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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이 밤도 설친다
2010년 03월 11일 07시 27분  조회:2101  추천:0  작성자: 동녘해

고양이들이 이 밤도 설친다
2007년 5월 22일 (화요일)



어제 오전,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의 장력력교수가 학원에 와서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이라는 내용으로 강좌를 했다. 장교수는 강의 중에 한국과 조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조선의 핵문제를 말할 때 많은 학원들이 자기의 관점을 제기했다. 53명의 학원중에 유일한 조선족으로서 장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참 묘했다. 얼마전에 연변작가협회에서 조직한 <<디아스포라문학>>에 대한 세미나에 참가했을 때의 그 묘함이 다시 반추된것이다.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학원들이 간혹 나의 침실에 들어와서는 조선글로 소설을 쓰는 나를 보고 깜짝깜짝 놀라면서 이런 글을 어떻게 배워냈는가고 묻는다. 나는 중국의 조선족이고 나의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태여났다고 설명하면 오~ 하고 머리를 끄덕인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뿌리는 조선반도에 내려있다. 우리는 오늘 어쩔수 없이 바람을 따라 이 땅에 떨어졌다. 이 땅의 영양을 갉아먹고 이 하늘이 내려주는 비를 맞으며 이 땅의 한폭의 풀로 되여버렸다.
역시 누가 뭐라해도 철같은 사실이다. 이 땅의 한폭의 풀일진대 이 땅의 소들을 위해 자기를 잘 키우는 일이 내가 응당해야 할 일인듯싶다. 모양 없이 크는 풀이 잘 크는 풀이 아니다. 꼭 자기의 원래 모양 그대로에 한점 부끄러움 없이 깨끗하게 꿋꿋하게 크는것이야말로 잘 크는것이라고 본다.
2005년도 6월, 한국YMCA에서 주는 <<우리동요보급대상>>을 받으러 서울에 갔을 때 한국 아동음악계의 원로 한분이 나의 손을 잡고 어쩜 중국에서 조선말로 된 동요보급을 위해 이렇게 좋은 일을 할수 있었는가고 감개무량해하셨다. 나는 그분께 우리는 중국땅에서 우리 민족의 글을 배우고 우리민족의 동요를 부르며 우리민족의 혼을 고스란히 키워가고있다고 말씀올렸다,
사실이다.
어떤 모습으로 세인들께 다가설지 모르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당당하게 조선족이라는 이름에 한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려고 애쓰고있다. 소리가 커서 풀이 나무로 되는게 아니다. 아니라고 해서 날아온 씨앗에서 돋아난 풀이 이 땅의 풀들과 같을수는 없는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법칙이 주어져있다. 그 풀이 돌틈에서 자라든 강역에서 자라든 그냥 보듬어주고 이뻐해주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온다.
로신문학원 정원에서 살찐 고양이 십여마리가 살고있다.
고양이들이 이 밤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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