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1) : 특성·시어
시의 개념
⇒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형상화한 운문 문학의 한 갈래
< 시에 대한 여러 사람의 정의 >
♥ 시는 율어에 의한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시는 모방의 기술이다. (필립 시드니)
♥ 시는 강력한 감정의 자발적 발로이다. (워즈워드)
♥ 시는 정에 감응하여 말소리로 나타낸 것이다. (이규보의 )
♥ 시는 감흥을 주고, 볼 수 있게 하고, 사귀게 하고, 원망하게 하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며,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한다.(공자)
♥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맥리쉬)
시의 특성
♠ 절제된 언어와 압축된 형태로 표현한다.
♠ 내면화된 세계의 주관적이고 은밀한 토로(吐露)이다.
♠ 언어가 지니는 '소리(운율)'를 많이 활용한다.
♠ '시적자아(서정적 자아)'라는 대리인에 의해 전달된다.
시의 여러 요소
♠ 4대 요소
㉠ 의미적 요소(생각) : 시에 담긴 시인의 뜻과 생각 → '주제'
㉡ 음악적 요소(운율) : 반복되는 소리의 질서에 의해 창출되는 운율감 → '운율'
㉢ 회화적 요소(심상) : 대상의 묘 사나 비유에 의해 떠오르는 구체적인 모습 → '형상'
㉣ 정서적 요소(감정) : 시어에 의해 환기되는 심리 및 감정 반응 → '정서'
♠ 형식적 요소
㉠ 시어(詩語) : 시에 쓰이는 언어로, 함축적 의미를 중시하는 압축된 형태의 언어이다.
㉡ 행(行) : 시에서의 한 줄을 가리킨다.
㉢ 연(聯) : 시적 사고와 내용 전개의 단위로 하나 이상의 행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 운율(韻律) :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소리의 규칙적인 리듬이다.
시의 언어
♠ 시어의 특성
㉠ 시는 언어 예술이다. : 시는 언어의 의미와 소리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언어 예술이다.
㉡ 언어의 외연적 의미보다 내포적 의미를 중시한다.
* 외연적 의미(지시적 의미) → 언어의 과학적 쓰임으로, 사전적이고 직접적이며 객관적인 의미
* 내포적 의미(함축적 의미) → 언어의 정서적 쓰임으로, 암시적이고 간접적이며 주관적인 의미
㉢ 사이비(似而非) 진술 : 과학적 진실이나 상식에 어긋나면서도 시적 진실을 표현하는 진술 방식으로, '가진술(假陳述)'이라고도 하며, 시어의 중요한 속성이다.
예> 사람이 술을 마신다.(과학적 진술) → 술이 사람을 마신다. (가진술)
㉣ 시적 자유(시적 허용) : 문법 파괴, 신조어 구사, 고어와 사투리의 사용 등 규범 문법의 제약에서 벗어난 표현이 시에서는 허용됨.
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십니까?)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범하진)
㉤ 다의성(多意性) : 하나의 시어가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성질을 말하며, '모호성'이라고도 하며, 이는 시어의 함축적 기능에 연유한다.
♠ 시어의 기능
㉠ 음악적 효과(운율)를 줌.
㉡ 이미지(심상)를 이루어 냄.
㉢ 시의 어조를 만들어 냄.
㉣ 시의 분위기(정조)를 형성함.
㉤ 함축적 의미를 지님.
㉥ 특수한 기법(반어, 역설, 풍자 등)에 의해 시적 긴장을 가져옴.
시(2) : 운 율
운율의 개념
⇒ 운율이란, 소리의 일정한 규칙적 질서로,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가락(리듬감)을 말한다.
㈀ 운(韻) :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음이나 모음이 일정한 위치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
두운, 요운, 각운 등 한시의 압운법이 대표적이다.
㈁ 율(율격) :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글자의 수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
영시의 강약률, 한시의 성조율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 시가의 율격 기준은 시간적 등장성(等長性)에 기초한 음보율(音步律)이 중심을 이룬다.
운율의 요소
♠ 동일 음운의 반복 : 특정한 음(음운)을 반복하여 사용함.
㈀ 자음 반복
예> 갈래 갈래 갈린 길 / 길이라도 (김소월의 "길") → 자음 'ㄱ'의 반복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 → 자음 'ㄹ'의 반복
㈁ 모음 반복
예> 오늘 하루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ㅗ'의 반복
♠ 동일 음절수의 반복(음수율)
예> 한시, 시조, 가사, 창가 등이 대표적임.
산 너머 / 남촌에는 / 누가 살길래 //
해마다 / 봄 바람이 / 남으로 오네.// (김동환의 ) → 7.5조의 음수율
♠ 일정한 음보의 반복(음보율) : 3음보, 4음보가 대표적임
예> 날좀 보소 / 날좀 보소 / 날좀 보소//
동지 섣달 / 꽃 본 듯이 / 날좀 보소//
아리 아리랑 / 쓰리 쓰리랑 /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 날 / 넘겨주소.// (민요 ) → 3음보
♠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 : 같거나 비슷한 문장의 짜임을 반복하여 사용함.
예①> 물새알은 / 물새알이라서 / 날개 죽지 하얀 / 물새가 된다.
산새알은 / 산새알이라서 / 머리꼭지에 빨간 댕기를 드린 / 산새가 된다.
예②>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a a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b a
♠ 의성어 · 의태어의 사용
예> 살랑살랑 물결 이는 냇가에 서면 / 가슴 안 여린 모래톱으로 / 그리움 사르르 밀려 들오고.
운율의 종류
♠ 외형률 : 시의 표면에 겉으로 드러난 운율(정형률)
㈀ 음위율 → 일정한 위치에 같은 음을 배치함으로써 생기는 운율
예> 한시 · 영시 등의 두운, 요운, 각운
㈁ 음성률 →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등의 주기적 반복으로 생기는 운율
예> 영시와 한시에는 두드러지나, 우리 시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 음수율 → 글자의 수를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생기는 운율
예> 3(4) · 4조, 7 · 5조 등.
㈃ 음보율 → 일정한 음보(音步. 발음 시간의 길이가 같은 말의 단위)를 반복함으로써 생기는 운율
예> 우리나라 전통 시가(시조, 가사, 민요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는 3음보, 4음보 등.
♠ 내재율 : 의미와 융화되어 내밀하게 흐르는 정서적이고 개성적인 운율
일정한 규칙없이 배열된 시어 속의 리듬으로, 시를 읽어가는 동안에 독자의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행이나 연, 문체, 또는 작품 전체의 의미와 관련되어 있는 주관적인 운율을 말한다.
운율의 효과
♠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소리의 규칙적 질서에 의해 즐거움과 함께 깊은 인상을 준다.
♠ 일상 생활의 말에 대한 무감각으로부터 깨어나게 한다.
♠ 시의 의미와 연결되어서 독특한 어조를 이루어 낸다.
시(3) : 심상·어조
심상의 개념과 기능
♠ 개념 → 감각기관에 의해 떠오르는 대상에 대한 영상이나 대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자극하는 말이다. 즉, 시를 읽을 때 떠오르는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움직임, 상태 등을 말한다. 감각을 재현하는 감각적인 표현을 일컫는다. 이미지(image) · 형상(形象)이라고도 한다. 이미지는 추상적인 관념을 형상화하여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제시하며, 특정한 정서를 환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미지는 시어나 시구의 함축적 의미까지 포함한다.
예> 그는 용감하게 싸웠다.(추상적 의미) → 그는 성난 사자처럼 싸웠다.(이미지)
♠ 기능
⑴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다.
김수영의 이란 시에서 '풀'은 단순한 식물로서의 '풀'이 아닌, 저항적인 인간, 민중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⑵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 녀석 눈이 참 곱군.(개념적 서술) → 그 녀석 눈이 샛별 같아. (직유에 의한 이미지)
아름다운 여인 (추상적 진술) → 국화같은 여인 (이미지)
⑶ 보통의 언어로써 풀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김동명의 이란 시에서는 '나'의 마음을 '호수'라는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그대'가 노를 저어 올 수 있고, '나'는 '그대'의 뱃전에 부서질 수 있는 '나'의 내면심리가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⑷ 매우 뚜렷하고도 직접적인 인상을 전해 준다.
이미지는 대개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남기게 된다.
심상의 표현 방법과 종류
♠ 표현 방법
㈀ 묘사적 심상 : 마치 그림을 그려내는 듯한 묘사를 통해 제시되는 심상
예> 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박목월, "윤사월")
→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외딴 봉우리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 비유적 심상 : 비유를 통해 제시되는 심상
예> 이는 먼 / 해와 달의 속삭임 / 비밀한 울음. (박두진 "꽃")
→ 꽃을 '속삭임', '울음'에 비유함.
㈂ 원형적 심상 :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며 되풀이되는 인류의 보편적 이미지
예>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강은교, )
→ 물은 '생성, 생명'이라는 원형적 의미로 쓰임.
㈃ 상징적 심상 : 대상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의미나 관념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심상
㉠ 생성 이미지 : 새로운 대상이 생겨나거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 낳고, 꽃을 낳는다. (박재삼의 )
㉡ 상승 이미지 :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정주의 )
㉢ 소멸 이미지 : 기존의 대상이 사라지거나 어떤 소망이 좌절되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 비애야! //
개찰구에는 /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오장환, )
㉣ 어둠과 추위의 이미지 : 시어나 시구가 어둠과 추위의 의미를 환기하는 이미지
예> 울엄매야 울엄매, / 별밭은 또 그리 멀리 /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박재삼, )
㉤ 역동적 이미지 : 힘차게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이육사, )
㉥ 하강 이미지 :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관이 내렸다. /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 좌르르 하직했다. (박목월, )
♠ 심상의 종류
㈀ 시각적 심상 : 색채, 명암, 모양, 움직임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김광균의 )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유치환의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서정주의 )
㈁ 청각적 심상 : 소리, 음성, 음향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접동 / 접동 / 아우래비 접동. (김소월의 )
늙으신 아버지의 / 기침소리랑 (신석정의 )
㈂ 후각적 심상 : 냄새, 향기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이육사의 )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장만영의 )
산에 가면 / 우거진 나무와 풀의 / 후덥지근한 냄새. (박재삼의 )
㈃ 미각적 심상 : 음식의 맛, 맛을 보는 행위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김상옥의 )
㈄ 촉각적 심상 : 만짐에 의한 것으로 차가움과 뜨거움, 피부결 등으로 세분됨.
예>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 (김종길의 )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이상화의 )
㈅ 공감각적 심상 :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것.
예>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청각의 시각화. (김광균, )
동해 쪽빛 바람에 /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 촉각의 시각화. (유치환, )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
㈆ 지배적 심상 : 시에 나타난 여러 가지 심상 중에서 독자의 마음 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이나 정서를 일으켜 내는 심상
어조의 개념과 양상
♠ 개념 → 어조(語調. tone)란 시적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 특유의 말투 혹은 가락을 말한다. 사람마다 음성 · 억양 · 강세 · 음색 등에 의한 어조가 다른 것처럼, 시에 나타나는 화자의 어조(개성적 목소리) 역시 다르다.
♠ 어조의 양상
㉠ 화자가 자기 자신을 향한 목소리
→ 화자가 혼자 독백하듯이 말하며, 영탄과 감탄의 어조를 띠며, 서정성을 주조로 한 서정시에 알맞다. 시인의 내면세계와 직접 관련되어,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예>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김소월의 )
㉡ 화자가 청자인 '너'를 향한 목소리
→ 화자는 숨고 청자인 '너(독자)'에게 제시하듯이 말하며, 명령 · 권고 · 요청 · 갈망 · 호소의 어조를 띠며, 청자에 대한 소망이 주조를 이룬다. 참여시와 목적시에 알맞다.·
예>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정드리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박두진 )
㉢ 3인칭 '그'를 향한 목소리
→ 화자와 청자가 숨고 3인칭 '그'를 지향하며, 정보 전달에 적합한 사실적 · 객관적 어조로 서사시에 알맞다.
어조의 기능과 종류
♠ 어조의 기능
㈀ 어조와 분위기 : 시의 어조는 시의 느낌, 분위기(정조)를 창조한다.
예>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여성적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순수하고 맑은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삶의 가성적인 앙양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 어조와 주제 : 어조는 시의 주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예>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명상적인 기도조의 어조는 경건한 삶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냄.
♠ 어조의 종류
㈀ 남성적 어조 : 강하고 의지적이고 힘찬 기백을 담은 내용의 전달에 적합함.
예> 이육사의 , 유치환의 등.
㈁ 여성적 어조 : 간절한 기원, 한, 애상 등의 내용 전달에 적합함.
예> 한용운의 시, 김소월의 , 김영랑의 시 등.
㈂ 풍자, 해학, 냉소의 어조 : 사회 비판의 내용 전달에 적합함.
예>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 민중시 등.
㈃ 그 외
* 단호한 어조 → 망설임 없이 엄격하게 딱 잘라서 결정하는 듯한 어조 (함형수, )
* 유장한 어조 → 급하지 않고 느리고 길게 뽑는 가락을 띤 어조 (한용운, )
* 냉소적 어조 → 시적 대상에 대해 쌀쌀한 태도로 비웃는 듯한 어조 (황지우, )
* 비판적 어조 →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조 (김광섭, )
* 설득적 어조 → 이치를 따져 자기 생각에 동조하게 만드는 듯한 어조 (김남조, )
* 담담한 어조 →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는 어조 (이용악, )
* 독백적 어조 → 혼자 말하는 듯한 어조 (서정주, )
* 경쾌하고 발랄한 어조 → 밝고 긍정적인 시어와 빠른 호흡이 두드러지는 어조 (박두진, )
* 섬세하고 부드러운 어조 → 가냘프고 곱고 순한 어조 (김영랑, )
* 친근한 어조 → 누구와도 거부감 없이 친하게 어울리는 듯한 어조 (김상용, )
* 영탄적 어조 → 슬픔이나 기쁨 등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태도 (김소월, )
㈄ 어조의 변화 : 화자의 태도나 심정의 변화에서 유발됨. 어조의 변화는 시정이 전환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됨. (한용운, → 이별로 인한 슬픔에서 이별한 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어조로 변화됨.)
정서적 거리
♠ 정서적 거리란, 서정적 자아가 시적 대상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의 미적 거리를 말한다.
♠ 정서적 거리의 유형
㈀ 가까운 거리 : 대상에 대하여 주관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예>행여나 다칠세라 / 너를 안고 줄 고르면 //
떨리는 열 손가락 / 마디 마디 에인 사랑 //
손 닿자 애절히 우는 / 서러운 내 가얏고여. (정완영의 )
㈁ 균제 · 절제된 거리 : 대상에 대하여 담담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
예> 어두운 방 안엔 /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김종길의 )
㈂ 먼 거리 : 대상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거나, 철저히 객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
예> 강나루 건너서 /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
시(4) : 표현 기교
비유(比喩)
㈀ 개념 :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관념을 그것과 유사한 다른 사물이나 관념에 빗대어, 보다 생동감 있고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표현방법이다. 비유는 두 사물의 유사점에 근거하여(유추관계) 이루어진다. 이 때, 표현하려는 대상을 원관념, 비교되는 매개물을 보조관념이라고 한다.
㈁ 종류
♠ 직유 : 원관념에 보조관념을 직접 연결하여 표현하는 방법으로, '~처럼', '~같은', '~인 양' 등을 사용하여 연결한다.
예>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 은유 : 유추나 공통성의 암시에 따라, 다른 사물이나 관념으로 대치하여 표현하는 기법이다. 'A는 B이다' 식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고도의 은유에는 A가 생략되기도 한다.
예>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번뇌는 별빛이라. ()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 사은유(死隱喩) - 처음 비유되었을 때는 참신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에 그 참신성을 잃은 것.
예) 인생은 일장춘몽. 심금을 울리다. 십자가를 지다
♠ 의인 : 인간이 아닌 대상이나 관념에 인간의 생명력과 속성을 부여하여 표현하는 기법
예>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김동명의 )
멀리 조국의 사직의 /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유치환의 )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이승부의 )
♠ 제유 : 어떤 사물의 일부분으로 전체를 대신하는 표현 방법
예>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 빵→음식 )
♠ 환유 : 하나의 사물을 가리키는 용어가, 경험을 통해서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되게 된 것에 사용되는 표현기법.
예> 백의의 천사 → 간호사
관이 향기로운 너는 /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 관→뿔 )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흰 옷자락 → 우리 민족)
♠ 풍유 : 속담 등 관용 어구를 통해 원관념을 환기시키는 방법
예> 내 코가 석자라서 그를 도와줄 수 없다.
상징(象徵)
㈀ 개념 : 어떤 구체적 사물이 다른 대상을 표시하거나, 다른 영역의 의미를 암시하거나 환기시켜 주는 것을 뜻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에서 보면, 원관념은 배제되고 보조관념이 독립되어 함축적 의미와 암시적 기능을 갖는다.
㈁ 속성
♠ 상징의 본질은 의미의 암시성과 다의성이다.
♠ 비유에서는 원관념, 보조관념이 1 : 1의 유추적 관계를 보이지만, 상징에서는 1 : 다(多)의 다의적 관계이다.
♠ 상징은 비유와 달리 두 대상 간의 공통성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 상징은 원관념 파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 상징의 표현은 대개 비물상적(非物象的)인 것이다.
♠ 상징은 어떤 사물이 자체의 의미를 유지하면서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원관념이 배제된 은유의 형태로 볼 수 있다.
㈂ 종류
♠ 원형적 상징 : 인간의 잠재 의식 속에 담겨 있는 대상에 대한 원초적인 이미지로서의 상징
예> 물 → 죽음과 이별, 충만한 사랑 상징
달 → 그리움과 소망의 대상 상징
태양 → 희망, 생명, 탄생과 창조 상징
불 → 정열, 욕망의 파괴 상징
바다 → 죽음과 재생, 무궁과 영원 상징
봄 → 희망, 소생, 생명 상징
♠ 관습적 상징(제도적 상징) :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쓰여 관례적이고 공공성을 띠며,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징
예> 십자가 → 속죄양 의식 상징
비둘기 → 평화 상징
소나무 → 절개 상징
백합 → 순결 상징
♠ 개인적 상징(개성적, 창조적, 문학적 상징) : 개인에 의해 독창적으로 만들어져서 참신한 문학적 효과를 발휘하는 상징으로, 의미의 폭이 넓고 암시적이다.
예> 서정주의 에서 '국화' → 시련을 겪은 뒤의 원숙미
김종길의 에서 '산수유 열매' → 아버지의 사랑
김수영의 에서 '풀' →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질긴 생명력을 지속해 온 민중들의 삶의 모습
이육사의 에서 '청포도' → 시인이 바라는 이상적 세계
김춘수의 에서 '꽃' → 의미있는 존재
유치환의 에서 '깃발' → 영원을 사모하고 지향하는 인간의 본성
김광섭의 에서 '비둘기' → 사랑과 평화(관습적 상징),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점차 소외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창조적 상징)
반어(irony)
♠ 개념 : 표현된 것과 표현의 의도가 상반된 진술 방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해답을 내리도록 하는 기법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잘 사용하면 재치와 풍자, 해학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음.
♠ 반어적 표현에는 '말한 것'과 '의미한 것' 사이의 긴장, 대조, 갈등이 담겨 있다.
♠ 예1> 김소월의 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님을 떠나 보내야 하는 극한 슬픔을, 반대로 고이 보내겠다고 눈물도 흘리지 않겠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보내고 싶지 않으며 서러워서 피눈물이 흐른다는 의미의 표현임.
♠ 예2> 신경림의 에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
→ 농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강한 몸짓이며, 자신들의 고뇌와 한의 뜨거운 발산으로 이루어지는 농무인 만큼 실제로 신명이 난다는 것은 아님.
♠ 예3> 김소월의 에서
먼 훗일 당신이 찾으시면 /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일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 화자가 떠난 임을 다시 만날 때 "잊었노라"고 말하겠다는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마음을 강조한 것임.
역설(paradox)
♠ 개념 : 겉으로 보면 명백히 모순되고 이치에 닿지 않는 듯한 표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속에 어떤 진실과 진리를 담고 있는 진술 방식이다.
♠ 예> 한용운의 에서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담긴 진실 : 현실적으로 님은 떠났지만, 시적 자아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님이라는 것,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신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임.
예>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서정주의 )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윤동주의 )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김지하의 )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의 )
풍자
♠ 개념 :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감추어 두는 기법으로, 주로 인간의 악덕과 어리석음,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쓰인다.
언어 유희
♠ 개념 : 다른 의미를 암시하기 위한 말이나, 동음 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것, 즉,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한 말장난을 뜻한다.
♠ 예1> 송 욱의 에서
"치정(痴情) 같은 정치가 상식이 병인 양하여 ~ 현금이 실현하는 현실 앞에서 다달은 낭떠러지"
→ 음절 도치에 의한 언어 유희로 재미와 함께 긴장감을 준다.
♠ 예2> 황진이의 시조 " 청산리 벽계수야 ~ "
"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도라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엇더리. "
→ 동음 이의어에 의한 언어 유희('벽계수'는 푸른 시냇물이란 뜻이자 당시 종실의 한 사람의 이름이고, '명월'은 밝은 달이자 황진이의 기명이다.)
객관적 상관물과 감정 이입
♠ 객관적 상관물 → 시는 사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물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용된 구체적인 사물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의 심정이나 정서, 상태를 화자 대신 표현하는 대리물, 화자와 대조적인 상황에서 화자의 정서를 촉발하거나 심화시키는 자극물, 화자가 그 사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키는 감정이입물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 예1> 유리왕의 에서
"펄펄 나는 저 꾀꼬리 / 암수 서로 정다워라. / 외로워라 이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
→ 암수가 서로 정답게 날고 있는 '꾀꼬리'는 화자의 외로운 정서를 자극하고 심화시키는 정서적인 자극물이다.
♠ 예2> 이상화의 에서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ㅇ깨춤을 추고 가네."
→ 어깨춤을 춘다고 표현된 '도랑'은 화자의 춤추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감정이 이입된 대상물이다.
시(5) : 주제·갈래
시의 주제
♠ 개념 : 시인이 시를 통해서 나타내려 하는 중심 생각이나 사상으로, 작품 속에 암시적으로 표현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상, 정서, 의지 등으로 나타난다.
♠ 주제의 형상화 : 형상화란 내부의 관념 또는 감각을 통해 느끼거나 생각한 것 등을 어떤 수단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흔히 비유, 상징, 이미지 등 암시적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 시의 주제와 시대 정신 : 시의 주제는 시인의 사상, 정서, 의지 등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그가 살던 시대의 정신과 사회의 모습을 비춰 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의 갈래
♠ 형태에 따라
㉠ 정형시
→ 시의 형식이 일정한 규칙적인 리듬(음수율,음보율,장단,음색 등)에 의해 쓰여진 시를 말한다. 시조, 가사, 민요, 창가와 같은 우리의 전통 시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 자유시
→ 형식에 있어서 정해진 틀은 없지만, 그 나름의 자연스런 리듬, 즉 내재율을 갖춘 시를 말한다. 자유시는 내재율을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따라 정형시에 가까운 자유시가 되기도 하고, 산문시에 가까운 자유시가 되기도 한다.
㉢ 산문시
→ 시 전체가 줄글로 짜여진 시를 말한다. 산문시는 문자 그대로 산문으로만 된 시가 아니고, 산문적 언어를 사용하되 그 나름의 자연스러운 내재율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시의 한 특수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 내용에 따라
㉠ 서정시
→ 개인의 정서를 비교적 짧게 압축한 시이다. 넓은 의미의 서정시는 일반적인 시 전체를 말하지만, 주로 개성적인 정서나 정감, 언어의 미적인 표현, 음악적인 요소 등이 그 특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향가, 속요, 시조, 현대시 등이 이에 속한다.
㉡ 서사시
→ 고대에 성행한 양식으로 이야기가 있는 시이다. 분량이 서정시보다 훨씬 길고, 그 속에는 일정한 배경과 여러 인물이 등장하여 복잡한 이야기를 구성한다. 즉 영웅적인 개인의 업적이나 집단의 중대한 행적을 노래한, 비교적 긴 형식의 이야기체 시다. 호머의 , 밀턴의 , , , 등이 속한다.
㉢ 극시
→ 연극을 할 수 있는 희곡의 대본을 시적인 대사와 표현으로 바꾸어 놓은 것으로, 한마디로 말하면 운문으로 쓴 희곡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발생하여 셰익스피어 시대에 성행되었던 양식으로 현대에는 서사시보다 더 보기가 드물다. 괴테의 가 대표적이다.
♠ 태도에 따라
㉠ 주지시→ 인간의 감정을 억제 · 조정하고 지성의 표현을 주로 다루어, 기질, 풍자, 아이러니, 역설 등의 지적작용이 크게 활동하며, 현대 문명 비판 의식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 주정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 내용으로 하는 개인적 · 주관적 성격의 시로서, 좁은 의미의 서정시는 대개 주정시를 일컫는다.
㉢ 주의시→ 목적이나 의도를 지닌 의지적인 내용을 표현한 시. 그러나 순수한 의지만 가지고는 시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 지성과 감정을 동반한다.
♠ 목적에 따라
㉠ 순수시→ 개인의 순수한 정서를 형상화한 시.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시
㉡ 목적시→ 선전 · 교훈 등 어떤 정치적 · 사회적 목적을 이루려는 입장에서 쓴 시
시(6) : 시적 화자의 태도와 정서
시적 화자
♠ 시적 화자란?
→ 시에는 시인의 정서나 관념,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화자다. 화자가 반드시 시인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시를 통하여 표현하고 싶은 정서나 관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나오는 셈이다. 결국 화자란 시 속에서 시인을 대리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시인의 허구적 대리인)이다.
♠ 시적 화자의 양상
① 화자의 위치와 관련하여
* 이면적 화자 → 화자를 지칭하는 시어가 작품 속에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화자
* 표면적 화자 → 작품에서 '나' 또는 '우리'라는 시어를 통하여 자신을 노출시키는 화자
② 화자와 관계를 맺는 대상
* 시적 대상 → 시인이 경험한 것 중 시인의 미의식에 의해 선택된 대상이다. 시인은 개인적 고뇌, 경이로운 자연 현상, 시대와 역사의 아픔, 희로애락의 인간사 등 많은 것을 경험한다. 이 중에서 시인에 의해 선택되어 시라는 작품에 녹아든 것을 시적 대상이라고 한다.
* 청자 → 화자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화자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대화체로 된 시에서는 화자와 청자가 나타난다. 즉, 화자의 말을 들어주는 대상을 설정하여 '청자'가 시의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청자가 없는 경우는 주로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시적 화자의 태도
♠ 시적 화자의 태도란? → 시적 화자가 시적 제재 · 독자 · 사회를 향해 내는 개성적 목소리 및 대응방식을 말한다. 주로 시적 화자의 태도는 '어조'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주된 유형
㉠ 예찬적 태도 → 사람이나 대상이 가진 좋은 점을 찾아서 그것을 칭찬하고 세워주는 태도
예>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 그런 자세로 / 평생을 산다. // 철 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 소란한 마음길 위에 / 스스로 펴는 / 그 폭넓은 그늘……. (이형기, )
㉡ 비판적 태도 → 사회나 대상의 잘못된 점을 따지는 태도
예> 송진마저 말라 버린 몸통을 보면, / 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 / 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회원들은 // 시멘트로 밑동을 싸바르고 / 주사까지 놓으면서 / 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 (김광규,
㉢ 구도적 태도 → 진리나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태도
예> 암벽을 더듬는다. /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 결코 쉬지 않는 (오세영, )
㉣ 긍정적, 낙관적 태도 → 상황이나 대상이 옳다고 인정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는 태도 또는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
예>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 잊어 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조지훈, )
㉤ 달관적 태도 → 세상의 근심 걱정, 사소한 사물이나 일 등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에서 벗어나 초월한 자세를 보이는 태도
예>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신경림, )
㉥ 반성과 성찰의 태도 → 자기의 잘못을 되짚고 뉘우치거나, 자신이나 대상을 찬찬히 살펴보는 태도
예>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정일근, )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서정주, )
㉦ 의지적 태도 → 절망적이거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는 굳센 마음을 먹는 태도
예>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도종환, )
㉧ 수용적 태도 → 어떤 상황을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예>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백석, )
㉨ 관조적 태도 → 좀 떨어진 위치에서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그 의미나 본질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태도
예> 크낙산 골짜기가 /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 그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 미처 몰랐었다. (김광규, )
㉩ 도피적 태도 →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피하고 도망가려는 태도
예> 나타샤와 나는 /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백석, 언제나 숭고할 수 있는 푸른 산이 / 그 푸른 산이 오늘은 무척 부러워 (신석정, )
㉫ 조화와 합일의 추구 →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어울리며 하나의 모습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
예>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박두진, )
㉬ 체념적 태도 →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
예> 일이 끝나 저물어 /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 쭈그려 앉아 단배나 피우고 / 나는 돌아갈 뿐이다. (정희성, )
㉭ 회의적 태도 → 믿고 따르려는 태도가 아니라 의심하면서 믿지 않는 태도
예>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김영랑, )
* 그 외 : 여성적, 남성적, 철학적, 명상적, 풍자적, 염세적, 고백적 태도 등.
시적 화자의 정서
♠ '정서'란 시인(화자)이 세계에 부딪쳐 느끼게 되는 온갖 감정과 생각 등을 말한다. 그러므로 시에서의 정서라고 하면, 시 속에 나타난 여러 가지 느낌, 생각, 사상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 주된 유형
㉠ 밝음과 긍정의 정서
→ 희망, 환희, 소망, 그리움, 동경, 여유, 풍류, 달관(초탈) 등.
㉡ 어둠과 부정의 정서
→ 고통, 죽음, 절망, 한, 애상, 허무, 고독(외로움), 우수, 방황, 체념, 분노, 개탄 등.
시의 분위기
♠ '분위기'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가진 독특한 느낌으로, 문학에서는 개별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는 독특한 색조나 느낌을 가리킨다. 시적 정조(mood)라고도 함.
♠ 주된 유형
① 숭고한 분위기 : 보통 사람들보다 정신적 경지가 높아서 존경심이 느껴지는 분위기
예> 윤동주의
② 애상적 분위기 :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분위기
예> 백석의
③ 정적인 분위기 : 조용하고 고요하며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주는 분위기
예> 허영자의
④ 경건한 분위기 : 공경하는 마음으로 깊이 삼가고 조심하는 느낌이 나는 분위기
예> 김현승의
⑤ 목가적 분위기 : 전원에서 한가롭게 부르는 노래의 느낌이 나는 분위기
예>정훈의
⑥ 환상적 분위기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
예> 김춘수의
시(7) : 시상의 전개방식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 전개
♠ 자연적인 시간의 변하를 축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시대순이나 역사의 흐름(과거-현재-미래), 계절의 순서나 흐름(봄-여름-가을-겨울), 하루 중의 시간의 흐름 등이 기준이 되어 시의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을 말한다.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방법이며 자연스런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추보식 시상 전개라고도 한다.
♠ 구체적인 예
㉠ 이육사의 → '과거(까마득한 날)-현재(지금)-미래(천고의 뒤)'로 시상을 전개하면서 의지적이고 남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김광균의 →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면서, 고독과 우수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 박두진의 → 저녁 무렵의 산을 배경으로 하여 밤까지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삶의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 정철의 → 계절의 변화(춘하추동)을 기준으로, 계절마다의 특성을 바탕으로 님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 화자가 위치한 장소나 화자가 바라보는 장소의 이동을 축으로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는 시적 공간 자체가 변하는 경우와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대체로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보다는 공간이 이동되는 것에 더 초점이 놓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 구체적인 예
㉠ 신경림의 → 텅빈 운동장, 철없는 쪼무래기들만 따라나서는 장거리, 채산성이 없는 농사 등에 따라, 농민의 소외감과 울분과 좌절감을 농무의 신명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송순의 → 면앙정 주변의 자연 경관을 노래하면서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가 이루어진다.
㉢ 조지훈의 → 여성의 한복을 묘사한 시로, '저고리→치마→버선(운혜, 당혜)'의 순서로, 즉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 순서에 의한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선경후정(先景後情)
♠ 작품의 전반부에는 자연 경관이나 주변의 분위기를 서경적으로 제시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가운데 살아가는 인간의 내적 상태, 즉 정서나 생각을 주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국 한시에서 주로 쓰인 방식이기도 하다.
♠ 구체적인 예
㉠ 조지훈의 → 퇴락한 궁궐의 모습을 서경으로 묘사한 후(선경), 작자의 심정을 후반에서 봉황새에게 이입하여 표현하고 있다.(후정)
㉡ 두보의 → 여름날 강촌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경을 제시한 후(선경), 안분지족할 줄 아는 화자의 삶의 자세가 이어진다.(후정)
대조(대립)적 심상의 제시에 따른 시상 전개
♠ 작품의 중심이 되는 대표적 소재(제재)가 지니는 심상이나 의미를 대조적으로 설정하여, 대조적인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강조의 효과는 물론이고,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 구체적인 예
㉠ 박남수의 → 포수(인간의 세계, 공격성, 비생명성, 탐욕)와 새(자연의 세계, 순수성, 생명성, 사랑, 순수)의 대립적 관계
㉡ 신동엽의 → 껍데기(허위, 가식, 불의, 외세, 무력 등)와 알맹이(순수, 진실, 의로움 등)의 대립적 관계
㉢ 김수영의 → 풀(약자, 민중)과 바람(강자, 권력자)의 대립적 관계
㉣ 김현승의 → 봄(지상, 육체적 성숙, 외면적, 일시적)과 가을(천상, 정신적 성숙, 내면적, 항구적)의 대립적 관계
㉤ 김기림의 → 흰나비(백색, 가냘픔, 낭만적, 순진무구)와 바다(청색, 거대함, 현실적, 모험과 시련의 공간)의 대립적 관계
㉥ 오규원의 → 완전히 벗어 버린 '겨울 숲'이라는 자연물과 벗지 못한 '화자의 삶'이라는 인간의 대립적 관계
㉦ 김종길의 → 과거의 성탄제(눈, 어린이, 아픔, 산수유 열매)와 현재의 성탄제(눈, 어른, 아버지의 사랑이 없음)의 대조
㉧ 두보의 → 푸른 강물과 하얀 물새, 푸른 산과 붉은 꽃의 색채의 대조가 선명히 나타남.
대칭적 구조에 의한 시상 전개
♠ 구체적인 예
김영랑의 → '기다림-설움-절망-설움-기다림'의 대칭적 구조로 이루어진다.
기승전결에 의한 시상 전개
♠ 기승전결은 원래 한시를 잘 짓기 위해 고안된 틀이다. 어떤 계기 있어서 시상을 일으키고, 그걸 발전시켰다가, 한번 뒤집고, 이어 결말을 짓는 순서로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의미상 네 개의 연으로 구분되는 시는 대개 기승전결의 시상 전개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 기(시상 제기) - 승(시상 심화) - 전(시상 전환) - 결(중심 생각 제시)
♠ 구체적인 예
이육사의 → 1연은 수평적 극한의 상황, 2연은 수직적 극한의 상황, 3연은 극한적 한계 상황, 4연은 절망 속의 역설적 초극 순으로 노래함.
수미상응에 의한 시상 전개
♠ 시의 처음과 끝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구를 배치시켜 형태와 시상의 균형미와 안정감을 얻는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현대시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상 전개 방식 중의 하나이다.
♠ 구체적인 예
㉠ 한용운의 → 첫 연과 마지막 연이 동일한 시행(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으로 배치되어, 완벽한 수미상응이 나타나 있음.
㉡ 이상화의 → 첫 연에서 질문(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하고 마지막 연에서 대답(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짐.
유사한 구조의 반복에 의한 시상 전개
♠ 같거나 비슷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여 시를 써 나가는 방법이다. 다른 말로 통사 구조의 반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구체적인 예
윤동주의 → 비슷한 의미 구조를 지니는 구절을 거듭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소망이 간절함을 강조하고 있음.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연상에 의한 시상 전개
♠ 하나의 시어가 주는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와 관련된 다른 관념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 구체적인 예
전봉건의 → '피아노 - 펄펄 뛰는 신선한 물고기 - 바다 - 시퍼런 파도'의 순서로, 피아노 소리에서 연상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통해 대상의 인상을 노래함.
점층적 강조에 의한 시상 전개
♠ 시상이 전개될수록 화자의 정서, 의지, 시적 상황이 점점 정도가 높아지도록 전개해 가는 방식이다.
♠ 구체적인 예
정일근의 → 열이가 반짝반짝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을 '가을 바다 한 장', '맑은 세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깨끗하게 닦아놓은 유리창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