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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어른이 되고싶었던 그날 밤
2010년 03월 11일 07시 34분  조회:2521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어른이 되고싶었던 그날 밤


나는 어른이 되고싶었던 그날 밤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너무나도 매정하게 엄마의 가슴에다 대못을 탕탕 박았기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그날 아버지와 누나와 형님은 친척집으로 가고 집에는 나와 엄마뿐이였다. 하여 마을의 아낙네들이 우리집에 와서 밤낮으로 화투를 쳤다. 말새단지 아낙네들과 같이 앉자 원래 말수가 적었던 엄마도 말주머니를 헤쳤다. 남들은 젊었을 때 버섯뜯으러 갔다가 새끼범을 잡아서 허리띠를 풀어 목 매왔다는 이야기도 척척 잘 엮어대건만 유독 엄마만은 토끼새끼 한마리도 잡은적이 없었던지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이런것이였다.
“우리 동이는 아직도 내가 없이는 한시도 못있는다오.”
“아-니, 이렇게 큰 애가?”
말새를 잘해서 방송국이라고 불리우는 삼이네가 눈이 화등잔이 되여가지고 소리쳤다.
“호호호, 그러게 말이오. 워낙 몸이 좀 허약하다고 어리광스레 키웠더니 인젠 밤에 잠들기전에 젖꼭지까지 쥐려 한다오.”
엄마는 사람좋게 웃으시며 귀여워 못참겠다는듯 나를 당겨다 품에 안고 부드럽게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시름놓고 편하게 엄마의 품에 안겨 얼굴에서 오가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고있었다. 어쩜 그 장면이 아낙네들의 심술통을 건드렸던지 아낙네들이 너한마디나한마디 와짝 떠들며 말꼬리를 이어갔다.
“어머-, 망신이다. 이렇게 큰 애가. 옛날에는 너만한 애들이 장가도 갔단다.”
“호호호... 동이야, 엄마젖이 맛있던? 주글주글한게.”
낄낄 웃음을 흘리며 나를 골려주는 아낙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얼굴이 홍당무우가 되여 변명했다.
“흥, 누가 엄마젖을 쥐고 잠두?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동이야, 그럼 너 어떻게 자니?”
나는 짐짓 가슴을 쑥 내물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혼자 자지 뭐!”
“애개... 이 앨 좀 보오. 부끄러운 모양이지. 혼자 잔다오. 얘, 거짓말이지? ”
삼이네가 나의 볼을 꼬집으며 집안이 떠나가라고 웃어제꼈다. 나는 삼이네를 흘겨보며 결김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봉호랑 함께 팽이치기를 하고나니 집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이 까맣게 잊혀졌다.
그런데 이튿날 친구들을 찾아 장인강가로 나갔더니 모두들 손으로 입을 막고 킥킥거리는것이였다. 나는 저으기 이상스럽게 느껴졌다.
“모두들 왜 이러니?”
“히히히히...”
여전히 웃기만 할뿐 누구도 영문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니? 너희들이…”
“히히히...너 엄마젖이 맛있던?”
봉호가 때가 올라 까아만 손으로 입을 싸쥐고 웃으워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밤에 엄마젖을 쥐고 잔다면서?”
“잠자기전에 한통씩 배부르게 젖을 먹는다면서? 옳니?”
그제야 나는 어제 엄마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주먹을 부르르 떨다가 화끈화끈해 나는 얼굴을 숙이고 몸을 돌렸다. 뒤에서 친구들의 놀림소리가 바람에 날려왔다.
“젖꼭지-젖꼭지-”
나는 집쪽을 향해 정신없이 줄달음을 쳤다.
헐레벌떡 뛰여오는 나를 보고 엄마가 급히 밖으로 나오셨다.
“동이야, 웬 일이니?”
“흥, 엄마. 인젠 잘 됐소.”
“너 정말 웬 일이니?”
“엄마가 잘 알지!”
“내가?”
엄마는 홍두깨에 뒤통수를 맞은 벙어리처럼 입을 떢 벌리고 서서 한참이나 아무말도 못하셨다. 나는 엄마를 마주 서서 입을 필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흥! 잘 됐소. 엄마, 애들이 나를 뭐라고 하는지 아오? 젖꼭지라오 나를. 젖꼭지라오.”
그제야 엄마도 영문을 아시고 애꿎게 두 손을 마주쳐 탁탁 털며 못내 서운해하셨다.
“아낙네들두, 말말끝에 한 얘기를 가지구 꼬챙이에 꿰면서 그런다니... 괜찮다. 동이야, 그 애들 말을 못들은척 해라, 응?”
엄마는 강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나의 손을 당겨다 옷섶에 넣어주며 분해서 터지려는 나의 기분을 어루쓸어주셨다. 하지만 나는 “놓소!” 하고 꽥 소리치며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 웃방으로 올라갔다. 겉바람이 많아서 겨울에는 사람이 붙지 않는 칸이였다. 나는 웃방문을 닫아놓고 서럽게 엉엉 소리내여 울었다.
깜빡 잠이 들었던 나는 엄마가 흔드는 바람에 눈을 떴다.
“애두, 추운데서 이렇게 자니? 정지에 내려가 누워라.”
“싫소.”
나는 발떡 일어나 앉으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애두 그저… 어서 정지에 내려가서 따뜻한 가마목에 누워라...”
“빨리 나가오. 나를 걱정말구.”
나의 성난 목소리에 엄마는 끌끌 혀를 차며 정지에 내려갔다.
그날 나는 저녁밥도 웃방에서 먹었다. 그러면서 이후부터는 잠도 웃방에서 자리라고 다졌다. 나는 엄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끈으로 꽁꽁 사이문을 걸었다. 문을 거는 동정을 알고 엄마가 물었다.
“동이야, 문은 왜 거는거니?”
“난 오늘부터 방에서 자겠소.”
“애두 그 추운데서 어떻게 잔다구 그러니. 어서 정지에 내려오너라.”
“싫소.”
“동이야, 너 정말 엄마 말을 안듣겠니?”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대답했다.
“인젠 날 걱정마오.”
“후-”
엄마의 긴 한숨소리가 사이문을 타고 들려왔다.
“그럼 방에서 자더라도 문은 걸지 말어라. 새벽이면 오줌누러 꼭 일어나면서두 그러니? 그리구 아버지가 덮던 큰 이불을 내리워 덮어라, 담요도 두텁게 깔구…”
엄마는 오밀조밀 부탁도 많았다. 들어보니 엄마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듯싶었다. 나에게는 밤중에 한번씩 오줌누러 일어나는 버릇이 있었던것이다.
(오줌눌 무렵에 일어났다가 문을 벗기지 못해 바지라도 적시면 어쩔가? 하지만 문을 걸지 않으면 엄마가 올라와서 잠이 든 나를 정지로 안아내려가지 않을가? 옳지, 엄마에게 다짐을 받아야지.”
나는 “음음”하고 건가래를 따며 마음을 눅잦히고는 정지간에 대고 말했다.
“엄마, 내 그럼 문을 걸지 않을게. 하지만 내가 잠이 든후 정지에 안아가면 안되오. 알았지, 양?”
“그래 알았다.”
약간 떨리는듯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꽁꽁 동여놓았던 문끈을 풀었다.
밖에서는 “윙-윙-”칼바람이 불어쳤다.
“쏴-쏴-”하는 나무의 설레임소리에 나는 머리칼이 오싹해났다. 엄마가 이야기하시던 하얀치마를 입은 산귀신이 문을 긁고있는듯싶었다. 나는 저도모르게 사이문가로 다가갔다. 생각같아서는 정말 엄마의 품에 안겨 잠들고싶었다. 하지만 낮에 친구들에게서 놀림받던 일을 생각하니 또 다시 엄마에 대한 고까운 생각이 욱 치밀었다. 나는 이를 옥물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호-나는 언제면 어른이 될수 있을가? 정말 어른이 되고싶구나. 그러면 혼자라도 무섭지 않겠는데...)
어른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잠든 후에 엄마가 방에 오라올것만 같아서 시름을 놓을수 없었다.
(어쩔가?)
한참 궁리하던 나는 벽구석에 세워두었던 팽이채에서 끈을 풀어내여 문꼬리에 가로 꽂았다.
(흥, 이러면 엄마가 내 몰래 방에 올라왔다 갔는가를 알수 있을테지.)
그제야 나는 시름을 놓고 잠이들었다. 새벽녘에 오줌누러 일어난 나는 문고리부터 살폈다. 끈은 여전히 문고리에 꽂힌대로 있었다.
(그럼 그렇겠지.)
이 밤을 혼자 잤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못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조심조심 문을 열고 정지간에 나와 스위치를 더듬었다. 전등불이 찰칵 밝아지는 순간 나는 흠칫 그 자리에 굳어졌다. 엄마가 사이문옆에 앉은채 잠이든것이 아닌가? 어깨에 엷은 탄자를 걸치고 앉아서 쪽잠이든 엄마의 턱에서 멀건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있었다. 내가 근심스러워 사이문을 지키다가 너무도 피곤하여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였다. 한껐 옹크리고 앉은 엄마의 모습은 그렇게도 가냘파보였다.
“엄마!”
나는 소리치며 엄마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바람에 눈을 뜬 엄마가 나를 꼭 껴안으며 말씀했다.
“동이야, 엄마는 네가 없으니 영 잠이 오지 않더구나.”
“엄마, 나도 엄마가 없으니 영 무섭습데. 엄마, 나는 엄마하구 자겠소. 엄마곁에서 자겠소.”
나는 코먹은 소리로 떠듬거렸다. 그 순간 나는 어쩐지 소리내여 시원히 울고싶었다. 그러면 꽁꽁 얼었던 겁에 질린 가슴이 사르르 녹아내릴것만 같았다.나는 힘껐 엄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시각 나는 엄마의 젖가슴에서 풍겨나오는 향긋한 엄마의 내음을 맡고있었다. 내 엄마에게서만 풍기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안온한 그 내음을 맡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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