나 어머니가 눈을 감고 조용한 잠에 잠길 적마다, 자그마한 천사가 하늘 나라의 장미빛 입구에서 모습을 나탄내어, 사뭇 정겹게 엄마하고 부르며 기쁜 기색을 보는도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미소지어 보이면 자그마한 천사는 하늘로 이끌어져 나와, 눈처럼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노라고 있는 엄마 주위를 날아 돌다가, 엄마의 입술에 그 신성한 입술을 맞추는구나. 1869년 제 1학기 아르뛰르 랭보   음악을 따라서/A la musique -샤를르빌 역전 광장 A.랭보 초라한 잔디밭으로 구획된 광장의 주변, 정원수도 화단도, 모든것이 틀에 박혀있는 듯한 가두공원에, 시민들은 모두 무더위로 괴로운 듯 헉헉거리면서, 목요일 저녁이 되면, 각각 질투심 많은 우둔함을 안고 모여든다. - 공원 한가운데서 군악대는, 피리왈츠를 연주하면서, 화려한 군모를 흔들어댄다. - 이것을 둘러싼 제일렬 근처는 잘난 체하는 자들의 지정석, 공증인은 성명의 머리 글자가 들어있는 싸구려 장신구가 자랑이다. 코안경을 쓴 금리생활자들은 악대가 변조를 일으킬 때마다 방선을 치는 데 여념이 없고, 뚱뚱한 관청 근무자는 한층 더 비만한 아내를 동반하고 있구나. 그 곁에는 친절한 코끼리 사용인들, 옷단 장식들이 광고 포스터와도 같은 여인들. 은퇴한 향료상인의 클럽인양, 녹색의 베치에서, 손잡이가 달린 스틱으로, 모래를 쑤셔대기도 하고, 정색한 얼굴로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금전 문제에 이르자, "요컨대 말씀이야......"로 낙착되어 디룩디룩 살찐 몸통을 벤치 위에 반듯하게 차지하고 있는 단추가 빛나는 부르조아들, 배가 나온 푸라만인은 여송연 담배를 태우면서 맛본다. 그리고 파이프 담배를 음미하면서 말한다. - 아시겠소. 이것은 밀수한 극상품입니다. 녹색의 잔디밭 너머에서는 거리의 건달들의 드높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트럼본의 노래소리에 이끌려서, 점잖은 얼굴로, 장미꽃을 찾아 헤매는 보병들은, 아이를 보는 처녀를 농락해 보려고, 갓난아이를 얼르기 시작한다... -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칠칠치 못한 학생이어서, 푸른 마로니에의 가로수 그늘에서 말괄량이 아가씨들을 찾는다. 상대방도 눈치를 채고,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내게로 눈길을 보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저 늘상 바라보기만 한다. 헝클어진 머리 타래로 하여, 한층 더 선명하게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 그녀들의 속옷과, 엷은 의상밑으로 나의 시선은 달려가서, 둥근 어깨의 선으로부터, 등 아래로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또다시 신발에 머물고 양말에까지 다다른다...... - 그리고 나는, 열병처럼 타오르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알몸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녀들은 나를 이상한 녀석이라 여겼음인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서로 소근거린다. - 나는 입술 위에서, 그 아가씨들의 입맞춤의 입술맛을 느낀다. -1870년 11월 드므니 집(集)에 있는 원고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태양과 육체 A. 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채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 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앙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 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서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리들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싶다!- 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원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 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간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파란 집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수많은 결들이 침잠하며, 날 짓누르는군요. 괜한 장난일까요. 몰아침에 놀란 맘을 진정 시키고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언행으로 나를 혼란시키고는 이내 다시 비웃고 마는... 스스럼없이 지내오던 이도, 당신을 안 다고 말해오던 또 다른 이도, 상처받은 그대! 강탈당한 그대! 오로지 꼬냑에 찌들어 애써 여유 있어 보이려는 의식된 행동을 낙으로 삼으며 그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쉼 없이 반복하겠지요. 아마도 당신으로 하여금 그러한 일상들은 순간을 만족케 하는, 일종의 이질화된 환상으로 인해 붉어진 생경한 조화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눈을 뜨고 바라봐도 그대는 볼 수 없을 테지요. 참혹하며 그리고 냉정할 테니... 이제 당신이 가진 낡은 증표를 버리세요. 퇴폐적인 흔적들은, 묻어나는 쓰디쓴 표현 따위를 더욱더 깊어지게 할뿐이니까요. 물론 당신이나 나나 구차한 변명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타인으로 하여금 선택 당한 길을 가버리는 그대여.. 제발 오늘만큼은.....제발... 거세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있지만... 그래도 작은 낭만을 알게 해주는 그 곳, 내가 항상 머물던 바로 그 곳, 파란 집으로 가시길...   니나의 재치있는 대꾸 그에게, ................................................................................... -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자, 어서 둘이서 가지 않겠는가? 비공 가득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상쾌한 햇볕을 맞으면서, 푸른 새벽이 흩뿌리는 포도주 같은 햇살을 맞으면서, 이때 숲은 온통 피로 물들고, 그리움에 말도 하지 못하고, 몸만 떨고 있을 뿐이로다. 가지마다 밝은 봉오리가 흡사 에메랄드의 물방울과 같구나. 노출된 모든 것이 그 육체의 덜림을 느끼게 하는구나. 클로버가 우거진 속을 그대는 옷자락을 끌고간다. 그대의 커다란 검은 눈 가장자리에는 검푸른 빛깔이 감돌고, 시골 아가씨의 사랑이기에 샴페인의 거품마냥 그대의 태평스런 웃음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구나. 취하여 거칠어진 나에게까지 그대는 웃으며 장난치는구나. 나는 그때 사로잡을까나 그 아름다운 땋아늘인 머리를, 이렇게, 딸기랑, 나무딸기와 같은 그대의 맛을 즐기게 될 때도, 오, 꽃의 육체여! 도둑처럼 몰래 바람이 그대의 입술을 훔쳐갈 때도 역시 그대는 장난기 넘치며 웃어대리라. 사랑스럽게 엉켜오면서 그대를 당혹케 하는 들장미의 가지에 특별히 소리내어 웃음녀서 재롱을 부리리라. 그대는 그대의 연인에게 몸도 마음도 다 바쳤도다! .................................................................................................. 십칠 세! 그대는 반드시 행복해지리라! 오! 광활한 목장이여. - 자, 어서 이쪽으로 바짝 다가오시오......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두 사람의 목소리에 뒤섞이면서, 천천히 내려가리라. 저기 물 흐르는 골짜기로 그곳으로부터 다시 깊은 숲으로. 그리하여, 죽어가는 소녀처럼 멍하니 기절한 상태인 양 그대는 눈을 반쯤 뜨고, 나에게 말하리라. 꼭 껴안아 달라고. 숲속의 작은 오솔길 위에서 나는, 가슴 울렁이며 그대를 포옹하리. 개암나무 가지 위에서는 작은 새들이 천천히 느린 가락으로 노래하기 시작하는구나. 그대의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을 듯 가까이서 나는 그대에게 말하리라. 어린아이를 잠재울 때처럼, 그대의 몸을 꼭 껴안은 채 그대의 피에 취하여 걸어가리라.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의 설백의 피부 밑을 흐르는 푸른 혈맥 이윽고 나는 솔직하게 말하리라. - 아무렴, 그대도 알고 잇는 뻔한 일을 우리들의 숲은 수액으로 숨막힐듯 찌는 듯하게 되리라. 그리하여 태양은, 적갈색으로 흐려진 숲의 꿈을, 금박으로 뒤덮어버리게 되리라. 해가 저물면? ...... 끝없이 이어진 하얀 길 위를 집으로 향해 돌아가리라. 도중에 새싹을 뜯어먹는 가축처럼,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거닐리라. 풀들이 푸릇푸릇 우거진 과수원에는 휘어진 가지의 능금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십 리도 떨어진 곳에서 이미 이렇게도 좋은 향기가 콧전에 진동하고 있구나. 저녁 하늘에 아직 미광이 남아 있을 무렵, 우리들 두 사람은 겨우 마을에 다다르고, 황혼 무렵의 공기 속으로 뒤섞인 우유 향기가 떠돌아다닌다. 뜨거운 깔짚이 가득하고, 완만한 호흡의 리듬으로 가득한 외양간에는 외양간 냄새가 그득하고, 그리고 커다란 등도 보이리라. 어렴풋한 빛에 비추어서, 희끄무레하게 떠오르는 곳에는 그쪽 너머로 황소가 똥을 떨어뜨리고 이다. 한 발자국 옮길 적마다 한 덩어리씩. - 할머니 안경은 미사의 책에 달라붙을 듯이 긴 코끝에서 멈춘다. 납으로 된 테를 두른, 맥주의 컵을, 커다란 파이프 사이에서 거품이 인다. 뻐끔뻐끔 연기를 토해내는 보기 흉한 두터운 입술에서 거의 동시에, 포크 끝으로, 커다란 햄을 나꿔채가는 듯 꿀꺽 받아삼킨다. 작은 침대를 비추는 난로와 크고 작은 찬장들. 큼직한 어린이의 기름지고 살찐 엉덩이. 그 어린이는 웅크린 채, 사발 속으로 하얀 코끝을 틀어박는다. 곁에서는 다른 콧등이, 맞붙을 듯 다가와서, 관대한 어조로 투덜거리면서, 마침내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둥그런 얼굴을 혓바닥으로 핥아대는 것이다. 의자 끝쪽에는, 붉고도 검은 불쾌한 얼굴, 한 사람의 노파가 빨갛게 핀 숯불 앞에서 실타래를 감고 있다. 회색의 유리창을 밝은 불빛으로 비출 때,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토록 황폐한 오두막집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눈에 비쳐오는 것이리오! - 그리고, 백합꽃나무 그늘 아래는 그렇게도 아담하고 살기 좋은 집이, 숨겨진 듯한 창이, 저 너머에서 웃고 있구나. 그대 오려무나, 그대 오려무나,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틀림없이, 멋진 일이 되리라. 그대 오려무나, 오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서...... 그녀 - 그러고 나서, 나의 일은요?                                             A.R. - 이장바르에게 준 자필 원고와 1870년 에 수록되어 있는 자필원고임 -   까마귀 Les Corbeaux A.R   신이여, 목장에 겨울이 찾아들고, 납작하게 엎드린 촌락에, 황량한 들녘 위에 일몰의 만경소리가 줄어들어가면, 높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렴. 내 옛날의 다정했던 벗이여, 까마귀들이여.   쉰 목소리를 한 이상한 무리여. 한풍이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엄습하였구나! 아직 황색으로 물든 강가에, 옛 고난의 언덕 위에, 해자와 움푹 팬 땅 위에, 흩어져라, 집결하라!   지난날의 싸움의 날, 사자들이 잠든 프랑스 국토 위에, 수천마리 무리지어, 선회하라, 겨울의 이날에, 길가는 나그네에게 뼈저리게 느끼게 하라! 잊혀진 의무를 생각나게 하라. 오, 불길한 검은 새여!   그러나, 하늘의 성자들이여, 드높은 떡갈나무가지 끝에는, 저녁 하늘 멀리 사라져가는 그 작은 가지 위에, 에오라지 오월의 멧새를 남겨주렴. 피할 수도 없이 풀숲 속 삼림의 가장 깊은 한 곳에 미래가 없이 패배의 몸을 길게 눕히고 있는 것을 위하여.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깜찍한 아가씨 La Maline                                                A.R   니스와 과일 향기가 진동하는, 어느 갈색의 식당에서 나는 커다란 의자에 아주 편안하게 걸터 앉아, 이름도 모르는 벨기에 요리의 접시를 앞에 높고. 유유히 자세를 취하고 있었노라.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시계 소리를 듣는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김이 잔뜩 서려잇는 요리실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하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나는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한다. 입은 옷이 한쪽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리고, 깜찍하게도 머리를 땋아올린 까닭을.   엷은 흰 빛이 감도는 복사꽃 빛깔의 벨벳과도 같은 뺨 주변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어린아이처럼 그 입술을 뾰죽 오무린다.   그녀는 내곁으로 다가와서, 내 손이 잘 닿도록 접시를 가즈런히 배열한다. - 그리고나서는, 이렇게 - 아마도 틀림없이 입맞춤을 받고 싶어할 테지- 그리고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라고.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카바레 「녹색」 에서 Au Cabaret-Vert A.R   -저녁 다섯시에- 팔일 전부터, 자갈길 위를 걸어왔던 나의 짧은 발목부츠는 너덜너덜 찢어지고 말았다. 나는 간신히 샤를르로와에 당도하였다. -캬바레 「녹색」에서 나는 반쯤 식어버린 햄과 버터를 끼워넣은 빵을 주문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두 다리를 녹색 테이블 아래로 쑥 뻗기도 하고, 녹색: 벽지의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보고 있노라니, -그곳엔 놀랍게도, 풍만한 젖가슴과 시원한 눈매를 가진 아가씨가 나타났다.   -입맞춤 따위로는 조금도 겁낼 것 같지 않은 아가씨였따! 미소지으면서, 그녀는 그림이 새겨진 접시 위에 버터와 햄이 든 빵을 날라왔다.   강렬한 마늘 냄새가 나는 연분홍빛과 흰 빛의 햄, 그리고 그녀가 맥주를 맥주 컵에 가득이 따라주면,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거품이 일고있다.   초기시 / 민족문화사   소설 Roman                                                A.R 1 열 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만은 없다. -어느 상쾌한 저녁, 맥주와 레모네이드, 샨데리어가 눈부신 떠들썩한 까페가 구역질나서,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을 걷는다.   보리수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고, 유월의 이 싱그러운 밤이면. 너무나 감밀운 대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까풀을 덮는다 저자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바람결을 따라 실려오는- 포도의 냄새와 맥주의 냄새...   2   -잔가지 사이에 막혀있는 검푸른 하늘을 은연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흉조인 별 하나 하늘에 떠올라, 희고 작게, 감미롭게 떨다가 사라진다...   유월의 밤! 열일곱살! 술에 취해본다. 혈액은 샴페인*이어라.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비틀거리며 헤매이노라면 입술 위에서는, 새끼짐승처럼, 꿈틀거리는 입맞춤을 선명하게 느낀다.   3   광적인 정열은, 모든 소설을 독파하며 표류한다. -그때 마침, 까스등의 푸른 불빛에 비치어, 매력적인 자태의 처녀가 지나간다. 그녀의 아버지가 입은 드높은 옷깃의 그늘에 가리운 채...   -그녀는 그대를 무척 순진한 사람이라 알아차렸음인지, 작은 발목부츠의 재빠른 걸음거리로 지나쳐가면서 잽싸게 되돌아본다... -노래하고 있었던 그대의 짧은 영창곡이 멈춰버린다...   4   그대는 연모의 나날을 보내게 되리라. 팔월달까지는. 정녕 그대는 사랑하는 몸이 되리니, -그대가 써보낸 소네트를 보고, 그녀는 웃으리라. 친구들은 그대로부터 떠나가 버리고, 그대를 악취미를 가진 놈이라 할 것이다. -이윽고, 어느날 저녁,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녀로부터 편지고 그대에게 당도하게 되었으니...   -그날밤... - 그대는 눈부신 까페로 다시 되돌아 간다. 레모네이드랑 맥주를 청한다... 열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 만은 없다.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로 가게 될 무렵이면.   초기시.. , 민족문화사   타르튀프의 벌 Le Chatiment de Tartufe A.R   검은 승복 안에서 연심을 북돋우면서, 장갑을 끼는 동안에도 가슴 두근거리면서, 무섭게도 침착한 마음으로, 어느 날 그는 떠나가버렸다. 이빨이 빠져버린 입으로부터 기쁨의 누런 군침을 흘리면서,   그놈은 어느날 떠나가 버렸도다. 어느날. -「오레뮈스」-그런데 한 망나니가 나타나 갑자기 그놈의 축복받은 귀를 사납게 움켜잡더니, 땀에 찌들은 살결을 감싸고 있었던 검은 승복을 홱 벗겨버렸다. 그리고 온갖 끔찍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바로 천벌이로다!...그놈의 승복 단추는 뜯기우고, 저질렀던 죄악만큼이나 긴 염주 구슬을 한알 한알 몸에 사무치듯 굴리면서 성(聖) 타르튀프는 풀이 죽었도다.   그리하여, 놈은 모조리 고백하였노라. 숨가쁘게 기도하였노라. 그 녀석은 승복의 가슴 장식들을 떼어버리고, 지극히 흡족해 하였노라. 헛헛! 타르튀프 녀석,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벌거벗게 되었구나!   *타르튀프 - 위선적인 종교가   일곱살의 시인들   그리하여 어머니는, 숙제장을 덮고 나서, 만족한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나가 버렸다. 그녀의 귀여운 아들의 푸른 눈 속에서, 그리고 영리한 이마에 감추어져 있었던 공부가 싫은 본심을 알아차릴 도리는 없었다. 온종일 그는 해야할, 공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렸다. 총명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습관들과 어두운 안면 경련을 앓고 있었기에, 내부에 숨겨진 쓰라린 위선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습기찬 벽지가 발라진 어두 컴컴한 복도로 나와, 걸어갈 때면, 두 주먹을 사타구니에 찔러 넣고서, 혓바닥을 낼름 내밀곤 했다. 눈을 감고, 어머니가 주신 좋은 점수를 생각해 보는 것이였다. 저녁의 어둠을 향해서 문이 하나 열려 있었다. 등불에 비친 그를 보노라니, 그는 난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붕에서 덜어지는 천창의 밝은 불빛 아래서. 여름이면 특히, 그는 기진맥진하여, 머리는 멍해지고, 현기증을 억누르며 시원한 변소에 틀어박혀서, 혼자 조용히, 콧김을 불어대면서 사념에 잠기는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대낮의 냄새를 씻어버리고 차디찬 달빛이, 뒷마당 가득히 교교히 빛날 무렵이면, 벽 옆에 쓰러진 채, 비료의 이회투성이가 되어, 환영을 쫓는 일념으로 한쪽 눈을 꼭 감고, 그는 지저분한 생울타리의 수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엽기도 하여라! 이 어린이가 함께 노는 친구들은, 영양실조에, 모자도 없이, 뺨은 깡마르고, 생기 잃은 눈매, 고물시장의 먼지 냄새가 밴, 아주 퇴색해버린 낡은 옷 소매 밑으로, 흙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진, 말라빠진 검고 누런 손가락들을 감추면서, 백치들처럼 착하디 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패거리들이었다. 만일 이렇게도 불결한 패거리들이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지만, 이 어린이의 우애의 깊음이, 그 놀라움을 월등했었다. 아무튼 이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이 어린이의 밝고 푸른 눈의 시선을 받는다. 거짓이 깃든 눈을! 일곱살에, 이 어린이는, 대사막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그곳은 빛나는 자유의 천지였다. 대삼림과 태양, 큰 강기륵과 대초원이 있었다. 그는 그림 화보가 들어있는 신문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는 그림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는 스페인 사람이랑, 이탈리아 여인이 생긋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였다. -근처에 있는 직공의 딸로서, -여덟살 먹은 갈색 눈의 야성적이며, 인도사라사 옷을 입은 꼬마 말괄량이 아가씨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땋아느린 머리꼬리를 흔들면서, 갑자기 그의 등에 올라탔다. 밀에 깔린 그는 상대방 엉덩이를 깨물어 주었다. 말괄량이 아가씨는 속옷 따위는 입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로 멍이 든채, 그녀의 살결의 맛을 그대로 자신의 거실까지 가져갈 수 있기는 하였다. 그는 침울한 십이월의 일요일을 참으로 싫어했다. 그런 날엔,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마호가니 목재의 원탁에 앉아서, 책장 가장자리가 캬제츠 색깔로 된 성경책을 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밤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여러가지 꿈으로 가위에 눌리곤 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갈색으로 타오른 일몰이 오면, 타운크라이어가 삼박자로 큰 북을 울리면서, 포고의 주면에 사람을 끌어모아, 군중을 웃기기도 하고, 고함치게 하는 도시의 변두리로 시커멓게 되어 되돌아오는 작업복의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것을 그는 무척 사랑했다. 그는 꿈꾸었다. 빛의 물결과 건강한 향기, 황금빛 솜털이 천천히 흔들리면서, 그를 싣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상쾌한 목장에 와 있는 꿈을 그는 무엇보다도 특히 어두컴컴한 것을 좋아했다. 쇠살문을 꼭 닫아 잠그고, 천정은 높고, 습기가 가득한 텅빈 방안에서 그 나른하고 무겁게 드리운 황토색 하늘과 그리고 습기에 찬 숲, 별들이 총총한 숲속에서 개화하는 육체의 꽃들로, 항상 마음에 걸려 떠나지 않는 그 소설을 읽었을 때면, 현기증과, 붕괴와, 패배, 그리고 연민을! -멀리 아래쪽에서는, 저자거리의 소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홀로 그는 거친 천으로 된 이불위에 누워, 그 천으로부터 강렬하게 범포를 그리워했다. A.R   첫날밤   -그녀는 아주 옷을 벗고 그리고 버릇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짓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내 큰 의자에 반나체로 앉아서 그녀는 두 손을 팔짱끼고 그토록, 그토록 가느다란 두 발은 기뻐서 마루바닥에서 전율한다.   -밀랍빛이 되어 나는 바라본다. 관목에 작은 빛살이 그녀의 미소 속에서, 가슴 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마치 장미나무의 파리처럼.   -그녀의 가냘픈 발목에 난 키스를 했다. 그녀는 맑은 트릴음에 잇달아 꾸밈없는 다사로운 미소를 지었따. 예쁜 크리스탈 미소를.   슈미즈 속으로 작은 두 발은 들어갔다 : -첫 버릇 없음이 용서되었고 그 상냥스런 미소가 벌 주는데 주저하게 했다.   -내 입술 아래 고동치는 가여운 발 나는 고이 그녀의 두 눈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 깜찍스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어마, 그 모습이 더더욱 좋구나...   -나는 거침없이 나머지 키스를 그녀 가슴에 던졌다. 간절히 원하는 만족스런 미소 그녀를 웃게하는 입맞춤 속에서...   -그녀는 아주 옷을 벗었고 그리고 버르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짖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A.R   도둑맞은 마음   A.R   싸구려 담배가 배어 버린 내 마음이, 나의 슬픈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놈들은 수프를 되돌리고 있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조롱이 너무나 악착같아 모두들 한바탕 까르르 웃어대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싸구려 담배가 배어버린 내 마음이!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키 위에도 장난기 서린 그림. 기기묘묘한 파도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 가라, 그리고 구원하라.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돋구맞은 내 마음이 정말 문제로구나. 그것이야말로 박카스 신의 말버릇이 되겠구나.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지면, 만일 슬픈 내 마음이 꿀꺽 삼켜버려진다면, 내 위장은 그야말로 뒤집히고 말 것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도둑맞은 내 마음은 정말 문제로구나.   1871년 5월   허기의 축제 A. 랭보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 타고 달아나라.   내 맛이 좋다면, 흙과 돌 뿐이니. 딘! 딘! 딘! 딘! 공기를 바위를, 대지를, 쇳덩이를 먹읍시다.   내 허기여, 돌아라! 허기여, 뜯어먹어라. 소리 가득한 들판을! 메꽃의 즐거운 독을 모으라!   가난한 자가 깨뜨리는 조약돌을, 교회의 낡은 돌을, 홍수의 아들인 자갈을, 잿빛 계곡에 누운 빵을!   내 허기여, 검은 공기의 끝자락, - 하늘빛 나팔수 그것은 나를 잡아당기는 위장. - 그것은 불행.   땅 위에 나뭇잎이 나타났다. 나는 농익은 과육에게 간다. 밭이랑 한가운데서 나는 들상치와 제비꽃을 딴다.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를 타고 달아나라.   목메어 죽은 자의 무도회 / Bal des Pendus A.랭보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벨제브즈 공이 찡그리며 밧줄로 하늘에서 작고 검은 꼭두각시 꺼내서 낡은 신발 밑창으로 그 얼굴 두드리고, 옛 성탄 곡조에 맞춰 춤추게 하네!   깜짝 놀란 꼭두각시 가느다란 팔로 얼싸안네. 우아한 아가씨들 예전 껴안았던 검은 오르간처럼 창살 있는 가슴이 지독한 사랑으로 오래 부딪치네.   어라! 즐거운 무용수는 배가 없구나!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 있네. 이 무대는 아주 기네! 앗, 싸움인지 춤인지 알 수 없네! 화난 벨제브즈가 바이올린을 엉터리로 켜네!   단단한 뒤축이여! 이제 샌들은 닳지 않으리! 거의 모든 이가 가죽 셔츠를 벗었네. 별로 거슬리는 것도 없고 소란스럽지도 않네. 두개골 위에 눈 내려 흰 모자를 만드네.   까마귀가 금 간 머리 향해 곤두박질하네. 깡마른 턱 아래 살점 한 조각 떨고 있네. 혼란스런 어둠 속을 맴돌며 거친 용사와 허울 좋은 갑옷이 부딪쳤다고 하네.   어라! 북풍이 해골 무도회에서 불어닥치네! 검은 교수대가 철제 오르간처럼 신음하네! 늑대가 붉디붉은 숲에서 대꾸하듯 울어대고, 지평선 하늘은 지옥 불빛이 되네...   이제 그만, 나를 흔들어 다오, 죽음의 장수여, 귿르은 부러진 손가락으로 엉큼하게도, 창백한 등뼈 위에서 사랑의 묵주 돌리고 있으니, 죽은 자여! 이곳은 수도원이 아니니!   죽음의 무도 한가운데 붉은 하늘에 커다란 미친 해골이 튀어오르네. 말이 뒷발로 일어서듯이 힘차게 튀어오르네. 여전히 목에 팽팽한 밧줄을 느끼면서,   비웃듯 소리를 내지르며 무너지는 대퇴골 위에서 작은 손가락 꼭 쥐고, 광대가 오두막으로 돌아가듯이,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에서 튀어오르네.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아르튀르 랭보(1854~1891): 랭보는 그의 광란적 방랑, 몇 편의 파격적 시, 그리고 문학에 대한 그의 돌연한 단절이 너무나 기이하여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인물이나 작품에 대하여서도 참으로 구구한 추측과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16세에서 20세 안팍까지 단지 3-4 년 동안에 문학으로 이루고자 했고, 우연히 남게 된 몇 편의 작품은 너무나 새롭고 강렬하고 깊이가 있어서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의 작품 , 에 접한 폴 클로델은 이를 참다운 계시라 했고 초현실주의의 총수 앙드레 브르통은 그를 자기들의 운동의 가장 선구자로서 추앙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실존주의-사회주의에 대하여서도 그의 인간과 작품은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에 대한 관심은 계속 확산-성장하는 느낌이다.  이르튀르 랭보는 북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 소도시 샤를르빌에서 태어났다. 이 곳은 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고 보수적인 소도시로 어린 랭보는 이미 주위에 대한 강한 반항심을 느꼈으며, 그가 자란 가장에서도 카톨릭 교의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강요하는 어머니 아래 숨막힐 듯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잘 참았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여 그의 선생들은 그를 신동이니 천재니 하고 불렀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그의 마음 속에는 자기의 가정과 도시 또한 그가 처한 현실에 대한 혐오와 반항심을 누를 수 없어 여러 번 고향으로부터 탈출을 기도했다. 어떤 때는 책을 팔아서, 어떤 때는 걸어서, 어떤 때는 무임 승차로 벨기에, 프랑스 등지를 방랑하였으나 그 때마다 체포-투옥되어 되돌아왔다. 그의 다른 곳으로의 탈출 기도와 방랑 생활에 대한 동경에는 일종의 숙명적 양상이 있다.  1871년 가을, 네번째의 탈출로 파리로 오게 되었다. 여기서 랭보는 그의 친구의 권고로 베를렌느에게 자기의 시를 담은 편지를 보냈는데 이보다 1 년쯤 전에 결혼한 베를렌느는 당장 파리로 올라오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리하여 이 소년 시인은 "술취한 배"라는 원고만 들고 파리로 올라오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이후 5년간 열정적이며 폭풍 같은 관계가 벌어진다. 이 비정상적 관계는 결국 1873 년 베를렌느의 랭보에 대한 권총 발사로 끝이 나고 랭보는 다음 해인 1874 년 그의 끝없는 방랑 생활의 길에 오른다. 이 때까지 그는 그의 두 개의 작품 과 을 끝냈는데, 은 그가 직접 브뤼셀 출판사에서 인쇄하게 하였으나 은 원고로 갖고 있다가 배를렌느의 주선으로 인쇄되었다. 1874 년 이후부터 랭보는 문학을 버리고 일대 방랑 생활을 시작한다. "시나 문학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단정한 그는 이번에는 젤멘느 누보라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영국-독일-이탈리아-북 유럽의 여러 나라, 키프로스 등을 약 6 년 동안 전전하였다. 1880 년에는 완전히 유럽을 떠나 아라비아의 이든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약 9 년 동안 이디오피아의 하라라에서 상사 대표로 있으면서 탐험과 무기 무역에 종사하였다. 1891 년 오른쪽 다리 정맥에 악성 혹이 생겨 이 해 5 월 프랑스로 돌아와 마르세이유 병원에서 다를 절단하였으나 같은 해 11월에 사망하였다. 그의 나이 37세이었다. 죽기 전 그는 그의 친척에게 병이 나으면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년 아르튀르 랭보는 아름다운 용모의 소유자였다. 고귀한 얼굴과 젊음이 넘치는 육체는 자연 그를 보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밖으로 나타나는 그의 성격은 거칠고 난폭하고 모든 일에 조소적이며 반항적이었다. 이는 거의 고의적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므로 베를렌느에 의해 그를 소개받은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일종의 공포와 반발심을 느꼈으며 동시에 그의 강력한 개성과 독창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누를 수 없는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망,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가 용광로 같이 타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의 제약이나 구속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 미지의 것, 생명적인 것을 찾으려는 격렬한 충동과 욕구가 있었다. 그가 가정을 뛰쳐 나오고, 방랑을 일삼고, 종교를 모독하고, 일시적이나마 사회주의에 경도하고 동성애 빠지고, 스스로 조악한 행동을 한 것은 모두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유로운 방랑 생활에서 초기의 청순한 몇 편의 방랑시와 또 전통과 현실에 매달린 인물들과 제도에 대한 경멸과 조소를 던지는 풍자시도 남겼다("음악에 맞추어" "교회의 빈민들" 등)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시인이 되고 문학을 통하여 이루고자 한 것은 그가 말하는 '보는 자'가 되어 미지의 세계, 진정한 생, 절대적인 것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젊은 랭보는 스스로 보는 자가 되기 위햐여 진지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알콜, 환각제의 사용, 동성애, 무의식 세계의 탐구, 자발적 환상 상태의 조작, 심지어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하면서까지 미지의 세계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새로운 세계를 붙잡으려 하였다. 그의 말대로 큰 병자, 큰 죄인, 큰 저주받은 자가 됨으로써 최고의 지자(智者)가 되어 우주와 절대 세계를 붙잡으려고 했다. 또한 랭보는 이렇게 자기가 보는 미지의 세계,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감각에 통하는 시적 언어를 만들려고 하였다. "향기, 소리, 빛깔 등 모든 것을 요약하는" 언어이다. 그가 언어의 연금술이라고 부른 이 기도(企圖)는 일찌기 보들레르가 시도한 바 있거니와 빛깔의 소리를 듣고 소리의 향내를 맡을 수 있는 감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일이다.  랭보는 보들레르의 시도를 극단까지 추진했다, 그의 후기 작품 과 은 이러한 노력과 모험의 기록이다. 그가 이 기도에 성공했는지 못 했는지는 차치하고, 그가 이러한 미지의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결사적 노력, 그리고 새로운 감각을 나타내는 새로운 시적 언어를 창출하려고 한 정신적 노력은 시에 대한 새로운 사명과 방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176    <돌에 관한 동시 모음>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댓글:  조회:1724  추천:0  2017-05-05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 숨쉬는 돌 붉은 무당벌레 한 마리 돌멩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쉽니다. 함께 숨을 쉽니다. 아무데나 던지지 마세요 돌멩이도 숨을 쉬고 있으니. (심온·아동문학가) + 징검돌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어 물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렸지 센 물살이 다가올 때 넘어질 것 같아 눈이 아찔했지 내 등을 밟고 간 수많은 발자국 많이 아팠지만 그렇게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았지 이젠 거친 물살, 거친 발걸음에도 끄덕하지 않아 가만 들어봐 내 곁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배산영·아동문학가)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냇돌 가재를 품어 주고 물고기도 숨겨 주고, 징검돌도 되어 주고 빨랫돌도 되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냇물 속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돌. (김종상·아동문학가) + 탑 모난 돌 금간 돌 손을 든 돌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눈 맞으며 함께 나이를 먹는 돌  밀어내지 않고 투덜대지 않고 꽉 끌어안고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돌멩이와 바위 조잘조잘조잘 시냇물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들쑥날쑥 돌멩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철썩철썩 쏴 쏴 파도가 신나게 수다 떨 수 있는 건 끝까지 들어주는 바위가 있기 때문이죠 (안오일·아동문학가) + 돌 줍기 예쁜 돌을 주워보자. 작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돌 맨들맨들 윤이 나는 돌 동네 한 바퀴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들꽃 향기를 기억하는 돌 동네 두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파도 소리 묻어 있는 돌 물새 발자국 묻어 있는 돌 동네 세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눈 동그랗게 뜬 겁먹은 돌 하나 울먹울먹 동네 한 바퀴 돌아 주웠네. 자동차 바퀴에 깔린 걸 기억하는 돌 전철 굉음에 귀먹은 돌 동네 두 바퀴 돌아 주웠네. 콘크리트 벽에 박힌 돌 매연에 찌든 돌 동네 세 바퀴 돌아 주웠네. (한계령·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75    김구연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674  추천:0  2017-05-05
가을 눈동자  김 구 연     햇살이 고요롭게 먼지를 데리고 노니는 마루방 탁자 위에 난초 잎으로 몸을 가린 우유빛 찻잔 하나.   오부룩하게 가을이 들어앉은 찻잔에 들꽃처럼 아, 들꽃처럼 누구를 기다려 가늘게 웃고 있는 초롱초롱 너의 눈동자.     강아지풀  김 구 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 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오요요" 소리에 꼬리 흔드는 강아지풀   "오요요/ 오요요"는 어미가 제 새끼를 부를 때, 혹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부를 때 내는 소리다. 바이올린의 높은 선율보다는 낮은 음역대(音域帶)에서 나오는 바순 소리에 더 가깝다. 뜻 없는 의성어지만 그 울림이 맑고 상냥하다. 'ㅍ'소리가 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비교하면 맑음과 상냥함이 한결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球]처럼 입술을 작고 동그랗게 모아 발음하기 때문인가. 세 번씩이나 겹친 두음(頭音)으로 오는 'ㅇ'소리는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모인다. 이 때 둥근 입 모양은 젖 빠는 아가의 입과 닮아 있다. 'ㅇ'소리는 귀엽고 상냥하고 발랄하다.   어떤 말들은 뜻을 품지 않고도 그 소리값[音價]만으로도 소통의 소임을 다한다. 이 시에 나오는 "오요요/오요요"하는 말이 그렇다. 음절 앞머리에서 낭랑한 소리를 이끌던 'ㅇ'소리는 다음 행의 "보송보송"에서는 음절의 끝에 숨어 겸손하게 앞소리를 떠받든다. 그 떠받드는 'ㅇ'소리는 강아지풀의 보드라움을 감각적 명징함으로 드러낸다. 'ㅇ'소리는 둥근 소리다. 내치고 따돌리고 깨뜨리는 소리가 아니라 품고 보듬어 안는 소리다. 이 소리에 외로운 자들이 먼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리라. 왜냐 하면 이 소리는 사랑과 안식을 약속하는 달콤한 영창(詠唱)으로 들리니까. 'ㅇ'이라는 음성기호는 둥근 것, 보드랍고 연한 것들, 예를 들면 엄마 젖, 아가의 오동통한 엉덩이, 젖살이 몽실몽실한 강아지, 탱탱한 탄력을 가진 꽈리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 수작을 쓴 김구연(66)은 1971년에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아동문학가다. 시인은 남이 못 듣는 소리도 듣는 예민한 청각을 가졌다. 들에 매인 염소는 누나의 국어책을 먹고 날마다 국어책을 외운다.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다시 입술을 모으고 "오요요/ 오요요"하고 불러보자. 강아지풀은 그게 저를 부르는 소린 줄 용케도 알아들었다. 제가 풀이라는 걸 잊은 강아지풀이 보드라운 털을 세우고 몸을 흔들며 온다. "오요요/ 오요요" 소리가 강아지풀을 강아지로 순식간에 바꾸는 놀라운 마술을 부리지 않는가. 우리 안에 잠든 열망과 무한한 그리움을 흔들어 깨우지 않는가. (장석주 시인)     고추씨의 여행  김 구 연    노오란 고추씨가     땅 속에 묻히면    초록색 싹이 되어 나오고    그 어린 싹이 자라서    새하이얀 고추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초록동이 아기고추가 열리고    아기고추가 자라서    빨간 잠자리    매운 고추가 되고    아, 빨간 고추 속에는    노오란 고추씨가 돌아와 있네.    고추씨가 싹이 되고, 싹이 꽃이 되고, 꽃이 고추 되고, 고추 속에 고추씨가 돌아와 있음. 이 시의 내용 줄거리입니다.   어디 고추뿐일까요? 대개의 식물들이 다 그렇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열매 맺어 수십 수백 배의 또다른 씨앗을 낳게 하는 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능력을 가진 이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분, 그 누구의 은혜 때문일까요? (허동인)   한 알의 고추씨가 싹이 터서 자라고, 끝이 뾰죽한 다섯 장의 흰 꽃잎으로 꽃이 피고, 풋고추에서 붉은 고추가 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시인은 고추씨가 자라 다시 고추가 되는 것을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되풀이되는 생명, 이것을 불교적으로 말하면 윤회라고 합니다.    봄에서 가을까지 고추가 익을 때까지의 시간을 여행이라는 시적인 생각으로 바꾸어 놓는 일. 이런 평범한 사실에 새로운 의미를 주어 우리에게 놀람과 기쁨을 주는 일은 시인의 능력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것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더 깊고 넓은 상상의 나라로 이끌어주는 일은 시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시를 많이 읽으면 상상과 생각의 폭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음식에 맛을 보태주는 열매 속의 작은 씨앗을 보고 되풀이되는 생명을 긴 여행으로 엮어낸 시인.   '한 송이의 꽃에서 우주를 본다.'고 말한 블레이크라는 시인도 있습니다.    자연이 풍요로운 여름은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주는 계절이기도 합니다.(정두리)     귀뚜라미  김 구 연   따르르 따르르……   비켜나세요.   별님 달님   비켜나세요.     캄캄한    밤중에   귀뚜라미가   자전거를 탑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고요한 가을 밤입니다.    귀뚜라미 혼자 따르르 따르르 자전거를 탑니다. 귀뚜라미 자전거 소리는 밤하늘로 멀리멀리 퍼져 갑니다. 별님 달님이 다칠지도 모릅니다.    '별님 달님 비켜 나세요' 하고 내가 귀뚜라미 대신 말해 줍니다.    고요한 가을 캄캄한 밤하늘로 귀뚜라미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세요. (김종상)     국어 공부  김 구 연       염소가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매애애 매애애……      국어책 외운다.    국어책을 외우는 염소를 보았나요?    염소는 왜소한 체구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이지요. 종이도 잘 먹는답니다. 아, 염소가 그 새 '누나의 국어책을 몽땅' 먹어 버리고 말았군요. 그리고 "매애애 매애애" 울음소리를 내면서 계속 되새김질을 하고 있네요. 아마 국어 공부를 하는가 봐요. '국어책에 나오는 동시들을 외우는 거야' 하듯이 입을 놀리네요.    동물의 행동 특성을 잘 관찰하면서 색다른 의미를 부여해 놓은 김구연(1942∼) 시인의 시적 재치가 돋보이는군요. (김용희)   내가 선물하는 동시집에 들어 있는 시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외우게 되는 시다.   동물과 아이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에다 동물이 먹고 우는 반복되는 단순한 행동을 아이가 책 읽는 소리에 빗대며 "매애애 매애애"로 청각화한 것이 쾌감을 안겨 주는 거다.   이런 쾌감을 오래 붙들고 싶은 사람은 이 동시를 흉내내 볼 것을 권한다.   "강아지가 형아의 운동화를 하루 종일 물고 다녔다. 그러고는 밤 늦도록 콩콩콩 콩콩콩 마루를 뛰어다닌다." 이런 식으로. (박덕규)      깜장 염소 김 구 연           새까만 얼굴        새까만 눈동자        새까만 바지저고리        새까만 손발.          캄캄한 밤중에        느네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알지?        엄만 줄 아빤 줄?          매애애 매애애……        목소리도 똑같은걸.     바람 부는 날 김 구 연      미루나무들이  벌판을 달리고 있습니다.  맨주먹 불끈 쥐고  머리칼 휘날리며.    콩밭도 달립니다.  수수밭도 달립니다.  미루나무 꼭대기  까치집도 달립니다.    동심의 모습을 발견하기   이 시는 바람 부는 날에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마치 아이들이 맨주먹을 쥐고 달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쓴 시다.   이 시에 나오는 미루나무나 콩밭이나 수수밭은 주먹을 쥐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 그대로이다.   자연을 보면 이와 같이 귀여운 동심을 발견할 수 있다.   새와 꽃과 나무에서 아이들과 닮은 점을 찾아 시로 써보기 바란다. (이준관)     반딧불  김 구 연     남 다 자는 한밤에 초롱불 하나   어둠 타고 남실남실 쑥고개 넘어온다.   무섭지도 않나 봐 꼬마 반딧불.    어두운 밤, 숲 속이나 산길에서 작은 초롱불을 밝히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은 무섭지도 않을까요?    또, 혼자 초롱불을 밝혀들고 누굴 찾아다니는 것일까요?   반딧불을 사람의 처지에 비겨 보고 있습니다. (김종상)     빈 나뭇가지에  김 구 연       빈 나뭇가지에   구름 한 조각 걸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하얀 눈 몇 송이 앉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뾰쪽뾰족 초록잎 돋았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빨간 열매 달렸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한 마리 산새 쉬었다 가고     빈 나뭇가지에   빈 나뭇가지에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빈 나뭇가지에 왔다가 떠나가는 것을 '걸렸다, 앉았다, 돋았다, 달렸다, 쉬었다'로 말을 바꾸어 나타낸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시는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표현을 달리 해야 좋은 문장이 됩니다.   만약 이것을 모두 '앉았다 가고'로 표현했다면 '구름 한 조각 앉았다 가고' '초록잎 앉았다 가고' '빨간 열매 앉았다 가고' '한 마리 산새 앉았다 가고' 로 되어 참으로 지루하고 멋없는 글이 되고 말 것입니다. (김종상)     성에 김 구 연             발이 시려운데         하얀 이를 드러내         네가 웃고 있구나.           유리창에         어룽지는         마음의 그림자.           누군가 창 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보니 그게 아니라 유리창에 성에가 낀 것이었지요.   모른 척 다시 공부를 하다 보면 또 누군가의 표정이 느껴지는 걸 어쩐답니까.   저 추운 밖에서 하얗게 웃고만 서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성에의 모양새를 연민 어린 마음의 만남으로 읽은 김구연(1942~) 시인의 솜씨가 볼 만하군요. (박덕규)     아기 염소 김 구 연      어리고 어린 것이   흰 두루마기에 딸기코   하얀 수염을 기르고     매애애, 매애애……   뒷짐지고 할아버지   헛기침 흉내내고     부끄러운 것도 몰라   우리 동네 아기 염소   땅꼬마 영감님.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코가 빨갛고 수염이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시나 봐요.   아기 염소를 보니 그런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기 염소도 코가 빨갛고 수염이 하얗습니다. 게다가 매애매애 합니다. 그래서 어린 것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다니 부끄럽지도 않니 하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 둘레에는 이렇게 서로 닮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김종상)     방아깨비  김 구 연          "시집 갈래, 장가 갈래?"      방아깨비를 잡아쥐고      아이들이 놀려댑니다.        방아깨비는 알아들었는지      끄덕끄덕 끄덕끄덕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겠다고.           키를 잰다 김 구 연      벽 기둥에   자를 만들어 놓고   키를 잰다.     날마다 날마다   형제들이.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              시는 징검다리와 같습니다. 낱말의 돌멩이를 몇 개만 놓아도 훌륭한 길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적은 말 속에 많은 생각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것도 재어 보았니? 생각의 키' 라는 말은 짧지만 참으로 많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키가 자란 만큼 생각도 자라야 합니다. 덩치는 커다란데 생각이 어리다면 안 되겠기 때문입니다. (김종상)          김 구 연(金丘衍) 1942년 8월 9일 ∼  본명 : 김치문 서울에서 태어남. 영신고등학교 졸업.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 소년소설부문에 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1974년 동시 외 4편으로 제2회 새싹문학상(1974)을, 1976년 동화 으로 제9회 세종아동문학상(1976)을, 1978년 동시 연작으로 제13회 소천아동문학상(1978)을, 1986년 제5회 인천시문화상((1986)을 수상함. 동화집 : 자라는 싹들(세종문화사, 1976)             마르지 않는 샘물(세종문화사, 1981)             점박이 꼬꼬             누나와 별똥별             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산다 소년소설집 : 붉은 뺨 사과 얼굴(그래그래, 2003. 6) 시집 : 꽃불(한진문화사, 1974)          빨간 댕기 산새(강경문화사, 1976)          분홍 단추(미문출판사, 1982)          가을 눈동자(미문출판사, 1983)          아이와 별          나무와 새와 산길          별빛과 눈물(동아사, 1991. 4)           은하수와 반딧불(자료원, 1999)          별이 된 누나(자료원, 2002. 4. 6) 외    
174    김마리아 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1301  추천:0  2017-05-02
  가을 들판  김마리아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가 발름발름.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이 반들반들.    '아, 먹고 싶다.' 가을 들판에서 메뚜기와 참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벼와 수수가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는 발름거리고,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은 반들거리겠지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야 우리도 좋아하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으면 자꾸 코가 벌름거리고, 눈길이 가는 걸 경험했으니까 알지요.   시인의 코와 눈은 예민하고 밝아야 한답니다. (박두순)       강아지 길 찾기  김마리아        대문 나서서    골목길에서    오줌 쨀끔.      나무 밑 지나다가    쨀끔.      횡단보도 건너다가    쨀끔.      약국 앞 지나다가    또 쨀끔.      ―뭐 하는 거야    이 녀석.      ―비밀이야,    집에 갈 때    필요해. (2006년 여름『새싹문학』제96호)     괄호 안에 말  김마리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친구에게         따지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꼭꼭 묶어 둬야지.           "미진이는 옷이 더러워"         짝에게 귓속말하고 싶을 때         괄호 안에 꽁꽁 묶어 둬야지.           "엄마, 형아가 군것질했어요"         고자질하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꽉꽉 묶어 둬야지.           밖으로 못 나가게.         내 밥 김 마리아        밤나무에서    톡, 알밤이 떨어진다.      알밤에 앉았던    햇빛도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순간, 땅이 환해지고     알밤의 사방에     길이 생긴다.      환한 알밤으로    다람쥐가 달려간다.    ―오, 내 밥 (2004년 10월『아동문예』)    알밤이 떨어질 때 햇빛도 함께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참 놀랍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다람쥐나 햇빛이나 알밤이 모두 제가각 따로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모두가 정다운 이웃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걸 이 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실 속에 들어있는 삶의 비밀, 이건 누구나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문삼석)     꽥꽥 꽉꽉 김마리아         진천장 5일장     고무통 안에     오리 새끼들     꽥꽥     동무 밀치고     밖을 내다보네.     꽉꽉     동무 등을 밟고     바깥 세상 보네.     꽥, 밀치고     꽉, 밟고     꽥꽥, 꽉꽉     눈버둥     발버둥이네. (2007년 봄 『오늘의 동시문학』)    동심의 본모습이란 바로 요란한 오리 떼를 상기시킨다.   수다 떨고 발랄하며 좌충우돌하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하나의 체험 학습장의 오리 떼들인 것이다.   '꽥꽤, 꽉꽉' 의성어가 함의하는 바는 역동적 동심이 벌이는 동심 행진이라 하겠다.   괜히 어려운 시도 아니고 아무리 읽어도 느낌이 없는 그런 외톨이 시류와는 차별화된 동심 현장을 절묘하게 살린 시이다. (윤삼현)       노랑 바다  김마리아   유채꽃 피는 밭에 가면   노랑 바다를 만난다.     노랑 바람   노랑 햇살   노랑 나비가 춤을 추고   여기서는 마음도   노랑색이다.     노랑 아이가   노랑 모자를 쓰고   노랑 배를 타고   노랑 바다에서 노랑 노래를 부른다.   ―랄랄라   노랑 바다가 출렁인다.     어때,   유채꽃 노랑 바다   물들고 싶지 않니?   늦게 피는 꽃  김마리아           엄마,      저 땜에 걱정 많으시죠?      어설프고 철이 없어서요.        봄이 왔다고 다 서둘러      꽃이 피나요?      늦게 피는 꽃도 있잖아요.        덤벙대고      까불고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세요.        나도 느림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자라날 시간을 주세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철들 시간이 필요해요.   말하는 손, 잘 듣는 눈 김 마리아       선생님 손이 말하면   아이들 눈이 듣는다.     아이들 손이 말하면   선생님 눈이 듣는다.     이 교실에서는   손이 못하는 말 없고   눈이 못 듣는 말 없고     말 잘 하는 손   잘 알아듣는 눈     손이 입이 되고   눈이 귀가 되고 (2007년 3·4월 『아동문예』)    이 시는 소리없이 통하는 수화하는 선생님과 어린이들, 농아학교 교실 풍경이 그려졌다.   특수학교 어린이들,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정경이기도 하다.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알아듣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눈길을 보여준다. (정두리)   봄바람은 요술색깔  김마리아     진달래 피는      골짜기에 가 봐     봄바람은 분홍색이야.     어?     울타리에 있는     개나리는 노랑바람을     먹었나 봐.     아니?     밭두렁에     아기 쑥은     초록바람을 마셨어.     아롱아롱 봄바람은     요술생각을 나누어주나 봐.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손이 저울이야 김 마리아         가게 아줌마     한 줌 두 줌     봉지에 담은 나물을     저울에 올립니다.       "야, 딱 맞네     손이 저울이야."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딨겠어."       매일매일 같은 일 하다 보니     몸에 배인 거지.       손이 무게를 알기까지.     씨앗들이 먹을 밥 김 마리아        풀 한 켜 깔고    닭똥 한 켜 넣고      풀 한 켜 덮고    소똥 한 켜 넣고      짚 한 켜 덮고    돼지똥 한 켜 넣고      꾹꾹 눌러    쌓아 놓은 거름더미.      비 온 뒤    김이 난다, 모락모락      밭에서    씨앗들이 먹을    따뜻한 밥.   우렁각시 되던 날 김 마리아       앞치마를 입고   오늘은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는 거다.     달그락   덜그덕     -아이 아파 살살 해-   -미안해, 깨끗이 목욕시켜 줄께-     밥그릇, 국그릇을 닦는다.   접시가 미끄러진다.     소매가 젖고   앞치마도 젖었다.     행주를 꼭 짜서   싱크대 닦고 설거지 끝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   고개를 갸웃둥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집을 나갈 때 시간이 없어서 물통에 그대로 담가둔 그릇들이 말끔하게 닦여 있더래.   '엄마가 없는 사이 설거지를 다 하고. 예쁘기도 하지.'   엄마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라고 말을 했다지 뭐니!   '우렁각시'가 뭔지 알아?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그런 낱말은 나와 있지 않구나.   아무튼 착한 일은 우렁각시처럼 아무도 모르게 하는 거야.   그렇게 남모르게 하는 것이 더 값진 거란다.(김영순)     키를 낮출게 김마리아        길을 걷는데    발가락이 간지럽더라구.      '서서 보지 말구    앉아서 바라봐 줘, 응?'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작고 예쁜    얼굴들이 꼼지락거리고    몸을 흔들면서    말을 하고 있었어.      어디서 본 듯한    이름 모를 풀꽃들이었어.      개미 가족이 놀러오고    벌이 소곤거리고 있더구나.      그래, 다음부터    너를 만날 때는    키를 낮출게.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그냥 서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풀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리 볼품도 없고 쓰임새가 별로인 꽃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키를 낮추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런 풀꽃일수록 커다란 풀밭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이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그 둘레에는 벌이나 나비는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이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지요. 세상에는 크고 화려한 꽃들보다 이처럼 작고 볼품없는 풀꽃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풀꽃들만 그런 건 아닐 테지요. 사람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어둡고 추운 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작은 풀꽃들처럼 우리들의 눈 키를 낮춰야 볼 수가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위로 향하는 만큼 그 맞은편에 있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도 눈길을 돌리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의 모습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문삼석)   튼튼한 끈 김 마리아        엄마와 나 사이    보이지 않는 끈.      엄마가 멀리 계시면    내가 당기고      내가 멀리 있으면    엄마가 당기는      엄마와 나 사이    튼튼한 끈.      자면서도 당기는 끈    늘    팽팽하다.    엄마의 사랑은 끈입니다.   절대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늘 팽팽하게 묶여 있는 끈,   그 끈을 끓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겠지요. (문삼석)     흙 먹고 흙똥을 싸고  김 마리아      흙속에 사는 지렁이  종일 땅을 깨우는 지렁이    흙 먹고  흙똥을 싼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땅속을 기어다닌다  느릿느릿.    구불구불  지렁이가 지나간 자리  ―아, 잘 잤다.  땅이 일어난다  꿈틀꿈틀.    지렁이가 무얼 먹고 사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아니, 지렁이 같은 것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은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지은이는 지렁이가 흙을 먹으며, 흙똥을 싸는 것도 보았고, 느릿느릿 땅속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땅이 꿈틀꿈틀 일어서는 것도 보고 있습니다.   땅이 일어서고 숨을 쉰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바로 땅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천천히 죽어가고 있던 땅을 지렁이들이 살려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은이의 눈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징그럽게만 보이던 지렁이가 어쩐지 정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삼석)         김 마리아 1956년 울산 방어진에서 태어남. 여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제135회 '아동문예' 문학상 동시 당선. 동시집 : 빗방울 미끄럼틀(아동문예사, 2001. 5. 25)             구름씨 뿌리기(21문학과문화, 2004. 10. 25)    
173    <학교에 관한 시 모음> 하청호의 '무릎 학교' 외 댓글:  조회:1342  추천:0  2017-04-23
하청호의 '무릎 학교' 외 +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이 있는  무릎 학교였다.  (하청호·시인, 1943-)  + 수업 일요일 저녁 텅 빈 운동장 구석에 한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렇지, 비어 있음이 늘 가장 많은 걸 가르치지  (김진경·시인, 1953-) + 산 위에서 보면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 재조잘 떠밀며 날아 나오지요 (김종상·아동문학가, 경북 안동 출생) + 우리 학교 옆에 있는 할아버지 학교 1교시 국어시간 창 밖을 내다보면 삽으로 물꼬를 트고 2교시 수학시간에 내다보면 삽으로 논둑을 다듬고 쉬는 시간에 맞춰 소주 한 잔에 멸치 안주 드시는 할아버지 우리 학교는 매일매일 준비물이 바뀌는데 할아버지네 학교는 준비물도 간단하다 삽 한 자루에 소주 한 병이면 그날 공부 끝이다. (박혜선·아동문학가, 1962-) + 까치네 학교  아무도 넘겨다보지 않는 돌담 지나  아무도 건너지 않는 징검다리 건너  하얀 이름표 달고  까치가 학교에 갑니다.  늦어도 기합 주는 선생님 없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없는  학교에 갑니다.  바람 버스를 타고 씨이잉-  미루나무가  수위 아저씨처럼 서 있는 학교  그런데 아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  반기던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깨진 창문으로 나뭇잎 소리만 들락거리고  책상들이 조용조용 앉아 있는  햇빛만 지키고 있는 학교  까치 혼자서 다니는 학교  푸드득- 달리기를 해 보고  농구 골대에 앉아 까악까악 심판도 보지만  아이들이 없는 운동장은  토옹 재미가 없다.  (김자연·아동문학가, 전북 김제 출생) + 비결이 뭘까요? 햇빛 선생님 햇빛 학교엔 책도 숙제도 시험도 없네요. 고함 한 번 치지 않는데 회초리 한 번 들지 않는데 온갖 꽃 나무 어린 싹들 순하디 순하게 자라네요 때 되면 열매 맺어 서로 나누며 제 몫을 하네요 비결이 뭐예요? (현경미·아동문학가) + 수업 마지막 끝종이 울리면  수업 마지막 끝종이 울리면  나는 책들을 차곡차곡 가방에 넣는다.  오늘 외운 시 한 편  오늘 배운 노래 한 곡  오늘 배운 풀꽃 이름으로  불룩한 책가방.  교실 창 밖을 보면  벚나무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기다리렴.  버찌처럼 조그만 새야,  오늘 배운 노래 가르쳐줄게.  기다리렴,  들길의 풀꽃들아,  오늘 배운 너희들 이름 알려줄게.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이제 고작 열흘 내일도  학교 와야 해요? 모레도 학교 와야 되나요? 옷자락 붙잡고 재잘재잘 1학년 저 철부지들을 무슨 수로 이해시키나요 10년도 넘게  다녀야 할 학교를 너희들은  이제 고작  열흘이라고. (공재동·시인, 1949-) + 청소 시간이 되면 수업이 끝나고 우당탕탕 청소 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서지 아니지 벌을 서는 게 아니지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 주느라 힘든 의자를 책상이  또 하나의 의자가 되어 잠시 앉혀 주는 거지 (김용삼·극작가, 1966-) + 학교와 집 사이  학교와 집 사이는 후다닥 걸어서 가면 단 오분 거리 하지만 나는 다섯 시간이나 걸린다 수학은 영재수학 국어는 독서논술 영어는 웰컴 투 영어나라 컴퓨터 워드 3급 태권도 품세 심사 학교와 집 사이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김은영·아동문학가, 1964-) + 선생님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가진 것 다 주어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 한 마디가 좋아서  평생을  평생을 묻습니다.  (황팔수·아동문학가, 경북 의성 출생) + 찐드기 쌤 쫀드기 쌤 아이들은  내 이름을 갖고 논다. 같이 놀아 줄 때는 맛있는 쫀드기 과자처럼 좋다며 쫀득쫀득 쫀드기 쌤이라 하고 이제 공부하자고 하면 징그러운 진드기 벌레처럼 싫다며 찐득찐득 찐드기 쌤이라고 한다. 교장 선생님이나 후배 선생님 앞에서는 내 체면도 좀 생각해 주면 좋으련만 쫀드기 쌤, 찐드기 쌤 제 기분대로 부른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쫀드기나 찐드기로 살아야 하는데 쫀드기는 참을 수 있지만 찐드기는 정말 싫다. (최종득·아동문학가) + 서울로 간 철이 멀리 서울로 전학을 갔다. 꽃밭에 잔디밭에 같이 물 주던 철이가 마음속에 얼굴만 사진처럼 찍어 놓고 교실 구석구석 목소리만 남겨 놓고 보지 말자 보지 말자 다짐만 했지 몰래 돌아다본 철이 자리 보이는구나 보이는구나 환하게 웃는 얼굴 가지런히 빛나는 하얀 이가 국화꽃 향기는 교실에 가득한데 수없이 떠오르는 철이 철이의 얼굴.  (이동식·아동문학가) + 졸업식장에서 엄마가 존다 엊저녁 늦도록 마늘 깐 엄마가 존다 누나 상 받는데 엄마만 못 본다 4천원 벌려고 마늘 더 까다가 제대로 잠 못 잔 엄마 다른 엄마들 박수소리에 놀라 눈떴다가 끄으덕 끄으덕 다시 존다. (유미희·아동문학가)  
172    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1416  추천:0  2017-04-16
크리스티나 로제티 동시 모음   달님  / 크리스티나 로제티 달님, 고단하세요? 안개의 면사포로 싸감은 해쓱한 얼굴. 동에서 서로 하늘을 재며 삼백예순 날, 쉬시지 않네. 밤이 오기 전에는 종이처럼 희고. 밤이 밝기 전에 아주 꺼져 버리고. 대답 네 가지  / 크리스티나 로제티 무거운 것은 모래하고 슬픔. 짧은 것은 오늘과 내일. 이내 무너지는 것은 꽃과 젊음. 깊은 것은 그럼 뭐니? 바다하고 진리지. 더 아름답다  / 크리스티나 로제티 강 위로 달리는 보오트 바다 위로는 돛단배. 그러나 하늘에 달리는 구름 구름이 배보다 더 귀엽다. 강에는 다리가 걸렸지만 아무리 다리가 아름답지만, 하늘에 걸린 무지개다리 높은 나무보다 더 높게 하늘과 땅 사이 길을 놓은 무지개다리가 더 아름답다. 뛰어다니는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뛰어다니는 양 뛰어다니는 아기 노란 꽃 피는 목장에서 논다. 새파란 하늘 부드러운 공기 들에는 햇빛 빛나고, 들길에는 그늘 덮이고. 뭣이 뭣이 빨갛니?   / 크리스티나 로제티 뭣이 뭣이 빨갛니? 샘가의 장미꽃. 뭣이 뭣이 붉으냐? 밭가운데 양귀비. 뭣이 뭣이 파랗니? 구름 동동 저 하늘. 뭣이뭣이 하얗니? 햇볕에 헤엄치는 고니. 뭣이 뭣이 노랗니? 익은 배가 노랗지. 뭣이 뭣이 초록빛? 이름없는 꽃이 피는 풀잎새. 아아 뭣이 뭣이 보라빛? 여름 저녁 떠가는 구름이 보라빛. 뭣이 뭣이 귤빛이지. 그건 귤나무의 귤이 귤빛이지. 바람  /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뭇잎을 흔들며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누가 바람을 보았답니까? 너도 나도 못 본 걸. 웬걸,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바람은 저기 지나가지 않니. 어린 양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가 없는 아기양이 혼자 외롭게 언덕 위에. 아무리 부들부들 떨고 있어도 아무도 다정하게 품어주지 않겠지. 정말 가엾은 저 어린 양을 언덕까지 달려가서 잡아와야지. 데려다가 따뜻하게 기뤄줘야지. 힘세고 씩씩하게 될 때까지. 엄마와 아기  / 크리스티나 로제티 엄마 없는 아기와 아기 없는 엄마를 한 집안에 모아서 정답게 살게 하자. 제비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날아가라, 날아가라. 바다를 넘어. 해님을 좋아하는 제비야, 이제 여름도 다 지났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날아서 오라. 여름을 데리고 돌아오라. 해님도 가지고 오너라. ……것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꿀벌이 하는 일은 꿀을 따오는 것.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돈을 벌어오시는 것.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 푼 남기잖고 돈을 쓰시는 것. 아기가 하는 일은 한 방울 남기잖고 꿀을 먹는 것. 꿈 / 크리스티나 로제티 ―꿈 속에서 나는 작은 부엉이와 파란 새를 잡았었지. ―그렇지만 이 세상에선 너는 도저히 그런 새를 못 잡는다. ―꿈 속에서 나는 해바라기를 심었지. 핏방울처럼 새빨간 꽃이 폈어. ―그렇지만 이 세상의 저 햇빛 아래서는 그런 해바라기꽃은 피지 않는다.
171    외국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2199  추천:0  2017-04-16
외국동시 모음 숙제 기계 / 셸 실버스틴   숙제 기계, 오 숙제 기계 여태껏 본 것 가운데 가장 완벽한 발명품 숙제를 넣고 은화 하나를 집어넣으세요 그러곤 스위치를 탁 누르면 단 십 초 안에 숙제가 끝나서 나옵니다 대단히 빠르고 말끔하게 자, 여기 나왔습니다 9 더하기 4의 답은 3입니다 3이라고? 어이쿠 생각했던 것만큼 완전한 건 아닌 모양이군   비눗방울 / 장콕토   비눗방울 속에 뜰은 들어갈 수 없어 둘레를 빙빙 돌고만 있다.   햇빛 /  린 우씨엔   햇빛이 창문을 기어오르고 있다. 햇빛이 꽃잎에 앉아 웃고 있다. 햇빛이 시냇물을 따라 흐르고 있다. 햇빛이 엄마의 눈 속에서 빛나고 있다.   유리창 / 레몬 라디게(프랑스)   정월달이 되었어요. 무섭게 추워졌어요. 나가 놀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추위는 유리창에다 얼음으로 그림을 그려 보이며 나를 달래 주지요.   강 / 다니카와 슌타로     엄마 강은 어째서 웃고 있어? 태양이 강을 간지럽히기 때문이란다   엄마 강은 어째서 노래하고 있어? 종달새가 강이 부르는 노래를 칭찬했기 때문이란다   엄마 강은 어째서 차갑지? 언제인가 눈(雪)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 때문이란다   엄마 강물은 몇 살쯤 됐어? 언제 보아도 젊은 봄과 같단다   엄마 강은 어째서 쉬지 않아? 그건 말이야 바다인 어머니가 강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조금  / 엘리자베드 노벨 (영국 )   설탕을 조금 가지고도 죽 맛이 달게 되네   비누를 조금 가지고도 내 몸이 깨끗이 되네   햇빛을 조금 받고도 새싹이 자라네   조금 남은 몽당연필로 책 한 권을 다 쓰네   조금 남은 양초 하늘하늘 춤추는 불빛 아무리 작더라도 불빛은 즐겁지   조금 남은 웃음이라도 웃음은 이상하지 조금 웃는 아이 웃음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지   꼬마 요정 / 존 켄드릭 뱅스 / 장경렬 옮김   꼬마 요정을 한번 만난 적이 있었지요 백합이 발마에 한들거리는 골짜기에서 그에게 왜 그렇게 자그마한가 물었지요 그리고 왜 키가 자라지 않느냐고요   꼬마 요정은 얼굴을 찡그리곤, 눈을 들어 나를 뚫어지게 보고 또 보는 것이었어요 "나에겐 이 정도의 크기가 알맞아." 그가 말했지요 "너에겐 너 정도의 크기가 알맞듯이!"    존 켄드릭 뱅스 ( 1862 - 1922 )  미국의 유머 작가. 잡지 편집인   싸움 뒤 /  가네코 미스즈 ( 1903 - 1930 )   외톨이가 되었다 외톨이가 되었다 멍석 위는 쓸쓸해   난 몰라 그 애가 먼저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쓸쓸해   인형도 외톨이가 되었다 인형을 끌어안아도 쓸쓸해   살구꽃이 폴폴 포르르 멍석 위는 쓸쓸해       * 가네코 미스즈  스물 여섯에 요절한 일본 여류 동시인  동시집 <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됨   모두를 좋아하고 싶어 /  가네코미스즈                   나는 좋아하고 싶어 무엇이나 어떤 것이나 모두.   파도, 토마토도, 생선도, 남김없이 좋아하고 싶어.   우리 집 반찬은 모두 어머니가 만드신 것.   나는 좋아하고 싶어 누구든지 어떤 사람이라도 모두.   의사라도, 까마귀라도, 남김없이 좋아하고 싶어.   세상 것은 모두 하느님이 만드신 것.   * 가네코 미스즈 ( 1903 - 1930 )는 불우하게 살다 죽은 동시인입니다. 집안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하여 딸을 낳았으나 남편과의 불화와 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스물 여섯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쳤습니다   이 시처럼 모든 것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의 삶에 가슴이 아픕니다   봄날 아침 /  브라우닝   때는 봄 하루는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엔 진주 이슬 종다리 높이 날고 달팽이, 가지에 오른다 하나님 하늘에 계시니 세상 모든 일이 편안하다   2월의 노래 /  가즈에 ( 1929 -  )    2월은  해님의 둘째 아들  이름은 지로 군  꼬마.   장대같이 큰  형의 그늘 밑에 숨어서  새침떼기처럼 보이지만  지로 군은   주머니 속에서 꼬옥 쥐고 있다 . 새 날개나 꽃봉오리나 온갖 씨앗들을 무럭무럭 키워내는 검은 흙을-   어서 와라 지로 군은 뒤돌아보며 귀여운 3월인 누이동생을 부른다. 어서 와라, 이쁜 것을 줄 테니.   * 지로는 일본인들이 둘째 아들에게 붙이는 이름   조그만 바람  / 다니 마사루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풀 속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단다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풀벌레한테 길을 물어 간신히 밖으로 나왔단다   조그만 바람이 어떻게 됐니? 큰 바람에게 업혀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단다   진눈깨비 /  히로스케   진눈깨비 몰아치는 벌거숭이 산   산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우리 우리 학교가 보였습니다    청소를 다 하고서  잘 잠그고 온 창문이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진눈깨비 몰아치는  벌거숭이 산  아마도 내일 눈이  올 것 같아요   / 폴리네르   삼나무는 뾰족 모자를 쓰고 있지요 기다란 옷을 걸친 모양은 수도하는 신부님을 닮았지요 시냇가에 가득 찬 보트처럼 서로 몸을 비벼대면서 '잘 잤니?'하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지요 나이 많은 삼나무는 시인이지요 아름다운 시를 짓지요 삼나무는 그 시를 듣고서 ( 좀 있으면 우린 별님보다도 더 빛나지 >    하고 생각하지요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오면 삼나무들은 희디흰 솜 눈옷을 입고서 온 몸에 별을 달지요 그날을 생각하면서 꿈꾸듯 기다란 가지를 뻗치고 있지요 삼나무는 노래 선수이지요 가을밤엔 바람이 불 때마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연습하지요 그뿐인가요 삼나무는 또 날씨 박사이지요 천둥하는 하늘을 쳐다보며 내일 날씨를 생각하고 있지요   다친 데 / 오 야소   자꾸 자꾸 씻어도 자꾸 피가 나 자꾸 자꾸 을어도 자꾸 아파   혼자 다쳐 피가 나는 새끼손가락 . 다른 다른 손가락도 새파라래져서 아주 걱정스러운 듯 들여다보네   별과 민들레  /   가네꼬 미수주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감상   보이는 것 밖에 볼 줄 모르고 쓸 줄 모른다면 무슨 시인이라 할 수 있으랴. 하기야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개념적인 동시를 쓰는 이들도 있으니....동심적 통찰이 있는 시.     *가네꼬 미수주 1903 - 1929년 / 西條八十(샤이조오 야소)에게 젊은 동요 시인의 거성이라고 절찬을 받았으나 2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 1993년 4월 조일신문을 통하여 재발견되어 현재 사랑받는 동요시인으로서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고 있다. 작품 500여편. 탄생 백주년을 맞아 고향에 도서관이 생겼고 영화로 제작되었다. 텔레비전에서 그의 일생에 대해 드라마로 방영했다는데 나는 못 봤다. 그런데 집 아이가 가네꼬를 알기에 네가 어떻게 아느냐 했더니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고 했다. 가네꼬가 어떻게 죽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을 잘못 만나 매독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70년이 지나서 일본에서는 가네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여기 저기서 모은 가네꼬의 시가 있는데, 시를 읽으니 참 좋아서 혼자말로 가네꼬! 당신의 시처럼 청순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동심의 시를 한번 써 보고 싶구나 했다. 가네꼬! 일찍 고인이 되어서 안 됐구나. 가네꼬!  당신의 시는 70년이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싱싱하고 어제 쓴 것 같구나. 이제 나에게 동요나 동요시하면 가네꼬! 당신이고 당신은 나의 스승이다. 그런데 가네꼬! 나는 당신 흉내도 못내겠구나   웃음 /  가네꼬미수주   그것은 아름다운 장미색이고 양귀비씨보다도 작고 흩어져 땅에 떨어졌을 때 확 불꽃이 터지듯이 큰 꽃이 열려요.   만약 눈물이 흘러내리듯 이런 웃음이 흘러내리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감상 웃음을 사물을 통해 비유적으로 구체화 시켜 보인 미적 감각과 그런 웃음을 그려 보는 동심의 천진함이 잘 드러난 시라고 하겠다.   ……것 / 티나 로제티 꿀벌이 하는 일은 꿀을 따오는 것.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돈을 벌어오시는 것.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 푼 남기잖고 돈을 쓰시는 것. 아기가 하는 일은 한 방울 남기잖고 꿀을 먹는 것 눈동자 / 가즈꼬 미수주   모두의 눈동자는 마법 항아리야   탱자나무 울타리도 길거리도 마차도 말도 마부도 메밀밭도 오동나무도 멀리 초록빛 저 산도 그리고 하늘의 구름까지도 자그맣게 되어 모두 들어간다   까만 눈동자는 마법 항아리야   *감상  비유적 발견이 빼어난 동심의 시라고 해야 할까?   무지개 /  워즈워스(영국 / 1770 -1850)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설레요.   내가 어릴 때도 그랬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마찬가지예요. 쉰 살, 예순 살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을 거예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하루하루가 자연 속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요.    -아버지가 없는 아이의 노래 /  가네꼬미수주   “아빠 가르쳐 줘요” 저 아이는 응석 부리고 말하고 있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뒷길에서 ‘아빠’ 살며시 흉내 내봤더니 왠지 누구에겐가 창피하다   생울타리의 하얀 무궁화 웃는 듯해.   그림자 / 로버어트 스티븐슨 언제나 나한테 꼭 붙어다니며 아침부터 밤까지 떠나지 않는 그림자 그림자 내 그림자.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발끝에서 머리꼭지까지 참말로 나를 고스란히 닮았다. 언제나 내가 잠자리에 들 때면 제가 먼저 뛰어들어 쿨쿨 자버린다. 그 자가 자라는 것은 정말 이상하구나. 나처럼 천천히 크지를 않고 공이 껑충 뛰어 오르듯 갑자기 성큼 커버린다. 그런가 하며는 때때로 쬐그맣게 쬐그맣게 작아지고, 이웃 아이들과 재미나게 노는 것을 모르는 주제에 온갖 짓을 다해서 시시대며 히히대며 나만 괴롭힌다. 그런가 하며는 아주 겁보. 언제나 내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할멈 앞에서 그 자의 하는 짓을 흉내낸다면 다들 나를 놀릴 거야. 이튿날 해님이 아직도 뜨지 않는 이른 아침에 꽃밭에서 빛나는 이슬 아기를 구경하려고 뜰로 갔을 때 게름뱅이 잠꾸러기 그림자는 내 침대 속에 혼자 남아서 쿨쿨 자고 있었다   하늘이 분주하다  / 가즈꼬 미수주   오늘 밤 하늘이 분주하다 구름이 마구 달려간다   이지러진 반달과 부딪쳤는데 그것도 모르고 달려간다   아기구름 허둥지둥 거치적거린다 큰 구름이 뒤쫓아서 달려간다   이지러진 반달도 구름 속에 요리조리 요리조리 달려간다   오늘 밤은 하늘이 분주하다 정말 정말 분주하다   *감상 묘사동시, 혹은 회화적 표현의 동시라고 해야 할까? 현상을 보는 '응시'가 뛰어나고 동심적 표현 또한 사실적이어서 풍경이 머리에 또렷하게 그려진다.   빨리 자거라 타이페이  /린우씨엔(林武憲   12시가 다 되었다, 타이페이 아직도 빨강 파랑 눈을 부릅뜨고 있구나   떴다 감았다 그러다 잽싸게 뜨고   피곤한 것 같구나 자고 싶은 것 같구나   일찍 자거라 조용히 자거라.   *감상 도시를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네온사인의 불빛들을 빨강 파랑 눈으로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타이페이를 서울로 바꾸어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  에. 바야르마 (몽골)   아버지께서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우리 아들은 말치기가 될 테지?”라고요. 수말인지 암말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제가 말치기가 되어서 어떡하겠어요.   어머니께서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우리 아들은 의사가 될 건가?” 라고요. 아이구, 이것도 아주 무서운 일인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대답하자 우리 식구들이 모두 물었어요. 그러면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버지 말씀대로 말치기도 어머니 말씀대로 의사도 되지 않을 거예요. 키가 아주 크시고 떡 벌어진 가슴에 무성한 희디흰 수염을 가지신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나는.    *감상  이 시에는 천진한 대화의 요체가 있다. ('시평' 2006년 봄호에서)   시골  /가즈꼬 미수주   나는 시골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조그만 귤이 귤나무에 황금빛으로 익어서 매달려 있는 것을   또 무화과가 아직 애기여서 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그리고 보리 이삭에 바람이 불어와서 종달새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나는 가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종달새가 노래하는 것은 봄이겠지만 귤나무에는 언제 쯤 어떤 꽃이 피어날까?   그림에서만 보아 온 시골에는 그림에는 없는 것들이 수두룩 수두룩 있을 거야   *언젠가 한번 본 시골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願望을 아이다운 마음으로 표현한 시. 아이가 쓴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겠지. 지금부터 80년 전의 동요시인이 쓴 작품이라 가즈꼬의 작품에선 동요적 발상이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동요시는 형식에서 외형률이 중요. 우리나라에서 동요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애석한 일. 그렇게 된 까닭은 대체로 詩性이 없는 노래 가사 수준의 짝짜꿍 동요( 자수 맞추기에만 그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요시? 써보면 만만한 게 아니다. 시를 제대로 알고 여기에 동심을 잘 결합시켜야 동요시를 쓸 수 있다.     비 /나카무라 카요코   아무도 없는 공원에 나 혼자 서 있다.   비가 소리를 내며 땅을 때린다.   거저 말없이 착실하게 서 있는 계수나무   비에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말없이 있다.   나는   맨 위, 맨 아래 / 알랜 알렉산더 밀른(영국)   아가 아가 어디 가니? 저기 저기 저 언덕 꼭대기까지.   자꾸자꾸 올라가서 맨 위에 닿을 때까지 나는 나는 자꾸 자꾸 올라 갈 거야.   아무 것도 볼 게 없는데 그랬다간 어쩔래? 그럼 다시 맨 아래로 내려오지 뭐.   *감상 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다시 내려 오지 뭐.   귀 / 장콕토(프랑스)   빨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구름 뚱뚱보   /  미리암 크라아크 포터   「애로리더」가 냄비에 빵을 구우니 빵은 붕긋붕긋 부풀었습니다. 「애로리더」가 볼일을 보러 거리로 거리로 나간 새 빵은 냄비에서 둥실둥실 날아서 날아서 가버렸습니다. 「애로리더」가 저녁에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빵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뭉실뭉실한 구름이 되었습니다   꼬부랑깽깽  /마더 구우즈   꼬부랑깽깽이 아저씨가 꼬부랑깽깽이 길을 가다가 꼬부랑깽깽이 층층계 아래서 꼬부랑깽깽이 은전 한 닢 주웠네. 꼬부랑깽깽이 모자를 사서 꼬부랑깽깽이 쥐를 잡아 꼬부랑깽깽이 오두막집에서 쥐하고 정답게 정답게 정답게 살았다.   난로 옆에서  /프랑소와 고삐(프랑스)   밤만 되면 난로 옆에서 나는 혼자 생각합니다. 숲 속 어디에서 죽었을 새를. 쓸쓸한 겨울 날 어제도 오늘도 잿빛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 끝에서 흔들거립니다.   새들은 왜 겨울이 되면 죽는지 몰라. 하지만 제비꽃이 필 무렵 사월의 들판으로 나와 보아도 조막만한 시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새는 어디 살짝 숨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죽는 걸까요.  
170    의성어 모음 댓글:  조회:6920  추천:0  2017-04-13
                            의성어 모음                 가랑가랑: 숨이 거의 끊어질 듯하면서 가늘게 남아 있는 소리. 또는 그 모양. 개골개골:  개구리가 잇따라 우는 소리. 개굴개굴: 개구리가 잇따라 우는 소리. 구구구: 비둘기나 닭이 우는 소리. 귀뚤: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 귀뚤귀뚤: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 기럭기럭: 기러기가 우는 소리. 까르르: 주로 여자나 아이들이 한꺼번에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 까르륵: 젖먹이가 몹시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 까옥: 까마귀가 우는 소리. 까옥까옥: 까옥까옥 깍깍: 까마귀나 까치 따위가 자꾸 우는 소리. 깔깔: 되바라진 목소리로 못 참을 듯이 웃는 소리. 깔짝깔짝: 매우 얇고 빳빳한 물체의 바닥이 앞뒤로 되풀이하여 가볍게 자꾸 뒤집히는 소리. 깨갱: 개가 아프거나 무서워서 지르는 소리. 꺽꺽: 장끼가 우는 소리 꺽꺽푸드덕: 장끼가 울며 홰치는 소리. 껄껄:  매우 시원스럽고 우렁찬 목소리로 못 참을 듯이 웃는 소리. 꼬꼬: 암탉이 우는 소리. 꼬끼오: 수탉의 우는 소리. 꼬르륵: 액체가 비좁은 구멍으로 가까스로 빠져나가는 소리. 꼬르륵꼬르륵:액체가 비좁은 구멍으로 가까스로 잇따라 빠져나가는 소리. 꼴깍: 적은 양의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넘어가는 소리. 꼴깍꼴깍: 적은 양의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자꾸 넘어가는 소리. 꼴꼴: 물 따위의 액체가 가는 줄기로 몰리어 흐르는 소리. 꼴짝: 적은 양의 질거나 끈기 있는 물건을 주무르거나 누르는 소리. 꽁꽁: 작고 가벼운 물건이 잇따라 바닥이나 물체 위에 떨어지거나 부딪쳐 나는 소리. 꾀꼴: 꾀꼬리가 우는 소리. 꾀꼴꾀꼴: 꾀꼬리가 잇따라 우는 소리. 꽥: 갑자기 목청을 높여 지르는 소리 꽹그랑:꽹과리나 징 따위를 가락에 맞추어 치는 소리. 꽹그랑꽹꽹: 꽹과리를 율동적으로 치는 소리. 꽹꽹: 꽹과리나 징 따위를 잇따라 치는 소리. 짹짹: 참새 따위가 자꾸 우는 소리. 꿀꺽: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많이 넘어가는 소리. 꿀꺽꿀꺽: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많이 자꾸 넘어가는 소리 꿀꿀: 돼지가 내는 소리. 꿀떡: 음식물 따위를 목구멍으로 한꺼번에 삼키는 소리 꿍꽝: 1 폭발물이나 북소리 따위가 크고 작게 엇바뀌어 요란하게 울리어 나는 소리. • 2 단단하고 큰 물건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소리. • 3 발로 마룻바닥을 구를 때 나는 소리 꿍꿍: 몹시 아프거나 괴로울 때에 견디지 못하여 내는 앓는 소리 꿜꿜: 많은 양의 액체가 급히 쏟아져 세차게 흐르는 소리. 꿩: 1 무겁고 단단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물체와 부딪쳐 크게 울리는 소리. • 2 총이나 대포를 쏘거나 폭발물이 터져서 크게 울리는 소리. 꿱: 갑자기 목청을 높여 크게 지르는 소리. 구역질이 나서 무엇을 토하는 소리. 끙: 몹시 앓거나 힘에 겨운 일에 부대껴서 내는 소리. 끙끙:  몹시 앓거나 힘에 겨운 일에 부대껴서 자꾸 내는 소리. 끼루룩: 기러기나 갈매기 따위의 새가 길게 우는 소리. 끼룩: 끼루룩의 준말. 끼깅: 개가 아프거나 무서워서 간신히 지르는 소리. 끼깅끼깅: 개가 아프거나 무서워서 간신히 자꾸 지르는 소리. 끼루룩:  기러기나 갈매기 따위의 새가 길게 우는 소리. 끼룩: 기러기나 갈매기 따위의 새가 우는 소리. 끼룩끼룩: 기러기나 갈매기 따위의 새가 자꾸 우는 소리. 끽:  몹시 놀라거나 충격을 받아 한껏 되게 외마디로 지르는 소리. 낄낄: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입속으로 웃는 소리. 낑: 몹시 아프거나 힘에 겨워 괴롭게 내는 소리. 낑낑: 개가 몹시 짖는 소리. 냠냠: 어린아이 등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소리. 늴리리: 퉁소, 나발, 피리 따위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소리. 늴리리쿵더쿵: 퉁소, 나발, 피리 따위의 관악기와 장구, 꽹과리 따위의 타악기가 뒤섞여 내는 소리. 다르랑: 1 조금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 • 2 조금 요란하게 코를 고는 소리. 달가닥: 작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달가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달각: ‘달가닥’의 준말. 달강:  ‘달가당’의 준말. 달까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달가당’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달달: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 달랑: 작은 방울이나 매달린 물체 따위가 한 번 흔들리는 소리. 달카닥: 작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달가닥’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달카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달가당’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달캉:  ‘달카당’의 준말. 담방: 작고 가벼운 물건이 물에 떨어져 잠기는 소리. 대구루루: 작고 단단한 물건이 단단한 바닥에서 구르는 소리. 대그락: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서로 맞닿는 소리. 대그락대그락: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잇따라 서로 맞닿는 소리. 댁대구루루: 작고 단단한 물건이 다른 물건에 부딪치면서 빨리 굴러가는 소리. 댕가당: 1 작은 쇠붙이 따위가 부러지거나 떨어지는 소리. • 2 작은 물방울이 쇠붙이 따위에 떨어지는 소리. 댕:  작은 종이나 그릇 따위의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 댕강: ‘댕가당’의 준말. 댕그랑: 작은 쇠붙이, 방울, 종, 풍경, 워낭 따위가 흔들리거나 부딪칠 때 나는 소리. 댕글댕글: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 덜거덕: 크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덜거덩: 크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덜덜: 큰 바퀴 따위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덜커덕: 크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덜거덕’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덜커덩: 크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덜거덩’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덜겅: ‘덜거덩’의 준말. 덜그렁: 얇고 큰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치거나 스쳐 울리는 소리. 덜꺼덩: 크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덜거덩’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덜렁: 큰 방울이나 매달린 물체 따위가 한 번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덜커덩: 크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덜거덩’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덜컹:  ‘덜커덩’의 준말. 덤벙: 크고 무거운 물건이 물에 떨어져 잠기는 소리. 덤벙덤벙: 크고 무거운 물건이 잇따라 물에 떨어져 잠기는 소리. 덩: 쇠붙이로 된 그릇이나 북 장구 따위를 가볍게 쳤을 때 낮게 울리어 나는 소리. 덩더꿍: 북이나 장구 따위를 흥겹게 두드리는 소리. 덩더럭: 장구를 울리는 소리. 도란도란: 1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정답게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개울물 따위가 잇따라 흘러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돌돌: 작고 둥근 물건이 가볍고 빠르게 구르거나 돌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두런두런 : 여럿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둥: 큰 북 따위를 두드리는 소리. 둥둥: 큰 북 따위를 잇따라 두드리는 소리. 드르륵: 1 큰 물건이 구르다가 뚝 멎는 소리. • 2 큰 물건이 미끄러지는 소리. 드르릉: 1 크고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 • 2 크고 요란하게 코를 고는 소리 따르릉: 전화벨이나 자명종 따위가 한 번 울리는 소리.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나 자명종 따위가 자꾸 울리는 소리. 드릉드릉:1 크게 자꾸 울리는 소리. • 2 짧게 코를 자꾸 고는 소리. 따옥따옥: 따오기가 우는 소리. 딸가닥: 작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달가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딸깍딸깍: ‘딸까닥딸까닥’의 준말. 딸랑: 작은 방울이나 매달린 물체 따위가 한 번 흔들리는 소리. 딸카닥: 작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달가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딸카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부딪쳐 울리는 소리. ‘달가당’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땅: 1 작은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 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 2 총을 쏘는 소리. 때구루루:  작고 단단한 물건이 단단한 바닥에서 구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대구루루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땍대구루루: 작고 단단한 물건이 다른 물건에 부딪치면서 빨리 굴러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댁대구루루’보다 센 느낌을 준다. 땡:  작은 종이나 그릇 따위의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 ‘댕’보다 센 느낌을 준다. 땡가당: 1 작은 쇠붙이 따위가 부러지거나 떨어지는 소리. ‘댕가당’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작은 물방울이 쇠붙이 따위에 떨어지는 소리. ‘댕가당’보다 센 느낌을 준다. 땡강:  ‘땡가당’의 준말. 땡그랑 작은 쇠붙이, 방울, 종, 풍경, 워낭 따위가 흔들리거나 부딪칠 때 나는 소리. ‘댕그랑’보다 센 느낌을 준다. 떵: 1 큰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 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 2 총이나 대포 따위를 쏘는 소리. 떵떵: 1 큰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 2 총이나 대포 따위를 잇따라 쏘는 소리. 똑딱: 1 단단한 물건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 2 시계나 작은 발동기, 똑딱선의 기관 따위가 돌아가는 소리. • 3 수단추와 암단추를 눌러 맞추어 채우는 소리. 똘똘: 작고 둥근 물건이 가볍고 빠르게 구르거나 돌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돌돌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뚜: 고동이나 기적, 나팔 따위가 울리는 소리. 뚜뚜: 고동이나 기적, 나팔 따위를 잇따라 울리는 소리. 뚝딱: 단단한 물건을 조금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매매: 염소나 양 따위가 잇따라 우는 소리. 맴맴: 매미가 우는 소리. 멍멍:  개가 짖는 소리. 바그르르: 1 적은 양의 액체가 조금 넓게 퍼지면서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잔거품이 넓게 퍼지면서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글바글: 1 적은 양의 액체가 넓게 퍼지며 자꾸 끓거나 솟아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잔거품이 넓게 퍼지며 자꾸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스락: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가볍게 밟거나 뒤적일 때 나는 소리. 바싹바싹: 1 가랑잎이나 마른 검불 따위의 잘 마른 물건을 잇따라 가볍게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삭바삭’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 2 보송보송한 물건이 잇따라 가볍게 바스러지거나 깨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삭바삭’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 3 단단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물건을 잇따라 깨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삭바삭’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 바직: ‘바지직’의 준말. 버그르르: 1 많은 양의 액체가 좀 넓게 퍼지면서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크고 많은 거품이 넓게 퍼지면서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버글버글: 1 많은 양의 액체가 넓게 퍼지며 자꾸 끓거나 솟아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큰 거품이 넓게 퍼지며 자꾸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벌컥벌컥: 1 빚어 놓은 술이 자꾸 부걱부걱 괴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벌꺽벌꺽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빨래를 삶을 때 빨래가 몹시 끓어서 자꾸 부풀어 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벌꺽벌꺽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진흙이나 밀가루 따위의 반죽을 자꾸 세게 주무르거나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벌꺽벌꺽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보그르르: 1 적은 양의 액체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잇따라 갑자기 끓어오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작은 거품이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일어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글보글: 1 적은 양의 액체가 잇따라 야단스럽게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작은 거품이 잇따라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도독: 1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비비거나 문지르는 소리. • 2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누는 소리. 보드득: 1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문지르거나 비빌 때 나는 소리. • 2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눌 때 나는 소리. • 3 쌓인 눈 따위를 약간 세게 밟을 때 야무지게 나는 소리 보득: ‘보드득’의 준말. 봉봉: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잇따라 나는 가벼운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벌과 같은 작은 곤충 따위가 날 때 잇따라 나는 소리. • 3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좁은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부그르르: 1 많은 양의 액체가 넓은 범위에서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끓어오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큰 거품이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일어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글부글: 1 많은 양의 액체가 잇따라 야단스럽게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큰 거품이 잇따라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드득: 1 든든하고 질기거나 번드러운 물건을 되게 문지르거나 마주 갈 때에 나는 소리. • 2 무른 똥을 힘들여 눌 때에 나는 소리. 부르릉부르릉:  자동차나 비행기 따위가 발동할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부릉부릉: ‘부르릉부르릉’의 준말. 부스럭: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밟거나 건드릴 때 나는 소리. 부엉: 부엉이가 우는 소리. 부엉부엉: 부엉이가 잇따라 우는 소리. 부지지: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닿아 타거나 졸아드는 소리. • 2 뜨거운 쇠붙이 따위가 물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부지직 :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닿아서 급히 타거나 졸아붙는 소리. • 2 무른 똥을 급히 쌀 때 되바라지게 나는 소리. • 3 질기고 뻣뻣한 물건이 갑자기 조금씩 째지거나 갈라지는 소리. 붕: [부사]  •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비행기나 벌 같은 큰 곤충 따위가 날 때 나는 소리. • 3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약간 큰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나는 소리. 붕붕: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잇따라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비행기나 벌 같은 큰 곤충 따위가 날 때 잇따라 나는 소리. • 3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약간 큰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비비배배: 종달새 따위가 지저귀는 소리. 비악: 병아리가 한 번 약하게 우는 소리. ‘삐악’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빠글빠글: 1 적은 양의 액체가 넓게 퍼지며 자꾸 끓거나 솟아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글바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잔거품이 넓게 퍼지며 자꾸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바글바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빠지직: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조금씩 닿아서 급히 타거나 졸아붙는 소리. ‘바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무른 똥을 급히 쌀 때 조금 되바라지게 나는 소리. ‘바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질기고 빳빳한 물건이 갑자기 조금씩 째지거나 갈라지는 소리. ‘바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빡빡: 1 야무지게 자꾸 긁거나 문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박박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얇고 질긴 종이나 천 따위를 자꾸 찢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박박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빵:1 풍선이나 폭탄 따위가 갑자기 터지는 소리. • 2 작은 구멍이 뚫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공 따위를 세게 차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뻐글뻐글: 1 많은 양의 액체가 넓게 퍼지며 자꾸 끓거나 솟아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버글버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큰 거품이 넓게 퍼지며 자꾸 많이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버글버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뻐꾹: 뻐꾸기가 우는 소리. 뻥: [부사]  • 1 풍선이나 폭탄 따위가 갑자기 요란스럽게 터지는 소리. • 2 큰 구멍이 뚫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공 따위를 아주 세게 차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뽀그르르: 1 적은 양의 액체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끓어오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그르르’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작은 거품이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일어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그르르’보다 센 느낌을 준다. 뽀글뽀글: 1 적은 양의 액체가 잇따라 야단스럽게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글보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작은 거품이 잇따라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글보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뽀도독: 1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비비거나 문지르는 소리. ‘보도독’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누는 소리. ‘보도독’보다 센 느낌을 준다. 뽀드득: 1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비비거나 문지르는 소리. ‘보도독’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누는 소리. ‘보도독’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뿌그르르: 1 많은 양의 액체가 넓은 범위에서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끓어오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그르르’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큰 거품이 잇따라 갑자기 빠르게 일어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그르르’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뿌글뿌글: 1 많은 양의 액체가 잇따라 야단스럽게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글부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큰 거품이 잇따라 일어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부글부글’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뿌스럭: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밟거나 건드릴 때 나는 소리. ‘부스럭’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뿌지지: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닿아 타거나 졸아드는 소리. ‘부지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뜨거운 쇠붙이 따위가 물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부지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마음이 몹시 안타깝게 타는 모양. •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닿아 타거나 졸아드는 소리. ‘부지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뜨거운 쇠붙이 따위가 물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부지지’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마음이 몹시 안타깝게 타는 모양. 뿌지직: 1 물기 있는 물건이 뜨거운 열에 닿아서 급히 타거나 졸아붙는 소리. ‘부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무른 똥을 급히 쌀 때 되바라지게 나는 소리. ‘부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질기고 뻣뻣한 물건이 갑자기 조금씩 째지거나 갈라지는 소리. ‘부지직’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뿡: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붕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약간 큰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나는 소리. ‘붕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자동차, 배 따위에서 경적이 한 번 울리는 소리. ‘붕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뿡뿡: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잇따라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붕붕’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약간 큰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붕붕’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자동차, 배 따위에서 경적이 잇따라 울리는 소리. ‘붕붕’보다 센 느낌을 준다. 삐: 1 어린아이가 듣기 싫게 찌르듯이 우는 소리. • 2 피리나 호드기 따위를 불 때 나는 소리. 삐삐: 1 어린아이가 듣기 싫게 찌르듯이 자꾸 우는 소리. • 2 피리나 호드기 따위를 불 때 시끄럽게 나는 소리. 삐악: 병아리가 한 번 약하게 우는 소리. 삐악삐악: 병아리가 계속 약하게 우는 소리. 사각: 1 벼, 보리, 밀 따위를 벨 때 나는 소리. • 2 눈 따위를 밟을 때 나는 소리. • 3 연한 과자나 배, 사과 따위를 씹을 때 나는 소리. 사각사각: 1 벼, 보리, 밀 따위를 잇따라 벨 때 나는 소리. • 2 눈이 내리거나 눈 따위를 밟을 때 잇따라 나는 소리. • 3 연한 과자나 배, 사과 따위를 자꾸 씹을 때 나는 소리 사락사락: 눈 따위가 가볍게 내리는 소리. 사박사박: 1 배나 사과, 바람이 든 무 따위를 가볍게 자꾸 씹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모래나 눈을 잇따라 가볍게 밟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부는 소리. 새극새근: 1 고르지 아니하고 가쁘게 자꾸 숨 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조용하게 자꾸 숨 쉬는 소리. • 연관단어 : 쌔근쌔근, 시근시근 새록새록: 잠든 어린아이가 숨쉴 때 나는 소리. 서걱: 1 벼, 보리, 밀 따위를 벨 때 나는 소리. • 2 눈 따위를 밟을 때 나는 소리. • 3 연한 과자나 배, 사과 따위를 씹을 때 나는 소리. 서걱서걱: 1 벼, 보리, 밀 따위를 잇따라 벨 때 나는 소리. • 2 눈이 내리거나 눈 따위를 밟을 때 잇따라 나는 소리. • 3 연한 과자나 배, 사과 따위를 자꾸 씹을 때 나는 소리 솨: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바람이 스쳐 부는 소리. • 2 비바람이 치거나 물결이 밀려오는 소리. • 3 물이 급히 내려가거나 나오는 소리. 솨솨: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새로 바람이 자꾸 스쳐 부는 소리. • 2 자꾸 비바람이 치거나 물결이 밀려오는 소리. • 3 물이 잇따라 급히 내려가거나 나오는 소리. 쇄: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새로 바람이 몰아쳐 부는 소리. • 2 소나기가 몰아쳐 내리는 소리. • 3 물이 급히 나오거나 내려가는 소리 시근시근: 고르지 않고 거칠고 가쁘게 자꾸 숨 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쌔근쌔근: 1 고르지 아니하고 가쁘게 자꾸 숨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새근새근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조용하게 자꾸 숨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새근새근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싸각싸각: 1 벼, 보리, 밀 따위를 잇따라 벨 때 나는 소리. ‘사각사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눈이 내리거나 눈 따위를 밟을 때 잇따라 나는 소리. ‘사각사각’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연한 과자나 배, 사과 따위를 자꾸 씹을 때 나는 소리. ‘사각사각’보다 센 느낌을 준다. 쌩: 1 바람이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사람이나 물체가 바람을 일으킬 만큼 빠르게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쌩쌩: 1 바람이 잇따라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사람이나 물체가 바람을 일으킬 만큼 잇따라 빠르게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쏴: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바람이 스쳐 부는 소리. ‘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비바람이 치거나 물결이 밀려오는 소리. ‘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물이 급히 내려가거나 나오는 소리. ‘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쏴쏴: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바람이 자꾸 스쳐 부는 소리. ‘솨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자꾸 비바람이 치거나 물결이 밀려오는 소리. ‘솨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물이 잇따라 급히 내려가거나 나오는 소리. ‘솨솨’보다 센 느낌을 준다. 쐐: 1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바람이 몰아쳐 부는 소리. ‘쇄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소나기가 몰아쳐 내리는 소리. ‘쇄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물이 급히 나오거나 내려가는 소리. ‘쇄01’보다 센 느낌을 준다. 쓰르람쓰르람: 쓰르라미의 우는 소리 쓰르륵쓰르륵: 물건이 조금씩 쓸리면서 시원스럽고 거칠게 잇따라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씽: 1 바람이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사람이나 물체가 바람을 일으킬 만큼 빠르게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씽씽: 1 바람이 잇따라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사람이나 물체가 바람을 일으킬 만큼 잇따라 빠르게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씽씽매미의 울음소리. 아아: 1 감격하거나 탄식할 때 내는 소리. • 2 뜻밖의 일을 당하였을 때 나오는 소리. • 3 떼 지어 싸울 때, 기운을 내거나 돋우려고 내는 소리. 아삭아삭: 1 ‘아사삭아사삭’의 준말. • 2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물건이 가볍게 부서질 때 자꾸 나는 소리. • 3 마른풀이나 가랑잎 따위를 가볍게 스칠 때 자꾸 나는 소리. 아싹아싹: 악:1 연하고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 따위를 보드랍게 베어 물 때 자꾸 나는 소리. ‘아삭아삭’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물건이 가볍게 부서질 때 자꾸 나는 소리. ‘아삭아삭’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마른 풀이나 가랑잎 따위를 가볍게 스칠 때 자꾸 나는 소리. ‘아삭아삭’보다 센 느낌을 준다 앙: 1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남을 놀라게 하려고 할 때 내는 소리. 앙앙: 1 어린아이가 크게 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앙탈을 부리며 자꾸 보채는 소리. 또는 그 모 앵: 1 모기나 벌 따위가 빨리 날아갈 때 나는 소리. • 2 총알 따위가 날아갈 때 날카롭게 나는 소리. 앵앵: 1 모기나 벌 따위가 빨리 날아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 2 총알 따위가 날아갈 때 잇따라 날카롭게 나는 소리. • 3 세찬 바람이 어떤 물체를 스치며 자꾸 울리어 나는 소리. 야옹: 고양이가 우는 소리. 어흥: 1 호랑이가 우는 소리. • 2 어린아이를 겁나게 하기 위하여 호랑이의 우는 소리를 흉내 내는 소리. 엥:  뉘우치거나, 성나거나, 딱하거나, 싫증이 날 때 내는 소리. 오글오글: 좁은 그릇에서 적은 양의 물이나 찌개 따위가 자꾸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 여럿이 한꺼번에 웃거나 떠들거나 지르는 소리. 와각와각: 여러 개의 단단한 물건이 서로 뒤섞여 자꾸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당탕: 잘 울리는 바닥에 무엇이 요란하게 떨어지거나 부딪힐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드등와드등: 1 질그릇 따위가 자꾸 서로 부딪쳐 요란스럽게 깨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잘 울리는 마룻바닥을 자꾸 마구 밟을 때 요란스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단단한 물건을 자꾸 함부로 잡아 뜯거나 단단한 물건에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그르르: 1 쌓여 있던 단단한 물건이 갑자기 무너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그릇에 담긴 적은 양의 액체가 넓은 면적으로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아주 가까운 곳에서 천둥이 요란스럽게 치는 소리. 와그작와그작: 1 여럿이 좁은 곳에서 시끄럽게 복작거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질기고 빳빳한 물건이 마구 스치거나 쓸리면서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글와글: 1 사람이나 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 자꾸 떠들거나 움직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많은 양의 액체가 조금 야단스럽게 자꾸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쌓아 놓은 물건들이 갑자기 잇따라 무너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닥닥: 1 놀라서 갑자기 뛰어가거나 뛰어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당탕:  잘 울리는 바닥에 무엇이 요란하게 떨어지거나 부딪힐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당탕퉁탕: 잘 울리는 바닥에 무엇이 요란스럽게 떨어지거나 부딪치거나 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드득: 1 단단한 물건을 깨물거나 이를 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단단한 물건을 부러뜨리거나 힘껏 잡아 뜯을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드등와드등: 1 질그릇 따위가 자꾸 서로 부딪쳐 요란스럽게 깨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잘 울리는 마룻바닥을 자꾸 마구 밟을 때 요란스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단단한 물건을 자꾸 함부로 잡아 뜯거나 단단한 물건에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르르: 1 쌓여 있던 단단한 물건들이 갑자기 야단스럽게 무너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야단스럽게 몰려가거나 몰려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물 따위의 액체가 갑자기 야단스럽게 끓어오르거나 넘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작와작: 1 김치나 무 따위의 조금 단단한 물체를 자꾸 마구 깨물어 씹을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단단한 물체가 잇따라 부서지거나 무너질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지끈: 단단한 물건이 부러지거나 부서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와지끈뚝딱: 단단한 물건이 요란하게 부러지거나 부서지며 여기저기 세게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왈가닥왈가닥: 1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자꾸 서로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성격이 괄괄하여 말이나 행동을 거칠고 떠들썩하게 하는 모양. 왈각: ‘왈가닥02’의 준말 월거덕월거덕: 크고 단단한 물건들이 자꾸 서로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왕왕: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우는 소리. 왱그랑: 작은 방울 따위가 흔들리며 요란스럽게 부딪치는 소리. 우글부글: 1 그릇에서 물이나 찌개 따위가 거품을 일으키며 자꾸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마음속에서 분이나 화 따위가 자꾸 끓어오르는 모양. 우글우글: 그릇에서 물이나 찌개 따위가 자꾸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우당탕: 잘 울리는 바닥에 무엇이 몹시 요란하게 떨어지거나 부딪힐 때 나는 소리. 우당탕퉁탕: 잘 울리는 바닥에 무엇이 몹시 요란스럽게 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우두덩우두덩: 단단한 물건이 무너져 떨어지며 요란하게 잇따라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우르르: 1 사람이나 동물 따위가 한꺼번에 움직이거나 한곳에 몰리는 모양. • 2 액체가 갑자기 끓어오르거나 넘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쌓여 있던 물건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거나 쏟아질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우우: 1 야유하거나 상대편을 위협할 때 잇따라 내는 소리. • 2 짐승을 쫓거나 몰 때 내는 소리. • 3 상쾌할 때 힘 있게 내는 소리. 왁짜그르르: 여럿이 한데 모여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왈강달강: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자꾸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왈캉달캉: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자꾸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왈강달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왱댕그랑: 얇은 쇠붙이 따위가 요란스럽게 마구 부딪치는 소리. 왱왱: 1 작은 날벌레나 돌팔매 따위가 잇따라 빠르게 날아가는 소리. • 2 가는 철사나 전깃줄 따위에 바람이 잇따라 세차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 3 소방차나 구급차 따위가 잇따라 경적을 울릴 때 나는 소리. 우르르: 1 사람이나 동물 따위가 한꺼번에 움직이거나 한곳에 몰리는 모양. • 2 액체가 갑자기 끓어오르거나 넘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쌓여 있던 물건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거나 쏟아질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우르릉: 1 천둥 따위가 무겁고 둔하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무엇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면서 매우 요란스럽게 울리어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바람이 요란스럽게 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월겅덜겅: 크고 단단한 물건들이 거칠고 어수선하게 자꾸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윙: 1 조금 큰 벌레나 돌 따위가 매우 빠르고 세차게 날아가는 소리. • 2 거센 바람이 전선이나 철사 따위에 매우 빠르고 세차게 부딪치는 소리. • 3 큰 기계의 모터나 바퀴가 세차게 돌아가는 소리. 윙윙: 1 조금 큰 벌레나 돌 따위가 매우 빠르고 세차게 잇따라 날아가는 소리. • 2 거센 바람이 전선이나 철사 따위에 빠르고 세차게 잇따라 부딪치는 소리. • 3 큰 기계의 모터나 바퀴가 잇따라 세차게 돌아가는 소리. 으르릉:1 크고 사나운 짐승 따위가 성내어 매우 크고 세차게 울부짖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조금 부드럽지 못한 말로 매우 크고 세차게 외치거나 다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전동기 따위가 매우 크고 세차게 돌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음: 1 무엇을 수긍한다는 뜻으로 내는 소리. 입을 다물고 입속으로 낸다. • 2 무엇이 불만스럽거나 걱정스러울 때 내는 소리. • 3 의문스러울 때 내는 소리. 음매: 소나 송아지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말. 자그르르: 적은 양의 걸쭉한 액체나 기름 따위가 갑자기 끓어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자글자글: 적은 양의 액체나 기름 따위가 걸쭉하게 잦아들면서 자꾸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자박: 발을 가만가만 가볍게 내디디는 소리. 자박자박: 가볍게 발소리를 내면서 자꾸 가만가만 걷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당: 작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그락:  얇은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떨어지거나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그랑:  작고 얇은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떨어지거나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랑잘랑: 작은 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자꾸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잘카닥: 1 작고 단단한 물체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달라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 3 작은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잘카당: 작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당’보다 조금 거센 느낌을 준다. 잘칵: ‘잘카닥01’의 준말. 장알장알: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못마땅하여 짜증을 내며 자꾸 종알거리거나 보채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재깍: 작고 단단한 물건이 가볍게 맞부딪치거나 부러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시계 따위의 톱니바퀴가 한 번 돌아가는 소리. 재잘재잘: 1 낮고 빠른 목소리로 자꾸 재깔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참새 따위의 작은 새들이 서로 어울려 자꾸 지저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가는 도랑물 따위가 잇따라 흐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쟁강: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가볍게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쟁그랑: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쟁그랑: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저글저글:  물 따위가 걸쭉하게 잦아들며 제멋대로 자꾸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저르릉: 얇은 쇠붙이나 쇠줄 따위가 서로 부딪쳐 크게 울리는 소리. 저벅저벅: 발을 크고 묵직하게 내디디며 잇따라 걷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1 크고 단단한 물체가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들러붙는 소리. • 3 큰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절걱:  ‘절거덕’의 준말. 절그럭: 얇은 쇠붙이 따위가 떨어지거나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그렁: 크고 얇은쇠붙이 따위가 떨어지거나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 1 크고 단단한 물체가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들러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큰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덩:  크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꺼덕: 1 크고 단단한 물체가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들러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 3 큰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절꺽:  ‘절꺼덕’의 준말 절렁: 큰 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절렁절렁:  큰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자꾸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절버덕: 옅은 물이나 진창을 거칠게 밟거나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버덩:  묵직한 물체가 물에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벅:  ‘절버덕’의 준말. 절벙: ‘절버덩’의 준말. 제꺼덕: 크고 단단한 물건이 가볍게 빨리 맞부딪치거나 부러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제꺽: ‘제꺼덕01’의 준말. 젱겅: 얇고 조금 무거운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조록조록: 1 가는 물줄기나 빗물 따위가 빠르게 자꾸 흐르거나 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잔주름이 고르게 많이 잡힌 모양. 졸졸: 가는 물줄기 따위가 잇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종알종알: 주로 여자나 아이들이 남이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자꾸 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좔좔: 1 많은 양의 액체가 세차게 흐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르륵: 1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룩주룩: 1 굵은 물줄기나 빗물 따위가 빠르게 자꾸 흐르거나 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주름이 고르게 많이 잡힌 모양. 주르르: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르륵: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줅줅: ‘주룩주룩’의 옛말. 중얼중얼: 남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자꾸 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지글지글: 적은 양의 액체나 기름 따위가 걸쭉하게 잦아들면서 자꾸 세게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즈르렁: 얇은 쇠붙이 따위가 서로 부딪쳐 조금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 지지배배: 종다리나 제비 따위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 짜르륵: 대롱 따위로 액체가 간신히 빨려 나오는 소리. 짤가닥: 1 작고 단단한 물체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달라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작은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짤가당: 작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당’보다 센 느낌을 준다. 짤깍:  ‘짤까닥’의 준말. 짤그랑: 작고 얇은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떨어지거나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그랑’보다 센 느낌을 준다. 짤랑짤랑: 작은 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자꾸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잘랑잘랑’보다 센 느낌을 준다. 짤카당: 작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당’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짤칵: ‘짤카닥’의 준말. 짭짭: 1 어떤 대상이나 일이 못마땅할 때 씁쓰레하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어떤 음식의 맛을 보거나 감칠맛이 있을 때 입맛을 다시는 소리. • 3 음식을 마구 먹을 때 나는 소리 짱: 얼음장이나 굳은 물질 따위가 갑자기 갈라질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짱알짱알: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못마땅하여 짜증을 내며 자꾸 쫑알거리거나 보채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장알장알’보다 센 느낌을 준다. 짹:  참새 따위가 우는 소리. 짹짹:  참새 따위가 자꾸 우는 소리. 쨍강: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가볍게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쟁강’보다 센 느낌을 준다. 쨍그랑: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쟁그랑’보다 센 느낌을 준다. 쨍쨍: 1 쇠붙이 따위가 자꾸 세게 부딪쳐서 날카롭고 높게 울리는 소리. • 2 유리나 단단한 얼음장이 자꾸 부딪치거나 갈라지며 울리는 소리. • 3 귀가 먹먹할 정도로 높고 강하게 자꾸 울리는 소리. 쩔그렁:  작고 얇은 쇠붙이 따위가 떨어지거나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절그렁’보다 센 느낌을 준다. 쩔꺼덕: 1 크고 단단한 물체가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아주 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들러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아주 센 느낌을 준다. • 3 큰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아주 센 느낌을 준다. 쩔꺼덩:  크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덩’보다 아주 센 느낌을 준다. 쩔꺽: ‘쩔꺼덕’의 준말. 쩔렁: 큰 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절렁’보다 센 느낌을 준다. 쩔렁쩔렁:  큰 방울이나 얇은 쇠붙이 따위가 자꾸 흔들리거나 부딪쳐 울리는 소리. ‘절렁절렁’보다 센 느낌을 준다. 쩔커덩: 크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덩’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쩔컥: ‘쩔커덕’의 준말. 쩝쩝: 1 어떤 대상이나 일이 못마땅할 때 몹시 씁쓰레하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어떤 음식의 맛을 보거나 감칠맛이 있을 때 크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 • 3 음식을 마구 먹을 때 나는 소리. 쩨꺽: 1 ‘쩨꺼덕02’의 준말. • 2 시계 따위의 톱니바퀴가 한 번 돌아가는 소리. ‘제꺽02’보다 센 느낌을 준다. 쩽겅: 얇고 조금 무거운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떨어지거나 부딪쳐 맑게 울리는 소리. ‘젱겅’보다 센 느낌을 준다 쪼르륵: 1 가는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조르륵’보다 센 느낌을 준다. • 2 작은 물건 따위가 비탈진 곳에서 빠르게 잠깐 미끄러져 내리다가 멎는 모양. ‘조르륵’보다 센 느낌을 준다. • 3 배가 고플 때 배 속에서 나는 소리 쫑알쫑알: 주로 여자나 아이들이 남이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자꾸 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종알종알’보다 센 느낌을 준다. 쭈르르; 1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르르’보다 센 느낌을 준다. 쭈르륵: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잠깐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르륵’보다 센 느낌을 준다. 쭝얼쭝얼: 남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자꾸 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중얼중얼’보다 센 느낌을 준다. 찌렁: 1 얇은 쇠붙이 따위가 세게 부딪쳐 조금 크게 한 번 울리는 소리. • 2 조금 크고 우렁차게 한 번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찌르륵: 1 생나무가 타면서 나무진이 빠져나오는 소리. • 2 가는 대롱 따위로 액체가 거칠게 빨려 나오는 소리. 찌르릉: 찌르릉 찡: 얼음장이나 굳은 물질 따위가 좀 급자기 갈라질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찰찰: 신발을 세게 끌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찰카닥: 1 작고 단단한 물체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달라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 3 작은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닥’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찰카당: 작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조금 가볍게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잘가당’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찰칵: ‘찰카닥’의 준말. 처렁: 얇은 쇠붙이 따위가 서로 부딪쳐 짧게 울리는 소리. ‘저렁’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처르렁: 넓고 얇은 쇠붙이 따위가 서로 부딪쳐 울리는 소리. ‘저르렁’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철거덕: 1 크고 단단한 물체가 맞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끈기 있는 물건이 세차게 들러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큰 자물쇠 따위가 잠기거나 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철걱:  ‘철거덕’의 준말. 철꺼덩: 크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덩’보다 세고 거센 느낌을 준다. 철커덩: 크고 단단한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거덩’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철컥:  ‘철커덕’의 준말. 철렁철렁: 그득 찬 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넘칠 듯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철써덕: 1 아주 많은 양의 액체가 단단한 물체에 마구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써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큰 물체가 매우 끈지게 부딪치거나 달라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절써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철썩:  ‘철써덕’의 준말. 첨벙: 큰 물체가 물에 부딪치거나 잠기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점벙’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촐촐: 물 따위가 조금씩 넘치는 모양. 촐랑촐랑: 물 따위가 잔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졸랑졸랑’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촬촬:  물 따위가 매우 힘차게 흘러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출렁출렁: 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줄렁줄렁’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칙칙폭폭: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 뿜으면서 달리는 소리. 캉캉: 작은 개가 짖는 소리. 캥: 1 강아지 따위가 놀라거나 아파서 애달프게 짖는 소리. ‘깽’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여우 따위가 사납게 우는 소리 컹컹: 개가 크게 짖는 소리. 콜록:  감기나 천식 따위로 가슴 속에서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 콜록콜록: 감기나 천식 따위로 가슴 속에서 잇따라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 콜콜: 물 따위의 액체가 가는 줄기로 몰리어 흐르는 소리. ‘꼴꼴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콩닥닥: 작은 북 따위로 장단을 맞추어 치는 소리. 콸콸: 많은 양의 액체가 급히 쏟아져 흐르는 소리. ‘꽐꽐’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쾅: 1 무겁고 단단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물체와 부딪쳐 울리는 소리. ‘꽝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총이나 대포를 쏘거나 폭발물이 터져서 울리는 소리. ‘꽝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쾅쾅: 1 무겁고 단단한 물체가 잇따라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물체와 부딪쳐 울리는 소리. ‘꽝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잇따라 총이나 대포를 쏘거나 폭발물이 터져서 울리는 소리. ‘꽝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쿨쿨: 곤하게 깊이 자면서 숨을 크게 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쿨룩쿨룩: 1 감기나 천식 따위로 가슴 속에서 잇따라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 • 2 많은 액체가 좁은 구멍으로 자꾸 세게 쏟아져 나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가마나 노 따위에서 걸쭉하게 된 물질이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쿵: 1 크고 무거운 물건이 바닥이나 물체 위에 떨어지거나 부딪쳐 나는 소리. ‘꿍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멀리서 포탄 따위가 터지는 소리. ‘꿍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큰 북이나 장구 따위가 울리는 매우 깊은 소리. ‘꿍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쿵더쿵: 1 방아확에 공이를 한 번 내리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춤을 출 때 북으로 좀 느리게 장단을 맞추어 치는 소리. 쿵더쿵쿵더쿵: 1 방아확에 공이를 잇따라 내리칠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춤을 출 때 북으로 좀 느리게 잇따라 장단을 맞추어 치는 소리. 쿵덕: 1 절구나 방아를 찧을 때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단단한 물체에 조금 크고 무거운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쿵덕덕: 북이나 장구 따위로 장단을 맞추어 치는 소리. 쿵쾅: 1 폭발물이나 북소리 따위가 크고 작게 엇바뀌어 요란하게 울리어 나는 소리. ‘꿍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단단하고 큰 물건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소리. ‘꿍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발로 마룻바닥을 구를 때 나는 소리. ‘꿍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1 폭발물이나 북소리 따위가 크고 작게 엇바뀌어 요란하게 울리어 나는 소리. • 2 단단하고 큰 물건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소리. • 3 발로 마룻바닥을 구를 때 나는 소리 퀄퀄: 많은 양의 액체가 급히 쏟아져 세차게 흐르는 소리. ‘꿜꿜’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퀑: 1 무겁고 단단한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른 물체와 부딪쳐 크게 울리는 소리. ‘꿩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총이나 대포를 쏘거나 폭발물이 터져서 크게 울리는 소리. ‘꿩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키드득키드득:  참다못하여 입속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 또는 그 모양. 키득키득: 키드득키드득’의 준말. 타닥타닥: 몹시 지치거나 나른하여 힘없이 발을 떼어 놓으며 느리게 계속 걷는 모양.그 소리.매달리거나 한쪽이 늘어진 물건이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탈락탈락: 탈카닥:  작고 단단한 물건이 맞부딪치는 소리. ‘달가닥’보다 아주 거센 느낌을 준다. 탈탈: 1 먼지 따위를 털기 위하여 잇따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아무것도 남지 않게 털어 내는 모양. • 3 깨어지거나 금이 간 얄팍한 질그릇 따위가 부딪칠 때 나는 소리. 탕탕: 1 작은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땅땅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총을 잇따라 쏘는 소리. ‘땅땅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털털: 1 먼지 따위를 털기 위하여 잇따라 거볍게 두드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아무것도 남지 아니하게 죄다 털어 내는 모양. • 3 깨어지거나 금이 간 두툼한 질그릇 따위가 부딪칠 때 나는 소리. 텀버덩: ‘텀벙’의 본말 텀벙: 크고 무거운 물건이 물에 떨어져 잠기는 소리. ‘덤벙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텅텅: 1 큰 쇠붙이나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세게 부딪쳐 울리는 소리. ‘떵떵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총이나 대포 따위를 잇따라 쏘는 소리. ‘떵떵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톡탁: 1 단단한 물건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똑딱’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서로 가볍게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통통: 1 작은 북이나 속이 빈 작은 나무통 따위를 잇따라 두드려 울리는 소리. • 2 발로 탄탄한 곳을 자꾸 굴러 울리는 소리. • 3 팽팽한 줄 따위를 잇따라 튕기는 소리. 툭: 1 갑자기 튀거나 터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갑자기 떨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툭탁: 단단한 물건을 조금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뚝딱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퉁탕: 1 단단한 물건을 함부로 요란하게 두드리거나 발로 구르는 소리. • 2 총을 한 번 쏘는 소리. 퉁퉁: 1 큰 북이나 속이 빈 나무통 따위를 잇따라 두드려 울리는 소리. • 2 발로 탄탄한 곳을 자꾸 세게 굴러 울리는 소리. • 3 대포 따위를 잇따라 쏘아 울리는 소리. 퉤: 침이나 입 안에 든 것을 뱉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팡 : 1 풍선이나 폭탄 따위가 갑자기 터지는 소리. ‘빵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작은 구멍이 뚫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빵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공 따위를 세게 차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빵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퍽: 1 갑자기 매우 힘차게 내지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갑자기 아주 힘없이 거꾸러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진흙 따위를 밟을 때 깊숙이 빠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펑: 1 풍선이나 폭탄 따위가 갑자기 요란스럽게 터지는 소리. ‘뻥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큰 구멍이 뚫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뻥02’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3 물건이 갑자기 크게 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포도독: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누는 소리. ‘보도독’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포드닥: 1 작은 새가 조금 가볍고 빠르게 날개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작은 물고기가 조금 가볍고 빠르게 꼬리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포드득: 1 단단하고 질기거나 반드러운 물건을 야무지게 문지르거나 비빌 때 나는 소리. ‘보드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무른 똥을 조금 힘들여 눌 때 나는 소리. ‘보드득’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퐁: 1 작고 무거운 물건이 얕은 물에 떨어지는 소리. • 2 어떤 물건이 고정된 곳에서 빠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퐁퐁: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잇따라 나는 가벼운 소리. 또는 그 모양. ‘봉봉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말대꾸 따위를 자꾸 내뱉는 모양. • 3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좁은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봉봉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퐁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물에 떨어지거나 빠질 때 가볍게 나는 소리. 퐁당퐁당: 작고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물에 떨어지거나 빠질 때 가볍게 나는 소리. 푸덕푸덕: 1 큰 새가 잇따라 세차게 날개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큰 물고기가 잇따라 세차게 꼬리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푸두둥: 큰 새가 갑자기 날개를 치며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푸득:  ‘푸드득01’의 준말. 푸드덕: 1 큰 새가 힘 있게 날개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큰 물고기가 힘 있게 꼬리를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풍: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붕01’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풍덩: 크고 무거운 물건이 깊은 물에 떨어지거나 빠질 때 무겁게 한 번 나는 소리. 풍풍: 1 문풍지 따위가 뚫어질 때 잇따라 나는 다소 둔탁한 소리. 또는 그 모양. ‘붕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 2 막혀 있던 공기나 가스가 약간 큰 구멍으로 터져 빠질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붕붕’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핑핑: 총알 따위가 매우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잇따라 지나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하하: 입을 벌리고 거리낌 없이 크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학: 급히 토하거나 뱉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허허:  입을 동글게 벌리고 거리낌 없이 크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헉: 몹시 놀라거나 숨이 차서 숨을 순간적으로 멈추거나 들이마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입을 동글게 벌리고 거리낌 없이 크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호르르: 1 작은 새 따위가 날개를 가볍게 치며 날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얇은 종이나 바싹 마른 검불 따위가 타오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3 적은 양의 액체나 국수 따위를 가볍게 빨아들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호호:  입을 동그랗고 작게 오므리고 간드러지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로 여자의 웃음소리를 나타낸다 •  입을 동그랗고 작게 오므리고 간드러지게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주로 여자의 웃음소리를 나타낸다   화드득: 1 묽은 똥 따위가 갑작스레 세게 나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숯불이나 나뭇가지 따위가 불똥을 튀기며 타들어 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후드득: 1 깨나 콩 따위를 볶을 때 크게 튀는 소리. • 2 멀리서 총포나 딱총 따위가 매우 부산하게 터지는 소리. • 3 나뭇가지나 검불 따위가 타들어 가는 소리. 후룩:  ‘후루룩’의 준말. 후룩후룩: ‘후루룩후루룩’의 준말. 후루루: 후루룩: 1 새 따위가 날개를 가볍게 치며 갑자기 날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적은 양의 액체나 국수 따위를 야단스럽게 빨리 들이마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후루룩후루룩: 1 새 따위가 날개를 잇따라 가볍게 치며 갑자기 날아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적은 양의 액체나 국수 따위를 잇따라 야단스럽고 빠르게 들이마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후후: 입을 동글게 오므려 내밀고 입김을 자꾸 많이 내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훌쩍: 1 액체 따위를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마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콧물을 들이마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흥: 1 비웃거나 아니꼬울 때 내는 콧소리. • 2 신이 나거나 감탄할 때 내는 콧소리. 흥흥 : 1 코를 잇따라 세게 풀거나 콧김을 부는 소리. • 2 시들하게 잇따라 웃는 소리. • 3 흥겨워서 계속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히히: 1 마음에 흐뭇하여 멋없이 싱겁게 자꾸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2 마음에 흐뭇하거나 멋쩍어 장난스럽게 자꾸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퍼온곳 : http://blog.daum.net/jkullee8828/16154107    
169    숟가락에 관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405  추천:0  2017-04-13
+ 딱 한 가지 숟가락 하는 일은 딱 한 가지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 저녁 잠깐씩 밥과 국을 떠 입에 넣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 한 가지가 사람을 살리네 목숨을 살리네 고마운 숟가락 밥숟가락!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숟가락 너는 참 좋은 일만 한다  내 몸에 좋은 것을 넣어 주려고  매일 매일 내 입 가까이  와서는 한 발 들여놓았다가  다시 나가지  아예 쑥 들어왔다가  놀다 가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것만 쏘옥 넣어 주고  슬쩍 사라졌다가는  다시 와서 한 입 주고 가지   입맛 없을 때는 먹기 싫은데   꼭 한 입 넣어 주고야 마는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식사가 끝나면 시치미 뚝 떼고  네 자리에  얌전하게 들어가   다음을 기다릴 줄도 아는 넌 역시 멋진 녀석이야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잎   씨앗의 숟가락이다  뜨겁지 않니? 햇살 한 숟갈 차갑지 않니?  봄비 한 숟갈 씨앗의 첫 숟가락이다  봄이 아끼는  연둣빛 숟가락  (조영수·아동문학가)  
168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2 댓글:  조회:1960  추천:0  2017-04-12
 신현득의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외   +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강원도에 와서 먹는  산나물 비빔밥은 왜 4천원인가?  나물 뜯은 아가씨 수고 값이겠지.  바구니 차고 오대산 산허릴 오르내렸거든  (그뿐 아니야.)  산굽이 오르며 구성지게 부른 노래 값인가?  (그것만도 아니야.)  나물 뜯던 산마루에 뭉게구름이 일었지.  산새소리도 들렸지, 물소리까지  그것이 산나물 맛이 됐거든  꽃 냄새 바람 냄새도 산나물 맛이 됐지.  여기에  참기름, 고추장 한 숟갈씩  곁들여  차림표에 4천원!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남긴 밥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와서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고추   할머님이 보내주신 빨간 고추 아침 햇살 가득 담아 보냈어요. 텃밭의 흙내음도 함께 담아 보냈어요. 방학 내내 같이 놀던 짱아의 발자국도 곱게 담아 보냈어요.  (김재용·아동문학가) + 검은 콩  고 작은 몸이 뭐라고  우리 집 식탁 위에 앉아 있다  밭의 고기라고 불리는 넌  도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는 거니? 까맣고 작은 몸뚱이로  고기의 맛을 보여 준다니  내 입이 다 벌어진다  우리 엄마 나더러  몸에 좋은 콩 좀 먹어라,  매일 노래 부르신다  나는 그 콩 골라내는 데  도사가 다 되었다  마침 콩을 만났으니  담판을 져 보자고  뚫어져라 콩을 노려보았다 고 작은 콩도 나를 노려보았다 콩이 내게 말했다  어쩔 건데? 어쩔 건데?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 곱고 고운 무지개,  무지개가 떠 있는 무지개 떡.  반달 모양에 밤과 콩, 추석에 먹는 송편.  쿵덕 쿵덕 떡메로 친, 쫄깃쫄깃 인절미.  날씬하고 가는 흰색, 떡국에 넣어 먹는 가래떡!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우리의 떡!  (안미정·아동문학가) + 참깨  "밥맛 없을 때 참기름에 밥 비벼 줘라." 고소한 냄새 시골 할머니 마음 짠 참기름. 엄마도 아끼는 한 방울. "나물 무침 때 깨소금을 듬뿍 넣어 줘라." 짭조름하고 고소한 깨소금. 할머니 사랑 담긴 한 숟갈. 올해도  나눠주신다. 깨 한 되와 땀방울과 할머니  참음을.  (김성규·아동문학가) + 군밤  울잖고  잘 놀면 양반이라면서 삯바느질  들고 나간 엄마가 올 때까지 집 보면서 있으라고 엄마가 화롯불에 묻고 간 밤 세 톨. 엄마가  성황당쯤 한 톨만 먹고 동구 앞 돌다리  또 한 톨 먹고 막내둥이 쌍둥밤은  그냥 두었다 사립문 소리 나면, 엄마하고  냠 냠.   (강청삼·아동문학가) + 다이어트 한 달팽이  -난 너무 뚱뚱해.  달팽이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대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달팽인  기절을 하고 말았대요.  살을 너무 많이 뺀  달팽인 그만  높은음자리표가 되고 말았거든요.  (김미영·아동문학가, 196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7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댓글:  조회:1404  추천:0  2017-04-04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 라면의 힘 꼬불꼬불 산길 즉석 라면 배낭에 담고 성큼 아빠 발자국 따라 종종종 올라간다. 차오른 숨 힘 빠진 다리 배 속에선 꼬르륵 "아빠, 라면 먹고 싶어." "산꼭대기서 먹어야 더 맛있지." 올라간다 올라가 아빠 주먹만한 라면이 헉헉 지친 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린다. (정진아·아동문학가, 1965-) + 상지리 분교 급식 시간  밥 위에 내려앉은 햇살 시금칫국에 퐁당 빠진 바람 함께 먹는다 "휘어이 훠어이." 다랑논에서 새 쫓던 재덕이네 할아버지 경운기 몰고 돌아가는 소리 들으며 밥을 먹는다 경백이네 과수원 사과 익는 냄새는 입가심으로 먹는다. (박혜선·아동문학가) + 메주의 꿈 알몸으로 매달려 있는 메주.  엄마가 음식으로 간 맞추듯  바람도 한소끔  햇빛도 한소끔  다녀가면  짭조름한 맛이 든다.  또르르 또르르  마당을 굴러다닌 콩이  몸을 합쳐 메주로 태어나  겨울을 나고 있다.  메주는   된장이 되어  보글보글 끓는  꿈을 꾼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비빔밥, 이 맛  송송송 썬 김치를 넣어야지요.  콩나물도 한 젓가락,  생채도 담뿍 한 젓가락,  고추장도 빨갛게 한 스푼.  그러고 그냥 비빌 건가?  쨀끔, 고소한 참기름도 넣어야지요.  부벅부벅부벅-  숟가락을 틀어잡고 비비다가  어차, 먹어 보자 한 숟갈!  오오, 맛있네!  근데 이 맛은 어디서 올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서로 섞여서  만들어 내는 이 비빔밥 맛은.  (권영상·아동문학가) + 난 김치예요  씨앗으로 뿌려질 때부터  김치가 될 줄 알고 있었기에  넌출넌출 푸른 잎 키웠지요  그러나 김치가 되는 건 쉽지 않았지요  뿌리는 뽑히고  내 노란 속살에  굵은 소금이 뿌려져  나는 부들부들 숨을 죽여야 했어요  그것뿐인가요  살갗을 후비는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비벼져  정신을 잃었지요  서로 다른 것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만 항아리 속에 꼭꼭 담겨진 우리는  조금씩 자기를 버리고  서로에게 익숙해졌지요  나에게는 양념 맛이 들고  양념에겐 내 향이 배고  그렇게 맛있는 김치가 되었어요  젓가락으로 김치 한 조각 들어올릴 때  기억해 줘요,  한때는 나도  흙에 뿌리내렸던 배추라는 걸. (이혜영·아동문학가)  + 시래기      할머니가 시장바닥에서 푸른 무청을 주워 온다. 며칠째 주워 온다. - 할머니, 그런 쓰레기를    왜 자꾸 주워 모으는 거예요? -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시래기란다.    겨울이 되면    맛있는 시래깃국이 될 거야. 할머니는 무청을 촘촘하게 끈으로 엮어 바람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놓는다. 무청이  사드락사드락 말라 간다. 우리 집 처마 끝으로 겨울이 온다. (김응·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6    <환경에 관한 동시 모음> 권창순의 `자연을 칭찬하기` 외 댓글:  조회:1209  추천:0  2017-04-04
권창순의 '자연을 칭찬하기' 외 + 자연을 칭찬하기  친구만 칭찬하지 말고  강아지만 칭찬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묵묵히 걸어가는 길도 칭찬하자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익힌 감나무도 칭찬하자  풀숲에서 목청껏 노래하는 풀벌레들도 칭찬하자  둥둥 달을 띄워 놓고 있는 연못도 칭찬하자  동생만 안아주지 말고  고양이만 안아주지 말고  나무도 안아주자  풀들도 안아주자  꽃들도 안아주자  돌들도 안아주자  (권창순·아동문학가, 1961-)  + 지구의 일기  나는 더워서 입기 싫은데  엄마는 자꾸 옷을 입혀요  두껍고 딱딱한 콘크리트 옷  나는 뛰놀고 놀고 싶은데  꼼짝 말고 있으래요  머리 깎아야 한다고  소나무 전나무 갈대 솜털까지  자꾸만 깎아요  나는 아파서 살살 하라는데  아빠는 등을 너무 빡빡 밀어요  때도 아닌데 구멍 나게 밀어요  곰보딱지 같다고 집들을 밀어요  산도 밀어요  나는 따가워서 싫은데  엄마는 뭘 자꾸 발라요  농약도 바르고 제초제도 바르고  냄새 고약한 폐수도 발라요  (이병승·아동문학가, 1966-)  + 나무  나무는  청진기  새들이  귀에  꽂고  기관지가  나쁜  지구의  숨결을 듣는다.  (정운모·아동문학가)  + 분리 수거  친구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듯  우리 감정을 분리 수거할 수 없을까?  누군가를 칭찬, 격려했던 감정을  사랑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쓰고 또 쓰도록 하고  누군가를 시기, 질투했던 감정은  미움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어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을까?  정말 그럴 수 없을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미워했던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흙  흙은 너무 지쳐서  겨우내 잠을 잔다.  북풍이 몰아쳐도  곤하게 잠을 잔다.  살갗은 얼어도  품 속 개구리알 씨앗들을  제 체온으로 다독인다.  잠 속에서도 다독이는 건  흙의 버릇이다.  실뿌리 하나라도  감기 들까 걱정이다.  입춘 무렵 흙은  잠이 깨어도  자는 척 누워 있다.  품 속 어린것들  선잠 깰까 봐.  (최춘해·아동문학가, 1932-)  + 흙에 생명을 주는 주인공                         또르륵  또르륵  한여름 밤 고요 속에  풀밭에서  아주 작으나  청량하고 또렷한 소리  그러나  그 소리가  이젠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흙의 생명도 잃어간다.  농약과 제초제가 주범이다.  흙이 살아야  인간도 살텐데...  지렁이의 걱정이다.  (조춘구·시인)  + 장갑과 호미    -원유 유출 피해 지역 갯마을  빨간 코팅 목장갑 한 켤레  갯돌에 걸터앉아 쉽니다.  갯바위의 끈적끈적한 기름때  까맣게 타르 장갑 되도록  닦고 닦아도 끝이 없다고  손 놓고 주저앉았습니다.  몇 발짝 옆 모래밭의 호미도  기름떡을 캐다 지쳤습니다.  육백 리터짜리 플라스틱 통  백삼십 개를 채워도 끝없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음표로 바닥에 누웠습니다.  (안학수·아동문학가, 195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5    보들레르 시모음 댓글:  조회:2833  추천:0  2017-04-01
보들레르 시모음   惡의 꽃 / 보들레에르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와 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철저한 회한을 키우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철저하지 못하네. 고회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차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줄 알고, 좋아라 흙탕질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의 정신을 악의 벼갯머리에서 오래 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게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롱하는 끄나불을 쥔 것은 이네! 지겨운 물건에게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 묵은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지된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마냥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의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떼가 백만 마리의 벌레처럼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의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롭고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폭을 수놓지 않았음은 아아!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하지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 삼킬 것이니.   그놈이 바로 ! - 뜻하지 않게 눈물고인 눈으로, 놈은 담배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이 독자여 - 내 동류여, 내 형제여!     참고  1~2연      작자를 포함한 일반인의 위선적인 종교생활          3~6년     악마의 유혹과 조정에 의한 타락          7연         악에 있어서조차 대담하지 못한 왜소한 인간          8~10연   갖가지 악덕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권태.          마지막 구에서   독자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듯이 가면을 벗긴 점         전무후무한 바치는 시(헌시)라 할 수 있다   알바트로스 / 보들레에르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 없는 항해의 동반자인 양 뒤쫒는 바닷새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우스꽝스럽고 가련하게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달린 항해자의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시인도 폭풍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되네.   상응相應 / 보들레에르     은 하나의 사원이니 거기서 산 기둥들이 때로 혼돈한 말을 새어 보내니, 사람은 친밀한 눈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컴컴하고도 깊은 통일 속에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처럼 香과 色과 음향이 서로 응답한다.   어린이 살처럼 싱싱한 향기, 목족처럼 아늑한 향기, 목장처럼 초록의 향기있고, --- 그 밖에도 썩은, 풍성하고 기승한 냄새들.   정신과 육체의 앙양을 노래하는 용연향, 침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확산력을 지닌 향기도 있다.   원수 / 보들레에르       내 청춘 한갓 캄캄한 雷雨였을 뿐 여기 저기 눈부신 햇살이 뚫고 비쳤네. 천둥과 비가 하도 휘몰아쳐 내 정원에는 빠알간 열매 몇 안 남았네   나 지금 思想의 가을에 닿았으니, 삶의 갈쿠리를 들고 다시 긁어 모아야지, 홍수가 지나며 묘혈처럼 곳곳이 커다란 웅덩이들 파놓았으니.   누가 알리. 내가 꿈꾸는 새로운 꽃들이 모래톱처럼 씻긴  이 흙 속에서 활력이 될 신비의 양분을 얻을지를?   -- 오 괴로워라! < 시간>은 생명을 파먹고, 심정을 갉는 정체모를 는 우리 흘리는 피로 자라며 강대해지는구나!   인간과 바다 /보들레에르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 바다는 네 거울이니, 너는 그 파도의 끝없는 전개 속에 네 넋을 관조하노니. 네 마음 또한 그보다 덜 쓰지 않도다.   너는 즐겨 네 영상 품안으로 뛰어드나니, 눈과 팔로 그것을 포옹하며 네 가슴은 그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비탄소리에 때로 자신의 들끓음을 잇는구나.   그대 둘이 모두 침침하고 조심스러워, 인간이여, 아무도 네 심연의 바닥을 측량 못했고, 오 바다여, 아무도 네 속의 재보를 모르나니. 그토록 그대들 악착스리 비밀을 지키는구나.   그런데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그대들은 무자비하고 가책 없이 서로 싸우니, 그토록 살륙과 죽음을 사랑하는가 오 영원의 투사들 어쩔 수 없는 형제여!   아름다움 / 보들레에르     나는 아름다워라, 오 덧없는 인간들 ! 돌의 꿈처럼, 저마다 거기서 상처입는 내 유방은 질료처럼 영원하고 말 없는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게 되어 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네. 백조의 순백에 백설의 마음을 결합하고, 선을 흔들어 놓는 움직임을 싫어하며 나는 울지 않고 결코 웃지도 않네   우뚝 솟은 기념물에서 빌은 듯한 내 당당한 태도 앞에 시인들은 준엄한 연구로 그들의 세월을 탕진하리!   이 고분고분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을 가졌네. 내 눈, 영원의 광택을 지닌 커다란 내 눈을!   패물 / 보들레에르     내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은 알몸이었고, 내 마음을 알기에 오직 잘 울리는 보석만을 지녀, 그 호화로운 노리개로 행복한 나날의 모오르의 노예처럼 의기양양하도다.   노리개 흔들리며 쟁쟁 조롱하는 소리낼 때, 금속과 보석으로 찬란한 그 세계에 나는 넋을 잃고 황홀하여, 음향과 빛이 뒤섞이는 물건들을 나는 미칠듯이 사랑하리.   그녀는 몸을 뉘어 사랑에 내맡기고, 안벽을 향하듯이 그녀 쪽으로 치밀어오르는 바다처럼 깊고 감미로운 내 사랑을 긴 의자 위에서 흐믓한 미소로 맞는고야.   길들인 호랑이처럼 나를 지긋이 치켜보며, 막연하고 꿈꾸는 듯한 모습으로 자태를 꾸며, 그 음탕함가 결합된 천진난만함이 그녀의 갖가지 변모에 새로운 매력을 준다.   그녀 팔과 다리며, 허벅지며, 허리가, 기름으로 닦인 듯 반지르르 백조인양 파동치며, 명석하고 조용한 내 눈 앞을 지나간다. 그녀 배와 유방, 내 포도넝쿨의 그 송이송이는   악천사들보다도 더욱 아양떨며 나아가며 내 마음 푹 놓인 안식을 뒤흔들려 들고 조용하고 외로이 앉았던 수정의 바위에서 내 마음을 밀어내려 하는구나.   새로운 화법으로 앙띠오쁘의 음부를 애숭이 상반신에 연결한듯 하여, 그토록 그녀 몸매는 골반을 드드러지게 하네 그 황갈색 안색에 화장도 희한한지고!   -- 이윽고 램프도 꺼지기로 체념하고, 벽난로 장작불만이 방안을 비추기에. 거기서 타오르는 한숨을 내뿜을 때마다 호박빛 피부를 피로 물들인다!   이국 향기 異國 香氣 / 보들레에르     가을 날 더운 저녁녘에 두 눈 딱 감고, 네 화끈한 젖가슴의 내음 들이 마실 때, 단조로운 태양의 불길에 현혹된 행복한 바닷기슭이 눈앞에 전개되는구나   자연이 야릇안 나무들이며 맛있는 과일을 주는 게으른 섬 하나. 날씬학 억센 육체의 사내들, 솔직한 눈매가 놀라운 여자들.   네 체취로 하여 매혹적인 풍토로 이끌려, 아직 바다의 풍랑에 지쳐빠진 둧이며 돛대로 꽉찬 항구를 나는 보네   한편, 공중에 풍기며 내 코를 부풀게 하는 초록의 따마린느 향기가 내 넋 속에 선원들의 노래에 섞여 스며드는구나   깊은 심연 속에서 / 보들레에르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빕니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잠들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프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 속에 잠길 수 없는 더 없이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 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흡혈귀 / 보들레에르     신음하는 내 가슴에 비수의 일격처럼 박힌 너. 아귀 떼처럼 억센것이. 치장하고 지랄스럽게 와서.     욕된 내 정신을 네 잠자리 네 영지로 만드는 너. --중죄수가 사슬에 메이듯이 내가 매어있는 더러운 계집아.   끈질긴 도박꾼이 도박에 메이듯, 술주정뱅이 술병에 매이듯. 구더기에 썩을 짐슴 시체가 매이듯. --망할 년, 망할 년아!   날쌘 검이 일격이 내 자유를 싸워 얻을 수 있도록 나는 빌었고, 믿지 못할 독약에게 내 비겁함을 구해달라고 나는 말했지.   오호라! 독약과 검은 나를 멸시하여 말했어 -- "저주받은 노예생활에서 널 끌어낼 보람도 없어.   머저리야! --- 만약 우리 애써 널 그년 질곡에서 해방시킨다면, 네 입맞춤으로 네 흡혈귀의 송장을 되살려 놓을 게다!   오늘 저녁 무엇을 / 보들레에르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겠나, 가엾은 외로운 넋이여, 내 가슴, 전에 시들은 가슴, 무엇을 말하겠나, 그 성스러운 시선이 별안간 너를 다시 꽃피게 한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지극히 사랑스런 그녀에게!   -- 그녀 찬송함을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 위신의 부드러움만한 것 이 세상에 없어라. 그녀 정신적인 육체 의 향기 지니고, 그녀 눈길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이건 또는 고독 속이건, 거리에서건 혹은 군중 속이건, 그녀 환상 햇불마냥 공중에서 춤추네.   그 환상 때로 입 열어 이르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날 위해 어직 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천사요, 詩神이자 마돈나이니라!"   썩은 짐승의 시체 / 보들레에르                  그토록 따스한 이 아름다운 아침에 우리가 본 물건이 생각나는가, 귀여운 그대여,           오솔길 구비 조약돌 섞인 강 벌 위에 더러운 썩은 짐승 시체가,             음탕한 계집처럼 공중에 가랑이를 벌리고, 지글지글 타며 독액 흘리며,           데면데면하고 뻔뻔스럽게 발산물로 꽉 찬 배때기 열어제치고 있었지.             태양은 그 썩은 것 위에 알맞게 익히려는 듯 내려쪼이며,           그것이 한때 맺어 지닌 일체를 골백번 불려 에 돌려주려는 듯,             하늘은 그 희한한 잔해를 꽃이 피어오르듯이 굽어보고 있었지.           하도 악취가 진동하여 너는 들판에 실신하여 쓰러질 듯 했지.   그 썩는 배 위에 파리떼 웅웅거려, 거기서 검은 구더기에 쏟아져 나오며          그 산 누더기를 따라 텁텁한 점액처럼 흘러내리더구나.            그 모든 것 파도처럼 오르내려, 혹은 팔닥팔닥 내닥치니, 몸뚱이가 마치          흐릿한 바람결에 부풀어 골백으로 불어나며 살아가는 듯.          그 세계 흐르는 물과 바람처럼 야릇한 음악을 들려 주나니         혹은 키질꾼이 율동적으로 키 안에 넣고 까부는 낟알같더라.            형태들은 사라져 한 갓 꿈일 뿐, 잊혀진 화폭에 도도히 떠오를 소묘          그것은 오직 예술가가 추억을 더듬어 비로서 완성하리.            바위들 뒤에 불안스레 암캐 놈이 성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지.           그 해골에서 놓친 고깃덩이 놈이 되찾을 기회를 노리면서.              -- 하지만 그대 역시 언젠가 이 오물같으리, 이 끔직스런 부패물 같으리.            내  문의 별, 내 천성의 태양, 그대 나의 천사, 나의 정열이여 !              암 ! 그렇게 되리. 우아스런 여왕이여, 그대 종부성사 받은 연후, 잡초며            기름진 꽃들 밑으로 뼈다귀를 사이에 끼어 썩으러 갈 때면.               그때는, 오 나의  미녀여, 너를 입맞춤으로 뜯어먹을 구더기에게 말하라.             우리 피괴된 사랑의 원형과 그 거룩한 본질을 내게 간직했다고.     가을의 노래 / 보들레에르      1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 발랄한 볕이여 !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오는구나   겨울은 온통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 --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 되어지리.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기울리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르르 무너지는 탑과도 같아라.   그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선가 부랴부랴 관에 못질하는 듯 --- 누구의 관을? ---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리는구나.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따사로운 미녀여, 나 오늘은 모든 것이 쓰디 써서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찬연한 태양만 못해.   허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 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 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간의 수고를 !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스런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 여름 그리며. 이 늦 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 주오!   음울 / 보들레에르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 위에 무겁게 내리덮은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니 지평선의 틀을 죄어 껴안고,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어두운 낮을 우리에게 내리부을 때   대지가 온통 축축한 토굴감옥으로 변하고, 거기서 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마냥 벽들을 두들기며, 썩은 천장에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떠돌 때,   내리는 비 광막한 빗발을 펼쳐 드넓은 감옥의 쇠격자처럼 둘러칠 때, 더러운 거미들이 벙어리떼를 지어 우리 뇌 속에 그물을 칠 때면,   별안간 종들이 맹렬하게 터져 울리며 하늘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니. 흡사 고향을 잃고 떠도는 정령들이 끈질기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듯 내 넋 속을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구나. 은 꺽여 눈물짓고 잔인 난폭한 가 내 푹 숙인 두개골 위에 검은 기旗를 꽃는다   지나가는 여인에게 / 보들레에르     주위에선 귀가 멍멍해지게 거리가 노호하고 있었지. 상복 차림의 날씬한 여인이 엄숙한 고뇌의 모습으로, 꽃무늬 레이스와 치마자락을 화사한 손으로 살짝 쳐들어 흔들며 지나갔었지,   조상彫像같은 다리로 민첩하고도 고상한 걸음으로, 나는 머리가 돈 사람인 양 부르르 떨며. 태풍이 싹트는 납빛 하늘같은 그녀 눈에서 넋을 빼는 감미로움과 뇌살의 쾌락을 마셨어,   번갯불 -- 그리고 어둠! 그 시선이 홀연 날 되살려 놓곤 한 순간에 지나친 미녀여, 영원의 저승이 아니고는 다시는 못볼 것인가?   딴곳, 아득히 멀리! 이미 늦었지! 아마 영원히 못만나리! 그대 사라진 곳 나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알지 못하니, 오 내가 사랑할 수도 있었을 그대. 오 그것을 알고 있던 그대였거늘 !   살인자의 술 / 보들레에르     아내가 죽었어, 난 자유야! 그러니 실컷 마실 수 있지. 전엔 한푼 없이 돌아올 때면 그년 고함에 신경이 갈기갈기 찢겼지.   이제 난 왕처럼 행복해. 공기는 맑고, 하늘도 희한한지고--- 내가 년에게 반하게 된 것도 그래 이런 여름철이었지!   가슴을 찢는 이 지독한 갈증 그걸 풀려면 아마도 그년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필요할 껄, --줄잡은 말은 아니지;   실은 년을 우물 속에 던졌거든, 그리고 그 위에다 우물 변두리 돌들을 모조리 밀어넣기까지 했것다. -- 잊을 수 있담 잊고 싶으이!   무엇으로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는 우리 애정의 맹서를 위해서 우리 사랑의 도취의 멋진 시절처럼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   난 그날 밤, 년에게 컴컴한 길가에서 만나자고 애원했것다. 년이 왔어! ---미친 것이! 다소간에 우리 모두가 미쳤거든!   무척 지친 꼴이었지만 년은 아직도 예쁘더군! 그리고 난 또 너무나 년을 사랑했지 ! 그래서 말한 거야 "이승에서 꺼져라!"고.   이 내 맘을 이해할 놈 아무도 없어. 이 머저리 주정뱅이들 중 단 한 놈이라도 병에 찌든 밤마다 술로 수의를 삼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쇠로 만든 기계인 양 불사신의 이 불한당은 여름이건 겨울이건 일찌기 참사랑을 안 적이 없어.   그 응큼하게 홀리는 마술이여, 아비규환의 다급한 불안의 연속, 그 독약의 병들이며, 그 눈물 그 쇠사슬과 해골 부딪는 소리나는 사랑을!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오늘 밤 난 죽도록 취하리라. 그땐 두려움도 회한도 없이 땅바닥 위에 벌떡 누울테다.   그리곤 개처럼 잠들리라! 돌이며 진흙따윈 실은 육중한 바퀴의 달구지건, 미친 듯 질주하는 貨車건,   죄많은 내 머릴 짓이기든가 한 허리를 동강내도 무방하리, 그까짓 일, 난 신이나 악마나 聖卓처럼 일체 개의치 않거든!   흡혈귀의 변신 / 보들레에르     이때 여인은 숯불 위의 뱀처럼 몸을 빌빌 꼬고, 코르셋 철골 위에 유방을 짓이기며, 딸기같은 붉은 입으로 흠뻑 침향 배인 말을 흘려보냈다.  --- "나로 말하자면, 젖은 입술로 침대 속에서 옛 시대의 양심을 잃게하는 비의秘義를 알고 있어. 내 압도적인 유방 위에선 어떤 눈물도 말려주고, 늙은이들도 어린애같이 웃게 해요. 홀랑 벗은 내 알몸을 보는 이에겐 달이 되고, 태양, 하늘, 별이 되어주지! 귀여운 학자님, 나는 하도 관능에 통달해서, 무서운 팔 안에 사내를 꽉 껴안을 때, 혹은 소심하고도 음란하며 여리고도 억센 내가 내 웃도리를 깨무는 대로 내맡길 때면, 넋을 잃은 이 육체의 깔포단 위에선 정력 잃은 천사들로 지옥에라도 떨어질 지경!"   그녀가 내 뻐마다 온통 골수를 빨아내고, 내가 사랑의 키스를 돌려주려 나른한 몸을 그녀쪽으로 돌렸을 때, 눈에 띈 것은 오직 고름으로 꽉찬 끈적끈적한 가죽푸대뿐! 등골이 오싹하여 두눈 딱 감았다가 환한 불빛 속에 다시 떴을 땐, 내 곁에 피로 꽉 채운 듯한 억센 마네킹같은 여체는 간곳 없고, 해골 조각들이 뒤섞여 떨고 있었으니, 그 소리 풍향계의 삐거덕 소린가, 아니면, 쇠막대기 끝에서 겨울밤 동안 바람에 흔들리려 간판이 울리는 소린가   애인들의 죽음 /보들레에르     우리는 가벼운 향기로 가득찬 침대 무덤처럼 움푹한 쿠션을 마련하리라. 우릴 위하여 더욱 아름다운 하늘 밑에 피는 신기한 꽃들로 장식선반 위에 꽂으리.   우리 둘의 심장은 다투어 마지막 열을 다하여 타는 두개의 거대한 햇불이 되어, 쌍 거울같은 우리 두 정신 속에 그 이중의 빛을 반영하리라.   장미빛과 신비로운 푸른 빛의 어느날 밤에, 우리는 긴 흐느낌처럼 이별의 정 가득한 단 한번의 번개불을 주고 받으리.   그 후 가 문을 방긋이 열고 들어와 충실하고도 즐거운 기색으로 흐린 거울과 죽은 불길을 되살려 주리라.   ~~~~~~~~~~~~~~~~~~~~~~~~~~~~~~~~~~~~~~~~~~~~~~~~~~~~~~~~~  상승  연못위로, 계곡위로  山, 숲, 구름, 바다위로,  太陽넘고, 에테르氣層을 넘어  머얼리 星圈의 경계를 넘고 넘어  내 精神이여, 그대 날쌔게 움직여 ,  파도속에 넋잃은 名 水永手인양,  깊고 가없는 공간을 形言못 할  雄健한 환락으로 즐거이 헤쳐 나가는 고야  이 病든 毒氣속에 멀리 멀리 날아가,  上層의 氣流속에 너를 淨化하고,  마셔라, 순수무구의 神酒인 양,  투명한 空間 가득 찬 맑은 불을.  안개 낀 生存을 짓누르는 괴로움과  광대한 슬픔일랑 뒤에 두고  억센 날개로 밝고 淸明한 들을 향해  솟구쳐 내 닫는 자 행복할거나.  그의 理念, 종달새처럼, 아침녘에  天空으로 자유로이 飛翔하는 者,  -- 삶 위를 감돌며 힘 안들이고 꽃들과  말없는 事物들의 말을 깨닫는 者, 幸福할거나.  ~~~~~~~~~~~~~~~~~~~~~~~~~~~~~~~~~~~~~~~~~~~~~~~~~~~~~~~~~  이상  천박한 세기가 낳은 썩어 빠진 산물인,  그림 장식 둘러싸인 저 미인도 아니요,  긴 구두 신은 발도, 까스타네뜨 끼운 손가락도 아니리,  나 같은 사람의 마음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위황병 시인 가바르니에게나 맡기어 두자,  병원에나 드나드는 수다스런 그 미인들의 무리는.  그 파리한 장미꽃들 중에는  내 새빨간 이상을 닮은 꽃은 찾아 낼 수 없을 것이니.  심연처럼 깊숙한 이 마음에 필요한 것은,  그대로다, 맥베스 부인이여, 죄악 겁내지 않는 굳센 넋,  폭풍우의 풍토에 꽃핀 에실르의 꿈이여,  그렇쟎으면 너, 우람한 [밤], 미켈란젤로의 딸이여,  [거인]들 입에 길들여진 그 젖가슴을 야릇한 자세로 조용히 비트는 너로다.  ~~~~~~~~~~~~~~~~~~~~~~~~~~~~~~~~~~~~~~~~~~~~~~~~~~~~~~~~~~~~~~~  향수병  어떤 물건도 꿰뚫고 나오는  강렬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도 뚫으리라.  동양서 건너온 손궤, 상을 찡그리고  삐걱삐걱 소리지르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곰팡 냄새 코를 찌르는  먼지 낀 컴컴한 옷장을 열면,  옛 추억 간직한 낡은 향수병 눈에 띄는 수 있어  옛 사라의 넋 생생하게 되살아 거기서 용솟음친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거기 온갖 생각이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 오른다,  하늘색으로 물들고, 장미빛으로 칠해지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거나한 추억 이제 흐린 공중에  펄럭거린다. 눈울 감는다. 현기증이  녹아 떨어진 넋을 움켜잡고 두 손으로 밀어뜨린다,  인간의 장로 어두어진 심연 쪽으로.  그리고 천년 묵은 심연가로 쓰러뜨린다.  거기에, 스스로 수의를 찢는 라사로 모양,  썩고 음산한 그리운 옛사랑의 닮은 송장이 잠깨어 꿈틀거린다.  그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련한 낡은 향수병 모양, 늙고, 먼지가 끼고,  꾀죄죄하고, 천하고, 끈적거리고, 금이 가서,  으슥한 옷장 구석에 내던져졌을 때,  나는 네 관이 되리, 사랑스런 독기여!  네 힘과 독성의 증인이 되리  천사가 마련한 사랑하는 독약이여!  나를 좀먹는 액체, 오, 내 마음의 생살권자(生殺權者)여!  ~~~~~~~~~~~~~~~~~~~~~~~~~~~~~~~~~~~~~~~~~~~~~~~~~~~~~~~~~~~~~  고백  한 번, 꼭 한 번, 사랑스럽고 정다운 사람이여,  당신의 미끈한 팔이  내 팔에 기대었다(내 넋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그 추억은 스러지지 않는다).  밤은 이슥하였다. 새 메달과 같이  보름달은 하늘에 걸리고,  장엄한 밤은 강물처럼 잠든  파리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들을 따라, 대문 아래로,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빠져 나갔다,  귀를 쫑그리고, 또는 정다운 사람의 혼백처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별안간, 휘멀건 달빛 아래 피어난  허물 없는 친밀감 속에,  쾌활한 소리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풍부한 악기, 당신 입에서,  빛나는 아침 군악 소리 울리듯  명랑하고 즐거운 당신 입에서,  구슬픈 가락,야릇한 가락,  비틀거리며 새어나왔다,  마치 가족들이 부끌워서, 세인의 눈을 피하려고,  남 몰래 오랫동안 굴 속에  숨겨 두었던, 허약하고 험상궂고, 음산하고,  꾀죄한 계집애같이.  가엾은 천사여, 당신 목소린 가락 높이 노래 불렀다,  [이승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리 정신 써서 꾸며 보아도, 언제나,  사람이 이기심은 드러나는 법.  미인 노릇 하기란 힘이 드는 일,  억지 웃음 지으며  흥겨워하는 어리석고 쌀쌀한 무희의  진부한 일과 같은 것.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움은 바보짓거리,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조리 깨져버린다,  마침내는 [망각]이 치룽 속에 집어던져  [영원]의 손에 돌려줄 때까지는!]  나는 때때로 회상하였다 , 그 황홀한 달을,  그 적막, 그 울민을,  그리고 가슴 속이 고해실에서 속삭인  그 무서운 고백을.  ~~~~~~~~~~~~~~~~~~~~~~~~~~~~~~~~~~~~~~~~~~~~~~~~~~~~~~~~~~~~~~~  등대  루벤스, 잊음의 강, 게으름의 뜰,  사랑이란 엄두도 못할 싱싱한 살의 베개,  그러나 거기엔 삶이 끊임없이 흘러들고 용솟음친다,  하늘에 바람처럼, 바다에 밀물처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침침하고 그윽한 거울,  거기 사랑스런 천사들, 신비에 싸인  상냥한 미소지으며, 그들의 나라를 닫는  빙하와 소나무 숲 그늘에 나타난다.  렘브란트, 신음소리 가득찬 음산한 병원,  장식이라곤 단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상,  눈믈 섞인 기도가 오물에서 풍기고,  겨울 햇빛 한 주리 쏜살처럼 스친다.  미켈란젤로, 흐릿란 곳, 보아하니  헤라클레스의 무리 그리스도의 무리와 어룰리고,  억센 유령들 벌떡 일어나 땅거미의 어둠 속에  손가락 뻗쳐 저희들의 수의를 짓찟는다.  권투가의 노여움도, 목신의 뻔뻔함도,  온갖 천인들의 미를 잘도 그러모을 수 있어던 그대,  자존심에 부푼 너그러운 마음, 노랗게 허약한 사나이,  쀠제, 그대는 죄수들의 우울한 제왕.  와또, 이것은 사육제, 숱한 신사 숙녀들이,  나비처럼, 찬란하게 이리저리 거닐고,  상데리아 불빛 아래 산뜻한 배경은  소용돌이치는 무도장에 광란을 퍼붓는다.  고야,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찬 악몽,  마녀의 잔치판에 삶아지는 태아며,  거울들여다보는 노파와, 마귀를 홀리려고  양말 치켜올리는 빨가숭이의 아가씨들과.  들라크루아, 악천사 넘나드는 피의 호수,  거기에 전나무 숲 언제나 푸른 그늘 던지고,  음침한 하늘 아래, 야릇한 군악 소리,  웨버의 가쁜 한숨인 양 흘러 간다.  이 모든 저주와 요설과 한탄,  황홀과 외침과 눈물과 찬송가,  그것은 수천의 미로에서 되울려 오는 메아리 소리,  마침내 죽어가야 할 인간에의 거룩한 아편!  그것은 수천의 보초들이 되풀이하는 고함소리,  수천의 메가폰 통해 전달되는 명령의 소리,  그것은 수천의 성 위에 밝혀진 등대불,  깊은 숲 속 헤매는 사냥꾼들의 부르짖음!  왜냐하면 주여, 이야말로 진정,  우리의 존엄을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증거,  이 뜨거운 흐느낌은 내게로 흘러내려  그대의 영원의 강 언덕에 스러져 갈 것이니!  ~~~~~~~~~~~~~~~~~~~~~~~~~~~~~~~~~~~~~~~~~~~~~~~~~~~~~~~~~~~~  음악  음악은 흔히 나를 바다처럼 사로잡는다!  파리한 내 별을 향하여,  안개낀 궁륭 아래 또는 아득한 구중천에,  나는 돛을 올린다.  바람 품은 돛처럼 가슴을 활짝 펴고  허파를 부풀리고,  나는 기어오른다, 밤이 가리워 주는  겹치고 겹친 물결의 등을.  나는 느낀다, 괴로와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내 속에 떨고 있음을.  순풍과태풍, 그리고 그 진동이  가이 없는 바다 위에  나를 흔들어 준다. 또 때로는 잔잔한 바다,  그것은 내 절망의 커다란 거울!  ~~~~~~~~~~~~~~~~~~~~~~~~~~~~~~~~~~~~~~~~~~~~~~~~~~~~~~~~~~~~~~~  마돈나에게  스페인 취미의 봉납물(奉納物)  [마돈나], 내 임이여, 나 그대 위해 세우리  내 고뇌의 안쪽 깊숙이 지하의 제단을,  그리고 내 가슴 속 가장 으슥한 구석에,  이승의 욕망과 비웃는 눈길 멀리 떠나,  하늘색 금빛으로 온통 단장한 벽감을 파서,  희한한 그대의 [성상]을 세우리.  수정의 운(韻) 솜씨 좋게 별처럼 아로새긴  순금의 그물, 냉다듬은 [싯귀] 가지고,  그대의 머리를 위해 커다란 [관]을 만들어 바치리.  그리고, 오, 불사신 아닌 [마돈나]여, 내 [질투]를 가지고  그대에게 [외투]를 마르재어 드리리, 새암으로  안감을 넣은, 딱딱하고, 묵직한, 미개인식 [외투]를,  파수막처럼 그대 매력을 그 속에 가두어 두도록,  [진주] 아닌 내 [눈물] 모두 모아 수를 놓아서!  그대 [옷]으론 떨며 물결치는 내 [욕망]을 입히리,  내 [욕망]은 솟아올랐다 내려갔다,  봉우리에선 간들거리고, 골짜기에선 쉬며,  그대의 하얀 장미빛 온 몸을 입맞춤으로 싼다.  나는 내 [존경]을 가지고, 거룩한 그대의 발 밑에 밟힐  고운 미단 [신]을 그대에게 지어 올리리.  그것은 부드러운 포옹 속에 그대의 발을 감싸 주고,  변통 없는 거푸집처럼 그대의 발 모양을 간직하리.  내 온갖 정성 어린 기술을 가지고도  그대 [발판]으로 [은달(銀月)]을 새기지 못하며는,  내 오장육부 깨무는 [뱀]을 그대 발꿈치 아래  갖다 놓으리, 그대 짓밟고 비웃도록,  제도의 은혜 넘쳐 흐르는 승리의 [여왕]이여,  증오와 독액이 온 몸에 가득친 저 괴물을.  그대는 보리라, 나의 온갖 [생각들]이, 꽃으로 장식된 [동정(童貞)  여왕]의 제단 앞에 느어선 [촛불]처럼,  파랗게 칠한 천장을 별처럼 비추면서,  불타는 눈으로 언제나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나는 몸과 마음 다하여 그대를 사랑하고 숭배하기에,  모든 ㄳ이 [안식향]과, [훈향], 그리고 [유향]과 [몰약]이 되고,  새하얀 눈 봉위 그대르 향해, 폭풍우 실은  내 [정신]은 [아지랭이]되어 끊임없이 솟아오르리.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 [마리아]의 구실을  다 갖추어 주고 , 사랑에 잔인을 뒤섞기 위해,  오 서글픈 쾌락이여! 한많은 [사형 집행리] 나는,  일곱 가지 [중죄] 가지고 서슬 푸른 일곱 자루의  [칼]을 만들어, 사정 없는 요술자처럼,  그대의 사랑 가장 깊숙한 곳을 과녘 삼아,  팔딱거리는 그대 [염통]에 모조리 꽂으리라,  흐느끼는 그대 [염통]에, 피흐르는 그대 [염통]에!  ~~~~~~~~~~~~~~~~~~~~~~~~~~~~~~~~~~~~~~~~~~~~~~~~~~~~~~~~~~~~~~  달의 슬픔  오늘 저녁 하염 없이 달은 꿈꾼다,  포개 놓은 보료 위에, 잠들기 전에,  가냘픈 손 기신 없이 젖가슴 언저리를  어루만지는 미인의 모습을 하고,  사태지는 보드라운 비단결 위에,  숨져가듯 멍청하게 등을 기대고,  꽃피듯이 푸른 하늘 솟아오르는  하얀 그림자를 둘러다 본다.  시름없이 지쳐서, 땅덩이 위에,  슬그머니 눈물을 흘러 보내면,  잠과는 원수진 가엾은 시인,  단백석 조각처럼 영롱하게 반작이는  파리한 달의 눈물 손 안에 길어,  해의 눈 못 미치는 가슴 속에 간직한다.  ~~~~~~~~~~~~~~~~~~~~~~~~~~~~~~~~~~~~~~~~~~~~~~~~~~~~~~~~~~~~~  아름다운 배  나에게 이야기하자, 오 요염한 여인이여!  네 젊음 치장하는 가지가지의 아름다움으.  어린 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울린  네 아름다움 너에게 그려 보이자.  펑퍼짐한 치맛자락 바람에 펄럭이며 걸어 나갈 때,  너는 흡사 난바다로 나가는 아름다운 배,  나른하고 느슨한 즐거운 리듬을 타고  갸우뚱거리면서 돛 달고 간다.  포동포동한 굵다란 목, 오동통한 어깨 위에,  네 머리는 거들거린다, 야릇한 귀염 풍기며.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도 양양하게  너는 길을 간다, 의젓한 아이.  너에게 이야기하자, 오 요염한 여인이여!  네 젊음 치장하는 가지가지의 아름다움을.  어린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울린  네 아름다움 너에게 그려 보이자.  물결 무늬 옷을 밀고 불쑥 솟은 젓가슴,  자랑스런 네 젓가슴은 아름다운 찬장이여,  둥그스름한 윤나는 그 널판은  방패처럼 번갯불 받아 번득거린다.  장미색 젖꼭지 내세우고 도전하는 방패여!  달콤한 비밀 간직한 찬장, 술과 향료와 음료,  가지가지의 맛좋은 것 가득차 있어,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 꿈나라로 실어 갈 찬양이여!  펑퍼짐한 치맛자락 바람에 펄럭이며 걸어 나갈 때,  너는 흡사 난바다로 나가는 아름다운 배,  나른하고 느슨한 즐거운 리듬을 타고  갸우뚱거리면서 돛 달고 간다.  조촐한 네 다리는 차고 가는 치맛자락 아래서 아른거리고  어슴푸레한 욕망 출썩거리고 부추긴다.  깊숙한 단지 속에 검은 마약을  휘저어 반죽하는 두 마녀와 같이.  나어린 장사쯤 깔볼 만도 한 네 팔은  살가죽 번득이는 왕뱀의 검질긴 적수,  애인의 모습 가슴팍에 새기려듯이,  아귀차게 껴안도록 만들어진 것.  포동포동한 굵다란 목, 오동통한 어깨 위에,  네 머리는 거들거린다, 야릇한 귀염 풍기며.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도 양양하게  너는 길을 간다, 의젓한 아이.  ~~~~~~~~~~~~~~~~~~~~~~~~~~~~~~~~~~~~~~~~~~~~~~~~~~~~~~~~~~~~~~  아름다움에의 찬가  그대 구천에서 왔는가, 나락에서 왔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고도 신성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함께 퍼부으니,  그대는 가히 술에도 견줄 수 있도다.  그대는 눈 속에 석양과 서광을 간직하고,  소낙비 내리는 저녁 모양 향기를 풍긴다.  그대의 입맞춤은 미약, 그대의 입은 술단지,  영웅을 맥빠비게 하고 어린이를 씩씩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심연에서 솟아났는가, 별에서 내려 왔는가?  홀린 [운명]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를 따른다.  그대는 마구 기쁨과 슬픔은 흩뿌리고,  모든 것을 다스리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주검을 비웃으며 그위를 걸어간다.  그대 보석 중에는 역시 [공포]가 매력 적지 않고,  살인은, 그대의 가장 값비싼 패물 속에서,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 아리따이 춤춘다.  눈 어린 하루살이 그대 촛불에 날아가,  바작바작 타면서도 말한다, [이 횃불에 영광 있으라!]  정부의 몸에 몸 기대고 몸 헐떡이는 사나이는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자와도 같도다.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  오[아름다움]이여! 끔찍하고도 무서운 숫된 괴물이여!  그대의 눈과 미소, 그리고 발이 나에게  내 그리는 알지 못한 [무한]의 문을 열어만 준다면?  악마한테서 왔건 하느님한태서 왔건 무슨 상관? 천사든  사이렌이든 무슨 상관,ㅡ빌로오드의 눈을 가진 선녀여,  율동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단 하나의 여왕이여!  그대, 세계의 추악, 시간의 중압을 덜어만 준다면!  ~~~~~~~~~~~~~~~~~~~~~~~~~~~~~~~~~~~~~~~~~~~~~~~~~~~~~~~~~~~~~~  나의 프란시스까에의 찬가  새로운 줄로 그대를 노래하리,  오 내 마음의 고독 속에  살랑 살랑 나부기는 어린 나무여.  그대 꽃다발을 몸에 감아라,  온갖 죄악 씻어 주는,  오 조촐한 여인이여!  자비로운 [망각의 강]물처럼,  몸에 자력 감도는  그대의 입맞춤 마시련다.  궂은 정열의 폭풍  모든 길에 휘몰아칠 때,  그대는 나타났다, 여신이여!  고통스런 파선을 당했을 때  발견한 구원의 별과도 같이......  이 마음 그대 제단에 바치리!  적에 넘치는 연못이여,  다문 입술을 열어다오!  그대는 추한 것은 불사르고,  거친 것은 골라 놓고,  약한 것은 굳히었다!  굶주릴 땐 나의 숙소,  어두울 땐 나의 등불,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다오,  나에게 힘을 북돋워다오,  기분좋은 향료로 향긋한  다사로운 목욕이여!  내 허리 둘레에 빛나라,  오 성수에 적신  순결의 갑옷이여.  보석을 아로새긴 잔,  짭짤한 빵, 맛좋은 음식,  오, 신의 술, 프란시스까여!  ~~~~~~~~~~~~~~~~~~~~~~~~~~~~~~~~~~~~~~~~~~~~~~~~~~~~~~~~~~~~~  언제나 이대로  [저 불거진 검은 바위 위로 바닷물 치밀어 오듯  그 야릇한 슬픔 어디서 당신에게 밀려 오는가?] 이렇게 당신은 말하였지.  ㅡ 우리 마음이 한 번 추수가 끝난 뒤에는,  삶은 괴로움. 그것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  그것은 명백한 고통, 아무런 신비도 없고,  당신의 기쁨처럼 누구 눈에도 빤한 것.  그러니 더 묻지 마오, 호기심 많은 미인이여!  당신 목소린 부드럽지만, 입을 다무오!  입을 다무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언제나 즐거운 여인이여!  어린애 같은 웃음 짓는 입이여! [죽음]은 [삶]보다도  더 자주 미묘한 줄로 우리들을 붙잡는다.  아 제발 내마음 허망에 취해,  아름다운 꿈결처럼 당신의 고운 눈 속에 잠겨,  그 눈썹 그늘 아래 길이 잠자게 하여 다오!  ~~~~~~~~~~~~~~~~~~~~~~~~~~~~~~~~~~~~~~~~~~~~~~~~~~~~~~~~~~~~  불운  이토록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에는,  시지프스여, 그대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아무리 일에 골몰하여도,  [예술]은 길고 [시간]은 짧다.  이름난 묘지에서 멀리 떨어져,  호젓하고 외딴 무덤을 향해,  내 가슴은 사뭇 장송곡 친다,  은은히 울리는 북과도 같이.  숱한 보석은 잠잔다,  어둠과 잊음 속에 파묻혀,  곡괭이도 측심기(測深器)도 안 닿는 곳에.  숱한 꽃들은 한슬이 풍긴다,  비밀처럼 달콤한 향기,  저 그윽한 적막 속에서.  ~~~~~~~~~~~~~~~~~~~~~~~~~~~~~~~~~~~~~~~~~~~~~~~~~~~~~~~~~~~~~~~~  무덤  어둡고 답답한 밤에  어떤 착한 예수꾼이, 자비심에서,  어느 옛 폐허의 그늘 아래  뽐내던 그대 몸을 묻어 준다면,  하늘의 아련한 별들  졸리는 눈꺼풀 감고,  거미가 거기에 줄치고,  독사가 새끼칠 무렵,  일년내 그대는 들으리,  벌받은 그대의 머리 위에,  늑대의 구슬픈 울음소리,  굶주린 마녀의 울부짖음,  음란한 영감의 장난,  엉큼한 도독의 음모.  ~~~~~~~~~~~~~~~~~~~~~~~~~~~~~~~~~~~~~~~~~~~~~~~~~~~~~~~~~~~~~~~  유령  들짐승의 눈을 가진 천사들처럼,  그대 규방에 되돌아 와서  검은 밤의 어둠을 타고  살그머니 그대 곁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나는, 갈색의 여인이여,  그대에게 주리라, 달빛과 같은  싸늘한 입맞춤을, 구멍 둘레를  기어다니는 뱀의 애무를.  희번한 아침 동녘에 트면,  내 자리 빈 것을 그대는 보리,  저녁까지 그것은 싸늘하리라.  남들이 애정으로 그러하듯이,  그대 목숨과 그대 젊음에,  나는 동포로써 군림하리라.  ~~~~~~~~~~~~~~~~~~~~~~~~~~~~~~~~~~~~~~~~~~~~~~~~~~~~~~~~~~~~~~~  정담  당신은 맑은 장미빛 아름다운 가을의 하늘!  그러나 슬픔은 내 가슴에 바닷물처럼 물밀어 오고,  썰물이 나갈 때에는. 샐쭉한 내 입술에  씁쓸한 진흙의 쓰라린 추억을 남긴다.  허탈한 내 가슴을 그대의 손이 더듬어 본들 소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대 손이 찾는 건 벌써  여자의 사나운 이빨과 손톱으로 헐어 빠진 곳.  내 심장 찾지 마오, 이미 짐승들이 먹어 버렸다.  내 가슴은 군중들에 짓밟혀 쇠잔한 궁전,  사람들 거기서 주정을 하고, 서로 죽이고, 머리칼으 움켜 잡는다!  향기는 감돈다, 당신의 벌거벗은 앞가슴 언저리에!......  오 [아름다움]이여, 넋의 가혹한 채찍이여, 그대는 그러기를 바라겠지!  향연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그대 눈으로,  깡그리 태워 버려라, 짐승들 먹다 남긴 이 누더기!  ~~~~~~~~~~~~~~~~~~~~~~~~~~~~~~~~~~~~~~~~~~~~~~~~~~~~~~~~~~~~~~  전생  나는 오랜 동안 드넓은 회랑 아래 살아 왔도다.  바다의 태양은 수천의 불빛으로 그것을 물들이고,  곧고 장엄한 큰 기둥이 즐비하게 늘어서,  곧고 장엄한 큰 기둥이 즐비하게 늘어서,  저녁이면 그것은 흡사 현무암의 동굴이었다.  물결은 하늘의 그림자를 바다 위에 뛰놀게 하고,  그 풍부한 음악의 전능한 화음을  내 눈에 비치는 석양 빛 속에  엄숙하고 신비롭게 섞어 주었다.  거기야말로 내가 살아 온 곳, 고요한 일락(逸樂) 속에,  창공과 파도와 찬란한 햇빛 가운데,  향기 듬뿍이 배어든 발가벗은 노예들에 둘러싸여서.  그들은 종려 잎새 부채삼아 내 이마를 식혀 주고,  내 가슴 괴롭히는 번뇌의 비밀을  깊이깊이 파고드는 것만이 그들의 일이었다.  ~~~~~~~~~~~~~~~~~~~~~~~~~~~~~~~~~~~~~~~~~~~~~~~~~~~~~~~~~~~~~~~~  못난 중  옛날의 승원은 그 널따란 벽을  거룩한 [진리]의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귻을 보고 사람들의 신앙심은 북돋워지고,  엄숙한 찬 바람도 누그러졌다.  그리스도가 뿌린 씨앗 꽃피던 그 시절엔,  지금은 그이름도 모를 한둘 아닌 명승이,  장례의 마당을 아뜰리에 삼아,  순박하게 [죽음]을 찬미하였다.  ㅡ 내 넋도 하나의 무덤, 이 못난 중은,  허구한 세월, 거기서 헤매며 살고 있으나,  이 끔찍한 승원의 벽을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는다.  오, 게으른 중이여! 언제나 나는,  내 슬픈 비참으로 생생한 광경을 꾸미기 위해,  내 손에 일거리 주고 내 눈에 즐거움 줄 수 있을까?  ~~~~~~~~~~~~~~~~~~~~~~~~~~~~~~~~~~~~~~~~~~~~~~~~~~~~~~~~~~~~~  아름다움에의 찬가  그대 구천에서 왔는가, 나락에서 왔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고도 신성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함께 퍼부으니,  그대는 가히 술에도 견줄 수 있도다.  그대는 눈 속에 석양과 서광을 간직하고,  소낙비 내리는 저녁 모양 향기를 풍긴다.  그대의 입맞춤은 미약, 그대의 입은 술단지,  영웅을 맥빠비게 하고 어린이를 씩씩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심연에서 솟아났는가, 별에서 내려 왔는가?  홀린 [운명]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를 따른다.  그대는 마구 기쁨과 슬픔은 흩뿌리고,  모든 것을 다스리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주검을 비웃으며 그위를 걸어간다.  그대 보석 중에는 역시 [공포]가 매력 적지 않고,  살인은, 그대의 가장 값비싼 패물 속에서,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 아리따이 춤춘다.  눈 어린 하루살이 그대 촛불에 날아가,  바작바작 타면서도 말한다, [이 횃불에 영광 있으라!]  정부의 몸에 몸 기대고 몸 헐떡이는 사나이는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자와도 같도다.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  오[아름다움]이여! 끔찍하고도 무서운 숫된 괴물이여!  그대의 눈과 미소, 그리고 발이 나에게  내 그리는 알지 못한 [무한]의 문을 열어만 준다면?  악마한테서 왔건 하느님한태서 왔건 무슨 상관? 천사든  사이렌이든 무슨 상관,ㅡ빌로오드의 눈을 가진 선녀여,  율동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단 하나의 여왕이여!  그대, 세계의 추악, 시간의 중압을 덜어만 준다면!  ~~~~~~~~~~~~~~~~~~~~~~~~~~~~~~~~~~~~~~~~~~~~~~~~~~~~~~~~~~~~~~~  우울  [장맛달]은 온 도시에 화를 내어  항아리째 주욱주욱 퍼붓는다,  이웃 묘지의 파리한 주민에겐 음산한 추위를,  안개낀 교외에는 죽음의 그림자를.  내 고양인 마룻바닥에 깔고 잘 짚을 찾으며  옴오른 여윈 몸을 쉬지 않고 흔들고,  늙은 시인의 혼은 홈통 속을 헤매며  추위 타는 허깨비의 구슬픝 소리 지른다.  종소리는 울부짓고, 연기 나는 장작불은  파닥파닥 소리 질러 감기든 괘종에 반주하는데,  또 한편에선, 수종병 걸려 죽은 노파의 유산,  꼬리한 냄새 코를 찌르는 한 벌의 트럼프 속에,  멋쟁이 하트의 잭과 스페이드의 퀴인,  음침하게 지난 날의 사랑을 소곤거린다.  ~~~~~~~~~~~~~~~~~~~~~~~~~~~~~~~~~~~~~~~~~~~~~~~~~~~~~~~~~~~~~~~  우울2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도 더 많은 추억을 지니고 있다.  계산서에 시의 원고, 연애 편지에 소송 서류,  사랑의 노래, 게다가 또 영수증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털 등이 가득찬 서랍 달린 육중한 장롱보다도  내 슬픈 두뇌는 훨씬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  공동 묘지보다도 더 많은 주검을 간직하는 곳.  - 나는 달마저 싫어하는 끔찍한 묘지,  기다란 구더기떼 회한처럼 우글거리고,  내 사랑하는 주검을 향해 언제나 끈덕지게 추격을 한다.  나는 시든 장미로 가득찬 낡은 도장방,  유행에 뒤떨어진 가지가지 물건들 흩어져 있고,  우수에 잠긴 파스텔 그림과 색 바랜 부셰의 그림만이  마개 빠진 [향수병]의 냄새를 맡고 있다.  절름절름 끌어 가는 세월보다도 지리한 것은 없다,  겹치고 겹친 눈 잦은 해의 무거운 눈송이 아래  음울한 무관심의 열매인 권태  불멸의 모습 띠고 퍼져 가기에.  - 이제부터 너는, 오! 물질이여,  어렴풋한 공포에 싸여, 안개 낀 사하라 사막  저 안쪽에 족고 있는 화강암에 지나지 않다.  무심한 세상 사람 아랑곳않고, 지도에서도 버림을 받고,  그 사나운 심사 오직 저무는 햇빛에만  노래 부르는 늙은 스핑크스에 지나지 않다.  ~~~~~~~~~~~~~~~~~~~~~~~~~~~~~~~~~~~~~~~~~~~~~~~~~~~~~~~~~~~~~~~~~  우울3  나는 마치 비오는 나라의 임금,  부유는 하지만 무기력하고, 젊기는 하지만 늙어빠져서,  사부(師傅)의 조아림도 거들떠 보지 않고,  개에도 싫증나고 다른 짐승에도 싫증이 났다.  아무것도 그의 마음 즐겨 주지 못한다,  사냥감도, 매도, 노대 앞에 죽어 가는 백성마저도.  고임받은 어릿광대의 우스꽝스런 노랫가락도  이 야멸찬 환자의 이맛살 펴지 못한다.  백합꽃 무늬 아로새겨진 그의 침대는 무덤으로 바뀌고,  군주라면 아무나 홀딱 반하는 화장계의 궁녀들  제 아무리 음란한 화장법을 찾아 보아도  이 젊은 해골에서 미소 하나 끌어 내지 못한다.  그에게 금덩이 만들어 주는 학자마저도  그 몸에서 썩은 독소를 뽑지 봇했고,  로마에서 전해 와, 권력자들이  만년에 그리웧는 저 피의 목욕으로도  이 마비된 송장은 데울 길 없었다.  거기엔 피 대신 푸른 [망각의 강] 물이 흐르고 있으니.  ~~~~~~~~~~~~~~~~~~~~~~~~~~~~~~~~~~~~~~~~~~~~~~~~~~~~~~~~~~~~~  우울4  나직한 하늘은 뚜껑처럼 무겁게 쳐져  허구한 권태에 신음하는 마음을 짓누르고,  둥그런 지평(地平) 한 아름에 껴안고  밤보다 음침한 검은 햇빛을 퍼붓는다.  땅 위는 축축한 토굴로 바뀌고,  우리의 [희망]은 박쥐와 같이,  겁 많은 날개로 담벽을 치고  썩은 천장에 대가리 부딪치며 날아서 간다.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 빗발은  널따란 감옥 창살을 방불케 하고,  한 떼의 꾀죄죄한 말없는 거미들  우리 골 속에 와서 그물을 친다.  그때에 불현듯 종소리 요란스럽게 일어  하늘 향해 아우성친다,  줄기차고 꾸준하게 푸념을 하는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과 같이.  -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기다란 영구차들은  내 넋 속에 천천히 줄지어 가고,  [희망]은 패하여 울고, 포학스런[고뇌]는  숙여진 내 머리에 검은 기를 꽂는다.  ~~~~~~~~~~~~~~~~~~~~~~~~~~~~~~~~~~~~~~~~~~~~~~~~~~~~~~~~~~~~~~~~  허무의 맛  예전엔 싸움을 좋아하던 답답한 정신이여,  [희망]은 네 정열을 박차로 부채질하였으나,  이젠 너를 걸터타려 하지 않는다! 스스럼 없이 드러누워라,  장애마다 비트적거리는 이 늙다리 말이여.  체념하여라 내 마음아, 짐승의 잠을 자거라.  지쳐빠진 패잔의 정신이여! 늙은 겁탈자 너에겐  사랑도 이제 아무 맛없고, 다툴 기운도 없다.  그럼 잘가라, 나팔의 노래도 피리의 한숨도!  쾌락이여, 이 토라진 침울한 마음 이젠 꾀지 말아라!  화려한 봄도 이미 향기를 잃었도다!  그리고 [시간]은 시시각각 나를 삼키어 간다,  그치쟎고 내리는 눈이 굳어진 몸을 묻어가듯이.  나는 하늘 높이서 둥근 땅덩이 내려다 보나  내 몸 가리울 한 채의 오막살이도 찾지 않는다.  눈사태여, 나도 또한 너와 함께 휩쓸어 가지 않으려나?  ~~~~~~~~~~~~~~~~~~~~~~~~~~~~~~~~~~~~~~~~~~~~~~~~~~~~~~~~~~~~~~  파이프  나는 작가의 파이프예요.  아비시니아 또는 카프라리아 여자와 같은  새카만 내 얼굴 들여다보면,  우리 주인 골초인 줄 당장 알지요.  주인 양반 고민이 막심하며는,  나는 뻐끔뻐끔 연기 쁨지요,  일하고 돌아오는 농부를 위해  저녁밥 준비하는 초가집처럼.  불타는 내 입에서 솟아오르는  한들거리는 푸른빛 그물 속에서  그이 넋을 껴안고 재워 주지요.  그리곤 세찬 향기 감돌게 하여  주인 마음 황홀케 하고  고달픈 머리 풀어 주지요.  ~~~~~~~~~~~~~~~~~~~~~~~~~~~~~~~~~~~~~~~~~~~~~~~~~~~~~~~~~~~  이밤에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햇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 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  시계  시계! 공포와 비정의 불길한 귀신,  그 손가락은 우리를 으르며 말한다, [잊지말라!  떨리는 [고뇌]의 화살은 두려움에 가득찬  네 가슴에 머지않아 과녁처럼 꽂히고,  [즐거움]은 아른아른 지평선 저너머로 스러지리라,  마치 공기의 요정이 무대 안쪽으로 사라지듯이.  누구에게나 철철이 주어진 환락, 순간은 순간마다  네게서도 그것을 한 도막씩 집어 삼킨다.  한 시간에도 삼천 육백 번, [초(秒)]는 속삭인다,  잊지말라! 벌레 같은 목소리로  재빨리 [현재]는 말한다, 나는 [과거]다,  더러운 내 대롱으로 네 목숨을 빨아 올렸다!  리멤버! 수비앵.뚜아! 낭비자여! 에스또 메모르!  (내 금속성 목청은 온갖 나라말을 다 한다.)  시시덕거리는 인생이여, 촌음(寸陰)은 모암(母岩),  금을 추려 내기 전에는 버리지 말라!  잊지말라!, [시간]은 욕심 많은 노름꾼,  속임수 안 쓰고도 번번이 이긴다는 걸! 그것은 철칙이로다.  낮은 줄어들고 밤은 늘어난다, 잊지말라!  심연은 항상 목이 마르고, 물시계엔 눌이 떨어진다.  미구에 시간이 울리리니, 그 때가 되면 거룩한 [우연]도,  아직 처녀인 네 아내, 존엄한 [절개]도,  그리고 [회한]마저도(오! 마지막 주막집이여!)  모든 것이 너에게 말하리, 뒈져라,비겁한 늙다리여!  때는 벌써 늦었다! 라고.]  ~~~~~~~~~~~~~~~~~~~~~~~~~~~~~~~~~~~~~~~~~~~~~~~~~~~~~~~~~~~~~  저녁의 해조  이제 한창 줄기 위에 하늘거리며  꽃마다 향로처럼 방향 풍기고,  소리와 향기 저녁 하늘을 돌고 돌아,  우울한 원무, 답답한 어지러움!  꽃마다 향로처럼 방향 풍기고,  비올롱은 흐느끼는 서러운 마음인가,  우울한 원무 답답한 어지러움!  하늘은 슬프고 아름다와, 대제단처럼.  비올롱은 흐느끼는 서러운 마음인가,  애틋하게 그리는 이 마음, 막막한 허무의 밤을 싫어하기에!  하늘은 슬프고 아름다와, 대제단처럼,  해는 스스로 엉기는 피 속에 잠기어 들고.  애틋하게 그리는 이 마음, 막막한 허무의 밤을 싫어하기에,  찬란한 과거의 유물 샅샅이 긁어 모은다!  해는 스스로 엉기는 피 속에 잠기어 들고......  그대 추억은 내 가슴에 성체합처럼 번득인다!  ~~~~~~~~~~~~~~~~~~~~~~~~~~~~~~~~~~~~~~~~~~~~~~~~~~~~~~~~~~~~~~  가을의 노래  1  머쟎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무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나는 벌써 듣노라, 처량한 소리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 소리를.  노염과 미움, 떨림과 두려움, 그리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에 되돌아 오면,  내 심장은,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  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인들 이토록 은은하지는 않으리라.  내 저이신은 지킬 줄 모르는 육중한 파성 망치에  허물어지는 탐과도 같도다.  이 단조로운 우릴 소리에 나는 뒤흔들리며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하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누구를 위함일까? ㅡ 아,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이 왔구나!  저 신비로운 소리는 출발처럼 울린다.  2  나는 사랑하노라, 갸름한 당신 눈에 비치는 파르스름한 빛을,  정다운 미인이여, 하지만 오늘 내게는 모든 것이 슬프고,아무것도, 당신 사랑도,  규방도, 난로도,  바다 위에 반짝이는 내양만 못한다.  그렇지만 사랑해 다오, 다정한 사람이여! 어머니가 되어다오,  은혜 저버린 사람에게도, 심술궂은 사람에게도.  애인이여 또는 누이여, 빛나는 가을 날의 또는 저무는 해의 잠시의 다사로움 되어 다오.  덧없는 인생이여! 무덤은 기다린다, 허기진 무덤은!  아! 당신 무릎 위에 내 이마 올려 놓고,  따가운 흰 여름을 그리워하며,  만추의 따스한 노란 햇빛을 맛보게 하여 다오!  ~~~~~~~~~~~~~~~~~~~~~~~~~~~~~~~~~~~~~~~~~~~~~~~~~~~~~~~~~~~~~~  가을 소네트  그대의 수정처럼 맑은 눈은 나에게 말한다,  [얄궂은 애인이여, 그대는 대관절 무얼 보고 나를 좋아 하는가?]  ㅡ 잠자코 그저 귀엽기만 하여라! 태고적 짐승들의  순박함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성가신 내 마음은  그 끔찍한 비밀을 그대에게 보이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불꽃으로씌어진 그 서글픈 전설도,  그 고운 손 나를 흔들어 오래 오래 잠들게 하는 요람이여.  나는 정열을 미워한다, 그리고 정신은 나를 아프게 한다!  우리는 그저 조용히 사랑하자. [사랑의 신]은  제 은신처에 몰래 숨어서 운명의 활을 당긴다.  나는 그의 무기를 안다, 그 낡은 병기고에 있는 것은,  죄악과 공포, 그리고 미친 지랄! ㅡ 오, 파리한 마르그리뜨 꽃이여!  나처럼 그대도 또한 가을의 해가 아닌가,  오, 나의 새하얀, 나의 쌀쌀한 마르그리뜨여!  ~~~~~~~~~~~~~~~~~~~~~~~~~~~~~~~~~~~~~~~~~~~~~~~~~~~~~~~~~~~~~~~  즐거운 주검  달팽이 들끓는 기름진 땅에  스스로 깊은 구멍을 파고,  내 낡은 뼈 한가로이 거기에 눕혀  망각 속에 잠들자, 물결 속에 상어와 같이.  나는 유언도 싫고 무덤도 싫다.  죽어서 남들의 눈물 빌기보다는  차라리 살아서 까마귀 불러  내 더러운 해골 빈틈 없이 쪼아 먹이자.  오 구더기! 귀도 없고 눈도 없는 검은 친구들이여,  보라, 자유롭고 즐거운 주검 너희들 찾아 왔다.  너희들 방탕한 철학자, 부패의 아들들이여,  자 거리낌 없이 내 송장 파들어 가고,  주검들 틈에 죽어 있는 넋없는 이 늙은 몸에  말하라, 아직도 무슨 고통 남아 있는가를  ~~~~~~~~~~~~~~~~~~~~~~~~~~~~~~~~~~~~~~~~~~~~~~~~~~~~~~~~~~~~  증오의 통  [증오]는 파리한 다나이드의 물통  미쳐 날뛰는 [복수]가 붉고 억센 그팔로  죽은 사람의 피눈물을 큰 통에 길어  캄캄한 빈 통 속에 아무리 부어 넣은들 소용이 없다.  [악마]는 그 깊은 통 밑바닥에 남몰래 구멍을 뚫어,
164    말에 관한 동시 모음 댓글:  조회:1387  추천:0  2017-03-30
말에 관한 동시 모음     + 나무는 말을 삼간다 나무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삼가는 것이다. 할 말 있으면 새를 불러 가지 끝에 앉힌다. 새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이웃 나무의 어깨 위로 옮겨 앉힌다. 동네가 시끄러우면 건너편 산으로 휘잉 새를 날려보내기도 한다. (강수성·아동문학가, 1940-) + 맛있는 말 바닷마을 아주머니 텔레비전에 나오네 가마솥 뚜껑 열고 펄펄 끓는 숭어국 한 국자 떠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후후 불어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그 참 맛있는 말 침이 꿀떡 넘어가네! (유희윤·아동문학가) + 가장 듣기 좋은 말 어머니가 하는 말 가운데 가장 듣기 좋은 말. 하루 몇 번씩 들어도 듣고 또 들어도 가장 듣기 좋은 말. "인교야, 밥 무로 온나." 날마다 먹는 밥인데 질리지도 않고.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말을 저축하는 은행   말을 저축하세요 우리 은행에 한 마디 한 마디 저축한 말들 우리 은행에 차곡차곡 이자가 쌓입니다. 꼭 필요할 때 찾아서 가장 알맞은 지혜의 말로 빛나게 쓰고 나머지 말들은 그대로 두세요. 우리 은행에 말을 저축하세요 생각이 깊은 우리 은행의 이자는 듬뿍 넘치는 지혜입니다. (정갑숙·아동문학가, 1963-) + 꼬리뼈가 하는 말   계단에서 넘어져 꼬리뼈에 금이 갔다. 걸을 때도 앉을 때도 웃을 때도 찌르르쿡쿡쿡 꼬리는 없지만 몸 속에 작은 뼈로 남아 잘 걸을 수 있게 잘 앉을 수 있게 잘 웃을 수 있게 도왔다는 걸 아프면서 알았다. 찌르르쿡쿡쿡 꼬리뼈의 말 들을 수 있게 됐다. (정진아·아동문학가, 1965-) + 무렵 아버지는 무렵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무렵이라는 말을 할 때 아버지의 두 눈은 꿈꾸는 듯하다. 감꽃이 필 무렵 보리가 익을 무렵 네 엄마를 처음 만날 무렵 그 뿐 아니다 네가 말을 할 무렵 네가 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의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 있다. 나도 유치원 무렵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아버지처럼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렵이란 말을 떠올리면 그리운 사람이 어느새 내게 와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좋은 말 말은 씨앗이지요 민들레 홀씨 마냥 마음밭에 떨어지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좋은 말은 향기와 좋은 열매를 맺어 기분이 좋아지게 하고 그늘이 사라지게 하지요 (차영섭·시인) + 참새네 말 참새네 글 참새네는 말이란 게 '짹 짹'뿐이야. 참새네 글자는 '짹' 한 자뿐일 거야. 참새네 아기는 말 배우기 쉽겠다. '짹'소리만 할 줄 알면 되겠다. 사투리도 하나 없고 참 쉽겠다. 참새네 학교는 글 배우기 쉽겠다. 국어책도 "짹짹짹......" 산수책도 "짹짹짹......" 참 재미나겠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말이 다르니까 병아리 말, 뾰약뾰약 비둘기 말, 그그그그 참새 말, 찌액찌액 꿩 말, 끄웡끄웡 말이 다르니 모양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네. 수돗물 말 쓰아아쓰아아 도랑물 말 도로돌도로돌 강물의 말 처처철 처처철 바다의 말 촤아악촤아악 말이 다르니 소리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네. 충청도말, 하지라유 전라도 말, 했뿌러 경상도 말, 하랑게 제주도 말, 했수까 말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네. (김자연·아동문학가, 1960-) +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 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 내면서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무서운 말 게임 아바타 빌려주고 떡볶이 얻어먹으며 "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쉽게 말했는데 아빠 어릴 적 이야기 들으면 콜라와 주스 얻은 대신 구수한 숭늉 잃고 컴퓨터 게임 얻은 대신 골목길 친구들 웃음소리 잃고 편리한 자동차 얻은 대신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 잃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참 무서운 말이다. (박선미·아동문학가) + 눈으로 듣는 말과 소리로 보는 춤 꽃나무들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저 고운 몸짓으로 손짓으로 눈짓으로 하는 아름다운 말 좀 들어보세요. 나무들의 아름다운 말이 들리시나요? 소리의 요정들이 아름다운 춤을 추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숨어있던 고 작은 바이올린 속에서 나와 추는 저 아름다운 춤 좀 구경하세요. 소리로 추는 아름다운 춤이 보이시나요? (이화주·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3    <마음에 관한 동시 모음> 댓글:  조회:1292  추천:0  2017-03-28
권영상의 '내 마음이 조용해질 때' 외  + 내 마음이 조용해질 때  아침마다  세숫물 안에서  만나는 사람.  두 손을 세숫물에  담그면  그 사람은 달아난다.  나는 여기  남아 있는데  그는 달아나  세숫물 밖으로 사라진다.  -엄마, 이걸 봐요.  그 사람이 없어졌어요!  -그럼, 한참을 기다려라.  네 마음이 맑아지면  다시 돌아올 테다, 그 사람이.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마음  깃털처럼 가볍지만  때론  비위처럼 무겁단다.  시냇물처럼 즐겁지만  얼음처럼 차갑기도 해.  들꽃 향기에도  와르르 무너지지만  천둥 번개에도  꿈쩍하지 않아.  순한 양이다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가끔 나를 쩔쩔매게 하는 것.  알지?  조심조심  잘 다스려야 해.  (이혜영·아동문학가)  + 마음씨  모나지 않은  꽃씨 같아야 한데요.  너와 나 사이  따스함 묻어나면  연한 새싹 돋아나는  마음씨.  흙이  봉숭아 꽃씨 속에서  봄을 찾아내듯  마음씨 속에서  찾아내는 동그라미.  가슴 깊이 묻어 두면  더 좋데요.  (오순택·아동문학가)  + 마음속 메아리  마음에도  메아리가 있나 봐요.  누군가를 향해  미워!  구름 뒤에 숨어서 소리쳤는데도  나도 너 미워!  씰룩씰룩 화난 목소리  금방 천둥처럼 되돌아옵니다.  마음에는 정말  메아리가 있나 봐요.  미안해!  아주 조그맣게 봄바람에게 속삭였는데도  나도 미안해하며 웃는 얼굴  환한 햇살 되어 되돌아오니 말이에요  (한현정·아동문학가)  + 항아리  늘 가슴을  열고 있다  누구든 쉽게  들여다 볼 수 있지  심심하던 햇살이  가슴 깊이 쏟아진다  그리고 때론  먼지와 검불이.  "너무 쉽게 마음을  내보이지 마라."  엄마가 슬쩍  뚜껑을 닫으신다.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꽃씨  꽃씨는 알까요?  아주 조그마한 자기 몸이  딱딱한 땅을  뚫게 되리란 걸                       꽃씨는 알까요?  아주 조그마한 자기 몸이  세상을 물들이는 꽃이 되리란 걸                       꽃씨는 알까요?  정말 정말 조그마한 자기 몸이  꽁꽁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열쇠가 되리란 걸  (안오일·아동문학가, 전남 목포 출생)  + 넌 아니?  도토리나무도  마음 아픈 날 있다는 것.  바람 불고 비 오는 날  숲으로 가 봐.  아기도토리 하나라도 잘못될까  흔들리는 어지러움 견디는 걸.  도토리나무도  마음 들뜨는 날 있다는 것.  개인 날 아침  숲으로 가 봐.  주섬주섬 햇살 옷 입는 아기도토리  귀여운 짓 보고 있는 걸 .  이 세상 엄마 마음은 하나라는 것 ,  넌 정말 아니?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시냇물  졸졸 시냇물은  쉴 줄을 몰라요.  손짓을 하며  노래를 부르며  바위가 막으면  돌아서 가고  낮은 곳에선  쉬었다 가지요.  흐르는 시냇물을  가만히 보면  마음도 물같이  흐르고 있어요.  맑은 꿈이 흐르고  생각도 깊어지고  우리가 사는 길을  가르쳐 주어요.  (김규식·아동문학가)  + 지금은 공사중  어제는 정말 미안해  별것 아닌 일로  너한테 화를 내고  심술부렸지?  조금만 기다려 줘  지금 내 마음은  공사중이야.  툭하면 물이 새는  수도관도 고치고  얼룩덜룩 칠이 벗겨진 벽에  페인트칠도 다시 하고  모퉁이 빈터에는  예쁜 꽃나무도 심고 있거든.  공사가 끝날 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줄래?  (박선미·아동문학가)  + 분꽃 씨처럼  만두 껍질 같은 씨앗들의 옷을 살짝 만지면  더 야물어진 까만 꽃씨가  톡  톡  떨어집니다.  꽃씨 속의 하얀 가루를 손바닥에 모아서  친구들의 손등에 발라 주며  소꿉놀이를 합니다.  까만 꽃씨 속에는  하얗고 보드라운 분가루가 있어  나는  꽃씨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예쁜 꽃을 피워 꽃밭을 만드는 꽃씨처럼  나는  친구들의 마음에 고운 화장을 해주고 싶습니다.  (박명자·아동문학가, 1940-)  + 나뭇잎의 두께  한 장의 종이처럼  얇은 나뭇잎  책 속에 끼워두고 잊고 지내다  어느 날 책을 펴노라면  보고 싶은 쪽보다 먼저 펴지는 쪽  그 속에는 나뭇잎이 들어 있다.  노랗고 붉은 빛 그대로인 채  한 해를 살다간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다.  소곤대는 이야기 들리는 듯해  귀 기울이며  이만큼 자란 내 마음의 크기도  생각해 본다.  (현금순·아동문학가)  + 꽃물 들이기  텃밭에 봉숭아꽃잎 물든다.  여름 볕에  화아, 발갛게  화아, 희고 노랗게  꽃잎 몇 장  초록 이파리 몇 장 따다 콕콕 찧으며  엄마가 기도한다  내 손톱에 해달별처럼  밝은 고운 물 들게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고운물 들여 주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먼저 물들여야하는 것  내 조그만 손톱 물들이다가  엄마 손가락이  먼저 물든다.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2    <작은 것을 노래하는 동시 모음> 제해만의 '고 작은 것' 외 댓글:  조회:1272  추천:0  2017-03-23
제해만의 '고 작은 것' 외 + 고 작은 것  고 작은 것 제비꽃이 피지 않으면 봄이 아니다. 고 작은 것 매미가 울지 않으면 여름이 아니다. 고 작은 것 고추잠자리가 날지 않으면 가을이 아니다. 고 작은 것 눈가루가 내리지 않으면 겨울이 아니다. 고 작은 것 고 작은 것들이 모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들고 고 작은 것 고 작은 것들이 모여 우주를 만든다. (제해만·아동문학가, 1944-1997) + 고 조그만 것이 고 조그만 산새 알에서 하늘을 주름잡는 날개가  어떻게 나올까? 고 조그만 꽃씨 속에서 아름다움을 주는 꽃이 어떻게 나올까? 고 조그만 새싹이 자라 밀림을 만드는 아름드리 나무가 어떻게 나올까? 고 조그만 아기가 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어떻게 나올까? (전영관·아동문학가) + 고 작은 것이 개미 한 마리가 고 작은 것이 나 먼저 산꼭대기에 올라와 있다 평지를 걸어와도 힘들 텐데 헉헉거리지도 않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늠름하기까지 한 개미 내가 나를 본다 그리고 개미를 본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기진맥진하여 늘어진 나와 한마디 불평 없이  큰일을 해내는 개미 한 마리 지구를 등에 지고  다시 내려온다 그런데 또  개미는 웃음까지 등에 지고 나보다  먼저 내려와 있다. (선용·아동문학가, 1942-) + 고 작은 것이  까만 씨앗들이 고물고물 움직인다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곤 다시 걷다가 멈추고  작은 몸통에 검은 투구를 걸치고 여섯 개의 다리는  쉴 틈이 없다 긴 행렬이 되어  앞으로만 간다 까만 씨앗들이 굼질굼질 움직이더니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김시현·아동문학가) + 들리지 않는 말 풀섶 두꺼비가 엉금엉금 비 소식을 알려온다 비 젖은 달팽이가 한 잎 한 잎 잎사귀를 오르며 길을 낸다 흙 속에서 지렁이가 음물음물 진흙 똥을 토해낸다 작고  느리고 힘없는 것들이 크고 빠르고 드센 것들 틈에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바닥 숨을 쉬고 있다 (김환영·극작가이며 삽화가, 1959-) + 작은 풀꽃 후미진 골짜기에  몰래 핀 풀꽃 하나  숨어 사는 작은 꽃에도  귀가 있다.  나직한 하늘이 있다.  때때로  허리를 밀어 주는  바람이 있다.  초롱초롱 눈을 뜬 너는  우주의 막내둥이.  (박인술·아동문학가) + 큰 나무 아래 작은 풀잎 얘야, 네가 큰 나무를 보러 왔다면 그 아래 피어난 키 작은 풀잎을 꼭 찾아보아라. 해마다 어깨 겯고 새로 돋는 풀잎, 풀잎이 만드는  작은 세상. 얘야, 네가 키 작은 풀잎을 보러 왔다면 그 위에 아름 굵은 큰 나무 꼭 쳐다보고 가거라. 어지간한 비바람쯤 끄떡도 않지. 밑동 튼실하게 뿌리박은 나무. (이미애·아동문학가) + 모래 왕국 난 지금  모래 나라의 임금님입니다. 산도, 골짜기도, 들판도, 강도 마음대로 바꾸어 갑니다. 옛날얘기 속 임금님이라도 자기 나라 산과 강을 이렇게 바꿀 수는 없겠지요. 난 지금  정말로 위대한 임금님입니다. (가네코 미스즈·일본의 천재 동요시인, 1903-1930) + 모래알의 크기  티끌 하나는  그 크기가 얼마일까요?  눈에 들어가면  모래알보다 더 크지요.  모래알 하나는  그 크기가 얼마일까요?  밥 속에 있으면  바윗돌보다 더 크지요.  (민현숙·아동문학가) + 모래 한 알  모래 한 알이 작다고 하지 마 눈에 한 번  들어가 봐  울고불고 할 거야. 모래 한 알이 작다고 하지 마 밥숟갈에 한 번 들어가면 딱! 아이구 아파! 할 거야. 모래알들이 작다고 하지 마 레미콘 시멘트에 섞이면 아파트 빌딩으로 변할 거야. (정용원·아동문학가) + 작은 벌레, 그들에게는  온종일 가도 가도 내 눈에는 그냥 한 곳을 맴도는 것만 같은데 작은 벌레, 그들에게는 넓고 넓은 새 땅을 찾아가는 거란다 온 힘 다해 기어가도 내 눈에는 늘 그 자리인 것 같은데 작은 벌레, 그들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 땅을 찾아가는 거란다 (권영세·아동문학가) + 가시   꼴랑 요 작은 것  하나가  내 발가락  비집고 들어와서는  하루 종일  내 생각  몽땅 뺏어갔잖아  (조무호·아동문학가) + 씨앗  씨앗은 크지 않아도 된다  까만 점 하나가 만든 나무숲  그 숲에 둥지 튼 비비새 한 마리  까만 씨앗 한 개가 하는 일은  작은 점 하나서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정두리·시인이며 아동문학가, 1947-)     + 은행 한 알   동그란 은행 한 알에 나무 한 그루 들었다. 여긴 뿌리  여긴 줄기 여기는 잎 천백 살 되었다는 용문산 은행나무도 처음엔 요만했을 거야 조그만 씨앗 속에서 큰 꿈 키웠을 거야. 천년을 꿈꾸는  은행 한 알 (유은경·아동문학가) + 한 그루 작은 나무의 힘 터벅터벅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따라갑니다. 손자처럼 지팡이가 할아버지를 따라갑니다. 한 그루, 작은 나무 그 편안하고 든든한 힘. 할아버지 곁을 맴도는 나무 지팡이 여름 한낮, 할아버지에게는 한 그루 큰 나무입니다. 쪽빛 바람이 모이는 시원한 그늘입니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이슬 몸 안 가득 해를 품음이여 우습게 보지 마라 작다고 업신여기지 마라 작다고 해를 품는 가슴이니. (박두순·아동문학가) + 새끼발가락 미끄러지는 바람에 새끼발가락 하나를 다쳤다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어, 온몸이 기우뚱! 어, 지구가 기우뚱! (현경미·아동문학가) + 빗방울 또르르  유리창에 맺혔다. 대롱대롱 풀잎에도 달렸다. 방울방울  빗방울이 모여서 졸졸졸 시냇물이 흐른다. (작자 미상)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61    <착한 마음에 관한 동시 모음> 오순택의 '징검돌' 외 댓글:  조회:1171  추천:0  2017-03-20
  오순택의 '징검돌' 외 + 징검돌   개울을 건널 때 등을 내어 준 돌이 아파할까 봐 나는 가만가만 밟고 갔어요.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꽃 . 잎 잎이 다칠까봐 위에서 피는 꽃 꽃이 다칠까봐 아래에 놓인 잎 그래서 예쁜 꽃 . 잎이구나 (한귀복·아동문학가) + 그건 너지 누가 느낄까 네 개의 귀를 활짝 펴서 무어든 덮어주는 보자기의 고운 마음을 누가 배울까 네 개의 귀를 꽁꽁 묶어 누구든 감싸주는 보자기의 귀한 마음을 (홍우희·아동문학가) + 덩이 흙덩이, 복덩이, 햇덩이 달덩이, 돌덩이, 메주덩이 눈덩이, 얼음덩이, 불덩이 똥덩이, 소금덩이, 황금덩이 모두 작은 덩이로 이루어졌지만 하는 일은 다 다르다. 나는 총소리 울리는 저 바다 건너 배고픈 아이들 배를 불리는 빵 한 덩이 되고 싶다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수재민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무겁다.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아프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그 병실에서 달리기하는 아이 산책하는 아이 병실 창문으로 부러운 듯 내려다보던 그 길을 혼자 걸어봅니다. 걸으면서 내가 내려다보던 그 병실 창문을 올려다봅니다. 지금도 누군가 그 병실 창문으로 나를 부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겠지요. 병실로 달려가 그 아이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습니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한 대학생 누나 너무 배고파 메추리알, 우유, 김치, 핫바 6,650원어치 훔쳤다고 한다. 설 때도 고향집에 아무도 없는 누나 누나의 가난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누나의 슬픔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이화주·교육자이며 아동문학가) + 더 주고 싶어 퐁퐁 샘솟는 옹달샘 마냥 마냥 주고도 모자란 마음. 풋고추를 빨갛게 풋사과를 빨갛게 익혀 놓고도 해님은 서산마루에서 머뭇머뭇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어. (김재용·아동문학가) + 어린 고기들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해님도 달님도 한번 못 보고, 겨울 동안 얼마나 갑갑스럴까?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뭣들 하고 노는지 보고 싶구나.   빨리빨리 따순 봄 찾아오거라.     (권태응·시인, 1918-1951) + 세탁소집 아저씨 키가 작아요 걸음이 서툴러요 다림질할 때는 온몸이 흔들려요 팔도 다리도 웃고 있어요. 저녁이면 바느질하던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집으로 가요 아저씨가 웃어요 눈도 입도 눈썹도 웃어요 아저씨 가슴에는 웃음이 세들어 살고 있나봐요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텔레비전 속의 아프리카 물을 얻기 위해 40킬로를 걸어가야 한다면 물 한 컵 마시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수돗물 틀어 놓고 이 닦진 않을 거야. 거품 벅벅대며 머리 감진 않을 거야. 정말 내가 아프리카 케냐의 아이라면 수많은 꿈 제쳐 두고 비 되고 싶을 거야. 메마른 물동이마다 그득그득 채우고 강과 호수에 넘실거리는 비. (유은경·아동문학가) + 동전 한 닢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조심스럽게 주워 들었습니다. 흙 속에 묻혀 삭아들지 않고 발바닥에 밟혀 누그러들지 않고 차바퀴에 깔려 오그라들지 않고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정성껏 닦고 닦아 빛을 냈습니다. 따스한 손바닥에 꼬옥 쥐고 밟히고 깔려 멍이 들었을 아픔을 감싸주었습니다. (허형만·시인, 1945-) + 돌멩이 한 개 학교 갔다 오던 길에 돌멩이 한 개를 발로 찼다. 돌멩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찻길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지만 언젠가 내 짝꿍이 내게 준 고 작은 조약돌처럼 자꾸 마음에 걸린다. -혹시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누군가 멀리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 하나가 이렇게 내 마음을 빼앗아 갈 줄이야. 어둠이 내리는 방안에 나는 내 스스로 나를 가두어 놓고 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참 잘 했어요 '김밥천국', 세탁소, 25시 편의점 나란히 줄 선 상가 모서리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손수레 세워 놓고 쪼그리고 앉았어요. 손에는 호호 때늦은 점심 컵라면 "할아버지, 이거랑 같이 드세요." 옷 수선 맡기고 돌아서던 하늘채 아파트 1층 아줌마 '김밥천국' 김밥 한 줄 은박지에 사 왔어요. "참 잘했어요." 해님이 반짝 은박지에 칭찬 도장 찍어 주고 지나갑니다. (박경옥·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혜영 시인의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외 +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내게로 웃으며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그게 낯선 강아지라도 꼭 안아줄거야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가랑잎이라 해도 잠시 집어들고 살펴볼테야 혹시, 시의 모서리가 있을지 몰라 빈 과자 봉지가 내게 달려온다 해도 나는 모른 척할 수 없을 거야 내게 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내게로 마구, 달려오는 것이 찬바람이라 해도 난 두팔 벌려 맞아줄거야 잠시나마 따뜻하라고 (이혜영·아동문학가) + 키 작은 애 키 작은 애 손을 쥐면 내 손이 좇아서 조그매지려 한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내 귀는 솔깃 키 작은애 가까이로 기울고, 손을 잡고 걸을때면 키를 한껏 낮추어 걷게 된다. 그 애가 보는 높이만큼서 꽃이든지 풀이든지 보고 싶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길을 가다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이준관·시인, 1949-) + 내가 가장 착해질때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서정홍·시인, 1958-) + 김밥 아줌마 김밥을 싸다 말고 자꾸만 길가를 기웃거리던 김밥아줌마 하얀 쌀밥 한주먹 크게 쥐어 휘익 던지자 금세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콕콕 찍어먹다 말고 포르르 날아가 어느새 친구들을 불러 와   서로 부리를 맞대고 맛있게 콕콕, 콕콕콕 장마가 길면 작은 새들은 배곯기 일쑤라며 걱정하던 김밥아줌마 그때서야 흐뭇한 얼굴로 김밥을 돌돌 만다. (박예분·아동문학가) + 몰랐지? 산딸기가 흙 튀는 낮은 곳에 몰래 숨어 익는 이유가 있지. 사람들 눈을 피해 꼭꼭 숨어 익는 이유가 있지. 키 작고 힘없는 약한 개미들 느릿느릿 느림보 달팽이들 느리고, 힘없고, 여리고 약한 애들까지 다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것. (양인숙·아동문학가) + 아침 버스에서 추운날 아침 아침 버스의 차가운 좌석에 앉다가 뜻밖에도 따스하게 밀려오는 그 누구인가의 체온을 느낀다. 이 자리에 앉았다가 따스한 체온만을 남겨 두고 내린 사람은 누구일까. 추운 겨울의 한 모퉁이를 녹여주는 이 좌석에 앉아 나는 다음 사람을 위해 더 따스한 자리를 남겨 주고 싶었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너도 알거야 "왜 한 구멍에 콩을 세알씩 심어요?" 흙을 다독거리는 할머니께 물었다. "한알은 날짐승 주고 또 한알은 들짐승 먹이고 남은 한알은 너 주려고 그런단다." 할머니는 콩밭 군데군데 수수도 심으셨지. "수수는 왜 심어요?" 할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참새는 콩밭을 한 바퀴 돌고는 ―콩은 너무 커 콩밭을 두바퀴 돌고나서는 ―수수 알갱이는 먹기 좋은데 가을이 되어서야 알았지. 주둥이가 작은 참새까지도 생각하신 할머니 마음. (이성자·아동문학가) + 짐수레 짐수레가 간다. 오르막길에, 수레 끄는 아저씨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었다. 아저씨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더 힘껏 밀었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가로수 어깨를 건드린다 아는 체하며 돌아보니 살며시 등을 기대는 가로수. '쉬었다 가렴.' 푸른 물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렇구나 숱하게 이 길을 오갈때마다 나무는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전해지는 물소리. 하늘엔 땡볕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푸른 그늘을 만들며. (김재수·아동문학가) + 눈 오는 날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이 오는 날. (이문희·시인) + 육교가 헐리면 옷걸이, 면봉, 파리채, 먼지떨이, 수세미, 우산꽂이, 장독덮개, 효자손 ..... 버젓하게 걸어놓은 간판은 없어도 단돈 천원으로도 푸짐한 육교 위 엄마 가게 온종일 해님이 내려와 놀고 가끔씩 바람이 제 맘대로 들랑대는 가게 앞에 앉아 뜨개질도 하고 신문도 보는 엄마 이제 어쩌나 육교가 헐린다는데...... 학교 가는 길 난 새로 생긴 횡단보도를 훌쩍 건너면 되는데 엄마 가게는 엄마 가게는....... (한상순·아동문학가) + 열어 두어 가느다란 바늘에 작은 창 하나 열려 있다 열어둔 창으로 야윈 실 하나 들어와 바늘과 손잡고 일을 한다 길 잃은 단추 데려다 주고 양말 상처 치료해 준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신새별의 '어깨동무하기' 외 + 어깨동무하기 어깨동무하고 몰려다니는 구름들. 어깨동무하고 뻗어 있는 산들. 어깨동무하고 누워 있는 밭이랑들. 강물도, 파도도 파란 어깨동무. 어깨동무하기   사람들만 힘든가 보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강물이 흐르며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여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 팔지 않고 간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내 작은 어깨로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 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모두 함께 풀밭에는 철쭉, 장미, 목련만 있는 게 아니야. 씀바귀,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노란 얼굴을 쏘옥 내밀고. 풀밭에는 나비, 벌만 놀러 오는 게 아니야. 바람이 살그머니 지나가고 개미들도 소풍 나오고 하루살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우리 동네에는 우리 집만 있는 게 아니야. 석이네, 봄이네, 희연이네, 세탁소, 미장원, 문구점, 방앗간, 자전거 수리점도 있고. 우리 동네에는 사람 사는 집만 있는 게 아니야. 까치 집, 개미 집, 다람쥐 집. 새들이 쫑알쫑알, 고양이가 살금살금 모두 모여서 함께 사는 거야. (김위향·아동문학가) + 아름다운 만남 애들아! 지구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만남이란다. 초록별 지구를 숨쉬게 하는 참 아름다운 만남 새싹이 쏘옥, 눈뜰 수 있게 빗장문 열어 주는 흙 병아리 맨발이 시려울까 종종종 따라 다니는 아이들 참새, 토끼, 다람쥐, 고라니들의 추운 겨울을 위해 풀섶에 낟알곡 남겨두는 농부 어디 이것뿐이겠니? 작은 물결에도 놀라 두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 떼를 품어주는 바다풀 뿌리를 가지지 못한 겨우살이에게 가지 한 켠을 쓰윽 내어주는 물참나무 이런 아름다운 만남으로 지구는 푸르게 푸르게 숨쉬며 살아 있는 거야. (곽홍란·아동문학가, 경북 고령 출생)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보물찾기 소풍 날 보물찾기에서 한 장도 못 찾았다. 옥이는 석 장 찾아서 몰래 나에게 한 장 주었다. 그런데, 말야 나는 1등에 뽑혔고 옥이는 모두 허탕이었다. 공책 상품 10권 받았다. 나는 몰래 옥이에게 다섯 권 주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느라 옥이 손을 잡고 말았다. 손이 참 곱고 따뜻했다. (정용원·시인) + 서로 기대기 "자, 내게 기대 봐." 무화과나무가 넝쿨장미에게 어깨를 살포시 내밀었습니다. 꽃 없는 무화과나무에 기대 장미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꽃이 다 지고 가시가 세어질 때쯤 열매 없는 장미넝쿨에 무화과 열매 조랑조랑 달렸습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귀 기울여봐 여럿이 노래할 땐 화음을 맞추자 가락은 서로 다르지만 쉬잇! 잘 들어봐.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내 귀에 들릴 만큼만 소리를 내자.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화음을 맞추는 거야. 참 듣기 좋지? 목소리를 맞추면 마음도 맞출 수 있어. 한 송이 꽃보다 꽃다발이 더 아름답듯, 합창은 노래로 만드는 꽃다발이야. (이경애·아동문학가) + 고마워서 새는 나무가 고마웠어요 힘들면 쉬어가라고 나뭇가지 흔들어 불러줬거든요 배고프면 얼마든지 먹으라고 가지마다 열매 달고 불러줬거든요 고마워서 너무 고마워서 새들은 열매를 먹을 때 씨앗 하나 뱃속에 넣었다가 저 산 너머에다 뿌려주었죠. 새들은 더 많은 쉼터가 생겼고 나무는 더 많은 친구가 생겼지요   (배정순·아동문학가)   + 서로가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지구 지구는 퍼즐 한국과 중국 러시아... 빈틈없이 맞춰 있지요 바다 가운데 일본과 괌 사이판 쏙옥 들어가 있지요 한 조각이라도 떼어내면 와르르 무너지는 지구.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송사리 작다고 놀리지 마세요 힘 약한 우리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요 엄마 아빠랑 친구들이랑 물풀 사이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늘 떼지어 다니지요 초롱초롱 많은 눈으로 힘센 물고기 발견하면 재빨리 피할 수도 있고 맛있는 장구벌레도 빨리 찾아낼 수 있고 혼자 넓은 바다 꿈꾸지 않고 얕은 물에서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지요.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전병호의 '내 작은 어깨로' 외 + 내 작은 어깨로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 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벼의 기둥 모내기할 때 농부는 볏모를 한 개씩 심지 않고 네다섯씩 심는다. 나무는 띄엄띄엄 고추, 가지도 거리를 띄어 심는데 모는 여럿을 함께 심는다. 나무처럼 든든한 뼈가 없어 가는 바람에도 몸 가누기 힘겨워하는 벼들 장마에도 태풍에도 쓰러지지 말라고 서로 서로 기둥이 되어 주라고 형제들을 같이 심어준다. (정진숙·아동문학가) + 마중물과 마중불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별이 나에게 작은 섬 하나 있기에 파도는 흰 물결을 만들고 작은 꽃 하나 있기에 나비는 아픈 날개를 쉬고 네가 거기 있기에 나 오래오래 반짝이리. (전영관·아동문학가) +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는 땅을 굳게 딛고 당당하게 서 있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으리으리한 궁궐에 정원수가 될 생각은 없다. 뭇 사람들이 몰려들어 칭찬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값비싼 귀한 몸이 되고 싶지도 않다. 나 또래와 더불어 사는 곳 남들 따라 꽃 피우며 열매 맺으며 가물면 같이 목이 마르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사는 곳 여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끼리끼리 모이면 혼자는 싫어 떼 지은 참새. "짹 짹 짹" 끼리끼리 모이면 이야기가 생겨요. 방울 방울 물방울 개울 되어 흐르며 "졸 졸 졸" 끼리끼리 모이면 노래가 생겨요. 햇볕 드는 담벼락 아이들 모여 앉아 "재잘 재잘 재잘" 끼리끼리 모이면 웃음이 생겨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밥알 갓 지어낼 적엔 서로가 서로에게 끈적이던 사랑이더니 평등이더니 찬밥 되어 물에 말리니 서로 흩어져 끈기도 잃고 제 몸만 불리는구나 (이재무·시인, 1958-) * 엮은이: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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