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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진달래꽃 필 때까지
2012년 05월 11일 11시 06분  조회:1584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미영이는  너무도  안타까와  두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하지만  여덟살내기 동생 춘봉이는 미영이의 마음을 아는지마는지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씨엉씨엉 령길을 내립니다.《춘봉아,너정말이러기야?그럼누나도아예가버리겠다.》
미영이는 내려가는 춘봉이의 뒤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평소 춘봉이가 제일 무서워하던이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춘봉이는 여전히 머리도 돌리지 않고 내처 걷기만 합니다. 미영이는 그러는 춘봉이를 실망어린 눈길로 바라보다가 길섶에 있는 개암나무 그늘을 찾아앉았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성나기만했습니다.
(참, 철부지같은게, 돈이 어데 있어 놀이감나팔을 다 산담! 원,기가차서…)
미영이는 생각하며 손수건을 꽁꽁 감은 왼쪽손목을 만져보았습니다. 손목을 감은 손수건안에는 보풀이인 2원짜리 돈 한장이 들어있습니다.  오늘아침, 뒤집에 사시는 쌍가매네할머니가 돈 2원에 삶은 닭알 열알을 들고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얘들아,오늘  저수지에 가보아라.  오늘 그곳은  애들천지일게다.》
《그래,  오늘 6.1절이잖아.  누나, 우리 오늘 저수지에 놀러가자. 철호랑 영수랑도 오늘 저수지로 놀러간댔어.》 좋아  퐁퐁뛰는 춘봉이를 측은한 눈길로 지켜보며 미영이는 말없이 머리만 끄덕이였습니다.  미영이는 사실 오늘저수지유람구에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돈이 없는것도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도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즐겁게 뛰노는  제또래들을  보면 기분을 걷잡을수가 없을가봐서였습니다.
《고마아요.  할머니,  춘봉이를  데리고  저수지에  가보겠어요.》
《야―좋다.  우리도  저수지로  간다.》
춘봉이는너무도좋아손벽까지쳤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애들이면  애들  다와야지.  어시들  없다구  기를  못펴서야  쓰겠니?  얼른  시걱먹고  떠나거라.》
쌍가매네할머니는  이렇게  걱정을  하시고는  돌아가셨습니다.
《누나,  우리  지금  저수지에가자.  응?  애들이  다  먼저가겠다.》
《춘봉아,  우리  약속할가?  오늘  저수지에  가서  아무것도  안사먹는다구.》
《왜?  방금  할머니  돈가져왔잖아?》
《건   남겼다가  며칠후에  간장을  사야해.  인젠  정말  돈이  나올데  없을거야.》
《참,  그럼할수  없지 뭐,  그래도  좋아.  우리  빨리가자.》
사실은 춘봉이와 이렇게 약속을 하고 저수지유람구에 왔던것입니다.  헌데  사달은 현성에서  왔다는 그 장사군의  진달래꽃나팔에서부터  생겼습니다. 연분홍진달래꽃모양으로 된 예쁜나팔이였는데《따따따…》 구성진 나팔소리까지울리는것이였습니다.  하나에  2원이였습니다.  저수지유람구에  들놀이를 온 춘봉이또래들은  아빠엄마를  졸라  하나씩  사서불었습니다.
《누나,  나팔을  한번  불어봤으면…》
춘봉이가  칭얼거리기시작했습니다.
《안돼,아침에  아무것도  안사먹는다고  했잖아?》
미영이는  가슴아픈대로  딱  잘라버렸습니다.
《나…사먹자는것도아닌데.  저  진달래꽃나팔이  얼마나  곱니?  우리  집마당에  폈던  진달래꽃처럼. 누나, 하나사줘, 응?》
《참,  너  정말  이럴줄알았더면  안오는건데…》
미영이는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깍쟁이.  흥,  누나,  나빠,  나빠!》
춘봉이도  덩달아  성깔을  부리며  령길을  내리기시작했던것입니다.   미영이는  춘봉이가  사라진  령길을  이윽토록지켜보았습니다.  행여나춘봉이가  《누나―》  하고 부르며 뛰여올듯싶었습니다.  하지만  한식경이나  지나도  춘봉이의  모습은  령길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영이는  진정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애가  정말  어데가버렸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혹시…)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쳤습니다.  미영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춘봉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잰걸음을  놓기시작했습니다.
마을어구에서입니다.  미영이는  끝내  춘봉이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기쁨  먼저  무엇인가  가슴에  욱 치밀어오르는듯싶었습니다.  춘봉이보다  두살이나  이상인  수동이가  춘봉이의  등을  타고앉아서《쨔쨔…》 하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춘봉이는  황소처럼《음매―음매―》하면서  엉금엉금  기여갑니다.
《춘봉아!》
 미영이는  뛰여가서  두손으로  수동이를  콱  밀쳐  버리고는  춘봉이의  엉덩짝을  걷어찼습니다.  춘봉이는 앞으로  푹  엎어지며《앙―》 하고  울음보를  터쳤습니다.  그러건말건  미영이는  춘봉이의  멱살을  쥐여일구고는춘봉이의  뺨을  사정없이  한매  갈겼습니다.
《누나―》
춘봉이는  미영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수동이가  말했어.  날  한번  타보구야  진달래꽃나팔을  갖구놀게  하겠다구.》
《춘봉아―》
미영이는  흐느끼는  춘봉이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매섭게  수동이를  쏘아보았습니다.  눈에서는  불꽃이  툭툭  튀여나오는듯싶었습니다.
《가자,우리두  나팔사러  가자.》
미영이는  춘봉이의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가라,  거지같은게.》
수동이가놀려댑니다.
"뭐,  우릴  거지라구?"
미영이는  춘봉이의  팔을  놓고  수동이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우리가  누구때문에  이렇게  됐게?  이새끼야,  죽어봐,  죽어!"
수동이는  정말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하지만  미영이는  직성이  풀릴 때까지  수동이를  때려준후에야  손을  뗐습니다.  저도몰래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습니다.  미영이는  잘근잘근  입술을  씹으며  춘봉이의  팔을  끌고  집으로뛰여갔습니다.
철대문이  서러움에  떠는  오누이를  맞아줍니다. 
미영이네  마당가의  진달래꽃나무가  두번째로  꽃이  피던  그해에  만든  철문입니다.  미영이는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버지!"  t하고  소리치며  풍덩  땅에  주저앉아  흑흑  느껴울었습니다.
 "누나,  울지마.  누나가  울면  나  무서워."
"춘봉아,  인제  우린  어떻게  살지?"
 "누나,  울지마.  아버지가  말했잖아.  명년에  진달래꽃필 때면  엄마가  혹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구."t
"춘봉아!"t
미영이는  무서움에  오돌오돌  떠는  춘봉이를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그러다가  와락  밀치며  히스테리적으로소리쳤습니다.
 "거짓말,  모든게  거짓말이야.  진달래꽃필때면  돌아온다구?  아니야,  아니야!  다  우릴속이는거야!"t
미영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진달래꽃나무를  뽑으려고  와락와락   힘을 씁니다.
"누나야,  뽑지마.  진달래꽃나무를  뽑으면  엄마가  어떻게  오니?  응?  누나야"
 춘봉이는  미영이의  두다리를  부여잡고  애처롭게  소리칩니다.
"춘봉아"
미영이는  다시  풍덩  땅에  주저앉아  춘봉이를  끌어안았습니다.  눈물이  줄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륵  굴러떨어집니다.
"누나야,  우리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응?"
춘봉이는  무서움이  꼴똑  찬 두눈으로  미영이를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미영이는  천천히  눈길을  돌려  뽑혀진  진달래꽃나무를  바라봅니다.
미영이의  눈앞에는  지난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납니다.
미영이네가  뒤동산에서  진달래꽃나무를   파다  마당에  옮긴것은  4년전이였습니다.
그해  2년간  한국에  로무를  나가셨던  수동의  아버지가  돌아오셨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수동의  아버지가  무슨  돈벌이구멍수라도  가지고왔나해서  줄을쳐  수동이네  집을  찾았습니다.
처녀때  문학을  한답시고  미친듯이  글씨름을  해오던  미영의  어머니도  파멸된  문학가의  꿈을  부유한  생활로나마  미봉하려는  심사에서였던지  과분할  정도로  수동의  아버지를  찾아다녔습니다.  아니나다를가  수동의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에게  묘한  돈벌이구멍수를  대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영의  아버지와  가짜리혼을  하고  한국사람과  위장결혼을  하는것이였습니다. 미영의  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끝내가짜리혼에  동의하고말았습니다.  미영의  어머니는  수동의  아버지에게  수속비로 돈 만원을 주고는 그의 연줄로  나이  많은  한국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대로  수속은  끝났습니다.  미영의  어머니는  한국으로  떠나기  며칠전  미영이와  춘봉이를  앞세우고  미영의  아버지와  함께  뒤동산에  올랐습니다.  진달래꽃나무를  파서  마당에  옮긴다는것이였습니다.  이듬해  진달래꽃이 필 때면  한국에서  딸라를  부쳐보낸다는것이였습니다.  이렇게  진달래꽃 피기를  5년을  거듭하면  미영의  아버지도   미영이네 오누이도 한국에 데려간다는것이였습니다.
 그해  미영이는  열한살,  춘봉이는  네살이였습니다. 
과연이듬해봄,  진달래꽃이  피는  계절에  미영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딸라를  부쳐보냈습니다.  평생  시골에서조용히  살아오던  미영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외국돈을  손에  들고  기뻐서  어쩔바를  몰라했습니다. 이듬해,진달래꽃이  피는  계절에  미영의  어머니는  또 딸라뭉치를  보내왔습니다.  그해  미영이네는  원래의  초가집을허물고  그  자리에  덩실한  기와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벽돌로  담을  쌓고  철문까지  해달았습니다.
하지만  얼마후에  날아온  소식은  미영의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미영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정식으로  살림을  꾸렸다는것입니다.  순박하던  미영의  아버지는  그런  타격을  받아당할수  없었습니다.  미영의  아버지는  완전히  타락해버렸습니다.  술만마시면  "진달래꽃필  때까지,  허허허...진달래꽃필 때까지"  하고  너털웃음을  하고  다녔습니다.
네번째로  진달래꽃이  피던  올해  봄,  미영의  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내온  돈을  도박과  술놀이에  다  처넣고도  모자라  많은  빚을  남긴채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운명을  하던  그날까지도  미영의아버지는  "진달래꽃 필 때가지,  춘봉아,  명년에  진달래꽃 필 때까지기다려봐라.  혹시  너 에미  돌아올런지"  하고 중얼거리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누나야,  우리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  명년에  진달래꽃 필 때면  어머니가  혹시  오실런지아니?"
춘봉이는  다시  한번  미영의  옷자락을  흔들어봅니다.  미영이는  와뜰  놀라서  춘봉이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기대어린  동생의  눈길이 맞혀옵니다.  미영이는  말없이  일어섰습니다.  춘봉이도  따라서  일어납니다.
"춘봉아,  우리  함께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
"좋아,  엄마가  오는  진달래꽃나무,  어서  다시  심어야지."
춘봉이는  입가에  상긋  웃음꽃을  피웁니다.
"아니야,  춘봉아,  엄마가  오는  진달래꽃나무가  아니구,  춘봉이와  누나의  나무,  우리의  나무를  심는거야!"t미영이는  그  어떤  결심을  내리는듯  또박또박  힘주어  말합니다.
 "우리의  나무라구?"
춘봉이는  모르겠다는듯  까아만  눈만  깜빡입니다.
"그래,  춘봉이랑  누나랑  이  나무를  곱게   심고서  진달래꽃 필 때까지  억세게  사는거야!  그렇게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춘봉이랑  누나랑  함께  사는거야!"
춘봉이는  누나의  말뜻을  알아듣기나했는지  그저  힘있게  머리만  끄덕입니다.  
오누이는  정성들여  진달래꽃나무를  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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