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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산 신 령
2010년 03월 11일 07시 55분  조회:1552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산 신 령


1

산신령이 불깃불깃 물들기 시작하는 이른새벽,
덕보의 아버지는 행장을 둘러메고 집문을 나섰다. 음력설이 금방 지난 뒤의 동틀무렵이여서 그런지 날씨는 몹시도 맵짰다.
덕보는 아버지의 배웅을 나온 어머니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어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추워서 오돌오돌 몸을 떨었다.
“이 자식, 영 춥지?”
덕보의 아버지는 수걱수걱 걸음을 옮기며 소나무껍질처럼 터실터실한 커쿨진 손으로 덕보의 뒤통수를 툭 쳤다. 덕보는 노상 하던 식으로 머리를 쏙 옴츠리며 “아니요.” 하고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산신령기슭에는 이번에 덕보의 아버지와 함께 길을 떠나기로 약속이 되여있는 칠성이네 아버지가 식구들과 함께 덕보네를 기다리고있었다.
칠성이를 발견한 덕보는 그제야 기를 펴고 칠성이를 향해 주먹질을 해보이며 소리쳤다.
“야, 이새끼. 일찍하구나.”
칠성이는 주먹으로 코밑을 쓱 닦으며 덕보를 향해 시뚝해서 대답했다.
“흥, 우리 아까아까 왔댔다. 새까말적에 말이다.”
이때 떠들어대는 덕보와 칠성이를 번갈아보던 덕보의 아버지가 덕보의 어깨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야, 이자식아. 너두 인젠 열살이다. 내 돌아올 때까지 에미 말 잘 듣구, 애 좀 작작 먹여라. 알겠지?”
덕보는 또 한번 어깨를 움찔하며 뒤로 한발 물러서더니 초롱초롱한 두눈을 슴벅거리며 물었다.
“아버지, 아버진 언제 돌아옴두?”
“음~, 아마 풀잎이 돋아오를 때면 돌아오겠지.”
“그럼 고것밖에 안 있씀두?”
“왜? 영 안돌아왔으면 좋겠니? 응?”
덕보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또 한번 덕보의 뒤통수를 툭 쳐주었다.
“아니꾸마.”
덕보는 혀를 홀랑 내밀며 칠성이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때 칠성이는 덕보쪽에 대고 입을 삐쭉거려 도깨비얼굴을 해보이며 킬킬거리고있었다.
“아무쪼록 몸 돌보며 일하구 무사히 돌아들 옵소.”
아버지들은 어머니들의 배웅을 받으며 행장을 메고 씨엉씨엉 산신령을 톺아오르기 시작했다.

2

덕보네가 살고있는 산신당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부락이다. 게다가 어른, 아이 모두해서 마흔남짓, 기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덕보네 아버지뿐이였다.
그만치 덕보네 아버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수시로 산신령을 넘나드는 사람이였다. 하여 마을에서는 기름이나 소금 같은것이 떨어져도 덕보네 아버지를 찾군했다.
덕보네 아버지는 산신령을 넘었다 와서는 바깥세상 얘기를 구수하게 엮어가군 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하여 덕보와 덕보의 친구들은 산신령밖에는 기차라는것이 있고 또 많고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회지라는것도 있다는것을 알게되였다.
언제부터인가 덕보네 아버지의 이야기속에는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번다는 내용이 보태졌다. 덕보의 아버지는 늘 이야기끝에 “우리 시골놈들도 돈만 있으면 도회지에 가서 얼마든지 살수있겠더구만!”하고 덧붙였다.
산신령밖의 세상을 밟아보지못한 이곳 사람들은 덕보네 아버지의 이야기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몰랐다. 하여 저마다 한번 바깥세상을 밟아보고싶어했지만 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칠성이네 아버지가 바로 바깥세상을 밟아보기로 용단을 내린 첫사람이였다.
아버지들의 거동은 어머니들에게 큰 근심거리를 보태주었지만 덕보와 칠성이에게는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몰랐다. 하기야 아버지들이 계실 때는 늘 거치른 아버지들의 손에 엉덩짝도 맞아대고 욕도 많이 먹던것이 지금은 자유로운 새가 되였으니 말이다.
끝없는 즐거움속에서 시간은 빨리도 흘러갔다. 덕보와 칠성이는 무심중 산신령이 푸른 옷을 바꿔입기 시작함을 느끼게 되였다.
어느날 덕보와 칠성이는 산신령기슭에 있는 개암나무밑에 자리를 하고 나란히 앉았다. 그들은 푸른 빛을 띠여가는 개암나무를 말없이 유심히 살펴보았다.
“덕보야,”
칠성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오라잖아 풀잎이 돋아나겠지?”
“그럼.”
“풀잎이 돋아나면 아버지들이 온다면서?”
“글쎄, 너 아버지가 보고싶은게로구나.”
덕보가 칠성를 향해 코를 찡긋하며 시까스르듯 말했다.
“아니야, 난 하나도 안 보고싶다. 덕보야, 넌?”
“내가? 흥! 개똥도 안 보고싶다. 히히히, 칠성아. 나 지난 밤에 꿈을 꿨댔다.”
“뭐? 네가 다 꿈을 꿨다구? 웃기지 마!”
칠성이는 못믿겠다는듯 덕보의 어깨를 툭 쳤다. 하지만 덕보는 칠성이쪽에 바싹 다가앉으며 정색해서 말했다.
“정말이다. 어제 밤에 난 정말 꿈을 꿨댔다.”
“정말이라구?”
긴긴 해를 두고 술래잡기다, 산등성이 톺아 오르기다, 딱지치기다 하며 힘든 놀음만 노는 시골애들에게 꿈이 온다는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덕보야, 너 그래 꿈에 뭘 봤니?”
“꿈에 말이다, 산신령 저쪽켠에 산할배가 사는 집이 있었어. 히히히, 너네 아버지랑 우리 아버지랑 글쎄 그곳에서 산할배랑 같이 화투를 치지 않겠니? 그런데 너네 아버진 가득 져서 코등이랑 이마에랑 숱한 종이수염을 달았더라.”
“뭐뭐? 임마 시시하다. 꿈이란게 개똥같다.”
칠성이는 큰 억울함을 당한듯 벌떡 일어나서 손사래질을 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꿈이야, 우리 아버지가 화투를 쳐서 졌더라구? 개소리다. 설날에 우리 집에서 너네 아버지랑 화투를 칠 때 너네 아버지가 너무 져서 밥상밑으로 벌벌 기여다녔다. 이렇게…”
칠성이는 까르르 웃으며 덕보에게 기는 흉내를 내보였다.
“너, 너… 이새끼 또 그 소리니?”
“어째, 정말인데 애나지?”
“흥, 애나긴, 그래두 우리 아버진 산밖에 제일 많이 나가봤거든.”
“……”
“그리구 말이다. 울아버지에겐 옛말두 수태구. 이 산신령에 정말 산할배가 있댔어. 사람이 죽으면 산신령에 가서 산할배랑 같이 산댔어. 재밌지?”
“임마, 개소리 친다. 그럼 너네 아버지가 죽었니? 어떻게 꿈에 산할배랑 같이 있니?”
칠성이는 덕보의 앞에 한발 다가서며 바투 들이댔다.
“뭐…뭐?!”
칠성이의 말에 덕보는 뒤말을 잇지 못하고 멍해졌다. 어느 땐가 아버지께서는 정말 덕보에게 사람이 죽으면 산할배와 같이 산다는 옛말을 해주었던것이다.
(정말, 아버지가 어째서 꿈에 산할배와 같이 있었을가? 그럼 아버지가 정말로…)
덕보는 벌떡 일어섰다.
“너 왜 그러니?”
칠성이는 덕보의 거동에 깜짝 놀라 다급히 물었다.
“임마, 묻지 마! 집에 가자.”
덕보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몸을 홱 돌려 마을을 향해 뛰여갔다.

3

“엄마, 꿈이란게 맞소?”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겠지.”
“맞을 때가 더 많소? 틀릴 때가 더 많소?”
“꿈을 믿는 사람은 맞을 때가 더 많고 안 믿는 사람은 틀릴 때가 더 많겠지.”
“그럼 엄만 꿈을 믿소?”
“믿을 때도 있구 안 믿을 때도 있지.”
“엄마, 내 꿈에 아버지가 죽은 같습데…”
“뭐야? 이 쌍놈아! 아무 소리나 쳐?”
“정말이라는데. 아버지가 산신령에서 산할배랑 화투를 쳤소. 아버지가 그러던데 사람이 죽어야 산할배를 본다 했소!”
“이 자식이, 입을 다물지 못해?”
덕보의 어머니는 밥을 푸다말고 손에 쥔 밥주걱으로 덕보의 뺨을 찰싹 갈겨주었다.
“아갸갸 씨, 정말이라는데.”
“이 놈아, 다시 그런 소릴치면 주둥이를 찢어버리겠다. 알겠니?”
덕보의 어머니는 아예 벌떡 일어나서 밥주걱을 쥔 손으로 덕보를 향해 상앗대질을 하며 바락바락 소리쳤다. 덕보는 어머니를 피해 바닥에 내려가 신을 찾아 신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데로 갈가?)
덕보는 집앞에 있는 백양나무밑에서 잠간 서성거리다가 칠성이네 집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칠성이네 집에서도 금방 저녁밥을 지어냈는지 굴뚝에서는 파란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덕보는 살금살금 칠성이네 집 창문쪽으로 다가가 창문에 귀를 대고 집안의 동정을 살폈다. 안에서 칠성이의 목소리가 도란도란 울려나왔다.
“엄마, 꿈이라는게 맞소?”
“글쎄 맞기야 뭐 맞겠니?”
“그럼 안 맞소?”
“글쎄, 혹시 맞을 때도 있겠지.”
“맞을 때도 있다구?”
“글쎄…”
“엄마, 덕보의 꿈에 아버지가 죽었더라오.”
“뭐야?”
“아버지랑 죽어서 산할배랑 같이 화투를 놀더라오.”
“개소리!”
“정말이란데, 덕보 아버지가 그러더라오. 사람이 죽어야 산할배랑 같이 있는다구.”
“애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못쓴다.”
“정말이란데. 아버지랑 정말 산할배 하구…”
“너 계속 악다구질이냐?”
“아갸갸…”
칠성의 어머니가 무엇인가로 칠성이를 치는 소리에 이어 칠성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잠간후 출입문이 벌컥 열리며 칠성이가 뛰쳐나왔다.
덕보는 피할새도 없이 칠성이와 맞띠웠다.
“칠성아, 엄청 맞았지?”
“아니, 너?”
“가자, 우리.”
“어데로?”
“아무데나. 어른들은 다 나빠. 가자 글쎄.” 덕보는 칠성이를 끌고 골목길을 에돌아 산신령기슭으로 갔다. 그들은 늙은 개암나무아래에 앉아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덕보야, 꿈이란게 정말 맞을가?”
“맞는것 같아. 그렇잖으면 엄마들이랑 그렇게 야단하겠니?”
“아버지랑 정말 죽으면 어쩌니?”
“글쎄 울 아버진 내가 잘못했을 때만 때리구 욕하구 했어. 평소엔 영~ 괜찮았거든. 지난 겨울방학엔 나에게 목데기로 스케트를 만들어주었댔다.”
“우리 아버지두 기실은 나를 고와했던것 같아. 한번은 아버지가 나에게 쪽발구를 만들어주다가 톱에 손가락까지 상했댔어.”
“그런데 아버지들이 정말 죽으면 우리 어쩌지?”
“글쎄… 우리 한번 산신령에 가볼가? 아버지들을 찾아서…”
“옳아, 가보자. 우리!”
“가보자!”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 벌떡 일어섰다. 진붉은 저녁노을이 그들의 얼굴을 불깃불깃 물들이고있었다.
이 시각 그들의 눈에는 일종 형언못할 야릇한 빛이 넘쳐흘렀다.
“우린 꼭 산신령에 가서 아버지들을 찾아야 해!”
“옳아, 그들은 우리의 아버지니까.”
덕보와 칠성이는 불타는 저녁노을을 밟으며 종주먹을 부르쥐고 산신령을 톺아오르기 시작했다.
“쏴~쏴~”
나무들의 설레임소리와 함께 산신령은 부르르 몸을 떨고있었다.
그러나 덕보와 칠성이는 무서움도 피로함도 느낄수 없었다. 다만 산신령이 바로 아버지들의 얼굴처럼 무서우면서도 모름지기 마음의 기탁을 할수있는 곳으로 느껴질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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