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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산내의 명물
2010년 03월 11일 07시 08분  조회:1324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산내의 명물

한국 대전광역시 유성구에서 다시 서대전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40분쯤 가면 산내라고 하는 자그마한 마을이 나진다. 아마 우리 연변의 작으마한 촌으로 짐작하면 될것이다. 하지만 공장단지가 들어서고 고속도로가 지나간 덕분에 마을은 제법 도회지를 방불케한다.바로 이 산내마을에 대전에서도 명물이라는 “옻닭집”들이 널려있다. 한국 충청방송의 박성광이사님이 직접 차를 몰고 안내한 곳이 바로 산내마을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속도로 옆의 “산내옻닭집”이였다. 길에서 박이사님이 전화까지 쳐서 주문하는 것으로 보아 건물도 굉장하고 장식도 기막힐것으로 짐작하며 손님들로 붐비는 정형을그려보았다. 하지만 우리 일행 3명이 내린곳은 옛날에 연변시골 어디에서나 볼수있었던 그런 초가집이였다. (설마 여기에 뭐가 있을라구?...)반신반의하고 있을 때 문풍지를 바른작은 문이 열리며 베저고리를 하얗게 바래워 입은 아줌마 한분이 나왔다. “어서오세요. 귀한분들이 오신다니 이렇게 기다리구 있었수.” 아줌마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듬뿍 담고 우리를 초가집안으로 안내해주었다. 집안으로들어가봐도 역시 옛날에 내가 살던 삼간집이였다. 하지만 방안에는 지금 민속촌에서나 볼수 있는 농짝이며 바가지며 다듬이돌이며가 가지각색 보기좋게 제자리를 찾이하고 있었다.“중국에서 오신 손님이유. 아줌마 잘 모시세요.” 원래 성정좋은 박이사님이 서글서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았어유, 귀한 손님이 온대서 오늘 제일 살찌고 잘 생긴 닭으루 두 마리를 잡아서 안쳤죠.하지만 옻은 드셔보지 못했다니 약곰으로 했어요.” 아줌마도 변죽좋게 박이사님을 맞추어 주었다. 우리는 가방이며 웃옷을 벗어놓고 네모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40분거리를 차안에서 보내느라 목에서 겨불내가 나는 것 같았다. “아줌마 물 좀 주실래요?” “잠간만 기다려요.”아줌마가 안칸으로 들어가더니 차판에 작은 종지 3개를 받쳐들고나왔다. “귀한손님들, 목을 추기세요.” 아줌마가 종지에 건네는 것은 말간 동치미물이였다. “아줌마, 이거말구 시원한 랭수 한그릇 큰 사발에 주세요.” “건 안되지, 이 손님 봐라.” 아줌마가 딱 잘라뗐다. 나는 영문을 몰라 아줌마를 쳐다보고 박이사님을 훔쳐보았다. “귀하디 귀한 약닭 잡수러 오신 분들이 어찌 벌컥벌컥 랭수를 마셔유? 말두 안되지.내집에 들어오면 내 법대로 해야해요.” 아줌마는 제법 정색해서 말했다. 나는 허허허 웃으며 별다른 투정도 부리지 못하고 말 았다. 딱 그 자리에서 18년째 닭곰장사를 해온다는 주인은 사실 경주최씨 성을 가진 68세에나는 할머니였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금방 50세를 넘긴 풍채 좋은 아줌마로 밖에 안보였다. 하여 그냥 아줌마로 부르면 안되는가고 청들었다. “젊다면 좋지유,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만나면서 좀 더 사는게 좀 좋아요?아줌마는 참 말씀도 잘하셨다. 지금은 전문 닭을 길러주고 남새를 심어주는 사람이 있지만 처음 닭곰 집을 시작했을 때 까지만 해도 아줌마는 닭도 자체로 길렀고 무우며 깨잎이며 하는것들도 자체로 자래웠다한다. 그러면서 내집에 오는 손님은 내 손으로 내 집음식을 대접시켜 보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손수 장만했다고 한다. 그래서 닭잡는 아저씨 한분과 남새 다듬는 아줌마 한분을 내놓고는 다른 사람손을 써 본일이 없다 한다. 그만침 손님들에 대한 요구도 엄해서 아무리 기쁜날이라도 사람당 소주한병 이상은 못마시고닭고기 먹기전에 군음식을 들지 못하며 손님 셋이 오면 꼭 닭 두마리를 청해야 한다는규정도 에누리 없이 지켜야한다는것이였다. 앞의 두 개 규정은 그런대로 말이되는 것같았지만 사람셋이면 꼭 닭두마리를 청해야한다는 것은 어딘가 억지같아서 그 연고를 물었다. “우리 나라처럼 남자들이 수고하는 나라도 없을거예요. 새끼를 키울라 안해를 챙길라.어디 큰 맘 먹지않구서야 이런 곳을 쉬이 찾을수 있나요? 벼르디 별러 한번왔는데 남의눈을 살피고 호주머니 사정 헤아리느라구 맛이나 보려는 사람두 있어요. 남정네 혼자서 왜닭 반쪽을 못먹겠어요. 그래서 먹는바엔 이 사정 저 사정 다 보지말구 약이되게 맘껐 먹으라구 제가 정한 법이죠. 아니나다를가 남정 세사람이 와서 닭두마리 청해도 남기는 것없이 다 먹더라구요.” 아줌마는 흐뭇한 웃음을 날리며 자신의 “닭 두마리 리론”을 렬거해나갔다. 인삼이며 대추며 황계며 하는 약재들을 두루 넣어 만든 닭곰은 코를 찌르는 약냄새로 하여 진짜우리 연변사람들의 구미에는 맞지않았었다. 하지만 아줌마의 정성이 찰찰 넘치는 밥상앞에서 얼굴이 찡그러질가 마음을 조이며 열심히 닭다리를 뜯었다. 큼직큼직한 단무지잎에 닭고기와 야채를 말아서 손수 내 입에 넣어주며 “외지에서 많이 먹구 앓지말아야지” 하고걱정하는 아줌마는 정말 소시적 상추잎에 조밥을 싸서 입에 넣어주며 “우리 강아지 많이먹구 빨리커야지” 하던 우리 엄마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아줌마는 이런분만이 아니였다. 너그럽고 후더운 아줌마의 안쪽에는 또 다른아줌마가 살고있었다. “나 이분 처럼 편한사람은 열밤중에라도 다 받아요. 내 음식 맛있다고 찾아오는 사람을 왜 막아요. 하지만 내집같은 오막살이에 와서도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돈 만냥을 줘도안받아요.” 아줌마는 또 걸걸한 목소리로 시원스레 손사래질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핸가 시청의 어느 청장님이 아줌마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더란다. 앞뒤에 하이야가 뛰뛰하며 들이닥쳐 법석이더니 두 번째 차에서 몸집이 약하고 얼굴이 칼날같은 어른이 내리더란다. 그러자 먼저 내린 사람들이 차문을 열어주고 옷을 들어주고 신을 받아치우고 하며 난리를 피우더니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그 어른만 밥상 한면에 앉고 따라온 직원들은 다른 한면에 쪼크리고 앉아 그 어른이 다 먹을 때까지 시중을 들더란다. 아줌마는 내집에 찾아온 손님을 쫓으랴 싶어서 터지는 부아통을 누르다가 돌아갈 때가 되자 그 어른을 찾았단다. “다시는 내 집을 찾지마시우.” 그러자 그 어른은 푸접좋은 아줌마의 롱담으로 알고 “참 잘 먹었으니 후에 또 아주머니 보러 오겠수” 하고 인사를 받더란다. 그러자 아줌마는 함께 온 직원들을 가리키며 “우리집 문턱은 낮아서 어른신 같은 분들을 들일수 없으니 어른신님 어깨도 저분들처럼 쉬이 꺾일 때 다시 찾아오시우.” 했다는것이다. 옛말같기도 했지만 아줌마의 성정을 보면 믿지않을수도 없었다. “장사하는 바에야 높으신 분들을 많이 모셔서 돈을 많이 벌면 좋지 않아요?” 나는 닭고기로 니글니글 해진 속을 누르라며 떠다주는 약죽을 먹으며 아줌마에게 한마디 건넸다. “배속의 애들도 돈이라면 손을 내민다지 않수? 하지만 사람이 살아보니 돈이란 모두가아닙데다. 모자라지 않으면 되는게지. 제눈 펀히 뜨고 제 량심 속여가며 돈을 벌어야 되는 리유가 뭬유? 나는 아직두 알지 못해요?” 아줌마는 역시 정색해서 이야기했다. 약죽까지 다들자 아줌마는 역시 자신이 손수 개발했다는 “약닭숭늉”을 토기공기에 떠내왔다. 아줌마의 정성이 흐르는 “약닭숭늉”을 마시며 아줌마의 숭늉처럼 구수한 이야기를듣노라니 어딘가 모르게 가슴이 후련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18년을 내내 닭곰 하나에목숨을 걸어왔다는 아줌마가가 바로 시린 사람은 따스하게 품어주고 더운 사람은 시원하게땀을 쑥 빼주는 그런 숭늉처럼 느껴졌다.돌아오는 길에 한국충청방송의 박성광이사님은 대전에서는 산내의 옻닭을 대전의 명물이라고 부른다며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풀을 먹여 다듬이질로 손수 바래워 입는다는 베적삼처럼 희고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경주최씨아줌마야 말로 진정 산내의 명물이 아닌가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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