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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아동소설*강아지가 되고싶어
2010년 03월 10일 19시 49분  조회:160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호호호… 피줄은 정말 못속이는가봐요. 저 애가 당신한테 무슨 정이 있다구 맨날 아빠 보고싶다 조르는거얘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며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허… 내가 누구때문에 외국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다 당신하구 우리 민호를 위해서가 아니요? 암튼 당신도 애 많이 썻소. 혼자서 집 돌보구 저애를 돌보느라구.”
“저야 뭐, 집 떠난 당신이 고생이였죠.”
민호는 또또에게 잘게 자른 쏘세지쪼각을 뿌려주다가 머리를 돌렸습니다. 그 시각 엄마는 사랑이 퐁퐁 솟아오르는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며 코막힌 목소리로 애교넘치게 말하고있었습니다. 민호는 그러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굴렸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삼촌을 보게 되면 엄마 말대로 두눈을 꼭 감아버리는거야. 그래야 삼촌하고 놀고싶어도 놀지 않게 되는거야. 두눈을 꼭 감으면 삼촌을 볼수가 없으니까 놀지 못하는거지. 헌데 엄마는 어째서 삼촌을 보고도 모르는체 하라는것일가?)
민호는 생각할수록 엄마의 말과 행동이 못마땅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아빠트 3동에 살고있는 잘 생긴 삼촌이 더 보고싶어지는것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삼촌이라면 좋겠네.)
민호는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굴리며 살뜰하게 엄마의 손을 만지고있는 아빠를 바라보았습니다.
민호에게 있어서 아빠에 대한 인상은 오뉴월 개울가의 하늘대는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할뿐이였습니다. 아빠는 민호가 3살 때 외국으로 갔다가 4살 때 한번 와서 석달 간 휴식한후 다시 외국으로 가셨던것입니다. 민호 나이 올해 여섯살이니 그 석달간의 기억도 진작 머리속에서 살아진지 오래답니다.
엄마네 회사에 손님이 와서 엄마가 밤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민호는 하얀 강아지 또또와 함께 놀아야 했습니다. 또또는 어린 민호를 얕보아서인지 민호가 쏘세지며 과자며를 챙겨주어도 도무지 잘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민호는 또또와 늘 싱갱이질을 했지만 그래도 또또마저 없으면 심심해서 어쩔가 하고 생각하며 늘 고맙게 생각하고있었습니다. 민호가 이렇게 외로움에 지쳐있을 때 어느날 문뜩 민호앞에 나타나서 지금까지 쭉 재미나게 놀아주던 삼촌이 아빠가 외국에서 돌아오자 발길을 딱 끊은것입니다.
민호는 두눈을 살며시 감고 처음 삼촌을 만나던 그 날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빠트앞의 백양나무에 노오란 잎 하나가 남아서 외로이 찬바람에 떨던 늦가을의 어느날이였습니다.
엄마는 유치원에 가서 민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민호에게 저녁밥을 차려준후 회사에 손님이 왔다며 다시 나간다고 했습니다.
“엄마, 나 무서운데, 혼자서는…”
“무섭긴 다 큰 애가. 저녁밥을 먹구 텔레비죤을 보다가 먼저 자거라.”
엄마가 거울앞에서 화장을 고치며 말했습니다. 민호는 그러는 엄마를 곱지않게 바라보며 종알거렸습니다.
“봐라. 아빠를 빨리 돌아오라 하라는데. 아빠 있으면 이럴 때 안 무섭잖아.”
“얘를 봐라. 엄마가 돌아오지 못하게 해서 안오는거니? 돈 벌려구 안오는거지.”
“아빠가 없으니 무섭잖아? 내 말이 틀려?”
민호가 제법 어른스럽게 두눈을 올롱하게 뜨고 엄마를 째려보았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아빠를 하나 사오면 되겠네.”
“뭐? 아빠를 사와? 그래도 돼?”
엄마의 말에 민호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호호호… 사올수도 있지. 아차, 늦었다니까. ”
그날 밤, 엄마는 과연 한 남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남자의 손에는 커다란 과일바구니가 들려져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남자를 가리키며 삼촌이라 부르라고 했습니다.
(삼촌이라구? 저런 삼촌은 없었는데…)
민호는 이런 생각을 굴리며 “삼촌”이라는 그 남자를 유심히 뜯어보았습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볼에 꺼슬꺼슬한 수염이 터를 잡은 남자는 민호가 보기에도 잘생긴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본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는 허리를 굽히더니 민호를 훌쩍 들어 넓은 품에 안아주며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민호라고 했지? 참 잘생겼구나.”
아침에 깨여나보니 엄마는 그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고 앉아서 아침뉴스를 보고있었습니다.
그날이후로 그 남자는 늘 민호네 집에 왔습니다. 남자는 민호와 참 잘 놀아주었습니다. 민호는 그 남자가 태워주는 비행기놀이를 제일 즐겨했습니다. 민호가 또또를 들고 그 남자의 발바닥에 배를 붙이면 그 남자는 “한국으로 간다-”, “북경으로 간다-” 하고 소리치며 두다리를 쑥 들어올렸습니다. 그러면 민호는 배가죽이 간질간질해나서 까르르 웃어대군했습니다. 민호의 손에 들려 함께 비행기를 타는 또또도 신나는지 “콩-콩-” 하고 성수나게 짖어댔습니다.
민호는 차츰 그 남자가 좋아져서 진짜 삼촌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삼촌은 민호에게 자기도 이 아빠트의 3동에 산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삼촌과의 즐거운 놀이속에서 늦가을이 가고 겨울이 흐르고 봄이 지났습니다.
고약하게 무덥던 며칠전의 그날 저녁 엄마와 민호는 쪼갠 수박 몇쪼각을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정원으로 나와 정자를 찾아앉았습니다. 엄마는 입으로 수박씨를 툭 뱉어버리며 지나가는 말처럼 민호에게 아빠가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잘 생긴 삼촌때문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차츰 잊쳐져가는지라 민호는 아빠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기쁜지 어떤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민호야, 아빠가 돌아온후 혹시 아빠가 있을 때 그 삼촌을 보게 되면 절대 그 삼촌에게 인사를 해선 안된다. 그리구 그 삼촌이 우리 집에 놀러왔었다는 말을 아빠에게 해서도 안되구.”
“왜 안돼? 엄마. 나는 삼촌이 아빠보다 더 좋은데.”
“그래도 안돼.”
“그러다 삼촌이 보고싶으면 어떻게 해?”
“호호호… 우리 민호 정말 삼촌을 좋아하나봐? 그래 삼촌이 보고싶으면 두눈을 꼭 감아. 그러면 삼촌을 못볼게 아냐? 그리구 아빠는 석달만 집에 있다가 또 돈벌러 가거든. 그러니 아빠가 간 다음 다시 삼촌을 보면 되는거지 뭐.”
“석달이라는게 얼마나 길어? 암튼 그새 난 삼촌이 보고싶을텐데. 우리 삼촌을 그냥 놀러오라 해서 아빠랑 함께 놀면 안돼?
“글쎄 안된다니까.”
“왜 안돼? 난 좋을것 같은데.”
“한집에서 아빠랑 삼촌이랑 함께 살수 없거든.”
“그래? 한집에서 아빠랑 삼촌이랑 함께 살수 없는거야?”
“그렇지? 아빠 있는데서 삼촌을 보고 아는체를 하면 너 다시 삼촌을 볼수 없어”
“어른들은 참. 그럼 난 아빠가 오지 말았으면 좋겠네.”
“저런, 아빠가 들으면 큰 일 날 말을… 암튼 민호야, 우리 약속한거다. 우리 민호 용하지? 잘 할수 있지?”
엄마는 전에없이 살뜰하게 민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습니다.
민호는 공항홀에서 처음 자기를 보고 “잘 있어냐?” 하면서 어깨를 툭 치는 아빠가 어쩜 길 가던 아저씨와 같게 느껴졌습니다. 아빠는 삼촌처럼 그렇게 키도 크지 않았고 어깨도 넓지 못했습니다.
(참 이상하지. 엄마는 왜 삼촌을 보고도 못본체, 알면서도 모르는체 하라는것일가? 또또랑 같이 삼촌의 발비행기를 타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어른들은 참 이상하거든. 왜 안된다는걸가? )
민호는 또또에게 쏘세자를 잘라먹이며 또 그 생각을 이어나갔습니다.
“당신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당신 이번에 아예 눌러 앉으면 안돼요? 여기서 뭐 돈나오는벌이를 벌려봅시다.”
“어린애처럼. 이제 한 5년 더 고생하기요. 한 백만원을 저축해놓으면 무서운게 없을게 아니요?”
“참, 당신이 고생하는게 마음 쓰여 그러죠.”
엄마는 주먹으로 눈굽을 찔끔찔끔 찍으며 아빠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는것이였습니다. 순간 민호는 삼촌을 처음 만난 이튿날아침에 엄마가 삼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아침뉴스를 보던 장면이 떠올라 또 삼촌이 보고싶어졌습니다.
(삼촌은 뭘하고있을가? 삼촌은 내가 보고싶을가? 또또야, 너두 삼촌이 보고싶지?)
민호가 이런 생각을 굴리며 또또에게 눈길을 돌릴 때 갑자기 또또가 콩콩 짖어대며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또또야.”
또또는 민호의 부름소리도 듣는둥마는둥 앞으로 깡충깡충 뛰여갔습니다.
“어딜가? 또또, 돌아와”
민호는 또또를 부르며 달려가다가 선자리에 굳어졌습니다. 삼촌이 정자쪽으로 걸어오고있었던것입니다. 민호는 정자에 있는 아빠와 엄마를 힐끔 건너다보고는 두눈을 꼭 감았습니다. 두눈을 뜨고 삼촌을 오래본다면 “삼촌- ” 하고 부르면서 달려갈것 같아서였습니다.
“또또야. 이리 와라.”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민호는 두눈을 번쩍 뜨고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또또는 벌써 삼촌에게 안겨 꼬리를 저으며 좋아서 죽겠다는듯 삼촌의 손바닥을 핥고있었습니다. (네가 아빠 있는데서 삼촌을 보고 아는체를 하면 다시 삼촌을 볼수 없어.)라고 하던 엄마의 말이 뇌리를 스쳐지났습니다. 민호는 급한 마음에 두눈을 크게 뜨고 아빠랑 엄마랑 앉아있는 정자를 건너다보았습니다. 마침 아빠의 눈길이 또또를 안은 삼촌의 몸에가 박히고있었습니다.
(참, 어쩌지, 또또는 삼촌을 보고 좋아해도 괜찮은걸가?)
민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빠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도무지 성낼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뭐야! 또또가 삼촌을 좋아해도 아빠는 성내지 않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민호는 못내 또또가 시샘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처럼 자기도 삼촌의 품에 안겨 삼촌의 꺼슬꺼슬한 수염을 만져보고싶었습니다.
(강아지가 되고싶어…)
순간 민호는 자기의 머리속에 “강아지가 되고싶다”는 괴상한 생각이 똬리를 트는것을 어쩔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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