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일의 태양
3학년 3반 배춘향
오늘밤도 달은 밝다. 달은 여느때와 같이 나의 마음을 정다이 쓰다듬어준다. 은은한 그 빛은 내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골고루 비춰준다.
가슴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억하기 싫은데 잊고싶은데 벗어나고 싶은데 되려 생생히 살아나고 뼈속까지 파고드는것은 정녕 무엇때문일가? 나한테 준 상처가 깊어서인지 아니면 그에게 향한 나의 사랑이 깊어서인지…
“춘향아, 엄마의 한국행비자가 오늘 끝내 내려왔구나, 일주일후 의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 “쿵”하고 무거운것이 떨어져 내리는것만 같았다. 엄마없는 동학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나 신물나게 보아온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동서남북을 가려볼수 없었다. 나는 엄마를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의 웃음이 이렇듯 낯설어 보이기는 처음이였다. 엄마의 생일날 내가 주는 선물을 받을때에도, 학교에서 내가 받은 상장을 받을때에도 엄마는 웃었었다. 그런데 왜 오늘의 웃음이 더 밝아보이는걸가?
엄마는 말했었다. 내가 엄마의 전부라고, 내가 엄마의 생의 동력이라고,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다고 엄마는 말했었다. 나는 붙잡고 싶었다. 혹시 내가 잡으면 될수도 있을것이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가지 말아요, 제발…저를 위해서…”
나는 간절히 말했다. 아니 애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엄마는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나는 너를 위해서 가는거다. 너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어서이지… 삼년만 기다려 줘, 딱 삼년만, 삼년뒤엔 꼭 돌아올게”
아슬아슬한 절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잡았던 지푸라기가 모래한줌과 함께 힘없이 떨어진다. 정녕 나만을 위해서였을가? 내가 아닌 다른것의 유혹은 없었을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화려한 옷의 유혹, 큰 집의 유혹, 자가용의 유혹… 이런것들에 흔들린건 아니였을가?
조금만 더 생각해봤으면, 조금만 더 멀리 내다봤으면,.. 힘이 풀렸다.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그 누구도 막을수 없음을 알았다.
엄마는 떠났다.
나는 믿었다. 믿고 싶었다. 아니 믿어야 했다. 삼년이라는 기한이 있기에… 희망이 있기에…손꼽아가며 기다렸다.
1년후, 엄마가 다른 남자랑 사귄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또 1년후 엄마의 이혼청구서가 우리 집에 날아왔다. 삼년째 되던해에 엄마의 결혼소식을 듣게 되였다.
삼년의 기다림끝에 엄마를 “잃었다.” 이것도 나를 위한 선택일가? 나을 위해서 나를 버린것일가? 나는 나쁜 아이라서 엄마의 결혼을 축복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을거다. 내가 나 자신을 아끼는것처럼 엄마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갔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코등이 찡해나면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눈물이였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눈물이 괘씸했다. 눈물은 짠맛 뿐이 아님을 오늘에야 알았다.
이제는 울지 않을거다, 달빛속에 감추어버릴거다. 힘든 만큼 달을 보면서 웃을거다. 래일이면 어김없이 래일의 태양이 떠오를것이며 내 마음의 창을 더 밝게 비춰줄것이다.
지도교원: 허복순