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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백조”와 부체육위원
2010년 03월 11일 07시 54분  조회:1829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백조”와 부체육위원

1

저요? 최철웅이라 불러요,6학년 5반에서 첫 손 꼽히는 말썽꾸러기였구요. 지난학기만해도 담임선생님은 제가 사람구실을 하면 “소철나무에 꽃이 핀다”고 했어요.
저요,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소철나무에는 쉽게 꽃이 필수 없다는것을 책에서 보아 알고있거든요. 그래 서 한번 사람구실을 해서 보여주마 하는 배심으로 상학전에 담임선생님의 교탁을 깨끗이 닦아놓구 선생님의 고뿌에 물을 떠다가 정성들여 교탁우에 올려놓았죠. 그날 담임선생님 이 교실에 들어와서 어쨌는지 알아요? 원래 큰 입을 헤벌사하게 벌리고 “누가 한 일입니까?” 하고 물었어요? 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척 일어나며 “선생님, 제가 사람구실을 한번 해봤습니다.” 하고 대답했죠. 그러자 선생님이 글쎄 뭐라는지 알아요? “철웅이가요? 호호호...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네요.” 이러는거예요. 그러자 교실에서는 “하하하” 하고 웃음보가 터졌죠. (어쨌든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이니까 선생님도 특별한 재미를 느껴봐야지...) 하는 오기로 그날 오 후 하학하기전에 살금살금 자전거 보관처에 가서 선생님의 자전거바퀴 바람을 몽땅 빼버렸죠. 그날 선생님이 자전커바퀴 두 개에 바람을 넣느라고 땀깨나 쏟았을거예요.
저요, 바로 이런놈이예요.
근데요. 이 담임선생님이 이번 학기에는 써클조로 가시구 처녀선생님이 새로운 우리반 담임으로 온거에요. 작년에 사범학교를 졸업했다나요? 올해 21살이래요. 눈이요? 되게 커요. 쌍까풀이구요. 웃을 땐 량볼에 보조개가 옴폭옴폭 들어가요. 살결이 희다못해 영-죽이죠. 그래서 제가 “백조”라는 예쁜 별명을 붙혀줬죠. 글구 우리학급 나의 짱들인 성수랑 수웅이랑과 내기를 했어요. 1주일안으로 “백조”선생님을 미운새끼오리로 만들어 버린다 구요. 어떻게 만드는가구요? 피- 아무리 고운 얼굴이라도 눈물에 코물에 범벅이 돼봐요. 미운새끼오리가 안되는가구요.
그날 선생님은 제1과 서정시 “어머니”를 감정높여 랑송했어요.
“몇번을 고쳐그려도 /어쩐지 마음에 안들어/ 나는 지우고 다시 그린다...”
그쯤해서 제가 한마디 했죠.
“백조야, 집에서 엄마 찾는다.”
선생님이 깜짝 놀라는거에요.
“누구 엄마 찾아요?”
교실에서는 폭소가 터졌어요.
“자. 동무들, 엄마가 찾더라도 이 시간 공부는 하고 가세요.
희슥희슥한 머리/ 이마의 주름살도 빠뜨리지 않고/ 가슴에는 공로메달 모두 그려놓고 보아도...”
“야- 제네 엄마 되게 센매-”
나의 괴상한 소리에 교실에서는 또 한번 웃음소리가 터졌어요.그 다음은 서로 눈치를 살폈어요. 예상대로라면 영낙없이 우뢰가 울고 소낙비가 쏟아지게 돼있으니까요. 선생님 은 천천히 교단에 올랐어요.
“준비, 시작!”
저는 수웅이에게 찔끔 윙크를 보내며 나직히 속삭였어요.
선생님께서 드디여 입을 열었 어요.
<그래요. 누구의 마음속에서나 엄마는 제일 센 사람이예요. 이 과문에서 노래하는 엄마도 례외가 아니죠.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는 금전만능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자기가 난 자식도 버리고 돈벌이에 만 정신을 파는 엄마들도 간혹 있어요. 친구의 엄마는 어떤 엄마죠? 1분만 생각해보세요.”
선생님은 말을 마치고 교단에서 내리더니 반짝이는 눈길로 우리들을 쓸어보는거예요. 웬일이죠? 교실은 쥐죽은듯 고요해졌어요. 저도 가슴이 후둑 후둑 뛰였어요. 참, 우리 짱 들은 이런걸 두고 “맨즈(얼굴)가 없다.”해요. 지난학기 그 암펌같은 담임선생님의 앞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일이죠.
(에라, 맨즈는 찾구봐야지...)
이렇게 생각한 저는 어망결에 “우리 엄마는 ...” 하고 큰 목소리로 정적을 깨뜨렸어요.
“좋아요. 철웅동무, 철웅동무의 엄마는 어떤 분이예요?”
선생님께서 또 그 죽여주는 볼우물을 지으며 물었어요.
“우리엄마는...”
저는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푹 숙였어요.
(엄마?) 정말 기억도 묘연해요. 제가 여섯 살 나던 해의 유치원 들놀이 때, 함께 가서 저를 없고 60메더 달리기를 하던 모습이 어렴풋 이 떠오를뿐이애요. 벌써 한국에 나간지가 7년이 되였죠. 전 할머니의 손에서 지금까지 커 왔어요. 아버지는 사실 엄마말고 딴 녀자가 있어요. 저요, 모르는척해요. 할머니도 처음에 는 아버지를 나무리더니 지금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눈을 감고있구요. 그대신 아버지도 할 머니도 저를 되게 고와하죠. 돈이요? 달라는대로 줘요. 그래서 나는 무서운 것이 없어요. 친구들속에서도 왕이거든요. 차츰 엄마가 미워졌어요. 그리구 여자가 미워지구요. 정말이 예요. 왜서인가구요? 몰라요. 어째든 나를 버리고 간 엄마 생각이 나면서 녀자는 다 미워 져요.
“철웅동무, 엄마 자랑을 하고싶지 않아요?”
잠간후 선생님은 말을 이었어요.
“그래요. 말하고싶지않으면 안해도 돼요. 친구들은 이제 1년만 지나면 중학교에 가게 돼요. 왜서 중학교라 부르는지 알아요? 중등인물이 된다는거예요. 그러니 동무들에게도 동무들만의 비밀이 있어야하죠.”
정말 괴상한 일이죠. 그럴 땐 원래 누구라도 옛날처럼 방구뀌는 시늉이라도 해야 난처 한 국면이 해결되겠는데 모두가 숨소리마저 죽이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거예요.
“하지만 너무 큰 비밀을 마음속에 넣고 있으면 피곤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누군가와 그 비밀을 나누고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거예요. 그 누군가가 엄마래도 좋고, 아빠래도 좋고, 친구래도 좋죠. 정말, 동무들이 나를 믿는다면 저도 동구들의 비밀을 함께 나눌 자신이있어요.”
어느 놈이 처음에 쳤는지 교실에서 박수소리가 울렸어요. 그러자 온 학급이 떠나가라 박수소리가 울렸어요. 나도 덩달아 손바닥이 터져라고 박수를 쳤구요. 소학교 6학년에 올라오면서 천하의 최철웅이 귀신에게 홀리운듯 40분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다 본 것이 아 마 그 시간이 처음일거예요. 휴식종소리가 울렸어요. 모두들 마당으로 나갈 생각을 않고 머리를 맞대고 앉아 “백조 ”선생님에 대한 평가로 분주했어요. 수웅이는 글쎄 이제 커서 “백조”선생님과 같은 녀자친구를 사귄다나요. 피- 글구 어문시간이라면아예 죽는 시늉을 하던성수놈은 어문시간이 되게 재밌다는거예요. 저요? 저도 (어문시간이 원래는 싫은것이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 데요. 그까짓 “백조”선생님께 호락호락 손을 들 철웅이가 아니거든요.
“야! 이 쪽 빠진 새끼들아, 몇마디 달콤한 말에 홀라당 넘어갔니? 다음 시간에 봐라, 이 어른이 진짜 <백조>를 미운새끼오리로 만들어 주겠으니까...”
저는 애들 앞에서 가슴을 탕탕 쳤어요. 다른 때 같으면 나의 말에 “옳다, 옳다!” 하 고 토를 달아 줄 놈들이 그냥 “진짜? 진짜?!”하면서 반신반의 하는거예요.
“그래. 이 최철웅이만 지켜 봐!”
드디여 상학종소리가 울렸어요. 저는 선생님이 들어오면 뿌릴 종이비행기를 열심히 접 어쥐고 기다렸어요. “삐꺾-”하는 문소리와 함께 하얀 얼굴이 먼저 들어오며 옴폭 보조개 를 팠어요. 저는 큰 결심을 내리고 종이비행기를 날렸죠. 종이비행기는 선생님의 발밑에 가서 떨어졌어요. 선생님은 허리를 굽혀 종이비행기를 줏더니 사뿐사뿐 교단에 올라섰어요 .
“누가 만든거예요? 참 잘 만들었네요. 예쁜 비행기를 이번 시간 선물로 받아서 정말 감사해요. 저두요, 이 비행기를 만든 동무처럼 열심히 이번 시간 강의를 할게요. 무슨 일 이나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거예요. 참, 흑판을 안지웠네. 최철웅동무, 동무의 키가 우리 학급에서 제일 큰 것 같은데요, 저를 도와줄래요? 흑판을 지워주세요. 될수있어요?”
“네! ”
저는 크게 대답하며 벌떡 얼어섰어요. 교실에서는 또 한번 폭소가 터졌어요. 수웅이라 는 놈의 시까스르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렸어요.
“예쁜 <백조>가 미운새끼오리로 될-까요? 천하의 영웅호걸 최철웅이 <미운새끼오리> 로 될-까요?”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요. 저는 진짜 귀밑까지 빨개지고 목에서는 확확 겨불내가 나는것같았어요. 저는 힐끔 뒤를 돌아보며 수웅에게 주먹질을 해보였어요.
지금이요? 피- 물어보지 마세요.
부체육위원이 됐어요.
우리학교 력사에서 부체육위원은 제가 처음이래요

2

모두들 저를 로케트를 탔다고 하지만 사실 제가 뭘 그리 잘해서 부체육위원이 된것은 아니랍니다. 사실 그날 우리학급의 체육위원 림강이가 수둔지 뭔지 하는 뽀두라지가 졌다가 물집이 터지는 병을 해서 학교에 오지 못했더랬어요, 두번째 시간이 끝나자 “백조”선생님이 교과서를 덮고 교단에 올라섰죠, 히히히히... 습관이 되여 담임선생님을 그냥 “백조”선생님이라 부르게되네요. 정말이지 우리 담임선생님은 새하얀 얼굴에 말씀하실 때면 옴폭옴푹 볼우물을 파는것이 마치도 한마리 백조를 방불케 한답니다.
선생님께서 박씨같은 이를 살짝 들어내며 말씀하셨습니다. “동무들도 알겠죠? 체육위원 림강동무가 수두에 걸려 일주일간 학교에 못오게 됩니다. 학급에 체육위원이 없어서는 안되는거죠. 누가 대신 체육위원이 되겠습니까?”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 바쁘게 교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서로 옆에 앉은 애의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네가 해라, 급을 칠 좋은 기회다. 크크크...”
하며 낄낄 댔죠.
“어때요? 자신 있는 친구가 없어요?”
선생님께서 또 한번 볼우물을 파며 도전적으로 물었습니다. 이때 수웅이가 괴상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최철웅이를 시키십시오. 모두들, 환영! 박수~ 착착착...” “좋습니다. 캬캬캬...”
성수도 착착 박수를 쳐대며 낄낄 거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저를 내려다보며 물었습니다.
“최철웅동무, 자신있습니까?”
“쳇, 시키면 왜 못해요?” 저도 모르게 욱 배심이 생기며 자신있게 대답해버렸습니다.
“좋습니다. 오늘부터 최철웅동무를 우리학급의 부체육위원으로 임명합니다. 축하합시다.”
선생님께서 먼저 박수를 쳤습니다. 삽시에 교실이 떠나가라고 박수소리가 터졌습니다. 그날 중간체조시간에 저는 난생 처음으로 간부라는 이름을 띠고 남들앞에 나서게 되였습니다. 좀은 숙스럽고 또 좀은 자호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중간체조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실로 들어올 때 수웅이가 또 혀를 나부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위대하신 간부동지, 제가 부축해드릴가요?”
그러자 성수도 질세라 한술을 떴습니다.
“아니지, 고귀하신 부체육위원각하를 업어드려야지, 캬캬캬...”
자식들은 그러고는 나죽는다고 배를 끌어쥐고 돌아갔습니다.
“야! 너 자식들, 죽고프니?...”
“천만의 말씀이 옵니다...”
세번째 시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 자식들은 내내 저를 가지고 안주를 했습니다. 참으로 공교로운것이 생활인가 봅니다. 그날 네번째 시간은 바로 체육시간이였습니다. 선생님은 종이 울리기전에 교실에 들어오시더니 한창 저를 안주로 해서 놀아대는 성수랑을 제지시켜놓고 말씀했습니다.
“이번 체육시간은 최철웅동무가 부체육위원이 되여서 보는 첫 체육시간입니다. 동무들은 최철웅동무를 협조하여 체육시간을 잘 봐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알았나이다.”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그때 상학종소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숙스러운대로 동학들앞에 나서서 구령을 불렀습니다.
“우로 봤! 앞으로 봤.”
목이 막 말라들고 소리가 떨리는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전에 림강이가 우리 앞에 나서서 구령을 부를 때는 그까짓게 뭐가 대단하다고 시뚝하느냐고 아니꼽게 생각도 했었지만 진짜 애들앞에 나서고 보니 영 딴판이였습니다.
“줄을 잘 맞추십시오. 주의, 우로 봤.”
제가 다시 한번 구령을 부르자 수웅이라는 놈이 일부러 뒤로 슬쩍 돌아버리는것이였습니다.
“수웅아, 너 제대로 못 세겐?”
급해난 나는 동학들 앞이라는것도 잊고 꽥 소리쳤습니다. 애들의 눈길이 순식간에 수웅이쪽으로 쏠렸습니다. 그 시각 나는 수웅이의 얼굴이 붉어지는것을 보았습니다. 이어 애들의 웃음소리가 터졌습니다.
“야~, 이 새끼야, 너 뭐 진짜로 체육위원이 된줄을 아니?”
수웅이가 격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전처럼 그냥 놀음으로 한 행동을 내가 정식으로 지적하니 감정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도 어쩐지 그때만은 지고싶지 않았습니다. 하여 역시 목소리를 높여 “뭐야?”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수웅이는 주먹을 부르쥐고 분해서 씩씩 황소숨을 톺으며 말했습니다.
“부실한 새끼, 춰주니 궁둥이가 나가는줄도 모르네. 네가 다 무슨 간부야, 놀리는 줄도 모르고...”
“이 새끼 누굴 놀리니?”
“널 놀린다, 제 주제도 모르는 부실한 원숭이새끼를 놀린다, 어째?”
수웅이는 내쪽에 손가락질을 하며 쏘아댔습니다.
“개새끼 네가 다 내 친구야?”
나는 부체육위원이구 구령이구 다 까맣게 잊은채 씽하니 대렬속으로 뛰여들어가 수웅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삽시에 수웅이의 코에서 뻘건 피가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수웅이도 피를 씻을 념은 않고 나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삽시에 대렬은 싸움을 말리는 애들로, 선생님을 찾아가는 애들로, 응원을 하는 애들로 란장판을 이루었습니다. 축구공을 들고나오던 체육선생님께서 소식을 알리러 간 애들과 마주쳤던지 얼마 안되여 운동장에 나타났습니다. 나와 수웅이는 체육선생님의 그 큼직한 발에 궁둥이를 두개씩 채우고는 운동장을 다섯바퀴를 도는 벌을 받았습니다. 방금 대전을 치루고 난 뒤라 숨이차고 눈앞이 아물아물 해났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동학들보기 창피했고 담임선생님을 보기가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체육위원으로되여 첫시간을 나는 내내 괴로움속에서 보냈습니다. 지지리도 길게 느껴지던 체육시간도 드디여 끝났습니다. 나는 기분이 엉망이 되여 터벅터벅 교실쪽으로 걸었습니다.
“철웅동무,”
어데선가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정문에서 걸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끝장이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쳤습니다. 순간 머리속에서는 “윙~” 소리가 나며 하얀 백지처럼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철웅동무, 어때요? 체육시간 잘 봤어요?”
백조같은 얼굴에 또 볼우물이 패워들어갔습니다. 여느 때는 그렇게 보기좋던 선생님의 볼우물이, 자꾸만 보고싶던 그 볼우물이 그 순간엔 그처럼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아니 그 볼우물을 볼 자신이 없었던것입니다. 나는 몸을 픽 돌려 걸음아 날살려라하고 냅다 뛰였습니다. 등뒤에서 “철웅동무-”하는 불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더욱 죽기내기로 뛰여갔습니다.
“철웅아- 철웅아-”
뒤에서 선생님의 다급한 부름소리가 련이어 들려왔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기를쓰고 뛰였습니다. 또 얼마간 뛰였을 때 갑자기 자전거 한대가 쓱 옆을 스치더니 멈춰 섰습니다. 그바람에 나도 뚝 걸음을 멈췄습니다. 눈앞이 까매났습니다. 선생님께서 누군가의 자전거를 빌어타고 쫓아왔던것입니다.
“야~ 이 못난놈아! ”
선생님께서 오른손을 번쩍들어 나의 어깨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어망결에 나는 뒤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선생님께서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습니다.
“이 못난놈아! 너두 남자야!”
그처럼 상냥하게만 느껴지던 선생님의 눈길이 막 불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말해, 네가 왜 도망쳐야하는지? 얼마나 큰 죄를 져서 도망쳐야하는지 들어보자!.”
“전...전...아악-”
저는 저도모르게 미친듯이 소리쳤습니다. 너무너무 서럽고 분했습니다.
“철웅아!”
선생님께서 부르르 떠는 저의 오른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황소숨을 들먹이는 저의 어깨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 시각 막혔던 홍수가 터지듯 두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철웅아, 아무말도 하지마! 선생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
선생님은 손으로 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번저졌던 자전거를 세우며 말씀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각 들을수만 있다면 한가지만 들어둬라. 사람이 살면서 부딛쳐야 할 일이 얼마고 뚫고 나가야 할 길이 얼만지 너 아니? 일에 부딛칠 때마다 도망친다면 앞으로 어떻게 큰 일을 해나갈수 있겠니? 더구나 남자가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말을 마치고 뚫어지게 저를 지켜보며 어깨 다독여주셨습니다. 역시 타는듯한 눈길이였지만 조금전의 그 불길이 아니였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그 눈길에서 다시 한번 백조의 부드러움을 찾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솟구치는 감동을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그래, 철웅아! 넌 여전히 우리학급 부체육위원이다. 동학들이 보고 있단다. 잘해보자! ”
선생님께서는 자전거에 훌쩍 뛰여오르더니 힘차게 페달을 돌렸습니다. 바람에 긴 머리칼을 날리는 선생님의 뒤모습은 멀어져갈수록 더욱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3

“사람이 살면서 부딛쳐야 할 일이 얼마고 뚫고 나가야 할 길이 얼만지 너 아니? 일에 부딛칠 때마다 도망친다면 앞으로 어 떻게 큰 일을 해나갈수 있겠니?”
선생님의 그 말씀이 방불히 귀전에서 다시 울리는것만같습니다.
“철웅아! 넌 여전히 우리학급 부체육위원이다다. 동학들이 보고 있단다. 잘해봐! ”
하고 말씀하시던 담임선생님의 기대에 찬 그 눈길을 보는듯 싶었습니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우리학급의 부체육위원이다. 선생님께서 나를 보고계셔!)
나는 두주먹을 불끈 쥐고 학교쪽을 향해 씨엉씨엉 걸어갔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교정은 조용했습니다. 그제야 나도 배가 살살 고파났습니다.. 나는 교실쪽으로 발걸음을 재우쳤습니다. 창문으로 교실안을 들여다보니 동학들은 한창 점심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했습니다. 출입문가에 도착한 나는 잠간 숨을 몰아쉬고는 문고리를 잡았습니다. 저도모르게 얼굴이 약간 붉어지고 숨이 가빠왔습니다. 나는 천천히 “후~”하고 긴숨을 내쉰후 천천히 문고리를 당겼습니다. 내몸이 교실로 절반쯤 들어가자 동학들의 눈길이 내쪽으로 확 쏠려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내 걸상쪽으로 바삐 들어가 앉았습니다. 책상우에는 다치지 않은 곽밥이 그대로 놓여 져있었습니다.
“어데 갔댔니?”
옆자리에 앉은 딱친구 성수가 넌짓이 물어왔습니다. “저~기,”
나는 뭐라고 대답하기 싫어서 머리를 숙인채로 말끝을 얼버무려 버렸습니다.
“너 선생님께 되기 당했지? 그래 선생님이 어쩌던?” 성수가 턱밑에 다가앉으며 또 물었습니다.
“아니, 당하긴...”
“그래 어쩌던? 선생님이?”
“별말이 없었어...”
“정말?”
“정말이래두...”
말끝을 흐리우면서도 선생님의 얼굴이 눈에 삼삼히 떠오르는것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뭘 생각하고계실가? 그래 내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나 여겨 보실거야, 그럼 먼저 수웅이하구 화해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생각을 한 나는 수웅이쪽을 슬쩍 건너다 보았습니다. 수웅이도 머리를 푹 숙인채 수걱수걱 밥만 입에 떠넣고 있었습니다. 생각같아서는 당금이라도 다가가 “수웅아, 잘못했다, 용서해라!”하고 사과하고싶었지만 어쩜 수웅이가 나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감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가슴이 후둑후둑 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수웅이도 나처럼 나와 화해할 생각으로 내쪽을 주시하고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 저가락질을 하면서도 흘끔흘끔 수웅이쪽을 건너다 보는 것을 잊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웅이는 여전히 나하고 눈을 맞춰주지않았습니다.
(그래 수웅이도 몹시 성났겠지, 사실 내가 틀린거야, 동학들이 보는데서 그를 지적했으니... 그래 이제 밥을 다 먹은후 밖에 나가 놀 때 조용히 수웅이를 찾자.)
나는 이렇게 자신을 달래면서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넘겼습니다. 동학들이 하나둘 저가락질을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수웅이도 저가락을 빈밥곽에 얹어서 쓰레기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나의 가슴은 더욱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수웅이가 나가면 나두 인차 따라 나가는거야, 내가 먼저 잘못했다구 하는거야, 난 부체육위원이니까. 선생님이 나를 믿고있으니까...)
나는 내가 먼저 수웅이에게 사과해야 할 근거를 만들어가며 자신에게 용기를 넣어주었습니다. “성수야 밥 다먹었니? 나가 뽈이나 차자.”
수웅이가 문쪽으로 걸어가며 성수쪽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나의 눈길이 수웅이의 눈길과 마주쳤습니다. 순간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것만 같았습니다. 분명 픽 스쳐지나는 수웅이의 눈에서는 나에 대한 분노가 흐르고있었습니다. 도무지 나의 사과가 먹혀들어갈것 같지 않은 느낌이였습니다.
“철웅아, 가자. 가서 뽈을 찾아.”
성수가 나의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싫어, 맥이 없어!”
“쳇, 뽈 찰 맥두 없니? 가자, 그래지 말구.” “싫다는데.”
나는 괜히 성수에게 역정을 부렸습니다.
“쳇, 계집애 같이...싫음 마! 나 간다.”
성수는 나에게 입을 삐쭉해보이고 몸을 돌렸습니다. 성수까지 가버리자 가슴이 갑갑해나면서 머리가 삼검불처럼 헝클어지는것 같았습니다.
(어쩜 좋아, 이대루 수웅이와 관계를 끝내는거야? 나는 화해할려구 하는데... 참, 내 마음을 몰라주면서... 이대로 수웅이를 찾았다가 퇴박이나 맞으면 내 얼굴은 어데다 둘가?)
나는 손가는대로 가방에서 필기장을 끄집어냈습니다. 무엇이든지 끄적거려보고싶었습니다.
“수웅아, 사실 난 널 좋아해!, 우리는 친구야. 아까는 정말 밸을 참지못해서 그런거야, 용서해줘, 그리구 우리 옛날처럼 사이좋게 보내자...”
여기까지 쓰고나니 수웅이에게 뭔가 많은 말을 하고싶어졌습니다. 나는 누가 볼가 팔로 필기장을 막으며 하고싶은 말을 부지런히 적어내려갔습니다. 단숨에 적고나서 읽어보니 수웅이가 봐도 감동을 받을것만 같았습니다. 이 정도에도 마음을 풀지 않으면 수웅이가 정말 마음이 졻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종이를 찢어내여 곱게 접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쪽지를 어떻게 전할가고 생각해봤습니다.
(가방안에 넣을가? 아니야, 그러다 혹시 수웅이가 보지 못하면 어쩌지? 다른 책을 꺼내다 떨굴수도 있구. 그럼, 성수에게 심부름을 시킬가? 그것두 좋지 않아, 그러다 그 자식이 또 입빠르게 내가 먼저 수웅이에게 빌고 들었다고 소문을 펴고 다니면 어쩌지? 그럼 나의 맨즈(얼굴)는 다 깎이구 없을거야. 그럼...?)
순간 선생님의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거야, 선생님께 이 쪽지를 드리면서 수웅이에게 전해달라는거야, 그럼 선생님은 수웅이와 화해하려는 나의 마음을 알아줄것이고 만약 수웅이가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나에겐 책임이 없는거야. 그래 바로 이거지!)
나는 자신의 기발한 착상에 대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을 찾아떠났습니다. 금방 운동장에 나서자 축구구경을 하는 선생님이 한눈에 안겨왔습니다. 나는 조용히 선생님의 곁으로 다가가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철웅이구나, 웬 일이지? 체육위원이 뽈은 차지 않구?” “저... 좀...”
“뭐, 할말이라도 있니? 그럼 저쪽에 가자.”
선생님께서는 신통히도 나의 마음을 알아맞추고 동학들이 없는 백양나무아래로 걸어갔습니다.
“인젠 됐지? 말해 봐! 무슨 일이야?”
“선생님, 미안하지만 이걸요...”
“뭔데?”
“수웅이하구 화해를 하자구 이걸...”
“그래? 보자.”
선생님께서는 나의 손에서 쪽지를 받아 읽어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은 가끔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고 입가에 가는 미소를 띄우기도 하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성근하게 잘 썼구나. 수웅이에게 가져다 줘!. 그럼 수웅이도 널 리해할거다.”
“제가 가져가면 그 애가...”
“왜? 받지 않을것 같니? 자신 없다는거야?”
“네.”
“그래서 나더러 너의 심부름을 해달라구?”
“......”
선생님께서는 타는듯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쪽지를 나의 손에 쥐여주며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 심부름을 난 못한다. 용기가 없으면 사과구 뭐구 그만둬!”
말을 마친 선생님께서는 걸음을 떼다말고 머리를 픽 돌리며 또 한마디 했습니다.
“철웅이, 너 알지? 넌 남자야!”
바람에 날리는 선생님의 까아만 머리칼이 선생님의 발걸음과 함께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이 나를 보고 못난놈이라 웃어주는듯싶었습니다. 순간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자신이 실망스럽게 생각되였습니다. 나는 맥 없이 백양나무에 몸을 기대고 지긋이 두눈을 감았습니다.
“너 알지? 넌 남자야!”
선생님의 비수같은 말씀이 가슴에 와 꽂히것만 같았습니다.
(최철웅, 너 알지. 넌 남자야. 남자란 말이야!)
나는 움츠려지는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고 선생님의 앞에서 못난 자신의 모습을 또 보인것이 괴로와 났습니다.
(최철웅, 너 알지? 넌 남자야, 남자는 자기가 마음 먹은것을 그대로 하는거야. 그러면 되는거야! 수웅이가 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넌 마음 먹은대로 하는거야.)
나는 몇번이고 못난 자신을 욕했고 또 자신을 남자로 다시 태여나라고 고무했습니다. 그럴수록 시루속같이 침침하던 가슴이 열리는것처럼 시원해 났습니다. 나는 그때까지 손에 쥐고있던 쪽지를 빡빡 찢어 파아란 하늘에 훌 날려버렸습니다. 옹기종기 속에 넣었던 자존심 쪼박들이 날리는 종이쪼박과 함께 훨훨 살아져버리는것같았습니다. 나는 자신있게 운동장을 향했습니다. 수웅이가 뽈을 차고 나오면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툭 쥐여박으며 이렇게 말하리라 윽별렀습니다.
“임마, 우린 남자야, 남자란 말이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도 나를 지켜보시며 머리를 끄덕여주실것 같았습니다. 하아얀 백조의 얼굴에 다시 옴폭 보조개가 패일거라 믿고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내게 힘이되는 “백조”가 있는한 히히히... 담임선생님이 계시는한 이 부체육위원은 세상에 두려울 일이 없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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