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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수필*민이야 강변 가자
2010년 03월 10일 19시 51분  조회:1701  추천:3  작성자: 동녘해
민이야 강변 가자



민이야, 아빠는 오늘 강변을 거닐다가 아물아물 피여오르는 아지랑이를 보았단다. 긴긴 겨울 단잠에서 조용히 깨여나 캐드득 신나게 기지개도 펴면서 들판은 하늘하늘 아지랑이를 키웠나보구나. 그래, 분명 봄이 온거야! 누군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수도 있지만 분명 아빠의 눈에는 반짝반짝 피여오르는 작은 별들이 보여오더구나. 마치도 엄마의 젖무덤을 마음껏 파헤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 보조개를 파며 엄마를 바라볼 때, 우리 민이의 마알간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던 그 별같은 빛 말이다. 별이 흐르는 민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빠는 그날 새로운 꿈에 젖어들었더랬지. 그래 아빠에게도 아빠만의 소박한 꿈들이 많고많단다. 꿈이 있다는 것, 얼마나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니?
아지랑이 피여나는 봄은 원래 꿈 꾸기 좋은 계절인지도 몰라.
민이야, 강변 가자! 아빠랑, 민이랑 강변에 가서 아지랑이 피여나는 강변을 거닐며 우리만의 소박한 꿈을 마음껏 꾸어보자꾸나.

민이야, 오늘 아빠는 강변을 지나다가 길섶에 피여난 뭇꽃들을 보았단다. 그래, 지난 봄, 별이 흐르던 민이의 눈빛을 그려내게 했던 그 아지랑이가 피여나던 강변말이다. 아빠를 반겨주던 나리꽃도 고왔고 아빠의 바리자락을 잡아주던 초롱꽃도 고왔지.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 가지 풀꽃들도 아빠를 향해 손짓하더구나.
오가는 길손들에게 조용히 향기를 주고 웃음을 주고 마음을 주는 이름없는 풀꽃들을 스쳐가노라니 아빠의 마음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 민이야! 여름은 바로 이런 계절이란다. 봄날에 심은 꿈들을 튼실하게 키워주는 그런 계절말이다.
그 꿈이 민들레의 꿈이래도 좋고 초롱꽃의 꼼이래도 좋은거지. 꿈이 커서만 맛이냐? 어떻게 자기만의 꿈을 보다 당차게 가꿨는가가 중요한거지. 그래, 우리 민이의 꿈은 얼마나 컸을가? 아빠는 또 민이를 떠올리게 되고 민이의 꿈을 그려보게 되더구나.
민이야, 강변 가자! 우리 함께 손잡고 꿈이 익는 여름날의 강변길을 거닐으며 서로의 커가는 꿈을 살펴보자꾸나.

민이야, 오늘 아빠는 강변을 지나다가 싱그러운 곡식향기를 맡게 되었단다.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며 기지개를 켜던 들판에서 벼꽃이 화사하게 피여나나싶더니 어느새 황금물결을 설레이며 오가는 길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구나.
민이야, 이게 바로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이제 벼들이 부지런한 농부아저씨의 손끝에서 쌀이 되고 재간 많은 이웃집 아줌마의 손에서 떡이 되어 배나무집 큰손자의 첫돌생일상에도 오르고 청기와집 맏아들이 장가가는 잔치상에도 오르게 되겠지. 지난 여름 폭풍이 내리던 날, 논밭에서 그 폭풍을 다 맞아가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의 피해가 그렇게 심해도 떳떳하게 살아온 것이 바로 오늘의 이 결실을 위해서가 아니겠니? 비록 맺어놓은 열매는 남보다 좀 못할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비바람에 끄덕없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할수 있는것이란다.
민이야, 강변 가자! 가을이 온 강변길을 조용히 거닐으며 나는 인생의 가을에 가서 어떤 열매를 맺겠는가를 떠올려보자. 아차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이 자연의 흐름과 함께 진정 나만의 열매를 익혀가야지…

민이야, 오늘 강변을 거닐며 보았더니 산과 들에 하아얀 눈이불이 덮혀있더구나. 봄내 여름내 가으내 철철이 맞춰가며 이야기도 많이 엮어대더니 자연은 어느새 산과 들에 두툼한 눈이불을 덮어주었더구나. 그 봄날의 황홀하던 아지랑이도 그 여름의 울긋불긋 피여나던 풀꽃들도 그 가을의 싱그러운 곡식향기도 모두가 지난 일이라고 일깨우는 듯, 그 어데나 똑같은 눈이불을 덮어 잠재워주는 겨울은 누구에게나 엄격한 계절인가싶다.
눈덮인 들판을 보아라. 얼마나 좋니? 한순간의 실수로 농사 망쳐버린 사람도 부지런한 노력으로 어거리 풍년을 안아온 사람들과 똑같이 편한 휴식을 보내고 다음해에는 더욱 분발하라 고무해주시는 겨울의 그 흉금에 실로 탄복이 가는구나. 그래, 민이야! 실패는 두려운게 아니란다.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올게 아니니? 자연은 이렇게 넓은 흉금으로 우리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고 새로운 꿈을 심을 기회도 주는거란다. 잘못을 시정할줄 아느냐 모르냐가 중요한거지.
민이야, 강변 가자. 눈이 온 강변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조용히 지나온 어제를 다듬어보고 새로운 꿈을 심어보자꾸나.
그래, 우리에겐 우리 모두를 축복해주는 자연이 있지 않니?
민이야, 강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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