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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나의 동생
2012년 05월 11일 10시 59분  조회:1219  추천:0  작성자: 동녘해
금년에 열두살나는 나의 동생 철이는 웃기를 좋아한다. 그의 입은 항상 방그레 열려져있는데 박씨같은 이발사이로는 연신 “까르르,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보아하니 그에게는 온통 유쾌한 일밖에 없는 모양이다.
어느 여름날이였다. 철이는 어머니의 사설도 못들은척하고
집안에서 빨간 고무공을 갖고 땅볼을 쳐댔다. 탄성으로 통통
떠오르는 뽈에 철이는 정신이 싹 팔린 모양이였다. 갑자기
“찰랑”하는 소리와 함께 고무공이 물독에 날아들어갔다. 김치를 담그려고 붉은 무우를 손질하시던 어머니께서 꾸지람을 하셨다.
“이놈애, 잘했다. 잘했어! 어느 때부터 그만하라고 해도
말을 안듣더니, 인젠 그 물을 몽땅 퍼던지고 새물을 한독
잣아놔라!>.
철이는 어머니께 흘끔 눈길을 주며 혀를 홀랑 내밀어
보이는것이였다. 나는 철이가 영낙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똑똑 떨구리라 믿었다. 그러나 잔뜩 노여워하시는 어머니앞에서도 철이는 깔깔 웃어대는것이였다.
“야~ 멋지구나, 뽈이 헤염을 치는구나. 해해해… 엄마, 재밌지? 글치?”
“왜, 그 입을 다물지 못할가?”
결이난 어머니는 비자루를 꺼꾸로 잡아쥐셨다. 그러자 철이는 입을 꼭 다물고 우스운 손시늉을 해보였다. 그러더니 입을 삐쭉하며 문을 열고 어데론가 달려갔다.
그가 사라진쪽에서는 연신 “깔깔깔”하는 웃음소리가 바람에 날려왔다.
어머니는 어덴가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드셨던지 “후~”하고 긴 한숨을 내쉬였다.
“애비 없는 저 애를 잘 키워 큰사람을 만들자 했더니 안되겠구나. 애가 하루새롭게 글러가니.”
어머니는 몇년전에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나의 눈은 저도모르게 젖어들었다. 그러면서 점심에 철이가 돌아오면 단단히 혼내놓으리라 윽별렀다.
점심 때가 되자 나는 자꾸 문쪽을 내다보았다. 철이가 문을 똑 떼고 깡충 뛰여들어올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열두시가 되여도 철이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얘가, 정말 멀리 달아나지 않았을가?)
내가 이런생각을 굴리고있는데 어머니께서 나더러 나가 철이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옷을 주어입고 밖으로 나갔다. 철이 또래들의 집을 다 돌아보았지만 철이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철이가 어데 가서 꼭 잘못되는것 같이 생각되여 안절부절할수 없었다.
어느덧 나는 우리 마을 물땅크 있는 곳까지 갔다. 이제 길 하나만 더 넘으면 뱀들이 욱실거리는 형제봉이였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웬 달구지 구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행여나 하여 그 곳으로 뛰여갔다. 한 30여세 되여보이는 아저씨가 밀차를 밀려 오고있었다. 밀차우엔 소꼴이 실려져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키가 작고 눈이 까아만 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눈이 까아만 아이? 응, 보았다. 보았지! 방금 흙구덩이에 빠진 이 밀차를 밀어주고는 저 앞산으로 가더라.>.
“네? 앞산에요? 뭘 하러 간다던가요?”
“뭐, 그래. 뱀잡으러 간다고했지, 뱀잡으러.”
아저씨는 멀리 사라졌다. 나는 철이가 아무곳이나 마구 헤덤벼치다가 정말 길이가 두발이나 되는 독사에게 물리울가봐 더럭 겁이났다. 나는 정신없이 형제봉으로 뛰여갔다.
나는 손나팔을 해들고 소리쳤다.
“철이야~ 철이야~”
저쪽 산에서도 나와 숨박곡질하듯 같은 소리가 울려왔다. 나는 설사 철이가 산에 있다고 해도 메아리에 홀려 길을 잃을것만 같았다. 하여 다른 방법을 대보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철이가 집에 왔는지 어머니의 훈계가 한창이였다.
“온 오전 어데 가서 놀다왔냐?>.
“산에 가서 놀았지롱~”
“옷은 어데가서 이렇게 흠빡 적셨느냐?>.
“시원해지라구 흙구덩이에서 씨잉~ 구을렀지롱~”
“뭐야?”
어머니의 격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이어 비자루를 거머쥐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집안으로 뛰여들어갔다.
“엄마, 그 애를 너무 욕하지 마쇼. 그 앤 방금 흙구덩이에 빠진 어떤 아저씨의 밀차를 밀어줬씀다. 그리구 또…”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어머니께서 성가신듯 손사래를 했다. 나는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그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윽고 어머니도 분이 사그라졌는지 대야에 물을 퍼담아가지고 웃방으로 올라갔다.
한순간이 지났다. 갑자기 어머니가 소리질렀다.
“뱀, 뱀이다!>.
뱀이라는 말에 나는 웃방으로 뛰여올라갔다. 유리병속에서 살모사 한마리가 입을 짝 벌린채 혀를 날름거리고있었다. 어머니는 기겁한 나머지 와들와들 떨고있었다.
나는 그제야 철이가 아까 형제봉에 가서 잡아왔음을 알았다.
철이는 웃방에 올라오지도 않은채 정지간에서 놀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깔깔 웃어대고있었다.
“너, 너 미쳤니?”
“히히히… 누나, 어른들도 뱀을 무서워 하는구나.”
“너 정말 점점 장난이 말이 아니구나. 어머닐 봐라. 낯색이 다 질리셨다.”
“꽃분아, 그… 그 뱀을 밖에 던져라.”
어머니는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붙안고 겁에 질려 더듬거렸다. 나는 더 생각지도 않은채 유리병을 밖에 던져버리려고 했다. 이때 동생이 소리쳤다.
“누나, 뱀을 밖에 던지면 더 무섭지? 내가 처치할게.”
철이는 나의 손에서 유리병을 빼앗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철이는 한참만에야 손에 꽁꽁 줴긴 만두 한개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얼굴에 웃음을 찰랑이며 어머니쪽으로 다가갔다.
“해해해… 어머니, 성내지말구 이걸 자셔요. 아까는 미안~ 한입에 꼴깍 삼켜야 해요? 자~”
철이는 억지로 만두를 어머니의 입에 밀어넣었다. 어머니는 마지못해 대강 씹어서 꿀꺽 삼켜버렸다. 철이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짝짝 손벽을 쳐댔다.
“엄마, 어떴소?”
“뭐가? 꼬리대가리 없이 어떠냐구?”
“아직도 무섭소?”
“무섭다니? 웬 소리냐?”
“크크크크… 엄만 방금 뱀심장을 먹었지롱~”
“뭐… 뭐라니?”
어머니는 억이막혀 웃지도 울지도 못하시고 입만 떡 벌린채 한참이나 서계셨다. 하지만 철이는 여전히 철이대로 캐드득 거리며 종알거렸다.
“엄마, 돌이네 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뱀의 심장은 엄마처럼 심장병이 있는 사람들께 그렇게 좋다오. 옛날에 뱀의 심장 3개를 먹구 병을 뿌리채 뽑은 사람도 있다오. 크크크, 그런데 뱀의 심장을 자실 땐 환자가 몰라야 한다오.”
맑은 웃음을 캐드득 날리며 좋아라 손벽을 쳐대는 철이를 뚫어지게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순간 철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요, 애물단지야!”
어머니는 철이의 얼굴에 주름잡힌 얼굴을 꼭 대고 마주 비비며 손으로 연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잠간 지나자 어머니는 속이 개운해지는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만 픽 웃었다.
(설마 뱀의 심장을 자셔서는 아니겠지?)
철이는 어머니의 말에 좋아서 퐁퐁 뛰며 소리쳤다.
“봐라, 엄마 병이 났는다. 싹 났는다.”
나는 그때 분명 어머니의 눈에서 맑은 이슬이 맺혀 반짝이는것을 보아냈다.
저녁준비를 다 하고 웃방에 올라가 보니 철이는 책상앞에 엎드려 잠이 들어있었다. 아까 형제봉에 다녀오느라 퍼그나 힘들었던 모양이였다. 나는 깨워서 저녁을 먹이려고 조용히 철이곁으로 다가갔다. 책상우에는 철이의 책들이 널려있었다. 그속에서 일기책도 눈에 뜨였다.
나는 홀린듯 일기책에 눈길을 주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일기가 나의 눈에 안겨들었다.
“엄마는 정말 고생한다. 오늘 낮에 홍수엄마가 그러던데 엄마는 우리가 없으면 재가라도 할수있을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우리에게 이붓아빠의 눈치밥을 먹이지 않기 위해 청상과부로 살아간다고 했다. 엄마가 불쌍하다. 엄마를 잘 해드려야겠다. 돌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돌이네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심장병에 뱀심장이 으뜸이란다. 그래서 오늘 형제봉에 가서 뱀을 잡아왔다…”
글은 여기서 끊났다. 하지만 나는 일기책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저도몰래 코끝이 시큼해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듯 사랑스럽고 속이깊은 동생의 누나라는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나는 으스러지게 철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철이는 꿈속에서나마 어머니의 병이 완쾌된것을 보았는지 입가에 예쁜 웃음을 함뿍 먹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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